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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설 공동 연재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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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석(2005-03-18 01:51:35, Hit : 10791, Vote : 4
 http://www.cyworld.com/ttbi
 만주의 혼 - 14. 배를 모아라!

엄청 늦었습니다.
신학기의 압박이 너무 심합니다.
0교시 부활한 통에 6시 40분 기상이라는, 아주아주 압박스러운 상황에 처해서...(...)
원래는 이번 챕터에서 북해함대를 방법해야 하는데, 안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아마 만주진공은 중간고사 본 이후가 되겠습니다.
박기범님은 원정군 직할 제5 포병여단장입니다. K55는 원정군에 없거든요.(...) 뱀다리로, 이게 보통 포병여단이 아닙니다. 원정군 직할 제5 포병여단의 편제는 K9 2개 대대, MLRS 6개 대대입니다. 화력 하나만은 끔찍하죠.(단, 사단포병에 MLRS는 없습니다. 군단포병과 원정군 직할포병에 MLRS를 쓸어넣었습니다.)
저, 김경래님. 우선 불법으로 사용했는데(선조치 후보고...퍼억!!!) 괜찮을까요?
한범재 선배님께도... 선조치 후보고를 하는데...괜찮겠습니까?^^...
아, 선배님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홍의권이라고, 화학선생님을 아십니까?
p.s 챕터명은 임진왜란 1권 챕터 4. 판옥선 130척 vs 왜선 1천 척에 나오는 전라우수사 이억기의 멋진 대사를 골라왔습니다.(...) 다음 챕터명은 '포를 놓아라'로 할까요? 아니면 '미사일을 쏘아라', 그것도 아니면 '아빠의 눈물'로 해 볼까요?-_-ㅋ... 투표 받습니다.(스위스 식으로, 즉석에서 응모하셔도 좋습니다.)
p.s2 이러지 않도록 제발 이름 좀 많이 신청해 주세요 -_-;;;;;;;
p.s3 버섯아 넌 다음 챕터다. 그런데 이제 중궈해군 잠정이 얼마 안 남았어 -_-;;; 너무 심하게 잡은 모양이다;;



10월 12일 17 : 00 평안남도 남포, 남포항
한국 해군 이지스함 효종

"이번이 끝이다."
해군작전사령관 전현준 중장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확실히 이번에 끝을 봐야 했다. 더 시간을 끌면 100% 한국 해군에게 불리했다. 지금까지는 속전속결로 붙어서 중국 해군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한국 해군에게 불리했다. 총 척수도, 총 배수량도 훨씬 밀리는 한국 해군은 속전속결로 끝을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중국 항모 2척을 격침시키고 1척을 함재기 사용불능으로 만들었으며 구축함과 프리깃함 수십 척을 쓸었지만 전과를 축하하기도 전에 한국 해군은 남은 놈들을 제대로 쓸어 버려야만 했다.
다행히도, 한국 해군 2함대는 확실히 유리해졌다. 북해함대는 방공함이 튼튼하다는 것이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항모가 없기 때문에 적의 항공기 동원능력은 확실히 떨어졌고, 서로 항공력을 추스를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한국 공군의 활약이 절실히 요구되긴 했지만, 그 활약이 적 함대 공격까지 갈 이유는 없었다. 적 전투기만 막아 주면 족했다. 나머지는 해군이 알아서 할 수 있었다.
"쑨원은 아직도 다롄에 처박혀 있나?"
"그렇습니다."
"흐음..."
지금 순항미사일을 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항구에 처박힌 쑨원함을 격침시키는 것이 지금 한국 해군의 최종 목표였다. 그러자면 중국 해군 북해함대를 완전히 찜쪄먹어야 했고, 중국 공군이 한국 공군에게 격퇴되어야 했다.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다롄에 처박힌 놈 아쉬워하지 말고, 계획이나 세워 보지. 지금 적 함대 주력은 어딨나?"
"다롄항 조금 밖에 있습니다."
"웨이하이에 처박힌 놈들은?"
"하얼빈을 포함한 그놈들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위협적으로 행동해 보지. 저 하얼빈을 포함한 일개 전대가 생각보다 위험한 존재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하얼빈함의 방공능력은 상당한 편이었고, 숫자도 적으니 중국 해군이 하얼빈함을 앞으로 내보내 한국 해군의 눈길을 끈 다음 주력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천 명도 죽지 않고 한국 해군 일개 함대를 몰살시킬 수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한국 해군은 강했다. 작지만 강한 함대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공군은 얼마나 도와줄 수 있다고 하나?"
"27비행단은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만, 다른 건 무리가 많습니다. 이틀 간 잠잠했던 중국 공군이 또다시 발광할 것에 대비하는 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중요한 건 적 함대 격멸인데? 이래서 대체 어쩌자는 건지..."
지금 한국 해군은 할 일이 많았다. 빨리 적 함대를 격멸한 다음에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서 병력을 만주로 집결시키려는 책동을 철저히 막아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10개 집단군 이상의 대병력이 압록강까지 와 버릴 수 있었다. 그러면 끝이었다. 39합성집단군과 38합성집단군, 이 둘만으로도 상당히 무거운 상대인데 더 많은 병력이 집결할 시간을 주는 건 너무나도 위험했다. 한 번 해체됐다가 재창설된 23집단군과 지린에 주둔하던 16집단군 또한 좀 더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3함대는?"
"1함대가 제주도에 도착했습니다. 자정에 출항한다고 합니다."
"자정에? 좋아."
그 정도면 별로 늦지 않는 편이었다. 이제 변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백파이어가 문제지."
"이지스함 두 척이면 백파이어는 충분히 저지할 수 있습니다."
"1함대와 3함대를 상대로 중국 해군이 훨씬 더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훨씬 더 수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어느 쪽에 걸겠나?"
"글쎄 말입니다... 저 같으면 항모가 다 살아 있을 때 공세로 나섰겠습니다. 이제 중국 해군 남해함대는 공세를 선택할 능력이 없습니다. 공세를 선택하는 그 즉시 죽음을 맞이할 뿐입니다. 이미 중국 해군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세적으로 나선다..."
"남해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두 나라 해군이 모두 수세적으로, 함대보존 전략으로 꽁꽁 틀어박혀 있기만 한다면 차라리 다행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류가 끊기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나?"
"우선 우리가 북해함대를 완전 격멸해야 합니다."
"북해함대를 완전 격멸한다? 대함미사일이 부족해."
"당연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허망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죽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공군의 대규모 공격을 이끌어내야만 합니다. 공군에서 F15 1개 비행단만 대함공격에 동원해 줘도 훨씬 수월할 겁니다."
F15 1개 비행단, 40대. 이만한 전력을 동원해 달라? 지나친 기대였다. 당연히, 이만한 전력을 추가로 돌린다면 중국 해군의 방공망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흑룡을 먼저 쏘고 하픈으로 덮치면 간단히 끝날 문제였다. 당연한 문제겠지만, 한국 해군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었다.
"날이 갈수록 문제군. JSF는?"
"JSF로도 제한적인 타격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만 하게. 숫자 부족은 나도 아는 바야. 그래도, 어쩌겠나. 하늘을 지켜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 자, 어쨌든 숨쉬고 있으니 할 일은 해야겠지. 자, 나가 보자고. 저놈들의 대응을 보면서 대처하는 것이 낫겠네."

10월 12일 17 : 30 경기도, 18기보사단 주둔지

사단 주둔지의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608전차대대 쪽은 대대장이 실컷 굴리고 있었고, 712기보대대는 지금 편하게 TV 보고 핸드폰으로 문자질 하고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야 이 병신 새끼들아 기보가 저렇게 싸우는데 우리가 한 게 뭐냐? 좆이나 잡고 있었냐?"
"으으..."
"헥헥..."
"그건 K2가 너무 세..."
- 퍼억!!!
"윽!!!"
"너 이새꺄 지랄할래? 어? 니가 그렇게 말하는 잘난 K2 상대로 기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냐? 지랄 그만 떨고!!!"
"아씨..."
양성민 대위는 들려오는 소리들을 천천히 들으며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거 죽으면 안되는데..."
양성민이 자못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에 몰입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캐릭터가 몇 대 맞으면 죽을 상황이었다. 빨리 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휴..."
물약을 먹은 양성민의 캐릭터가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다시 메이스를 휘둘러 NPC를 죽이고 있었다.
"흐흐...역시 메이스는 타격감이 좋단 말이야..."
"중대장님."
"뭐?"
포수 김경준 상병이었다.
"오늘 참 좋습니다. 이런 날이 또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지금이 딱 폭풍전야 같은데 말이야."
"네?"
"한국과 중국은 결국 싸우게 된다. 아까 사열대에 서 있었던 장군들은 원정군 사령관 이하 원정군 지휘부들이다. 18이라는 단대호가 왜 생겼는지는 알지 않는가?"
"이런..."
"오늘처럼만 하면 죽지는 않겠지. 그러면, 더 놀게."
"충성!"
김경준 상병이 물러갔다. 양성민 대위는 게임을 껐다. 게임할 기분은 별로 아니었다. 훈련은 이겼지만, 전쟁 대비용 대규모 기동훈련이었다. 갑자기 우울했다.
밖에서는 불쌍한 전차병들이 아직도 구르고 있었다.
"밥때 얼마 안 남았네..."

10월 12일 17 : 50 위도 서쪽 70km
한국 해군 잠수함 우치적

"김탁은?"
"조만간 합류합니다."
"그래..."
우치적함은 남서쪽으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김탁과 만나서 같이 내려가면 되는 것이었다.
"뭐 없나?"
"방위 백오십, 거리 4천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김탁으로 보입니다."
"알겠네."
한국 해군 214급 잠수함 1번함, 코드명 SS072, 우치적함은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엇? 방위 이백삼십공에서 돌발음입니다!!! 아! 어뢰입니다!!! 거리 5천, 속도 40노트!!!"
양승규 대위가 비명을 질렀다. 초유의 사태였다. 이상인 중령은 화들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명령했다.
"뭐야? 함종은!!!"
"093으로 보입니다!!!"
"젠장. 어뢰 발사해!!! 공기압으로!!!"
"1, 2번 발사관, 발사!!!"
- 뻐엉!!!
작전관 이진원 소령이 어뢰발사관 두 개를 활성화시키고 발사 버튼을 누르자 우치적함의 어뢰발사관 중 두 개가 열렸고, 공기압에 의해 적상어 어뢰 두 발이 물속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급히 중국 잠수함 쪽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더 적합했다. 어쨌든 적상어의 속도가 더 빠르니 어떻게 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중국 잠수함은 이곳에 '매복'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 척만 매복하라는 법은 없었다.
"헉! 방위 삼백이십공에서 돌발음!!! 어뢰입니다!!! 두 발입니다!!! 거리 6천!!!"
"뭐, 뭐야?"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판이었다. 곧이어 더 웃기는 소식들이 차례로 우치적함을 향했다.
"방위 백칠십공에서 돌발음!!! 어뢰입니다. 네 발입니다!!! 거리 5,500!!!"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상황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방위 230에 있는 093급을 물고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의 대책은 없었다.
"어엇!!! 방위 이백이십공에서도 돌발음입니다!!! 어뢰입니다. 두 발입니다. 거리 4,500!!!"
"오늘 참 웃기는군. 작전관!!! 어뢰 갈라!!! 부장!!! 3번 발사관도 발사해!!!"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장 최연석 소령과 작전관 이진원 소령은 정신이 없었다. 우치적함 단 한 척을 노리고 다가오는 어뢰는 열 발이 넘었다. 이런 공격에 당하면 대책이 사라진다. 황당한 꼴 나는 것이다.
우치적함의 3번 어뢰발사관에서도 적상어 한 발이 튀어나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0초. 그리고, 희망적인 소식들 또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방위 백칠십공에 있던 목표가 회피기동 중입니다!!! 방위 백오십공에서 고속물체 두 개가 이동 중입니다!!!"
"김탁이야!!!"
이제 170에서 다가오던 어뢰 네 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위협은 조금 줄었다. 하지만, 320에서 접근 중인 어뢰 두 발이 문제였다. 그걸 막을 대책이 필요했다.
"백칠십공의 적은 킬로급으로 보입니다!!!"
"젠장할. 북쪽이나 대응해!!!"
이상인 중령은 순간적으로 속이 상했다. 겨우 킬로급 따위에게 덜미를 잡혀 이 꼴이라니. 한국 해군 최정예이자 일본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고 개전 첫날에 항모 마오쩌둥과 호위함, 잠수함 다수를 말아먹은 역전의 용사인 우치적이 이런 꼴이 나다니!!!
"작전관!!! 어뢰 요격 후 1, 2번 어뢰를 무선유도로 전환한다. 몇 초 걸리겠나?"
"60초가 소요됩니다."
"알겠네. 3번 어뢰 기폭 직후 1, 2번 어뢰를 무선유도로 전환한다. 데이터 정확히 입력시켜!!!"
"알겠습니다!!!"
"어뢰실!!! 3번 어뢰 기폭 후에 1, 2, 3번 발사관에 DM2A4 재장전한다!!!"
- 알겠습니다!!!
"부장!!! 6번 발사관 발사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지금 우치적함의 5번과 6번 발사관에는 SUT가 장입되어 있었다. 어뢰 요격에 SUT를 쓰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60초가 지났고, 이진원 소령이 3번 어뢰를 기폭시켰다. 동시에 이상인 중령은 타를 최대한 오른쪽으로 꺾었다. 우현 전타였다. 빨리 선회해야 했다. 안 그러면 대책이 사라진다. 이미 중국 잠수함이 쏜 어뢰는 4천 미터 안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상인 중령이 힘껏 타를 돌리는 중간에 깡깡거리는 소리가 우치적함을 울렸다. 3번 어뢰가 기폭되었다는 뜻이었다. 반향이 사라지기에는 몇 초가 걸렸고, 그 사이에 우치적함은 선회를 완료했다. 타를 놓는 이상인 중령을 향해 양승규 대위와 최연석 소령이 동시에 소리쳤다.
"적 어뢰 세 발이 요격됐습니다. 나머지 한 발도 본함을 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 2번 어뢰, 자동유도 모드로 접근중입니다."
"6번 발사관, 발사!!!"
우치적함의 6번 발사관에서 SUT가 튀어나갔고, 320에서 다가오는 어뢰들을 향해 가속했다.
"휴..."
위협은 조금 줄어들었다. 최소한 싸움을 원점으로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6번 어뢰를 기폭시킬 때까지 90초가 남았다.
- 1, 2, 3번 어뢰 케이블 절단!!! 재장전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확히 100초가 지났다. 1초가 1시간 같은 상황이었다.
- 깡! 깡!
"백칠십에 있던 킬로급이 잡혔습니다!!! 이백이십공의 적은 042, 삼백이십공의 적은 039A 같습니다."
"다행이군."
039A나 042라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둘 다 공기불요체계를 탑재한 잠수함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SUT가 기폭되려면 90초는 더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50초쯤 뒤에 적상어를 쏘면 될 것이다.
"아주 낭비를 하는군."
우치적은 벌써 탑재하고 왔던 어뢰의 3분의 1을 써 버렸다. 지금 상황이 바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회전이니 어쩔 수는 없었다.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었다.
"어, 엇? 방위 백육십공, 거리 9천에서 돌발음입니다!!! 어뢰입니다. 네 발입니다!!! 어뢰는 방위 이백공공을 향합니다!!!"
"뭐야? 대체 뭘 노리는 거야?"
"앗!!! 방위 백칠십공, 거리 12,000에 잠수함입니다. 209급입니다!!!"
"뭐라고!!!"
"이런 젠장할!!!"
"김탁에서 뭔가 쐈습니다. 두 발입니다."
"그건 그렇고, 1, 2번 어뢰는?"
"1번 어뢰는 400미터까지 접근했습니다. 충돌예정시간 20초입니다. 2번 어뢰는 기만됐습니다."
"제길. 작전관!!! 4번 발사관 발사해!!! 부장!!! 어뢰 요격 준비하게!!!"
우치적함의 어뢰발사관 하나가 더 열렸고, 적상어 한 발이 더 튀어나갔다. 이미 중국 잠수함이 쏜 어뢰와 6번 어뢰는 천 미터 근처까지 접근했다. 기폭 때문에 유도케이블이 끊어지거나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209급에서 어뢰를 쏘았습니다. 네 발입니다!!!"
"제기랄!!! 자동 유도야!!!"
209급을 포함한 현용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은 함수나 함 측면에 있었고, 전방을 향해서만 발사할 수 있었다. 즉, 유선유도를 사용하려면 서로 마주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지금 209급이 어뢰 네 발을 쏘았지만 중국 잠수함이 걸려 줄 지는 미지수였다.
"이...이럴 수가!!! 방위 백팔십공, 거리 14,000에서 돌발음!!! 어뢰입니다. 네 발입니다!!!"
"세상에..."
저 209급 잠수함은 최후를 맞은 것이 분명했다.
"209급에서 어뢰 4발을 더 쐈습니다. 어뢰는 모두 SUT로 보입니다!!!"
"으으..."
이상인 중령이 끝내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흘러나왔다. 저 잠수함은 결과적으로 중국 잠수함이 우치적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폭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기력하게 죽을 수는 없다는 의지, 그 의지를 어뢰가 갖고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 깡!!!
"명중했습니다!!!"
1번 어뢰의 목표였던 093급 원잠은 격침됐다. 중어뢰 한 발이면 잠수함은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2번 어뢰가 기만된 것이 큰 문제였다. 저 042를 막을 길이 우치적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320 쪽의 039A를 먼저 공격해야 했다.
"6번 어뢰 기폭시킵니다!!!"
최연석 소령이 외쳤고, 우치적함 전방 1,800미터 지점에서 오렌지색 풍선 하나가 터져나갔다. 그 풍선은 접근하던 어뢰 두 발을 같이 집어삼켰다.
"4번 어뢰, 목표까지 5천 미터 남았습니다. 충돌예정시간 220초!!!"
이 뜻은 자명했다. 최소한 220초 동안은 039A나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상인 중령은 입술에서 쇠 맛이 느껴지자 물컵을 들었다.
모두들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깡! 깡! 깡! 깡!
"제...젠장..."
"뭐가?"
"209급이 격침됐습니다."
함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잠수함은 개전 이후 첫 번째로 격침당한 한국 잠수함이 되었다. 양승규 대위는 저 깡통 속에서 죽었을, 그리고 죽어가고 있을 33명의 승조원들에게 잠시 묵념했다.
"이런 씨팔 짱꼴라들!!!"
- 깡! 깡!
"백팔십공의 적 잠수함 또한 격침됐습니다!!! 백육십공의 적 잠수함이 급히 회피 중입니다!!! 송급으로 보입니다!!!"
"와아!!!"
최연석 소령이 환성을 질렀다. 그리고, 우치적을 향해 깡깡거리는 소리들이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백육십공의 송급이 격침됐습니다!!!"
"만세!!!"
"4번 어뢰, 3천까지 접근했습니다. 충돌예정시간 130초!!!"
"이제 위협은 거의 제거됐군."
자객들과의 접전 끝에 결국 자객들은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일행 한 명이 운 없이 칼에 맞았지만, 자객들의 의도는 완전한 실패였다. 남은 자객들 또한 곧 죽을 자리를 봐야 했다.
"놈이 기만체를 뿌리고 있습니다. 거리 천, 충돌예정시간 45초!!!"
이진원 소령은 잔혹한 눈빛을 컨솔에 뿌리고 있었다. 이제 몇 분 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던 상황은 거의 완전히 해소됐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순서가 바뀌었고, 이제 남은 것은 확인사살뿐이었다.
"김탁에서 추가로 어뢰를 쏘았습니다. 두 발입니다!!!"
"042 사살용이군."
우치적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었다. 지금 042가 측면을 치면 아주 짜증나게 되는데, 그럴 가능성은 김탁 덕분에 사전에 완전 차단이 가능했다. 아니, 처음부터 김탁이 아니었다면 우치적은 지금 살아 있기 어려웠다.
"명중 10초 전!!!"
이진원 소령이 스톱워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10초가 지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
"빗나갔나? 설마 그럴 리가 없는..."
- 깡!!!
"명중이야!!!"
이진원 소령 또한 지금의 난전 중에 물 속에서 음파가 전달되려면 몇 초가 걸린다는 것을 깜빡한 것이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이 위험했다는 것을 반증했다. 이진원이 가슴을 헐떡거리며 시계를 쳐다봤다. 17 : 57이었다. 겨우 400초 동안 싸웠는데, 몸 상태는 완전히 400시간쯤 싸운 것과 비슷했다.
"이걸로 끝인가..."
042를 향해 접근 중인 적상어 두 발을 지켜보며 이상인 중령은 마이크를 잡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체 차렷."
승조원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조금 후에 그의 목소리가 다시 함내를 울렸다.
"일동 묵념."
이상인 중령은 함명은 모르지만 어쨌든 같은 해군이었고, 잠수함대였고, 동료였음에 틀림없는 승조원들을 잠시 머리에 떠올렸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침몰 후 잠수함에서 떠오른 부이에서 발신한 정보에 따르면 격침된 잠수함은 209급 1번함 장보고였다.

10월 12일 18 : 00 경기도, 18기보사단 주둔지

712기보대대 병사들이 밥을 타고 있었다.
"와...반찬 좋네..."
"세상에...햐~"
병사들이 환성을 질렀다. 군대 와서 이렇게 좋은 밥, 좋은 반찬 먹는 것도 처음이었다.
"군대 짬밥이 이렇게 좋을 때도 있었냐?"
분대장 이경엽 하사가 웃었다. 툭하면 '하리수'라는 놀림을 듣느라 얼굴이 확 찌그러졌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그만큼 오늘 일은 통쾌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K2를 작살내다니, 이만한 쾌거가 또 있을 리 없었다.
"충무공의 당파전술이 이런 거지. 하하하!!!"
"네? 분대장님? 당파라니요? 당파전술은 박치기 아닙니까?"
"이런 바보..."
이경엽은 그 말을 듣고도 그냥 웃었다. 오늘은 정말 기분 째지는 날이었다.

당파라는 말은 충무공이 올린 장계에 나오는 말이다. 이걸 가지고 찌질이들은 '왜선도 배인데, 판옥선으로 들이받아 깨지겠는가? 고로 이순신의 전공은 다 뻥이다' 식의 완전 개 짖는 소리를 해댔고, 조금 양식 있는 사람들은 '들이받기만 해도 깨지다니 판옥선이 무적이고 왜선은 이래저래 형편없었다'라고들 해댔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 좀 해보자.
지금 본인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K2를 당파하다니'라고 썼다. 그런데, 전면장갑이 3세대 전차의 두 배 수준이고 측면장갑이 3세대 전차를 뛰어넘는 전차를 상대로 K21이 들이받는다? 미친 거 아닌가? 혹시 목숨 하나를 전당포에 맡겨 놓았는가? 그 반대라면 몰라도.
여기에 '당파'에 대한 답이 있다. 당파의 한자 표기는 撞破, 번역하면 '쳐부수다'이다. 충무공의 장계에 등장하는 왜선 격침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당파이고, 나머지 하나는 분멸이다. 둘 다 왜선이 격침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방법론적인 차이로 보자면 당파는 총통으로 쏘아서 끝나 버린 배, 분멸은 총통으로는 안 끝나서 화전을 쏴서 불질러 버린 배이다. 근거 있냐고 하는 찌질이들에게는 장계의 문구 하나를 보여주는 선에서 끝내겠다. '총통으로 왜선을 당파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에 수졸들이 총통을 적선에 던져 왜병 한 명을 압사시킨 것인가? 임진왜란이 애들 전쟁놀이인가?
확실히 포에 한 방 맞으면 왜선의 전투력은 확 떨어진다. 우선적으로 승선했던 병사 다수가 사망하게 되며, 선체의 구조 또한 반쯤 무너지고, 마지막으로 인원이 없으니 불화살을 추가로 쏘아도 불 끌 인원이 없다. 고로 아주 쉽게 먹이가 된다. 대장군전이나 차대전이라면 선체에 파공을 내서 그대로 물귀신 만들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가 분멸, 후자의 경우가 당파다.
당연히, 세키부네는 쇠못으로 만들고 판옥선은 나무못으로 만들고, 선체 크기 또한 크게 차이나니 강도 면에서는 확실히 차이난다. 판옥선이 정면으로 세키부네의 측면을 들이받을 수야 있다. 하지만 포격을 중시하던 충무공이 과연 충각전술을 썼을까?

기분 째져서 밥을 먹던 병사들이 일순간 놀랐다. 식당으로 여섯 명이 더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전체 차렷!"
"뭐야...허걱!!! 충성!!!"
"아니, 됐어. 계속 먹게."
여섯 명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 들어온 여섯 명의 정체는 이랬다. 사단장 신현주 소장, 부관 임진현 대위, 부사단장 김경래 준장, 사단 참모장 송태욱 준장, 2여단장 한범재 준장, 여단 참모장 노현수 대령.
신현주 소장이 양성민 대위의 옆으로 의자 하나를 끌고 왔다.
"사...사단장님!!!"
"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모를 일이었다. 사단장이 바로 옆에 앉아 있다니, 양성민이 죽을 때까지 절대로 겪지 못할 일이 아닌가?
"아, 아니..."
"됐어, 됐어."
사단장이 웃으면서 밥을 넘기고 있었다.
"확실히 유군 역할은 잘 했더군."
훈련 때 각 부대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상급부대에 전송되었고, 그걸 본 소감인 것 같았다.

유군. 조선시대 군사용어로, 현대 용어로 바꾸면 유격부대이다. 유격전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유군은 언제든지 버리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712기보대대 2중대는 K2를 기습해서 믿기지 않는 전과를 올렸지만 그들을 지원할 부대가 남아나지를 않아서 싸우다 죽는 판정을 받았다. 유군이 실컷 싸우는 사이에 중군이 퇴각해 버리는 개 뻘짓이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물론, 이걸 개 뻘짓이라 칭하는 것도 조금은 문제가 있다. 1개 연대를 구하기 위해서 1개 사단이 나설 수도 있지만, 1개 사단을 구하기 위해 1개 연대를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당연히, 그 버려지는 유군에게는 죽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원균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면 절대 안 된다는 뜻이다.
최소한 712기보대대 2중대는 사망 판정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양성민은 96전차여단 선두부대를 상대로 지연전을 펼칠 의사가 없었다. 기껏해야 1개 대대쯤 될 선두부대 소모시키는 데에 기보여단 하나가 싹 쓸려나가는 건 할 일이 아니었다. 전쟁터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이상한 법칙이 하나 있었다. 죽을 자리로 들어가야 산다는 법칙...
양성민은 그 원칙에 충실했고, 죽긴 했지만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확실히 전쟁터는 인간의 목숨이 도외시되는 곳이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 아니. 나도 기보 출신이다만,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어."
사단장 신현주 소장 또한 기보 출신이었고, 이런 훈련은 실컷 해 봤다. 그나마 요즘은 훈련 환경이 조금 나아진 편이었다. 러시아처럼 폭 수십 킬로미터짜리 훈련장은 없었지만 경제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자금 여유가 약간은 생겼고, 덕택에 기동훈련이 크게 늘었다. 이게 무슨 상관인고 하니, 한국에는 기껏해야 대대규모 훈련장밖에 없었다. 그 이상의 훈련을 하려면 남의 논밭 다 뭉개고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복구해줘야 한다. 과거에는 병들 유지비로 나가는 돈에 군비증강비까지 겹쳐서 이런 쪽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우리도 러시아처럼 훈련장 크면 좋겠는데..."
"그렇습니다..."
양성민 또한 민간인의 재산을 함부로 깔아뭉개며 하는 훈련이라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니, 전군이 다 그랬다. 예전에는 일부 기갑, 기보, 포병 쪽만 그랬지만 지금은 그런 구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국군은 러시아군 비슷하게 알보병 없는 군대가 되어 있었다. 돈은 많이 들지만, 그만큼 확실했다. '철혈기갑'이라는 말이 꽤나 잘 어울렸다.
"K21 갓 나왔을 때가 정말 좋았는데..."
"지금도 최강입니다."
"그렇지. 신품 K21 갓 탔을 때의 그 기쁨이..."
옛날로 돌아간 그녀의 기억이 2011년으로 옮겨갔다. 그녀가 지휘하던 대대는 사단 내에서 K21이 가장 먼저 배치된 기보대대가 되었고, 그 때 K21의 성능 테스트 차원에서 기동훈련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뇌 속에는 그 때 무참한 패배를 당해 본 기억이 저장되어 있었다.
"나도 참 어이없어서...그 때 K1A1 가지고 4천에서 명중탄 내던 인간들이 있었지. 덕분에 우리 대대는 완전히 개쪽이 났지. 대전차미사일 사거리 조금 밖에서 완전히 당했으니까. 그 때는 한국형 상면공격 미사일도 없었고, 오로지 토우2B였지."
한국형 상면공격 미사일이 개발된 건 201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사정거리가 5천 미터나 되고, 탠덤 탄두에 목표 전차의 상면을 후려치고, 관통력 700 이상을 자랑하는 미사일이었다. 맞으면 제아무리 레오파트2 A6EX가 아니라 할아버지라도 격파되는 미사일이었다. 현재의 레오파트2 A7이나 A8이라도 당연히 격파됐다. 한국형 상면공격 미사일이 그렇게 막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위에 언급했던 레오파트2 A6EX 때문이었다. 상면의 '기본장갑'이 균질압연강판 180밀리미터 이상인데다가 거기에 증가장갑까지 채용한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을 보고 한국군은 저런 전차를 주변국이 가지면 그날로 나라 조진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저렇게 믿기지 않는 관통력을 갖도록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 효과는 '현재의' K2를 상대로 확실히 드러났다.
"그러셨습니까?"
"그래. 자타가 인정하는 K1A1의 유효사거리는 대탄으로 3,500미터 정도인 건 자네도 알지? 날탄으로는 2천 정도고... 그런데 난 4,500에서 격파 판정을 받았지. 완전히 뻘짓한 거야. 토우는 사정거리가 안 되니 못 쓰고, 보포스로 맞출 게 뭐가 있겠나? 2세대면 모를까 3세대를 보포스로 격파하는 건 헛소리지."
보포스로 3세대 전차의 전면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대전차미사일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대개 전차 주포의 유효사거리는 대전차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짧다. 그런데, 그 때 이름 모를 포수는 4,500에서부터 차근차근 명중탄을 내서 기보대대를 패닉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상식을 깬 일이었다.
나중에 그녀가 안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 전차의 차장이 ROTC 갓 끝낸 새파란 소위였다는 것도, 그 전차의 포수가 무지막지한 명중률을 냈다는 것도...
"4,500에서 명중탄이라니... 그런 인간 하나쯤 부하로 두고 싶었는데... 자네가 내 꿈을 이뤄 주는군."
사단장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은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양성민 대위는 간단히 대답하고 다시 밥을 우겨 넣었다. 이제 밥은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사단장이 말했던 'K1A1으로 4,500에서 명중탄 내던 놈'과 오늘 당한 'K2로 4천에서 명중탄 낸, 최홍석 중사와 김원준 상병'이 정말 동일인물일까? 아닐 것이다. 설마... 사단장이 했던 이야기는 10년도 더 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최홍석이었나? 얼굴이 전혀 이십대가 아니던데...'
분명히 최홍석과 김원준의 얼굴은 크게 차이났다. 김원준은 확실한 이십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최홍석은 달랐다. 얼핏 보기에도 삼십대 중반의 얼굴이었고, '중사'라는 계급이 좀 이상했다. 부사관이 삼십대 중반이라면 거의 상사다. 그런데, 중사? 그리고, 경례가 좀 어설픈 감이 있었다.
'저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 본 것도 같은데...'

10월 12일 18 : 20 위도 서쪽 77km
한국 해군 잠수함 우치적

"아니, 이건 뭐냐? 로미오로 보이는 잠수함이 여섯 척? 아니, 로미오는 중국 해군 잠수함 전력에서 삭제된 지 오래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로미오입니다."
"옛날 뽀글이네나 쓰던 고물을 다 끌고 나오다니, 미쳤군."
"함장님."
"왜 그러나?"
"저 잠수함들이 특수부대를 실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아, 알겠네."
로미오 크기의 잠수함이라면 특수부대 십여 명을 수송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잠수함들이 왔다면, 너무나도 위험했다. 특수부대가 후방을 마음껏 휘젓고 다닌다면... 그리고 만약에 특수부대가 경부축선을 날려 버린다면... 그 뒤의 결과는 상상할 필요조차 없었다.
"제길. 지상에 연락해. 우리가 다 잡을 수가 없다."
"알겠습니다."
통신관이 급히 통신문을 작성하기 시작했고, 이상인 중령은 어뢰실에 명령했다.
"4, 6번 발사관에 SUT 재장전하라."
우선은 추적만 할 생각이었다. SUT로 중국 잠수함들을 치는 것이 현명한 일이었다. 적상어는 이미 다 썼고, DM2A4 같은 어뢰를 겨우 저까짓 놈들에게 쓰기는 너무 아까웠다.
'어뢰 해상적재라도 해야 하는 건가...'

10월 12일 18 : 30 강원도, 공수특전단 3여단 주둔지

"그냥 까고 말해 보는 게?"
"왜 그러십니까?"
"아니, 숨기지 말라고. 진실은 어딨는 거야? 설마 재 너머 사래 긴 밭에? 숨기는 것이 이득 안 되는 경우의 대표가 사랑이라니까. 어?"
"누가 그걸 모른답니까?"
"내가 어이없어서. 눈에 다 나와. 안타깝게도 너나 종철이나 눈에 철판 못 친다는 거지."
"특수부대 덜 됐군요. 아하하... 그나저나 부팀장님께서는 눈에 철판 몇 겹 깔아놓은 겁니까?"
"나? 너하고 다를 게 뭐가 있어? 철판은 무슨 철판이야. 실크 한 장도 못 깔았다."
"시베리아 너머로..."
한명규가 온라인 최강의 스킬, '먼산모드'를 가동했다. 먼산모드. 말 그대로 딴청 부리는 거다. 처음에는 '먼산'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먼바다, 우주 너머로 등의 각종 파생 버전이 쏟아져 나왔다. 시베리아 너머로... 소설까지 합쳐서 이런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3차대전. 겨울전쟁의 엄청난 압박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한국만 우주정복할 수 있다'냐는 말은 들었지만, 모스크바 폭격으로 러시아를 끝내 버리려니까 미국이 핵무기 공급을 끊어 버리는 개 같은 스토리는 4강 속에 낀 중진국의 설움을 단적으로 반영했다. 어쨌든, 이 쪽 주제는 먼산모드 가동됐으니 딴 쪽으로 돌려야 했다.
"그나저나, 괜찮냐?"
"총검이 있었어야 했습니다."
"뭐, 뭐라고?"
이신자는 정신 나갔냐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당연히, 웃자는 소리다. 이런 말에 지금 웃을 판은 전혀 아니었지만...
"결론은 쳐다볼 때 받아주는 게 훨씬 낫다는 거야. 분명히, 니가 나중에 누군가를 쳐다보면서 눈물 흘릴 날이 올 테고, 그 때는 대책 없어. 확실해. 야, 상의 좀 벗어 봐라."
"네."
퍼렇게 멍이 든 왼쪽 겨드랑이 부분이 어두웠지만 뭔가 부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사이로 산의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파스 좀 붙여야 할까?"
"괜찮습니다."
"뭐가 괜찮아? 종철이 이 자식은 붙여 줘야 되나 모르겠군."
"선임하사가 알아서 해 줬을 겁니다."
"뭐, 그랬겠지. 조만간 어디든 가야 할 텐데, 부상 있으면 큰일이지."
아무리 잊고 싶어도 그들은 대한민국 공수특전단이었다. 조만간 어디론가 가야 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비싼 돈 들여 가며, 자기가 쓰고 싶은 총 줘 가며, 특수부대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들인 돈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려면 왜 키우겠는가?
"그러면 내려가자고."
"네."
이신자는 핸드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허...50통이나...먼산이군. 확인해야겠네."

10월 12일 18 : 35 강원도, 공수특전단 3여단 주둔지

"악! 아파요!"
"이자식아 가만히나 있어."
선임하사 김인수 원사는 이종철 중사의 웃통을 벗기고 시퍼렇게 멍이 든 왼쪽 팔뚝에 약을 바르고 있었다. 뭐, 약이라고 해 봐야 벌써 100년째 사용 중인데도 잘만 듣는, 참 신기한 안티푸라민이었지만. 옆에서 박승권 상사는 파스 하나를 준비하고 있었다.
"상대를 좀 제대로 고를 것이지. 아니면 사회에서 구해 보든가. 백만은 넘는 결혼적령기의 여자가 대한민국에 널렸는데, 바보같은... 덕분에 내가 쫄따구 병수발이나 들게 됐다. 어?"
박승권 상사는 웃긴다는 표정으로 파스를 붙였다.
"아, 시려..."
"웃겨 죽겠네. 박 상사, 원래 파스 붙이면 저러지 않나? 한다는 놈의 짓이 저래서 이거 중국군 제대로 잡겠나?"
"네, 행보관님. 하하..."

행정보급관. 부대 내 최선임 부사관이 맡는 직책이다. 당연히, 중대 이상급에서만 해당된다. 정확히 말하면 공식적으로 선임하사라는 말은 없다. 하지만 가끔씩은 쓰이는 말이었다. 물론, 점점 사라져 가는 말이었다.
특전사는 일개 팀이 1개 중대다. 규모는 일개 분대, 11명인데 편제상으로는 1개 중대. 당연히, 이 팀은 일반적인 팀에서도 벗어난다. 이유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특수전용 잠수정에 실어 수송할 목적으로 만든 팀이었다. 한국 해군의 돌고래급이나 구 인민군 해군의 상어급(지금은 한국 해군이 같이 운용한다.) 잠수정에는 특수부대 8명을 수송할 수 있으니 이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11명 단위로 훈련하다가 8명 단위로 타고 가는 것보다는 8명 단위로 훈련해서 호흡을 맞추는 게 조금 더 나았다. 공수특전단 3여단에는 그런 팀이 몇 개 더 있었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었는데, 특전사 중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만 골라 모은 팀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전경험자 우대였다. 즉, 해외침투를 전제로 만들어진 팀들이었다.

"언제 어디서 싸울 지 모르는데 몸 상해서 되겠냐? 조심해라."
"감사합니다. 충성!"

10월 12일 18 : 45 북위 28도 40분, 동경 125도 해저
한국 해군 원잠 홍범도

"미사일 발사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함장 최진규 대령의 말에 부장 서석호 중령이 짧게 대답했다. 순항미사일을 비울 때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함장님, 아직 안 됩니다."
"무슨 소린가?"
"주변에 적 잠수함이 얼쩡거리는 것 같습니다."
"뭐야?"
음탐관 최명철 대위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금 미사일을 쐈다가는 당장에 물고기 밥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습니다. 방위 공이십공, 거리 5천, 함종은 093으로 보입니다."
"젠장."
하필이면 꼬리에 잠수함이 붙어 버렸다. 대체 이를 어찌한다?
"함장님."
"왜?"
작전관 이종아 소령이었다. 얼굴이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적 잠수함이 있다면 미사일 발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쏘는 순간 목숨이 달아난다.
"적 잠수함을 잡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충분히 거리를 띄워야 합니다. 둘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사일 발사 예정시간이 언제입니까?"
"한국 표준시 19시 30분, 줄루 타임 10시 반이다."
"세상에..."
40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적 잠수함을 유인해서 끝장을 봐야 했는데, 그리고 빨리 미사일을 쏴야 하는데, 그 어느 쪽도 할 수 없었다.
"영 답답하게 됐습니다, 함장님."
"그래, 작전관. 그러면 어떻게 해결할까?"
"으음..."
이종아 소령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놈은 대단히 위험한 상대였다. 093이라면 만만한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저놈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자체가 상당히 위험했다.
"5번 발사관을 발사하겠습니다."
"허가한다."
"5번 발사관, 발사."
이종아 소령이 조용히 말하며 5번 발사관의 플랩 도어와 머즐 도어를 열었다. 21인치의 직경을 가진 구멍이 생겨나면서 안쪽에 무언가가 그 자태를 드러냈고, 이중반전 프로펠러를 돌려 가며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거대한 물의 장막이 조금씩 갈라졌고, 흑상어는 이윽고 10노트의 속력으로 방위 200을 향했다. 중국 잠수함이 탐지된 방향의 정확히 반대쪽이었다.

"저놈이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최진규 대령은 깜짝 놀랐다. 저놈의 배짱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종아 소령은 무언가 엇나간다고 생각했다. 어뢰는 이미 5km 가까이를 항주했다. 그런데도 저놈은 가만히 있었다. 이런 판이라면 최선의 방법은 그냥 미사일을 쏴 버리는 것이었다. 미사일을 쏘면 적 잠수함은 100% 어뢰를 쏠 것이고, 그 때 잡아야 했다. 당연히, '또라이 중에서도 상 또라이 짓'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사일을 쏠 수도, 안 쏠 수도 없었다.
"제길. 함수각만 좀 좋았어도 그냥 맞짱을 까는데..."
부장 서석호 중령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어딘가를 내리치고 싶었지만 소음이 생길 우려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정말 주먹이 우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저놈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대책이 없습니다, 함장님. 정확히 7시 반에 미사일을 쏴야 합니다. 그리고, 저 잠수함을 잡아야 합니다."
"너무 위험하잖나?"
"이대로 노려보다가는 전쟁 끝납니다.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미사일 발사는 분명히 중국 잠수함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저놈이 대응하기 위해 어뢰를 쏘면 끝내는 겁니다. 한 큐에 작살낼 수 있습니다."
"정말인가? 함수각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자동유도 모드로 발사하면 됩니다."
"뭐라고? 어뢰 낭비를 하겠다는 겐가?"
"..."
이종아 소령의 의견은 여기에서 끊겼다.
"황당한 상황이군 그래. 스퀄이라도 있으면 좋겠군. 650밀리 발사관이 있다면 스탤리언이라도..."
스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당연히, 핵무기가 있다면 거리를 띄운 다음에 방법하겠다는 뜻이었다. 안타깝게도 한국 해군에게는 핵무기가 없었다. Mk101 핵폭뢰 몇 개만 있어도...
"대신에 아군도 똑같이 당합니다. 핵전보다는 비핵전이 낫습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생각 좀 더 해보게. 아, 미사일 목표는 어디라고 하나?"
"상하이잔, 진 마오 타워, 항저우, 난징, 쑤저우, 전장(鎭江)입니다."
"목표가 왜 이런 곳들뿐이야? 전부 임시정부 있던 곳들뿐이군."
우연히도 그건 맞는 말이었다. 임시정부는 상하이, 항저우, 전장, 난징, 창사, 광저우를 거쳐 충칭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었다. 최진규는 잠시 묘한 회의에 빠졌다. 하지만 이미 중국은 대한민국의 주적이었다.
"작전관, 목표를 입력시키게."
"알겠습니다."
한국 해군 원잠 3번함 홍범도의 전투정보실은 다시 침묵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10월 12일 19 : 10 위도 서쪽 78km
한국 해군 잠수함 우치적

"대잠헬기입니다. 동쪽에서 접근중입니다."
"그래? 어뢰 발사하라."
"4, 5, 6번 발사관, 발사!!!"
우치적함의 어뢰발사관 3개가 열렸고, 3천 미터 떨어진 로미오급 잠수함들을 향해서 SUT가 발사되었다.
"놈들이 흩어지고 있습니다."
로미오급 잠수함들이 그제서야 놀라서 회피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선유도 중인 SUT를 피할 수 있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어뢰가 향하지 않는 다른 로미오급을 향해서는 대잠헬기들이 폭뢰를 날려부었다.
- 깡! 깡! 깡! 깡!
"시끄럽군."
"로미오급 3척 격침됐습니다."
"우리 어뢰는?"
"명중까지 20초 남았습니다."
20초. 중국이 무슨 생각으로 로미오급을 투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어뢰 한 발 쏘지 않는 이유 또한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곳에 왔던 로미오급 6척은 이렇게 목이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 깡! 깡! 깡!
"3발 모두 명중했습니다. 격침입니다."
"정말 어뢰 부족하군..."
로미오급 잠수함들이 어뢰를 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했다. 무유도 어뢰라도 한 번쯤 날려 볼 만 하지 않겠는가?
'정말 특수부대를 실은 놈들이었나...'

이날 우치적의 행동은 나중에 한국전 때 백두산함이 해낸 일만큼 극찬받았다. 이 잠수함들은 진짜로 특수부대 수송용이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국군 특수요원 90여 명이 이렇게 뭍에 발도 못 내려 보고 날아갔다. 중국 해군은 공격잠수함들이 매복해서 한국 해군 잠수함들을 잡은 다음에 특수부대를 내리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당연히, 이 계획은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잠수함전에서 우치적이 극악의 상황을 어뢰 요격이라는 방법을 통해 순식간에 반전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결정타를 피하면 역으로 결정타를 날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법이다.

10월 12일 19 : 20 북위 28도 40분, 동경 125도 해저
한국 해군 원잠 홍범도

'좋다. 바다사나이라면 목숨 한 번쯤은 걸어 봐야 한다.'
최진규 대령은 결단을 내렸다. 미사일의 좌표는 이미 모두 입력되어 있었고, 이제 쏘면 그만이었다.
"어뢰실! 4번 발사관을 DM2A4로 교체하게."
- 알겠습니다.
어뢰장 박현식 준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차갑게 들려왔다. 최진규는 미사일을 쏜 다음에 즉각 함수각 영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함수각 영(0)도. 서로 완전히 마주본다는 뜻이었다. 이 상태에서는 도망칠 길이 없었다. 살 길은 오직 하나, 앞을 가로막은 적을 참살하는 것뿐이었다.
'창 들고 돌격이군.'
서로 마주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쏴야 했다. 중국 잠수함이 먼저 어뢰를 쏠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면 충분히 중국 잠수함을 상대할 수 있었다.
- 어뢰실입니다. 어뢰 교체 완료됐습니다.
최진규 대령의 생각을 스피커가 깼다. 그는 시계를 본 다음 마이크를 잡았다. 시계는 19 : 27을 가리키고 있었다.
"상대는 조용하다. 목숨을 걸어 볼 상대라는 뜻이다. 자, 시작하자.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요란한 폭음과 함께 홍범도함의 수직발사기 12개가 전부 열렸고, 안에 탑재되어 있던 한국형 순항미사일 12기 전부가 시뻘건 불꽃을 휘감으며 하늘로 튀어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뻘겋게 달아오른 몸체 뒤로 압축된 공기가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20미터 상공에서 순항미사일의 캐니스터가 두 쪽이 났다. 이제 완전한 미사일이 된 이들은 터보팬 엔진을 가동하며 빠르게 목표를 찾아나섰다. 상하이잔, 난징잔, 항저우잔, 쑤저우잔, 전장잔을 향해 각 2기가 배당되었고, 진 마오 타워를 향해서 1기가, 마지막 1기는 쑤저우 공업원을 향했다.

"우현 전타!"
"우현 전타!"
최진규 대령의 명령을 항해당직인 서석호 중령이 복창하며 타를 오른쪽으로 최대한 꺾었다. 홍범도함이 기우뚱하더니 오른쪽으로 선회를 시작했다.
"아직 공격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선회 빨리 하게."
지금 상황을 타개할 가장 중요한 건 선회를 빨리 끝내는 것이었다. 그래야 어딘가에 있을 잠수함을 상대할 수 있었다.
"선회 완료했습니다."
서석호 중령이 보고했고, 그 순간 음탐관 최명철 대위의 외침이 전정실을 울렸다.
"방위 공이십오, 거리 5,500에서 어뢰발사음입니다!!! 두 개입니다!!!"
"휴. 1, 2번 발사관 발사."
"1, 2번 발사관, 발사!!!"
홍범도함에서도 어뢰 두 발이 빠져나왔고, 65노트까지 가속한 적상어 어뢰 두 발은 중국 잠수함을 향했다.

10월 12일 19 : 30 동중국해 해저

쇳덩이 두 개가 서로 자그마한 쇳덩이를 날려 가며 싸우는 모습은 포세이돈의 웃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국 해군 원잠 홍범도와 중국 해군 093급 잠정은 거의 동시에 어뢰를 쏘았고, 서로가 쏜 어뢰는 점점 더 다가가고 있었다. 목표는 피차 똑같았다. 격침.
양측이 쓰는 어뢰는 제식명과 길이, 속도, 탄두중량 등이 모두 달랐지만 두 가지만은 일치했다. 첫째는 둘 다 열기관어뢰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21인치 구경의 어뢰라는 것이었다. 어뢰들이 내는 소리를 함수소나에서 잡아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고, 양쪽 모두 어뢰의 갈 길을 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딱히 조정할 게 없었다.
다른 건 안 보인다는 듯 일직선으로 움직이던 어뢰 네 발이 포세이돈의 비웃음을 한껏 받고 있을 때, 의아한 일이 발생했다. 남쪽에서 발사된 어뢰 두 발이 서로 갈라지고 있었다. 한 발은 계속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고, 나머지 한 발은... 북동쪽으로 빠지고 있었다!!!
포세이돈의 의아한 얼굴이 동중국해를 비추는 순간 계속 내달리던 어뢰 한 발이 갑자기 화광과 함께 분해됐다. 가히 엄청난 화광이었다. 그 화광은 남쪽으로 내달리려던 어뢰 두 발을 같이 집어삼켰다. 그제서야 북동쪽으로 빠지던 어뢰 한 발이 다시 북쪽으로 코스를 잡기 시작했다.

10월 12일 19 : 31 북위 28도 40분, 동경 125도 해저

"어뢰 요격 성공했습니다!!!"
이종아 소령이 외쳤다. 중국 잠수함은 홍범도를 공격할 무기를 잃었고, 이제 도망치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사전에 홍범도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를 잡아내지 못한 대가였다. 바둑과 흡사한 일이었다. 바둑에서 상대가 어떤 수를 둘 것인지 미리 잡아내지 못하면 그때까지 잘 나갔던 거 싹 말아먹고 그대로 진다. 수십 집 이기고 있던 바둑을 막판에 역전당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지금도 얼핏 비슷했다. 만약에 중국 잠수함이 홍범도가 어뢰를 요격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뢰를 회피기동시킬 수도 있었고, 최소한 늦게라도 어뢰 한두 발을 더 쏘았다면 지금처럼 난감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 중국 잠수함은 그럴 기회를 놓쳤다.
"2번 어뢰, 목표와의 거리 2,400 남았습니다. 충돌예정시간 62초 남았습니다!!!"
어뢰를 약간 빠지게 한 선택은 확실히 주효했다. 적 어뢰 두 발을 말아먹으면서 동시에 어뢰를 남겨서 적이 피할 기회를 주지 않는, 지금 싸움에서 최대의 노림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어뢰가 요격되자 부랴부랴 회피기동을 시도 중인 중국 잠수함은 100% 홍범도의 먹이였다.
"1번 발사관, 재장전하라."
- 알겠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저 잠수함이 아니었다. 미사일은 이미 쏘았고, 더 중요한 건 살아남아서 중국 해군 함대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이미 항모 1척과 방공함 다수를 잃어서 20여 척으로 줄어든 함대였지만 그래도 동아시아 전체에서 이보다 더 강한 함대를 찾으라면 몇 개 되지 않는 함대가 홍범도의 상대였다.
"놈이 좌현 전타하고 있습니다."
"뭐야? 저런 개념없는 것들이?"
음탐관 최명철 대위의 보고에 부장 서석호 중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라면 백이면 백 우현으로 도주해야 한다. 아까 어뢰의 파편 일부가 남아 있을 것이고, 운이 좋다면 케이블이 걸릴 수도 있었다. 살려면 그 가냘픈 희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그래도 힘든 적 잠수함이 불쌍했지만 이미 저놈은 그럴 기회조차도 잃었다. 포위망에 꽁꽁 묶인 대마 꼴이었다.
어쩌면 저 잠수함의 함장이 이성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아니, 거의 그렇다고 봐야 했다. 안 그러면 저 잠수함의 함장이 완전 찌질이라는 뜻이 될 테니까. 이래저래 부하들만 불쌍할 일이다.
"2번 어뢰, 천까지 접근했습니다. 충돌예정시간 47초."
이종아 소령은 이제 흥분이나 희열 같은 것도 없었다. 단순한 오락 게임이었다. 대단히 비싼 게임기와 실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게임. 흡사 서브커맨드를 보는 듯했다.
"저놈이 기만체를 발사했습니다."
최명철 대위가 긴장을 풀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 훨씬 풀린 목소리로 보고했다. 이제는 홍범도가 확실히 유리했다.
"충돌예정시간 20초 남았습니다."
이종아 소령의 목소리가 전정실에 낮게 깔렸다.
"5, 4, 3, 2, 1, 명중!"
이종아 소령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컨솔에 밝은 휘점 하나가 나타났다. 최진규 대령이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7초라는 시간이 흘렀다.
- 깡!!!
"확실히 명중했습니다."
"잘했네."

홍범도를 막아 보려고 하던 중국 해군 093급 잠정이 격침된 것과 관계 없이 홍범도함이 쏜 순항미사일들은 북서쪽을 향해서 잘도 날았다. 중국군은 간간이 순항미사일을 탐지했지만 바다에서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사일을 막아설 게 없으니 육지로 진입하는 것은 당연지사였고, 순항미사일들은 웨이포인트로 설정된 톈타이산(天臺山)을 넘었다. 해발 1,138미터인 이 산을 넘어서 45도 각도로 떨어지자 오른쪽에는 닝보가, 왼쪽 앞에는 항저우가 나왔다. 여기서 미사일 집단은 둘로 갈라졌다. 두 발은 항저우로, 나머지는 방향을 북쪽으로 수정한 채로 계속 날아갔다.
항저우. 남송의 수도였고, 지금도 대도시였다. 하지만 순항미사일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순항미사일 두 발에 입력된 좌표는 항저우잔(杭州站)이었다. 철로 위로 수없이 많은 자탄들이 떨어졌고, 항저우는 순식간에 기차가 통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항저우잔이 딱히 슬퍼할 건 없었다. 단지, 다른 곳들보다 조금 빨리 결과를 보았을 뿐. 거의 같은 시간에 남아 있던 10기의 미사일 집단이 둘로 갈라졌다. 하나는 계속 북쪽으로 가는 집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북동으로 방향으로 바꾼 집단이었다.
다음 목표는 쑤저우였다. 쑤저우를 목표로 삼은 미사일은 3기였다. 2기는 쑤저우잔으로, 1기는 쑤저우 공업원을 타겟으로 삼았다. 여기서는 상당히 세게 저항해서 쑤저우잔(蘇州站)에 대한 공격은 실패했다. 한 발은 중거리미사일에, 다른 한 발은 자주대공포에 격추됐다. 하지만 관성 때문에 계속 날아가던 미사일은 어이없게도 철로가 아닌 역사에 명중했다. 탄두는 없었지만 미사일은 그래도 미사일이었다. 쑤저우잔 역사는 흉측한 꼴이 났다. 그리고, 쑤저우 공업원을 향한 미사일은 공격에 성공했다.
쑤저우 구 시가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쑤저우 공업원은 상하이를 훨씬 능가하는, 저장성 전체에서 한 손에 꼽을 만한 초대형 하이테크 생산단지였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95년에 쑤저우 공업원에 합자기업을 세웠었다. 그 뒤로 많은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진출했었다.
하지만 한국 해군 원잠 홍범도가 쏜 미사일 한 발이 그 잘 나가던 쑤저우 공업원을 박살냈다. 공장들의 머리 위로 클러스터탄이 수도 없이 떨어졌고, 여기저기에서 검은 송이구름이 피어올랐다. 이 한 발의 미사일은 치명적이었다.한국 잠수함이 이틀 전에 전하이를 공격해서 엄청난 석유를 불질러 버리고 홍콩과 선전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는 공포에 떨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더 수위를 올려서 대놓고 공업단지를 폭격했다. 그리고, 한국 잠수함이 노렸던 곳 중 중국군이 제대로 방어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조금 뒤에 상하이로 향했던 미사일들 또한 목표를 찾았다. 상하이는 이틀 전에 이미 저유소가 날아간 곳이었다. 미사일 중 2기는 상하이잔으로, 1기는 진 마오(金茂) 타워를 향했다. 여기는 막아서는 게 없었다. 상하이잔, 중국에 처음으로 놓였던 TGV가 베이징-상하이 간 노선이었다. 그 상징물이었던 상하이잔을 향해 클러스터탄이 수없이 떨어졌고, 상하이는 순식간에 철도망이 마비되었다. 그리고, 진 마오 타워를 향한 미사일 또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상하이 중앙직할시 푸둥 지구에 있으며, 1993년에 설계에 들어가 1998년 8월 8일에 완공됐고, 층수 88층, 높이와 너비의 비 8 : 1, 전단벽 코어(core) 8면체, 외곽 복합기둥 8개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8과 관련된, 복을 온 몸에 휘감고 있던 이 빌딩의 60층을 뚫고 들어간 순항미사일은 복합기둥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렸고, 순식간에 건물은 균형을 잃었다. 사람들이 놀라서 도망치려 했지만 더 큰 불행이 덮쳤다. 건물의 50층 근처부터가 수숫대 부러지듯 뚝 부러졌고, 수백 미터 아래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하필이면 구조물은 도주하던 사람들이 뛰쳐나오던 문 앞으로 떨어져서 수백 명을 깔아뭉갰다. 50층보다 더 위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은 이와는 별개로 모조리 피떡이 되었음은 자명했다.
이제 미사일은 네 발이 남았다. 쑤저우에서 이 미사일들은 다시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어서 곧장 우시 방향으로 날았다. 물론 이들의 목표 중에 우시는 없었다. 미사일의 목표는 우시보다 더 북서쪽에 있는 전장과 난징이었다. 뒤에서 생겨난 엄청난 상황을 뒤로 한 채 이들은 잘만 가나 싶었다. 하지만 중국군이라고 언제나 당나라군대는 아니었다.
우시 근처에서 시뻘건 빛줄기가 하나 만들어지더니 전장을 향하던 미사일 하나를 추락시켰다. 하지만 필요 없는 짓이었다. 공중에서 완전 격파된 것이 아니라 추락한 것이라서 순항미사일은 대공포대의 2km쯤 후방에 떨어졌다. 운 없게도 그곳에는 또다른 대공포대가 있었고, 그들은 아군 때문에 날벼락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일부 자탄들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희생자가 접근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클러스터탄으로 지뢰밭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이없게도 신관의 부정확성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MLRS 자탄의 경우 로켓이 쪼개질 때 땅으로 내려와 제대로 터질 확률은 아무리 올리고 올려도 95%. 나머지 5%는 제때 안 터지는 것이다. 물론, 언제 터질 지 모른다. 한마디로 시한신관도 없는, 가장 악랄한 지뢰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순항미사일 한 발이 지뢰살포기로 변모한 뒤에도 나머지 세 발은 잘만 날았다. 전장잔(鎭江站)을 향해 날아간 순항미사일은 클러스터탄을 철로 곳곳에 뿌렸고, 절반 이상의 철로가 사용 불능이 되었다. 순항미사일이 하나 더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못했다.
마지막 목표는 난징이었다. 난징잔을 향해 날아간 순항미사일 중 하나는 자탄살포식 탄두를, 나머지 하나는 고폭탄두를 가지고 있었다. 특성별로 임무가 분리된 미사일들은 하나가 철로를, 다른 하나가 차량기지를 타격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난징에서는 이를 막지 못했다. 난징잔의 철로와 승강장을 구분하지 않고 자탄이 쏟아졌고, 일부 민간인들이 공포에 떠는 사이에 마지막 미사일은 차량기지를 강타했다. 엄청난 불빛이 난징잔을 환하게 밝혔다. 양쯔강 하류의 철로가 완전 마비되었다는, 축하의 신호였다.
이번 폭격으로 인해 중국의 위신은 완벽하게 쓸려나갔다. 방공부대가 어떻게 일부 미사일을 요격됐지만 전략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완전한 실패였다. 주로 철로에 의존해서 이동하는 중국군의 특성상 광저우군구와 난징군구 병력을 이동시킬 수단이 거의 사라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한국 잠수함 단 두 척이 중국의 전쟁수행능력을 엄청나게 깎아먹었다. 이걸로 중국은 베이징, 선양, 지난 3개 군구만이 대 한국 전력이 될 수 있었다.
쑤저우 공업원에 미사일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은 입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CNN과 BBC에 위성사진이 나가면서 완전히 사실로 굳어졌다. 6시간도 되지 않아서 빠져나간 액수는 유로화로 환산해서 2천억 유로에 달했다. 이곳에는 한국 기업도 상당히 많았지만 이틀 전에 갑자기 전쟁이 터지면서 중국 내 한국 자산과 한국 내 중국 자산은 전부 동결, 몰수되었으니 폭격한다고 영향이 있을 리 없었다.
중국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외신들의 내용을 부인할 수도, 그렇다고 시인할 수도 없었다. 시인하면 양쯔강 하류가 작살났다는 걸 완전 인정하는 것이고, 부인한다고 해도 위성사진 뜬 판에 부인할 대책이 없었다. 결국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때 괜히 입을 열었다가는 빼도박도 못하게 된다. 심리전이라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면이 있었다.

10월 12일 21 : 20 태안반도 서쪽 200km

전투기들이 모이고 있었다. 공세제공전 이후 하루 반 동안 그 어떠한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던 두 나라의 공군이었지만, 이제는 예외였다. 이들은 이제 하늘을 수놓을 때가 되었다.
"팍스 쓰리!!! 팍스 쓰리, 어게인!!!"
- 팍스 쓰리!!! 팍스 쓰리!!!
- 팍스 쓰리, 팍스 쓰리!
- 팍쓰 쓰리! 팍스 쓰리!
KF16 네 대가 접근하는 J11을 향해서 암람 공대공미사일을 먹였다. 거의 동시에 J11들 또한 애더와 PL12를 날렸다.
"스플릿!!!"
접근하는 J11은 총 8대였다. 공12사 마크가 떡하니 박힌 J11들이었지만 밤에 그런 마크가 보일 리는 없었다. 단지, 적성국 항공기라는 것만이 명확했다.
전투기들은 서로 피하기 위해 노력했고, 급히 기동하는 전투기들의 요란한 소리가 하늘에 울렸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불꽃이 피었다.

"흡...호...후..."
KF16 조종사 강대휘 대위는 전율했다. 편대장기와 2번기가 순식간에 애더와 PL12를 얻어맞고 공중분해됐다. 탈출하는 데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J11 다섯 대가 격추되었다는 사실을 강대휘가 신경쓸 상황은 도저히 아니었다. 지금도 애더 한 발이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 도주를 하든, 아니면 적기를 잡든 우선 할 일은 저 애더를 피하는 것이었다.
강대휘는 스틱을 오른쪽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KF16이 순간적으로 오른쪽을 향했고, 강대휘의 KF16을 쫓아오던 애더는 강대휘의 KF16이 1초 전에 있던 곳을 스쳐서 2초쯤 쭉 날아갔다. 그리고, 자폭했다. 애더가 뜻밖의 상황을 알아챈 것이 너무 늦은 것이었다.
강대휘가 정신을 차려 보니 J11 세 대가 접근 중이었다. 편대에서 가장 선임인 조종사는 이제 강대휘였다.
"여기는 불새 3, 빅버드 나와라!!!"
- 여기는 빅버드, 응답하라.
"우리는 퇴각하겠다. 허가하라!"
- 불새의 퇴각을 허가할 수 없다. 버텨라!!!
"뭐야? 말도 안 된다!!! 현재 고전 중이다. 즉각 다른 편대를 보내라!!!"
- 알겠다. 현재 불새에서 방위 삼백도, 300km 밖에서 다른 적기가 접근 중이다. 기종은 J10과 J11, 숫자는 총 12대다. 조심해라!!! 이젝터 편대를 그 쪽으로 돌리겠다.
"씨발! 알겠다."
강대휘는 접근하는 J11을 향해 KF16을 몰았다. 어떻게 해 볼 수는 있을 것도 같았다. 300km라면 시간은 15분 정도가 있었다. 그 사이에 어떻게든 빠져야만 했다.
"제길. 빨리 이젝턴지 뭔지 오라고!!!"

"팍스 투!!!"
강대휘는 큰 소리로 외치며 AIM9X 한 발을 쏘았다. 슈퍼 사이드와인더는 J11을 향해서 빨려들어갔고, 배기구에 콱 틀어박혔다. 곧 J11은 밤하늘에 크나큰 불꽃을 남기며 인상적인 모습으로 사라졌다.
"불새 3, 스플래시 투!!!"
그가 쏜 암람이 적기 1대를 잡았으니 스플래시 투였다. 그 순간 4번기 또한 다른 J11을 잡았다.
- 팍스 투! 팍스 투! 스플래시...
"뭐야? 불새 4!!! 응답하라!!! 불새 4!!! 응답하라!!!"
강대휘가 본 장면은 후방동체가 산산조각난 4번기가 추락하는 장면이었다. 낙하산은 없었다. 편대원 전부가 오늘 제삿상을 받았다.
"이런 개새끼들을!!! 팍스 투!!!"
강대휘는 격분해서 사이드와인더를 날렸다. 4번기를 잡은 적기를 향해서. 하지만 적이 에이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AIM9X는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아처 두 발이 접근 중이었다.
"이 시바라마들..."
강대휘는 모는 입장에서 몰리는 입장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버티기 신공을 끌고 나왔다. 아처를 상대로 스틱과 러더를 불규칙하게 움직여서 랜덤 패턴으로 전투기를 움직이는 것이 그 기본이었다. 동시에 플레어를 무제한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아처 한 발이 플레어에 속아넘어갔다. 하지만 좀 더 똘똘한 아처는 플레어를 무시하고 접근중이었다. 그 순간 한국 전투기들만의 신공, 갈륨-비소 대적외선센서가 빛을 발했다.
전투기의 꽁무니에서 빛이 번쩍였고, 아처가 갈지자로 움직였다. 센서가 날아간 미사일은 제대로 전투기를 쫓을 수 없었다. 피한 것이었다.
"휴...저 썅놈 어딨어..."
강대휘가 상대하던 적기를 찾아나섰다. 5시 방향, 거리는 3km였다.
"너 오늘 죽어봐라!!!"
강대휘는 적기의 꼬리를 향했고, 적기 또한 피해 나갔다. 둘은 서로 하늘을 꽈배기 모양으로 뒤틀면서 실컷 연료를 하늘에 뿌렸다. 시저스 기동이었다. 추력이 좋은 J11이 조금씩 우세를 잡는 것도 같았지만 KF16은 만만하지 않았다.
"헉...이 씨바...후...노...호...아...제...후아..."
강대휘는 욕을 퍼부으면서 J11을 쫓았다. 그리고, 드디어, 단 3초 동안이었지만, 꼬리를 잡았다!!!
"팍스 투!!! 팍스 투!!!"
강대휘는 사이드와인더 두 발을 떨어냈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갔다. KF16의 파일런에서 사이드와인더 두 발이 밝은 화광을 꼬리에 끌고 분리되었고, 하늘을 조용히 유영했고, 무언가의 20미터 옆에서 쫙 터지면서 수없이 많은 생채기를 만들고, 갑자기 그 물체가 불길이 되어 떨어지다가 유성처럼 사라지는 장면...
"휴... 불새 3다. 빅버드 나와라!!!"
- 여기는 빅버드. 불새 3, 귀환하라. 적기가 100km 밖에 있다!!!
"알겠다!!!"
강대휘가 즉각 기수를 돌렸다. 저놈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시계를 보니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10월 12일 23 : 32 태안반도 서쪽 200km

신동민 중령은 E737에서 급히 가라고 해서 이곳으로 왔다. HUD에는 KF16 한 대가 동쪽으로, 정확히 말해서 서산 방향으로 황급히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그 뒤로 중국기 십여 대가 접근하고 있었다.
- 여기는 불새 3. 건투를 빈다, 이젝터.
"여기는 이젝터 1, 알겠다. 기지에서 보자."
신동민은 다가오는 중국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 대는 J11, 여덟 대는 J10이었다. 거리는 120km 정도였다.
"다가오는 대로 친다. 3, 4번기는 그대로 가라. 2번기는 5천 피트 상공에서 친다."
- 라저.
신동민은 애프터버너를 넣어서 전투기를 조금 상승시켰다. 2번기가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전투기 숫자는 분명히 이젝터 쪽이 절대 불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해 볼 만한 상황이었다. 지금 이젝터 편대는 역전의 조종사들이었다. 특히나 정동진 소령은 2년 전의 끔찍했던 쓰시마 상공에서의 대접전에서도 살아남은 특급 에이스였다. 나머지 조종사들 또한 어제의 공세제공작전에서 살아남은 에이스들이었다. 저들 또한 어제의 공세제공작전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일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어제 악전고투한 쪽은 한국 공군이었다. 한국 공군은 절반밖에 안 되는 전투기를 가지고도 공세제공작전을 거의 비등하게 수행했다. 아니, 더 잘 싸웠다. 그것은 그만큼 한국 공군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기량이 우수하다는 뜻이었다.
"음...이제 얼마 안 남았군..."
양측의 거리는 이제 70km 정도였다. 곧 암람을 날릴 거리였다.
"전기는 J11을 우선 조준하라!!!"
- 라저!!!
- 라저!!!
- 라저!!!
"전기 암람 발사!!! 팍스 쓰리, 팍스 쓰리!!!"

- 팍스 쓰리!!! 팍스 쓰리!!!
- 팍스 쓰리, 팍스 쓰리!
"팍스 쓰리! 팍스 쓰리, 어게인!"
2번기 조종사 정동진 소령은 암람 두 발을 파일런에서 떨어냈다. 총 여덟 발의 암람이 푸른 로켓모터를 돌리며 중국기들을 향해 마하 4로 날아갔다.
"적기가 미사일을 안 쏘네?"
원래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애더가 무더기로 쏟아져야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애더가 안 날아오고 있었다!!!
- 이게 무슨 일이지?
3번기 조종사 김준현 소령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이 기회다. 붙어라!!!
"라저!!!"
- 아! 라저!!!
- 라저!!!
정동진 소령은 신동민 중령의 기민한 판단에 놀랐다. 그나 신동민이나 똑같이 쓰시마 상공에서 싸웠던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확실히 신동민이 한 수 위였다.
"지금이 기회는 기회지..."
정동진은 HUD를 확인했다. 그가 조준했던 적기 중 J11은 피했고, J10은 떨어졌다. 레이더에는 총 4대의 중국기가 사라져 있었다. 격추된 건 J11이 두 대, J10이 두 대였다. 남은 적기는 8대. 어째서 애더가 안 날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들에게는 애더가 없었다. 대신에, 중국기들은 빠른 속도로 접근 중이었다.
"역시 난전이야..."

"팍스 투! 팍스 투!"
- 팍스 투!!!
- 팍스 투!!! 팍스 투!!!
편대원들이 사이드와인더를 날리고 있었다. 3번기 조종사 김준현 소령 또한 J11 하나를 향해서 사이드와인더를 날렸다.
- 스플래시 투!!!
- 스플래시 투!
"이젝터 3, 스플래시 투!!!"
이젝터는 적기를 제대로 농락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전투기 네 대가 더 떨어졌다. 모두 중국 전투기들이었다.
김준현은 피가 끓었다. 이제 난전이었다. 김준현은 J10 한 대를 향해 기수를 돌렸다. 꼬리를 잡아서 후려칠 생각이었다.
- 3번기!!! 조심해!!! 5시 방향에 미사일!!! 둘이다!!!
"힉!"
김준현이 뒤에서 다가오는 아처 두 발을 눈으로 확인했다. 동시에 추락해 가는, KF16과 비슷하게 생긴 비행물체 하나를 보았다. 아군기가 잡힌 건 같지 않았고, J10 같았다. 그걸 확인해 주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울렸다.
- 이젝터 1, 스플래시 쓰리!
"썅!!!"
김준현은 애프터버너를 켜고 급강하를 시작했다. 동시에 플레어를 하늘에 수없이 뿌렸다. 적기는 확실히 여기에 김준현이 있음을 알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1초라도 늦게 죽으려면 이것밖에 없었다. 아처 또한 운동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KF16을 쫓아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둘 중 하나만이 쫓아오고 있었다. 하나는 플레어 속에서 터져나갔다.
"업!"
김준현은 스틱을 힘껏 잡아당겼다. 동시에 애프터버너를 껐다. 아처의 타성과 탐지능력이 얼마나 되려나는 모르겠지만, 대책이 없었다.
아처는 속도의 마성에 홀린 듯 김준현의 전투기가 0.5초 전에 있었던 자리를 유성처럼 스쳐갔고, 목표를 잃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산산이 사라졌다.
"휴..."
다시 정신을 차린 김준현이 적기를 추적하려고 했다. 하지만 적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망치고 있었다. 벌써 5마일도 넘게 떨어졌다. 저놈을 잡을 수는 없었다.
"쀍..."
- 여기는 이젝터 1, 적기는 다 잡았고 현재 이젝터는 무장이 떨어졌다. 귀환하겠다.
- 여기는 빅버드, 이젝터의 귀환을 승인한다.
- 알겠다. 이젝터, RTB하라.
KF16 네 대가 기수를 돌려 동쪽으로 사라져 갔다.


다시 말합니다만, 이름신청 환영입니다.



란츠크네히트 (2005-03-18 08:54:26)  
이름 신청입니다..^^
박승재, 나이: 27
전투경찰로 복무했습니다만...보직은 작가님께서 배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정기휘 (2005-03-18 16:30:25)  
잘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양성민 (2005-03-19 19:14:41)  
건필하십시오!!!
김의열 (2005-03-19 19:43:16)  
그 메이스하고 NPC가 누굴까나 -_-? 박승재님 저도 박승재님의 이름을 써두 될까요?
란츠크네히트 (2005-03-19 20:35:51)  
김의열// 이름이 필요하시다면 쓰셔도 좋습니다..^^ 물론 보직도 글 쓰시는 분 마음대로 해주시길..구애받지 말구요..
김찬영 (2005-03-19 20:59:07)  
저요!! 저요!! 용감한 군인으로 등장시켜 주셔요!!!
김의열 (2005-03-19 21:51:43)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어리보기 (2005-03-21 18:38:10)  
저도 이름 사용 신청입니다. 이름은 '전훈'이고, 전쟁의 현실에 고뇌하면서도 제 역할에 충실한 역할이면 좋겠습니다만... 모든 것은 작가님 뜻대로...^^;
이동재 (2005-03-21 23:23:45)  
고등학생이셨군요.. 학업에 바쁘실텐데 글도쓰시고 대단하십니다.
저도 글써봐서 아는데 사람 이름 구하는게 제일 난감하죠-_-; 저는 졸업앨범보고 골라 쓴 기억이..ㅋ

필요하시다면 제이름 쓰셔도 좋습니다. 뭘로 등장할지는 편하실대로 하시고요.
굳이 리얼리티를 추구하자면 제가 2006년에 임관하니까 소설시점이면 중대장쯤 되있겠네요.
최홍석 (2005-03-22 00:23:02)  
2006년 임관이면 최소한 소령~중령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022년입니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근데 다음 챕터 올리는 게 장난이 아닐 듯...(중국 해군 방법이 넘 힘들어요 -_-;;)
붉은10월 (2005-03-22 15:53:24)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사소한 오타 하나 ...
"10월 12일 19 : 30 동중국해 해저" 요기 아래에 원잠 이름이 홍범도에서 신돌석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최홍석 (2005-03-22 23:28:21)  
감사합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이영재 (2005-03-23 16:43:56)  
김아람 부탁드립니다(친구네집입니.......-_-;) 육군으로 해주시고요
될수있음 극중에서도 영재랑 쫌 싸바싸바 부탁드립니다-_-;(☜부탁하는주제에..)
싸바싸바라 해서 오해하지말아주세요ㅠㅠ 그냥 친구사이로 만들어달라는;;;;
박원호 (2005-03-23 18:00:55)  
박원호란 이름 잘써주시기 바랍니다....
최홍석 (2005-03-24 01:16:49)  
으음...
김아람...
육군 찌질이 분대를 만드는 중인데 그 쪽으로 해 보겠습니다.(-_-ㅋ)
지금부터 신청은 거의 육군, 공군으로 가게 됩니다. 해군은 자리가 별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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