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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설 공동 연재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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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석(2005-09-24 12:36:59, Hit : 5156, Vote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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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주의 혼 - 27. 죽음의 불꽃-(2)

연결입니다.


10월 17일 10:40(베이징 표준시 09:40) 베이징, 중난하이

“뭐, 뭐야? 이게 말이 돼?”
공군사령 류콰이진 상장은 지금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다시 농락모드였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농락모드였다. 벌써 아군기는 스무 대도 넘게 떨어졌다. 그런데, 적기는 딱 여섯 대밖에 안 잡혔다!!! 그나마도, 적은 요격기로 별로 많이 출격시키고 있지도 않았다. 절반도 안 되는 전투기를 가지고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는커녕 엿같기만 했다.
“아이고...도대체 항공기를 동원할 수가 없군. 저 자라 새끼들을!!!”
항공기 동원은 그야말로 실패나 다름없었다. 지금 손실 자체가 막대한 것보다도 전투공역이 더 문제였다. 한국군이 진군 중인 진저우 동쪽으로는 진출도 못했다. 진저우 남쪽, 그리고 서쪽 상공에 나타난 한국 요격기는 지금까지 십여 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서른 대도 넘게 투입한 중국 공군은 2대 1을 훨씬 넘기는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전투마다 패배를 거듭했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해군사령 창페이 상장은 오히려 침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 후에 병사 하나가 그의 부관에게 달려와서 쪽지 하나를 건넸고, 부관이 넘겨준 쪽지를 읽은 창페이 상장 또한 비슷하게 변했다.
“정말, 정말 못 해먹겠군!!! 저 자라들을...”
펑하이리는 그 쪽지를 가져와서 읽었다. 그리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허탈했다. 대실패였다. 핵공격에 버금가는 실패였다.
“이젠 더 할 일도 없군.”
해항9사 예하 J11 16대가 한국 전투기들을 기만시키기 위해 네 대씩 밀집비행해서 접근했다가 BVR교전거리 안에서 밀집편대를 풀어서 쳤는데도 적기는 한 대도 안 잡혔고 아군기만 죄다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더 미치는 건 적기는 단 네 대뿐이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우리만 손해요. 항공작전을 재고해야겠소.”
이런 식의 의미없는 항공기 손실만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손실은 그렇다 쳐도, 지금같은 미친짓에 항공기를 떼로 잃을 필요도, 상황도 아니었다.
“훨씬 더 끌여들여야 할 것 같소. 이제 항공작전은 다시 중지하겠소.”
“알겠습니다.”
공군사령 류콰이진 상장이 침울하게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몇백 대쯤 띄우고 싶었지만, 그래서 한국 공군의 근간을 흔들고 싶었지만, 11일 새벽보다도 가용 항공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더 하겠습니다. 적의 수도와 제주도, 이 두 곳은 꼭 공격해야 합니다. 어떤 피해를 입더라도 말입니다. 현재 준비는 완료됐습니다.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소. 손실은 얼마나 될 것 같소?”
“30대 정도입니다.”
“좋소. 이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지공도탄과 강력한 장갑부대뿐이오. 모든 노력을 기울이시오.”


10월 17일 10:45(베이징 표준시 09:45) 진저우 동쪽 9km

“도대체 이건 뭐야?”
하늘에서는 난리도 아니었다. 친궈량 중위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궁금했다. 이제는 아주 대놓고 적 전투기들이 아군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아군 전투기로 보이는 비행물체가 떨어지는 건 정말 지겹게 봤다. 이러다가는 제대로 말아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도 끄떡없다는 적 전차도 무서웠지만, 하늘에서 마음대로 때려부수는 적 전투기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다.
- 동요하지 마라! 인민의 공군이 적기를 물리치는 중이다!
“믿을 소리를 해야지. 몇 대가 떨어졌는데.”
적 기갑부대가 몰려오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상대는 적 기갑부대, 그것도 어제부터 시작된 지상전에서 엄청난 화력과 방어력으로 중국군 최정예인 39합성집단군과 38합성집단군을 연파한 놈들이었다. 40집단군 수준으로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기껏해야 선두부대 조금 죽이는 거겠지.”
어찌 보면 집단군 전체가 시간지연에 투입된 꼴이었다. 이미 각지에서 징발된 인민무장경찰들은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한국군 기갑부대가 가는 곳마다 인민무장경찰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장은 소총 한 자루, 변변한 전차도 없고 장갑차라고는 반세기 전의 고물에 대전차화기라고는 고물딱지 새거 대전차미사일과 100밀리 견인포, 대공화기라고 있는 것도 50년은 됐을 실카 자주대공포 가지고는 도대체 상대가 안 됐다. 게다가 한국군은 무슨 수를 쓰는지 몰라도 잘만 전진하고 있었다.
“제발 상대가 K1A1이었으면 좋겠군.”
K1A1 전차라면 그가 몰고 있는 96식 전차로 어떻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맞았을 때 일격에 격파되는 것은 똑같겠지만, 그가 쏜 포탄도 적을 상대로 어느 정도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무섭다는 K2 전차가 될 것이 거의 확실했다.
“이렇게 싸우느니 항복하는 것이 나을 것도 같은데 말이야...”


10월 17일 10:50 평안북도 신의주, 만주원정군 사령부

“나 또한 동의하긴 했지만, 미친 짓이야.”
원정군 사령관 김석원 대장은 이번 작전 때문에 죽게 될 특수부대를 생각하면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원정군은 쾌속 진군하고 있었다. 원정군의 선두에 선 10전차여단의 앞을 가로막는 적은 없었다. 일부 패잔병들이 저항해 봤자 전차를 상대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원정군은 보병부대가 아니라 기갑부대였다.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기화폭탄 맞은 데가 어디어딘가?”
“으음... 다롄, 뤼순, 웨이하이, 잉커우, 옌지, 룽징, 투먼, 훈춘, 왕칭, 안투, 창춘, 퉁화, 칭청즈, 판산을 공격했습니다. 그 외에도 적 야전군을 상대로 쓴 기화폭탄도 상당히 많습니다. 기껏해야 무경 따위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김석원은 지금 공격받은 도시들의 공식 인구를 생각해 봤다. 다 합치면 5~6백만 남짓? 그렇다면 비공식 인구는 천만을 조금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저곳에서 사상자는 약 2백만 정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더 될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따질 필요는 없었다. 그것보다는 돌은 거나 마찬가지인 작전에 휘말려들어 죽게 될 특수부대원들이 더 측은하다고 해야 할까?
“이미 이 전쟁 때문에 스러져간 천만 서울 시민들,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되어 있을 무수히 많은 원정군 장병들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 그리고 죄 많은 일부 쓰레기들에게 묵념하고 싶군. 아니, 맨 끝은 제외해야겠어.”
“제외해야 할 것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종묘에 있을 하성군의 위패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우리 군의 손으로 민족의 성웅 충무공 동상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물론 죄스러운 일이지. 충무공께서는 적을 맞아 싸워 백성들의 목숨을 지켜내셨는데, 우리는 무기력하게 엄청난 인명을 한 순간에 날렸으니까. 하지만 충무공 동상은 무너지지 않았네. 우리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한, 그래서 우리가 군의 신앙인 국민을 지키기 위해 떨쳐 일어나는 한, 충무공께서는 죽지 않으실 것이네.”
“알겠습니다.”


10월 17일 10:55 판산 서쪽 25km

“전투도 아니잖아?”
항복한 후 현지입대한 조선족 출신 중국군 김헌 2급사관은 정말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가 중국군의 일원으로 싸울 때와 한국군의 일원으로 싸울 때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 차이는 엄청났다. 그가 지금 할 일은 기껏해야 기관총을 긁는 것뿐이었다. 그의 앞에서는 K2 전차 열두 대, 그가 한때 소속됐었던 만세군을 말아먹는 데 한몫한 전차들이 맹렬히 중국군 무경을 공격하고 있었다. 1개 대대쯤 나와도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콰앙!!!
“또 포 쏘는 모양이외다. 땅크 가지고 이렇게 싸울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외다.”
포수 또한 그렇게 말했다. 우연이겠지만, 이 전차에 타고 있는 병사들은 모두 조선족이었다. 어쩌면 그 점이 이들이 최후까지 한국군 전차대와 싸우다 전사하지 않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물론 김헌 2급사관은 아무리 불리해져도 중국군에게 다시 항복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들어야 했던 소식 중 가장 충격적이었고, 가장 치욕적이었던 소식은 전쟁 때문에 강 근처에서 인민들을 소개할 때 조선족들은 차량을 가장 나중에 배정해 주고 부족하면 그냥 죽이고 갔다는 흉흉한 소문이었다. 물론 소문에 불과하겠지만, 한족 출신 병사들이(대부분이 한족이니 그들을 제외한 병사들 전부가) 이런 이야기로 떠들며 한국인, 그리고 조선족을 실컷 비웃는 것을 들으며 그는 분노를 삼켜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안 받으셨다. 간신히 같은 마을에 사셨던 아는 분과 통화가 됐을 때 그는 그를 제외한 가족 전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이없게도 포수와 조종수 또한 가족들이 전부 목숨을 잃었다는 웃기지도 않는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그가 항복한 이면에는 이런 일들도 있었다. 한족 새끼들을 위해 싸우다가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개 같은 일인가를 알게 되자 분노가 끝없이 치솟았고, 그래서 전차전이 벌어졌을 때 일부러 대열 뒤쪽으로 가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패배한 아군이 퇴각하기 시작하자 그대로 등을 돌렸다. 물론 그때부터 몇 분 동안은 운이 따라줬다. 기화폭탄에 맞고 중국군이 몰살당할 때 겨우 살아남은 운이라면 로또를 몇 번은 사도 맞을 정도의 운이었다.
김헌은 강석구의 분노를 이해할 것 같았다.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해서 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은 둘의 공통점이었다. 아니, 아관파천 첫날 소속 39명 모두에게 공통된 상황이었다.
- 드르르륵!!!
- 콰앙!
그는 다시 12.7밀리 기관총을 긁었다. 중국군 무경들이 형편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한국군 전차대는 고폭탄을 보병 상대로 쓰고 있었고, 꽤나 효과는 좋았다. 또다시 강석구 중령의 전차에서 고폭탄이 발사되었고, 이번에도 적 보병 십여 명이 팔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피를 뒤집어쓰고 죽었다. 그들은 전차는 단지 쇼크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나도 쏘고 싶군. 포탄 문제만 아니라면.”


10월 17일 11:00 여수 남쪽 40km
한국 해군 원잠 신돌석

"이상 없습니다."
"당연하지. 이상이 있으면 더 이상한 거야."
하정훈 대령이 커피를 들이마셨다.
"공격목표 산정은 벌써 끝났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갈 때쯤에는 기화폭탄 사용이나 민간인 공격이 금지되지 않겠습니까?"
"뭐라고?"
"아마도, 하루 정도면 이 미친 기화폭탄 공격도 끝날 겁니다. 그 전에 우린 이 기화폭탄들을 써야 합니다. 공격목표의 변경을 건의합니다."
김대헌 대위의 입에서 예상했던 말이 나왔다. 뻔한 일 아닌가? 상부의 명령과도 일치하는 건의였다. 하정훈 대령은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물었다.
"변경? 어디로?"
"장강 이남 지역을 치는 계획을 그만두면 간단한 일입니다. 아니면, 4시간 후에 고공에서 공격하면 가능합니다. 초저공 시 스키밍 공격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정말, 이틀만 시간이 더 있어도 저놈들을 최대한 죽이는 방향으로 공격하겠는데..."
"알겠네. 공격목표를 변경한다. 침로 이백칠십공으로 변경하고, 기관출력 최대로!!! 최대한 접근해서 쳐야 한다!!!"
하정훈 대령의 이 간단한 명령에 류재성 소령만 놀랐다.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작전이 변경되고 있었다.
"아니, 어딜 치자는 겁니까?"
"공격목표는 간단해. 칭다오, 쑤저우, 롄윈강, 상하이에 각 3기씩 배분한다. 어차피, 큰 피해를 내기도 그런 곳들이지. 치안이 유지되는 도시라면 기화폭탄 몇 개에 전멸하지는 않아. 핵 하나에 전멸하더라도..."


10월 17일 11:03 해주 남쪽 5km
한국 해군 잠수함 우치적

"이상 무!!!"
양승규 대위는 수중 상황을 이 한 마디로 요약했다.
"좋아...우리의 목표는 공군이나 다른 잠수함이 칠 수 없는 목표들이다. 좋아!!! 지금 당장 친다!!! 시간을 끌 필요는 전혀 없어!!!"
함장 이상인 중령은 이렇게 말한 후 단독으로 공격목표를 잡았다. 정말로, 다른 잠수함이 치기 어려운 내륙 쪽 목표들이었다.
"우선 지금 당장 웨이팡과 옌타이를 친다. 각 4기씩 발사한다. 그리고, 귀환한다."
"네? 왜..."
"그게 나아."
"알겠습니다. 좌표 입력하겠습니다."
작전관 이진원 소령이 급히 이 두 곳의 좌표를 입력했다. 정확히 말해서, 웨이팡은 사거리 끝에 걸려 있었다.
"발사!!!"
"발사합니다!!!"
흑룡 잠대함미사일 8기가 고공으로 치솟은 다음 램제트 엔진을 가동해서 마하 3의 속력을 내면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잠수함에 의한 첫 공격이었다. 아니, 두 번째 공격이었다.


10월 17일 11:12 산둥성 옌타이

옌타이를 향해서 미사일 4기가 비행했다. 중국측은 이걸 요격시키지 못했다. 운이 없기도 했고, 아까 웨이하이 공격 때에 방공포병 일부가 날아간 것도 있었다. 그리고, 옌타이에서 미사일 4기가 차례로 터졌다. 모두 시가지만 노렸다.
시가지 동서남북에서 미사일이 하나씩 터지자 인구 50만이 겨우 될까말까한 옌타이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국 해군 함대가 ERGM 공격을 가했었지만, 그 때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그럭저럭 자제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민간인을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이 이번 흑룡의 목표였다. 다행히도, 옌타이는 한국군이 몰려와서 난리가 난 곳은 아닌지라 치안은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라도 생존자가 많이 생겨날 수 있었다.
중국 경찰들이 급히 움직이면서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 상황을 뒤로 하고 나머지 4기는 웨이팡을 향해 비행했다.
몇 분 후, 웨이팡에서도 미사일 4기가 터졌다. 옌타이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인 웨이팡 또한 피해가 컸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쪽은 치안이 더 잘 잡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사망자를 수습하고 부상자를 수송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비슷한 공격을 받은 만주지역의 도시들과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10월 17일 11:13 대전광역시 서쪽 150km

중국군 강격기 수십 대가 초저공비행 중이었다. 이들을 위해서 서쪽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거의 학살을 당해 준 것이었다. 중국군 공격대 발밑으로 섬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사태를 겨우 알아차린 CAP 중이던 한국 전투기들이 부랴부랴 암람을 날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암람으로 다 떨어질 숫자도 아니었고, 초저공이었기에 저놈들이 제대로 맞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암람은 그럭저럭 맞았다. 몇 대의 중국 공격기들이 암람에 맞고 추락했으나 적기는 아직 충분히 많았다. 그리고, 한국 전투기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동안에도 중국 공격기들은 숫자로 그 방어망을 돌파하고 한반도 내부로 접어들어갔다. 그들을 지대공미사일들이 환영했으나 너무 많았다.
보복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당한 건 보령이었다. 중국 공격기 몇 대가 저공에서 약간 상승하며 기화폭탄과 각종 무유도 폭탄을 떨어뜨렸고, 보령시가 일순간 화염에 휩싸였다. 보령에 전개해 있던 M-SAM 1개 포대는 간신히 미사일을 쏘았지만 적기의 저공비행 때문에 제대로 요격된 건 세 대뿐이었다. 게다가 적기를 쫓던 미사일 두 발은 엉뚱한 건물에 맞았다. 민간인 피해가 크게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이 대놓고 폭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그런 건 필요 없었다.
그 다음은 논산이었다. 초저공침투 도중에 해수면에 접촉한 Q5가 4대, 하늘에서 암람 맞은 게 3대였고, 보령에서 또 세 대가 당했으니 여기까지만 해도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행정수도와 대전을 지키기 위해 동원된 M-SAM 3개 포대가 일제히 지대공미사일을 쏘아올렸다. M-SAM은 마하 6을 넘어가는 속력으로 순식간에 중국 강격기들을 향해 쇄도했다. 다행히도, 논산에는 기화폭탄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폭탄은 폭탄이었다. 저들은 논산훈련소를 노렸다. 다행히도 폭탄을 투하하려는 순간에 M-SAM이 덮쳐들어서 놀란 적 조종사가 약간 빗나가게 투하했지만. 더욱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은 없었다. 대전과 행정수도를 겨우 몇십 km 남겨둔 곳에서 간신히 격퇴한 것이었다.
그제서야 적기의 눈앞에 접근한, 분노한 한국 전투기들이 발칸으로 무장을 다 써 버린 중국 공격기들을 난자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류콰이진이 노렸던 행정수도 자체는 데미지를 입지 않았으니 실패했다고 해야 할까? 어찌 되었든, 이 지역에서의 작전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이었다.


10월 17일 11:20 충청남도 보령시

도시는 난리였다. 중국 전투기들이 잔인하리만치 폭격을 가한 탓이었다. 하긴, 몇 시간 전부터 한국군이 가한 공격의 정도와 비교해 봤을 때에 딱히 잔인하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었다.
중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이것이었다. 지금 소방차들이 보령과 논산에 긴급 투입되어서 사망자들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군 병력 일부도 투입되어 있었다. 중국의 경우 치안이 전부 다 무너져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 수뇌부의 '압록강 근처에서만 싸우겠지'와 '어차피 이리 된 거, 북경에서 승부를 보자'는 두 가지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앰뷸런스가 미친 듯이 삑삑거리면서 거리를 질주했다. 짜증나게도 끊어진 도로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런 곳에 투입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곧 헬기가 날아왔고, 헬기는 정말로 바쁘게 부상자들을 실어날랐다.
"으윽...사...살려줘요..."
"김 이병!!! 저 사람 실어!!!"
"알겠습니다!!!"
벽돌 하나를 어깨에 매달고 있는 병사가 들것을 땅바닥에 내렸다. 그리고, 다른 병사가 그 들것 위에 신음을 흘리는 부상자를 실었다. 다행히, 사지는 멀쩡했다. 지금 논산에는 사지가 잘려나간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던 병사들은 이 사태에 급히 구조작업에 동원되었다. 한국에서 천재지변시 군 병력이 투입되어 복구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특히, 해병대와 특전사는 빠르게 복구작업을 끝내서 방송사에서 찬사를 보내는 경우도 간간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천재지변이 아닌 '폭격'이었다.
"젠장!!! 뭐 어떻게 되는거야!!!"
"서울이 핵 맞았는데, 이런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젠장할 짱께놈들!!!"


10월 17일 11:22 제주도 제주시

- 애애애앵~~~ 적기가 공습 중이니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빨리 방공호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거 뭐야?”
“대피하고 보자!!! 저리!!!”
“공습이다!!!”
“저게 무슨 일이야? 지금까지 이기고 있던 거 아니었나?”
- 애애애앵~~~
“서울도 핵맞는데, 여기라고 안전하려고?”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서 숨을 곳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물론 이런 때를 대비해서 방공호 대피훈련은 최소한 한 해에 한 번은 한다. 하지만 그 훈련을 제대로 받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대피훈련 해도 보통 사람들은 그냥 하던 일 하거나, 그냥 하던 일의 맥이 끊겼다고 투덜거리는 정도? 때로는 책상 밑에 들어간 폼이 웃기다고들 서로 웃었다.(다름이 아니라, 필자가 그랬다. 쿨럭;;) 그 대가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젠장. 아까는 핵이더니, 이젠 적기야? 미치겠다!!! F15까지 철수했는데, 여기는 솔직히 빈 활주로에 불과하단 말이야!!! 뭘로 막으라고!!!”
제주도, 정확히 제주공항을 지키기 위해 전개되어 있던 M-SAM 1개 포대는 그들의 능력을 넘는 도전을 받았다. 적기 십여 대가 이곳을 노리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J10B였다. 동중국해 해전에서 적 백파이어를 바다에 쓸어담은 이글루 편대가 남아 있었다면 충분했겠지만, 그들은 이미 북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M-SAM에서는 몰랐지만, 이미 만주에서 공중전에 동원됐으니 무슨 말을 더 해야겠는가?
“전투기 지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빅아이 나와라!!! 현재 제주 타워를 향해 적기 다수 접근 중! 우리만으로는 막을 수 없으니 전투기를 보내달라!!!”
무전병이 무전기에 대고 급히 외치는 동안에 포대는 미사일을 조준한 다음에 그대로 쏘아올렸다. 한 대당 두 발씩 조준된 M-SAM은 마하 6을 넘어가는 엄청난 속력으로 중국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중과부적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제주도의 유일한 중거리방공전력인 이들이 파괴될 수도 있었다.
“제길! 천마하고 비호는 제대로 있겠지. 어휴...”
천마와 비호 도합 십여 대가 이들을 엄호하기 위해 전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야전방공전력은 적의 근접지원기를 격파하는 성격이 강했고, 그나마도 크게 신뢰하기 곤란했다. 야전방공망으로는 적기의 위협을 제대로 제거하는 것이 어려웠다.
마하 6으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상대하기에는 J10B라고 해도 힘이 부쳤다. 게다가 폭장 때문에 더 둔했다. 곧 J10B 세 대가 격추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제주공항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 슈우욱!!!
잘만 날아오던 J10B 전투기들을 향해서 미사일 십여 기가 발사되었다. 천마였다. 갑자기 생겨난 지대공미사일에 놀란 적기가 흩어지고 있었다. 또다시 죽음의 싸움이 벌어졌고, J11 두 대가 더 떨어졌다. 하지만 나머지는 이제 목표를 잡았다는 듯이 돌진하고 있었다. 이제 거리는 10km 미만, 비호만으로 저들을 막을 수 없음은 자명했다. 몇 대 잡았어도 열 대가 넘어가는 적이었다.
- 투투투투퉁!!!
- 퍼퍼퍼펑!!!
“비호가 상당히 활약하는데? 그래도 늦은 것 같지만.”
북쪽에서 아군 전투기 네 대가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비호의 급습에 적기 네 대가 당했다. 폭격 직전에 폭탄창을 연 상태에서 30밀리 기관포탄에 뒤통수를 제대로 처맞은 J10B들이 삼별초가 끝까지 항전했던 제주 땅을 무덤 삼아 낙하하는 동안 나머지 J10B들이 복수를 다짐하며 비호가 숨은 위치를 찾아나섰다. 어차피 뻔했다. 사정거리가 극도로 제한된 비호가 적기를 상대로 쏠 만한 곳이 얼마나 있겠는가? 낙하산 몇 개가 아군기와 적 방공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천마가 다시 나섰다. 천마는 확실히 역할을 다했다. 이번에는 아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한 대당 네 발씩이 이들을 덮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확실히 조지겠다고 다짐하고 십자포화를 퍼부은 적기는 세 대였고, 나머지는 두 발 정도가 조준됐다. 하늘에서 또다시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와... 정말 대활약입니다.”
천마가 이번엔 정말로 대대적으로 한 방 먹였다. 적기 네 대가 하늘에서 끽소리도 못하고 떨어졌다. 게다가, 더 통쾌한 건 사출좌석 하나도 생겨나지 않은, 정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안타깝게도 나머지는 제주공항을 직접 타격할 수 있었다.
“아...안 돼!!!”
- 콰아앙!!!
- 쾅! 쾅!
- 투투투퉁!!!
“저래서 이거 참. 조금 더 빨리 쏘지.”
어쨌든 제주공항이 몇 대 맞더라도 빈 비행장이니 별 일 없었고, 지대공미사일은 이제 적기의 사정권에서 거의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저놈들은 지금쯤 연료가 빙고 직전일 것이다. 즉, 지대공미사일을 찾아서 수색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폭격이 왠지 모르게 부정확한데요?”
“저놈들이...으으...”
“재장전은 언제쯤 되려나 원.”
“저놈들 뒤꽁무니에 한방 먹이고 싶은데, 되려나.”
재장전 속도가 문제였다. 적기는 이곳에서 아군 천마와 비호를 상대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잃었다. 게다가 전투기도 많이 잃었다. 즉, 이들은 임무를 완수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느림보라고 해야 마땅할 M-SAM의 재장전 속도는 조금 더 생각해야 했다. 어쨌든 그 사이에도 폭격을 마치고 이탈하려던 적기 한 대가 비호가 날린 30밀리 기관포탄에 맞고 날아갔다. 다른 적기들은 그놈과는 상관도 없다는 듯이 활주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또다시 폭탄이 떨어졌고, 음울할 정도로 밝은 빛이 활주로에서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한 대가 더 떨어진 적기들은 폭격을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도주하고 있었다. 처량하게도, 도주하는 적기는 단 세 대에 불과했다. 그 순간 드디어 원하던 것이 완성됐다.
“재장전 완료됐습니다!!!”
“당장 쏴!!!”
요란한 폭음과 함께 M-SAM 8발이 퇴각하는 J10B들을 향해서 발사되었다. 분명히 도가 넘치는 공격이 확실했다. 적기는 이미 힘이 죄다 빠져있었다. 몸이야 가벼워졌겠지만, 이미 다수의 급기동으로 인해 힘이 빠진 전투기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미 광주에서 출격한 KF16 전투기들은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었지만 이미 다 날아간 놈들 상대로 암람을 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이들을 무시하고 남쪽으로 날아가기만 했다. 그리고 제주도를 폭격한 J10B들에게 최후의 일격이 가해졌다.
운 없게도 삼각대형을 이루고 도주하던 J10B 전투기대의 왼쪽 날개를 향해서 미사일 두 발이 작렬했고, 그대로 그 J10B는 공중분해됐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나타난 미사일 한 발이 오른쪽 날개까지 부러뜨렸다. 사출좌석이 작동했나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낙하산은 공중에 비산한 파편 때문에 찢어졌고, 너풀거리는 넝마조각과 함께 탈출한 J10B 조종사는 급속히 땅을 향해, 아니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마지막은 나머지 미사일 다섯 발 중 네 발이 삼각형의 꼭지점을 두고 전후좌우에서 파편을 작렬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600kg에 달하는 고폭파편탄두가 전후좌우에서 J10B를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KF16 전투기들이 비행장을 거쳐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미치겠군. 활주로 개판됐네.”
제주공항에 배치되어 있던 정비요원들은 활주로의 상황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메우려면 며칠은 걸릴 것이 분명했다. 500kg 폭탄으로 보이는 폭발이 네 곳이었고, 대형인 1000kg 폭탄 또한 두 곳이나 떨어졌다. 다행히도, 공항 내에서 파괴된 건 활주로뿐이었다. 그러나 공항 남쪽, 민간인 거주구역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씨발!!!”
적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곳에 폭탄을 투하한 걸까? 난리가 난, 아비규환의 참상이 펼쳐진 그곳을 향해 뛰어가는 경찰과 소방관, 군인들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인들은 활주로 바로 옆에서 대기 중이었다. 폭발물 처리반원들이 급히 활주로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10월 17일 11:30 여수 남서쪽 70km
한국 해군 원잠 신돌석

"이런..."
통신관이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함장 하정훈 대령은 그 통신문을 받아들고 얼굴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당연한 내용이었다.
"기화폭탄 공격, 민간인 공격은 18:00 이전에 무조건 끝내라는 명령이다."
부장 류재성 소령은 담담했다. 예상한 것이었다.
"뭐, 우리 계획에 차질은 없지 않습니까?"
"그래."
"그러면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러게."
원잠은 그대로 서쪽으로 나아갔다. 목표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금은 중국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각 부대별로 자유보복을 허가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보복하면 안 된다는 문제도 있었다. 각 부대에 하달된 기화폭탄을 쓸 시간을 준 셈이었다.
“솔직히 미사일 플랫폼보다는 적 잠수함과의 피말리는 접전이 더 마음에 드는데. 솔직히 말이야... 이런 미사일 플랫폼 역할 때문에 돌아다니는 것이 뭐가 좋아서 그러는지 원.”
이런 날은 담배라도 피워물고 싶었다. 갑자기 전쟁이 하기 싫었다.


10월 17일 11:34 제주시 남서쪽 120km

J10B 전투기 여섯 대는 남쪽으로 날아오는 KF16 네 대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에 들어온 정보는 엄청났다. 제주도로 향했던, 동료 전투기 18대가 단 한 대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들은 이들은 한국 전투기 네 대가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기회로 삼으리라 결심했다. 이미 해항4사는 대만전에서 절반이 날아갔고, 일부는 동중국해 해전에서 쓸렸다. 이제 남은 것은 이번 작전에 동원된 J10B 24대뿐이었는데, 이미 18대가 제주도에서 말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관광갔다. 오늘로 해항4사 또한 궤멸이 틀림없었다.
“동지들의 원수를 갚자. 가자!!!”
“적기를 때려잡자!!!”
J10B 6대가 상승하면서 KF16 4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나 칼을 겨누고 있는 적병을 본 자들은 어떤 표정일까?

- 적기다!!! 200에서 적기!!!
- 적기다!!! 3, 4번기는 갈라져라! 팍스 쓰리! 팍스 쓰리!
“팍스 쓰리! 팍스 쓰리, 어게인!”
생각보다 한국 전투기들은 겁에 질리지 않았다. 매복당했다고 해서 ‘으아아~~~ 매복이다~~~’라고 하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중국 전투기들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 전투기들을 양쪽에서 포위했다면 꽤나 난감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한 방향에서 몰려간 것이 어찌 보면 실책일 수도 있었다. 당연히, 한국 전투기들 또한 매복해 봤자 이 정도이니 실책일 것까지는 없었다. 단지 정확한 방향을 알지 못해서 한국 전투기를 양쪽에서 포위할 조건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실제로 싸워 보면 한국 공군 또한 그렇게는 하지 못했으니 비등한 셈이었다.
양측 전투기들이 쏜 암람과 PL12, PL1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하늘에서 교차했다. 하지만 무장이 문제였다. 지금 중국 공군은 극도의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국 공군 또한 재고량이 엉망이었지만, 조만간 미국에서 대량으로 공수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미사일의 질적 차이는 명중률까지도 차이를 냈다.
단 한 번의 미사일 회전에서 J10B 3대와 KF16 2대가 격추됐다. 한 대는 PL12에 당했고, 나머지 한 대는 죽기를 각오하고 그냥 PL10을 유도한 통에 날아간 것이었다. 어이없는 것은 죽을 생각으로 PL10을 유도한 J10B는 안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용감한 자는 더 오래 산다는 법칙이었을까?
- 저 개새끼들을!!! 다 죽여버려!!!
“라저!!!”
“적기를 다 잡아서 원한을 갚자!!! 10년씩이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당장 갚아준다!!!”
“인민을 위해 싸우자!!!”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들어 다섯 대가 남은 양측 전투기들이 창을 가로세우고 달려들었다. 시속 2,500km 이상의 무지막지한 속도로 접근하는 양측 전투기를 막아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팍스 투! 팍스 투!”
“도탄 발사!!!”
AIM9X와 R73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 또다시 서로의 목을 겨누고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방울뱀과 사수의 대결은 언제나 그랬듯이 어렵고 격렬했다.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는 몰라도, 양측 전투기의 손실은 거의 없었다. 대개의 경우에 이 정도의 단거리미사일이면 몇 대는 떨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단 한 대의 전투기도 떨어지지 않았다.
“저건 뭐야?”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잡아버리자!!!”
양측 전투기들은 이제 모든 것을 걸었다. 남은 것은 기관포와 조금 남은 단거리미사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리도 이제 너무 가까워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남은 것은 적을 다 죽여서 살아남는 것, 그것뿐이었다.
“젠장!!! 꼬리 좀 잡히란 말이야!!! 씨발!!!”
KF16과 J10B 사이의 싸움은 중거리, 단거리에 이어 난전까지 왔다. 이제 피할 곳은 없었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다.
“젠장! 어디 너 한번 죽어봐라!!!”
KF16 1대가 목숨을 걸었다. 그 전투기는 위험천만하게도 적 J10B 세 대 사이로 파고들었다!!!
- 아, 안 돼!!! 당장 중단해!!!
“팍스 투! 팍스 투!”
그 KF16은 J11 사이로 파고들면서 사이드와인더를 뿌렸다. 얼핏 보면 황당한 짓이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J11 세 대는 완전히 편대 대형을 잃었다. 그리고, 한 대는 사이드와인더에 맞고 떨어졌다. 그 조종사가 작동시킨 사출좌석이 그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용감한 KF16이 파고들어 J10B 한 대의 꼬리를 악착같이 물어뜯었다. 20밀리 기관포탄에 몇 발 맞아서 엔진 RPM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도주하려고 하던 J11을 향해서 나머지 KF16이 칼을 뽑았다.
- 죽어봐!!! 건스! 건스!
- 부우우우우욱!!!
곧 기관포탄 60여 발이 캐노피를 유린했고, 결과는 완전 끝장이었다. 조종사는 핏물로 변해서 J11이라는 거대한 관에 넣어진 채로 수장됐다.
“나머지는 제 겁니다!!! 건스! 건스!”
그 사이에 자유로워진 KF16은 마지막 적 J10B를 상대로 칼을 섞고 있었다. 칼날은 서로의 목 옆을 지나가면서 날카로운 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바퀴를 돌면서 회전력이 가해진 칼날이 적의 칼날을 힘으로 밀어버리고 목에 붉은 선을 그었다.
- 티티티티팅!!! 콰아앙!!!
“휴...끝났습니다.”
- 그렇군. 빅아이! 적기는 다 떨어졌다. 현재 아군 조종사 1명이 이 해역에 사출했다. 구조를 부탁한다.
- 여기는 빅아이. 귀환하라.
- 라저. RTB한다.
“윌코!”


10월 17일 11:40 평양광역시, 순안비행장

최두원 중령은 출격을 준비했다. 지금 칠 목표는 만리장성이었다. 원정군 주력이 만리장성에서 시간을 끌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규모 공격작전이었다. 어찌 보면 원정군 주력을 막아설 자연장애물, 만리장성에 중국군 병력을 밀집시키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었다. 아니, 그 반대로 행동한 다음에 폭격을 무제한으로 때려부을 수도 있었다. 둘 다 만리장성에서의 중국군 병력과 화력을 배제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였다.
지금 순안비행장 활주로 한켠에는 F15K 12대가 그들이 타고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두원은 자신의 F15K로 가서 무장을 점검했다. 흑룡 공대함미사일 4기, 암람 2기, 사이드와인더 2기, 외부연료탱크 두 개. 솔직히, 위험한 임무였다. 특히나 중국 공군이 뛰쳐나와서 각지에서 공중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각지에서 공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격퇴되었지만, 가끔씩 뚫리고 있었다. 그리고, 뚫리면 그 피해는 모두 민간인들이 맞아야 했다. 중국 또한 한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보령과 논산이 당했고, 좀전에는 제주도가 뚫렸다. 제주공항 일대가 중국 공격기들이 투하한 각종 무유도 폭탄에 맞았다고 한다. 중국기들은 초저공으로 침투하는 전법을 즐겨서 한국 공군이 제때 막지 못하는 일이 간간이 생기고 있었다.
"좋아...정말 이뻐..."
최두원은 약간 도를 넘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저 커다란 F15K와 자신이 같이 뒹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긴 그 정도로 조종사나 정비사나 자신이 맡은 전투기에 대해서 가지는 애착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애착은 조종사보다 정비사가 더 강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민항기 업체에서 들어오는 스카우트 제의를 단호히 거절하는 것은 그 애착과 거기에서 나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대대장님,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우리도 만주가 아닌 중화 본토를 칠 순간입니다!!!"
"그래. 뻑하면 제국주의적인 중화사상 가지고 지랄리스틱한 소리나 퍼붓는 저놈들에게 지옥도를 보여주자고!!! 최초의 중화 통일국가 진이 세운 구조물이 수백 km나 폐허가 되어 무너져 내리면 저놈들 얼굴이 참 볼만하겠군."
"그렇겠지요."
WSO 임동균 대위가 그저 그렇다는 듯이 말했다. 아까 해항 조종사가 보여준 사진들로 보면 일부 구간은 해항 전투기들이 쏜 기화폭탄에 맞고 제대로 날아갔다. 그 주변에 클러스터탄이 떨어진다면 만리장성이 입을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있었다. 물론 괜히 장성을 넘어 북으로 진군하려는 중국군은 상당히 죽어줘야 할 것이 분명했다.
“서울이 날아갔는데, 못 할 게 뭐가 있습니까?”
3번기 정재원 소령이었다. 최두원은 그의 말이 별로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 또한 만리장성 대신 베이징 중심부를 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명령이라서 겨우 참고 있었다.
“좋아. 다음 번에는 베이징 폭격이 맡겨지기를 바라면서...”


10월 17일 11:58 평양광역시, 순안비행장

"출격!!!"
최두원이 기체를 하늘로 잡아올리는 것을 신호로 해서 그의 F15K를 선두로 한 12기의 F15K 전폭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기, 웨이포인트 7에 집결한 후 공격 위치로 이동한다!!! 공격 위치는 1번에서 3번으로 변경한다."
웨이포인트 7은 단둥 상공이었다. 중국 전투기들이 평양을 직접 압박하는 것 때문이었다. 최두원은 지금 처음에 목표했던 다롄 상공이 아닌 잉커우 상공에서 쏘려는 것이었다. 물론 근접격투전을 할 생각이 없기에 진저우 상공으로 갈 의향은 절대 없었다. 뭐 저놈들이 덮친다면 방법은 없겠지만...
- 왜 웨이포인트를 바꾸십니까?
"바꿔도 흑룡에게는 능력이 충분하니까. 그리고 지금 자네는 적기 바로 옆에서 쏘고 싶나? 목숨이 세 개쯤 되나?"
- 알겠습니다. 라저!!!
- 라저!
- 라저!



임택진 (2005-09-24 22:09:10)  
오래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서 조아라에서 복습했지만요...ㅋ
중간고사 잘 치시길^^
정기휘 (2005-09-24 22:17:09)  
잘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한호경 (2005-09-26 22:19:34)  
건필하세요~~!


13972   생존 chapter.05. 일상 [5]  두유진 2006/05/29 1735 28
13971   생존 chapter.02. [5]  두유진 2006/05/24 2423 20
13970   생존 chapter.09. 평양 [7]  두유진 2006/06/02 1642 18
  만주의 혼 - 27. 죽음의 불꽃-(2) [3]  최홍석 2005/09/24 5156 18
13968   생존 chapter.12. 사막의폭풍 [11]  두유진 2006/06/08 1735 17
13967   생존 chapter.03 [11]  두유진 2006/05/25 1764 17
13966   만주의 혼 - 28. 붕괴-(2) [10]  최홍석 2005/12/13 4534 17
13965   생존 chapter.13. D-3 [5]  두유진 2006/06/12 1635 16
13964   생존 chapter.08. 만남 [3]  두유진 2006/06/01 1347 16
13963   생존 chapter.06. 북경 [3]  두유진 2006/05/30 1470 16
13962   생존 chapter.04 [4]  두유진 2006/05/26 1636 16
13961   만주의 혼 - 30. 돌진 [6]  최홍석 2006/05/08 4261 16
13960   만주의 혼 - 2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최홍석 2006/02/15 4759 16
13959   만주의 혼 - 21. 칼을 섞다-(2) [4]  최홍석 2005/07/24 3380 15
13958   생존 chapter.15. 04:20 [2]  두유진 2006/06/21 168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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