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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설 공동 연재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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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석(2006-02-15 15:04:46, Hit : 4716, Vote : 16
 http://www.cyworld.com/ttbi
 만주의 혼 - 2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두달만에(실상은 거의 80일 만에;;) 돌아왔습니다.-_-
조아라에는 베이징공격을 완료하면 올리겠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베이징공격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ㅜㅜ(이영재 소위가 전사하는 부분도 아직 못 썼고, 기타등등 해서 끝이 안 났죠.-_-) 그리고 사흘 후에 대전으로 내려가는 터라 가기 전에 하나는 올려야겠다는 의무감(-_-)에 이번 챕터를 올립니다.
여기 분들 중에서 대전 사시는 분들은 리플 하나씩 부탁드립니다.^^
다음 챕터는 마지막 대전투(규모가 장난이 아니거든요.-_-) 구상이 제대로 잡혀서 접전 붙는 부분까지 쓰면 올리겠습니다;(아마도 중간고사 끝난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10월 17일 16:10 랴오닝성 진저우 동쪽 30km

"발사해!!!"
- 흑룡 발사합니다!!!
최두원 중령이 명령하자 임동균 대위가 흑룡 네 발을 파일런에서 떨어냈다. 곧 옆의 전투기들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연출됐다. F15K 12기에서 떨어져 나온 흑룡은 총 48기였다. 그들은 곧 극초음속으로 가속한 다음 지정된 좌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RTB한다. 저놈들이 괜히 안 나타나는 것이 천만 다행이겠군.”
- 윌코.
- 윌코.
- 윌코.
F15K 12대가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제 순안비행장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E737에서 그들을 불렀다. 그리고 새로운 지령을 내렸다.
- 여기는 빅아이! 단둥으로 가라.
“시 이글 리더다! 뭐라고? 단둥? 그게 뭔 소린가? 적지에 착륙하라니, 말이 되는 소린가? 확인 바란다!”
- 거기 가면 비행장이 있을 거다. 그 쪽으로 내려라.
“알겠다. 잘 들었겠지? 단둥으로 간다!!!”
- 라저. 그런데, 단둥이라니, 도대체 뭐가 기다리려나 모르겠습니다.
3번기 조종사 정재원 소령이었다. 단둥으로 가는 건 좋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별로 궁금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간이 활주로겠지, 정 소령.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그래도 항공기 발착 수준은 되겠지. 우리 공군이 처음 시작할 때 제트전투기 뜰 만한 비행장이 없고 우리나라가 제트전투기 가질 클래스가 아니랍시고 무스탕 지원했던 건 잘 알지 않나? 그것보다는 낫겠지. 그 환경에서 지금의 로카프를 만들어 낸 선배 조종사들의 땀과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였다. 고등훈련기로 시작해서 근접지원이랍시고 손으로 수류탄 던지는, 의기는 높지만 성능이 안 따르던 공군이던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의 지원과 그 의기를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거치며 하늘을 지켜낼 수 있는, 명실상부한 한 나라의 공군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 공군이 가지는 역사는 그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 물론입니다. 승호리 상공의 보라매들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배들입니다.
“그렇지. 미 공군이 B29까지 동원해서 죽어라 폭격해도 못 깨던 승호리 철교를 보라매의 힘만으로 끝내버렸으니까.”
승호리. 한국 공군에게 있어서 자랑스러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곳이었다.
전쟁양상이 참호전으로 변한 1952년 1월, 미 공군은 평양에서 전선으로 통하는 보급로를 끊기 위해서 대규모 폭격에 나섰다. 끈질긴 공격에 대동강에 놓인 교량은 하나둘씩 끊겨나갔지만 그 와중에도 남아있던 철교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승호리 철교였다. 물론 원래의 승호리 철교는 일찌감치 파괴됐었지만 미 공군이 다른 다리를 폭격하는 사이에 200미터쯤 하류에 새 철교를 놓았고, 주변에 기총소사나 로켓탄 공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모래포대를 쌓아놓고 대공포진지를 깔아놓는 등 공산군 또한 유일한 물자수송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던 곳이었다. 미 공군이 무려 500소티를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승호리 철교는 파괴되지 않았고, 심지어 B29 폭격기들이 융단폭격을 퍼부었어도 승호리 철교를 파괴하지는 못했다.
미 공군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한국 공군에게 승호리 철교를 맡겼고, 1월 12일의 1차 공격은 실패했다. 하지만 사흘 뒤의 공격에서 한국 공군 F51D 머스탱 전폭기들은 주변 고지의 대공포진지들에도 불구하고 저공비행을 감행해서 기어이 공격을 성공시켰다. 한국 공군의 작전능력을 널리 알린 일대 사건이었다.(출처:불타는 하늘)
- 저희는 그분들의 후예가 아닙니까? 적이 어디에 있든간에 우리는 그들의 한가운데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흑룡은 정확할 겁니다.
“그렇겠지. 자네들이 쐈는데, 정확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남포에서 죽어간 시민들의 원혼이 조금이나마 달래지기를 바라며...”


10월 17일 16:12 평양광역시, 순안비행장

신동민은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몇 시간 동안의 짧은 선잠이었지만, 그에게는 꿈같은 휴식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시끄러운 기지 상황은 그에게서 잠잘 여유조차도 박탈했다. 그것보다는 군인이라는 중압감이 더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신동민이 밖으로 나가 보자 난리가 나 있었다. 기지는 분주했다. 한 쪽에서는 전투기들이 출격하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수송기들이 발착하면서 각종 무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직도 저 짓이야?"
신동민은 자신의 KF16으로 향했다. 몇 시간 동안 외롭게 혼자 놀던 그의 애인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CAP 임무였다. 신동민은 급히 달려가 기체를 한 바퀴 돌며 무장을 점검한 다음 조종석에 올라탔다. 무장은 언제나 똑같았다. AIM120 2기, AIM9X 4기, 외부연료탱크 2개였다. 맨날 이렇게 이륙했으니 놀라울 건 없었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아직도 암람 부족? 어이없군.’
미 공군이라면 암람 4기에 사이드와인더 2기를 장착할 테니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중거리미사일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 미사일이 없어서 적이 날린 애더를 몸으로 맞고 근접전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신동민과 정동진의 KF16 전투기들이 활주로에 섰고, 엔진 출력을 올려가자 신동민과 정동진의 기체가 속도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3번기와 4번기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이봐, 정 소령. 근데 3번기는? 어떻게 된 건가?”
- 다른 곳에 먼저 출격했습니다.
“이런. 나 때문에 작전까지 차질을 빚은 모양이군.”
- 딱히 그런 건 아니라고 합니다. 선양 쪽 초계임무라고 하는데, 그런 곳이라면 네 대씩 띄우는 게 기름 낭비스러운 짓 아닙니까?
“그렇긴 그렇겠군. 알겠네. 가 보자고.”


10월 17일 16:21 허베이성 친황다오 북서쪽 30km

한국 전투기들이 발사한 흑룡 48기가 12개 집단으로 갈라졌다. 곧 미사일 집단들은 12곳으로 산개해서 지정된 곳으로 향했다. 최소한 10여 분 전 좌표를 입력할 때만 해도 지대공미사일 사이트였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HQ15 지공도탄이 하늘로 치솟았다. 가끔씩 HQ18 지공도탄 또한 대응했다. 마하 6, 7의 대형 지대공미사일이 하늘로 치솟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하지만, 발사 장면이 장관인 것에 비해 요격성공률은 불만족스러웠다. 결국 절반 이상의 미사일이 중국군의 방공망을 뚫고 제대로 목표를 타격했다. 게다가 조종사들에게 알리지는 않았지만 미사일 4기 중 1기는 대레이더미사일 버전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목표했던 12개 포대 중 10개 포대가 전멸했고 나머지 2개 포대 또한 분명히 타격을 당했다. 특히나, 그 두 개 포대 모두 교전레이더가 날아갔고, 그 중 한 포대는 미사일 발사기까지 일부 날아가 버렸으니 실질적인 전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걸로 중국군은 거의 1개 방공여가 사라져 버렸다. 지금 중국군이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중국 공군이 아직 한국 공군에 비해 압도적인 세력이기라기보다는 한국 공군이 손실을 두려워해서 아직 폭격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어진다면 그 날로 이글에 팰컨, 팬텀, 제공호, 펄크럼까지 전부 다 나서서 중국군의 방어선 전면에 클러스터탄을 갖다부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까지 중국 공군이 형편없어진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중국군 부상자들은 이곳저곳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의무병은 수가 너무 적었다. 그리고, 시체 수습하기도 다들 바빴다. 그 와중에 부상병들은 하나둘씩 숨이 끊어져 갔다.
이 모든 것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자들이 입을 열었다.
- 성공했다. 잘했다!!!

- 샘 사이트 제압은 성공했다!!! 반복한다. 빅아이에서 관측한 바로는 적의 샘 사이트 다수가 제압된 것으로 판단된다!!!
“정말인가? 흑룡 다 맞았나?”
- 그렇다. 완벽한 성공이다!!!
"만세!!!"
- 정말 잘했다. 편하고 안전하게 모시겠다.
"쿨럭!!!"
최두원이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표정을 푼 그는 웃었다. 웃을 자격은 충분했다.
“하하하!!! 감사하다. 그런데, 우리가 그쪽을 모시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어째 역할이 바뀐 것 같은데?”
최두원이 그러면서 슬쩍 시계를 살폈다. 4시 25분이었다.


10월 17일 16:29 단둥 상공

"뭐야? 저기에 뭔 비행장이?"
- 만든 거 같습니다?
"세상에. 저럴 수가."
- 이제 우리도 저리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살아온다면."
적은 맞고만 있었지만, 겨우 전투기 두 대를 본다면 생각을 달리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 두 대를 상대로라면 전투기를 띄워서 격추를 시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압도적 숫자의 적기와 단 두 대만으로 싸운다면 한국 공군 최고의 에이스에 속하는 그들이라고 해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 역시 중국은 군사강국입니다. 완전히 저글링같은 군사강국!!!
"러시아와 싸우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게나. 러시아와 싸웠다면 몇 배의 개떼러시를 경험했을 거야."
- 그렇겠죠. 전차집단군...GG 치겠습니다.
"항공군도 GG야."
이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한 공역에 항시 백 대 이상을 유지시킬 수 있는 숫자의 항공기를 보유한 러시아의 항공군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중국 쪽이 조금 나았다.
- 아직 산 걸 행복하게 생각하죠. 헉!!! 웨이포인트를 넘었습니다!!!
"쓰벌!!! 벌써 안산 남동쪽 50km잖아? 저런!!! 미쳤군!!! 즉각 12시로 선회해!!! 살아남은 뒤도 생각해야지!!!"
- 헉!!!
KF16 두 대가 허겁지겁 방향을 바꿨다. 그렇게 수십 초가 지났고, 위치를 확인한 신동민이 참았던 한숨을 토해냈다.
"휴..."
겨우 정신을 차린 덕분에 다행히도 그들은 폭심 상공을 지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이미 핵폭발이 있은 지 10시간이나 지났지만.
"폭심을 지나가겠다니, 제정신이었나 모르겠어."
- 핵 맞고 싸우는 병사들은 제정신으로 보입니까?
"음...험!!! 지정된 공역으로 이동한다."
- 라저!!!


10월 17일 16:33 진저우 동쪽 20km

최성원 소장의 지휘장갑차는 14사단 행렬의 맨 끝에 있었다. 원정군 지휘관 회의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지휘장갑차는 주인이 없는 채로 달렸고, 최성원이 신의주를 떠났다는 연락이 오자 그를 맞이하기 위해 차가 멈췄던 시간도 계산해야 했다. 덕택에 중간 조금 뒤에 있었던 지휘장갑차는 사단의 맨 끝까지 뒤처졌다.
“진격은 6시네.”
“알겠습니다.”
아까 최성원 소장이 입안한 것은 속도와 충격력을 적절히 이용해서 중국군을 빠르게 붕괴시키자는 것이었고, 어쨌든 채택됐다. 이제 90분만 지나면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나저나 2군단 쪽은 몸을 사리는 듯한데. 왜 그렇게 몸을 사리는 건지는. 당연히 전쟁은 위험한 건데, 거기서 안전을 찾아서 뭐 하게?”
“그들이라고 해서 목만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진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대를 다시한번 점검하고 돌격 준비를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해 주니 고맙군.”
부사단장 우형주 준장은 이런 순간에는 대단히 뛰어났다. 최성원의 손발 역할은 정말 잘 했다. 하긴 최성원이 대대장이던 시절부터 같이 손발을 맞추다 보니 10년도 훨씬 넘게 같이 일하게 됐고, 이 정도면 사람 속을 그냥 읽는다.
“뭘 그러십니까. 당연한 일 가지고 말입니다.”
“고맙네. 진격이라... 우리는 분명히 복수를 하고 있는 거겠지. 대한민국의 힘을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놀고 싶어하던 중국 쓰레기들을 대상으로. 기갑전력 자체는 저놈들도 강하니까 복수를 못 할 리는 없겠지. 하지만 가족들이 전부 죽어나간 장병들은 무슨 이유로 이 싸움을 지속하는 걸까.”
서울에 떨어진 핵은 수도권을 휩쓸었다. 서울 전역이 날아갔고, 서울 남쪽의 위성도시들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곳은 광명이었다. 건물들은 형체만 남았고, 그나마도 반 이상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당연히, 방사능을 떼로 맞은 주민들이 전부 죽었다는 것은 말 안 해도 뻔했다. 서울로의 인구집중이 어느 정도 해소돼서 그나마 사망자가 천만 정도라는 것이 분석 결과였고, 최성원은 이 따위 분석을 한 쓰레기 목을 날려놓고 싶었다. 그래도 이런 분석을 하는 또라이들 또한 나라에 필요하다는 사실 하나에 그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들 또한 복수하는 겁니다. 그들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사단장님께서도 사단장님 자신의 방식으로 복수 중이지 않습니까?”
“나? 내가 뭘 했다고?”
“고속기동전을 입안하신 게 사단장님 아닙니까?”
“뭐라고? 무슨 근거로?”
“2군단 장성들을 목만 쳐다보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면 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2군단 쪽에서 신중론을 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전차가 안 된다, 뭐 이런 건가?”
“그렇습니다. 전차가 안 됩니다. 우리 사단이었다면 별 피해를 입지 않았을 122밀리 다연장로켓 공격이 K1A1을 상대로는 치명적이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막강한 K2 전차기 때문에 원정군이 버틴 바가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안산에 K2가 아니라 K1A1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습니까?”
“K1A1 100대가 있어도 그렇게는 안 되지.”
“바로 이 점입니다. 그리고 베이징 남쪽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적 전차 1만 대를 두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아니,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중하게 상대하겠다는 것이 잘못이 될 리는 없습니다.”
“최소한 여자라서 머리 박고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군.”
우형주 준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지휘장갑차니 괜찮지, 이런 말을 잘못 꺼냈다가는 멀쩡한 별까지 뜯긴다. 이유는 뻔했다.
“사단장님, 여성부 앞에서 이런 소리 했다가는 끝장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사리기 위해서 군에 온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내가 오히려 저돌적인 걸 수도 있다는 뜻이겠군. 알겠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우리는 한민족 전체의 운명을 걸고 중화인민공화국과 맞서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침공군인 우리 입장에서는 불리해. 빨리 끝을 맺어야 한다는 뜻이야. 잘못하다가는 2차대전 때 독일 꼴이 난다는 말일세. 내가 초조해하는 걸 수도 있겠지. 사령관님 생각도 비슷하실 거야.”
“애초에 숫자 문제 때문에 정공법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니, 화력이 문제겠습니다. 화력만 충분하다면 포격으로 해치워 볼 숫자는 되겠는데...”
“결국은 비등해. 질적으로 우리가, 수적으로 저들이 앞선다는 말이야. 다른 말은 의미가 없어. 이것만 기억하세. 우리가 지면, 우리는 앞으로 치욕의 시간 속에서 영원히 침묵해야 한다는 것.”


10월 17일 16:40 진저우 북서쪽 20km

"내려!!!"
KMH 헬기 네 대가 땅에 내려섰고, 문이 활짝 열렸다. 열린 문에서는 일단의 병사들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기막히게 준비된 CA10 해방트럭 네 대를 향해 달렸다.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었다. 김인수 또한 땅에 내렸다. 어떻게 이런 별천지가 다 준비됐나 신기했다.
“여긴가 봅니다.”
“그렇겠지. 저걸 타고 가는 건가? 중간에 퍼지지나 않았으면 좋겠어. 저 중국놈들 하는 짓거리가 맨날 불량품 양산이니 말이야.”
한명규와 이신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붙어 있었다. 정기휘는 여학생들 단짝친구 관계가 생각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지금은 임무가 중요했다.
"가자."
병사들은 능숙하게 해방트럭에 올라탔다. 정기휘는 트럭에 그가 받은 스티커 중 하나를 붙였다. 김인수 또한 조종석에 올라탔다. 역시나, 남는 자리에는 기름통들이 있었다.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원정군으로부터 연료를 보급받을 수도, 중국군에게 연료를 보급받을 수도 없는 이들은 북경까지 갈 연료는 알아서 휴대해야 했다. '당연히' 탄약은 들고 다녔다. 솔직히,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가끔은 너무 당연한 것을 생각하는 이상한 존재가 인간이다.
정기휘 소령은 트럭에 올라탄 채로 좌우를 둘러봤다. 중국군 군복을 입은 한국군 특수부대원들이 주변에서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이제 갈 시간이었다.
"자, 출발이다!!!"
정기휘가 말하자 김인수가 액셀레이터를 힘차게 밟았다. 가는 거다! 가서 적을 다 죽여 없애자고!!!
해방트럭 네 대가 열심히 기름을 먹어가며 달렸다. 헬기 네 대는 임무를 완수했으니 이제 됐다는 듯이 천천히 떠올랐고, 기수를 돌렸다.


10월 17일 16:45 진저우 동쪽 5km

- 뭐야? 적기는 없고 아군 기갑차량만 가득하네? 편대장님!!! 이게 대체 뭐 어떻게 된 겁니까?
2번기 정동진 소령이 어이없어했다. 이럴 만도 했다. 지금 이 일대에는 엄청난 숫자의 아군 기갑차량과 지대공미사일 차량들만이 널려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음...몇 분 정도 초계할까..."
패트리엇이 도착하면 그때부터 전투기들은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 분명했다. 패트리엇 도착은 원정군의 전진을 의미했고, 쉬지도 않고 곧장 베이징까지 내려갈 계획일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에 공중전에 투입되기도 바쁜, 귀하신 F15K들이 나서서 방공망도 한 번 제압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을 향해 전진하는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까짓 방공망 제압으로는 택도 없었다. 훨씬 더 강력한 방공망 제압작전이 필요했고, 그와 동시에 대규모 폭격까지 나서야 했다. 문제는 아직도 한국 공군에 위협적인 세력인 인민해방군 공군이었다. 전투기를 아낀다는 것은 언젠가는 튀어나오겠다는 뜻이었다.
"이제는 JSOW 날리고 튀어야하나..."
- 그거라도 효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17일 16:47 랴오닝성 단둥 북쪽 6km, 임시 활주로

"휴식 참 좋군. 대체 어이없는 싸움이었던 것만은 확실하지 않나? 너무 지루해. 솔직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화끈하게 붙었다가는 손실이 너무 큽니다. 전투기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차라리 비행장 폭격을 나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비행장 폭격이라면 자신 있는데 말이야."
"아무리 폭격해 봐야 쓸모없는 짓 아닙니까? 엄폐호가 깔려있을 게 뻔한데, 대체 비행장 공격으로 몇 대를 잡게 그렇습니까? 일본에서도 대잠기나 잡던 비행장 폭격작전 아니었습니까? 전투기는 나중에 알고보니 다섯 대쯤 잡았다니...듣기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난감하더군요. 그때 정말 해군에서 헛힘 쓴 꼴이지 뭡니까. 그런 짓을 우리가 하자는 말입니까?"
WSO 임동균 대위의 말에 최두원 중령은 할 말을 잃었다. 하긴, 맞는 말이었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랬던가?"
"대지폭격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투기가 할 일도 아닙니다. 적기를 잡는 것이 우리의 일 아닙니까?"
"이래서 해병항공대가 필요하단 말이야. 자네 같은 이런 생각 때문에 말이지. 해병항공대라면 기꺼이 대지폭격에 나설 텐데, 공군은 이상하게 대지폭격보다는 공중전을 선호한단 말이지..."
"창공을 나는 전투기라면 당연히 적기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래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었고 말입니다."
"잡담 그만 하지."
최두원이 커피 한 모금을 넘겼다. 따뜻한 기운이 몇 시간 동안 하늘에서 느낀 서늘한 기운을 밀어내고 있었다.


10월 17일 16:55 평양광역시, 순안비행장

미군 수송기들은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암람과 패트리엇을 왕창 내려놓았다. 일부는 그 자리에서 한국군 헬기에 실려지고 있었다.
"What a great place..."
소니 테일러(Sony Taylor) 대위가 순안비행장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옆에 선 폴 플레처(Paul Fletcher) 중위는 여기까지 오면서 본 이 일대를 생각하며 맞장구쳤다. 세계에 날개를 뻗칠 수 있다는 미 공군이 봐도 대단한 곳이었다.
"그렇습니다. 오면서 본 그럼블만 해도 대체 얼마나 되는지...휘유...여기 폭격하다가는 스피릿이라도 당하겠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곳이었다. 그럼블 같은 중거리 지대공미사일만 있는 게 아니라 휴대용 대공미사일 발사대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주력 공군력이 이 곳에 있다고 들었다. 확실히, 비행장 규모 하나만은 엄청났다.
"중국도 여기 때문에 골 때리겠군요."
Maybe Chinese are put under much stress by there.
"그렇겠지."
테일러 대위가 오면서 본 장면 중 하나는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50km나 떨어졌을 법한 곳에서 엄청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었다. 불은 다 잡힌 것 같았지만 연기까지는 아니었다. 중국놈들이 이곳을 치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분명히 그래. 중국군도 골치아플 거야. 듣자하니 중국기 수백 대가 여기 치러 자살공격 나왔다가 싹쓸이를 당했다고 들었다만, 믿겨지나?"
The Chinese armed forces are troubled.
"네? 수백 대요? 수십 대면 모를까, 수백 대라면..."
'겨우 전투기 수백 대'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는 2022년 현재 지구상에 중국과 러시아 둘밖에 없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수백 대의 전투기를 잃는 것은 주력 공군력의 절단이었다. 그들의 조국인 막강한 미국일지라도 이렇게 날아가면 입이 벌어질 것이 분명할 것이다. 최소한 몇 시간 동안 닫히지 않을 만큼...
"아무리 적게 잡아도 오늘 입은 피해만 해도 백 대는 될 거라는 것이 대개의 결론이야. 저기 폭격하는 데에도 몇십 대가 떨어졌다고 들었다만. 아마 여기를 목표로 삼았다가 떨어진 전투기 다 합치면 진짜 몇백 대 될 걸세."
그 말은 방금 들은 것이었다. 지금 그들의 옆에는 한국 해군항공대 중령 한 명이 있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지금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지만...
"There, the place with thousands of scrups torn down and flying is pieces, is city Nampo which is once famous for its population of one million. one hours before, Chinese fighter-bombers tried to show off their capability. But none of them survived. I turned pale with surprise to see this scene after returning from the tough air-fight. I dare to say this. While they all died to show off their capability, we'll eliminate them and return with no damage to meet you! Today, in the air-fight in various parts, enemy's air force couldn't destroy R. O. K. Naval Air Force. We've got no damage! I dare to say this. The souls of people who died there will protect Korean Naval Air Force, no, the Korean Military. You'll know U.S Marine Air Force. And their attitudes... we are resolved to carry it out. Do you know R. O. K. Air Force in Korean War? We are their descendants. They did their best in the Korean War bombing enemy though they were the weak force. I'll do it. Wish you good luck to return safe, and may meet after the war is over."
(저 곳, 참혹하게 부서져 수많은 파편이 흩날리는 저 곳이 인구 백만을 자랑하는 도시인 남포이다. 한 시간 전에 중국 전폭기들은 저 도시를 제물삼아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대도 살아남지 못했다. 힘겨운 공중전을 끝내고 귀환한 나는 이 관경에 아연실색했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이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멸했다면, 우리는 저들을 전멸시키고 아무런 피해 없이 살아 돌아와 당신과 만날 것이다! 오늘 각지에서 벌어진 공중전에서 적 공군은 대한민국 해군항공대를 섬멸하지 못했다. 우리의 피해는 없다!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곳에서 스러져간 사람들의 혼이 대한민국 해군항공대, 아니 국군을 지킬 것이라는 것이다. 당신은 미 해병항공대를 알 것이다. 그들의 마음가짐도... 우리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다. 당신은 한국전 당시의 한국 공군을 아는가? 우리는 그들의 후예다. 그들은 한국전에서 미약한 세력이나마 적을 폭격하며 최선을 다했다. 나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안전하게 돌아가기 바라며, 이 전쟁이 끝난 후에 다시 만나자.)
플레처가 Kang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조종사를 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저 사람은 분명히 어디서 들어본 사람이었다.
Captain, maybe this pilot is one of the best pilots in Korean Naval Air Force. You'll become famous!
"대위님, 저 조종사... 한국 해군항공대 최고의 조종사들 중 하나일 겁니다. 나중에 유명해지겠습니다, 대위님!!!"
테일러 또한 Kang과 Kim 두 명이 한국 해군항공대의 비행대장이며, 한국 최고 에이스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테일러는 저들이 단순히 공중전 기량이 뛰어난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진면목을 알게 되자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더욱 두려워졌다. 그리고, 경외심이 마음속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폴, 어떤가? 저 사람이 왜 강한지를 알겠나?"
Do you know why they are strong?
"무엇 때문입니까?"
Why, Captain?
"저 마음 때문이야. 한국이 일본을 박살내고 중국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지. 저들의 마음가짐은 훌륭해. 로마제국 군인이나 다름없는 우리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해. 저들은 자신의 동포들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분연히 일어선 거야. 그 누구도...저걸 막을 수 없을 걸세."
Their attitude of mind. It is source of power that Korea can destroy Japan and make a fight with China. Their attitude is brilliant. They are incomparably better than us like the Roman Empire Army. They rise up for defend their fellow people. Nobody... may destroy it.
테일러가 저 멀리 서쪽을 응시했다. 베이징 방향이었다.
"조만간 저곳 또한 불바다가 될 걸세. 저 결연한 마음을 막아내지 못하고 말이야... 이곳이 진정 강한 이유는 그럼블이 깔려서가 아니라 저런 마음가짐을 가진 자들이 이곳에서 싸운다는 것이야...나도 가능하다면 저렇고 싶다만...어쩔 수 없지. 미합중국 군대에 있는 이상 나는 저럴 수가 없어. 침략전의 선봉에 서야 하며, 명분 없는 싸움을 벌여야만 하지...진정으로 대한민국이 부러워진다네, 폴..."
Maybe that place fall into fire soon that's because they can't defend the determined mind. //

※ 현재 이 부분의 영어 번역은 다 못 끝냈습니다; 이걸 2004년부터 붙들고 있었다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실력인 셈입니다; 뽀대나게 도와주실 분 구합니다;;


10월 17일 17:00 진저우 남서쪽 10km

“이젝터, RTB한다.”
신동민 중령이 차분히 말했다. 이제 돌아갈 때였다. 여기는 아군 기갑부대만이 깔린 곳이었다. 적기는 무서워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고, 1시간쯤 전에는 적 샘 사이트 다수가 제압당했다고 한다. 완전히 웅포해전에서 와키자카군이 당했던, 적이 쏘면 쏘는 대로 맞는 식이었다.
- 여기는 빅아이. 단둥으로 가라.
"단둥? 임시 비행장 말인가?"
- 그렇다.
- 젠장. 망했군. 전진배치잖아? 편대장님, 어쩝니까?
“어쩌자고, 정 소령? 가라면 가야지.”
신동민은 이 기분을 알고 있었다. 일본 전투기들과의 힘겨운 공중전이 벌어지기 직전에, 그는 쓰시마에 배치됐었다. 쓰시마에 기습상륙한 해병대가 점령한 직후 착륙한 그들은 곧 이륙해야만 했고, 그 때 쓰시마에 배치됐던 9전비 915전투비행대대는 딱 세 대 남았다. 그럼블과 M-SAM에 의해 다수가 격추됐다고 해도 2대 1이 넘는 상황에서의 독 파이팅이었으니 그거라도 산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일부 사출한 조종사들이 있었다... 신동민은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전진배치되면 꼭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별로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앞에 나설수록 죽을 확률이 수직 상승하는 거야 뭐 당연한 일이니 말할 가치도 없었다.
KF16 두 대가 남동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10월 17일 17:01 진저우 서쪽 15km

김원준 상병은 포구청소 때문에 지겨웠다. 벌써 몇 번째야?
하긴 도하 이후로 24시간 이상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중간에 핵 맞고 수십 배의 적과 싸우고 어쩌고 저쩌고... 24시간, 아니 12시간 동안에 죽어나간 군인이 수만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당연히 민간인은 뺀 숫자였다.
“지겨워...피곤해...”
하나 다행스러운 건 지금 이 일대에는 아군 기갑부대가 우글거린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아까처럼 '외롭게' 싸울 필요는 없었다.
"김 상병!!!"
"네? 중대장님?"
"그만 하게나. 쉬어도 좋아."
김성필 대위가 웃으며 그를 불러들였다.
"중대장님, 안 피곤하십니까?"
"나? 안 피곤해 보이냐...뭐 대대장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법도 했다. 그 시간을 노려서 잠깐이나마 졸아 보려고 애쓰던 강석구와 최홍석이었다. 무언가 중압감이 누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전군 최고의 위치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들은 기댈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는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후자 같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만큼 자신이 지켜내려는 가치가 손상되면 안 된다는 압박이 커지게 된다. 게다가 기혼자라면 미혼자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젠 편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하게?"
김성필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편하게 본토에서 노닥거리고 싶군. 알보병이라면 가능한데 기갑, 포병, 공병한테는 해당이 안 되는 사항이니까..."
김성필 또한 싸움을 피할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또다시 진군을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잠시 현실을 잊고 싶을 뿐이었다. 갑자기 수기사에서 서쪽 하늘이나 쳐다보고 있을 놈들이 부럽기도 했다. 어차피 수방사도 수기사를 빼면 해체 상황이었다. 맹호부대라는 부대명이 도저히 안 어울렸다. 호랑이는 방어로 먹고사는 동물이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만 싸우면 돼. 자네는 충분히 강하니까. 죽을 걱정 따위나 하고 싸움을 피하던 놈들이 더 먼저 죽는다는 것은 확실하겠지. 이제 핵을 날려서 동료 수천을 분해시키고 서울을 날린 썅놈들의 목을 칠 수 있겠지. 기대되지는 않지만.”
희망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안 잡히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희망만이 자기 손에 잡힌다는 것이다.


10월 17일 17:10 허베이성 다퉁, 다퉁 공군기지

한국군이 또다시 진군을 개시할 것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선두의 기갑부대가 멈춘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후속부대가 속속 합류하고 있었다. 저들을 타격하지 않으면 이제는 베이징이 쓸린다는 공포감이 중앙군위를 엄습하고 있었다. 중앙군위에서 직접 내려온 명령은 한국군 기갑부대를 치라는 것이었다. 현재 공34사 소속으로 남은 폭격기 전력은 백파이어 18대와 배저 40대였다. 기갑부대를 제대로 때릴 수만 있다면 1개 사단 정도는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공군이 보여준 모습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었다. 백파이어 40대가 한반도를 폭격했는데 결과는 서울시청밖에 안 무너지고, 한국 해군 함대를 공격했더니 키친 따위는 즐이라는 듯이 전부 요격시켰다. 하긴 키친보다 더 막강한 핵을 마구잡이로 날려도 SM3에 레이저가 수없이 날아들어 엄청나게 잡히는 세상인데 뭘 더 바라겠는가? 이미 한국은 중국이 따라갈 수 없는 질적 상승을 이뤄낸 뒤였다.
차라리 한국에 전술핵이 충분히 있어서 서로 핵으로 싸우는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나았을 것이다. 중국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핵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랬다면 안산에서 만세군이 그렇게 개쪽날 리는 없었다. 국군 전차대가 보였다 싶은 순간에 바로 핵포탄을 날린다면 천하의 아관파천이라 해도 대책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핵이 없다는 것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핵이라는 무기가 가지는 정보력 감소치는 그만큼 컸다. 그 차이를 제대로 이용했냐, 아니면 바보처럼 넋 놓고 있었냐가 오늘 전투 결과를 모두 갈라놓았다. 안산에서 만세군이 쓸린 상황에서 나머지 중국군이 열심히 싸워봤자 결과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곳에서 패배한 대가였다. 덤으로 중국은 국제적인 지지까지도 잃었다. 이미 주요 강대국들은 중국의 핵사용이 비인도적 행위였고 사망한 한국인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고, 별로 필요는 없었지만 3세계 국가 다수도 이에 동참했다. 중화의 힘 따위는 이미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이제 국제적 지지를 회복하려면 한국을 철저히 짓밟아 힘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었다.
구소련제 Tu16 배저 폭격기의 중국 카피버전인 H6 폭격기들은 내부폭탄창에 폭탄을 가득 집어넣었고 파일런에는 C601을 두 발씩 매달고 있었다. C601의 대지폭격 능력은 의심스러웠지만 안 날리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백파이어들은 물론 키친 두 발씩을 매달고 있었다. 백파이어는 11일 새벽에 입은 끔찍한 손실 때문에 키친을 날린 뒤에는 바로 귀환하도록 되어있었다. 키친이 방공망을 헤집어놓는 사이에 배저가 수로 밀어붙인다면, 그리고 한국 공군의 개입을 차단할 수만 있다면 기갑부대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폭격할 수 있었다. 사실상 중국 공군이 걸 수 있는 마지막 희망에 가까웠다.


10월 17일 17:23 단둥 북쪽 10km

"단둥 타워 나와라!!! 여기는 이젝터, 착륙을 허가하라!!!"
- 여기는 단둥 타워, 착륙을 허가한다!!! 바람은 없으니 걱정 마라!!!
“고맙다.”
신동민 중령의 KF16이 편대 대형에서 이탈해서 착륙을 위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이미 이착륙은 수도 없이 해 봤다. 실전 상황에서도... 단지 이곳이 지금까지 이착륙을 했던 서산비행장이나 순안비행장이 아닌 임시 비행장, 그것도 적지에 만든 임시 비행장이라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릴 뿐이었다. 이런 곳에 이착륙은 딱 한 번밖에 못 해봤으니까...
자세를 잡은 신동민의 기체가 하강을 시작했다. 활주로가 눈에 가득히 들어왔다. 스피드브레이크를 펼쳐서 속도를 줄인 신동민의 KF16이 활주로에 닿았고, 스피드브레이크를 접고 바퀴브레이크를 편 그의 전투기는 활주로를 달리며 속도를 더욱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정동진 또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하늘에 연료만 뿌리고 와서 미사일은 그대로 있었다.
“아직은 괜찮은 것 같군...”


10월 17일 17:30 평양광역시, 순안비행장

"Good-bye, Kang."
"Good-bye, Taylor. See you later!!!"
강인규와 소니 테일러는 작별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소니 테일러 대위는 허큘리스에 타기 위한 계단에 서서 순안비행장의 면면을 쳐다봤다. 아까도 그랬지만, 지대공미사일 발사대와 대공포 진지들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쉽게도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곳에 온 미국 국적을 가진 자들을 다 태운 허큘리스 수송기들이 이륙했다. 안에 실었던 무거운 짐들이야 모두 순안비행장에 내팽개쳤고, 돌아갈 연료는 미 전략공군에서 알아서 공중급유를 할 것이다.
동쪽으로 사라지는 허큘리스 수송기들을 보면서 강인규 중령은 왜 그런지 몰라도 쓸쓸함을 느꼈다. 공대공미사일 날리고 공대지미사일 날리고 기관포 날리고 폭탄 떨어뜨리는 것이 지겨워졌다. 하지만, 이런 상념도 잠시일 것이다. 지금은 이유없이 상당히 하늘이 조용했다. 하지만, 중국놈들 특성상 또다시 물량으로 밀어붙일 때가 되긴 됐다. 당연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난감할 정도로 암람을 수입한 덕분에 이제 미사일 부족해서 적기를 못 잡을 수준일 리는 없었다. 지금까지 암람 기수 부족(솔직히 전시에 부족이고 뭐고 따질 가치는 없겠지만.) 때문에 KF16 전투기들이 암람 2기와 사이드와인더 4기를 장비했고, CAP 임무에 투입되면서도 F15K 전투기들은 암람을 4기밖에 장착하지 못했다. 물론 그만큼의 이익은 있었다. 그만큼 기체가 가벼우니 공중전에 임할 때 더 유리하긴 했다. 적기와의 파이팅이 벌어졌을 때 장거리에서 암람 6기를 모두 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 사람이 멍청한 것이다. 락온해서 발사하는 데에도 몇 초는 걸리는데, 그 정도 시간이면 적기가 발사한 공대공미사일이 마하 4로 덮쳐오는 건 시간 문제였다.
강인규는 아까 출격한 F15K를 생각했다. 아까 출격했던 F15K 전투기들은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전멸한 걸까? 설마...그렇지는 않겠지. 그 F15K 조종사 또한 한국 공군 최고 에이스 중 한 명이니까... 일본에서도 대활약을 벌였고, 지금 만주 전역에서도 적기를 파리 잡듯 잡는 사람이니까...'
“저 사람들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신 겁니까?”
2번기 박성석 대위였다. 강인규가 미군 무기조달관하고 무슨 소리를 씨부렁거리는 건 분명히 들었는데,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 박성석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항공기의 공식 교신 언어는 영어지만, 한국군에서 쓰는 영어는 당연히, 발음이 엄청나게 찌그러진다. 그런데 강인규의 발음은 상상을 초월했다. 네이티브 스피커 급이었다는 것이 박성석의 솔직한 평가였다. 이렇게 깨끗한 발음은 한국인 중에서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뭐, 저기 남포 폭격 이야기였지. 썅...”
“어휴... 제가 군인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런데, 다음 출격은 언제라고 합니까?”
“나도 모르네. 더 이상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해 보자고. 살인 자체는 극도로 나쁜 행위임에 분명하지만, 우리들의 목에 칼을 들이댄 놈들을 죽이는 것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테니까. 만약에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후회가 없네. 나의 신앙인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미국놈들이 정당방위로 인정하건 말건 나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양심적인 일이 아닐까? 그러면 저것들 쏠 시간이나 기대하는 게 어떨까? 도대체 몇 시에나 가능하려나...”
“알겠습니다.”
분명히 그들은 오늘 민간인들의 통곡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더 많은 통곡소리와 스러질 목숨을 없게 만드는 것은 가능했다. 군대는 미래를 위하여 싸운다.


10월 17일 17:35 단둥 북쪽 6km, 임시 활주로

최두원 중령은 불타는 남포를 생각할 때마다 화가 솟구쳤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 연기를 뒤로 하고 출격한 그였다. 중국군 샘 사이트 다수를 그 보복으로 쓸어담았지만, 남포에서 힘없이 죽어간 국민들을 생각하면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사망자 숫자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 썅..."
"아니, 왜 이러십니까?"
최두원은 뒤를 돌아봤다. 그의 편대원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아마도 방금 전에 착륙한 KF16 조종사 같았다. 그의 눈이 왼쪽 가슴을 향했다.
"신동민 중령? 정말 신동민 중령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서로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중 두 명이었다.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적기를 잡아내는 자들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오늘도 에이스 경쟁은 치열했다. 물론, 전공을 위해서가 아닌 살기 위해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였지만.
"오늘 어떠셨습니까?"
신동민이 먼저 말을 붙였다. 뻘쭘한 순간에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먼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효과가 훨씬 더 크다.
"남포 폭격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당연히 보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럽시다. 북경을 폭격할 그날을 위하여..."
"그런데, KF16 가지고 이런 신기에 가까운 공중전이라니...어떻게 하는 겁니까? F15K처럼 추력이 좋지도 않은데...볼 때마다 그게 궁금합니다. 제가 KF16 몰고다닌다면 상상하지 못할 일인데 말입니다."
"과찬이십니다. 자기 기체의 특성에 적응한 것이지요. 그뿐입니다."
"과찬이라니요. KF16이 로우급 제공기임에도 불구하고 적 하이급 제공기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봐 오면서 감탄했습니다. 특히 11일 새벽에 적 1개 사단을 상대로 20대도 안 되는 숫자로 버텨내다니, 정말로 놀랐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할 말이 없겠습니다만, 빽빽한 적 전투기와 방공망을 뚫고 베이징에 미사일 날리고 온 주역께서 겨우 방공임무에 동원된 전투기 조종사를 극찬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베이징 방공망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고고도라서 대공포 위협도 없고, 레이더 보이면 함 날려주는 수준이었는데 말입니다. 그쪽도 잘 싸운 걸 부인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일본 원정 때도 F15K를 몰았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때 공중전 어땠습니까?"
"대단했지요. 사방에서 적기가 밀려오고..."
"지금이나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그려... 후우..."
둘은 서로의 전투기를 쳐다봤다. 킬 마크가 어지러울 정도로 그려져 있었다. 주변에 있는 전투기들은 전부 다 킬 마크로 도배돼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격렬히 싸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10월 17일 17:40 진저우 서쪽 15km

“6시가 돌격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되겠습니다.”
“맞아. 새로운 싸움이지.”
강석구 중령은 아까 몇 시간 잔 것이 확실히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크게 됐다고 생각했다. 전투 중에 졸리면, 끝이다. 영원히 잘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싸움이 두렵지 않은 저를 보면서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이젠 완전히 살인기계가 된 것인가... 이렇게 변한 제 자신을 보면 정말 한심합니다.”
최홍석 중사는 이렇게까지 변한 자기 자신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손에 피를 묻혔다는 생각 때문에 손만 쳐다보던 시절도 있었다. 전투 중에 그러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손에 피?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쏘고, 쏘고, 또 쏘고... 이제는 무감각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인다? 죽인다? 죽는다? 죽어간 자들은 어쩌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잠이다. 영원한 잠. 물론 이것은 고통 없이 천수를 누리다 죽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은 다르겠지...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총알과 함께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할 테니까... 폭발과 함께 휘말릴 수도 있겠고... 핵에도...”
최홍석 중사는 핵까지 생각하자 감정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군복 한구석을 적시는 눈물방울들은 지금까지 그가 벌였던 엄청난 살육전에 대한 반성일까, 아니면 또다시 살육전에 참여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주일까?
강석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일본에서도 전투 끝나면 손만 쳐다보다가도 전투가 시작되면 다시 냉정을 되찾고 적 전차를 향해 명중탄을 날리던 그의 모습을 믿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최홍석은 전군 최고의 포수였고, 안산 전차전의 수공이었다.
“그래, 그래, 다 이해해. 홍석이! 그만 해. 전투 끝나고 하는 건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제발.”
“아, 알겠습니다.”
최홍석이 군복 소매로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 곧 진격할 판에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는 없더라도 피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좋아. 펑하이리 이 개새끼야, 니가 전쟁을 냈으니 난 전쟁을 끝내겠다. 내가 살아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강석구는 최홍석의 이 모습이 언제나 마음에 들었다. 한 번 분노하면 그 분노를 끝날 때까지 간직하고 그만큼의 피를 강요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한 전사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 분노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그는 피 한 방울 요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를 분노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을 펑하이리 그 개새끼가 알 리는 없었다. 이미 그 대가는 안산에서 한 번 치렀다. 하지만 안산에서 휘저은 것만으로 그의 분노가 풀린 것 같지는 않았다. 핵을 쓰지만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싸운다는 생각이라도 하겠지만, 이미 아관파천은 전투가 아니라 복수 중이었다. 핵에 맞고 날아간 동료들의 복수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분노와 결의는 전차 열두 대에 불과한 아관파천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복수는 계속되어야겠지. 이 빌어먹을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말이야. 홍석이! 자네라면 내가 믿겠네. 꼭 살아남아서 내년 10월 17일에는 술이라도 한 잔 하세나. 이제 이 전쟁을 끝내 보세.”
“알겠네, 강석구 중령. 이건 부하로서가 아닌 친구로서 의리로 말이야. 하하하!!!”
“이제 너답군. 좋아. 그럼 가 보자고.”


10월 17일 17:45 황해도 해주, 해군항공대 비행장

A50 40대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이들이 갈 곳은 단둥이었다. 나진에서 해주까지 왔고, 이제 단둥으로 전진배치될 예정이었다. 물론 A50의 특성상 조만간 더 전진배치될 확률이 높았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지상군을 근접지원해야 하는 공격기들이니까. 그 정도의 성능은 갖고 있는 공격기가 A50이기도 했다.
김동현 대위는 또다시 이동한다는 말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별로 흥분되지도 않았다. 무단장을 치면서, 그리고 목숨을 걸고 저공비행으로 매브릭 가지고 적 고속정대를 공격하면서 영웅심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영웅심이 사라졌다고 할 수 없었고, 아주 조금 줄어들었다고 하면 딱 맞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그의 상황이 조금씩 보인다는 것이었다.
“젠장. 그 녀석한테 이제라도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
이제야 AGTS로 쳐서 떨어뜨리려고 했던 녀석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니, 자기 자신이 참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늦긴 늦었다.


10월 17일 17:50 단둥 북쪽 6km, 임시 활주로

“저거, F16 아닌가?”
최두원 중령은 북쪽 하늘을 쳐다봤다. 분명히 F16 전투기들이었다. 딱 두 대밖에 없었다. 방향이 북쪽이라는 것이 의아한 녀석들이었다. 저 전투기들의 비행운은 수십 킬로미터 전부터 분명히 북쪽에서 뻗은 것이 확실했다.
“어? 우리 편대네?”
신동민 중령은 하늘에 뜬 F16 전투기들이 그의 편대임을 알아차렸다. 못 알아차리면 같은 편대가 아니다. 어쨌든, 반가웠다. 지금 여기는 적지나 마찬가지였다. 적은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을 공격할 수 있는 곳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KF16 두 대가 착륙 자세를 잡고 있었다. 최두원과 신동민은 말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군에게는 손해였다. 중국놈들은 빠른 시간 내에 후려패야 했다.
“우리 스테이션이나 안 잡혔으면 좋겠군.”
“그러면 지는데? 안 잡히길 기대할 수가 없잖아?”
KF16 두 대가 이윽고 활주로에 닿았고, 속도를 줄여 갔다. 곧 보행 속도로 감소한 KF16 두 대가 유도로를 따라가고 있었다. 곧 전투기들은 완전히 멈췄고, 조종사 두 명이 전투기 밖으로 나왔다.
“잘 갔다왔나?”
“웬걸요. 선양 쪽은 적 한 마리도 없어 정말 쉬웠습니다. 단지 지루했습니다. 하하하!!!”
“괜찮은 곳이었군. 난 진저우 쪽이었는데, 여기도 적 하나도 없더라고. 솔직히 너무 빨리 돌아온 것 같더라고. 겨우 20분이나 있었나? 자네는 공중급유라도 받았나?”
“네. 한 번 받았습니다.”
“공중급유기 시간 낭비했군.”
“편대장님!”
누군가 했더니 2번기 정동진 소령이었다. 손에는 무슨 봉투 몇 개가 있었다. 작전명령서인 모양이었다. ‘군사 Ⅱ급 비밀’이라는 빨간 글씨를 보니 확실했다.
“무슨 일이야?”
“최두원 중령이 어느 분이...아,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우리 쪽 작전명령서?”
“그렇습니다. 무거운데요? 하하...”
정동진 소령이 최두원 중령에게 봉투 여덟 개를 내밀었다. 최두원이 잠시 내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또 출격할 곳이 있는 것 같았다.
“얘들아~ 1만 페이지 중 일부가 배달됐다.”
조종사 몇 명이 최두원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봉투 하나씩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데 1만 페이지는 이라크전 이야기 아닙니까? 11일에는 10만 페이지 나왔나? 그러지 않았습니까?”
정동진 소령의 말에 조종사들은 다들 저 멀리, 만주 쪽만 쳐다봤다. 그날 그들이 죽도록 싸웠던 서쪽 방향을 쳐다보기가 싫어졌다. 당연히, 그들이 가야 할 곳은 서쪽이었다.
“편대장님!”
“어? 어. 알겠네. 내 거였군.”
정동진이 넘겨준 봉투를 뜯은 신동민은 그에게 배달된 서류를 읽어나갔다. 스테이션 시간은 7시였다. 맡겨진 임무는 공중전이었다. 그런데 호위할 대상이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귀 편대는 어떤 임무입니까? 귀 편대를 호위하라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으음... 베이징 폭격입니다.”
“무장은 뭡니까?”
“랩터 공대지미사일을 주겠다는군요. 하하...”
“랩터? 사거리가 영... 하긴, 흑룡이나 슬래머가 남아돌 리도 없고, 순항미사일도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흑룡 재고량은 중국 해군이 궤멸당한 순간에 400발 가량으로 줄어들었고, 오늘 보복작전에 100기 이상이 또다시 동원되면서 재고는 또다시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이번 전쟁에서 한국 공군이 대함공격에 흑룡을 사용한 예가 없다는 것이 재고량 딜레마를 극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적의 방공망을 격파하는 데에 흑룡만큼 비용 대 효과에서 만점인 물건이 없다는 것 또한 확실했지만, 중요한 문제는 숫자 그 자체였다. 흑룡이나 한국형 순항미사일은 재고량이 크게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도 다 잘 될 겁니다. 열심히 싸우기만 하면...”



임재완 (2006-02-15 19:48:24)  
하루에 한번씩 워포그에 들어오는 보람이 있군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임택진 (2006-02-16 16:15:37)  
건필하시길....^^ 이전까지 대부분 챕터는 2개씩 올리셨는데 이번 챕터는 한개인가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김사무엘 (2006-02-17 21:42:27)  
저도 재완님처럼 워포그 들르면 꼭 공동연재 게시판을 둘러봤다는......... 담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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