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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설 공동 연재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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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신(2003-02-26 00:36:35, Hit : 1483, Vote : 6
 http://없으
 병사

사람으로 하여금 심연의 가장 깊은 곳의 암흑을 느끼게 하는 밤이었다. 습기에 찬 여름밤의 숲. 실내에 있다면 비가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가는 빗방울이 바람에 흩날렸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빗방울들이지만 오랜 시간동안 내린 비는 사람들의  어깨를 적당히 적실 정도이다. 나뭇잎이 머금고있던 물방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기울어졌다.

소리없이 떨어진 물방울이 병사의 뺨을 적셨다. 주륵 흐르는 물방울이 얼굴을 가로질러 흙으로 떨어진다. 병사는 이를 악물었다. 별들조차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던 병사는 동료들의 시체와 비명을 지르는 부상자들을 외면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그동안의 일을 생각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성 몇 발,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서도 포성이 울렸다.

쒸이이이에엑! 꽈우우우웅!
포격이 얼마나 계속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냉정한 제삼자가 본다면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그야말로 살
기 위해 몸을 놀리고 있었다. 냉정한 제삼자가 있다면 그는 이미 산 자가 아닐 것이다.
쿠아앙쾅쾅쾅!
산비탈에서 돌들이 굴러내려오고, 나뭇가지와 돌조각과 사람의 파편이 공중으로 비산했다. 수백미터 위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뭔가
알 수 없는 잡다한 것들의 파편이 병사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포탄은 길 위로 낙하해서 거대한 웅덩이를 만들었고 정신없이 달리
던 병사들은 그 웅덩이 안으로 빠져들거나 미친듯한 고함을 지르며 엎드려 있었다.

병사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마비된 이성만을 가진 인간이 달리던 자리에 남는 초록색 군복, 기억 속에서도 묘사하고 싶지 않은 죽음, 죽음이라고 하기조차 끔찍한
파괴...

달리고 있던 어느 병사가 폭발의 충격으로 뒤로 넘어진다. 그대로 몸을 굴려 일어난 병사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표정으로 허둥지둥 달린다. 바위가 쪼개진 조각이 그의 복부를 꿰뚫고, 부서진 갈비뼈는 그의 심장을 꿰뚫는다. 몸을 부르르 떨고 비
틀면서 생애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는 쾌감을 맛보는 그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검은 하늘이 비친다. 포탄은 다시 폭발하여 파편을 뿌
리고, 병사는 진흙탕에 쓰러지며 피를 뿌린다. 조각난 갈비뼈에 꽂힌 채 뛰고 있던 심장은 생명의 끈을 놓친다. 경악에 찬 비명이 끝
이 없다.

"와아악!" 타타타타타타!
현실의 소리다. 병사는 그 사실을 깨달을 새도 없이 몸을 날렸다. 흙탕물을 튀기며 바닥을 구르다가, 몸을 던진 누군가에 의해 복부를
밟힌다. "우큭!"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를 밀어내고, 몸을 굴려 엎드리면서 어둠 속을 향해 총을 겨눈다. 퍽, 슉탁! 따다당! 적의 총
탄이 좌우를 스치고 지나가고, 병사는 방향성 없이 사격을 가한다. 피이잉-휘이이익! 머리 위를 스치는 듯한 소리. 병사는 전율한다.
실은 한참 위를 지나는 것이겠지만, 병사로서는 목숨을 겨냥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침착한 동작으
로 그 자리를 벗어난다. 소총조차 놓치고 뛰던 어느 병사가 단번에 사살당하고, 그 차갑고 뜨거운 피를 뒤집어쓰면서 병사는 기어간다
. 쉬익-! 꽈웅!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RPG-7이 치명적인 위력으로 병사들을 공격했다. 엎드린 채로 부서지는 육체와 볼썽사납게 팔다
리를 놀리며 굴러가거나 날아가서 쳐박히는 군인들. RPG-7이 발사된 곳으로 무수한 반격이 집중되고, 필살의 일격을 성공시킨 사수의
육체는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시체가 된다. 폭사한 병사의 시체-주먹만한 크기로 분리된-가 어지럽게 흩어지고, 이빨과 뼛조각들이 흙
속에 박힌다. 토할 것 같은 역겨운 냄새. 한적한 오솔길이 싸늘한 시체로 뒤덮인다. 병사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동료들이 부럽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며칠간 겪은 일을 다시 겪는다는 사실에 진저리쳤다.



오주신 (2003-02-26 00:49:33)  
예전에, 이성찬님 홈페이지에 병사의 독백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업그레이드 판입니다. 저는 여러가지 것들을 표현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정도가 저의 최선인것같네요. 부디 재밌게 읽어주세요.. 나중에 2편 올립니다
오재영 (2003-02-27 14:48:42)  
같은 오씨 네요 (ㅡ.ㅡ'')
요즘 이성찬님 홈피는 열기나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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