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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구(2003-04-16 21:12:31, Hit : 2518, Vote : 9
 http://www.jeongku.wo.to
 플래툰(Platoon) [1부1화] 2시간의 혈투

내꼬야~ Lee Jeong Ku 것 임. 도장 꽝꽝꽝!!!
워포그!*
디펜스 코리아!*
데프콘 포레버 러브!*
문제 중년의… *
에서만 올라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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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나오는 지명 및 부대 이름과 장소는 작가가 지어낸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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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화를 완료 시켰네요. 2시간의 혈투 입니다. 많은 수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몰랐는데 강진혁 대위를 후반부터 강인혁 대위라고 썼더군요. 모두 수정했습니다. 이건 제가 챕터1과 2를 합쳐 놓은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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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toon 플래툰.




2시간의 혈투




  6월 30일 12:58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서쪽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101연대 전진부대 2 중대 1 소대 내무반.

섭씨 30도를 넘는 열기와 구름 한 점 없고, 그늘도 없는 곳.
바로 DMZ 즉, 38` 남한과 북한의 휴전선에서 겨우 250m 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대한민국 육군의 전진부대는 다른 날 보다 더 더웠다. 강원도 어은산 서쪽 10km에 위치해 있는 전진부대는 삼면이 푸른 산으로 둘러 쌓여져 있고 산이 없는 곳으로는 DMZ 선이 낮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 DMZ라 불리는 휴전선 때문에 전진부대에서 생활하는 2중대 중대원 128명은 하루 하루를 지옥 같은 긴장 속에서 시작해야만 했다.
6월 말, 여름이 시작 된지 별로 안 됐지만 이미 더위는 부대 안에 쫙 퍼진 상태였다. 삼면 푸른 산들에게서 강원도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고, 부대 입구 도로에서는 아지랑이가 춤을 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육군 전진부대 2 중대의 1 소대 내무반은 밖보다 더욱 후끈거렸다. 그 이유는 내무반 안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내들의 거친 몸싸움 때문이었다. 점점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두 사내의 몸싸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따지 듯이 자신의 앞에서 서있는 사내에게 물었다. 그 둘은 모두 병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키는 왜 이러냐는 듯한 얼굴을 지니고 있는 사내가 더 컸다.
"젠장!! 왜 그러는 거야?!"
앞에 서있는 사내의 뒤로는 국산 K2 소총이 눈에 띄게 잘 보였다.
"몰라서 물어?!"
대답한 사내는 자신의 뒤에 있는 K2 소총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 후, 몇 번의 말다툼 끝에 묻는 이의 얼굴로 대답한 이의 오른손 주먹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 주먹은 묻는 이의 이마를 때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른손 주먹이 날아간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왼손의 주먹이 빠르게 날아와 묻는 이의 얼굴을 때렸다. 묻는 이는 맞은 얼굴을 잡으며 반격할 자세를 취하자 대답한 이는 주춤하며 자신의 뒤로 발바닥을 옮겼다. 그 사이를 노린 묻는 이는 자신의 딱딱한 군화로 대답한 이의 허리를 축구공으로 중거리 슛을 하듯이 과격하게 찼다. 주위에는 싸우고 있는 사내들과 같은 소대 병사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의 싸움을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그들과의 싸움에 연관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중대장이나 소대장에게 불려가 보고서 또는 진술서 같은 형식의 글을 5 장정도 써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심지여 그들과 친한 3 분대의 이상근 병장까지도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그들의 싸움을 보고만 있었다.
묻는 이에게 허리를 채인 대답한 이는 허리를 양손으로 움켜지며 내무반의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으로 쓰러졌다.
"욱!"
대답한 이는 조그맣게 신음소리를 내며 마치 밀렵꾼의 총으로 허리를 맞은 연약한 사슴처럼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구경하는 내무반 부대원들은 바닥에서 쓰러져 있는 병장을 같이 싸움하던 고참 병장이 더 때릴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히 그는 바닥에 뒹굴고 있는 그를 때리기는커녕 일어나라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병장의 행동은 그가 아주 잘 한일이었다. 만약 그 상태에서 묻는 이가 대답한 이를 때렸다면 아마 싸움은 더 커져서 대대장이나 중대장이 와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답한 이는 전과가 꽤 화려했다.
대답한 이는 이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지 오른손을 내밀고 있는 묻는 이의 얼굴을 흴 끗 쳐다보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순간 내무반 뒤쪽에서 부대원들의 귓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솔직히 내무반 안의 병사들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뜨거운 열기를 내는 태양 빛이 내무반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누군가 내무반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전체 차렷!!"
1 소대장 김민혁 중위의 낯익은 목소리가 내무반 안에 울렸다. 젊은 혈기가 자랑인 김민혁 중위의 목소리는 언제나 경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경쾌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엇에 실망한 목소리였다.
"어떤 자식이야?!!"
모든 병사들이 차렷 자세를 하고 있을 때, 강동민 병장은 문을 보지 않은 채로 욕을 했다. 모든 병사들은 놀란 눈빛을 띄우며 그를 쳐다봤고, 김승민 병장은 손가락으로 강동민 병장에게 뒤를 가리켰다. 강동민 병장은 이내 사색된 얼굴로 차렷 자세를 취했다.  
"강동민 병장!! 그 자식은 나다. 왜? 이 얼간이야?!"
강동민 병장이 더위에 짜증이 나도 그가 말한 욕을 먹은 사람은 그가 군대 생활을 할 땐, 절대로 욕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김승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의 플레이로 후끈거리던 내무반 안은 새로운 침입자의 출현으로 더욱 후끈거렸다.
"윽, 죄송합니다! 중대장 님!"
"동민아."
강진혁은 느긋하게 말했다.
"예! 중대장 님!"
"너 제대할 날 별로 남지도 않았는데 왜 또, 싸움질이야? 정말 골치 아프다.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야?"
군대에 오기 전에도 사회에서도 강동민 병장과 중대장과는 친분이 있었다. 강동민 병장의 누나의 남편이 바로 중대장 강진혁 대위인 것이다. 마치 드라마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무반 복도에 서있는 김승민 병장의 얼굴은 퍼런 멍 밖에 보이지 않았고, 강동민 병장의 얼굴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잠시 후, 주먹으로 맞아 벌겋게 된 피부가 이내 퍼런 멍으로 바뀌었다. 중대장 강진혁 대위는 지난 월드컵 홍보용 부채를 한 손에 들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후끈거리는 열기로 가득찬 내무반 위에 서있는 두 병장들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승민 병장, 현재 대한민국 육군 최고의 부대, 전진부대의 2 중대 1 소대에서 3 분대장으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제대 후에는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교를 다닐 머리 좋은 군인이다.
강동민 병장, 현재 그 역시, 김승민 병장과 함께 훈련소 동기이며 대한민국 육군 전진부대의 2 중대 1 소대에서 4 분대장으로 국가의 의무를 충실히 마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제대하면 할 일이 없다.
중대장은 내무반을 한 번 쭉 훌 터 보더니 옆에 있던 1 소대장 김민혁 중위에게 내무반에서 싸움을 구경한 소대원들을 2 명 정도 뽑아서 중대장 실로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뽑힌 두 사병은 이내 얼굴이 찡그려졌고 김승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 역시 얼굴이 구겨졌다.

6월 30일 13:04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서쪽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전진부대 2 중대 중대장 실.

중대장 실은 창문이 많아서 그런지 창문으로 온갖 산들바람이 모두 돌아다녀서 따로 에어컨을 켠다든지 선풍기를 돌린다든지 그런 행동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중대장 실이 아닌 보통 소대 내무반은 중대장 실과는 딴판이다. 완전 그 속은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모두 가봤을 찜질 방과 유사하다. 소대원들은 가끔 내무반에서 나와 팔 목에 손가락을 문지르면 때가 나올 때도 있었다.
강진혁 대위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최근에 자신이 열렬히 읽고 있는 소설 책 'Band of Brothers'와 'U-보트 비밀일기'를 계속 읽고 있었다.
중대장은 내무반에서 싸움을 가장 잘 구경하던 사병 2명과 김승민 병장, 강동민 병장 그리고 1 소대장 김민혁 중위가 모두 들어 올 때까지 계속 책을 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10분 여, 서로의 눈치를 보던 모든 병사들은 김민혁 중위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며 중대장에게 이 사건을 빨리 좀 해결하라는 말을 하라고 눈치를 줬다. 김민혁 중위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고개를 상하로 흔들고는 바싹 말랐던 입을 열었다.
"으음, 중대장 님. 모두 데려왔습니다."
중대장이 드디어 그의 앞에 10분 동안 서있던 병사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강진혁 대위는 시선을 소대원에게 옮기는 듯 싶더니 다시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는 책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빨리 내무반으로 가고 싶어? 여기가 시원하지 않나? 정말 이상한 놈들이군."
사병 두 명은 긴장했는지 생각 없이 재 빨리 대답했다.
"아닙니다!"
사병 두 명이 그렇게 말하자 김민혁 중위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리며 두 사병을 쳐다봤다. 사병들은 김민혁 중위를 보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중대장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다가 갑자기 미소를 짓더니 책을 탁 덮고는 1소대장 김민혁 중위에게 말했다.
"흠, 윈터스 중위가 뛰어난 소대장에서 소벨 대위의 지랄 같은 행동에 나중에 중대장이 되지. 김민혁 중위! 이 중대 안에서는 내가 소벨이고 자네는 윈터스 인가? 우리 상황, 쫌 비슷하네."
'Band of Brothers'를 이미 DVD로 중대전체가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휴가를 나갔던 김승민 병장이 6만 2천 원이라는 고가를 들여서 사온 것이었는데 다행히 부대 안에는 DVD플레이어가 있었다. 그 때, 중대장은 그 영화에 감명 받아서 김승민 병장 뒤로 휴가를 떠난 강동민 병장에게 밴드 오브 브라더스 소설책과 U-보트 비밀일기 라는 소설책을 사오도록 시킨 적이 있었다. 아무튼 김민혁 중위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내용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소벨은 지도력이 없는 중대장이며 윈터스는 지도력이 있는 지휘관이라는 것을…….
"아닙니다! 중대장 님은 윈터스 이시고 저는 빌 가니어 입니다!"
소대장이 말하자 중대장은 미친 듯이 큭큭 거리 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하하! 그 망나니 빌 말인가?"
"그래도 멋진 병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래, 맞아."
김승민 병장 바로 옆에 서있던 두 사병은 중대장과 자신의 소대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윈터스는 누구고 소벨은 누구고 또 망나니 빌 가니어는 누구인가?!
중대장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야기를 할 때 만 계속 웃고 있었다. 그러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야기가 끝나자 그 세 그 보기 좋았던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미소를 감춘 중대장은 읽고 있던 책을 모두 덮어 철판으로 만들어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뻣뻣하게 서있는 두 사병들에게 말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싸움 말야. 솔직히 말해. 난 너희들에게 벌을 줄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중대장, 소대장, 김승민 병장, 그리고 강동민 병장은 지금 이 시점에 두 사병은 약간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강동민 병장이 대신 말했다. 그는 차렷 자세를 풀며 이마의 땀을 손목으로 훔치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 승민이를 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더워서 짜아……"
"입 다물어! 난 너에게 묻지 않았다! 병장!"
"옛."
김승민 병장은 순간 깜짝 놀랐다. 김승민 병장은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라 움찔한 사병의 느낌을 촉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야, 너 말해봐."
중대장은 김승민 병장 옆에 있는 사병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사병의 얼굴은 이내 창백해졌고 중대장은 사병에게 무슨 약을 먹였는지 금세 중대장은 싸움의 출발점과 끝점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싸움의 시작은 다음과 같았다. 내무반 안에서 자신의 K2를 닦고 있던 병장 김승민은 K2를 들어 내무반에서 자고 있던 강동민 병장의 콧구멍에 K2 총구멍을 갔다 댔고 갑작스럽게 총구의 차가움을 느낀 강동민 병장은 자신의 콧구멍 바로 앞에 있는 K2에 놀라 김승민 병장의 얼굴을 가격한 것이었다.
강진혁 대위는 김승민 병장의 옆에서 얼굴이 빨개진 신병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살며시 지으며, 그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김승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꽤 털털했다.
"에이. 별 것도 아니네. 나 있잖아 전에 있던 중대에서는 새로 온 사병 녀석들끼리 총 가지고 놀다가 안에 실탄이 있는 것도 모르고 쐈는데 쏜 놈은 감방 가고 맞은 놈은 그 자리에서 허리에서 뻘건 피를 철철 흘리면서 뻗어서는 병원으로 옮겨졌잖아. 그런 걸로 싸우다니 녀석들 귀여운데? 아무튼 다음부터 쌈질하지 말고 총 가지고 놀지마. 알겠……"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북쪽에서 포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무슨 소리지? 오늘은 박격포 훈련 없는데?"
강진혁 대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서있는 병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의 포탄 소리가 들려왔다.
-콰쾅!!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병사들의 귓가에 들려왔지만 다행히 부대 안은 아니었다. 그 소리는 DMZ 근처에서 들려왔다. 곳이어 그들의 귓가로 따가운 K2총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순간 김승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은 DMZ 보초를 서고 있는 몇 몇 2소대원들이 걱정되었다.
갑작스런 포탄 소리에 부대 전체가 들썩였다. 황급히 중대장 실에서 나온 김 병장과 강 병장, 그리고 두 사병과 강 대위 또 김민혁 중위는 이미 부대 앞에 집결해 있는 1 중대 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완전 군장을 취한 상태였다.
- 쿠우웅.
천둥이 멀리서 울려 퍼지는 소리와 흡사한 폭발 소리가 또 다시 병사들의 귓가로 은은히 들려왔다. 부대 연병장 앞에 집결해 있던 1 중대 원들은 이내 DMZ 쪽으로 가고 있었다. 천둥이 멀리서 울려 퍼지는 소리와 흡사한 폭발 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부대 연병장 앞에 있던 제1 중대 원들은 또 다시 들려오는 포탄 소리를 듣고, 이내 DMZ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DMZ 쪽을 보고 있는 강진혁 대위의 눈에는 바로 코앞에서 번쩍이는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가슴이 무엇인가에 짓눌려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마조마한 가슴을 추스리고 2 중대의 중대장 강진혁 대위는 재빨리 대대 본부로 달려갔다. 아직도 은은히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오고 포격은 계속 되었다.


  2 .

  6월 30일 13:04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전진부대 [ 대대본부 ]

강진혁 대위는 대대본부의 계단을 한 번에 네 계단 씩 뛰어올라갔다. 그가 본 대대 본부는 폭탄 테러를 맞은 듯이 혼란스러웠고,  연병장에 있던 1 중대의 중대장은 이미 DMZ로 출동을 나간 뒤였다.
대대 본부의 행정 군인들은 미친 듯이 복도에서 날뛰고 있었다. 강진혁이 복도를 뛰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멀리서 3 중대의 중대장 김현수 대위가 강진혁 대위를 보고는 재빨리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강진혁 대위가 헐떡이는 김현수 대위의 팔 목을 잡으며 말했다. 3 중대의 김현수 대위의 눈은 충혈된 상태였고, 어디선가 눈물을 흘렀었는지 눈은 부어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는 굉장히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강진혁은 생각했다. 웬 지 모를 긴장감이 온 몸을 휘젓고 지나갔다. 그리고 전쟁이란 단어가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저…전……전쟁이야!!! 전쟁! 이제 무슨 일인지 알겠나!? 난 지금 2소대 애들을 모두 잃었어!! 빌어먹을!"
"잃었다니? 이봐! 잃었다니!! 지금 몇 시야? 한 시잖아! 그 새끼들 1시에 부대 돌아와 있어야 되잖아!!?"
강진혁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3 중대의 2소대원들은 신병이 5명 정도 어제 새로이 와서 6월 30일 12:00 시간 부로 DMZ순찰 훈련이 있었다. 그냥 DMZ 철조망 앞에서 총 매고 어슬렁거리다가 오는 일이었다. 그저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2소대는 마침 부대로 복귀하러 돌아 올 때 북쪽에서 포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모두 죽었다고, 이 사람아."
말하는 김현수 대위의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김현수 대위의 마지막 대답은 방금 전과는 달리 침착했다.
"울지마. 그냥‥ 군에 오면 복권 당첨되듯이 그런 확률 같이 재수 없게 걸리는 사고라고 생각해!"
"난, 이대로 못 넘어가. 1중대 다음으로 우리 중대가 먼저 간다. 난 간다. 너도 빨리 가는 게 좋을 꺼야, 난 이미 대대장에게 출동한다고 허락을 맞은 상태야. 너희 2 소대 애들도 그곳에 있다던데……."
김현수 대위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갑자기 강진혁 대위도 깜빡 잊었던 2 중대가 생각났다. 2 소대 10명, 2 중대에서 유일하게 DMZ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11시에 복귀하기로 되어있던 2 소대 10명은 더 있다가 오겠다고 한 뒤로 하직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였다.
"제기랄! 나도 2 소대 애들이 그 썩을 놈의 철조망에 가있어!"
"나도 알아! 그러니깐 너도 빨리 대대장한테 다녀와."
강진혁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뛰는 도중에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닥치고 넘어졌으나 그는 오직 2 소대의 부하 10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몇 번을 넘어지고 부닥쳤을까? 이미 그의 눈앞에는 [대대장 실] 이라고 써 있는 문이 보였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들어가 '2 중대 애들을 데려가겠습니다!' 라고 말만하면 이제 2 중대는 완전 군장을 한 채로 자신의 부대 3 중대의 2소대의 복수를 하기 위해, 2 중대 2 소대 10명을 구하기 위해 떠나면 됐다. 그리고 그 다음은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 남아있었다.  
"저, 왔습니다! 출…"
그가 힘차게 말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단 한 명이 강진혁 대위의 눈에 들어왔다. 한 남자가 대대장 실의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감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남자의 왼쪽으로는 무궁화 2개가 박혀있는 전투 모가 보였다. 강진혁 대위의 눈에 들어온 대대장은 별 상처 없이 죽어있었다.
강진혁 대위가 대대장 실 문 앞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무궁화 2개가 박힌 전투 모를 보고는 멍한 얼굴을 띄며 시신처럼 딱딱히 굳어 서있었을 때였다.
"으……"
면 재질의 칸막이로 가려져 있는 곳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강진혁 대위의 귓가에 들렸다. 그는 면 재질의 칸막이를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는 그 안에서 신음 소리를 낸 이가 누군지 보기 위해 앞을 두리번거렸다. 그의 눈에는 대대장 쇼파 밑에 쓰러져 있는 행정병 김혁준 상병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강진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김혁준 상병은 이미 하체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려 허리 위의 상체만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진혁 대위는 잃었던 정신을 차려서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갑자기 대대장 실에 들어왔을 땐 못 느꼈던 피비린내가 굉장히 지독하게 코를 찔렀다.
"으웁"
토가 나오기 위해 속에서 발광을 치고 있는지, 그는 입을 한 손으로 막고는 벽에 또 다른 한 손을 기댔다.
"으욱!"
점심 때 먹었던 밥과 물 그리고 미역이 한 테 어울러져 대대장 실의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는 대충 손목으로 입을 닦고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정신을 차려서야 알았는지 대대장 실의 벽은 창문 쪽이 굉장히 큰 폭으로 뚫려져 있었다.
"뭐지……."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아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대대장 실은 북한군이 아까 전부터 쏴 대던 박격포를 맞은 것 같았다. 중대장 실에서 봤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언제 포격을 맞았는지 대대 본부는 형체를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는 정신 없이 대대장 실로 뛰어갈 때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포격 소리를 못 들었을 것이라고 예감했다.   아무튼 2 중대의 중대장, 강진혁 대위는 대대장 실에서 죽은 대대장을 보기 전 까지 아니, 상체 만 남아있는 김혁준 상병을 보기 전 까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았다.
-쿠우웅~
멀리서 또 하나의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총 소리도 이젠 은은히 들려왔다.
'1 중대 파이팅. 조성래 파이팅!'
강진혁 대위는 먼저 출동한 1 중대 그리고 조성래 대위가 북한군을 후퇴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예감하고는 2 중대를 집합시키기 위해 대대장 실의 문을 박차고 나갔다.

  6월 30일 13:27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전진부대 [연병장]


황토 빛 연병장에는 3 중대 90여명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2 중대 118명이 모여있었다. 2 소대의 10명이 빠진 2 중대는 118명 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 중대 그리고 3 중대의 중대 원들의 K2 또는 K1 소총에는 빨간색 탄 창이 채워져 있었다. 빨간색 테 입이 부쳐져있는 탄 창은 실탄을 의미한다.
강진혁 대위가 대대본부에서 나와 연병장에 있었을 때, 그의 눈에는 그의 예상과 달리 1 소대장 김민혁 중위와 2 소대장 강인철 중위 그리고 3 소대장 이상근 소위가 소대 별로 완전 군장을 취한 상태로 집결해 있었다. 이상근 소위는 몇 주 후면 이제 대위로 진급할 대위 진급 예정 소위였다. 그리고 이상근 소위에게는 귀여운 다섯 살짜리 딸이 있었고, 아내와는 이혼해서 딸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효자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여기선 효자가 아닌 대한민국 육군 장교였다.
연병장에도 뜨거운 햇살은 여전했고 멀리서 선임 1 소대장 김민혁 중위가 대대 본부에서 나오는 중대장을 보고는 소대별로 보여있는 모든 병사에게 외쳤다.
  "2 중대 모여!! 중대장 님이시다!"
중대장 강진혁 대위가 모여있는 2 중대에 가까이 왔을 때 언제 무장했는지 3 중대의 김현수 대위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흐흐‥ 난 이제 북한군을 죽이러 다녀 올 테니 천천히 따라와. 대대장은 죽었지?"
강진혁 대위는 김현수 대위의 물음에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김민혁 중위에게 집중시켰다. 김민혁 중위는 예비 탄 창 4개와 K1 그리고 강진혁 대위의 전투 모를 가지고 왔다.
"중대장님, 갑시다."
"그래! 대대장은 죽었다. 우린 이제 북한군과 처절히 싸우다가 아마도 죽을 것이다. 그래도 2 중대! 너희들은 잘 싸울 것이야. 그리고 살아남을 몇몇 놈들도 있을 테지. 이 전투가 끝나면 말야. 하지만 우린 3 중대가 떠나고 1 중대가 돌아오면 떠난다. 그리고 통신병들 모아서 근처 부대에 연락해서 지원 요청해봐."
중대장이 마지막 말을 끝내자 옆에서 있던 김민혁 중위가 자신의 양손에 있는 장비들을 강진혁 대위에게 건네 주고는 연병장에 모여있는 제2 중대 원들에게 소리쳤다.
"우린 1중대가 돌아오고, 3중대가 DMZ로 떠나고 나서 DMZ로 향한다! 통신병들은 모두 앞으로!"
  김민혁 중위는 1 소대 줄과 2 소대 줄에서 힘없이 걸어오고 있는 통신병들에게 손을 저으며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통신병들은 2 층 대대장 실이 뚫려있는 대대본부로 향했고, 나머지 병사들은 연병장에 서있는 자리에 털 퍼덕하며 편히 앉았다.
그들에게 이 전쟁에서 휴식을 취할 시간은 이 시간뿐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 사실을 조금은 예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곳이어 대대 본부에서 한 명의 중년 남자가 나왔다. 그는 부 대대장이었고 지금은 임시로 대대장 직을 맡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둥글 한 전투 모에는 무궁화가 한 개뿐이었다.
"앗, 부 대대장님."
연병장의 연설 대에서 쉬고 있던 강진혁 대위가 그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부 대대장을 보며 말했다. 부 대대장의 얼굴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역시 강진혁 대위 같이 대대장의 죽음과 대대장 실에 있던 행정병의 잔인한 죽은 모습을 목격했는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리고 입가에는 토 자국이 남아있었다.
강진혁 대위는 잽싸게 일어나 부 대대장에게 거수경례를 취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소대장들도 함께 경례했다. 연설 대 위에 있던 모든 병사들의 눈에는 부 대대장의 눈알은 힘없어 보였다. 웬 지 그 눈은 패배를 예감하는 것 같았다. 첫 전투에서의 패배라, 얼마나 끔찍할까?
"뭐야, 왜 2 중대만 남아있지?"
부대대장은 따지듯 물었다.
"아, 1 중대는 먼저 떠났고, 3 중대가 먼저 간다고 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부대에 병력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내 강진혁 대위의 고개를 푹 숙여졌다. 중년의 부대대장 신승민 소령은 전투 모를 자신의 옆구리에 껴 넣고 왼손으로 전투 모 아래 부분을 잡았다. 그리고 오른손의 손바닥으로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머리칼이 별로 없는 머리를 훔쳐냈다. 그리고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닦고는 푹 숙여져있는 강진혁 대위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죽기 싫어서가 아니고?"
"아닙니다! 저희가 먼저 떠 날려고 했는데…"
"했는데?"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장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 이봐, 김민혁 중위. 말해보게 가겠나?"
부대대장은 검지손가락을 쳐들고는 김민혁 중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민혁 중위는 재빨리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아주 빠르고 간단한 대답이었다.
"죽어도 좋습니다."  
김민혁 중위의 말을 들은 신승민 소령은 놀란 눈빛을 띄며 1mm 정도 자라있는 턱수염을 만져댔다. 그리곤 결정을 했는지 고개를 상하로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가."
소대장 김민혁 중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연병장으로 향했다. 모든 1 중대, 2중대,3중대는 DMZ로 향했다. 그 숫자 대략 370정도였다.

   6월 30일 13:29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서쪽 10km 지점.
  
강원도의 산기슭에는 여름이면 벌레가 많고 모기가 득실거리며 겨울에는 춥기로 유명한 아주 전쟁하기에는 가장 안 좋은 지형 형태이다. 아무렴 북한 보병과 특수부대가 최강이라 할 지라도 다른 곳에서보다 이곳에서의 전투는 누구에게나 힘들기 마련이다.
DMZ로 향하는 발걸음은 꽤나 묵직했다. 각 소대마다 몇 명씩은 K3 기관단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소대장과 중대장은 K1으로 무장했다. 또, 그들의 전투 조끼에는 4 개의 탄 창과 3개의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으며 각자 휴대용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통신병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 내린 비로 산길은 진흙뿐이었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자연 적으로 생긴 물웅덩이도 있었지만 북한군의 박격포로 생긴 물웅덩이도 있었다. 다른 부대였다면 북한군과 싸우기 위해서는 1.5톤 짜리 작전 트럭을 타고 갔겠지만 전진부대는 DMZ와 25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만큼 DMZ로 향하는 도중에 2 중대의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1.5톤 짜리 작전 트럭을 타고 갔다면 한 트럭 당 대략 15명의 병사들이 탈 수 있다. 그렇다면 아주 많은 트럭들이 산길과 도로를 달려야하는데 도중에 북한군의 구식 RPG-7을 만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적이 있다. 바로 저격수이다. 하지만 저격수는 걷는 병사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슈우웅!
그 때였다. 2중대 원들은 전진부대를 나와 험한 산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엎드려!!"
중대장이 외쳤고 김승민 병장과 다른 병사들은 똥 같은 진흙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으‥제길!"
김민혁 중위가 외쳤다. 그는 재수 없게 깊은 물웅덩이에 엎드려서 군복이 모두 젖게 되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무기는 손상가지 않았다. 김민혁 중위는 진흙에 처박고 있던 머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탕!
"아악!!"
김민혁 중위가 소리쳤다. 총에 맞음과 동시에 그의 얼굴은 다시 진흙으로 박혀버렸고 산길에 엎드려 있던 모든 병사들은 그를 쳐다봤고 순식간에 그의 귀로 총소리가 고막을 찢어 놓을 듯이 울렸다. 2중대 원들 중 몇 명은 아직 정신이 있는지 총 소리가 나는 곳으로 K2 소총과 K3 기관단총을 쏘고 있었다. 그리고 김민혁 중위는 다시 쳐 박혔던 진흙에서 고개를 들었다. 총에 맞았지만 그는 살아 있었다.
"민혁아!"
그에게 또 다시 위험이 엄습해 오는 것과 같은 비명이 뒤에서 들렸다. 그 소리는 중대장의 목소리였는데 절망 적이었다. 그가 앞을 보니 그의 앞에는 주먹 크기의 수류탄 하나가 있었고 그는 재빨리 수류탄을 들어 북한군 쪽으로 던졌다.
-펑!
수류탄은 그의 손에서 떠나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러나 그는 다행히 두 번째 위기를 잘 모면했다. 귀는 아직 까지 멍멍했지만 견딜 수 있었다.
"괜찮아!?"
김민혁 중위는 갑자기 귀가 멍멍해 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중대장이 자신의 뺨을 때리고 있었다.
"아파요!"
"짜식, 살아있었네! 총알 맞고 수류탄이 앞에 떨어졌는데도 살았네!!"
"총알은 살짝 빗겨지나 간 것 같아요!!"
"그래!, 넌 운이 좋아!"
총 소리는 여전했고 그의 눈에는 30m 정도 앞에 있는 북한군이 눈에 보였다. 그가 총을 잡자마자 중대장은 그의 어깨를 잡고는 산길 왼쪽으로 데려갔다. 노출이 심한 산길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위장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잡풀이 30cm 쯤 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잡풀은 적이 쏘는 총알에 잘려나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타타탕!
중대장이 김민혁 중위의 옆에서 3연사로 K1소총을 쏴댔다. 바로 앞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것이 북한군이라는 것을 알아챈 김민혁 중위도 K1의 잠금 장치를 풀고 탄창을 꺼내 자신의 K1 소총에 꼈다.
-탁탁.
탄 창이 들어가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리자마자 그는 밝은 불빛과 함께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냈다.
"모두 산길에서 빠져나와!!"
중대장의 목소리가 김민혁 중위의 귀에 들려왔다. 중대장 강진혁 대위의 목소리는 이미 쉴 만큼 쉬어 있어서 마치 그의 목소리는 80대 할아버지의 목소리와 흡사했다.
갑작스런 총 소리와 수류탄의 폭발 소리로 주위의 들짐승들은 모두 달아 난지 오래였고, 동물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총알이 날아다녔다. 그 총알은 총구에서 빠져나와 한 참을 날아가다가 땅에 박히기도 했고 나무에 박히기도 했으나 그 총알은 결국 죽음을 만들어냈다.


   6월 30일 14:00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서쪽 10km 지점.


-쏴아아아…….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가 싶더니 잠시 후, 소나기가 2중대의 몸을 차갑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대원들에겐 더운 햇빛이 더 나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이곳에는 소나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산들바람에 시원했고, 그들 발 밑에는 항상 흙탕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민군의 산발적인 AK-47의 소음은 계속 중대원들의 귀를 괴롭혔고, 2중대의 12시 방향에서는 몇 분전부터 무한계도 소리가 그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타탕!
조용하다 싶으면 총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총소리는 다행히 중대원들에게는 별로 위협적이지 못했다. 118명의 중대원들은 부대에서 떠난 지 30분이 지나도록 DMZ에 가까이 있을 2소대의 신병 6명과 하사관3명 그리고 장교1명을 보지 못했고, 먼저 떠난 1중대와 3중대의 소식은 시간이 흘러도 듣지 못했다.
14시 08분.
무한계도 소리가 심하게 들려왔고 보병 인민군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덜컹덜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인민군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적군의 굵은 목소리가 중대원들의 떨리는 심장에 못질했다. 강진혁 대위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무한계도 소리에 다급해져 옆에 있는 통신병의 무전기로 1중대와 3중대에 계속 무전을 쳤지만 헛수고였다. 부대 주파수도 조용했고 1중대와 3중대 각각의 주파수도 조용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총소리가 강진혁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14시 13분.
10분 여 동안 내리던 빗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고 무한계도 소리의 스타트 지점은 아직도 중대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중대는 천천히 DMZ 쪽으로 걸었지만 아무도 잘 다져진 산길로는 갈려고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곳으로 간 다면 아마 한국군을 수색하던 인민군이 은폐가 불가능한 산길로 다니는 병사에게 총을 쏴댈 것이 분명해서였다. 중대원들은 모두 허리를 낮추고 숨을 죽였다. 무한계도 소리는 선두로 가고 있던 1중대의 바로 코앞인 50m정도의 거리에서 들려왔다. 인민군의 목소리는 점점 잘 들려만 왔고 죽음의 그림자가 29명의 1소대원들을 집어삼킬 듯이 소대원들의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으, 난 여자친구한테 고백할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았는데."
1소대의 김승민 병장이 바로 옆에 있는 강동민 병장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김승민의 목소리는 유난히 커서 1소대 후방에 있던 김민혁 중위의 귓가에도 그의 목소리는 아주 작게나마 들렸다. 강동민은 주위를 살피며 김승민에게 조용 하라는 손짓으로 검지손가락 하나를 높게 올려 자신의 입술에 살며시 올렸다. 강동민의 행동에 김승민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천천히 걸었다.
김승민 병장이 쳐다본 강동민 병장은 심하게 떨고 있었다. 강동민 병장은 아까 전부터 바로 코앞에서 들려오는 적군 탱크의 무한계도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 질대로 날카로워 진 상태였다. 만약 그 탱크의 포탄 한 방이 그에게 날아온 다고 가장했을 때 심하면 그는 즉사였고 운이 좋았다면 그는 다리 하나가 잘려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잡다한 생각은 이미 강동민 병장의 머릿속을 뚫고 지나간지 오래였다. 강동민 병장에게 이젠 죽음이란 단어가 조금씩 현실감 있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14시 14분.
갑자기 강동민 병장이 앞에서 무엇인가를 보았는지 전진하던 1소대원들에 뒤로 물러서란 듯이 뒤쪽으로 손을 내저었다. 무한계도 소리는 이제 귀에 익숙해졌고, 소리만 들려오는 탱크는 아직도 중대원들의 입장에서는 최고로 두려운 존재였다. 뒤쪽으로 후퇴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강동민 병장에게 김승민 병장이 다가오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BMP-1보병전투차야! 무려 10대!"
김승민 병장은 강동민 병장이 말하는 BMP-1 보병전투차에 대해는 잘 몰랐지만 전진부대가 주둔하는 DMZ 근처에는 인민군의 기갑부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탱크라는 무기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이상 그들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퇴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면 아까 전의 포격이……."
김승민은 강동민 병장의 말을 듣고 뒤로 돌아서며 혼잣말을 했다. 바로 옆에 있던 강동민 병장 역시 1시부터 들려오던 포격 소리는 박격포가 아닌 북한군의 BMP-1 보병전투차의 73mm 저압포소리가 아닐지 의문스러웠다. 강동민 병장은 다시 한 번 그를 죽일 수 있는 BMP-1을 보기 위해 그의 허리 높이 만큼 자란 잡풀을 헤치며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부대에서 인민군의 기계화 부대의 무기를 교육받을 때 보았던 BMP-1 보병전투차였다.
그가 시야로 확인한 BMP-1 보병전투차의 앞에는 BMP-1의 승무원으로 보이는 한 인민군 군인이 얼굴만을 올리고 있었고 보병전투차 가운데 헤치 쪽에도 한 명의 견시 역할을 하는 승무원이 보였다. 검정 색으로 위장크림을 바른 것처럼 어두운 얼굴이 강동민 병장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는 꽉 잡고 있던 K2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타탕!
K2의 총 알 한 발이 발사되자 후퇴하던 중대원들의 시선이 총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집중했다. 몇몇 신병들은 위험하게도 높게 자라있던 잡풀 사이로 고개를 들어 그 소리를 들었다. 위험한 행동을 한 신병들의 눈에는 강동민 병장의 쏜 총알에 얼굴이 심하게 망가져 죽어있는 BMP-1의 승무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가운데 헤치 위에 있던 BMP-1 보병 전투차 승무원의 죽음을 눈으로 똑똑히 본 BMP-1의 견시병은 놀라 살짝 들었던 얼굴마저 BMP-1 보병 전투차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마치 두더지를 흉내내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징그러운 장면을 본 신병들은 믿을 수 없단 얼굴을 하며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신병들 뒤로 오던 2소대 하사관이 그 신병의 볼을 거세게 때리며 정신차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신병은 그 인민군 승무원의 얼굴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미 그 얼굴을 본 이상 적군을 보지 못했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강동민 병장의 총에서 불빛이 나간 지 몇 초도 안되어 강동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 바로 옆에서 있던 김승민 병장의 주위로 선두BMP-1의 73mm 저압포의 포구와 7.62mm 기관포의 포구가 천천히 움직였다.
"피해!! 강 병장!!"
-퉁!! 콰쾅! 퉁! 투퉁! 쾅! 콰쾅!
뒤쪽에서 포구의 움직임을 확인한 김민혁 중위가 소리쳤지만 강동민 병장과 김승민 병장은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73mm 저압포와 7.62mm 기관포 중에서 73mm 저압포 만이 강동민 병장과 김승민 병장 쪽을 향해 발사되었다. 73mm 저압포로 인한 흙먼지가 가라앉자 비명 섞인 목소리가 중대원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아악!! 소대장!! 살려줘!!"
강동민 병장의 목소리였다. 73mm 저압포가 발사된 직후에 강동민 병장과 김승민 병장 주변에 높게 자라있던 잡풀들은 없어졌고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던 곳에는 구덩이가 깊게 파여 있었다.
"1소대! 멈춰! 1소대! 이재빈 하사하고 영철이 용국이가 동민이하고 승민이 데려와!! 나머진 엄호한다!"
"준비됐습니다!"
"발사!!"
-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BMP-1 보병전투차의 움직임에 소대장 김민혁 중위가 외치자 그가 지목했던 이재빈 하사와 김영철 상병 그리고 박용국 상병이 20m 가량 앞에 있는 강동민 병장과 김승민 병장 쪽으로 달려갔다.
나머지 소대원들은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K2와 K3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머리 속에는 김승민 병장과 강동민 병장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생각 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앞에 있는 보병전투차에 총을 난사해도 그들에게는 별로 해가 가지 않겠지만 소대원들은 꼭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투투투투투투퉁!!
연속 적인 기관포 소리가 중대 뒤쪽의 강진혁 중위의 귀에도 들렸다. 그 소리는 BMP-1 보병 전투차의 7.62mm 기관포 소리였는데 그 불빛은 선두 1소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1미터 정도의 반짝거리는 빛 줄기는 얼마 날아가지 않아 K1, K2 혹은 K3를 쏴대고 있는 1소대원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으억!"
어깨동무를 하며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강동민 병장과 김승민 병장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을 보며 더욱 빨리 K1을 난사하던 김민혁 중위가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김동민 병장의 어깨 쪽이 뒤로 젖혀지면서 중위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질퍽질퍽한 진흙이 자신의 등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김민혁 중위는 한 숨을 쉬며 놀란 가슴을 추스렸다. 김민혁은 귀가 갑자기 멍멍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그에게 달려오는 이재빈 하사가 시야에 살짝 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갔다.
"중위님!!"
은은히 들려오는 이재빈 하사의 목소리가 중위의 귀에 들렸다.
"중위님!!"
다시 한 번 이재빈 하사의 목소리가 김민혁 중위의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김민혁 중위는 이재빈 하사의 귀에 귓속말을 하듯이 조용히 말했다.
"나… 총 맞았나봐."
"어깨 쪽입니다! 아마 총이 아니라 놈들의 기관포 입니다! 아무튼 일어나세요! 위생병!!!"
김민혁 중위가 이재빈 하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진흙탕에서 일어나자 김민혁 중위의 눈에는 그와 비슷하게 쓰러져 있는 소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는 무릎 쪽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강동민 병장과 가슴과 아랫배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김승민 병장이 보였다. 김승민 병장의 얼굴은 점점 파랗게 식어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구하러 갔던 이재빈 하사와 김영철 상병 그리고 박용국 상병은 아무 탈이 없었다.
"중대장 님이 있는 쪽으로 후퇴하자. 나머지 쓰러져 있는 애들 데리고 뒤로 와! 난 승민이랑 같이 갈 테니깐."
"예! 중위님! 그런데…."
소대원들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던 이재빈 하사가 말했다.
"재빈! 문제있어?"
"거의 다 죽었습니다."
김민혁 중위는 할 말을 잃었다. 약 28 여 명의 소대원들이 갑자기 나타난 10대의 BMP-1 보병 전투차 7.62mm 기관포 공격에 10명 정도만이 남다니…….
김민혁 중위가 본 그 광경은 매우 처참했다. 진흙탕과 나뭇가지는 피로 물들었고, 병사들의 신체 일부분으로 보이는 손가락과 발톱이 빠져있는 앙상하게 잘린 발이 보였다. 그리고 약간 멀리에는 손에 K1을 들고 나뭇가지에 손을 올려놓은 채 배에는 큰 구멍이나 그 안에서 장기로 추정되는 뼈와 순대처럼 보이는 내장이 나와있는 3소대의 이상근 소위와 이름이 같은 1소대의 이상근 병장이 있었다. 이상근 병장의 머리는 반쯤 뚫려있었고,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그의 모습은 매우 흉측했다. 구경을 뒤로 재치고 정신을 차린 김민혁 중위는 이재빈 하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들만으로 후퇴하자. 이 자식들아!!! 2소대!! 빌어먹을! 쫌!! 도와달라고!!"
14시 18분.
다시 햇빛이 보였다. 땅은 다시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고 인민군의 BMP-1 보병 전투차의 7.62mm 기관포에서도 열이 나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가장 힘든 역할을 했던 1소대는 몇 분 후, 26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2소대와 교체됐고, 1소대의 남은 10명이 3소대에 추가되어 4분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4분대는 어깨를 다친 김민혁 중위의 지휘에 따랐다. 선두에 선 2소대 역시 몇 분 후에는 약 19명의 병사들만을 남긴 채 후미로 되돌아왔다. 이젠 겨우 1소대와 2소대를 합쳐 29명밖에 되지 않았다.
14시 30분.
K3를 소지한 사병들이 선두로 자리 잡았고 나머지 몇 몇 장교와 하사관들이 가지고 있던 유탄 발사기는 이미 총에서 때어져있었다. 유탄이 없는데 어떻게 쏘란 말인가. 그저 무거운 장비에 불가했기 때문이었다.
2중대에는 BHP-1 보병 전투차를 없앨 무기가 없었다. 그들의 포격이 있었을 때 그 무기들은 이미 염라왕국에 도착해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대는 더 이상 병력 피해를 받지 않은 채 그들의 부대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후퇴를 할 때, 인민군 보병들이 쫓아오지 않았고 BHP-1 보병전투차는 방향을 다른 곳으로 바꿨다.
부대 정문에는 3소대 10여명이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병력은 돌아가며 부대 주위를 경계했다. 부대 건물들은 모두 폐허가 된 지 오래였다. 부상을 당한 중대원들은 총 20명 정도였고, 2중대의 병력은 현재 60명 정도였다.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부대에 오자마자 각 소대의 의무 병들을 따라 부대 건물 안의 의무실로 향했다. 하사관들은 모두 탄약고로 향했지만 그곳은 포격을 맞아 남아있는 탄약은 죽처럼 질퍽거리는 진흙에 흩어져 있었다.
"이젠 탄약까지 모자라는 군."
이재빈 하사가 말했다. 3소대의 곽성우 상사는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정신이 나간 정신병자처럼 진흙탕에 흩어져 있는 탄약들을 하나하나 주워가며 혼자 말했다.
"우린 싸워야해. 지금 우린 졌어."
-타앙~!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몇 분 여 동안 안들 린 총소리에 푸른 산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새들이 산에서 퍼덕이며 몇 십 마리씩 우르르 날아갔고, 연병장에 있던 3소대 병사 한 명의 머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저격수다!! 모두 피해!"
연병장의 연설대 위에 있던 강진혁 대위가 총 소리를 듣고는 연병장에 있던 병사들에게 외쳤다. 총 소리에 깜짝 놀란 병사들은 폐허가 된 대대본부 건물로 숨었고 연병장과 은폐가 불가능한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젠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까 전의 소나기로 차갑게 식어버린 콘크리트 건물 안에 숨은 사병들의 눈빛은 힘이 없었고, 얼굴은 흙탕물과 검게 칠한 위장크림, 그리고 전우의 피가 섞여 굉장히 어두운 색을 만들었다. 군복은 피와 진흙에 젖은 지 오래였고, 폐허가 된 부대 건물들로는 부대대장과 나머지 행정병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1중대와 3중대의 소식은 캄캄했지만 아직도 인민군의 BHP-1 보병 전투차와 싸우고 있는지 곳곳에서 총성과 폭음이 푸른 산의 계곡 사이로 울려 퍼졌다. 부대대장은 부대 안에 없었고 이제 따지고 본다면 부대의 총 지휘자는 생존해 있다면 1중대의 중대장이자 선임 중대장인 조성래 대위였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장교들은 거의 없었다. 조성래 대위는 성격이 임꺽정같이 사납고 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했다.
인민군 저격수는 잠시 조용했다. 강진혁 대위는 그 틈을 타 중대에서 총을 잘 쏘기로 유명한 백발백중인 중대원을 4명 정도 뽑았다. 그들은 모두 지원자였지만 얼굴은 굳어져있었다. 3소대의 이상근 소위는 부대 건물 안에서 스코프 4개 정도를 가져와 총을 잘 쏘기로 유명한 중대원 4명에게 스코프를 하나 씩 나눠주었다.
이상근 소위는 다시 몰려오는 더위에 둥근 전투 모를 벗어 팔꿈치에 끼고는 폐허가 된 부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K2에 스코프를 붙인 모양은 괴상했지만 M4A1 카빈에 장착한 모습과 비슷했다. 일단 강진혁 대위는 소대장들에게 각자 망원경으로 저격수를 탐색하라고 명령했다.
1소대의 김민혁 중위는 부대 뒷산을, 2소대의 강인철 중위는 오른 쪽 산을, 3소대의 이상근 소위는 왼 쪽 산을 맡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을 탐색한 결과 김민혁 중위와 강인철 중위가 동시에 부대 뒷산과 오른 쪽 산이 연결되는 라인에서 저격수 한 명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몇 분이 흐르고 지원자로 선출된 병사 4명은 대대본부 건물 위로 올라가서 뒷 산과 오른 쪽 산이 연결되는 쪽으로 총구를 옮겼으나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6월 30일 15:28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서쪽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제16 사단 101연대 전진부대

특별한 빗줄기는 없었지만 더웠던 날이 오후 3시부터 점점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위잉~'하고 불면 병사들은 서로를 껴안아 체온을 유지했고 부대 의무실에서는 비명 섞인 목소리가 드려왔다. 강진혁 대위는 대대본부 건물 옆에 임시 중대장 실을 막사로 세워 그곳에서 있었다. 천막으로 세운 중대장 실 안에는 장교들과 부상자 그리고 통신병이 있었는데 꽤 시끌벅적거렸다. 강진혁은 사병 하나를 시켜 이미 폐허가 되어있을 중대장 실에 가서 남아있는 문서나 책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명령했다.
잠시 후에 그 이등병은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 들고 중대장에게 건네 주었다. 그것은 강진혁이 읽고 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 소설책과 DVD 박스, 그리고 각종 잡다한 문서들뿐이었다.
중대장 강진혁 대위는 몹시 실망한 기색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읽고 싶어했던 'U보트 비밀일기'는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읽을 거리가 없었기에 그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읽기 시작했다. 이제 막 책을 넘기려고 할 때였다.
"돌아와!! 곽성우 상사!!"
천막으로 되어있는 임시 중대장 실에 있던 강진혁은 연병장 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시야에는 일명 물바다로 되어있는 연병장 가운데에 3소대의 곽성우 상사가 누워있었고 연병장 연설대에서는 김민혁 중위와 이상근 소위가 빨리 돌아오라며 소리쳤다. 강진혁은 연설대로 걸어가 김민혁 중위와 이상근 소위에게 말했다.
"죽게 놔둬. 시끄러워서 책을 못 읽겠다."
중대장의 이 한마디에 김민혁 중위와 이상근 소위는 조용해졌고 김민혁 중위는 혼자말로 '모두 미쳤어…'라고 말하며 연설대를 빠져나왔다. 이상근 소위는 중대장을 째려보고는 연병장으로 뛰어가 곽성우 상사를 따뜻한 의무실의 침대에 데려다 놓고는 중대장 실로 돌아오며 말했다.
"이제 한 숨 돌리겠네."

    6월 30일 15:40 대한민국 강원도 어은산[1277m] 10km 지점
  대한민국 육군 제16 사단 101연대 전진부대

인민군의 공격은 없었다. 하지만 총소리는 끈임 없이 들려왔고 사방에서 무한계도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흐른 뒤, 인민군 저격수가 철수를 했는지 이제 2중대원들은 마음  놓고 연병장을 돌아다닐 수 있게되었다. 군화는 진흙으로 물들었으며 군복은 피로 얼룩졌다. 몇 몇 사병들은 네 다섯 명씩 모여 서로의 군화와 K2를 닦아주기 시작했고 나머지 중대원들은 부대 주위 수색에 참가했다.
15 : 43
중대원들의 귀에 하늘에서 전투기가 지나가는 지 초음속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쿠아앙!' 거리며 하늘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 같았지만 김민혁 중위가 바라본 하늘은 먹구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먹구름에 태양이 갇혀서 주위는 금새 어두워졌고 전투기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15 : 45
무시무시한 엄청난 폭음이 부대의 병사들의 심장을 사로잡더니 몇 초 후에는 엄청난 바람이 그들을 덮쳤다. 임시 중대장 실 천막은 그 거센 바람에 휩쓸려 갔고 그 안의 사람들은 허둥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야외 의무실에 누워 있는 부상당한 병사들은 갑작스런 바람에 저리 뒹굴고 이리 뒹굴었다. 중대원들은 이제 제대로 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생각됬다.
김민혁 중위는 중대장 실 막사에서 겨우 빠져나와 그의 시야에서 낮게 보이는 DMZ 쪽을 보았다. 날씨가 좋지 않아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마치 대형 산불이 난 것처럼 엄청난 화력에 덮여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혁의 입은 저절로 벌어졌고 얼굴은 하늘을 향했다. 한 순간 그의 머리 위로 씌잉! 하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아군 전투기로 보이는 회색의 전투기 2대가 하늘 높이 보였다. 그 전투기는 땅에서 높이 날고 있다가 갑자기 300m 쯤을 급강하했다. 그 때 잠깐 강진혁의 눈에는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간 전투기가 주한 미 공군의 군산 기지에서 출격한 'WOLF PACP' 소속의 F-16C/D전투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고 순간 환희에 찬 함성을 길게 질렀다. 군산 제8 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것으로 보이는 주한 미 공군 F-16.C/D의 뒤 꼬리날개에는 WP이라고 써있는 영문 알파벳과 함께 그 위에는 한 마리의 늑대의 그림이 있었다. F-16C/D는 인민군의 미그기를 예상한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JDAM GPS 유도폭탄을 장착하고 있었고 JDAM GPS 유도폭탄은 잠시 후면 저 멀리 보이는 DMZ로 떨어질 것이다. 김민혁 중위의 귀로는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한 편으로 기쁜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그의 위를 지나간 F-16C.D 2기는 DMZ에서 약간 북쪽을 향해 검정 물체의 JDAM GPS 유도폭탄을 또 다시 떨어트렸고 곧이어 세찬 바람이 김민혁 중위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그땐, 이미 2기의 F-16C/D가 지나간 상태였다.
부대 곳곳에서 힘없이 앉아있던 중대원들은 갑자기 모습을 들어낸 전투기에 모두 일어나 F-16C/D를 반겼고 F-16C/D의 파일럿 역시 그들을 반기기 위해 그들 위로 비행했다. 약 10 분 후에는 UH-47D 치누크 헬기 4대와 UH-47D 치누크의 양옆에서 UH-47D 치누크를 호위하는 AH-64D 아파치 2대와 또 아파치 측면으로는 OH-58D 4대가 장관을 이루며 부대 연병장으로 다가왔다. 마치 검은 독수리와 말들이 떼지어 몰려오는 듯했다.
AH-63D 아파치와 OH-58D는 하늘에 떠 있는 채로 있었고 UH-47D 치누크 헬기들은 차례로 한 대씩 흙탕물이 가득 담긴 연병장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헬리콥터 바람에 중대원들은 헬기에 가까이 갈 수 없었으나 마음만은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한 순간 이제 살았군. 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연병장에 착륙해 있는 UH-47 치누크 헬기에서는 한국 제707특수임무대대 소속으로 보이는 병력이 80명 정도가 내리고 나머지 두 대에서는 미군들이 80명이 연병장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양옆에서 치누크 헬기를 엄호하던 AH-63D 아파치 헬기 2대는 부대 부근을 정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병력이 내리자 제707특수임무대대의 이근채 중령이 마지막으로 내렸다. 이근채 중령은 상희석 대위와 함께 2중대가 집결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중대원들은 중대장이 그들이 특임대라는 말에 잔뜩 긴장해 있었다.
"전체! 차렷!!"
때묻은 군화에서도 척척 소리가 나며 반듯한 자세로 차렷 자세가 만들어졌다. 이근채 중령은 62명 가량 밖에 안 되는 부대 병력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강진혁 대위에게 말했다.
"대위, 이게 부대 병력인가 중대 병력인가 소대 병력인가? 혹시 부대 병력은 아니겠지?"
그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사도 없이 말하는 이근채 중령의 태도에 약간 당황한 강진혁 대위는 느긋이 대답했다.
"저희는 101연대 소속의 전진부대 2중대입니다. 1중대와 3중대의 행방은 아직 모르겠고 저희는 후퇴하던 도중 부대 안에서 적군과 대립 중입니다. 그리고 중대 병력입니다."
"그래? 이봐, 넌 중대 애들이 이런데도 중앙연대 본부로 연락을 안 해? 지원요청 안 하냐고 자식아! 애들 다 죽일려고 작정을 했어? 대위. 전멸을 원해? 훈련 때는 특임대 수준의 전진부대가 왜 이런 모양이야?"
강진혁 대위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중령 옆에 있던 상희석 대위는 괜히 자신이 미안한지 고개를 푹 숙였다.
"저..저희는 열심히 싸웠습니다! 탄약이 부족하고.. 부상병이 있어도..북한 놈들은 탱크가 있어도! 저희는 싸웠습니다!"
"잘했다는 건가? 훈장이라도 줘? 이거 대단한데? 대대장님은?"
"북한군의 포격으로 대대장 실에서 전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무전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통신병이..."
"통신병이 뭐?!"
이근채 중령이 강진혁 대위를 쳐다보며 버럭 소리지르자 강진혁 대위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닙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됐어. 앞으로 이곳은 미군하고 우리가 맡는다. 그리고 이쪽은 미군과 우리 특임대가 주로 활동 할거야. 아무튼 니들은 뭘 해줘도 잘 하는 게 없으니."
이근채 중령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주한미군 장병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걸으면서 자신의 옆에 있던 상희석 대위에게 2중대를 처리하라며 손짓했다. 그리고는 이근채 중령은 다시 미군이 있는 곳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이근채 중령은 걸어가는 도중 강한 피 냄새가 섞인 산바람이 코를 찌르자 그의 뜨거운 가슴속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 씩 그의 가슴을 적셨다. 전진부대의 전멸과 함께 전사한 부대장의 생각에 그는 코가 시큰거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강진혁 대위는 이근채 중령의 태도에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거렸다.
"반갑습니다. 707특임대 소속의 상희석 대위입니다."
이근채 중령을 지켜보던 상희석 대위는 중령이 자리를 떠나자 그 제서야 바싹 마른 입을 열었다. 그 역시 치누크를 타고 오면서 교전을 예상했었는지 매우 긴장한 모습이었다. 상희석 대위는 강진혁 대위에게 악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군복 오른쪽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강진혁 대위의 바지 주머니에 넣어주며 이근채 중령 쪽으로 향했다. 그런 상희석 대위의 모습을 보며 강진혁은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져 있는 군용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6월 30일, 뜨거운 햇살과 차가웠던 소나기가 교차했던 날. 그 날은 남방한계선 주변의 부대라면 한 번 쯤 을 총을 쏜 날이었다. 북방한계선 주위에 가장 북한군의 병력이 없어 주위에 부대 하나 제대로 없던 전진부대는 그 날 첫 전투에서 3개의 중대중 2중대만이 62명의 병력을 데리고 근처 101연대 주둔지로 이동했으며 중상을 입은 중대원은 부대에서 25명이었고 총알이 스치거나 발목에 파편이 박히는 보통 정도의 상처를 입은 중대원은 부대 안에서는 대부분인 40명 정도였다. 약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전투에서 부대원들은 모두 개죽음 보다 더 심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했건만 전진 부대원 360명은 훈장 하나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를 위해 싸웠고 적에게 죽었다.
16:00
시원한 바람이 부대 전체에 지나갔다. 이제 더위는 한 결 물러난 것 같았고 폐허가 된 부대 주변은 조용했다. 하지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폭음과 총성이 은은히 바람을 타며 들려왔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첫 전투… 이제 2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2시간이란 짧은 시간에 300여명의 부대원들이 사망했고 60명이 다쳤다. 2시간이 지나고 360여명의 부대원이 60명이란 숫자로 남아있었을 때 멀리서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는 이제 강진혁 대위를 포함한 모두에게는 짜증의 대상이었다. 자신들을 지원하러 왔던 군(軍)의 지휘관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짜증스런 목소리로 부대원들을 맞이했고, 이제 전진부대는 고향과 같은 이곳을 떠나야 했다. 모두 집어 치워버리고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북한군이란 이름의 같은 민족과 싸우는 부대원들은 정신적이 고통과 육체적 고통을 함께 받으며 2시간이란 시간을 보냈다.
16:04
멍 한 얼굴을 띄고 있는 강진혁 대위는 미군들이 부대 건물을 놔둔 상태로 연병장에서 임시 막사를 짖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점심 때 까지만 해도 같이 밥을 먹었던 1중대의 조성래 대위. 3중대의 김현수 대위. 그리고 대대장. 모두가 지금은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만약 3중대 보다 먼저 떠났더라면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대신 울고있는 김현수 대위가 그의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김현수 대위는 어떻게 죽었을 까? 모두 어떻게 죽었을 까… 끝 까지 살아있는 바퀴벌레 보다 지독한 인간들에겐 이런 생각마저 안 들었다. 그냥 그들이 죽었으니 난 슬퍼하고 내가 죽었다면 그들이 슬퍼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부대원들이 대부분 이었다.
"중대장 님."
누군가 말했지만 잘 들리지 않아 강진혁은 그대로 있었다.
"중대장 님."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조금은 낯설었지만 강진혁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멀리서 사병 여럿이 울고있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를 들썩이며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애달팠지만 그 역시 같은 처지에 있었다. 미군들은 질퍽거리는 땅에 대고 욕을 해댔고 얼굴은 주위에서 나는 피 냄새 때문인지 매우 일그러져 있었다.
"일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그래."
"예?"
"저 자식들 말야."
강진혁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미군 쪽을 가리켰다. 옆에 있는 사람은 이해가 된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혁의 눈에는 투명한 무엇인가가 맺히기 시작했다. 앞이 뿌옇게 되어 보이지 않았다. 볼을 타고 무엇인가 내려가는 느낌과 동시에 또 다시 무엇인가가 강진혁 대위의 시야를 가렸다.
"강 대위라고 했나?"
아까 전에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주먹을 불끈 쥐어 그의 얼굴을 때리고 싶었다. 뿌연 안개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강진혁에게 말을 건 사람의 모습이 천천히 눈앞에 보였다. 그러면 그렇지, 특임대 지휘관 이근채 중령이었다. 베레모를 쓰고 있던 그가 얼마나 얄미워 보였는지 그 자리를 그냥 뜨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시야가 가려 땅으로 시야를 옮겼다.
"아깐…"
"됐습니다. 애들이 죽어도 다시 올 애들이 많죠. 그러니 됐어요. 우린 전쟁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개미 보다 못하니…"
앞에 있는 이근채 중령이 살짝 웃는 소리가 강진혁의 귀에 들렸다. 약간 황당했지만 그는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웃어라… 실컷 웃어 너희들도 이제 땅에 묻히게 될 테니, 살아있을 때 웃어라.'
"이제 치누크 헬기에 타. 그리고 보충병 얻어서 다시 와라. 우린 언제나 웰~컴이다. 그리고 너희 부대대장은 연대본부에 있을 꺼야."
"........................."
강진혁 대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연병장에 있는 치누크 헬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한 손에는 소설책을 다른 한 손에는 K1을 들은 채, 헬기 조종석 뒤 자리에 탑승했다. 헬기 파일럿은 미군이었는데 한국말을 배웠는지 서툴지만 한국말로 그에게 말했다.
"저의 애마에 탑승하신 걸 환영합니다."
"고맙네…"
잠시 말을 끊고 강진혁 대위는 그 미군 파일럿의 계급을 보았다.
"……고맙네‥준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투 톨 준위라고 합니다."
강진혁은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어려 보이는 그 미군 파일럿은 매우 친절했다. 다른 미군들답지 않게 친절했고 매너도 있었다. 강진혁이 더워하는 모습을 보며 창문을 열어줬고 조종실 뒤에 탑승해 있는 부대원들 에게도 서툴기만 한 말장난을 걸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15:13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강진혁 대위는 연대 본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연대본부 주위에는 미군의 M1A1 몇 대와 Mll3 계열 차량이 눈에 띄였다. 또, 한 켠에서는 한국의 K1A1 전차의 120mm 활강포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에 마치 이곳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합동으로 벌이는 훈련장 같이 보였다. 치누크 헬기는 임시 헬기 착륙 장소에 착륙했고 주위에서 돌아다니는 험비로 부상병들은 모두 의무실로 직행했다. 의무실에서 군의관에게 입원 조치를 받은 김승민 병장은 끝까지 남겠다고 했지만 끝내 가까운 병원에 입원했고 그 이외에도 김민혁 중위는 어깨를 관통했던 기관포 공격 때문에 치료를 받았다. 3소대의 곽성우 상사는 정신병 증세로 부대를 떠나 다른 안전한 부대로 전출됐고 떠나기 전에 정신과 치료를 한 번 받았으나 그는 정신병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6월 30일, 많은 사람들이 단 시간에 죽었지만 하늘은 여전했다. 2중대장 강진혁 대위는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연대 지휘 건물로 향해 부대대장에서 대대장으로 진급한 신승민 소령은 살아 돌아온 강인혁에게 부대대장 직을 권유했지만 그는 거절했고, 신승민 소령은 3소대의 이상근 소위를 중위로 진급시켰다.
  몇 칠 후, 전진부대는 다른 부대와 신병 훈련소에서 막 훈련을 받은 보충병을 보충 받아 120명씩의 1중대와 2중대 그리고 3중대를 새로이 만들었다. 다행히 강진혁 대위는 2중대의 중대장에 머물렀고 부상 때문에 병원에 입원 중인 중대원들을 빼고는 나머지 중대원들도 같았다. 101연대의 전진 부대원들은 7월 2일 새로이 군복을 지급 받았고 실탄도 꽉꽉 채워졌다. 매일 같이 정오 12시에는 부대원 전체가 첫 전투에서 사망한 전우를 위해 북쪽으로 묵념 식을 거행했다. 그들의 행동에 미군과 다른 한국군부대의 부대원들도 그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몇 명은 함께 묵념을 했고 그 일로 전진부대는 다시 예전의 명예를 되찾을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았다. 전진부대는 다시 새 출발의 스타트 라인을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김재관 (2003-04-18 11:29:14)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얘기할건 DMZ은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과북으로 약 2KM씩 설정된 비무장지대를 가리키는 말이구요(지금은 폭이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남과 북에서 쳐 놓은 철책은 북방한계선,남방한계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휴전선이란건 실상은 보이지 않고 팻말만 군데군데 있을뿐입니다.건필하십시요..
이정구 (2003-04-18 15:40:53)  
앗.. 감사합니다. 또 수정을 해야 겠네요. 남방한계선이라고 해야 겠군요. 짱돌 감사합니다.
김영진 (2003-04-18 22:48:52)  
헬기 조종사는 보통 준사관이 맡습니다. 투 톨 상사는 준위로 계급을 바꾸시는게 좋을것 같네요. 물론 수송헬기의 경우 정비사가 탑승하기도 하죠. 그리고 하사관에서 부사관으로 명칭이 변경된지 꽤 지났기 때문에 소설상의 시대가 2000년도 후반이라면 부사관으로 명칭을 바꾸시는게 좋을듯 하네요. ^^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공충양반 (2003-04-19 06:57:46)  
탱크가 본래 영어로 장갑차량을 전원 통칭한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이정구 (2003-04-19 14:17:18)  
딴지 정말 고맙습니다.
김영진께서 걸어주신 딴지. 상사 - > 준위 로 수정했습니다. 맞아요. 블랙호크다운에서도 포로로 된 블랙호크 조종사가 준위였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죄송합니다. 아참, 그리고 하사관과 부사관은 차차 수정하겠습니다.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으로 고칠 때 같이 수정하겠습니다. 지금 과외 선생님 오신다고 하셔서 일단은 상사를 준위로 고쳤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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