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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소설 공동 연재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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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우(2003-07-04 17:00:10, Hit : 1072, Vote : 0
 http://cafe.daum.net/SSPanzer
 가상2차대전소설 Panzer Assault!-아브랑슈 공방전(6)-베르네 공방전

   죽어라 작업한 끝에 다시금 본편을 올립니다. 연재와 학업 생활 병행이 이리도 힘들 줄이야. 아무튼 일단 이번 회를 올렸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금 학교로 가야겠군요. 디코 회원분들 모두 건강들 하시고, 다음 회부터는 드디어 교도 기갑군이 도착하여 이 전투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럼, 전 이만...

Panzer Assault! 간판입니다.


   1944년 6월 15일 5: 46 베르네 서북부 전방 3.7km 제2 SS 기갑사단 '다스라이히' 제3 기갑연대

제2 SS 기갑연대와 제3  SS 기갑연대의 고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퍼펑!"
   요란한 포성과 캐터필러음이 교차하며 400여대의 전차와 하프트랙들이 뒤섞인 가운데 격렬한 대 기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작된지 40 여분이 지나가고 있던 전투는 이미 격해질 대로 격해지고 있었다. 비교적 유리한 지점에 방어선을 펼친 제2 SS 기갑연대와는 달리 제3 SS 기갑연대 "다스라이히"는 나지막한 언덕인 57 지역에 방어선을 설정한 관계로 미 제12 집단군 예하 기갑부대의 공격에 애를 먹고 있었다. 대전차포반들이 일제히 75mm Pak 40·88mm Pak 43 대전차포 14문을 동원하여 달려드는 미군 전차들을 계속 저격하고 있었지만, 상대는 중《重》기갑사단을 투입한 탓인지 손실에 무감각했다.
  최선두에서 달려들던 M4A3E8 셔먼 전차가 대전차포 진지를 발견하고 곧 포탑을 선회하여 장포신 76mm포를 사격하자, 철갑탄이 날아 들어와 대전차포 진지 바로 앞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모래 자루더미를 날려 버렸다.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달려드는 미군의 공세는 정말 치열하다고 할 수 있었다.
   포대경으로 전방을 살펴보던 제2  SS 기갑척탄병 연대 "다스라이히" 1대대 장병들은 지금 공격해 들어오는 전차대열의 후위에 추가로 몰려들고 있는 전차 100여대에 기가 질려버리고 있었다. 이 곳을 공격한 제12 집단군의 중《重》기갑사단들은 오후에 들어서면서부터 1개 연대 규모의 전차를 보강하여 끊임없이 다스라이히 사단의 방어선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제2 SS 기갑연대와 제3 SS 기갑연대의 전차들은 정말 치열하게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포탄의 부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었다. 또다시 57 지역에 포진했던 판터 G 후기형 3대가 포탄 보충을 위해 후진하고 있는 장면이 이 곳에서도 똑똑하게 보이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르!"
   "끼기기긱! 끼기기기긱!!"
   M4A3E8 셔먼 전차의 육중한 캐터필러음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돌격해 들어오는 동안 격렬한 대전차 방어선에 20여대의 전차를 손실한 대가로 전방 1km지점까지 접근한 미군 전차들은 이제 방어선 상부에 포진한 중전차들 대신, 구축전차와 대전차포들이 매복한 참호와 전차 엄폐호들로 사격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지한 상태에서 주포를 발사하고 있는 중전차들보다는 일단 두더지 같이 참호를 따라 이동하며 사격하고 있는 구축전차와 대전차포들이 더 성가신 존재였기 때문이다.
   장포신 76mm포에서 발사된 50여 발의 포탄이 전차 엄폐호 주위에 작렬하였다. 전차 엄폐호만 40여 개소가 넘게 구축된 방어선의 전면에 매복한 제2 SS 전차사냥꾼 중대 '제국'에 소속된 20여대의 헤처 구축전차들이 쉴 새 없이 75mm 주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비교적 가격이 싸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가진 전차들을 필요로 했던 일선부대의 요청에 따라 개발된 이 헤처 구축전차는 정말 싼 가격에 강력한 위력을 지닌 가격대 성능비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전차였다.
   낮은 전고와 작은 차체로 인하여 피탄될 확률이 낮고 매복 공격에도 적합한 전차였던 것이다. 미군 전차들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날아오는 포탄에 격파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 헤처의 매복 공격에 미군 전차들은 기껏해야 300여m 진격하고 주춤거려야만 했다. 제2 SS 기갑척탄병 연대 "다스라이히"의 기갑척탄병들은 일제히 팬저 슈렉과 팬저 파우스트를 들고 참호선을 왕복하며 미군 전차들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팬저 슈렉이라면 모를까 공장에서 장착된 탄두를 발사하고나면 아무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인 1회용 팬저 파우스트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적어도 400여명의 장병들이 팬저 파우스트를 보충하기 위해 후방의 보급 중대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언덕을 기어오르던 셔먼과 M3 스튜어트 경전차 13대가 파괴되어 불타오르고 있었다.
   언덕 아래 들판에는 벌써 격파된 미군의 전차들로 가득 찼고 그 수는 어림잡아도 이미 50대를 넘기고 있었다. 1개 대대 규모의 전차들이 파괴된 것이다. 반면 제3 SS  기갑연대는  Ⅳ호 전차 H형 4대가 기동불능이 되어 있었다. 전면 장갑을 80mm로 늘리고 예비 캐터필러 등 방어수단이란 방어수단은 몽땅 동원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고철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연기가 가득한 전차에서 탈출한 전차병들이 서둘러 후방으로 냅다 질주하고 있었다. 동료 전차병들이 그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이것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였다.
   미군은 전차수가 넉넉한데 비해 다스라이히 사단의 전차들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간간이 헤처 구축전차들이 근접하는 셔먼을 격파하여 전차들이 언덕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저지하긴 했지만 문제는 헤처의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제3 SS 기갑연대 예하 120여대의 전차들은 이제 500대가 넘는 미군 3개 중 기갑사단의 전차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했다.
   하지만 정예 무장 SS 기갑사단이라는 자부심이 비관적인 전황 하에서도 끝까지 전투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제3 SS 기갑연대의 전차들은 2시간의 치열한 교전 끝에 미군 전차 46대를 파괴하고 공격을 격퇴시켰다. 제3 SS 기갑연대는 서둘러 전열을 재정비하고 포탄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오펠 블리츠 트럭이 달려와 서둘러 판터와 Ⅳ호 전차에 급유를 시작했고 보급 중대의 장병들이 일제히 장전수에게 75mm 철갑탄을 인계하고 있었다. 일분, 일초가 중요한 시간이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는 각 전차중대장들의 지휘 차량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정비를 지도하고 있었고, 그렇게 제3 SS 기갑연대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20여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상이 심한 전차 16대가 베르게 판터에 이끌려 후방으로 이동했고, 팬저 슈렉과 팬저 파우스트를 재지급받은 제2 SS  기갑척탄병 연대 "다스라이히" 3중대 병력 일부가 새롭게 건설된 참호선에 배치되었다. 그야말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대작업이었던 것이다. 각 전차들에 연료와 포탄을 공급한 보급 중대의 차량들이 서서히 후진하여 베르네로 달려갔고, 그와 동시에 판터 전차와 이제 60여대로 줄어든 Ⅳ호 전차 H·J형들이 전차 엄폐호에 포진하였다. 긴장한 기갑척탄병들이 팬저 슈렉과 팬저 파우스트를 겨누며 들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재정비를 마친지 어느덧14분이 지났다. 포대경으로 적정을 관찰하던 기갑척탄병 1명이 오른손을 들어 들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기갑척탄병들이 일제히 쌍안경을 들어 들판을 응시하였다. 거대한 흙먼지가 일어나며 다시금 1개 대대 규모의 셔먼 전차들이 들판을 가로질러 돌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대전차포의 포신이 일제히 선두 전차들을 향해 선회하고 있었고, 팬저 슈렉을 든 기갑척탄병들이 전차들이 근접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2대대 6중대 소속 판터 G 후기형 3대가 이동하면서 75mm포를 선회하여 철갑탄을 발사했다. 그와 동시에 이제 8문 밖에 남지 않은 88mm Pak 43 대전차포가 불을 뿜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의 T-34나 JS-Ⅱ 스탈린 같은 중전차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배치시킨 이 대구경 대전차포는 텅스텐 탄자가 내장된 40형 철갑 유탄을 사용할 시 1km에서 193mm의 관통력을 지니고 있어 엘레펀트 자주포나 나스호른 대전차 자주포, 그리고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의 주포로 사용되고 있었다. 다만, 무게가 4톤에 달하기 때문에 동부전선과 같이 전차들이 빠른 속도로 기동전을 펼치는 전선에서는 상당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조준을 마친 88mm 대전차포의 포신이 불을 뿜으며 철갑탄이 대열의 좌측의 3번째 열에서 달려오던 셔먼 전차의 전면을 강타했다.
   "콰쾅!"
   명중이었다. 다행히도 명중된 셔먼은 M4A3E2 점보 셔먼이 아닌 M4A3 초기형이었다. 점보와 같이 무지막지하게 장갑판을 부착하지 않은 형식이라면 88mm 대전차포의 사격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웠다. 요란한 폭음이 이어지며 셔먼 전차의 포탑이 탈락하여 대지를 구르고 있었다. 뒤이어 7발의 88mm 철갑탄들이 미군 전차들을 향해 날아 들어왔다. 이런 식으로 미군 전차대는 초반에 5대의 전차를 상실하였다. 동료전차들이 잇달아 날아가기 시작하자 대전차 방어선의 위치를 찾아낸 미군 전차들이 거리측정용 기관총으로 거리를 측정한 후 일제히 반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리 측정용 기관총 같은 구식 장비를 쓰고 있던 미군 전차들에게 있어, 독일전차는 아직까지도 호랑이와 같은 존재였다.
   또한 설사 그것이 명중이 된다 하더라도 일찍이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어 다니던 독일 중전차들의 전면 장갑은 연합군 전차병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셔먼 전차들의 75mm, 76mm 주포가 불을 뿜으며 총 30여발의 포탄이 방어진지에 쇄도했다. 하지만 그렇게 날아든 포탄들도 전고가 낮은 헤처에는 명중조차 되지 않았고, 200mm에 육박하는 중장갑의 쾨니히스 타이거의 전면을 관통하기에도 위력이 부족했다. 타이거와 쾨니히스 타이거 12대를 장비한 제2 대대 8중대가 반격의 선봉에 나서기 시작하였고, 이어 8대의 Ⅳ호 전차가 75mm포를 사격하며 그 뒤를 따랐다. 진지를 박차고 나온 전차들이 일제히 기동 방어전을 펼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10여대 정도의 셔먼과 8대의 M3 스튜어트 경전차들이 피아노선 코일과 철조망을 둘러친 방어선을 돌파하여 언덕으로 육박해 들어오고 있었다. 최선두의 쾨니히스 타이거의 88mm 주포가 선회하며 선두의 M4A3E8 셔먼을 조준하고 일제히 제1탄을 날렸다.
  "쾅! 콰쾅!!"
  "퍼펑!"
  포성이 연이어 울리며 11시 방향에서 언덕을 기어올라오던 M4A3E8 셔먼 1대가 포탑 좌측면을 철갑탄에 명중 당하여 불타올랐다. 어느 새 제1대대 4중대의 판터 전차 5대가 진지를 박차고 나와 다시금 75mm포를 조준·매섭게 화염을 토해내자 동시에 4대의 스튜어트 경전차가 추가로 격파되었다. 이어 제2 SS 기갑척탄병 연대의 기갑척탄병들이 일시에 포복을 감행하여 50여m내로 근접해 들어와 팬저 슈렉과 팬저 파우스트를 발사하자, 언덕을 기어오르던 셔먼 전차 8대와 보병을 가득 태운 M3A2 하프트랙 2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온몸에 불이 붙은 미군 기계화 보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 선명히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맹렬히 돌격해 들어오던 미군 전차대는 또다시 20여대의 불타는 전차 잔해를 남겨두고 퇴각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탄약이 유폭되었는지, 불타고 있던 셔먼 전차 1대가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며 다시금 불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제3 SS 기갑연대의 전차병들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각 소대장들의 지시에 따라 기갑척탄병들이  MP40 기관단총과 G-43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언덕을 내려가 파괴된 전차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전차의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적 기갑전력의 압도적인 숫적 우위에 무장친위대의 고전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전투가 종결된 지 10여분이 지나자, 전선에는 다시금 정적이 찾아 들었다. 제3  SS 기갑연대 제1 대대장 요제프 린테른《Josef Rintelen》대위는 직접 슈빔바겐을 몰고 다니며 전차병들을 격려하고 엉망이 된 전차 엄폐호를 복구하는 작업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다. 일부 중대장들은 직접 팔뚝을 걷어 부치고 복구 공사에 뛰어들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참호파기 명수라는 소련군만큼은 못되지만 그래도 동부전선에서 그들에게 배운 것을 이 서부전선에서 써먹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이었다.
   한편, 전선의 후방에서는 구식 Ⅲ호 전차들이 병력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제3 SS 기갑연대의 전차병들과 기갑척탄병들은 그 광경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Ⅲ호 전차는 이미 오래 전에 퇴역하여 거의 자취를 감춘 전차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처의 2선급 부대에서 보낸 지원군 같았다. 하지만, 제3연대는 그 정도의 지원군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지금은 좋고 나쁜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곧, 대공세가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944년 6월 15일. 오후 6: 13

   "쾅! 콰르릉!!"

   요란한 포성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후방에 전개한 미군 중 기갑사단의 포병연대의 병력이 155mm 곡사포들을 동원하여 준비포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포격은 정말 치열하였다. 포탄들이 끊임없이 날아 들어와 진지 주변에 작렬하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고 있어 전차들의 이동이 불가능하였다. 자칫 잘못했다간 포탄이 전차 상면에 명중하여 전차가 파괴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중《重》장갑을 두른 전차가 이 지경인데, 대전차 병기로 무장한 기갑척탄병들의 사정은 더 한심할 수밖에 없었다. 참호에 포진한 기갑척탄병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포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30여분 정도의 치열한 준비 포격이 끝난 지 4분도 채 안되어 이번에는 북서쪽에서 전차들이 몰려 나와 질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저쪽은 지칠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방어선에 새롭게 보충된 제2 SS 전차사냥꾼 중대 2소대 소속 마더 Ⅲ 75mm 대전차 자주포 5대와 와 75mm Pak 40 대전차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고 전차들이 하나 둘 불타올라 고철이 되었지만 몰려오는 전차가 워낙 많아서 후방에 배치되어있던 구식 50mm 대전차포까지 전투에 투입되었다. 50mm 대전차포는 동부전선에서는 이미 한물 간 대전차포였지만, 장갑이 약한 연합군 전차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대전차포였다. 대전 후반 극심한 중장비 부족에 시달리던 독일 육군 당국은 결국 전쟁 초반에 사용하던 소 구경 대전차포들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Ⅲ호 전차 J형의 주포와 북아프리카 전선의 주력 대전차포였던 50mm 대전차포도 전선으로 투입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소 구경 포로 이제 장갑 두께가 60mm를 넘기는 셔먼을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이에 독일육군 병기국에서는 정말 눈물을 머금어 가며 50mm 대전차포의 관통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근에 개발된 신형 42형 철갑탄을 사용하였고, 실험 결과 관통력이 70mm에 육박하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100mm가 넘는 소련의 KV-Ⅰ, KV-85, JS-Ⅱ같은 괴물전차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위력이었지만……. 정말이지 미군은 1개 연대 병력으로 수비하기가 불리했다. 동부전선에서 소련군과의 전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귄터 카라이첼(Gu"nter Kareitzel, 35세. SS-중령) 제3 연대장이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몰려오는 미군 전차들과의 전투는 정말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의 전차장석에서 페리스코프를 통해 전방을 살피고 있었다. 적어도 2개 대대에 달하는 미군 전차들이 기세 좋게 흙먼지를 피우며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카라이첼 중령은 정말 이를 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독한 놈들."
  중장갑을 두른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 내부에서 승무원들과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카라이첼 중령이었지만 그가 느끼기에는 마치 자신이 직접 전투에서 싸우고 있는 부하들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투가 상당히 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조해진 그는 급히 포탑 후미의 탈출용 해치를 열고 나가 밖에 대기하고 있던 통신병을 불러들였다.

전방을 다시 보니 무장친위대 보병들이 Ⅲ호 전차 L형을 타고 전선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위장복을 입은 보병들의 모습이 진회색 단색 군복만을 입은 국방군 보병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Ⅲ호 전차의 모습을 보니 참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란드 침공전 당시 숫적으로 부족했던 판터 D형, 타이거 초기형을 대신하여 Ⅳ호 전차와 함께 주력전차로 활약했던 Ⅲ호 전차가 이젠 보병들의 수송, 엄호를 맡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어이! 통신병!"
   "예!"
   고성능 안테나가 장착된 sd.kfz 251에서 끊임없이 군용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고 있던 통신병이 급히 그의 전차로 달려왔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게 되면, 자칫 이들 통신병들마저도  팬저 파우스트를 들고 전선으로 투입되어야 할 입장이었다. 주변에 배치되어 있던 예비 기갑척탄병들은 이미 2개 소대가 투입된 후였다. 그의 전차의 주위에서는 아직도 Ⅲ호 전차의 엄호 아래 기갑척탄병들이 잽싸게 전선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국방군 소속 기갑척탄병들도 상당수 보였다. 아무래도 부대 위치를 오인하여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국방군, 친위대 가릴 여유는 없는 것 같았다. 이들은 어거지로 제2 SS 기갑사단에 편입되었고, MG 34 기관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봐선 이탈리아 전선에서 올라온 부대 같았다. 이탈리아는 안지오 상륙 작전 저지 이후 알베르트 케셀링 공군원수의 뛰어난 지휘하에 조직적인 저항을 펼치는 아군의 활약으로 카시노 전선에서만 전황이 가열되고 있을 뿐, 이렇다할 전쟁은 없어서 아군에게는 휴양처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카라이첼 중령은 일단 그것으로 충분히 안심이 되고 있었다. 만약 이탈리아 전선이 위급했다면 아마 동부전선에서 몰려오고 있을 아군 지원군들은 급하게 이탈리아 전선의 소방수로 급파되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크르르르르르!"
   요란한 엔진음에 카라이첼 중령이 고개를 돌려 다시금 전방을  살펴보니 M44 위장복을 착용한 무장친위대 기갑척탄병들이 Ⅲ호 전차 L형을 타고 전선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위장복을 입은 기갑척탄병들의 모습이 진회색 단색 군복만을 착용한 국방군 기갑척탄병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카라이첼 중령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Ⅲ호 전차를 보니 참 애처롭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폴란드 침공전 당시 70여대 정도가 극소수의 Ⅳ호 전차와 함께 투입되어 기관총과 기관포로 무장한 Ⅰ호, Ⅱ호 전차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전차 중 하나였던 Ⅲ호 전차가 이젠 기갑척탄병들을 수송하고 엄호를 맡는 APC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는 안타까움을 가득 담은 표정을 한 채 잠시 불러두었던 통신병에게 물었다.
   "지원군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 지금 이 곳은 우리 2개 전차연대 전력으로는 막아내기가 어려워!"
   그러자 통신병은 상당히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했다.

광대한 전선은 기갑부대의 이동을 대폭 저하시켰다.


   "현재로서는 지원군이 도착하려면 앞으로 4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습니다. 아돌프 히틀러 사단의 제4·5 전차 중대가 이동 중이지만 오전부터 연합군의 공습이 워낙 심한데다 현지 레지스탕스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베르네까지 도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아돌프 히틀러 사단 전체가 파리에서 레지스탕스들의 반란을 소탕하던 관계로 시간이 상당히 지체되었습니다. 현재 사단을 정비해서 이동 중이라 지만 역시 7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Ⅳ호 전차와 자주포들을 장비하고 있는 교도 기갑군의 제19 교도 기갑사단이 5: 20 경에 베르네에 도착했다고 하며 지금 이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카라이첼 중령은 기운이 푹 빠져버렸다. 상대는 M4A3E8 셔먼 76mm 장포신포 탑재형인데 그 포와 거의 위력이 비슷한 75mm 48 구경포를 탑재한 Ⅳ호 전차를 장비한 부대가 지원군이라니……. Ⅳ호 전차는 3연대도 60여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기동불능이 되어 주저앉은 전차가 4대에 달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면장갑을 80mm로 늘리고, 예비 캐터필러를 칭칭 휘감았는데도…. 그는 이 비참한 현실에 정말 목이 메여버렸다. 그는 군용 무전기로 귀를 가져갔다. 지원을 요청하는 아군 전차장들의 절규가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는 8중대! 여기는 8중대다! 지금 철갑탄이 바닥나고 있다! 서둘러 보충해 달라! …젠장! 왜 지원군은 없는 거야?!"
   "여기는 221호 타이거! 우리는 이제 남은 철갑탄이 45발이다! 하지만 몰려오는 적 전차는 100대도 넘는다! …이런 제길! 왜 지원군이 없는 건가?!!"
   "여기는 제1중대 113호 판터! 철갑탄이 이제 13발 밖에 남았다. 적 전차들이 이쪽으로만 30대 가까이 몰려오고 있다! 지원군을 보내달라!"
    "여기는 제5 중대입니다. 적 전차 20여대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전차를 보내주십시오! 젠장!"
    "쾅! 쾅!……여기는 제6중대! 적 전차포탄들이 계속 날아든다! 중대 4호 차가 피격되었다! 빨리 지원군을 보내줘!"

    1944년 6월 15일 6: 23 베르네 서북부 전방 4km 제2 SS 기갑사단 '다스라이히' 제2 SS 기갑연대

    "콰르릉!"
    제3 SS 기갑연대 진지와 마찬가지로 제2 SS 기갑연대 구역의 전투는 한층 격렬해 지고 있었다. 이미 15 중전차대대 3중대 소속 타이거 중전차들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쪽으로 꾸준히 몰려오는 미군 전차들의 대군 앞에서는 할 말이 거의 없었다. 최소한 30여대의 셔먼 전차가 맹렬한 사격을 가하며 철조망을 으스러뜨리고 있었고, 대전차 지뢰를 밟은 전차 3대가 주저앉았지만 후속 전차대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피아노선 코일도 아무 쓸모가 없었다.
   몇 대의 전차가 피아노선 코일에 보기륜이 휘감겨 정지했지만, 후속 전차들이 뚫린 구멍을 통해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동료 전차들을 대전차 방어선의 제물로 사용하고 다른 전차들이 그 틈으로 밀고 들어오는 전술에 아군은 정말 기가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이들이 서유럽 최고의 정예라 자부되는 영국군을 격파하고 독립을 쟁취했다는 역사의 기록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참으로 거칠고도 용맹한 이들이었다. 후퇴할 때 후퇴하질 않고 돌격을 감행하는 이들이 바로 미군이었다. 그들은 1차 대전 이래로 그 성격이 전혀 변한 것 같지 않았다.
  제2 SS 기갑연대의 장병들은 그러한 그들에 대항하여 더욱 더 전투의지를 굳게 다졌다. 방어선의 최선두에 포진한 제2대대 3중대 소속 판터 G 후기형 10여대가 쉴새없이 포탑을 선회하며 75mm 주포를 사격하고 있었다. 전차 주위에 포진한 기갑척탄병들도 마찬가지로 팬저 파우스트와 팬저 슈렉을 들고 거세게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방전에서부터는 총격전 태세로 돌입해야 했다.
   전차들만 단독으로 돌격시켰다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미군이 전차와 더불어 M3 하프트랙에 보병들을 태워 보전 합동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포탄들이 빗발치게 교차하는 가운데, 하프트랙에서 하차한 미군 보병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들이 장비 중인 M1 개런드 8연발 반자동 소총이나 M1 톰슨 기관단총은 그 놀라운 위력으로 인하여 독일군도 적지 않은 양을 노획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60mm 구경의 M1 바주카포는 아군이 88mm 팬저 슈렉이라는 확대 카피품을 생산하여 사용할 만큼 우수한 보병용 대전차 병기였다.
    따라서 그들과의 전투는 상당한 고난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2 SS 기갑척탄병연대 2대대 소속 기갑척탄병 몇 명이 이미 발사한 팬저 파우스트 발사관을 던져버리고, MG 42 다용도 기관총과 StG 44 돌격소총과 MP 40 기관단총, Kar-98k, G-43 반자동소총 등을 쥐어 들고 일제히 노리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기관총 사수들이 일제히 삼각대에 MG 42를 거치 하였고, 부사수는 탄약 벨트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미군 보병들이 전차가 지나간 방어선을 돌파하여 단숨에 대전차 용치지대로 돌입하려는 순간이었다.
    "사격!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드르르르르르르륵!"
    "타타타타타타!"
    각 소대장들이 일제히 발터 P38 권총을 발사하는 것을 신호로 기관총 사수들이 일제히 MG 42의 방아쇠를 당기며 탄환을 비오듯 쏟아내었다. 분당 1,200발의 발사 속도를 가진 MG 42는 연발 사격 시 그 소음이 마치 전기톱이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하여 연합군 장병들에게 '히틀러의 전기톱'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유명한 기관총이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다용도 기관총《GPMG : General Pur-pose Machine Gun》의 시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GPMG는 1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 세계 각국에서 분대의 기본 화력을 소총으로 하는 것과 달리 분대의 기본 화력을 기관총으로 한다는 진보된 사상에 의거하여 등장한 것으로 상당한 명중률과 지속사격능력을 가진 기관총이었다.
    총의 강도는 경기관총보다 약간 더 높게 제조되어 어느 정도의 지속 사격 능력을 보유하였고, 보통 사수와 부사수를 합쳐 2명, 긴급할 경우 1명이 조작할 수도 있을 만큼 가볍고 조작성이 우수했다. 또한 총열이 가열되어 사용 불능이 되더라도 아주 간단한 조작으로 총열을 교환할 수 있어 연속사격이 가능했고 급탄 방식도 벨트나 탄창을 병행할 수 있어 무시 못할 장점이 되었다.
   그리하여 분대 지원화기·대공 기관총·전차의 동축 기관총·하프트랙의 차재기관총과 트럭이나 지프와 같은 소프트 스킨차량 공격용 등등 대전 전 기간을 통틀어 다용도 기관총을 보유한 국가는 독일뿐이었고, 적어도 미군처럼 7.62mm M1919 경기관총이나 M2H 캘리버 12.7mm 중기관총을 병행 운용하여 탄약 보급의 난조를 겪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kar-98k와 같은 7.92mm 표준탄을 사용했기 때문에 전장에서 얼마든지 탄환을 보충할 수 있었고, 이는 곧 보급에서도 상당한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군수국은 Kar-98k, G-43, FG 42, MG-34/MG 42 기관총이 모두 7.92mm탄을 사용함으로써 별도의 MP 40의 9mm 권총탄, StG 44 돌격소총의 7.92mm 쿠르츠《Kurtz : 짧다는 뜻의 독일어》탄환과 제트 전투기의 Mk.108 30mm 기관포 탄 등과 더불어 탄환 생산과 보급에 있어 비교적 수월한 위치에 놓이기 된 것이다. 물론 물량 공세로 나오는 연합군에 있어 이 정도 난조는 우스울 정도지만, 무겁기 그지없는 M2H 캘리버 중기관총에 비해 사수가 11.6kg의 본체를 어깨에 걸쳐 들고 다닐 수 있는 MG 42는 정말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MG 42의 총구가 불을 뿜자, 기세 좋게 용치로 접근해 오던 미군 10여명이 그 자리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해안에서 MG 42의 위력을 체험한 보병 몇 명이 일제히 그 자리에 엎드려 M1 소총을 사격했으나, 참호선에 교묘하게 매복한 기갑척탄병들을 명중시킬 수는 없었다. 더구나, 급하게 사격을 한 탓인지 7.62mm 탄환은 대부분 허공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그 틈을 기갑척탄병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MG 42의 엄호를 받으며 StG 44 돌격소총의 총구가 불을 뿜기 시작하고, 이어 Kar-98k, G-43 반자동소총의 총구도 불을 뿜기 시작했다. 콩볶는 듯한 요란한 총성들이 울리며 전차들의 포성과 더불어 전장이 한층 더 가열화 되고 있었다. 전차와 함께 돌격시켰던 보병들은 이제 단발식 볼트 액션 소총이 아닌 연발 사격이 가능한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무장친위대원들과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뒤이어 들이닥친 미군 보병들이 가세하면서 총격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미 미군 보병들은 300여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보병들의 진입으로 힘을 얻은 미군 전차들이 다시금 방어선으로 육박해 들어오고 있었지만, 중전차들은 그런 광경에 별로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요란한 포성이 울려 퍼지며 전차 엄폐호에 포진한 3대의 타이거 전차들의 주포가 다시금 목표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전차장이 큐폴라의 페리스코프를 통해 목표를 겨냥하는 동안 장전수들이 일제히 kwk탄을 폐쇄기로 밀어 넣고 있었다. 잠시 후 철조망을 으스러뜨리고 언덕을 향해 접근하던 M4A3E8 셔먼 1대가 걸려들었다. 포수가 냅다 레버를 돌리며 포신을 그 전차의 포탑에 맞추고 있었다. 전차장이 거리를 측정함과 동시에 포수는 서둘러 조준기를 통해 적 전차와의 거리 오차를 그럭저럭 수정하고 있었다.
    잠시 후, 거리 측정을 마친 전차장이 사격 명령을 내리자, 포수가 바로 사격을 가했다. 동시에 88mm 주포가 불을 뿜으며 철갑탄을 날렸다.
    "쾅!"
    "슈아아악!"
    요란한 포성과 함께 포탄이 조준된 셔먼 전차를 향해 날아갔다. 해치를 열고 주위를 살피고 있던 셔먼 전차의 전차장의 놀라는 얼굴이 이 쪽에서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눈치를 챘더라도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콰앙!"
    잠시 후 셔먼 전차의 전면에 포탄이 명중하였다. 요란한 폭음이 울리며 셔먼은 잠시 주춤했으나 곧 불길에 휩싸인 채 불타올랐다. 그러자, 바로 왼편에 있던 동료 셔먼 전차가 타이거를 향해 76mm포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거리는 대략 1.5km! 제대로 명중된다면 100mm가 넘는 중장갑의 타이거 전차라도 쉽사리 살아남지는 못할 거리였다. 42년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만, 타이거에게 혹독하게 당한 미군은 결국 영국과 마찬가지로 17파운드 포에 육박하는 위력을 지닌 장포신 76mm포를 개발하였고, 그 실루엣은 독일의 48구경 75mm포와 상당히 흡사했다. 자신이 조준 되었다는 것을 눈치 챈 전차장이 조종수에게 급하게 후진 명령을 내렸다. 최대한 거리를 넓혀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연합군의 장포신 전차포 앞에 이제 타이거와 같은 중전차들은 덩치만 큰 전차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전황에 타이거 전차와 전차병들은 동부전선에서의 대규모 소련군 기갑군단과의 전투 이후 또 다른 공포와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적 전차를 격파했다고는 하나, 타이거의 전차병들이 느끼는 공포는 동부전선과 거의 흡사했다.


  "크르르르르!"
  "끼기기긱!"
  요란한 엔진음이 울리며 타이거 전차가 서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탑은 여전히 선회하며 자신을 조준한 셔먼을 노리고 있었다. 이제 전투는 누가 먼저 명중시켜 적 전차를 파괴하느냐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방어력면에서는 타이거가 좀더 우세했지만, 상대방이 거의 대등한 수준의 공격력을 보유한 이상, 이것도 별 의미가 없게 된 것이었다. 거기에다 심상치 않게 M10 울버린 대전차 자주포와 M36 잭슨 90mm 대전차 자주포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이들이 전차대의 사이에 숨어 계속 76.2mm포와 90mm포를 사격해 댄다면 위치가 거의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는 독일전차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을 우선적으로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이미 6대에 달하는 M10 울버린 대전차 자주포의 잔해가 셔먼 전차들 사이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날 전투에서 각 독일전차들의 주포는 교체를 필요로 할만큼 마모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미군 전차들이 떼거지로 몰려들고 있었다. 언덕 아래의 들판에는 이미 200대가 넘는 미군 전차와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M3 하프트랙들의 잔해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또한 그 사이사이로 보병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기갑척탄병들과의 교전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기갑척탄병들이 전개한 참호선에서도 간간이 부상병들을 실어 나르는 위생병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전개한 전차들의 포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량이 급격하게 늘어갔다. 열차를 통해서 계속 전차와 보급 물자들이 동부 전선과 체코, 뉘른베르크 등지에서 수송되고 있었지만 이 곳은 당장 포탄이 절실히 필요했다. 포탄이 없는 전차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전차의 부족은 예비대의 3호 전차들도 전선에 투입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몰려오는 미군전차들의 공격에 죽어나는 것은 SS 대전차포반 대원들이었다.


   미군은 아마도 그 점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포탄의 소모를 강요하기 위해 꾸준히 전차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계속 M4 셔먼 계열 전차와 기동력이 좋은 M3 하프트랙, M8 그레이하운드 장갑차 등을 보내는 것으로 보아 M26 퍼싱 중전차는 최후의 예비전력으로 남겨둔 것 같았다.
   물론 제2 SS 기갑연대는 프레데릭 대위의 지휘하에 쾨니히스 타이거나 타이거와 같은 중전차들을 예비 전력으로 남겨두고 판터와 Ⅳ호 전차, Ⅳ호 구축전차 등을 동원하여 매복을 한 채 꾸준히 몰려오는 전차들을 저지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셔먼의 수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1개 기갑사단에 해당하는 기갑차량들을 파괴하였지만 또 다른 기갑부대들이 그 뒤를 이어 꾸준하게 몰려온 것이다.
   아무래도 미군 기갑부대가 더 몰려오고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동쪽의 방어선에서도 포탄 공급을 요청하는 무전이 계속 들어왔다. 가끔씩 포탄을 재 보급 받는 전차들이 보였다. 보급중대 장병들이 쉴새없이 트럭과 전차를 오가며 포탄을 전차장에게 인계하면 전차장은 그것을 다시 장전수에게 인계하는 식으로 보급을 하였고, 보급을 마친 전차는 다시 엔진을 가동한 채 전선으로 복귀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왕복한 전차들이 거의 50여대에 달하고 있었다.
   이제 포탄들이 후방의 보급 중대 진지 부근에도 작렬하기 시작했다. 미군이 그만큼 근접해 들어왔다는 증거였다. 이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비중대원 10여명이 일제히 야적장으로 달려가 팬저 파우스트를 한아름 안고 전선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손실된 전차를 정비해야할 귀중한 정비중대원들이 전선으로 투입되는 상황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의 전황은 워낙 혼잡하여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이제 남은 팬저 파우스트의 재고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간간이 트럭과 Sd.kfz 251 하프트랙이 팬저 파우스트를 싣고 왔으나 그 정도로는 전방으로 몰려오고 있는 미군을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대기하고 있던 기갑척탄병들이 차량이 멈추는 것과 동시에 달려들어가 팬저 파우스트를 들고 전선으로 달려들어갔다. 자신의 전차를 정비 받고 있던 전차장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정비병들을 다독거리고 있었다. 너무 서두른 나머지 정비병 1명이 자신의 스패너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포성과 기관총성, 대전차포성등으로 인해 이 곳은 지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미군 전차대와의 교전 거리는 이제 1km내로 좁혀졌고, 한때 언덕 아래까지 진출했던 2연대의 전차들은 이제 다시 언덕으로 후진하여 전차 엄폐호에 포진하였다. 20여분의 전투가 지속된 후, 전차병들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교도 기갑사단의 전차들이 도착을 한 것이었다. 전차들을 인솔해 온 이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 전차들은 교도 기갑군의 선봉 제252 교도 기갑사단 소속이라고 했다. 카라이첼 중령이 보기에 그들은 아마 선도 전차들인 것 같았다. 하여튼 지원군이 근처에 와 있다는 소식은 카라이첼 연대장과 제3 SS 기갑연대 장병들에게는 크나큰 희소식임에 틀림없었다.
   제3 SS 기갑연대 구역으로 30여대, 제2 SS 기갑연대의 구역으로 대략  10여대의 Ⅳ호 전차들이 지원을 온 것이다. 도착을 완료한 전차들의 뒤를 이어 트럭들이 몰려와 일제히 보급 물자들을 부려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제2연대 장병들이 다시금 함성을 지르며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전투는 좀더 본격적으로 격화되어 있던 상태였다. 최전방에 포진한 20여대의 판터 전차 중 1대가 전면에 셔먼의 포탄을 명중당한 것이다. 그 전차는 다행히도 격파는 되지 않았지만 만약 포탄이 전차 상부에 명중이라도 했다면 아마도 전차 내의 5명의 승무원들은 무사치 못했을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전차들이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미군 전차들이 드디어 용치 장애물 지대를 돌파한 것이다. 기갑척탄병들이 팬저 파우스트를 발사하며 다시금 10여대의 전차를 날려버렸지만 이미 20여대의 셔먼 전차들이 참호선의 모래 자루를 넘고 있었던 것이다. 기갑척탄병들이 일제히 참호선을 빠져 나와 교통호를 통하여 후방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적은 가깝게 근접해 오고 있었다.
   전차대의 뒤를 이어 들이닥친 보병들이 일제히 참호선으로 들이닥쳤다. 그러한 그들을 향해 후퇴하던 기갑척탄병들이 박격포 진지로 들어가 일제히 81mm 박격포 사격을 가했다. 포탄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작렬하자 보병 4명이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그러나 방어선을 돌파한 미군이라고 해서 완전히 승기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은 전방에 격파된 동료 전차들의 잔해를 치우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도저 전차들이 달려와 잔해를 옆으로 밀어버리며 교두보를 청소하는 장면이 이쪽에서 생생하게 보이고 있었다.
  제2 SS 기갑연대의 방어선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었다. 이미 언덕 중반부의 방어진지는 미군에게 완전히 돌파 당한 상태였다. 프레데릭 대위의 전차를 향해 후방에 배치되어 있던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들의 전차장들이 달려와 중전차들이 투입되어 퇴각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는 동안 시간을 벌겠다면서 자신들을 투입시켜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자 프레데릭 대위는 고개를 떨구며 침묵을 유지했다. 묵시적으로나마 그것을 허락한 것이다.
  전차장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경례를 올리며, 자신들의 전차로 달려갔다. 잠시 후, 요란한 가솔린 엔진이 울리며 거대한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들이 시속 35km의 속도로 언덕으로 올라갔다. 프레데릭 대위는 그 전차들을 바라보며, 단 1개 연대로 미군 전차들을 저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큰 실수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더 이상은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훗날 프레데릭 대위는 자신의 회고록에 이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저술했다.
    '격렬한 포성이 울리고, 최후의 예비 전력으로 남겨두었던 제15 중전차 대대와 8중대의 쾨니히스 타이거 전차들의 전차장들이 내 전차로 달려 들어와 더 이상 동료들의 죽음을 방관할 수는 없다면서, 나에게 자신들을 투입시켜 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들의 눈에는 온통 동료를 구하겠다는 전우애가 가득차 있었고, 모두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그러한 정예병들을 함부로 투입하여 상실하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전우애는 이러한 나의 생각을 거꾸러뜨렸다. 나는 고개를 떨구며 묵시적으로나마 그것을 허락했고, 그 전우애는 나로 하여금 전차를 몰고 전선으로 뛰어들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한 것이다. 그것은 나치에 대한 광신성이나 흉폭성이 아닌 순수한 개인의 본능이었던 것이다.'
  [ 프레데릭 제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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