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님 작 <끝없는 전쟁>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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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나토르 전기> 첫 실전..........(5)
키루스  2005-07-30 23:46:52, 조회 : 1,540, 추천 : 4



  그래도 로마군 기병들은 줄기차게 퍼붓는 비를 맞아가면서 줄기차게 달렸다. 어딘가에서 동포들이 야만족들에게 학살과 약탈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울렸다. 로마군은 즉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말고삐를 돌렸다. 그곳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고, 한눈에도 게르만 족으로 판별되는 전사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이고 돈과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

  “쳐라!”
  굳이 명령할 것도 없었다. 분노에 눈이 뒤집힌 로마군 장병들은 창칼을 번뜩이면서 달려들고 있었다. 이 근처의 게르만 족들은 본대에서 떨어진 낙오병들인지 그 수가 매우 적었다. 3개 켄투리아, 300여 명의 기병만으로도 충분히 적을 토벌할 수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빗발과 가끔씩 번쩍이는 천둥번개의 섬광 속에서 살의에 빛나는 로마군의 어금니가 게르만 족 전사들을 찢어발겼다.

  살리나토르는 말의 돌격력을 최대한 살려서 민간인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한 게르만 족의 어깨를 창으로 찔렀다. 헌데 훈련할 때와는 달리 느낌이 좀 둔했다. 상대의 어깨를 꼬치 꿰듯이 푹 꿰뚫어버려야 했건만, 창이 약간 밀리는 느낌이 들면서 약간의 피가 튀고 살점을 조금 뜯어낸 것에 불과했다. 비 때문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무기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아내는 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무기의 날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피처럼 진하진 않지만 빗물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여러 시간을 빗속을 달리면서 창날이 비에 푹 젖은 탓에 그 날카로움이 좀 덜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비록 날카로움이 덜해졌다고 해도 그 타격력은 여전했다. 말의 돌격력까지 합해진 일직선 찌르기에 걸린 적병은 그대로 땅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일단 한 번 적병을 지나친 살리나토르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린 후에 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히힝, 말울음 소리가 울리면서 말이 앞발을 크게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땅바닥을 향해 내리쳤다. 퍽! 수박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적병의 머리가 박살나고 가슴뼈가 부서졌다.

  살리나토르는 첫 살인을 한 것이었다. 꽤나 순수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사람을 죽였다며 울고불고 난리쳤을 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일이라도 벌어진 듯이 이제 인간의 마음을 저버렸다고 할지도 모른다. 혹은 바보멍청이라면 한 명 죽였다고 복수했다며 기뻐 날뛸지도 모르고, 변태라면 좋아서 킥킥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리나토르는 아무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숨소리조차 변하지 않았다. 그는 훈련에서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한 그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훈련과 실전의 차이는 그저 피가 흐르고 흐르지 않고의 차이일 뿐이었으며, 피가 흐르는 것에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하다간 전장에서 잠시도 버텨내지 못한다. 전장이란 그야말로 초 단위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광기와 살기로 가득 찬 곳이니까.

  살리나토르는 기계처럼 정밀하게 움직여서 아직 말에 오르지도 못한 게르만 족들을 창으로 찌르고 말발굽으로 짓밟아 죽였다. 그러는 사이에 창끝이 살짝 부러지자 미련 없이 버렸다. 부러진 창은 전투력을 급감시킨다.

  어느새 말 위에 올라탄 한 게르만 족이 기합 소리도 요란하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살리나토르는 번개처럼 칼을 뽑아들고 휘둘렀다. 살리나토르와 적병이 탄 말이 서로 스쳐지나가고 빗물 속에 피안개가 무지개처럼 피어올랐다. 적병은 핏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목을 움켜잡고 말 위에서 떨어져 땅바닥을 굴렀다. 살리나토르는 칼끝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새로운 적을 찾아 전장을 유영했다.    

  수도 2배 이상 많았고, 기습에도 성공한 로마군은 아주 쉽게 전술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도망치는 게르만 족들을 멧돼지 몰듯이 몰아서 잔인하게 사냥했다. 퍼붓는 비와 천둥번개를 배경으로 처참한 비명 소리가 사위를 울리고, 뿜어져 나오는 피보라와 날아다니는 살조각이 검은 비단 같은 밤하늘을 장식했다.  

  마지막 한 명의 적까지 남김없이 잡아 죽인 로마군 기병대는 우선 마을 중앙에 모여서 전열을 정비했다. 그들은 시체를 한곳으로 치우고, 마을 사람들의 불운을 위로한 뒤 그들로부터 귀중한 정보를 얻었다. 게르만 족의 본대는 이곳을 그냥 지나쳐서 동남쪽으로 사라져 갔다고 한다.

  백인대장 세 명이 모여서 약식 작전 회의를 열었다. 우선 전과와 피해 확인을 실시했다.
  “게르만 족 146명을 죽였습니다. 복장과 생긴 것으로 보아 사르마티아 족 부대로 생각됩니다. 또한 우리 쪽 피해는 추격 중 낙오병 8명, 사망자 5명, 중경상자 14명입니다.”

  “일단 대체적으로 전과에 비해 매우 경미한 피해로군요. 다행입니다. 작은 전투도 한 번 했고, 적 본대의 이동로도 확인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의논해 봅시다.”
  “즉시 적을 추격해야 합니다. 이곳에서 이미 상당한 시간을 끌었기 때문에 더 머뭇거리다간 적의 꼬리를 놓칠 염려가 있습니다.”

  아직 싸움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뜨거운 목소리였지만, 보다 냉정한 목소리가 이견을 냈다.

  “아뇨. 일단 쉬는 게 좋겠습니다. 계속 비를 맞으면서 쉬지 않고 달린 데다 방금 전투까지 겪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무척 지쳐 있습니다. 게다가 점심때부터 계속 식사를 못해서 무척 허기진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한 추격은 오히려 효율만 떨어뜨립니다. 너무 어두워서 길을 잘못 들 염려도 있고요. 일단 식사를 하고, 병사들을 좀 쉬게 한 후에 내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다시 추격에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찬성입니다. 어차피 우리 쪽 본대는 보병이 다수 섞여 있기 때문에 추격 속도가 꽤나 느리단 걸 감안해야 합니다. 본대와 너무 떨어진 상태에서는 게르만 족의 꼬리를 잡아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전멸할 확률만 높아질 뿐이죠.”

  이렇게 되자 처음에 즉시 추격을 주장하던 백인대장도 한 발 물러섰다.
  “좋습니다. 그럼 날이 샐 때까지만 쉬기로 하지요.”

  쉬기로 결정되자 병사들은 빠르게 행동에 돌입했다. 로마군의 활약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약탈을 면한 마을 사람들이 로마군 병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민간인에게는 물 한 모금도 얻어 마셔서는 안 되는 것이 로마군의 엄중한 규율이었다. 어기면 태형이 기다리고 있다.

  워낙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기에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쌓아두는 -따라서 지금은 텅 비어있는- 창고만 빌려서 그 안에서 각자 싸온 건량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모포를 둘러싸고 잠을 청했다. 비에 푹 젖은 탓에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으슬으슬 추웠고, 비와 천둥번개의 소음이 귀를 어지럽혔지만, 다들 무척 피곤했기에 곧 시끄러운 코고는 소리가 창고를 가득 채웠다.  




                                                               Ⅳ




  로마력 1003년 6월 22일의 아침이 밝았다. 그토록 퍼붓던 비도 밤이 지나는 사이에 그쳤고, 해돋이가 똑똑히 보일 정도로 하늘은 맑았다. 여기저기 이슬을 잔뜩 머금은 풀잎들이 햇살 속에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끝내주는 경치였지만, 경치를 감상하거나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져들 여유는 없었다.

  본대에 앞서 출발했던 3개 켄투리아의 로마군 기병들은 새우잠에서 일어나자 간단한 아침 요기만을 한 후, 곧바로 출발했다. 출발 직후 백인대장들은 부대를 둘로 나눴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계속해서 게르만 족의 추격에 나섰지만, 10명의 병사를 따로 골라내서 근처의 로마 가도로 향하도록 했다. 본대를 인도하기 위한 길안내 역할이었다.

  살리나토르는 바로 그 10명에 속했기에 더 이상 적의 추격에 나서지 못하고 본대를 인도하기 위해 로마 가도로 향해야 했다. 솔직히 좀 불만스러웠지만, 군소리 한 마디 못했다. 군대에서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며, 그가 뒤로 처지게 된 이유도 명백했다. 전투 경험 순으로 10명을 잘라낸 것이었다. 이제 겨우 첫 실전을 겪은 열일곱 살의 풋내기로서는 거역할 수 없는 명분이었다.

  가장 가까운 가도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리자 겨우 제 4플라비아 군단을 뜻하는 깃발이 보였다. 역시 본대는 보병이 주력이었기에 진군 속도가 꽤나 느렸다. 기다리고 있던 10명의 기병들은 곧 군단장 안니우스 갈루스 앞으로 불려갔다.

  “그래, 적들의 정체는 확인했나?”
  “백인대장님들의 의견에 따르면 사르마티아 족 부대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흠, 사르마티아 족이라.......”

  로마군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르마티아 족은 고트 족과의 항쟁에서 패해서 식량과 재산의 상당 부분을 빼앗겼다. 그래서 빼앗긴 재산을 벌충하고, 먹고 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로마 영토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로마 입장에서는 야만족끼리의 항쟁 때문에 엉뚱한 피해를 보는 셈이었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놈들이 왜 도나우 강을 건넜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별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 일단 침입을 당한 이상 물리칠 수밖에. 적의 이동로는?”

  “주력 부대는 여기서 동남쪽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그 이후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금 다른 기병들이 적을 추격 중이므로 조만간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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