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님 작 <끝없는 전쟁>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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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전쟁> 제 1차 동북 대회전......(10)
키루스  2004-09-13 17:51:50, 조회 : 4,495, 추천 : 19


단기 4341년 5월 4일 01:51, 대 고려군 제 121포병여단 사령부

  여단장 조선호 준장은 환희에 들떠서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포병대는 몇 날 며칠을 싸워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승리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달콤한 것이긴 하지만, 특히 저기서 포탄에 맞고 죽어 가는 놈들이 중국 놈들이란 사실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원래가 독하고 원한은 절대로 잊지 않는 성격의 조선호였다. 그런 그이므로 지난 수천 년 간 되놈들이 이 나라에 저질러 온 온갖 악행은 그의 머리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얼마나 되놈들이 극악무도하고 뻔뻔하게 굴었던가? 수천 년간 당해 온 복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통쾌했다. 이 기회에 아예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갚아 줄 생각이었다.

  “좋아. 이번엔 MLRS에 일반 로켓 대신 ATACMS를 장전해라. 도망치는 중국 전차들을 포격한다.”
  “여단장님, 지금 남은 ATACMS가 거의 없습니다.”
  “얼마나 남았는데?”
  “각 포대 당 9발에서 11발 정도입니다.”

  ATACMS만이 아니었다. 벌써 5시간 가까이 격렬한 포격을 거듭하다 보니 거의 모든 포대가 지니고 있던 포탄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뭐, 됐다. 어차피 이제는 싸움도 거의 끝났으니까. 각 MLRS는 남은 ATACMS를 모두 장전하고 중국 군 전차 부대에 대한 조준이 끝나는 즉시 보고 없이 바로 발사해라.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되놈들의 꼬리에 불을 붙여 주는 거다. 그러면 아마 더 빨리 달아날 수 있을 거다, 크크크.......”
  “옛!”

  중국 군 전차 부대의 위치에 관한 정보는 미군 전자전 정찰기와 무인 정찰기, 고려군 정찰 헬기, 포병 관측 요원 등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27대의 MLRS는 전송된 표적 정보로 269발의 ATACMS를 발사했다. 1개 사 정도는 가뿐하게 지워버릴 수 있으리라.

  조선호는 밤하늘을 가르는 포켓들을 바라보면서 담뱃갑을 꺼냈다. 어쩐 일인지 담배도 다 떨어져서 남은 것은 단 하나, 돗대였다. 그는 히죽 웃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조선호는 담배 연기를 가슴 깊이 빨아들였다가 내뿜으면서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좌충우돌하는 박상현에 대한 불만까지 사라져 버렸고, 왠지 그가 제법 유능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현재 상황 전부가 마음에 들었지만, 딱 하나 불만인 점이 있었다. 중국 놈들을 학살하는 거야 매우 기쁜 일이었지만, 일본 놈들을 같이 죽여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왜놈들도 얼마나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운 놈들이던가?

  “하긴 서두를 것은 없겠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다음에는 왜놈들을 짓밟아줄 테다.”  



단기 4341년 5월 4일 02:34, 평양 대 고려 국 합동작전사령부

  한참을 낑낑거리던 통신 장교 유재윤 대령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연결되었습니다.”

  합작사령관 최우진 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통신기를 받아들었다. 8사단이 모든 연락을 끊고 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합작은 8사단과의 통신 로를 개척하기 위해서 무척 고생해야 했다. 5월 4일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사단장 박상현 소장과의 연락이 가능해졌다. 물론 그 때까지 합작의 간부들이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사단장 박상현입니다.”
  “합작사령관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전황을 보고해라.”
  “우리는 이겼습니다!”
  “뭐?”

  “우리는 이겼습니다. 이건 역사에 남을 대승입니다! 드넓은 벌판에는 적의 시체와 잔해가 가득합니다. 우리는 적을 끝까지 추격해서 절멸시켜.......”
  최우진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돋았지만, 박상현은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열정적으로 외칠 뿐이었다. 마치 상관에 대한 보고라기보다는 신에게 바치는 열광 같은 분위기였다.

  “헛소리 집어치우고 똑바로 보고하지 못해! 처음부터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봐!”
  그때서야 박상현은 목소리에 묻어 나오는 열을 약간 식혔다.

  “우리는 무사히 평안북도를 가로지른 후에 압록강을 건너서 단둥 시를 점령했습니다. 이어서 단둥 시 탈환을 시도해 온 적 중국군 40집단군을 격파했습니다. 그들을 추격하면서 지원해 온 39집단군도 박살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을 죽이고 장비를 부쉈지만, 우리 측의 피해는 경미합니다.”
  “좀더 자세히 못 말하나?”

  “죄송합니다. 지금 너무 바빠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나중에 자세한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겼다는, 그것도 대승을 거뒀다는 것입니다.”
  “후우....... 좋아, 수고했다. 논공행상과 규율위반에 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지. 일단 지금 위치가 어떻게 되는가?”

  박상현은 잠시 GPS를 확인해 보고 나서 말했다.
  “단둥 시에서 10시 12분 방향으로 102Km입니다.”
  최우진은 기가 막혔다.

  “뭐가 어째? 도대체 어디까지 진격하는 거야? 넌 군사적 상식이 있는 놈이냐?”
  “우리는 패주하는 적을 추격 중입니다. 승리한 후에는 당연히 적을 바짝 추격해서 몰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됐어! 당장 추격을 중지하고 단둥 시로 귀환해라. 그 곳에서 방어진을 형성하고 아군의 주력 부대가 도강할 통로를 확보하도록 해.”

  박상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윽고 단호한 태도로 답했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뭐야! 너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냐?”

  “지금 적은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도륙하고 있단 말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렇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중국군을 완전히 절멸시킬 최고의 기회란 말입니다!”
  “이 새끼가....... 또 명령을 무시하고 네 멋대로 굴겠단 말이냐?”

  최우진의 얼굴이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바로 옆에 있는 유재윤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겁니다.”
  이 말을 끝으로 박상현은 또다시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야, 야! 이 미친 새끼가! 이런 미친놈이 사단장이랍시고....... 어이구, 골치야.......”

  최우진은 우거지상을 지은 채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박상현의 보고대로라면, 확실히 8사단은 대승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행동은 완전히 승리에 취해서 전후좌우도 살피지 않고 날뛰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만주에는 이미 패주한 2개 집단군 외에도 상당한 수의 중국군이 더 진출해 있었다. 게다가 아마 러시아군 일부 부대도 이미 만주에 진출해 있을 것이다. 지금 8사단은 고작 1개 사단밖에 안 되는 군대로 10배가 넘는 적군의 중앙을 깊숙이 돌파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후속해 오는 아군도 전혀 없어서 등 뒤가 텅 빈 상태였다. 자루 속의 조약돌처럼 포위당해서 섬멸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진격을 계속하겠다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이기에 그런 발상이 가능하단 말인가? 합작의 간부들은 걱정과 고민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합작사령관은 합작의 통신망을 책임지고 있는 유재윤을 돌아보면서 소리를 꽥 질렀다.
  “뭐하고 있어! 빨리 8사단과의 통신 로를 다시 개척해!”
  “예, 옛!”

  이런 썩을! 유재윤은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면서 기기에 매달렸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왔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성 위통인 것 같았다.



단기 4341년 5월 4일 03:00, 만주 벌판

  누군가가 하늘 높은 곳에서 만주 벌판을 내려다본다면, 아마 치밀어 오르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으리라. 지금 하나의 작은 쐐기 같은 고려군이 중국군의 꽁무니를 쑤셔 대고 있었으며, 중국군은 거대한 부채 살처럼 좍 흩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부채 살이 더해져도 쐐기와 맞서 싸우려는 부대는 하나도 없었으며, 점점 더 넓게 흩어져 갈 뿐이었다.

  중국군에게 제대로 된 정보만 주어졌어도 이런 어이없는 광경은 없었을 것을....... 모든 군사위성의 파괴, 항공 정찰의 불가능, 캄캄한 어둠, 잘못된 정보, 선입견, 지휘관의 오판 등이 버무려져서 아주 황당무계한 허상이 만들어졌으며, 이 허상은 중국군의 뇌리 속에 틀림없는 사실로 각인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이 허상에 쫓겨서 그저 달아나고 또 달아났다. 무릇 공포란 그 실체보다 본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더 큰 법이다. 특히 겁쟁이에게는 이런 현상이 유난히 심하다.

  이것은 마치 수천 년 전에 있었던 전진 대 동진의 전쟁 같은 광경이었다. 그 때, 전진군은 무려 100만 명이나 되었지만, 고작 8만 명밖에 안 되는 동진군의 일제 돌격 앞에 선발대가 무너지면서 본대까지 그대로 패주의 물결에 휩쓸렸다. 대부분의 군대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그저 달아나기만 하다가 죽고, 탈영하고, 포로가 되면서 마치 물이 모래 속으로 스며들 듯이,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이 때, 전진군의 전사자는 수십만에 달했지만, 그들 중 실제로 동진군의 창칼에 맞아 죽은 병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금도 똑같았다. 단 한 명만 용감하게 반전해서 싸웠더라면, 그래서 패닉 상태에 빠진 다른 병사들도 정신을 차렸다면, 중국군은 한줌도 안 되는 적을 단숨에 짓밟아 버렸을 텐데....... 유난히 겁이 많은 민족인 중국인들은 그저 도망가기만 할 뿐이었다. 전쟁터에서는 차라리 용감하게 싸우는 것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더 높인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끝끝내 깨닫지 못했다. 이럴 때야말로 지휘관의 능력이 발휘될 때이건만, 지휘관들은 오히려 앞장서서 달아나는 추태만 선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말의 위력과 무서움을 증명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말 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것은 아마도 유언비어일 것이다. 사실은 별 거 아닌데, 자꾸 눈 덩이처럼 살이 붙으면서 어느 새 끔찍한 망상으로 변하고 만다. 지금 중국군 사이에서는 바로 이 유언비어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5월 3일 20:00쯤만 해도 확인된 적은 고려군 1개 연대에 불과했다. 그것이 같은 날 23:00경에 고려군 1개 군단으로 불어나더니, 다시 5월 4일 01:00경에는 여미연합군 2개 군단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03:00를 전후해서는 적의 규모가 여미일연합군 5개 군단 이상이라는 유언비어가 중국군 사이에 퍼졌다. 일반 사병은 물론이고 꽤나 고위 장교들도 이 유언비어를 철석같이 믿었다.

  환상 속의 5개 군단에게 쫓기는 중국군 병사들은 총도 집어던지고, 진지도 포기하고, 때로는 계급장까지 떼어 던지면서 달아났다. 고려군이 뛰어다니는 보병보다는 주로 전차, 장갑차, 자주포, 대공포 등등 장비를 중심으로 노린다는 것이 퍼지자, 중국군은 어마어마한 수의 장비를 벌판 위에 내버린 채 맨몸으로 달아났다. 겁에 질린 그들은 주위에 고려군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항복했다. 이렇게 해서 측정조차 불가능한 수의 중국군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마치 그 옛날의 전진 군처럼.......  



단기 4341년 5월 4일 04:02, 러시아군 시베리아 전선 사령부

  러시아군 시베리아 전선 사령관 바실리 자이체프 중장은 미확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고민 속에 싸여 있었다. 시베리아 백곰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덩치에 불꽃처럼 맹렬한 성격을 지닌 자이체프는 지금 시베리아 전선의 선발대인 8개 전차사단을 직접 이끌고 만주에 들어와 있었다. 그의 휘하에 있는 다른 부대도 빠른 속도로 이 곳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으며, 극동 전선, 제 2 시베리아 전선, 트랜스바이칼 전선 등 다른 전선 소속 군대 역시 이미 주둔지를 떠났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압록강 변에 한창 방어진을 형성 중이어야 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여미일 연합군의 대규모 도강과 중국군의 패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이체프는 부대의 진격을 멈추고 정보의 수집에 진력했다. 하지만, 모여든 정보의 양은 많아도 질은 대단히 불만족스러웠다. 참모들의 의견 역시 제각각이었다.

  “애초에 중국 놈들이 떠드는 소리 따위는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5개 군단이 말이 됩니까? 어떻게 그 새에 5개 군단이 도강합니까? 이는 모두 자기들의 패배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제 생각에는 많아야 4개 사단 수준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벌써 8시간 이상 계속된 전투로 지칠 대로 지쳐 있을 겁니다. 지금 즉시 진격해서 적을 짓밟아야 합니다.”

  “물론 중국 놈들은 뻥이 심하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확인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그래도 2개 군단 이상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만주 지방의 제공권과 방공망이 부실해서 언제 대규모 폭격을 뒤집어쓸지 알 수 없습니다. 섣부른 진격보다는 상황 파악에 보다 주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중국 놈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글쎄요, 여미일연합군은 벌써 압록강에서 150Km 이상이나 진격해 왔습니다. 지금쯤 그들의 뒤는 텅텅 비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괜히 겁을 내서 꼼짝 않고 있을 필요도, 굳이 모험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의 뒤로 돌아가서 퇴로만 끊어도 간단히 전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만약 실제로 북한의 게릴라가 모두 항복했다면, 그 후에도 계속 새로운 군대가 도강해 왔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게다가 뇌의 전두엽이 날아간 놈이 아니고서야 후속 부대도 없이 150Km나 진격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 고려군 지휘관이란 놈이 실제로 미친놈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작작 하십쇼! 그런 망상을 군사 작전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겁니까?”

  어둠, 어둠이 문제였다. 많은 우수한 장비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역시 정찰에 있어서는 밤보다 낮이 훨씬 효과가 좋았다. 특히 지금처럼 대부분의 장비가 효용성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눈과 귀에 의존해야 할 때는 그런 점이 더더욱 심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였다. MLRS와 아파치의 존재, 중국군의 참패와 유언비어 때문에 아무도 적이 불과 1개 사단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의당 적 부대가 있으리라고 믿어지는 곳은 텅텅 비어 있었고, 파견 나갔던 정찰 요원들은 ‘적의 규모 불명’, ‘선발대(8사단)는 확인했으나 본대가 보이지 않음.’, ‘미확인 적군의 가능성 높음’ 등으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보고는 자이체프를 비롯한 러시아군 간부들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자이체프는 머리가 깨질 정도로 고민한 끝에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러시아군에게 가장 안전한 방안이었다.

  “처음부터 중국군 따위는 그저 시간이나 끌어주는 역할만 해주길 바랐을 뿐인데, 이제 보니 시간 끌기도 못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중국군 놈들이 떠드는 엉터리 정보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형편없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전부 다 죽으라고 내버려 둬라. 우리는 현재의 진지를 지키면서 후속 부대의 합류를 기다린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제대로 정보를 수집한 후에 눈에 띄는 적군부터 차례로 배제해 나가기로 한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와 중국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고려군 8사단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다.



단기 4341년 5월 4일 04:56, 단둥 시 북서쪽 186Km

  임대윤 중사는 자신의 전차 위에 걸터앉은 채로 수통을 기울였다.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수통 3개를 단숨에 비우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갈증만이 아니었다. 두 눈알이 토끼처럼 빨갛게 달아올랐고, 목은 잔뜩 쉬어서 숨쉬기도 힘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으며, 팔다리는 온통 뻣뻣하고 삐걱거리는 것이 내 팔다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드레날린이 풀로 분비되었는지 잠은 오지 않았다. 입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비상식량을 약간씩 깨작거렸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정말로 거하게 싸웠다. 평생 할 전투를 한번에 몰아서 한 것 같기만 했다. 어쨌든 우리는 이겼다. 그것도 대승이다! 참으로 즐거웠다. 승리라는 마약에 취한, 그 환상적인 분위기에 빠진 고려군은 미친 듯이 싸우고 진격하고, 또 싸우고 진격했다.  그들은 10배가 넘는 적을 패퇴시키고, 무수한 장비를 노획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포로를 사로잡았다. 빼앗은 장비와 포로만 해도 8사단이 지닌 병력과 장비를 크게 상회할 정도였다.

  임대윤 자신도 정신없이 싸우면서 수많은 적을 죽였다. 어쨌든 조국의 군대가 큰 승리를 거두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 기쁘기 한량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려군 차량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고, 한나절 가까이를 용맹스럽게 싸우느라 지칠 대로 지친 병사들도 여기저기 퍼져 있었다. 한쪽에는 중국군 포로들이 몰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갑자기 세찬 모래 바람이 임대윤의 얼굴을 덮쳤다. 그가 진저리를 치면서 고개를 돌리자 웬 헬기 한 대가 착륙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에 입고 있는 전투복이 터져나갈 것처럼 육중한 체격의 사내 한 명이 쿵 소리를 내며 뛰어내렸다. 무슨 일인지 화가 잔뜩 나 있는 표정의 그는 8사단장 박상현 소장이었다.

  “뭐 하는 짓들이야! 왜 퍼져서 꼼짝도 안 하는 거야? 내가 죽을 때까지 달리라고 한 말 못 들었어!”

  어제 저녁부터 계속해서 자신의 부하들을 열화같이 독촉해 대던 박상현이었다. 상부의 명령이고, 참모들의 건의고 모두 무시한 채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하라고만 외쳤다. 그 정도로 눈앞에 적이 보이면 무조건 싸워서 무찔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박상현이 볼 때, 그가 멈추라는 명령도 하지 않았는데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행위였다.

  그러나 임대윤 중사는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날뛰는 박상현을 보면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이래서 어깨에 별 달고 폼 잡는 놈들은 실제 전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니까.......
  대대장 유지호 중령이 나서서 상황을 설명했다.

  “사단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연료가 다 떨어져서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탄약도 바닥이어서 더 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바로바로 보급할 수 있도록 보급 부대를 미리 붙여 두었잖아.”

  “그 보급품까지 이미 다 써버렸습니다. 제가 벌써 보고를 올렸는데, 아직 듣지 못하신 것 같군요.”
  전장 상황이 개판이라서 고려군이나 중국군이나 통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전부 다 써버렸다고?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긴, 꽤나 격렬하게 싸우긴 했지만.......”

  연유를 알 게 된 박상현은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8사단은 바로 어제 충분한 보급품을 가지고 평양을 출발했었다. 그래서 물과 식량은 아직 남아돌았지만, 연료와 탄약은 이미 거의 다 써버렸다. 남은 것은 사단 최후 예비뿐이었다. 이 전투가 얼마나 처참하고 격렬했는지에 대한 좋은 증거였다. 박상현이 겨우 납득하자 유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덧붙였다.

  “예,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전장이 소강상태라서 천만 다행입니다. 적군 1개 대대만 반전해서 공격해 왔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전멸했을 겁니다.”
  “1개 대대가 아니라 1개 중대만 몰려와도 박살날 것 같은데? 이거야 원, 에티오피아 난민이 따로 없구먼.”

  보급품도 부족했지만, 특히 고려군 병사들의 피로도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계속된 전투로 심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린 것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의 모습은 정말로 난민이란 말이 딱 어울렸고, 오히려 중국군 포로들이 더 쌩쌩해 보일 정도였다.

  임대윤은 이 웃기는 실랑이를 보면서 다시 수통 하나를 더 비운 후에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이상하게 담배 맛이 사탕처럼 달았다. 몸이 니코틴을 빨아들인다고 해야 할까? 마치 마약처럼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아!”

  문득 볼에 뭔가 어색함을 느낀 임대윤은 고개를 돌렸다가 나직한 탄성을 울렸다. 동녘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임대윤도, 박상현도, 유지호도, 다른 고려군 병사들도 잠시 동안 멍하니 아침 해를 응시했다. 그들에게 이 밝은 햇빛은 고려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발키리의 축복처럼 느껴졌다. 정동진에 100번을 가도 절대 볼 수 없는 멋진 해돋이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승으로 유명한 ‘제 1차 동북 대회전’은 이렇게 끝났다. 중국군 전사자는 16,300명, 포로는 29,500명이었으며, 탈영 등으로 소실된 병사는 70,000명을 넘어섰다. 파괴 및 노획된 장비는 최소로 따져도 5,000량 이상이었다. 반면에 고려군의 피해는 사상자 4,200명, 완파 및 반파된 장비 81량으로 깜짝 놀랄 정도로 경미했다. 고려군은 겨우 1개 사단으로 불과 9시간여 동안 약 200Km를 진격함으로써 이 부문의 신기록까지 세웠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낸 ‘제 1차 동북 대회전’은 양 진영의 군사 전략을 근본부터 크게 수정하게 만들었으며, 결국에는 ‘제 3차 세계 대전’의 향방까지 결정해 버렸다.  





이것으로 제 1차 동북 대회전이 끝났습니다. 다음 편 부터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48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투를 묘사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바랍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9-09-19
22:06:50


김기웅
넘 재미있어요.....건필하세요 2004-09-14
10:41:13



눈팅
통쾌하긴 하지만
한마디로 코미디로군요.
적당히 균형맞추어 쓰시는게 나을것 같군요.
2004-09-14
21:58:26



juno825
정말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시원하군요.
오타 같은데요... 우리 사단장이 사령관에게 보고하면서 위치가 " 단둥에서 10시 12분 방향
으로 102키로 " 라고 합니다. 시계를 이용한 방향표시는 " 10시방향 " 이 맞지않을까요 ?
2004-09-23
14:50:02



정동치
27대의 MLRS는 전송된 표적 정보로 269발의 ATACMS를 발사했다'라고 되어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MLRS는 한번에 2발의 ATACMS를 장착하여 발사할 수 있고 재 장전까지는 분단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한번에 269발을 쏠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2005-04-28
12:50:33



dingmoberti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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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23:49:54



queen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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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1:19



queenet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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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2:28



mywhesmes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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