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전쟁소설


적색경보


로그인  회원가입

적색 경보 프롤로그.
이경섭  2003-07-27 07:31:56, 조회 : 15,145, 추천 : 30

  굉~~~ 장히 늦었습니다. 무려 석달만의 재연재군요.-_-;
  
  이번의 적색경보는 한일간의 전쟁이 아닌, 남한과 중국간의 갈등으로 인한 남한과 북한간의 전면전을 다룬 글이 되겠습니다. 일단 프롤로그에서는 이란에게 방법(?)당한 미국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다음 파트는 '예고된 충돌', 분량은 아마 2-3부 정도의 분량이 될 듯 합니다. 아마 5부까지는 전쟁이 벌어지기 전의 상황설정이 나올 예정입니다.

  일단은... 빨리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많은 관심과 짱돌 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



  9월 12일 01:30 [현지시각]
  이란 이스파한 남부 상공


  - 세계의 절반

  17세기 당시 페르시아의 수도로 번성한 이스파한을 당시의 상인들이 가리킨 말이다.
  예로부터 자그로스 지역의 중심지였던 이스파한은 지금도 이란의 대표적인 상업도시이자 융단같은 전통공예품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또한, 이 도시에는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끊임없이 핵무기 개발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란의 핵물질 연구센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에서 가장 커다란 핵관련 시설인 이곳은 약 3000여명의 연구원이 상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도 저문 칠흙같은 밤하늘을 뚫고 가오리 모양의 검은 물체 하나가 이스파한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미국의 B-2 스텔스 폭격기였다.

  "빅 버드. 여기는 블랙 위도우다. 상부의 최종 작전 승인명령을 요청한다. 이상."
  - 여기는 빅 버드. 작전을 승인한다. 260초후 '이스파한의 장미'를 실행하라. 이상.

  B-2A Av-06 Spirit of Mississippi 의 조종사인 존 커티스 대령은 암호명 빅 버드로 불리는 E-3 조기경보기와의 교신을 마치고는 통신기를 내렸다. 미국의 최신형 폭격기인 B-2 의 스텔스 기능을 100 % 발휘하기 위해선 외부와의 교신은 더이상 무리이다. 페르시아 만부터 줄곧 호위임무를 맡은 F-15 편대도 이미 카타르 공군기지로 돌아간 후였다.

  B-2A Spirit 폭격기는 미국이 B-1, F-117 을 개발하면서 익힌 스텔스 기술의 노하우를 모조리 쏟아으면서 레이더 반사단면(RCS)를 비약적으로 낮춘 스텔스기이다. 덕분에 세계 최고의 폭격기에 오를 수 있었지만, 무려 21억달러나 되는 가격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폭격기이다. 덕분에 돈 많다는 미국에서조차 냉전붕괴의 여파로 21대로 생산이 중지된, 어찌 보면 불운한 기체이기도 하다.

  존 커티스는 작전 브리핑대로 속도를 300마일로 감속하고 항법 안내컴퓨터와 노즈랜딩 기어실의 좌우에 부착된 AN/APQ-181 레이더를 확인했다.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한 대신 최고속도가 마하 0.8에 불과한 B-2 는 대신 저공침투능력이 향상돼 이렇게 저고도로 은밀히 침투하는 방식이 어울렸다. 옆에 있던 루이즈 버나드 소령은 자동 지형추적기와 현재 위치를 비교하고는 OK 사인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커티스 대령은 지상폭격을 담당하는 화기관제시스템을 점검했다. 곧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을 컴퓨터 장치는 지나치리만큼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최대 18톤이 넘는 무장을 실을 수 있는 폭탄창에는 단 한발의 금속제 폭탄만이 놓여져 있었다. 그것은 B-61 Mod 4, 45킬로톤짜리 전술 핵폭탄이었다. 바로 이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억압된 이스파한에 던져질 '장미' 인 셈이었다.

  "이스파한의 장미라... 핫핫!! 장미 가시에 찔려 이란 사람달은 다 죽으란 말인가? 윗대가리 중에서도 제법 블랙 유머가 뭔지 아는 놈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글쎄요. 그런 임무를 Black Widow 에게 맡긴게 더 시니컬하지 않나요?"

  루이즈 소령의 재치에 커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을 살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개전 2주일만에 전멸하다시피한 이란 공군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레이더 사이트와 대공미사일 포대 일부가 살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주요 사이트에는 AGM-88 함 대레이더 미사일을 쑤셔박아놓은지라 달도 뜨지 않은 칠흑같은 밤하늘에 저속으로 순항하는 B-2 를 찾아낼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Black Widow 는 직역하자면 검은 과부 정도의 뜻으로, 6번째로 생산된 B-2 기라는 뜻을 지닌 B-2A Av-06 Spirit of Mississippi 의 닉네임이다.

  "남은 거리는?"
  "이스파한까지 19마일 남았습니다. 3분이면 목표지역에 도달합니다."

  굳이 부조종사를 통해 확인할 것도 없었다. 조종이 무인자동화된 B-2 기의 항법장치는 원하는 정보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만큼 커티스가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히로시마 이후 59년만의 핵... 아무리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일으킨 전쟁이라지만, 죄 없는 수많은 민간인을 죽일 권리가 과연 있는 것일까? 과연 우리가 저들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 악마의 봉인을 푸는 것일까?'

  자기 자신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건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아니,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군인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면 될 뿐, 생각을 많이 해서 좋을 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티스 대령의 뇌리에는 미군이 점차 정의의 편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답답한 듯 목을 뒤로 젖힌 커티스는 잠시 눈을 감으며 이번 이란과의 전쟁을 떠올렸다.





  2003년,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축출한 후 그 칼날을 이란으로 돌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한 반미정책을 펼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집권해 있고, 전세계 원유매장량의 9%를 보유하고 있는 이란은 미국의 아주 적절한 먹잇감이었다. 이란이 핵과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전쟁구실 중 하나가 될 뿐, 미국의 전쟁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2004년 7월 28일, 미국은 이란의 전 군사 요충지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며 회교 원리주의자들에게 억압된 이란을 해방시킨다는, 일명 '크루세이더' 작전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이 작전은 작전 초기부터 삐끗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연말에 있을 대선을 위해 1년 이상 앞당겨진 전쟁 계획이 제대로 짜여져 있을 리 만무했다. 덕분에 개전 초기에 미국은 주변국의 공군기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제공권이 한때 이란 공군에게 돌아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하면, 적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수백발의 미사일을 아무도 없는 사막 한복판에 쏟아붇기도 했다. 각 병과간의 유기적인 협동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폭으로 인한 사상자수는 걸프전의 8배에 달했다.

  거기에 이란은 만만히 쥐어짜일 오렌지가 아니었다. 이란군은 지형의 우세를 이용한 게릴라전을 펼쳤고, 때에 따라서는 기갑부대로 미국의 뒤통수를 치면서 미군에게도 상당한 희생을 강요했다. 거기에 미국의 전략적인 실책도 겹치면서 미군의 희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의외로 미국의 고전하자, 그렇잖아도 냉담했던 국제여론은 맹렬히 '침략자'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예전 2차 걸프전때 참전을 거부했던 유럽 국가들은 이제 대놓고 반미를 외쳤고, 미국의 혈맹인 영국조차 이란에 파병했던 항모 인빈시블을 철수시켰다. 심지어 이란과 앙숙이자 친미정권이 들어선 아프간조차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며 자국 영토내에 미군주둔을 불허했다.

  자연히 초조해진 건 미 행정부였다. 한달이면 충분하다던 '크루세이더' 작전은 벌써 47일을 끌고 있었지만 전황은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었다. 미군 사상자가 베트남전 이후 최초로 1000을 돌파하면서 미군 내에서조차 반전여론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집권당인 공화당의 지지율은 더이상 떨어질 수 없을 데까지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 민주당에게 참패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백악관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대통령의 재선을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쟁은 연말의 선거 안에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것은 곧 미국 매파와 군수산업체의 몰락을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이란을 굴복시켜야 한다. 설령 그게 핵이라 할지라도......




  [ 핵과 미사일과 화학무기까지 골고루 있는 이스파한... 핵맞을만 하죠?-_-; ]



  "대령님, 목표 상공에 도달했습니다. 수색 레이더 가동합니다."

상념에 젖어있는 커티스에게 루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그들의 밑에 인구 113만의 대도시 이스파한이 펼쳐져 있었다. 등화관제로 암흑과 정적만이 가득한 이스파한은 곧 그들에게 닥칠 재앙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목표 상공에 다다르자 B-2 의 노즈랜딩 좌우에 있는 APQ-181 페이즈드 어레이 레이더가 몇 초간 전파를 방출했다. 일명 저피탐지확률이라 불리는, 전파를 발사하고 수신하여 신호를 해석하는 극히 짧은 시간이 흐른 후, 레이다 디스플레이에는 타격 목표인 이란의 핵물질 센터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제 이 작전의 마지막 단계를 실행할 차례였다.

  "좌측 폭탄창 개방."

  커티스의 명령과 함께 핵폭탄이 탑재되어있는 왼쪽 폭탄창의 문이 열렸다.

  "...우리는 엄청난 죄를 짓는지도 모릅니다."

  루이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정의감에 불타 지원한 미군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군은, 자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전쟁에서, 오직 소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학살자일 뿐이었다. 루이즈는 이번 전쟁이 끝나면 군복을 벗을 생각이었다.  그것은 커티스도 마찬기지였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 그들은 USA Air Force. 미국 공군이었다.

  "그래, 루이즈. 자네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린 군인이야. 국민의 세금으로 지내온 이상, 우리는 나라의 명령이라면 어떠한 일이더라도 따라야 하네. 그게 설령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는 일일지라도 말이야......"

  착잡한 목소리로,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위안을 줄지도 모르는 말을 되뇌인 커티스는 잠시의 망설임 끝에 폭탄 스위치를 눌렀다. 잠시 후, 둔탁한 느낌과 함께 회전식 발사대에서 B-61 Mod 4 전술 핵폭탄이 투하되었다. 폭탄의 무게가 사라지면서 기체가 약간 허공으로 뜬다는 느낌을 받을때, 커티스는 기체를 급상승시켰다.

  - 쿠구구구구구궁!!!!!!!!!!!!

  폭음은 의외로 크지 않았다. 중력의 가속을 받아 작살처럼 콘크리트 바닥에 꽃인 폭탄은 오차 없이 신관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45 킬로톤에 달하는 탄두에서 급속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핵물질 센터를 비롯한 화학과 미사일 발사대 등 이란의 주요 군사시설을 집어삼켰다. 곧이어 지중폭발로 지그로스 지방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초속 60미터에 달하는 열폭풍이 이스파한을 강타했다. 열폭풍 속에서 간신히 기체의 균형을 잡은 커티스는 기수를 다시 이스파한으로 돌렸다.

  "Oh... my god...."

  모든 게 불타고 있었다. 숲도, 하천도, 건물도 할 것 없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페르시아 시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이스파한은 45킬로톤짜리 핵 한방에 한줌 잿가루조차 날리지 않을 정도로 처절하게 파괴되어갔다. 온통 핏빛과도 같은 짙은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는 새벽 하늘은, 아직 채 사라지지 않은 버섯 구름과 함께 마치 지옥의 묵시록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커티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기지로 귀환하자.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

  마치 이 작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듯이 이스파한 상공을 빙 한바퀴 돈 B-2 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스시아 미군기지를 향해 이동했다. 불타는 이스파한을 뒤로 하면서, 커티스는 루이즈가 아까부터 노랫가사를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Dead to the world 라는 제목이 붙은 이 노래는, 지금 그들의 감정을 더없이 잘 표현해 주었다.



  Heaven queen, carry me

  Away from all pain

  All the same take me away

  We're dead to the world .....






  크루세이더 작전 48일째.

  미군은 이란에서 먼저 핵 공격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으며, 이에 먼저 B-2A 를 이용한 핵보복을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핵이나 화학무기의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핵으로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란의 주요 요충지를 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였다. 엄청난 물량을 동원하고 공습을 통해 철저하게 때려부수는게 어느정도 주효했던지, 작전 50일째는 이스파한을 비롯한 이란의 주요 요충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제 핵공격을 한 미국의 만행은 그렇지 않아도 반미, 반전 움직임을 보이던 전 세계 시민들의 움직임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그린피스 등 반핵단체 등이 가세하여 수백만명 단위의 반미시위가 벌어지고, 미국 역시 반전평화시위와 함께 이란에서의 미군의 비윤리적인 만행이 언론에 의해 낱낱이 공개되면서 백악관은 재선은 커녕 재임중 탄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거기에 핵에 의해 파괴된 이스파한 시가지와 방사능 후유증으로 죽어가는 민간인들이 방송을 타면서 '피해자' 이란에 대한 동정표가 쏠렸고, 미군은 이제 모국에서조차 경멸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결국 작전 56일째, 미국은 거듭되는 국내외의 압력으로 '크루세이더' 작전을 전면중단하고 이란에 주둔중인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전쟁으로 미국이 얻은 건 단 한가지, UN 에 의한 핵과 화학무기 사찰을 이란이 받아들인 것 뿐이었다. 2달에 걸친 작전기간과 2000억불에 달하는 전쟁비용, 그리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대가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끝난 이번 전쟁은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재선을 꿈꾸던 대통령은 재임 중 백악관을 떠나야 했고, 정계 곳곳에 심어져 있던 공화당 매파들은 이번 일로 거의 대부분 관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 자리를 CEO(전문경영인) 출신의 대통령과 민주당 인물들이 차지하면서 세계는 다시 평화를 되찾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일이, 중동과는 정 반대에 있는 동북아의 반도 한반도에, 엄청난 피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적색 경보 프롤로그.    이경섭 2003/07/27 30 15145

    목록보기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