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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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1>
라데니조아  2003-09-21 23:19:10, 조회 : 10,654, 추천 : 40

9월4일 11:58 충청남도 청양군 청양읍

한국군 제 22 기계화 보병사단의 K-2 전차들이 주포를 북쪽으로 돌린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양군 동쪽 공주에서는 미군이 형성한 금강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25, 26, 27 기계화 보병사단이 공격을 계속 하고 있었다. 청원에서 반격중인 15, 18 기계화 보병사단까지 생각하면 전라도로 이동했던 한국군 기계화 부대의 주력 대부분이 투입된 것이었다.

아직 22 기계화 보병사단은 전투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저 조심스레 천천히, 그러면서도 꾸준히 움직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22 기보사단 1 여단이 이 곳 청양읍까지 진출한 것이었다. 청양군은  29, 36 번 국도가 확장되어 충청남도에서 남북 및 동서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다. 22 사단이 청양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 점이었다. 그냥 서천에서 공주 - 서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 뻔히 보이는 길이었고 미군도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미군은 아직 22 기계화 보병사단에 대해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공주 - 서천간 고속도로를 통해 기보대대 하나가 미군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동시에 공주에서 계속 감행되는 한국군 기보사단들의 공세를 막는 것도 중요했다. 미군 역시 청양을 통해 한국군 기계화부대가 공격해 올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었지만 병력도 부족했고 아직 청양까지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인 정찰기의 정찰결과로는 청양읍에서 비봉면으로 가는 29 번 국도에 기계화보병 2 개 중대와 기갑 1 개 중대로 구성된 미군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는 22 기보사단의 공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미군은 금강 서쪽을 도하한 한국군의 진격속도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 각 차량들은 곧 있을 전투에 대비하라.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말아라. 우리 사단이 맡은 임무가 어떠한 지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통신이 금지된 상황이라 모두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화에서 갑자기 대대장의 음성이 들렸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통제되던 통신이 재개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통신을 통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부대의 이동이 적에게 노출되었을수도 있었고 곧 전투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지금 상황에선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해치를 닫고 K-2 전차 안으로 들어간 조성비 대위가 통신기에 귀를 기울였다.

- 3 분 내에 미군 기계화 부대와 접촉한다. 적이 아군의 규모를 확인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병이나 항공 지원은 없다. 소규모 적이긴 하지만 모두 조심하라. 참고로 그리 강력한 적은 아니다.

대대장이 강력한 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아마 미군 기계화부대의 전차는 M-1A3 이나 M-4 가 아닌 M-1A2 이하급일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K-2 전차와 K-300 보병전투차를 장비한 여단의 전력에 비하면 그리 강력한 건 아니었다. 조성비가 속한 1 여단 39 기갑대대를 중심으로 좌측에서 38, 40 기보대대가 북상중이었다.

"11 시 59 분..."

초침이 숫자 12를 지나가면서 분침이 약간 움직이자 조성비가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전 전선에서 정오를 기해 모든 것을 걸은 대 반격작전이 시작되기로 되어 있었다. 이제 반격작전까지 1 분도 남지 않은 것이었다. 비슷한 시각에 자신도 미군 기계화 부대와 교전을 시작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사는 거고 운이 나쁘면 그냥 죽는 거고.

대대장의 통신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조성비의 2 중대 전차들이 청양읍내를 빠져 나갔다. 어쩌면 먼저 간 1 중대는 이미 적과 교전을 벌이고 있을 지도 몰랐기에 조성비가 중대 차량들의 이동을 독촉했다. 조성비의 2 중대 뒤를 이어서 3 중대 전차들이 읍내를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 확장되어 시원스레 뚫린 국도를 따라 14 대의 전차가 빠르게 북쪽으로 향했다. 이제 적에게 발각될 것을 염려해서 조심스레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 콰아아아아앙!!!!!!

앞쪽에서 전차포 소리가 들리자 조성비가 바싹 긴장했다. 선두의 1 중대가 마침내 미군과 교전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다. 조성비가 급히 시계를 바라 보았다. 12 시 3 분, 모든 전선에서 반격작전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포성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대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 1 중대가 적과 접촉했다! 2 중대와 3 중대는 어서 1 중대를 지원하여 적을 빨리 섬멸하라.

"조금 있으면 바로 전장이다! 모두들 긴장 늦추지 마라!"

조성비가 중대원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눈 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과 야산만 지나치면 적 기계화부대가 이들의 시야에 들어올 것이다. 1 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K-2 전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까지 속도를 높였다. 도로 위에서 K-2 전차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무려 70km에 달한다. 서방제 전차에 비해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러시아제 전차들이나 낼 수 있는 속도였다.

"사방에 적 전차와 보병 전투차다! 모두 때려 부... 헉! 이거 뭐야?"

마침내 야산을 지나치고 1 중대와 적 기계화 부대가 교전 중인 곳에 도착한 조성비가 통신을 하다가 갑작스레 날라오며 전차를 강타하는 뭔가에 깜작 놀라 나뒹굴 뻔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균형을 잡은 조성비가 범인을 찾았다. 방금 전 조성비의 K-2 전차를 강타한 것인 M-1A2 에이브럼스 전차에서 발사한 120mm 철갑탄이었다. 원래 1 중대 전차 중 한 대를 노린 포탄이었지만 빗나가고 엉뚱하게도 조성비의 전차가 대신 맞은 것이었다. 그러나 2000m가 넘는 거리에서 M-1A2로 K-2 전차를 격파한다는 것은 르노 경전차로 티이거 탱크 격파하라는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해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리 2210, 적 M-1A2 전차에 날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조성비가 자신을 향해 포탄을 날린 전차를 찾다가 말고 그냥 제일 가까운 적 전차를 목표로 지정하며 포탄 발사를 명령했다. 갑작스레 적과 조우하는 상황에 대비해 미리 주포에 포탄을 장전시켜 놓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K-2 전차가 자랑하는 55구경 120mm 활강포에서 내뿜은 철갑탄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M-1A2 전차의 정면을 가격했다. 포탄에 명중당한 적 전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먼저 격파당한 다른 미군 전차의 잔해에 충돌하면서 멈추었다. 그 전차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며 조성비가 환호했다.

"됐어! 잡았다! 다시 날탄 장전."

적 전차 한 대를 격파했다고 좋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직도 10 대에 가까운 적 전차와 30여 대의 M2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가 남아 있었다. 질적으로 아무리 우위에 있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적이었다. K-2 전차의 자동장전장치가 포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살인장치라 불리며 인체 일부분을 끌고 가는 러시아제 자동장전장치나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일본제에 비해 훨씬 신뢰성 있는 장비였다.

- 콰콰콰쾅!!!

아직 포탄 장전이 되지 않았는데도 조성비의 K-2 전차가 불을 뿜었다. 불을 뿜은 것은 120mm 주포가 아닌 대전차 미사일 능동방어장치였다. 새로 나타난 전차들을 향해 브래들리들이 일제히 토우 대전차 미사일을 대거 발사한 것이었다. 각 전차에 장착된 방어장치에서 급히 미사일 요격에 나섰다. 발사된 유탄이 날아가다가 터지면서 수많은 파편으로 분리되었고 이 파편들이 전차들을 노리던 토우 미사일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 오듯 쏟아지는 유탄 세례에 토우 미사일들은 연기를 뿜으며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살아남은 몇 기의 미사일들은 연막에 막혀 목표를 상실했다.

"거리 1756, 10 시 방향에 적 M-1A2! 날탄 발사!"

- 콰아아아앙!!!!!!

포탄장전이 완료되자 조성비가 다시 우렁차게 발사 명령을 내렸다. 조성비의 뒤를 따르던 중대 전차들이 속속 전투에 가세하면서 한국군은 전차 숫자에서도 우위를 점하였다. 질적, 숫적으로 밀리는 미군 기계화 부대의 손실은 커져만 갔다.

"격파! 중대, 계속해서 밀어 붙여라!"

- 5 호차 피격! 주포 안정장치와 대전차미사일 방어장치, 연막탄 발사기가 나갔습니다!

- 11 호차 피격! 주포 사용 불가능!

미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000m 내에 들어온 K-2 전차를 격파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군이 입는 피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피해였다. 1 중대 전차 3 대가 격파당하긴 했지만 1, 2 중대 전차들의 일제사격으로 브래들리 9 대와 M-1A2 5 대가 일거에 격파당했다. 살아남은 4 대의 미군 전차들이 일제히 연막탄을 터트리며 물러서는 것과 동시에 일제사격을 가했지만 K-2 전차 두 대의 외부장비가 날아간 것 빼곤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거리 2654m, 12 시 방향의 적 M-2A3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에 대탄 발사!"

아군의 승리로 전투가 끝나가는 가운데 조성비가 다시 새로운 목표를 지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군 전차들에 의한 일방적 학살극이었고 그 학살극에서 동료와 부하들에게 밀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조성비의 K-2 전차가 브래들리를 향해 포탄을 날렸다. 미군 기계화 보병들에게는 악마와도 같은 공격이었다. 잠시 후, 연막탄을 터트리며 필사적으로 회피기동을 하던 브래들리가 측면에 포탄을 얻어 맞고 산산조각났다.

- 어? 놈들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백기입니다! 놈들이 항복했습니다!

뒤늦게 전투에 참가해서 적 전차 한 대를 격파한 2 소대장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2 대의 M-1A2 전차와 7 대의 M-2A3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가 거의 동시에 멈추어 서더니 일부 차량의 해치를 열며 나타난 미군들이 백기를 흔들고 있었다.

"무시해. 우리 임무는 포로 획득이 아니다!"

진격하는 22 기계화 보병사단 전 부대원들에게는 포로나 전리품 획득, 전과확인같은 불필요한 것이 시간낭비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진격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상대방이 애걸복걸하며 항복하겠다고 하는데도 무시하고 지나치라는 명령이었다. 2차대전 초기 서부전선에서 항복하는 프랑스군을 무시하며 진격한 독일군, 같은 전쟁의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아직 독일군이 개입하기 전, 참패만 당하기 일쑤였던 이탈리아군의 항복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영국군과 같은 식으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신속성, 그것이 이번 반격작전의 핵심요소였다.

- 알겠습니다.

한국군 전차부대들이 격파당한 미군 장갑차량들의 잔해를 지나치며 계속 진격했다. 격파된 차량들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던 살아남은 차량들에서 미군들이 나오며 백기를 흔들었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해치를 열고 바깥으로 나온 조성비가 백기를 들고 있던 미군 장교 한 명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죽기 싫으면 여기 가만히 있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른 친구들이 바로 날려버릴테니까 말이야!"


9월4일 12;13 충청남도 연기군 동면면

- 콰콰콰콰쾅!!!!!!!

K-300 보병 전투차의 40mm 포에서 다시 불을 뿜었다. 그러는 동안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105mm 포에 바로 옆을 달리던 동료 차량이 격파되어 활활 타올랐다. 다시 40mm 철갑탄 삼십여 발이 집중적으로 그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향해 쏟아졌고 순식간에 벌집이 된 스트라이커에서 탄약이 유폭한 듯 큰 폭발이 일어났다.

"제길! 제길! 제길! 이 벌떼같은 놈들!"

계속해서 목표를 지정해 사격을 하면서 오종락 상병이 제길을 연달아 외쳤다. 적 스트라이커 장갑차들의 105mm 포가 불을 뿜는 순간 아군 차량 한 대도 같이 불덩어리가 되었다. 40mm 포가 가지는 신속성으로 적 장갑차들을 최대한 많이 때려 부셔야 했다. 이미 십여 대가 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격파당해 누런 들판에 널려 있었다. 이 중에는 K-300 보병 전투차 6 대도 섞여 있었다.

"죽어!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야!!!!!!!"

- 투콰콰콰콰콰~~~~~!!!!!!!!!

오종락이 악을 쓰면서 다시 포탄을 발사했다. 아군 차량 하나를 격파한 다음 포를 돌리던 스트라이커 하나가 채 포를 돌리지도 못하고 박살났다. 그러나 살았다고 안도할 여유도 없이 오종락은 다시 포를 돌리며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했다.

"망할! 차라리 브래들리 상대하는 게 훨씬 낫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리에 안장 벌벌 떨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하차반원들이었다. 분대장이기도 한 박범규는 분대원들 앞에서 벌벌 떨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태연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군인이기에 앞서 한 명의 인간이었다.

청원군 서부 지역을 그대로 강행돌파하던 한국군 57 기계화 보병사단은 정면돌파를 후속부대인 15, 18 기계화 보병사단에게 맡기고 갑자기 좌측면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연기군으로 진입했다. 미군의 금강 방어선 배후를 그대로 들이치려는 것이었다. 그런 미군이 부랴부랴 투입한 것은 스트라이커 여단 하나였다. 방어력도 약하고 무장도 신통치 않은 스트라이커이긴 하지만 105mm 포를 장착한 MGS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트라이커 MGS라면 K-300 보병 전투차 정도는 충분히 격파할 수 있었다. K-300의 정면장갑을 관통하지 못하는 브래들리의 25mm 포와 질적으로 달랐다.

"아군 전차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이기진 일병이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으나 그것은 박범규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기계화 보병들이 고전하고 있으면 전차들이 지원을 해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아군도 전차가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었고 앞으로 투입해야 할 곳도 많긴 하지만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무시하는 것은 너무했다.

"낸들 그걸 어떻게 알겠냐. 야! 지금 내리면 안 되냐? 여기 있다 다 죽을 것 같아 불안하다."

"안 됩니다! 지금 나가면 어떻게 되는 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박범규가 내려 달라고 부탁했으나 박범규보다 3 개월 늦게 입대한 조종수 정근인 병장이 즉각 반대하며 하차를 불허했다. 지휘권은 분대장인 박범규에게 있었지만 분대장이 직접 차량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 하차하던 2 호차와 3 호차 하차반들은 스트라이커의 중기관총에 온 몸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동시에 근처에서 작렬하는 포탄이 몇 안 되는 생존자들마저 저승으로 보내 버렸다. 하차는 바로 죽음이었다. 물론 미군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겁도 없이 하차하던 미군들이 분대 단위로 죽은 경우가 3 번이나 됐다.

- 모두들 당황하지 마라! 전투는 우리가 유리하다! 곧 지원도 올 것이니까 겁 먹지 마라!

우종원 대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중대원들은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우종원 말대로 전투는 아직 한국군에게 유리했다. 살아남은 차량의 숫자도 한국군이 많았고 격파비율도 한국군이 미군에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가 유리한 것과 피해가 많은 것은 별개로 쳐야 한다. 아무리 일방적인 전투라 해도 전사자가 생기는 법이었다.

"씨발! 맨날 말로만 지원군 온다고 하고! 정말 엿 같은 새끼야!"

박범규가 입을 가린 후 우종원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잠시 내려 놓았던 소총을 들었다. 총안구도 없는 K-300 보병 전투차에서 승차전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범규는 죽더라도 이 안에서 죽는 것보단 하차한 다음에 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중대 10 호차 피격!"

또 다시 용감하게 앞으로 나서며 전투를 계속하던 아군 차량 한 대가 격파되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중대는 예하 차량 대부분을 잃어 버리는 참혹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트라이커에서 발사한 105mm 포탄이 이들의 K-300 보병 전투차를 살짝 빗나가며 뒤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오종락이 급히 포를 돌려 포탄을 날린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향해 철갑탄을 날렸다. 역시 105mm 포보단 40mm 포가 더 신속한 법이었다. 급히 포탄을 재장전하던 그 스트라이커는 40mm 철갑탄의 응징을 받고 불타올랐다. 하지만 그 뒤에 울려 퍼지는 오종락의 보고는 비명에 가까웠다.

"철갑탄이 다 떨어져 갑니다!"

K-300 보병 전투차에서 사용하는 포탄에는 전차나 장갑차를 상대로 하는 철갑탄과 일반 보병들을 상대로 하는 고폭탄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작전에서는 고폭탄보다 철갑탄을 더 많이 사용할 것으로 보여 기존 5:5 비율에서 철갑탄의 비율을 7까지 올렸다. 그런데도 철갑탄이 바닥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버텨 봐! 미사일 남은 건 얼마나 되냐?"

"2 기밖에 안 남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박범규가 물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절망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가끔 보급을 받았지만 그것은 40mm 포탄과 연료에 한하는 것이었다. 보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대전차 미사일 보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보급은 없이 공격만 계속 하다 보니 대전차 미사일이 바닥나는 건 당연했다.

- 1 소대 하차조는 급히 하차해서 전투를 지원하라! 2 소대 차량들이 1 소대를 엄호하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중대장 우종원 대위가 결국 하차전투 명령을 내렸다. 박범규는 바로 1 소대 2 분대장이었다. 분대원들이 급히 장비를 챙기고 하차를 준비했다. 그러는 동안 2 소대 차량들이 저돌적으로 돌격하면서 1 소대의 하차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어서 내려! 시간이 없다!"

마침내 K-300 보병 전투차의 램프가 열리고 박범규의 외침과 함께 분대원들이 뛰어 내리기 시작했다. 이들보다 조금 앞쪽에서 하차조를 내려놓던 중대 2 호차가 격파당하는 것을 본 다음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더 빨라졌다.

- 콰아아아앙!!!!!

팬저 파우스트 - 3 대전차 로켓 사수인 이기진 일병이 하차하자 마자 바로 적 장갑차를 향해 로켓을 발사했다. 구 공산권 국가들과 각지의 게릴라들이 많이 쓰는 14.5mm 중기관총을 방어력 목표로 삼은 스트라이커 장갑차에게 팬저 파우스트 대전차 로켓은 과분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로켓에 명중당해 격파당한 적 스트라이커는 105mm 포 탑재형인 MGS가 아닌 중기관총이나 40mm 유탄 발사기를 장착하는 기본형 모델인 스트라이커 ICV였다.

"야! 똑바로 노려! 105mm 포 달린 놈만 때리란 말이야!"

- 타타타타!!!!!!!!

박범규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트라이커의 12.7mm 중기관총탄이 이들의 머리 위로 슝슝 하고 날아 다니기 시작했다. 스트라이커는 RWS 시스템을 채용, 중기관총이나 유탄 발사기 사수가 해치를 열고 직접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안에서 직접 포를 돌리며 사격을 가한다.  시야가 좁은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몸을 드러낸 적 중기관총 사수를 직접 사살하면 되는 다른 장갑차나 보병 전투차에 비해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 콰아아아앙!!!

하차조를 내려놓고 다시 달려가던 K-300 보병 전투차의 40mm 포가 방금 전 중기관총을 난사하던 스트라이커를 격파했다. 분명 전체적 전황은 한국군이 유리했다. 하지만 이득 볼 게 전혀 없는 싸움이었다. 시간은 지체되고 피해는 입을 대로 입고 정말 최악이었다.

- 콰콰콰콰쾅!!!!!!!!!

아까와 다른 포성이 들리며 스트라이커 한 대가 산산조각났다. 대전차 미사일이나 40mm 철갑탄으론 저렇게 박살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단 하나였다.

- 아군 전차중대가 도착했다! 모조리 날려 버려!

통신으로 들려오는 우종원 대위의 말은 박범규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들이 연신 전차포탄에 얻어맞아 박살나기 시작했다. 급히 스트라이커에서 105mm 포로 반격을 시작했지만 3 세대 MBT도 격파 못하는 105mm 포가 4 세대 전차인 K-1A2를 격파할 수는 없었다.

- 슈우우웅~~~!!!!! 콰콰콰쾅!!!!!

미군이 한국군 전차들의 출현에 당황하는 틈을 타 이기진이 다시 팬저 파우스트를 발사했다. 전차포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던 스트라이커가 대전차 로켓에 맞아 활활 불타올랐다. 전차들의 출현 이후 한국군 보병들과 보병 전투차의 공격도 더욱 더 거세졌다. 상당한 숫자에 달하던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숫자는 순식간에 20여 대가 줄어 들었다. 그제서야 미군이 후퇴를 시작했다.

- 전 중대는 현 위치에서 대기, 후속공격은 다른 대대가 맡을 것이다. 현 위치에서 병력 증원과 보급을 기다린다.

"싸우라고 해도 안 싸웠을 거야."

중대장의 말에 박범규가 중얼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계속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면 아마 소총으로 우종원을 쏘았을지도 모른다며 박범규가 하늘을 바라 보았다. 후퇴하는 미군을 학살하기 위해 MLRS의 대규모 포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9월4일 12:37 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

"적의 대규모 기계화 부대다! 어서 지원을! 어서! 엄청난 대군이다!"

옆에서 통신장교가 수화기를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며 데이비드 톰슨 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장교는 통신참모 전사 이후 임시로 통신참모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통신장교 중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기도 했다.

- 콰아아아아앙!!!!!!

다시 주변에 전차포탄이 떨어졌다. 급히 대전차 로켓의 발사를 준비하던 병사들이 그 폭발에 휘말려 버렷다. 용감하게 응사하던 여단의 마지막 전차 10여 대도 이제 그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브래들리는 모두 고철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포병 지원은 어떻게 됐나?"

"틀렸습니다! 포대 하나가 지원에 나섰다가 대포병 사격에 당했다고 녀석들이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개자식들!"

톰슨이 흥분해서 들고 있던 권총을 집어 던졌다. 권총이 떨어지면서 '탁' 하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잘 들렸다. 부관과 살아남은 참모 몇 명이 물끄러미 떨어진 권총과 톰슨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방금 전 다른 지역의 한국군을 저지하기 위해 포격을 가했던 아군 자주포대 하나가 한국군의 대포병 사격으로 제압당했다. 대포병사격이야 전쟁에서 흔한 일이지만 이번엔 좀 경우가 달랐다. 포격이 시작된 지 단 30 초만에 대포병사격이 시작된, 말 그대로 엽기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후 미군 포병대는 잔뜩 몸을 사리며 아군의 지원 요청을 거부하고 있었다. 공세를 펴고 있는 한국군의 정확한 전력을 지휘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견제용 소규모 공세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었다.

- 콰콰콰콰쾅!!!!!!!

다시 한 번 한국군 전차들의 일제포격이 사작되었다. 대지를 뒤덮은 한국군 전차들이 동시에 포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남아있던 아군 M-1A1 전차 대부분이 방금 전 공격으로 격파당했고 급거 설치된 대전차 진지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와타라세 강을 중심으로 형성한 방어선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그러나 톰슨이 가장 화가 난 이유는 이곳이 한국군의 조공에 불과하단 사실이었다. 현재 오야마와 쓰치우라에선 대규모 포병지원을 동반한 한국군 기계화 부대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사실은 방금 전에야 간신히 알아낼 수 있었다.

"후방에 적 기보중대 2 개가 출현했답니다!"

"뭐야?!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후방에 적이라니?"

정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정면에서 쇄도하는 한국군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후퇴라도 해야 하는데 갑자기 후방에서 나타난 적 병력은 그 희망을 날려 버렸다. 기보중대 2 개라면 어떻게든 강행돌파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적이 후방으로 나타났다면 새로운 후속병력이 다시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기보중대 2 개에 불과하지만 순식간에 대대, 여단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이 없습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참모장 전사 이후 임시로 참모장 역할을 하고 있는 작전참모가 톰슨에게 후퇴를 요청했다. 여기서 더 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죽음만 맞을 뿐이었다. 톰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단, 방어선 포기하고 후퇴하라. 최대한 빨리! 모든 통신수단을 동원해 후퇴엄호를 위한 포격을 요청하게."

"알겠습니다."


9월4일 13:13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무식하게 밀어 붙이는군."

33 기계화 보병사단장 토머스 드레이크 소장이 무자비하게 몰려오는 한국군 전차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MLRS와 자주포의 대규모 포격이 있은 직후 바로 시작된 한국군 기계화 부대의 대규모 공세는 바로 전면적인 금강 방어선 돌파 시도로 이어졌다. 곳곳에서 한국군의 부교와 가교가 설치되었고 이를 통해 한국군 전차들이 밀려 들었다.

"적의 우회부대는?"

잠깐동안 방어선 현황을 살피던 드레이크가 고개를 홱 돌리며 물어 보았다. 갑작스런 질문에 참모들이 대답을 못 하다가 작전참모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적 1 개 사단이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산으로 진격중입니다. 또 하나의 사단은 청양에서 북상중인데 정확하게 예산과 아산을 노리고 있습니다. 공주 - 서천간 도로를 따라 북상한 적 기보대대는 트릭이었습니다."

서쪽에서 금강을 도하한 한국군들의 진로는 불 보듯 뻔했다. 그대로 연합군 3 군의 배후를 차단하여 상륙항을 노리고 3 군 주력을 포위섬멸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공주 동쪽인 연기군으로 한국군 기보사단 1 개가 진입해서 교전 중이었고 서청원에서도 한국군 기보사단 2 개가 계속 북으로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발 한국군을 저지해야 하는데..."

각각 서산과 아산을 노리는 한국군 기보사단들을 막기 위해 미군은 필리핀, 멕시코군 기갑사단을 급거 투입했다. 애초에 그들을 투입한 목적도 시간벌기여서 적을 막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단 1 분만이라도 좋으니 한국군은 저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에 투입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죽어가는 동안 준비를 끝낸 미군과 인도군 부대가 출동해서 한국군을 섬멸하면 되는 것이다.

- 적 전차들이 다시 도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방어 제 1 선에서  전투 중이던 대대장의 급박한 보고에 드레이크가 다시 앞으로 뛰어 나갔다. 후방에서 가해지는 포격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군의 K-1A1 / K-1A2 전차들이 차례대로 급히 가설된 부교를 통해 도하를 시작했다. 도하하면서 계속 주포를 내뿜는 한국군 전차들때문에 방어는 쉽지 않았다.

"저 부교들을 파괴해야 해. 당장 동원 가능한 포병전력을 다 동원하게."

드레이크의 머리 속에는 적의 도하를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남아 있었다. 적 전차부대가 도하하는 즉시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상황판에 나타난 푸른색 마름모 몇 개의 불이 꺼져 버렸다. 대전차포 진지 몇 개가 제압당했다는 뜻이었다. 급히 만든 것  치고는 비교적 튼튼한 방어선이었지만 역시 급조한 방어선은 어쩔 수 없었다. 강 건너편에서는 계속해서 기관포탄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병을 동원하다 적 대포병 사격을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급거진격하느냐 포병대는 마땅한 은폐진지 하나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나?"

드레이크로선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작전참모 말대로 제대로 된 은폐진지 하나 없는 포병대를 섣불리 동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대로 적의 도하를 허용할 경우 적의 대병력이 그대로 방어선을 무너트리고 밀려오게 되어 있었다. 일부 병력을 도하시킨 뒤 병력을 동원해 삼면포위공격 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좌우측면에서 한국군 기보사단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상 병력을 집중시키기도 어려웠다.

"없습니다. 항공지원도 어려운 판국이고 가용병력도 넉넉치 않습니다. 아직까지 방어선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선전을 기대해야 겠지요."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에 드레이크가 치를 떨었다. 이제 방법은 없었다. 분명 아직 방어선은 건재했으니 전투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사령부의 대형 스크린엔 대전차 미사일에 격파당한 전차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보여졌다. 격파당한 아군 전차때문에 길이 막힌 한국군 전차들이 천천히 후진하다가 어디선가 날라온 미사일에 다시 격파당하는 모습은 통쾌하기 그지 없었다.

"우정면과 청양 청남, 연기 금남에서도 적의 도하가 시작되었답니다. 대규모는 아니랍니다."

"아무래도 이번만 잘 막으면 전쟁에서 이길 것 같군."

스크린의 화면이 전장 일대의 지도를 나타내자 드레이크가 말했다. 병력이 부족한 건 연합군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군도 가용전력을 거의 대부분 동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대공세를 펼칠 수 없었다. 이번 전투에서 성공적으로 방어만 한다면 전쟁의 승리는 연합군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9월4일 13:42 제주도 북제주군 추자군도 상공

- 5 시 방향에 암람이다! F-15E! 조심해!

- 4 시 방향에서 적기 접근중! F-15D다! 모두 4 기!

"망할! 사방에서 쏟아지는군. 팍스 쓰리!"

사방에서 몰려드는 미군 전투기들을 확인한 박승권 소령이 급히 미군 F-15D 전투기를 향해 R-2, 나토코드 AA-10 알라모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군 주력 전투기 중 러시아제 무장을 사용할 수 있는 전투기는 극소수 개조된 F-16과 일부 러시아제 기체를 제외하면 해군항공대의 라팔-K가 유일했다. 박승권 소령은 바로 해군항공대 소속으로 라팔의 파일럿이었다.

- 6 시 방향에서 새로운 적기들이다! 라팔과 미라지! 프랑스 공군이다!

조기경보기 E-737의 관제사도 잔뜩 긴장한 모양이었다. 남해상의 연합군 항모들을 수장시킨 다음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군 수뇌부는 연합군 공군이 전진배치된 제주도에 대한 전면압박에 들어갔다. 제공권 회복이 반격작전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엔 한국군의 생각보다 많은 엄청난 숫자의 연합군 전투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덕분에 한국군 파일럿들은 죽을 맛이었다.

- 다크헌터! 야, 박승건! 내 뒤좀 떼어 줘!

편대장 임기석 중령의 급박한 구원요청이 통신기에서 들렸다. 임기석 중령의 라팔은 미군 F-15E 전투기에게 꼬리를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좁은 상공에 전투기는 워낙 많아 장거리의 적기를 견제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적기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십쇼! 곧 가겠습니다. 팍스 쓰리!"

R-27 한 기를 추가 발사한 박승권이 급히 기수를 돌렸다. 바로 옆에서 불타오르며 바다로 떨어지는 두 기의 F-16 전투기가 보였다. 하나는 한국 공군, 하나는 미 공군 전투기였다. 미사일에 피격된 미군의 F-15 전투기 하나라 새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추락하다 공중폭발하는 장면도 똑똑히 볼 수 잇었다. 언제 격추될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신 바싹 차려야 했다.

"클로킹 레이스와 프테라노돈에게! 다크헌터의 뒤를 보호해 줄 수 있겠나?"

- 클로킹 레이스, 문제 없습니다.

- 프테라노돈, 라져! 맡겨만 주십쇼!

3 번기 백근호 대위와 4 번기 태천현 중위가 시원스레 대답했다. 둘 다 게임 유닛의 이름과 익룡의 이름을 콜사인으로 사용하는 괴짜 녀석들이었지만 그래도 조종술 하나만큼은 뛰어났고 팀웍도 잘 맞았다. 편대기들이 박승권의 라팔에 접근하며 엄호를 시작했다.

"아마겟돈, 곧 미사일 발사합니다! 조심하십쇼!"

임기석 중령에게 경고한 박승권이 적기를 확인하고 AA-12 아처 미사일을 준비했다. 마음같아선 임기석의 기체를 공격할 지도 모르는 미사일보다 직접 기관포로 해치우고 싶었으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대규모 공중전에서 무리한 행동은 안 하는 편이 좋았다.

- 난 걱정 말고 어서 날리기나 해!

공격을 재촉하는 임기석의 목소리가 다시 통신기에서 들려왔다. 살려줘도 화 내면서 잔소리 퍼부을 임기석을 생각하면서도 박승권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며 외쳤다.

"팍스 투! 팍스 투!"

라팔의 동체에서 분리된 AA-12 아처 공대공 미사일이 푸른 하늘을 가르며 임기석을 노리는 F-15E를 노리고 날아갔다. 자신을 노리는 미사일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F-15E가 급히 기수를 틀며 급기동을 시작했다. 어차피 그런 짓을 해봤자 격추되는 건 피할 수 없다며 박승권이 비웃었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플레어를 뿌리며 미사일 하나를 속인 F-15E가 급기동을 반복하더니 남은 미사일 하나를 따돌린 것이었다.

"쓰벌!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 제가 맡겠습니다! 팍스 투!

엄청난 급기동으로 미사일을 회피한 적기를 보며 박승권이 기겁하는 동안 백근호 대위가 같은 아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미 급격한 급기동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위치가 나빴던 F-15E 전투기의 파일럿은 다시 한 번 미사일을 피해 보려 했지만 정면에서 날아오는 또 다른 미사일을 보고 그대로 탈출했다.

- 프테라노돈입니다! 후방에서 적기 접근중! 아까 그 미라지와 라팔입니다!

- 제비집-1이다. 신경쓰지 마라. 녀석들은 공군이 맡는다.

갑자기 통신망에 끼어든 것은 E-737을 지원하고 있는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관제사였다. 호크아이 관제사의 말대로 F-15K 전투기 8 기가 라팔과 미라지 연합편대를 향하여 미사일을 발사하고 속도를 계속 높이고 있었다.

- 뒷통수는 안심해도 되겠다. 모두 조심해서 밀어 붙여. 제공권을 확실하게 장악해야 해!

"다크헌터 라져."

박승권이 간단히 대답하곤 전투기를 몰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다가갔다. 미사일과 기관포탄이 난무하고 수백, 수천 억 짜리 전투기들이 불타오르며 추락하는 뜨거운 하늘로.


9월4일 14:25 충청북도 청원군 옥산면

- 콰아아아앙!!!!!!

"씨팔! 끄덕도 안 해! 다시 철갑탄 장전!"

T-80U 전차 14 대의 집중사격을 받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포탑을 돌리는 한국군 K-1A2 전차를 본 케샤브 라이 중위가 악을 쓰며 명령했다. 급히 T-80U 전차의 자동장전장치가 주포에 포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라이가 어제 아침의 악몽을 떠올렸다. 단 4 대의 K-2 전차에 의해 중대 전차 14 대 중, 단 3 대만이 살아 남았다. 그 전투가 끝난 후 라이는 후속진공하던 기갑대대에 편입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3 세대 전차인 인도군의 T-80U가 4 세대 전차인 한국군의 K-1A2를 상대해야 했다. 어제 상대했던 K-2보단 약한 적이었지만 어제와 가장 다른 점은 아군과 적군의 전차 숫자가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장전 완료!"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악을 쓰며 보고하는 장전수와 악을 쓰며 명령을 내리는 라이의 모습은 여러 모로 닮아 있었다. 이 참혹한 전쟁에서 같이 생활하다 보니 생활습관도, 말투도, 행동방식도 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제길! 저건 전차가 아니야!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괴물같은 K-1A2 전차는 포탄을 가볍게 튕겨냈다. 오히려 여유있게 포를 돌리며 그대로 반격탄을 날려 T-80U 전차를 그대로 격파해 버렸다. 겁에 질린 아군 전차들 몇 대가 슬글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바보들아! 물러서지 마라! 거리를 좁혀야 놈들을 격파할 수 있단 말이야! 거리에 상관없이 녀석들은 우릴 죽일 수 있다고! 도망쳐도 헛수고야!"

라이가 통신기에 대고 악을 쓰는 동안 옆에서 포탄을 날리던 T-80U 전차 두 대가 격파당해 활활 타올랐다. 급히 지원 온 기보중대의 BMP-3 보병 전투차는 대전차 미사일 몇 기 날리곤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쳐 버렸다.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다시 포탄 장전이 완료되자 라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내며 발사 명령을 내렸다. 125mm 활강포를 떠난 포탄이 그대로 K-1A2 전차의 정면장갑에 내리 꽃혔다. 이번에도 튕겨내겠지 하던 라이의 생각과 달리 포탄에 명중당한 적 전차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잠시 후 라이의 눈에 전차 해치를 열고 탈출하는 한국군 전차병들이 보였다.

"아자! 한 놈 잡았다! 모두 공격! 우리도 충분히 녀석들을 잡을 수 있어!"

라이는 이것으로 대대원들의 사기가 회복되어 다시 용감하게 싸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한국군 전차들의 일제사격으로 용감하게 싸우던 T-80U 6 대가 동시에 격파당하자 남아 싸우던 전차들마저 도망치기 시작했다. 라이를 가장 화나게 만드는 것은 가장 빨리 도망치고 있는 전차가 바로 대대장의 전차라는 점이었다.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야! 그러고도 너희들이 군인이야! 철갑탄 발사!"

라이가 통신기에 대고 호통을 치면서 다시 포탄을 발사했다. 라이의 전차를 향해 포를 돌리던 K-1A2 전차 한 대가 포탄에 맞고 격파당했다. 그러나 통쾌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대대장의 말이 라이의 화를 치솟게 만들었다.

- 이런 고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도망쳐야 해! 대대! 어서 도망쳐! 이길 수 없어!

"야 이 개새끼야! 너 그러고도 대대장 맞냐! 니가 무슨 군인이야! 대대장이면 싸울 생각이나 하라고!"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열심히 도망치던 대대장의 전차는 불행히도 한국군 전차 세 대의 집중목표가 되어 박살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계속 싸우던 도망치던 오십 보 백 보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이탈하는 인도군 전차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한국군 전차들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멍청이들. 살고 싶으면 차라리 항복을 하지. 왜 죽을려고 도망치냐고.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라이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남아서 끝까지 싸우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살 생각은 없었다. 지금 한국군 전차부대와 맞서 앞으로 나아가는 인도군 전차는 라이의 전차를 포함해 5 대가 유일했다. 다시 한국군 전차 두 대가 125mm 철갑탄을 맞고 불길에 휩싸였다. 인도군 전차 3 대도 같은 신세가 되었다.

"포탄장전 완료!"

포수가 마지막으로 힘껏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사실상 이번 포탄이 마지막이었다. 자신의 전차를 향해 포를 완전히 돌린 십여 대의 적 전차들을 본 라이가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양측의 포화가 거의 동시에 교환되었다. 137mm 전차포탄 십여 발을 집중적으로 얻어 맞은 라이의 T-80U 전차가 거의 분해되다시피 하였다. 사방에 불 붙은 전차잔해들이 날아다녔다. 그 잔해들을 밟으며 K-1A2 전차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9월4일 14:56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 동쪽 76km지역

"2 사단과 25 사단에서 후퇴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적 주력전차 1천 대 이상이랍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참모장 스티브 매로스 소장의 절규에 3 군단장 케이저 중장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 치열했던 후지 기갑전에서 온갖 난관을 헤치고 오사카까지 밀고 온 3 군단이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었다. 미 육군 주력부대 다수가 집중 배치된 3 군단이었다.

"1 기병사단과 35 기보사단과 4 기보사단의 투입을 요청합니다! 3 기갑기병연대도 투입해야 합니다!"

작전참모 더글러스 준장이 급히 요청했지만 그들은 모두 후지에서 큰 피해를 입은 부대였다. 특히 3 기갑기병연대의 경우 거의 전멸당해서 재편성 중인 부대였다. 그들을 섣불리 투입하긴 곤란했다.

"5 군단에서 1 보병, 1 기갑사단을 급파했습니다만 언제 도착할 지 모릅니다. 이곳 말고도 교토 방면에서도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적 지상군 공습을 위해 출격한 공군 F-16 전투기 8 기중 6 기가 적 방공망에 격추당했습니다. 최악입니다. 공군이 작전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공군 날라리 새끼들!"

- 쾅!

도저히 되는 일이 없다며 케이저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공군을 비난했지만 공군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한국공군이 일본에서 대규모로 활동할 수는 없었지만 그건 미군도 마찬가지여서 작전가능한 기체가 적었다. 그런 상황에서 귀중한 전투기들을 죽음으로 내몰 공군 지휘관이 있을 리 없었다.

"곳곳에서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2 사단의 보고입니다! 특별한 명령이 없는 이상 후퇴하겠답니다!"

"뭐야? 벌써?"

2 사단의 후퇴 소식에 케이저가 기절초풍했다. 적의 대규모 공세를 2 사단과 25 보병사단만으로 막아낸다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이렇게 빨리 무너지리라곤 꿈도 꾸지 못한 것이었다. 한국군 전차 최소 1천 대의 의미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그저 수백 대에 달하는 전차부대의 공격에 당황한 사단장이 과장보고 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2 차대전 초, 서부전선에서 일어난 아라스 전차전에서도 롬멜이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의 심리적 공황에 의한 과장보고가 아닌 실제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전선에서 50km 정도 떨어진 군단 사령부가 최전선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의외로 길었다. 아니, 통신망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이유였다.

- 콰아아아앙!!!!!!!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들려오는 포성에 케이저와 참모들이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간간히 한국군의 포격이나 지대지 미사일 공격에 의한 폭음이 들리긴 했지만 군단 사령부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사령부 근처에서 포성이 들리고 있었다. 지휘차의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온 대위 한 명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거수경례도 잊은 채 급히 말했다.

"한국군 기계화 부대입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여기서 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적 전차들이 몰려 왔습니다!"

- 콰아아아앙!!!!!!!

누가 뭐라고 말 하기도 전에 다시 포성이 들려왔다. 바깥에선 군단 사령부를 호위하던 전차들과 보병 전투차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가며 한국군의 공격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몇 대의 전차가 호위하는 가운데 군단 수뇌부를 태운 지휘차가 속도를 최대로 높이며 동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케이저의 두 눈이 부르르 떨렸다.


9월4일 15:22 경상남도 고성군 연화산

"서둘러! 시간이 없다! 빨리 때려야 해!"

포대장의 독촉을 받으면서 이일주 상병이 힘겹게 포탄을 장전했다. 무거운 155mm 포를 장전해야 하는 일은 전 육군을 통틀어 가장 노가다하는 일이라며 투덜거렸지만 그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이일주는 자신이 들고 있는 이 포탄의 무게에 두려움을 느꼈다. 물리학적 무게도 만만치 않았지만 심리적인 무게도 상당했다. 이 포탄들은 진주시 외곽과 시가지 곳곳의 미군 방어선과 방어시설을 강타할 것이다. 아마 포격지점에 있는 미군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일개 병사인 자신이 생각할 바는 아니었지만 미군이 기화폭탄으로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고 해서 이렇게 기화폭탄을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공격받는 입장인 이상 공격하는 입장보다 부담이 적었지만 역시 기화폭탄은 위험한 무기였다.

"1 번 포부터 발사한다! 포격 개시!"

- 콰아아아아앙!!!!!!!

1 번 포가 불을 뿜는 것을 시작으로 소형 핵무기가 진주 곳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6 문의 포는 각각 3 개씩의 목표를 지정받았고 처음 포탄을 발사한 다음 다시 포각을 조절한 뒤 사격을 해야 했다. 이일주에겐 앞으로 기화폭탄 2 개를 더 장전해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거운 기화폭탄을 낑낑대며 장전해야 하는 이일주보단 그런 기화폭탄 공격을 받아야 하는 미군에게 더 끔찍한 소리였다.

- 콰아아아아앙!!!!!!

2 번 포와 3 번 포에 이어 이일주가 장전수로 있는 4 번포도 포탄을 발사했다. 급히 포의 위치가 약간 변경되면서 포각이 조절되었고 이일주가 힘겹게 포탄을 들어 장전했다. 그러는 동안 5, 6 번 포도 포격을 했고 1 번 포가 재포격 준비를 끝마쳤다.

- 콰아아아아앙!!!!!!!!

1 번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초탄 발사 후, 새로 포각을 조절하고 포격을 하는 데 30 초 약간 적게 걸렸다.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모두들 이런 경우에 대비해 훈련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4 번포가 두 번째 포격을 끝냈고 이일주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 하여 포탄을 다시 장전했다. 아까보다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포격을 지연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 콰아아아앙!!!!!!!!!!!!!

이일주가 포탄을 장전한 후 헥헥거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동안 4 번 포가 마지막 세 번째 포격을 완료했다. 오랫만에 해보는 실탄포격과 기화폭탄의 중압감, 그리고 90 초 안에 포격 세 번을 해야 하는 극한 상황은 지금까지 155mm 포탄 장전을 묵묵히 해 오던 이일주를 지치게 하기엔 충분했다.

- 끼이이이잉!!!!!

포격이 완료되자 두꺼운 철제 문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미군의 대포병 사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포대원들이 모두 주저 앉아 물을 들이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언제 다시 포격이 재개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9월4일 01:49 <한국시각 9월4일 15:49>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전황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제임스 레이너 미국 대통령이 스크린에 표시된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의 지상전 상황을 보여 중얼거렸다. 브라이언 러셀 합참의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같이 스크린을 지켜 보았다. 애초 한국 본토 직접공격작전인 오퍼레이션 타이거즈 하트에 극력 반대했던 러셀이었기에 불안감은 더욱 더 컸다.

"2 사단의 피해가 크군요."

일본 중부전선에서 오사카 공략의 선봉을 맡은 3 군단에 배속된 2 사단은 이미 전력의 30%가 넘는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엇다. 전선과 이곳 워싱턴과의 통신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쯤은 50%가 넘었을 것이다. 미국 - 이란 전쟁 전까지 한국에 주둔했던 2 사단은 다른 미 현역사단들에 비해 여러 모로 전력도 강했고 전쟁기간동안 입은 피해도 적었지만 오늘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었다.

"방금 전 이라크가 무조건 항복했습니다. 이란도 조건부 항복을 요청했고 곧 항복협정이 체결됩니다."

국무장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 전장인 동북아 전선에 전력을 투입한 미군은 다른 군소전선에서의 전쟁을 종결짓기 위한 노력을 핵으로 대체했고 그 결과는 어제 이라크 에르빌과 키루쿠크에 가해진 핵공격으로 이루어졌다. 핵 맞은 이라크는 결국 미국의 추가 핵공격 위협에 무릎을 끓었고 핵도 안 맞은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은 괜히 겁을 집어 먹고 이라크보다 먼저 항복했다. 이라크 바로 옆의 이란은 중립국 스위스를 통해 미국에 조건부 항복 의사를 제시, 현재 협상중이었다.

하지만 이라크나 이란같은 나라들은 애초부터 UAO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라였다. 한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방의 미군을 공격하고 미국을 고립시킬 목적으로 이란, 이라크를 부추기면서 참전한 이 나라들은 실질전력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증원군으로 파병된 러시아, 한국군이 돌아가 버린 후 일방적 패배를 계속할 뿐이였다. 레이너의 눈에는 한국과 러시아, 중국 말고는 다 쓸데가리 없는 놈들로 보여지고 있었다.

"중립국들이 이번 핵공격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아르헨티나, 베트남,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는 이미 핵의 전면사용중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무장관이 계속해서 말했지만 중립국들의 말이 미국에게 통할 리 만무했다. 레이너 입장에선 암스테르담과 엔트워프, 함부르크, 오슬로에 핵공격을 가한 러시아는 가만 두고 미국만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 기분 나쁠 뿐이었다. 중국, 한국군이 빠져나간 뒤 러시아 혼자 떠맡게 된 유럽전선에서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의 주요도시를 핵으로 날려버리며 연합군이 더 이상 공격을 못 하도록 강한 압력을 넣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즉시 부쿠레슈티와 키예프를 향해 핵보복을 단행했지만 러시아의 의도대로 결국 전선은 지금까지 큰 전투 없이 고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의 이라크 핵공격이나 러시아의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노르웨이에 대한 핵공격, 영국과 프랑스의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공격은 모두 올해 초 체결된 교전 당사국들간 핵무기 사용 금지조약에 위반되진 않는 것이었다. 핵공격을 받은 나라들은 모두 조약에서 핵공격 금지대상에서 제외된 비핵국가였기 때문이다. (작가 주 : 설정상 전쟁 시작 전 러시아 국력이 강해지면서 CIS 국가들의 핵을 모두 반환받았습니다.)

"웃기는 일이야. 우리가 지금가지 그렇게 두들겨 맞을 땐 가만히 있더니 이제서야 그렇게 나서는 이유가 뭔가? 지금까지 러시아의 핵공격으로 죽어간 유럽 대도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데?"

"원래 중립국이란 놈들이 다 그런 법 아닙니까? 신경쓰지 마십쇼. 그나저나 아르헨티나 이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대통령을 달래던 국무장관이 세계지도 한 구석에 놓인 아르헨티나를 바라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개전 초, 쿠데타로 친미정권이 무너지고 군부정권이 세워진 아르헨티나는 철저한 친한적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럽의 전쟁을 틈타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를 점령한 건 물론, 대서양함대가 동태평양으로 진입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마젤란 해협과 드레이크 해협 통과를 요청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를 거부하며 해협에 기뢰를 깔아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미국과 영국으로선 꾹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전쟁이 끝나가는 이상 응징론이 점점 대두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나중에 처리하고 일단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신경 쓰시오. 적의 반격으로 지금 아군이 밀리는 판국 아닙니까? 모든 노력을 다하여 지원군 보내주고 제공권도 확보하도록 노력하시오. 지금 당장의 상황에 신경을 써 주십쇼. 합참의장, 이길 수 있겠소?"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다만 이번 반격을 무사히 막아낸다면 한국군 주력부대 대부분이 소모된다는 겁니다. 그럴 경우 전황은 우리에게 급속도로 기울게 됩니다."

러셀은 거기에 '막아내기 어려워서 문제입니다.'라는 문장을 붙이고 싶었지만 괜히 대통령을 불안하게 만들 생각은 없엇다. 현지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이상 자신이 이래라 저래라 떠들 문제도 아니었다. 러셀의 말을 들은 레이너가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각하, 진짜 이번 대선에 안 나가실 생각입니까?"

러셀은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여겼다. 전쟁 중인 나라는 대부분 국민들이 뭉치게 되기 마련이고 이럴 경우 전쟁을 수행하는 지도자와 정권에 대한 지지도도 높아지는 법이다. 전황이 일방적인 패퇴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연합군이 한국에 상륙해서 서울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레이너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모든 사람들에게 의아하게 들렸다.

"책임을 져야지 않겠소? 중국 정벌을 위해 한국을 키우자고 주장하고 그걸 실행에 옮긴 게 바로 나요. 그리고 그 결과 수많은 미합중국 국민들이 죽었고 군 전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경제도 강력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파탄났을 거요. 그 책임을 져야겠지. 법정에 서서 징역 1만 년형을 선고받는 것도 각오했소."

그것이 레이너의 본심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대규모 군사력 증강을 통한 중국 정벌을 주장한 결과가 엉뚱하게 나왔으니 그 주장을 한 자신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하야를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 때마다 전시에 갑작스런 하야는 국민들에게 불안이 된다는 주변의 만류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쾅!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서류철을 들고 급히 뛰어오는 사람은 국무부 관리로 국무장관과 함께 자주 백악관을 방문하던 사람이었다. 국무장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관리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서류철에서 문서 두 장을 꺼내 국무장관에게 전해 주었다. 문서를 읽어 내려가던 국무장관의 안색이 점점 하얗게 변하였다. 레이너가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국무장관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뭔 일이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요?"

"각하, 방금 전 파키스탄군이 인도 국경을 넘었답니다. 아르헨티나 공군기도 브라질 군사시설을 폭격했답니다. 파키스탄과 아르헨티나가... 우리에게 선전포고 했습니다!"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작가잡설 : 드디어 마지막 52편인데...이게 몇 편으로 연재될 지 절대 장담 못 합니다.(;;;;;-_-;;;;;)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그 일도 있고(그 일은 이제 A4 65페이지 분량 남았다는) 기타 등등, 오늘 데폰 카페처럼 쓰레기 녀석과 한 판 벌일수도 있고 애니메이션 수집할수도 있고(;;;;;) 뭐, 다음 달 안으로 연재 끝내긴 해야 하는데...솔직히 걱정이군요. ㅠ.ㅠ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7-06-29
1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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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짜장글이로다! 2009-05-28
1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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