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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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2>
라데니조아  2003-09-28 23:39:01, 조회 : 8,508, 추천 : 30

9월4일 16:24 황해북도 은파군

- 3 중대와 4 중대 전멸! 적 전차들이 우익에서 밀려오고 있습니다! T-90입니다!

"망할! 러시아 극동군인가?"

1 중대장의 보고에 호프만 중령이 치를 떨면서 다가오는 적 전차를 바라보았다. 러시아 극동군의 것이 분명한 T-90 전차들이 화염을 내뿜을 때마다 곳곳에 설치된 중화기 진지와 머더 A3 보병전투차들이 날아가 버렸다. 대대의 유일한 전차들이었던 레오파트 1A5 전차 7 대는 일찌감치 격파당한 후였다.

"구원군은 어찌 됐나?"

"틀렸습니다! 인민군 기계화사단이 이곳을 우회했답니다! 알아서 후퇴하랍니다!"

평양 일대에서의 UAO측의 반격은 정면에서만 감행된 것이 아니었다. 개성의 4 군단 병력 일부가 다시 공세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쪽에서도 인민군 기계화부대 다수가 맹렬하게 공세를 펴고 있었다. 물론 공세의 주력은 중국군과 러시아 극동군이 가담한 사리원 일대였지만 다른 지역의 공세는 원정군 2 군의 전력집중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알아서 후퇴하라니, 이런 엿같은..."

최전선의 연합군 소부대들 다수가 호프만의 대대처럼 상부에게 버림 받았다. 원정군 수뇌부로서는 그들을 구원할 병력도, 방법도 없었다. 항공지원을 해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호프만은 한반도 전선에서의 제공권이 사실상 UAO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좌측에서 적 보병전투차 출현! BMP-3입니다!"

또 다시 부관의 비명이 들렸다. BMP-3의 100mm 저압포에 칼 구스타프 대전차포 진지 몇 개가 일제히 무너졌다. 근처에서 부랴부랴 움직이던 부하들도 사라져 버렸다. 하늘에선 끊임없이 박격포탄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방어선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죽지 못해 싸우는 실정이었다.

"1 중대가 후퇴를 엄호한다. 잔존부대는 모두 퇴각한다."

호프만이 냉혹한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고개를 떨구었지만 호프만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통신기로 이 명령을 들은 1 중대장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 다시 적 전차의 포격에 대전차포 진지가 파괴되었다. 가끔 방어선 곳곳에서 팬저 파우스트가 발사되었지만 거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T-90 전차의 반응장갑은 확실하게 대전차 로켓을 방어하고 있었다.

모두들 아무런 말 없이 급히 퇴각을 서둘렀다. 1 중대 진지에서 퍼부어지는 총포탄의 숫자가 아까보다 훨씬 많아졌다. 동료들을 대신 해 죽으려는 전우들의 처절한 사투였기에 후퇴하는 이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하지만 1 중대가 얼마나 버텨 줄 지 의문이었다.

"어서 후퇴해! 어서!"

호프만이 목소리를 높이자 몇 대 안 남은 장갑차와 보병 전투차들이 속도를 높이며 무조건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5 대에 불과한 트럭들도 부상자들을 가득 태운 채 최고속도로 흙먼지를 날리며 남쪽으로 도망쳤다. 이들의 머리 위로 계속해서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그러는 동안 T-90 전차와 BMP-3 보병 전투차들이 1 중대 병력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후퇴하는 이들은 신경쓰지도 않는 듯이.


9월4일 16:50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 동쪽 83km지역

"거리 1890,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적 전차 격파! 다시 철갑탄 장전."

방금 적 M-1A1 전차를 격파한 김인호 중사가 빨리 포탄을 장전하라며 무서운 목소리로 장전수를 닥달했다. 장전수가 부랴부랴 120mm 포탄을 꺼내 포에 장전하면서 뭐라고 중얼중얼 투덜거렸지만 김인호는 들을 수 없었다. 포탄을 장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었지만 역시 자동장전장치를 탑재한 K-1A2나 K-2 전차가 좋았다. 자신이 탄 K-1A1 전차는 수동장전식이라 영 미덥잖았다. 김인호는 수동장전식보다 자동장전식이 더 좋았다.

"장전 완료!"

"거리 1856, 적 M-1A2 전차,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아앙!!!!!!!

포탄이 장전되자 김인호가 바로 목표를 지정해 포격을 가했다. 그러나 피격당한 적 전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반격탄을 날렸다. 반격탄에 맞은 김인호의 전차도 아무 이상 없었다. 전차간 거리가 2000m 내인 상황에서 성능이 비슷한 양군의 M-1A1, M-1A2, K-1A1 전차들은 포탄에 피격당하면 격파되기도 하고 멀쩡하게 살아 움직이기도 하고 있었다.

"다시 포탄 장전해!"

김인호가 다급히 외쳤으나 장전수도 인간인지라 한계가 있었다. 몇 시간동안 가끔 보급받은 걸 제외하고 싸우기만 한 김인호의 부대였다. 지금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포탄 장전만 거듭한 장전수의 팔은 무쇠팔이 아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장전속도는 떨어지고 있었다.

"장전 완료!"

"아까 그 놈에게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젖 먹던 힘까지 다 빼내어서 쓴 장전수의 노력때문인지 이번에는 확실하게 적 전차를 격파했다. 활활 타오르는 M-1A2 전차들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러나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한국군 기갑부대에 물러서지 않고 용감하게 달려드는 미군 전차들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미 5 군단이 3 군단 구원을 위해 급파한 1 기갑사단과 1 보병사단뿐만 아니라 3 군단 예하부대로 후지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1, 4, 35 기계화 보병사단까지 투입되어 한국군의 대규모 공세 저지에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공세초기 승승장구하던 한국군의 진격은 미군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것이다.

"아군 후속부대는 왜 안 오고 있는 거야! 목표, 3 시 방향 적 M-1A2 전차.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아앙!!!!!!

김인호의 전차가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옆에서 달리던 동료 차량과 함께 가한 공격이 효과를 거두어 적 전차는 확실하게 파괴되었다. 그러나 미군 전차 한 대를 격파하는 동안 한국군 전차는 1.5대가 격파당하는 것이 현재 전황이었다. 무리하게 공격을 계속하는 한국군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

"더 이상의 공격은 무리입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사방에서 개떼처럼 몰려오는 미군 전차들을 바라보면서 김인호가 중대 통신망 채널을 열고 외쳤다. 양군이 한 번 포화를 교환할 때마다 수십 발의 포탄이 날아다녔고 그럴 때마다 십여 대의 전차들이 불덩어리가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몇 시간 내에 전투에 투입된 모든 양군 전차들이 격파될 것이 뻔했다.

- 후퇴는 불허한다! 죽는 한이 있어도 공격하라! 계속 밀어붙여라!

후퇴를 불허하는 중대장의 대답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온갖 육두문자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는 것을 김인호가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그건 중대장의 뜻이 아니었다. 일본원정군 사령부에서 내린 명령이었다. 이를 무시하고 후퇴하는 것은 절대 용납치 않겠다는 추신과 함께였다. 사령부가 무슨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김인호가 보기엔 1천 대가 넘는 전차들을 말아먹는 짓이었다.

- 좌측에 적 새로운 전차부대다! 중대, 좌측의 적 전차들에게 포격을 집중하라!

방금 전 후퇴요청을 불허한 중대장이 급히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얼핏 보아도 30 대는 넘을 듯한 미군의 M-1A2 전차들이 비교적 전투가 뜸한 좌측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정면을 향했던 120mm 활강포가 좌측을 향해 돌려지는 동안 장전수가 힘겹게 포탄을 장전했다. 이제 포탄 7 발만 더 쏘면 김인호의 전차는 후퇴해야 했다. K-1A1 전차가 탑재할 수 있는 포탄은 30 발이 넘지만 이중 전투 중에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16 발에 불과한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발사!"

남은 포탄의 숫자를 세던 김인호가 본능적으로 발사 명령을 내렸다. 14 대에서 8 대로 줄어든 중대의 K-1A1 전차들이 일제히 포탄을 발사했다.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부대 치곤 그래도 피해는 양호한 편이었다. 완전히 전멸한 중대도 있어고 소대급으로 줄어든 중대, 달랑 한 대만 남은 중대도 있었다. 물론 미군도 마찬가지였다. 중대의 공격과 동시에 미군 전차대열의 첫 번째 전차들도 포격을 가했다.

- 천마 7 피탄! 기동불능! 연막탄 발사기가 날라갔습니다!

- 천마 11 피탄! 전투불능! 차량을 포기합니다!

- 천마 12, 주포 사격 불능! 뒤로 물러나겠습니다!

미군의 포격에 중대 전차 3 대가 삽시간에 당했다. 미군도 비슷한 숫자의 전차를 잃었지만 숫적 우위를 앞세우며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잠깐동안이지만 김인호의 눈이 흔들렸다. 바로 그 때 맨 앞에서 달리던 M-1A2 전차 4 대가 일거에 격파당했다.

- 천마들은 뒤로 물러서라. 여기는 백마가 담당하겠다.

통신망에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대의 뒤를 따르며 진격하던 다른 중대, 콜사인 '백마'의 중대장이었다. 백마 중대는 다른 부대들 뒤만 따라다니고 있었기에 14 대의 전차들은 모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 잘 부탁한다, 백마. 천마들은 뒤로 물러서라! 보급과 재편성을 위해 후퇴한다!

중대장의 후퇴명령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중대 전차 한 대가 다시 격파당했다. 아군 전차를 향해 포를 쏜 적 전차는 즉시 백마 중대의 공격을 받아 포탑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미군 전차에 있는 강력한 자동소화기능도 이번엔 무용지물이었다.

"어서 가자. 여기 있다간 개죽음 당해."

김인호가 조종수를 재촉했다. 이미 중대의 다른 전차들은 꽁지가 빠지도록 서쪽을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이윽고 김인호의 전차도 중대 전차들을 따라 후퇴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양측 합쳐 수백 대의 전차가 격렬한 전차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곳 말고도 혼슈 중부전선의 오사카 축선 곳곳에서 대규모 기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9월4일 18:29 경기도 시흥시

물왕저수지를 중심으로 물왕동, 논곡동, 목감동, 조남동 일대에는 한미양군의 격렬한 포화에 휩싸여 허물어진 수많은 건물들 사이사이로 한국군의 K-1 전차와 K-200 장갑차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미군의 안양 공략과 경기남부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죽어간 한국군들의 최후였다. 도로라고 부르기도 힘든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M-4 전차들이 천천히 남하하고 있었다.

"소대장님,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한국 놈들이 근처에 있을 텐데..."

"고맙지만 괜찮아. 놈들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나?"

조종수 윌리엄 브라이언트 상병이 걱정스럽게 말하며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가는 루이스 앨버레즈 중위를 만류했지만 앨버레즈는 별 걱정이라는 듯이 가볍게 대답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시원하고 좋군. 이 매캐한 연기들만 없다면..."

해치를 열고 나온 앨버레즈 중위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신선한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앨버레즈가 크게 심호흡하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전차전 없이 오직 양측의 포병사격만이 집중된 곳이라 전차포탄에 의한 열화우라늄 분진 걱정은 하지 않았다. 격렬한 전차전이 일어난 곳에서 앨버레즈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우라늄 분진을 스스로 들이마시는 짓이었다.

마침 시원한 북서풍이 불면서 매캐한 검은 연기들을 몰아내고 있었다. 그야 말로 최상의 기상조건이었다. 곳곳에 살아남은 한국군 패잔병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눌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 라이거 리더다. 상황이 좋지 않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속도를 높여라.

"라이거 6입니다. 라이거 리더, 상황이 좋지 않다뇨?"

상황이 좋지 않다는 중대장의 말에 앨버레즈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지금까지 압도적 화력을 앞세워 계속 진격하고 있었기에 상황이 어렵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대의 콜사인인 라이거는 숫사자와 암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으로 번식능력이 없다.

- 한국군의 주력부대가 이미 수원을 지나 이쪽으로 오고 있다. 일부 부대는 이미 서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중대장이 한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한국군 주력부대가 도착하기 전 서울을 함락하고 경기 남부에서 저지선을 편다는 오퍼레이션 타이거즈 하트의 기본 전략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아직 서울 서부 외곽에 묶인 연합군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인천으로 상륙한 연합군은 화력 및 병력이 우세를 완전 상실하고 역으로 포위섬멸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미군은 총력을 다해 경기 남부로 가는 통로를 개척하려 했고 결국 좁긴 하지만 안산과 화성 사이의 한국군 방어선을 무너트리고 경기남부로 가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앨버레즈가 속한 연합군 다국적 사단인 Freedom Storm 사단 (자유폭풍 사단)은 통로개척 이후 처음으로 경기 남부로 진출하는 부대였다.

중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자연스레 부대 이동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움직이는 전차들과 보병 전투차들의 속도가 빨라져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대부분의 도로가 파괴당하고 기계화부대가 움직일 만한 곳은 모두 지뢰가 깔려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빠른 이동은 어려웠다.

- 망할, 라이거들은 들어라. 뒤에서 후속진격 대기중이던 코브라들이 한국군 포격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모두 조심하라.

중대장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나온 코브라는 AH-1 공격헬기가 아닌 사단 내 영국군 기보대대의 콜사인이었다. 지금까지 안산과 화성 일대에서 연합군이 일방적으로 포격을 가하기만 했을 뿐 한국군 포격에 의해 연합군 부대가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 아군이 적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적 포병들이 전개했다는 것, 즉 한국군 주력부대가 이미 남쪽에서 칼을 갈며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라며 앨버레즈가 불안한 듯 몸을 떨었다.


9월4일 15:49 <한국시각 9월4일 18:49> 인도 뉴델리 총리관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인도 공화국 총리 틸라크가 길길이 날뛰며 각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집어 던졌다. 안 그래도 한국 남부에 전개한 인도해군의 항공모함이 격침당하고 한국에 상륙한 인도군 부대의 큰 피해와 변변치 않은 전과때문에 분개하고 있던 틸라크였다. 바로 그런 때에 파키스탄이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들이 워낙 갑작스럽게 공격을 가했기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국경을 방어하고 있던 5 개 사단이 홀라당 항복을 합니까!"

틸라크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다시 뭐라 변명하려던 국방장관이 회의에 같이 배석한 미국대사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국경을 지키고 있던 부대 중 사단 5 개가 큰 피해를 입고 순식간에 항복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같아선 확 핵이라도 날리고 싶은 마음이오."

틸라크가 진정하면서 말했다. 올해 초 체결된 교전당사국 중 핵보유국간 핵무기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한 그 조약만 아니었으면 당장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에 핵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다. 인도보다 핵탄두도 적고 미사일 숫자도 적은 파키스탄의 보복은 감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날아올 대륙간 탄도탄이었다. 만약 인도가 대 파키스탄 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그동안 지켜졌던 핵보유국간 핵무기사용 금지가 힘을 잃어버리게 되며 5대 핵강국간 대규모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었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화끈하게 보복하지 않았습니까?"

틸라크의 눈치를 보던 드레이크 미국 대사가 조심스레 말했다. 인도는 지금 미국의 최중요 동맹국이었다. 엄청난 지상군 전력을 담당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 뒷통수를 때릴 수도 있는 나라였다. 그때문에 인도에 대한 미국의 대우도 각별했다. 티베트를 독립시킨 뒤 티베트에서의 이권을 약속했고 미얀마와 중국 영토 일부를 약속받기도 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거지들에게 핵을 날려봤자 뭔 소용이겠소, 대사?"

파키스탄, 아르헨티나 참전 이후 미국은 즉각 대륙간탄도탄을 발사하여 몽골 울란바토르를 날려버렸다. 인도 역시 즉각 중거리 탄도탄을 동원하여 미얀마 양곤 상공에 버섯구름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는 공격대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 항공기가 몬테비데오에 폭탄 하나를 떨어트린 후 결정된 것이었다. 몬테비데오 핵공격 직후 미국은 크나큰 충격을 입었다.

"그나저나 방어현황은 어떻소?"

드레이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틸라크가 시선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로 돌렸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해서 별로 뾰족한 수가 있을 리 없었다. 그저 고아와 캘리컷, 봄베이 등 여러 항구에서 한국과 중국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원정군 2 진을 급히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틸라크는 전후이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파키스탄이라는 변수를 무시했다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신형 전차로 구성된 육군 주력부대 상당수를 원정군에 차출했고 공군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군은 그 수준이 더욱 심해서 전력의 80% 가까이가 한반도 근해로 빠져나갔다. 전후 카슈미르 분쟁에서 미국의 지지를 받을 인도에게 밀릴 것을 염려한 파키스탄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틸라크가 속으로 자책하고 있는 동안 드레이크의 마음도 그리 편치 않았다. 인도의 거대한 지상군 전력만 믿고 일본과 한국, 중국에 전선을 벌린 미국이었다. 이번에 감행된 총반격에세 패배하더라도 후속대기중인 연합군 부대와 인도군 2 진이 가세하면 다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주재무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추후 지상군 주력을 맡을 인도군을 동원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파키스탄의 참전은 인도와 미국 양국의 계획에 큰 차질을 만들어놓고 있었다.


9월4일 19:18 충청남도 예산군 대술면

- 콰아아아아아!!!!!

"휴, 겨우 한시름 놓게 됐군."

전차 4 대의 집중포격을 받고 불타오르는 3 층짜리 상가건물을 보며 조성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로서 면 중심지에서의 저항은 모두 끝났다. 몇 개 안 되는 건물들마다 적군 중화기들이 중대전차들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계속 했고 그럴 때마다 전차들을 엄호하던 보병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무적이라던 K-2 전차도 이곳에서만 3 대가 격파당했다. 전차전에선 단 한 대도 격파되지 않은 전차가 무리하게 강행돌파를 시도하다 격파당한 것이었다. 귀중한 전력의 손실이었다.

- 꾸물거리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 우리는 최대한 빨리 적 배후를 차단해야 한다. 인도군 기보사단 3 개가 천안과 아산 일대에 집결중이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중대, 다시 진격하라."

조성비가 대대장의 독촉에 간단히 대답하고 다시 진격을 시작했다. 대대장은 물론 여단과 사단 등 아주 높은 곳에서까지 최전선 부대의 고속진격을 독촉하고 있었다. 항복하는 적군 포로들을 무시할 정도로 오직 신속성을 중시하는 작전이라지만 너무 무리한 요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늘 20시 이전까지 연합군 상륙항인 평택까지 진출하라는 건 엽기였다.

- 쐐애애애애애앵~~~~~~!!!!!!!!

하늘에서는 A-50 골든이글 편대가 빠르게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대등해졌던 제공권은 빠르게 UAO군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조성비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공군에 의해 적 지상군이 폭격당하는 장면을 무려 열 번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물론 공습을 하는 기체는 모두 A-50이었다. F-16이나 F-15K는 제공권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 콰아아아아아아앙!!!!!!!

"뭐,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A-50 공격기들이 아산 송악면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을 향해 폭격을 시작했다.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중대원들이 모두 당황했다. 조성비가 대대장에게 들은 정보대로라면 적군은 곡교천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지금 폭격을 퍼붓고 있는 아군기들은 뭐란 말인가? 오폭 아니면 조성비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다.

- 전방에 적 전차 출현! 거리 1000m 미만!

선두 전차의 전차장이 내지르는 소리는 괴성에 가까웠다. 아무리 강력한 K-2 전차라 해도 1000m 거리 내에서는 왠만한 전차들에게 그냥 격파당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국은 바로 1000m가 넘는 전장을 찾아보기 거의 어려운 지형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조성비는 운이 좋아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만 전투를 수행했지만 그 운은 더 이상 따라주지 않았다.

- 콰아아아아앙!!!!!!

조성비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는데도 포수가 독자적 판단으로 잽싸게 적 전차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 할 때나 상황이 급박할 때엔 이렇게 포수가 알아서 사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거리에서든 3 세대 전차 대부분을 격파할 수 있는 K-2 전차의 55 구경 120mm 활강포 위력은 역시 대단해서 이번에도 적 전차를 확실하게 격파했다.

- 콰콰콰콰콰쾅!!!!!!!!

- 슈우우우우웅~~~!!!!!!!

A-50 공격기가 다시 한 번 집속폭탄을 투하하였고 이어서 단거리 샘으로 보이는 지대공 미사일이 급히 발사되었다. 연신 플레어를 투하하던 A-50 공격기들이 황급히 남쪽으로 도망치듯 날아갔다. 경공격기의 한계상 A-50은 그렇게 큰 활약을 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아군기의 공습이 상당한 효과를 본 듯 잠깐동안 적 전차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어색한 시간이 1 분여 정도 흘렀다. 서로 먼저 노출되는 것을 꺼려한 양군이 제자리에서 멈추며 상대방이 먼저 나오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작은 언덕이 여러 개가 있고 사방은 전차가 기동하기에 최악의 지형조건인 논 투성이었으며 곳곳에 듬성듬성 작은 민가건물이 있는데다 교전거리마저 짧은 이 전장은 전차 승무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전장 중 하나였다.

조성비가 공격 전 포병지원을 요청했다. 서로 노출을 꺼리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항공지원이나 포병사격에 의한 적 제압 후 공격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정석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적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란 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군의 K-9 자주포는 세계 최고수준의 자주포로 인도군이나 미군이 가진 자주포에 비해 사정거리나 반응속도 등 여러 부분에서 우월했다. 이젠 아군 포병대의 능력과 성능을 믿어봐야 했다.

- 포격이 시작되었다. 언제든지 공격 준비하라.

아군 포병대의 포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대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아군 포병대가 제압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저 사격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공세로 나서야 했다. 자칫 머뭇거리다가 적군의 포격에 몰살당할 뿐이었다.

- 좌익에서 아군 12 기보사단 소속 기보대대가 지원할 것이다. 적과 혼동하지 말도록 주의하라.

대대장의 말은 계속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서산까지 북상한 12 기계화 보병사단 소속 기보대대가 염리면을 통해 좌익에서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대대장의 마지막 말처럼 오인전투를 염려해야 했다. 12 기보사단의 전차는 모두 K-1과 K-1A1 전차였다. 실루엣이 상당히 흡사한 미군의 M-1 계열 전차로 오인할 수 있었고 실제 쾌속진격중 다른 부대에서 오인전투 몇 번이 있었다고 들었다. 연합군 역시 자기네 M-1 계열 전차들을 한국군 K-1 계열 전차로 오인하고 공격한 경우가 있었다.

- 콰아아아아앙!!!!!!!

아군 포병대가 발사한 155mm 포탄들이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던 도중 포탄이 터지면서 수백, 수천 개의 자탄으로 분리되면서 지상에 있던 인도군 기계화부대를 덮쳤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자탄 세례에 인도군 전차와 장갑차, 기타 수많은 지원차량들이 차례차례 불타올랐다. 물론 조성비는 그 장면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중대, 돌격 앞으로!"

조성비가 우렁차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11 대의 K-2 전차들이 용감하게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포를 정면으로 향한 채 돌격하는 전차들의 모습은 먹잇감을 향해 몰려가는 굶주린 맹수들과 같았다. 논때문에 기동이 큰 방해를 받았지만 큰 장애가 되진 못했다.

-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후방에선 계속해서 아군 박격포반이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박격포로 전차나 장갑차를 격파하기엔 어렵겠지만 일반 트럭이나 보병들은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선두의 K-2 전차가 언덕을 넘으며 포를 발사했다. 두 번째, 세 번재 전차가 차례대로 언덕을 넘었고 마침내 조성비의 전차도 언덕을 넘었다.

"맙소사!"

언덕을 넘은 조성비가 사방을 둘러보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십여 대에 달하는 T-80U 전차와 BMP-3 보병 전투차가 포격에 당하여 활활 타오르고 있는 건 예상하고 있는 일이었다. 아직도 살아남은 적 전차의 숫자가 20 대는 넘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목표, 1 시 방향에 숨어있는 적 T-80UK, 거리 873,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정신을 차리고 급히 목표를 찾던 조성비가 급히 목표를 지정하고 포탄을 발사했다. 목표는 불타고 있는 전차들 사이에서 움직이던 T-80UK였다. T-80UK 전차는 T-80U 전차의 지휘형이다. 적 지휘관을 잡으면 적의 사기 저하와 효과적인 전투가 어렵다는 것을 조성비는 잘 알고 있었다. 한국도 2002 년, 제 2 차 불곰사업과 통일 후 인민군 개편 두 차례에 걸쳐서 T-80UK 전차를 도입한 적이 있다.

"잡았습니다!"

"호들갑 떨지 마! 어서 포탄 장전해! 연막탄 발사!"

환호성을 지르는 포수에게 일침을 놓으면서 조성비가 급히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급히 조성비의 K-2 전차에서 연막탄이 발사되었다. 적 전차가 이쪽을 찾지 못한다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T-80U 전차들을 지원하는 적 BMP-3의 대전차 미사일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 10 호차 피격! 포 사격 및 기동 불능! 탈출합니다!

인도군 전차들의 반격으로 아군 차량 2 대가 격파된 후 중대 10 호차 차장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10 호차와 같이 격파당한 3 호차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완전히 격파당해 승무원들이 모두 전사당했다는 뜻이었다.

"장전 완료!"

"12 시 방향에 거리 617! 적 전차에 철갑탄 발사!"

무의식적으로 전차장용 레이저 거리측정기에 의해 표시된 적 전차와의 거리를 말한 조성비가 경악했다. 617m, 구닥다리 천마호나 59식 전차라 해도 이 정도의 거리라면 K-2 전차를 격파할 수 있었다. 이제 전차성능이 아닌 누가 먼저 쏘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게 된 것이다.

- 콰아아아아아앙!!!!!!!!!

조성비의 전차가 발사한 포탄이 T-80U 전차의 정면장갑을 가볍게 관통했다. 러시아제 전차의 고질병인 탄약유폭이 일어나면서 격파당한 T-80U 전차가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불붙은 전차 잔해가 조성비의 전차 근처에 떨어질 정도였다.

- 3 중대가 언덕을 넘기 시작했다! 계속 공격해라!

아까 전부터 통신기에서는 중대원들을 격려하는 대대장의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오고 있었다. 3 중대 전차들이 가세한다면 보다 쉽게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K-2 전차 한 대와 T-80U 전차 3 대가 동시에 불덩어리로 변하였다.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인도군 전차들은 한국군에게 밀리고 있었다.

"2 시 방향에 거리 910, 적 T-80U 전차에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아앙!!!!!

다시 조성비의 전차가 불을 뿜었고 불쌍한 T-80U 전차 한 대가 다시 격파되었다. 그것과 동시에 전차들 사이에 끼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BMP-3 보병 전투차들이 100mm 저압포를 쏘기 시작했다. 100mm 고폭탄 몇 발이 조성비의 전차에 명중하면서 전차가 거세게 흔들렸다.

"씨발! 온다는 우리 기보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전차 피해상황을 확인한 조성비가 악을 썼다. 대전차 미사일 능동방어장치, 연막탄 발사기, 공구박스가 날라간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피해는 없었으나 계속 공격당할 경우 전투에 필수적인 장비들이 날라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2 호차입니다! 주포안정장치와 적외선관측기가 나갔습니다!

조성비가 염려한 일이 결국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포안정장치가 없으면 기동사격시 명중률의 급격한 저하를 불러오며 적외선관측기가 없으면 연막으로 가득찬 지금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목표를 찾아내기 힘들어진다.

- 여기는 해태다. 늦어서 미안하다. 우리가 지원하겠다.

"해태? 해태가 뭐야?"

익숙한 단어이면서도 좀 엉뚱한 단어에 조성비가 의아해했다. 해태는 제과회사 이름이기도 하며 상상속의 동물이다. 해태라는 콜사인을 들은 대대장의 들뜬 목소리가 통신망에서 왕왕거렸다.

- 12 기보 소속 기보대대다! 그들이 바로 해태다! 해태와 힘을 합쳐 놈들을 끝장내라!

- 투타타타타타타!!!!!!

대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K-300 보병 전투차의 40mm 포가 철갑탄을 쏟아냈다. 아군 전차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mm 포와 30mm 기관포를 쏘아대던 BMP-3 보병 전투차들이 하나둘씩 불덩어리가 되어 타올랐다.

- 콰아아아앙!!!!!

해태에는 K-300뿐만 아니라 K-1 전차까지 가세해 있었다. K-1 전차에게 그대로 측면을 드러낸 T-80U 전차들이 잔뜩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다 K-2와 K-1 전차들의 협공에 고철덩어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9월4일 19:56 일본 도쿄 동북쪽 160km 상공

"건스! 건스! 건스! 이런 젠장할!"

눈 앞에서 필사적으로 회피기동을 하는 슈퍼호넷을 향해 기관포를 쏘아대면서 신재우 소령이 욕설을 퍼부었다. 발사한 기관포탄의 대부분이 형편없이 빗나갔고 한두 발이 적기의 동체에 맞았을 뿐이었다. 그나마 큰 타격도 주지 못하였다. 자신의 뒤에서 달려들고 있는 F-35까지 상대해야 하는 신재우로선 답답함을 넘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 이 바보야! 조준 똑바로 해! 니가 그러고도 한국 최고의 에이스냐?

비행대장이며 편대장이기도 한 이성문 대령이 신재우를 질타하며 급히 신재우를 지원하기 위해 방향을 돌렸다. 왠 일인지 몰라도 오늘따라 신재우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기들때문에

- 건스! 건스! 오예! 잡았다!!!!!!!!!!

적기를 격추시킨 심재호 대위가 환호성을 질렀다. 심재호 대위에게 격추당한 F-35 전투기가 동체가 화염에 휩싸인 채 푸른 태평양의 심해 속으로 사라졌다. 파일럿은 탈출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F-35가 왼쪽 주익이 부러져 빙글빙글 돌며 추락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선전하는데 명색이 한국 최고의 에이스인 자신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당할 수는 없었다.

"락 온! 팍스 투!"

신재우는 먼저 앞쪽에 있는 슈퍼호넷보다 뒤에서 따라붙고 있는 F-35를 해치우기로 결정했다. 후부발사 능력을 가진 수호이-37 계열 기체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신재우의 수호이-37에서 발사된 아처 미사일이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다가오던 F-35의 정면에서 폭발했다. 그대로 공중폭발하는 적기를 확인한 신재우가 다시 무장을 30mm 기관포로 바꾸고 신중하게 슈퍼호넷을 노렸다.

"건스! 건스! 건스!"

신재우가 엄지손가락에 힘을 잔뜩 주어 붉은 버튼을 누르자 수호이-37의 30mm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처음에 발사된 몇 발은 아슬아슬하게 빗나갔지만 그 다음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기관포탄들은 기체를 좌우로 격렬하게 요동치며 신재우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슈퍼호넷의 엔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엔진에 불이 붙은 슈퍼호넷이 곧 힘을 잃고 추락했다. 급히 조종사가 사출좌석을 작동시켜 탈출하는 것을 본 신재우가 낙하산을 향해 기관포를 쏘려다 말았다. 어차피 망망대해인 이 곳에서 저 조종사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 씨팔! 두럽게도 일찍 잡는다!

신재우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오던 이성문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있게 잡담할 시간이 없다는 것 정도는 이성문도 잘 알고 있었다.

- 팍스 쓰리! 팍스 쓰리!

3 번기 파일럿인 이민아 소령이 팍스 쓰리를 연달아 외쳤다. 이민아의 수호이-37에서 분리된 알라모 미사일 2 기가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여 남쪽으로 향했다. 알라모 미사일을 발사한 이민아가 다시 발사위치를 잡고 알라모 2 기를 추가 발사했다.

- 머더도 미사일 발사 준비하라. 타겟은 EA-2다!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의 관제사가 신재우에게 지시를 내렸다. 방금 전 이민아 소령이 발사한 알라모 4 기는 빠른 속도로 EA-1, 미 해군의 호크아이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미 항모전단의 조기경보기 교대 타이밍에 기습적으로 출격해 호크아이 두 기를 모두 잡겠다는 한국 해군항공대의 야심찬 작전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신재우가 맡을 타겟 EA-2는 임무교대를 위해 항모에서 이륙한 다른 호크아이였다.

- 삐익! 삐익! 삐익! 삐익!

"망할! 락 온 당했다!"

미사일 발사 위치를 잡던 신재우가 난데없이 들려오는 경보음에 깜짝 놀랐다. 근처에서 아군기들에게 쫓기고 있는 소수의 F-35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호크아이를 호위하던 미군 슈퍼호넷 편대들이었다.

- 머더는 걱정 말고 공격준비를 계속 하라. 아직 암람 사거리 바깥이다.

관제사 말대로 아직 슈퍼호넷 편대와의 거리는 100km에 가까웠다. 암람 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아직 멀었다. 물론 전투기의 특성상 수십 킬로미터라는 거리는 금방 좁혀진다. 하지만 이들을 요격하기 위해 새로 이순신에서 이륙한 편대가 알라모 미사일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알라모 미사일은 여러 가지 파생형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정거리가 암람보다 길었고 일부는 100km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미군 전투기가 암람을 발사하기도 전에 제압이 가능한 것이다.

"발사준비 완료. 미사일 발사하겠다. 팍스 쓰리! 팍스 쓰리!"

발사위치를 잡은 신재우가 관제사의 지시 없이 바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는 동안 이민아가 발사한 미사일은 이미 호크아이 하나를 벌집으로 만들어 놓았다. 조기경보기 격추를 확인한 관제사의 환호성이 계속해서 들렸다.

-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 귀환하라.

신재우가 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성문 대령이 귀환명령을 내렸다. 조기경보기를 향해 미사일을 배달해주는 역할을 맡은 편대가 더 이상 남아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이번에도 킬 마크 2 개를 올렸다며 신재우가 콧노래를 부르며 항모로 귀환했다. 아직 전체적 전황은 확언할 수 없었지만 아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잘만 하면 이 지루한 전쟁도 곧 끝날 것 같았다.


9월4일 20:31 일본 후쿠이현 쓰루가 동남쪽 57km 지역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들이 무리를 지어 비행하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AH-64D 롱보우 아파치와 AH-1W 코브라 공격헬기가 주변 상공을 계속 선회하고 있었다. 보다 높은 상공에서는 RF-4 정찰기가 동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의 모든 불빛이 꺼져 있었고 암흑 천지였다. 한국군이 연합군의 공습 및 정찰을 방해하기 위해 뿌린 연막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었다. 곳곳에선 공습에 당한 것으로 보이는 트럭 몇 대가 처참하게 부서진 채 버려져 있었다.

이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은밀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아무런 불빛도 내지 않고 소음도 최소화 한 채 일단의 지상군 부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보급트럭처럼 보이는 것들은 실은 K-1A1과 K-1A2 전차들이었다. 북아프리카에서 몽고메리가 써먹었던 방법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었다.

단거리 SAM인 천마와 자주대공포 비호도 레이더를 끈 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전차들 사이사이에 섞인 K-300 보병 전투차들도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빠르게 계속 동진했다. 그 뒤를 수십여 대의 트럭들과 탄약운반차량들이 따르고 있었다.

대열 후미에서 몇 대의 위장전차와 보병 전투차의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는 차량은 K-300 보병 전투차의 지휘차형인 K-300AC2였다. 빛을 최대한 줄이고 적외선 관측기에 포착될 확률을 약간이라도 줄이기 위해 실내엔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이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안경을 고쳐 썼다. 당분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통신기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의 어깨엔 반짝거리는 별 하나가 달려 있었다. 1-5 기갑여단장 최태묵 준장이었다.


9월4일 21:56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계속되는 적의 제파 공격입니다!"

참모장이 비명을 질렀다. 시간은 어느덧 밤 10 시가 다 되었는데도 한국군의 공격은 끊이질 않고 있었다. 방어선 곳곳의 상황이 붕괴직전의 상황이라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다른 곳들도 대부분 위험상황이라는 노란색이었다.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푸른색 표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비병력은?"

제대로 투입할 만한 예비병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드레이크 소장은 다시 한 번 이를 확인해야 했다. 우측에서 대규모 돌파를 감행하여 상륙항을 노리고 있는 한국군 기계화사단들을 막기 위해 이쪽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인도군 사단 3 개가 돌려진 것은 너무나 큰 타격이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투입된 필리핀과 멕시코군 기갑사단들은 방어선 투입  3 시간만에 전력손실 40%에 달하고 있었다.

"막 하역작업이 끝난 제 11 기갑기병연대를 급파하겠답니다."

11 기갑기병연대는 신형 M-4 전차 백여 대를 장비하고 있었고 아파치 헬기도 갖고 있는 막강한 부대였다. 그러나 갓 상륙한 부대가 금강 방어선에 투입되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했다.

"청주 서쪽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2 개 기보사단을 어느 정도 저지하고 있다는데 왜 병력을 돌리지 않는 거야? 지금 제일 병력이 부족한 건 바로 우리라고!"

드레이크는 충분한 예비병력을 확보해주지 않은 워터스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좌우익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건 인정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비병력은 빼돌려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예비병력은 고사하고 연기군으로 쇄도하는 적 기보사단 하나를 막기 위해 방어선에 투입할 예정이었던 부대까지 돌려야 하는 지경이었다.

"차라리 방어선을 포기하고 후퇴하여 전선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후퇴는 안 돼!"

드레이크가 후퇴를 건의하는 작전참모의 말을 잘랐다. 분명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후퇴하다간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었고 상륙항까지 그대로 밀리게 될 수도 있었다. 경기 남부지역에 전개한 한국군의 또 다른 주력부대에 의해 포위섬멸 당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후속부대가 상륙하는 것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군도 이게 마지막이야. 더 이상 한국군이 이쪽에 새로 투입할 기계화부대는 없어. 수십 개 사단이 있다지만 모두 보병사단이야. 한국은 기계화사단 대부분을 낭비한 거야. 그리고 무리하게 이 방어선을 정면돌파 하려다가 귀중한 병력만 잃었고."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금강을 도하하려던 한국군 기보사단 3 개는 현재 전력손실 70% 이상 추정의 참담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방어하는 미군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후속투입 병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상당했다. 물론 미군도 당분간 후속병력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몇 일 지나면 생기 넘치는 부대들이 지원 올 것이다. 그 때면 좌우측에서 공세를 취하는 적 기보사단들도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럼 전쟁은 이기는 것이다.

"이봐, 통신참모. 방금 전 이스탄불과 앙카라가 핵공격 받았다고 했나?"

"네? 네, 그렇습니다. 새로 들어 온 정보에 의하면 우리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프놈펜과 비엔티엔을 날려 버렸답니다."

갑자기 화제를 바꾸는 드레이크의 질문에 당황한 통신참모가 엉결겹에 대답했다. 볼고그라드 인근에서 발사된 중거리 탄도탄이 터키의 이스탄불과 앙카라를 초토화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UAO가 패배를 직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드레이크는 생각했다. 터키 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공격한 프놈펜과 비엔티엔은 각각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수도였다.

"이 지랄 하다가 핵 안 가진 나라들 도시는 남아나지 않겠어. 서로 때리고 또 때리고... 벌써 날라간 도시가 몇 개야?"

그렇게 말하는 드레이크의 속마음은 패배 직전에 몰린 한국군이 협정을 위반하고 미군에게 핵공격을 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전쟁이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주요도시에 사용되기 시작한 핵무기의 공포는 전선의 부대라고 해서 별로 다를 건 없었다.

"어찌되었건 놈들이 핵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거야. 즉, 스스로 패배를 자인한 셈이지. 이제 승리가 눈 앞이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참모들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일부 지역에 한국군 전차부대가 도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특별한 지시 없이 바로 후방에서 대기중이던 전차부대가 그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도하한 적 전차부대는 이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방어선을 돌파하고 강을 도하한 일부 적 부대들은 모두 같은 최후를 맞이하였다.

"적의 대포병 사격입니다. 동시에 방어선 전면에 다연장로켓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같으면 깜작 놀랄 소식이었지만 지금은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동안 이곳에서 양측이 쏟아부은 포병화력은 엄청났다. 덕분에 양군 주력부대는 물론 포병대까지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특히 MLRS의 피해가 엄청났다. MLRS는 양군에게 있어 모두 최우선 제압대상이었다.

"괜찮아. 이제 몇 번만 더 버티면 된다고."

드레이크가 승리를 자신하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투입된 부대 대부분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희생 끝에 얻은 승리이긴 했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드레이크가 적 공세 저지 후 전면적인 반격작전의 구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염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한국군이 예비 기계화부대 없이 방어선 돌파를 시도할 리 없다는 것을.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번 편 엄청나게 짧은 점 양해 바랍니다. 모 애니메이션의 엔딩 보고 충격먹어 몇 시간동안 의욕상실에 오늘 늦잠 잔 거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 겹치고 현재 하고 있는 그 일(65페이지 남은 그 일)에 대한 압박이 다시 시작되는 등등... 죄송합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세번째 대전쟁 제 2 차 연재중단 할 지도 모릅니다. 일단 그 일과 함께 소설연재를 진행하는 것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그냥 소설 연재중단하고 그 일에 전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건 추후 알려 드리겠습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7-10-19
20: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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