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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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3>
라데니조아  2003-10-05 23:02:03, 조회 : 8,961, 추천 : 31

9월4일 22:39 일본 도쿄 북동쪽 42km지역

-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시 아군 포병대의 포격이 적 방어선을 강타했다. K-9 자주포 36 문이 동시에 내뿜는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거기다가 구룡 18 개 포대와 MLRS 6 개 포대까지 가세한 한국군의 대규모 포격이었다. 아무리 철저한 시가전 방침을 세우고 그에 따른 방어전략을 세운 연합군이라지만 이처럼 대규모의 포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잠시 밖에 나와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두호 하사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런 포격이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면 하는 생각을 하자 온몸이 얼어붙었다.

"어이, 뭐하는 거야, 이 하사, 님?"

"그냥 포격 구경하고 있어요. 그리고 둘만 있으니 말 놓으시죠."

이두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전승환 병장이었다. 원래 전승환은 이두호보다 3 개월 선임인 말년병장이었으나 전쟁이 터진 후 전역하지 못하고 계속 군에 붙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두호는 전승환처럼 계속 병장으로 남지 않고 부사관에 지원해서 지금은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이두호가 전승환에게 존대말 스는 이유였다. 물론 둘이 있을 때만이었다.

"어서 복귀해. 곧 진격할 모양인가봐."

그렇게 말하는 전승환의 표정은 어두웠다. 원래 이들이 이런 위험한 시가전에 투입될 성격의부대는 아니었다. 시가전용의 성격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화력이 약한 적을 상대로 할 대의 이야기였다. 2003년 공개된 한국의 장륜식 장갑차인 K-3 장갑차에게 중화기로 무장한 미군이 득실거리는 시가지로 공격하라는 것은 상당한 피해를 각오한 명령이었다.

"다른 부대들은 다 뭐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두호가 급히 총을 챙겨들고 장갑차로 뛰어 갔다. 아군 포병대의 포격은 그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이미 분대원들은 모두 전투준비를 마치고 이두호와 전승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두호가 급히 장갑차에 올라타자마자 램프가 닫혔다.

- 어험, 하마터면 늦을 뻔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도록.

통신기를 통해 들리는 중대장의 목소리에 이두호가 찔금했다. K-3 장갑차의 경쾌한 엔진음이 들리면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런 시가전에선 방어력과 화력이 훨씬 뛰어난 K-300 보병 전투차가 투입되어야 하는데 어째서 자신의 부대가 투입되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명령에 따라야 했다.

- 콰콰콰쾅!! 콰아아아앙!!!!!!

포격이 그쳤나 싶더니 또 다른 포성이 바깥에서 들려왔다. 아군 포병대의 포격은 아닌 것 같고 아마 전차포 같았다. 아군 전차들이 전투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두호의 얼굴이 약간 밝아졌다. 그나저나 제대로 된 작전설명 없이 이동하는 것을 보면 상황이 급한 모양이었다.

- 적 방어선이 포격으로 무너진 틈을 타 즉각 돌파하라. 무조건 방어선을 돌파하고 계속 진격하라. 적 잔당 소탕은 후속부대가 담당한다.

"아무래도 우리만 손해보는 것 같은데요."

간략한 중대장의 명령에 전승환이 불안한 듯 말했다. 위험한 임무는 도맡아서 하고 제대로 공은 세우지도 못하게 된 셈이다. 무조건 돌파하고 계속 진격하라. 중대가 돌파구를 마련하면 다른 후속부대들이 그 돌파구를 통해 진격하겠다는 작전이었다. 거의 총알받이 신세라며 분대원들이 투덜거렸다.

- 콰아아앙!!! 콰콰콰쾅!!!!!!

- 중대 4 호차 격파! 적 박격포 사격이 시작되었으니 모두들 조심하라!

몇 차례의 폭음과 동시에 잔뜩 당황한 중대장의 음성이 들렸다. 폭음과 포성은 바깥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총안구를 통해 불덩어리가 된 채 계속 앞으로 달리고 있는 장갑차 한 대를 보고 이두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박격포 사격에 당한 중대 4 호차였다.

"모두들 조심하십쇼! 화끈하게 한 판 벌이겠습니다!"

조종수 김의태 상병이 외치자 모두들 바싹 긴장했다. 김의태는 중대 조종수 중에서 가장 난폭하기로 소문났다. 군에 들어오기 전에 폭주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난폭운전을 즐겨 분대원들은 김의태가 폭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같은 때야 말로 김의태의 난폭운적 실력이 필요한 때이기도 했다.

- 콰콰콰쾅!!!!!!

- 타타타타타!!! 투타타타!!! 콰르르르르륵!!!!!

- 슈우우우우~~!!!!! 콰아아아앙!!!!!!

앞으로 달려나가는 한국군 K-3 장갑차들이 회피기동을 계속 하면서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마구잡이로 쏘아대었다. 각 차량들이 급히 쏘아올린 연막탄이 터지면서 뿌연 연기가 전장에 가득찼다. 후방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K-1A2 전차들의 137mm 활강포도 미군 방어진지를 포착하는 즉시 포탄을 날렸다.

- 중대 10 호차 피탄, 중대 11 호차 격파!

격렬한 회피기동에도 불구하고 칼 구스타프 대전차포에 중대 차량 두 대가 다시 피격됐다. 그 중 한 대는 엔진부분에 맞아 기동을 정지했고 다른 한 대는 완전히 격파당했다. 비록 어느정도 방어력을 향상하여 14.5mm 중기관총을 막아낼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었다지만 대전차포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두들 하차전투 준비! 각자 무장을 점검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바보같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녀석은 이따 원산폭격이다! 모두들 그런 줄 알고 똑바로 해!"

적 방어선에 가까워지자 이두호가 하차전투를 준비했고 전승환이 엄포를 놓으면서 분대원들을 긴장시켰다. 분대원들은 분대장이면서 계급이 높은 이두호보다 짬밥이 더 많은 전승환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두호가 명령을 내릴 때마다 지금처런 전승환이 분위기를 조성하곤 했다. 방금 전 중대장은 그저 방어선을 돌파하라고 했지만 방어선 돌파만으로 돌파구를 확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K-3 장갑차에는 총안구가 있지만 승차전투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어서 병사들이 기피하고 있었다.

"다 왔습니다! 어서 내리십쇼!"

"씨발! 내리지 말라고 애원해도 내릴테니까 걱정 말어!"

김의태가 하차를 독촉하자 전승환이 신경질적으로 응수했다. 김의태로선 하차반들이 내리는 동안 장갑차가 멈추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멈춰있는 장갑차는 적 대전차부대의 좋은 표적이었다. 순식간에 후방 램프가 열리고 군홧발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뛰어내렸다.

- 타타탕! 타탓!!

제일 먼저 뛰어내린 병사가 수류탄을 들고 달려들던 미군 병사를 발견하고 급히 총을 쐈다. 미처 수류탄의 안전핀도 빼지 못한 그 미군이 허망하게 쓰러진 다음 미니미로 보이는 경기관총이 멈추어 선 장갑차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하차하던 병사들이 급히 엎드리며 사격을 피하였다.

- 투타타타타탓~~!!!!!!

미군의 경기관총은 뒤따라오던 다른 아군 장갑차의 기관총에 의해 간단하게 제압되었다. 아군의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분대원들이 다시 일어서서 공격을 시작했다. 제일 늦게 장갑차에서 빠져나온 이두호와 전승환도 K-2 소총을 들고 무서운 기세로 달려나갔다.

- 콰아아아앙!!!

"으아악!!!!!"

편의점 건물 안에 있던 미군 진지를 향해 유탄 몇 발이 작렬하였다. 급히 유탄을 날린 그 병사는 바로 어디선가 날아온 미군의 총탄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시 총탄이 날아온 곳을 향해 급히 하차한 한국군 보병의 K-3 경기관총이 복수를 가했다.

- 투타타타타~~!!!!!!!

그러는 동안에도 속속 장갑차들이 참호선에 진입했다.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로 참호선과 건물로 구성된 미군 방어선을 맹렬하게 공격하는 장갑차들의 램프가 열리며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국군 보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편의점 오른쪽에 식당에 기관총으로 갈겨 줘!"

자신을 향해 사격이 집중되자 이두호가 급히 통신기로 화력지원을 요청했다. 하차조들을 모두 내려놓고 신나게 기관총을 퍼붓던 K-3 장갑차가 급히 총구를 돌려 사격을 시작했다. K-6 12.7mm 중기관총의 묵직한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

- 콰콰콰콰콰콰콰!!!!!

건물의 콘크리트 벽에 무수한 탄흔이 새겨지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적의 저항이 멎은 것을 기회 삼아 이두호가 급히 수류탄을 꺼내 힘껏 던졌다.

- 콰아아앙!!!!!

힘차게 날아간 수류탄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이두호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소총을 들었다. 그 때였다. 눈 앞에 불꽃이 번쩍이는 가 싶더니 콘크리트 더미에 총탄이 맞아 생긴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뛰었다. 채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M-16 소총을 든 미군 병사가 자신을 향해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투타타타!!!!!

총성이 들렸으나 이상하게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눈을 뜬 이두호가 가슴에서 분수처럼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미군을 보고 깜작 놀랐다. 급히 정신을 차리고 소총을 다시 챙겼다.

"괜찮냐, 두호야?"

탄창을 갈아끼우면서 다가오는 것은 전승환 병장이었다. 총에 스친 모양인지 왼쪽 팔에서 약간 피가 흘렀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이두호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콰아아아아앙!!!!!!!

아군 전차의 주포가 불을 뿜으면서 미군이 잔뜩 들어가서 저항하고 있는 건물의 한 쪽 벽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그것을 신호로 한국군의 공격이 더욱 더 거세졌다. 이두호와 전승환이 눈빛을 주고받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총성은 끊이질 않고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9월4일 22:48 경기도 광명시

- 타타타타타탓!!!!!!!

"놈들이 또 옵니다!"

"막아! 조그만 더 버텨!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

- 콰아아아앙!!!!!!!

끝까지 버티라는 최성원의 외침은 전차포의 포성에 묻혀 버렸다. 자동차와 가로수, 기타 온갖 잡다한 것들로 구성된 바리게이트를 뭉게면서 M-4 전차가 방어선을 뚫기 위해 달려오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 전차를 중심으로 미군 보병들도 빠르게 전진해오고 있었다.

- 슈우우우우웅!!!!!!!!!!! 콰콰콰콰쾅!!!!!

빗발치는 총탄 사이에서 간신히 고개를 든 마대현 일병이 적 전차를 향해 대전차 로켓을 발사했다. 전쟁 중에 설계가 시작되고 양산된 M-4 맥아더 전차는 방어력과 공격력은 K-2와 동급이었고 전자장비는 약간 앞서 있었으나 대전차 미사일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어체계가 없었다. 잘만 때린다면 적 전차를 전투불능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저 괴물같은 전차는 대전차 로켓 십여 발을 맞고도 끄떡도 안한 녀석이었다.

"멀쩡합니다!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망할! 한 방 더 쏴!"

"로켓이 바닥났습니다!"

절망적인 대전차 로켓 사수의 외침에 최성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제 적 전차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한국전쟁 때처럼 수류탄을 들고 적 전차에 달려들어 자폭해야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한국전쟁 초기 동부전선에서 T-34 전차 십여 대가 이런 한국군의 자살공격으로 격파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차 주변에 깔린 적 보병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타타타!!

건물 잔해를 뛰어 넘어 자기 바로 앞에 나타난 미군을 사살한 최성원이 크게 심호흡 하고 수류탄 두 개를 연달아 던졌다. 전차 주변에서 소총을 쏘며 다가오던 미군들이 당황하며 피하다가 수류탄의 파편에 난도질당했다.
- 콰아아아아앙!!!!!!

그 즉시 M-4 전차의 55구경 120mm 활강포가 보복으로 불을 뿜었다. 쇄도하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총탄을 쏘아대던 경기관총 진지가 전차포에 직격당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흥분한 최성원이 벌떡 일어서서 소총을 난사했다. 조심스레 다가오던 미군 대여섯 명이 짚단처럼 힘 없이 쓰러졌다.

"조심하십쇼!"

- 콰르르르륵!!!!!

장필준이 몸을 날려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대던 최성원을 덮쳤다. 둘이 쓰러진 다음 후속하던 미군 브래들리의 25mm 기관포탄이 허공을 갈랐다. 장필준이 화가 난듯 외쳤다.

"뭐하시는 겁니까? 죽고 싶으십니까?"

"그럼 자네는? 치료도 제대로 안 받고 다시 와서 싸우고 있으면서 그런 말 할 자격은 되나?"

오히려 장필준에게 역성을 낸 최성원이 가볍게 몸을 털곤 다시 탄창을 갈아 끼웠다. 부상은 입고 후방 야전병원으로 후송된 장필준은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고 다시 돌아와서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최성원이 만류해도 장필준은 막무가내였다.

"나 죽여 주쇼 하고 일어선 선임하사님보다 낫습니다. 어? 위험합니다!!!"

- 타타탕!!!

힘들게 숨을 내쉬면서 최성원의 말에 응수하던 장필준이 갑자기 최성원을 확 밀쳤다. 그 직후 바로 총성이 들렸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작스레 밀쳐진 최성원이 급히 고개를 돌렸을 땐 장필준은 이미 온몸에 십수 발의 총알을 맞은 후였다. 피를 흘리며 천천히 쓰러지는 장필준의 모습을 본 최성원의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개자식들아!!!!!!"

장필준을 쏜 미군을 본 최성원이 본능적으로 총구를 돌렸다. 장필준을 사살한 미군도 허겁지겁 총구를 돌리며 최성원을 겨누었다. 거의 동시에 두 정의 소총이 불을 뿜었다.

- 투타타타!!!!!

"으윽!!!"

오른쪽 팔과 어깨에 총을 맞은 최성원이 신음하며 총을 떨어트렸다. 최성원이 어깨에 팔에 총을 맞은 데 비해 미군은 머리와 목에 총탄을 맞고 그대로 황천길을 떠났다. 최성원이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쓰러졌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으나 최성원은 그들을 저지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최성원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9월4일 23:35 경기도 안산시

- 라이거 4가 대전차 지뢰에 접촉해서 기동불능이다. 모두들 각별의 유의하라.

"쳇, 대전차 지뢰라니."

대전차 지뢰라는 소리에 앨버레즈가 투덜거렸다. 최대한 빨리 남쪽으로 진출해서 한국군 기계화부대를 저지해야 하는 마당에 대전차 지뢰까지 조심해야 하다니... 적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지뢰를 뿌리는 거야 너무나 기본적인 일이었지만 한시가 급한 이 마당에 지뢰 걱정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엿같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처참하군요."

브라이언트가 씁쓸하게 말했다. 양측이 엄청난 포화를 교환하면서 주변 지역엔 성한 건물이 남아있지 않았다. 아파트는 모두 도미노처럼 무너져 버렸고 다른 건물들도 모두 흉측한 모습으로 무너지거나 파괴되어 있었다. 자주포와 MLRS 등 양측이 가진 포병전력이 총동원된 결과였다.

"정말이지 포격 몇 번만 더 하면 사막 만들 수도 있겠군."

브라이언트의 말에 간단히 동의하며 앨버레즈가 해치를 닫고 전차 안으로 들어왔다. 시원한 공기도 공기였지만 목숨보다 소중할 리 없었다. 이제 부대는 위험지역에 들어온 것이다. 한국군의 매복이 지금까지보다 더 빈번할 것이고 화력도 더 강력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군 기계화부대와의 교전도 염두해야 했다.

- 찰리 세븐이 적 기계화보병과 접촉, 현재 교전 중이다. 알파 쓰리는 현재 적 박격포 공격을 받고 있다. 모두들 조심하라. 적은 가까운 곳에 있다.

찰리 세븐은 영국군 해병대로 중대의 좌측면에서 엄호를 담당하고 있었고 알파 쓰리는 주방위군 29 기계화보병여단 2 대대로 해안을 따라 남하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앨버레즈와 같은 Freedom Storm 사단 소속으로서 중앙의 돌파부대를 좌우측면에서 엄호하고 있었다. 그들이 공격받았다는 것은 곧 한국군이 이들에게 승부를 걸어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잘 들었지? 모두 조심해. 전쟁도 10 일 정도면 끝날텐데 지금 죽으면 억울하잖아?"

앨버레즈가 장난끼 있는 말투로 말하면서 긴장감을 풀었다. 사방이 무너진 건물 잔해로 뒤덮인 곳에서 시야는 극도로 제한된 그리 좋지 않은 전장이라 적 전차들과 접촉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앨버레즈는 잘 알고 있었다.

- 콰아아아앙!!!!!

- 매복이다! 적의 매복이야!

- 라이거 14가 당했다! 팬저에 당했어! 놈은 어디 있는거야?

갑자기 발사된 로켓에 중대 제일 후미에 있던 동료 전차가 격파당하자 통신망에 당황한 동료들의 목소리가 가득 찼다. 방어력이 막강한 4 세대 전차라곤 하지만 측면이나 상부장갑이 전면장갑 수준으로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이거 미치겠군. 차라리 전차랑 싸우는 게 백 배 낫지."

건물 잔해들 사이에 숨으면서 매복공격을 하는 한국군 보병들을 상대하는 것보단 적 전차가 상대하기 훨씬 속 편했다. 어디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적 보병들은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였다. 중대를 엄호하기 위해 같이 행동하던 보병들이 급히 수색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앨버레즈가 다시 이동할 것을 명령했다. 도중에 어떤 피해가 있건 빨리 돌파구를 확대하고 적 주력부대를 섬멸 또는 붙잡아 두어야 했다.

- 콰아아아앙!!!

"제길! 또 매복인가?"

앞서 가던 동료 전차가 다시 격파되어 타오르자 앨버레즈가 무의식적으로 또 다시 매복공격에 당했다며 짜증을 냈다. 그러나 이어 들려오는 포수의 외침은 그게 아니었다.

"아닙니다! 전차입니다! 전방에 적 전차 출현! 기종 파악 중입니다!"

"어서 주포 돌려! 어서!"

앨버레즈도 뒤늦게 적 전차를 확인하고 포수를 다그쳤다. 절반정도 허물어진 건물 사이에서 포만 드러낸 채 이쪽을 노리고 있는 적 전차의 포를 보는 심정은 직적 격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앨버레즈의 온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 라이거 3 피격! 기동 및 주포사격 불능! 연막탄 발사기와 주포안정장치가 나갔다!

- 라이거 7 피격! 전투불능! 탈출합니다!

"이런 망할! 뒤에도 있어!"

한국군 전차들은 어느 한 곳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 전차들의 정확한 숫자도. 기종 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중대 통신망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거리 610,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포가 다 돌려지자 앨버레즈가 주저없이 포탄을 발사했다. 건물 벽을 뚫고 그대로 적 전차의 측면에 명중한 포탄이 그대로 장갑을 관통하면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확실한 격파였다. 적 전차가 들썩이는 것을 확인한 앨버레즈의 얼굴이 밝아졌으나 이내 곧 경악해야 했다. 격파당해 불타오르는 적 전차 옆에서 또 다른 전차포 하나가 자신의 전차를 향해 겨누어져 있었다.


9월4일 23:54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쪽 87km해저

"저것들이 모두 한국으로 가는 겁니다. 칭다오로 가는 놈들일 수도 있지만 적이 본국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평택과 해주, 인천으로 갈 것들이겠죠."

부장 진철규 소령이 묵묵하게 말하며 신지훈 중령의 눈치를 살폈다. 신지훈 중령은 아까부터 계속 아무런 말 없이 주변 상황만을 확인하고 있었다. 대형 자동차 수송선 4 척과 컨테이너선 20여 척은 놓치기에 아까운 것들이었다. 모두 엄청난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고 있을 것이다. 후방에는 뉴포트급 전차상륙함 2 척도 있었다.

KSS-2 사업으로 도입된 한국형 214급, 최익현급의 1번함 최익현은 엄청난 사냥감들을 눈 앞에 두고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을 한다면 크나큰 전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즉시 주변에 있는 연합군의 호위함들이 최익현을 발견하고 떼로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재래식 잠수함은 그 존재가 발각될 경우 살아남기 매우 힘들다.

"모두들 죽는 거야 각오했겠지?"

시종일관 침목으로 일관하던 신지훈이 한 마디 하자 진철규와 다른 승무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죽는 걸 각오했냐고 묻는 질문은 신지훈이 공격을 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반영하는 말이었다.

"이 전쟁이 터질 때 이미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전쟁 끝날 때까지 살았으니 오래 살았죠."

작전관이 간단히 대답했고 다른 승무원들도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승무원 몇 명은 얼굴이 밝지 않았지만 대세는 공격하는 것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철규가 말했다.

"호위함은 모두 무시하고 처음에 수송선만 잡아야 합니다. 찰나로 뒤에 있는 뉴포트급 2 척을 잡고 자동차 수송선 4 척도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한 놈에 어뢰 한 발씩만 먹여줘야 합니다."

"우리의 생존은 무시한 작전이로군."

"물론입니다, 함장님. 생존 가능성을 염두한다 해도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진철규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전쟁기간동안 세계 주요나라의 해군력이 급감했다지만 연합군이 물량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의 라파예트급 프리깃과 미국의 페리급 프리깃,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캐나다의 이루퀴스급 구축함으로 구성된 수송선단 호위전력은 잠수함 한 척 잡기엔 과도한 양이었다. 동료함 없이 공격해야 하는 최익현 입장에선 크나큰 부담이었다.

"어뢰실, 1, 2번 발사관에 찰나 장전, 나머지 발사관에 흑상어 장전하라."

어뢰실로 향하는 통신기를 잡은 신지훈이 발사관에 어뢰와 미사일을 장전할 것을 명령하면서 수송선단의 움직임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수송선단은 제주도 서쪽을 그대로 통과하여 서해로 향하는 항로를 잡고 있었고 속도는 평균적으로 시속 10노트 정도였다.

"기다릴 것 없습니다. 즉각 공격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진철규는 즉각적인 공격을 주장했다. 이왕 공격을 결정한 거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지훈은 보다 확실한 성공을 원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발사한 어뢰와 미사일 중 단 하나라도 명중하지 않는다면 아쉬운 일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린다. 아직 거리가 어느정도 있고. 조금 더 거리를 좁힌 후 날려 버리는 거다. 알았나, 부장?"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공격할 줄 알았던 진철규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신지훈으로선 공격이 실패하여 헛되게 죽는 일은 기필코 피해야 했다. 그것은 함장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아직 공격할 기회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9월5일 00:22 일본 혼슈 오사카부 동쪽 67km지역

"쓰펄! 더럽게도 많네. 거리 1786m, M-1 전차에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앙!!!!!!

사방에서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연합군의 대규모 전차부대를 본 김인호가 담담하게 포탄발사를 명령했다. 반격작전 개시 이후 지금까지 쭈욱 보아온 것이기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았다. 다만 저 많은 적들을 물리치기 위해선 엄청난 포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짜증날 뿐이었다. 김인호가 목표로 지정한 M-1 전차가 폭발하는 모습은 보기드믄 장관이었다.

- 전 부대는 계속 적과 교전하면서 천천히 후퇴하라. 무조건 도망치지도 말고 그렇다고 싸우는데 열중하지도 마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적절히 적과 맞서 싸우면서 후퇴하는 거다.

지금 통신망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놀랍게도 육군 중장으로 일본주둔군 총사령부에서 직접 전황을 살피기 위해 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직접 전투현황을 일일히 살피며 지휘를 내린 최고위자는 대대장이었다는걸 생각하면 이번에 온 장군의 태도는 사령부가 뭔가 일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하였다.

"에라, 신경쓸 게 뭐냐? 거리 1770m, 적 M-1A1에 철갑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어차피 자기는 최일선에서 직접 적과 싸우는 역할에 불과했다. 사령부에서 뭘 꾸미고 있는지 신경 쓸 입장은 되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마음 놓고 적과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콰아아아아앙!!!!!

"으윽! 이거 뭐야? 피격당했나? 피해상황은?"

갑자기 전차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면서 김인호의 몸이 세차게 흔들렸다. 급히 정신을 차리고 김인호가 전차의 피해상황을 확인했다. 일단 격파당하진 않았으니 다행이었지만 전투에 필수적인 주요장비가 나갔다면 크나큰 타격이 된다.

"망할! 주포안정장치와 적외선 관측기가 나갔습니다!"

포수의 급박한 보고는 비명 그 자체였다. 주포안정장치가 없으면 기동사격시 명중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동사격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적 전차 격파를 위해 차를 멈추고 사격할 경우 적의 좋은 목표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적외선 관측기가 없다면 깜깜한 한밤중에 적을 찾는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김인호의 K-1A1 전차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동료들을 위한 총알받이가 유일했다.

"천마 6이다. 주포안정장치와 적외선 관측기 손실! 전투불능이다. 퇴각하겠다!"

어차피 보고를 받을 사람도 없었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중대원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전투이탈 사실은 알려야 했다. 김인호보다 높은 중대 상급자들은 모두 전사해서 김인호가 임시 중대장 역할을 해야 했지만 달랑 3 대 남은 중대 전차들을 굳이 지휘할 필요는 없었다. 격렬한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른 중대에 편입된다던지 그런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 콰아아아아아앙!!!!!!!

"으으윽!!!"

다시 포탄 한 발이 김인호의 K-1A1 전차 정면을 두들겼다. 105mm 포탄이었기에 튕겨낼 수 있었지 만약 120mm APFSDS탄이었다면 절대 방어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인호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어서 물러나! 어서!"

두 번에 걸쳐 전차가 적 포탄에게 피탄당하자 다급해진 김인호가 조종수를 닥달했다. 하지만 K-1 계열 전차의 후진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어서 싸우면서 뒤로 물러서고 있는 동료 전차들보다 약간 빠른 수준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 아군 포병대의 MLRS 포격이 시작되었다! 그 틈에 제 2 저지선으로 물러서라!

- 슈우우우우우웅~~~~~!!!!!!!

포병소식이 전해지고 2~3초 뒤에 하늘에서 유성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군의 MLRS 사격인 줄 알았으나 크나큰 착각이었다. 아직 아군의 지원사격이 미군의 머리 위로 퍼부어질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맙소사! 어서 도망쳐! 어서!"

하지만 김인호가 뭐라고 한다 해서, 조종수가 필사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전차의 속도가 더 올라가진 않는 법이었다. 미군의 대대적인 MLRS 제압사격이 한국군 전차부대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 대의 전차와 보병 전투차들이 불덩어리로 변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물론 그 광경을 보고 통쾌해하는 미군들도 뒤늦게 포격경보를 받고 공포에 빠져야 했다.


9월5일 00:46 경상남도 진주시

- 콰콰콰콰쾅!!!!!!!!! 콰콰쾅!!!!!!!!

진주시 곳곳의 미군 방어거점에 대해 A-50 골든이글 공격기의 정밀폭격이 계속 되었다. 비단 A-50에 의한 공습뿐만 아니라 진주시 사방을 에워싼 한국군 포병대에 의한 포격도 지겹도록 계속되고 있었다. 특히 진주시에 대한 곡사포의 기화폭탄 공격은 미군의 진주시 방어거점에 크나큰 타격을 입혔다.

"이미 진주시 북쪽으로 차단병력이 도착, 적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잠시 후, 진주시를 탈환하고 그대로 여수와 광양을 탈환하면 작전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주시 공략을 담당한 제 13 독립 기계화보병 여단장이 자신있게 말했다. 이미 13 기보여단 병력들이 진주시 탈환의 명령을 기다리고만 있었고 진주 방면의 한국군 총지휘관인 박해선 제 2 기계화보병 사단장도 만족해 하는 분위기였다.

"여수와 광양으로 올라온 놈들을 확실하게 고립시켜야 해. 그러기만 하면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셈이야."

박해선은 예전에 진주를 포기한 것이 다행이라며 매우 좋아했다. 진주 함락 이후 미군 별동대는 대전 - 통영간 고속도로를 따라 무리한 한밭 남부 공략을 한 것이 실수였다. 평택에 상륙해 한밭을 목표로 공격하던 원정군 3 군을 남쪽에서 지원하여 한국군 방어부대를 분산하겠다는 생각은 좋았지만 원래 여수와 광양으로 상륙한 미군은 그 전력이 그리 강한 것도 아니었고 병력도 5 개 사단에 불과했다. 측면의 위협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한밭 공략에 집중한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이제 미군은 함양과 거창에 고립되었습니다. 그냥 밀어버리는 것고 가능하지만 불필요한 피를 흘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른 지역의 포위망도 견고하니 적이 포위망을 돌파할 가능성도 없습니다."

13 여단장의 말 그대로였다. 함양과 거창에 고립된 미군 5 개 사단은 모든 방향에서 한국군에 의해 고립된 지경이었다. 미군이 아무리 기를 써서 이를 뚫으려 해도 포위망을 뚫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구쪽에만 5 개 사단이 대기하고 있었고 무주에도 3 개 사단이 배치되어 포위망을 튼튼히 하고 있었다. 박해선 휘하에도 5 개 사단이 있었다. 미군의 서해안 상륙전만 아니었으면 거의 30여 개에 달하는 사단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만약에 대비하고 진주 북쪽에 3 개 보병사단을 투입하는 게 좋을 거니다. 우리 사단에서 여단 하나를 차출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좋은 의견이야. 그대로 하게."

박해선이 참모장의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지만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군사작전이었다. 사지에 몰린 미군이 발악하여 결국 포위망을 뚫는다면 역으로 한국군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참모장의 건의를 수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나저나 시간을 너무 많이 끈 것 같군. 공격명령을 내리게. 폭격과 포격은 중단하고 13 여단은 즉각 진주시로 진입, 저항하는 적을 섬멸하고 진주시를 탈환하라."

"알겠습니다."

박해선의 명령을 받은 13 여단장이 밝아진 얼굴로 대답하며 급히 공격명령을 전파했다.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13 여단 병력들이 진주시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K-300 보병 전투차와 K-1 전차들이 불을 내뿜으며 진주시로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위엔 KAH-1공격헬기들이 엄호하고 있었다. 적외선 관측기로 그 장면을 보던 박해선이 지휘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9월5일 01:12 황해남도 해주시 상공

"데빌 편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적 조기경보기를 제압하라. 기필코 제압해야 한다. 충주에서 이륙한 공군 F-15K들도 지원할 것이니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아군 조기경보기로부터 목표 위치를 확인한 안지훈 대령이 다시 한 번 말하며 미군의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제압을 신신당부했다. 데빌 편대가 맡은 조기경보기 제압은 공중전에서 상대방의 눈을 없애는 필수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아주 중요한 임무였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서는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작전의 요체였다.

- 데빌 리더 라져.

데빌 편대장의 호쾌한 대답을 들은 안지훈이 어느 정도 안심을 하였다. 이제 작전대로 적이 아군의 목표를 조기경보기 제압으로 오판하고 조기경보기 구원에 전력을 다한다면 작전에 큰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조기경보기를 제압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 되더라도 한국 해군항공대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 적 전투기 대거 접근중! F/A-18E/F와 F-35다! 미사일 사거리 안이다!

"알았다, 즉각 교전하겠다. 데빌을 제외한 모든 편대는 즉각 공중전에 돌입하라. 미사일 락 온!"

안지훈이 급히 편대원들에게 교전 명령을 내리며 자신도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무려 1 년이 넘는 기간동안 작전지휘에만 여념하다 보니 킬 마크를 올리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이번에 몸좀 풀 생각이었다.

"전기, 미사일 발사 후 돌입하라. 아직 암람 사거리 바깥이다. 팍스 쓰리! 팍스 쓰리!"

다시 한 번 간단하게 지시를 내린 안지훈이 알라모 미사일 두 기를 연거푸 발사했다. 다른 수호이 전투기들도 차례대로 알라모 미사일을 발사해서 순식간에 수십 기의 미사일이 미군 전투기의 대편대를 향해 날아갔다. 아직 암람 사거리 바깥이었던 미군 전투기들은 미처 미사일 발사도 하지 못한 채 다가오는 미사일을 회피해야 했다.

"지금이다! 데빌 편대는 최대한 빨리 적 조기경보기에 접근하라! 행운을 빈다."

- 데빌 리더 라져. 백 년 뒤에 뵙겠습니다, 단장님.

대빌 편대장이 농담 섞인 대답을 하자 안지훈이 씁쓸해졌다. 말 그대로 자살공격에 가까운, 귀환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작전을 데빌 편대원들은 자원해서 하고 있었다. 역시 진성확 대장이 말렸더라도 자신이 직접 그 작전에 나섰어야 했다는 후회가 깊게 남았다.

- 새로운 적기 편대다! 숫자는 24기! 모두 슈퍼호넷이다!

지금까지 침착하게 정보를 전해주던 조기경보기 관제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변했다. 동시에 안지훈의 수호이-37에 새로이 접근 중인 미군 전투기의 또 다른 대편대의 위치가 급히 나타났다. 조기경보기와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정보를 받은 것이었다.

"대응시간이 너무 빨라! 이거 뭔가 이상해. 설마? 그럴 리가?"

안지훈이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젓곤 알라모 2 기를 다시 발사했다. 이번엔 미군 전투기들도 암람 사거리 내에 진입한 상태여서 아군기들도 미사일 발사 후 회피기동에 들어가야 했다.

- 뭔가 이상합니다! 놈들의 대응이 너무 빠릅니다.

"상관 없어. 놈들이 전투기를 많이 동원할 수록 좋은 거야!"

예하 편대장의 비명에 안지훈이 바로 큰 소리로 외치며 불안감을 씻어 주고자 했다. 분명 안지훈의 말대로 적기가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작전 성공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대응이 생각보다 빠른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은 공중전에 신경써야 했다.

"에잇! 정말 끈질기군."

끝까지 자신의 기체를 쫓아오는 암람 미사일을 확인한 안지훈이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채프를 연달아 투하하며 '미사일아, 제발 속아라' 하고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렇게 빈 것이 효험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집중적으로 뿌려진 채프 구름에 암람이 속아 자폭했다.

그러나 방심할 틈은 없었다. 미사일을 피해 살아남은 양측의 전투기들간 거리는 매우 가까워져 이제 근접 공중전, 도그파이팅을 해야 했다. 아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두 기와 기관포를 점검하며 안지훈이 기체의 속도를 높였다.

"팍스 투! 팍스 투!"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기를 포착한 안지훈이 가차없이 아처 미사일 두 기를 모두 쏟아 부었다.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하려던 미군 슈퍼호넷 전투기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아처 미사일을 피하지 못하였다. 조종석 근처에서 폭발한 미사일에 의해 반쯤 부서진 슈퍼호넷이 폭발하면서 기나긴 추락을 시작했다. 그러나 안지훈에겐 여유있게 격추된 적기의 모습을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건스! 건스! 건스! 건스! 잡았다! 데빌 편대는 어떻게 되었나?"

아군기의 꼬리를 잡은 F-35의 엔진과 왼쪽 주익을 벌집으로 만들어 버린 안지훈이 그제서야 생각난 듯 조기경보기 관제사에게 데빌 편대의 상황을 물었다. 들려오는 대답은 역시나였다.

- 데빌 편대는 미사일 발사 후 모두 격추당했다. 잠시 후면 데빌 편대가 발사한 미사일들이 적 조기경보기에 명중할 것이다. 적 조기경보기 격추는 성공이다.

'성공이라고? 말도 안 돼!'

자신들을 향해 수십여 기의 전투기들을 출격시킨 연합군이 어째서 조기경보기 구원을 위해 다른 전투기들을 차출하지 않는가? 그 수수께끼의 의문은 이내 풀렸다.

- 방위 1-8-0, 거리 120에 적 조기경보기, 호크아이다!

"썩을!"

새로운 적 조기경보기 발견 소식이 안지훈이 당황했다. 연합군은 동시에 조기경보기 두 대를 띄우고 그 중 한 대만을 운용하고 다른 한 대를 후방으로 빼놓았던 것이다. 지금처럼 한국군이 필살의 공격으로 조기경보기를 격추시키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조기경보기를 충원하면서 투입된 한국 전투기들을 제압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상관 없어! 공군만, 공군만 온다면!"

안지훈이 절규마혀 다시 기관포 발사 버튼을 눌러다. 묵직한 30mm 기관포가 불을 뿜으면서 슈퍼호넷에 기관포탄 십여 발이 내리꽂혔다. 잠시 후, 추락하던 슈퍼호넷이 폭발했다. 슈퍼호넷의 불붙은 잔해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 1-8-0 방향에서 새로운 적기 대편대 접근중!

조기경보기 관제사의 비명이 통신기에 울려 퍼졌다. 급히 세종대왕함에서 잔존 전투기들이 이륙을 시작했지만 이들을 구원하기엔 너무 늦었다. 분노로 물든 안지훈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막 아군기를 격추시킨 적기 하나를 다시 벌집으로 만들고 새로운 목표를 찾으려는 안지훈의 뒤에서 F-35 전투기가 사이드와인더를 조준했다. 안지훈은 끝내 뒤의 적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9월5일 01:28 충청남도 아산시 상공

- 세종대왕 전단의 수호이 전투기들이 미 해군항공대의 대규모 제파 공격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다!

노발대발 방방 뛰고 역성 내고 협박 하고 기타 등등 무수한 압력과 권력남용으로 부상당한 파일럿 대신 전투기에 탄 비행단장이 단호하게 외쳤다. 제주도의 연합군 전투기들을 F-16과 라팔이 필사적으로 제압하는 동안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거의 모든 F-15K 전투기가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엄호기는 공군에 얼마 남지 않은 미그-29와 수호이-35 전투기가 전부였다.

- 전 중위, 자네 대함공격 처음이지?

비행단장의 말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공격 전 무장과 기체상황을 점검하던 전성수에게 후방석의 이상렬 소령이 말을 건넸다. 전성수는 짧은 기간동안 무수히 많은 공중전을 겪었고 최고수준의 킬 마크를 올린 에이스가 되었지만 지상공격이나 대함공격 같은 임무는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네, 이번이 처음입니다."

-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긴장 말고. 공중전하고 마찬가지야.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거야. 긴장되냐? 긴장되면 내가 대신 할께.

"괜찮습니다. 긴장이 되긴 합니다만 크게 문제 되진 않습니다."

- 그래야지. 그래야 한국공군 최고의 에이스지. 잘 해.

역시 이상렬은 최고의 후방요원이었다. 지금처런 자잘한 것까지 다 신경쓰는 것이 싫긴 했지만 그만큼 이것저것 잘 챙겨주었고 자신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늘 생각하는 거였지만 이상렬이 자신의 후방요원이란 사실은 정말 다행이었다. 전성수가 최고의 에이스가 된 데에는 이상렬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 잠시 후 공격 개시선이다. 공격 개시선에서 일제히 대함미사일 발사한다. 중국 해군항공대가 동시공격을 한다고 통보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라.

중국군이 그래도 도움을 준다면 엄청난 쪽수로 연합군의 시선을 돌려주거나 미사일을 소모시켜 준다는 것이었다. J-10이나 J-11같은 신형기는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러시아에게 도입한 해군항공대의 수호이-30도 많은 숫자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그런 신형기체들은 이미 절반 이상을 소모한 후였다.

"쩝,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한 게 뭐 있을려나?"

전성수가 이번 전쟁에서 중국군이 한 일을 곰곰히 따져 보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었다. 유일한 활약이라곤 전쟁 초반부터 활약한 킬로급 잠수함 372번함이었지만 결국 동태평양 해전에서 격침당했다. 372번함을 제외하곤 중국군은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타이와 필리핀같은 약소국이나 상했고 한국과 러시아를 확실하게 지원한 것도 아니면서 맨날 참패만 거듭하는 놈들이었다.

- 잡담 중지, 곧 공격 개시선이다. 전기, 미사일 발사 준비.

비행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성수가 마지막으로 찰나 대함미사일을 점검하며 미사일에 적 함대의 위치를 입력했다. 항공모함 네 척과 다수의 호위함으로 구성된 미국의 대함대였다. 미 함대에 큰 타격만 입힌다면 승리가 보다 쉬워질 것이다.

- 적기 접근중! 슈퍼호넷 8 기다. 아직 암람 사거리에 진입하기 전이다.

- 전기 대함미사일 발사!

적기 접근을 알리는 조기경보기 관제사와 미사일 발사를 명령하는 비행단장의 말이 교차했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전성수의 엄지 손가락이 붉은색 버튼을 눌렀다. 그 즉시, F-15K에서 분리된 찰나 대함미사일 2 기가 속도를 빠르게 높이며 북서쪽으로 날아갔다.

- 이대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모두 기지로 귀환하라. 놈들에게 당하기 싫으면 어서 서둘러!

대함미사일 배달이라는 임무를 완수한 이상 여기서 노닥거릴 틈은 없었다. 70여 기에 달하는 F-15K 전투기들이 일제히 애프터버너를 가동하여 속도를 높이며 기지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기지로 귀환한 다음 쉴 틈도 없이 바로 무장을 바꿔 달고 출격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기지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9월5일 01:31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 동남쪽 18km해상

"함대에 대함미사일 경보 발령!"

"접근 중인 대함미사일 총 144 기입니다. 호크아이가 추적하고 있습니다. 속도 마하 3, 아무래도 찰나인 모양입니다. 폴 해밀턴에서 요격 시작했습니다."

엘릭서가 당황한 채로 대함미사일 접근을 보고했다. 옆에선 뉴코먼 대령이 담담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도네스가 잔뜩 긴장하여 미사일 요격 상황을 살펴 보았다. 마하 3이라는 가공할 속도를 내는 찰나 대함미사일들이 갑자기 부채꼴 모양으로 산개하며 함대를 삼면에서 덮치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당황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케인에서도 스탠더드로 대응 시작했습니다."

"위치가 안 좋아. 완전히 뒤통수를 얻어 맞았어.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던 모양이군."

함대 방공전을 지켜보던 도네스가 한 마디 했다. 함대는 한국해군 항모전단의 대규모 공격에 대비하여 방공진형을 구축했는데 이번엔 남쪽에서 대규모 대함미사일 공격이 감행되었다. 결국 지금 당장 방공전을 할 수 있는 함은 2 척에 불과했다. 함대에는 알레이 버크급 방공구축함 벨켈리, 맥캠벨, 프레블, 핑크니, 하워드, 루즈벨트 이렇게 6 척이 더 있었지만 이중 2 척이 수송함대 호위를 위해 떠나 함대에 있는 방공 구축함은 6 척에 불과했고 그중 4 척이 한국해군의 공격에 대비해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함대와 미사일대군간 거리 50km, 위험합니다. 현재 목표 38까지 요격 완료."

"합동전술정보분배시스템 가동합니다. 하워드와 루즈벨트, 벨켈리와 프레블에서 미사일 발사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역시 합동교전능력이었다. 북쪽에 배치된 이지스함에서 급히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이 미사일들은 방공전을 책임지는 폴 해밀턴과 오케인이 유도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다 해도 다가오는 미사일을 모두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표 60까지 요격 완료. 미사일 추가 발사합니다."

"페리급 프리깃들도 미사일 발사했습니다."

신속한 대응도 어렵고 미사일 추가 발사도 어려운 페리급 프리깃들도 부랴부랴 스탠더드를 발사했다. 페리급에서 발사한 미사일도 모두 이지스함이 유도하기로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면서 이지스함이 아닌 다른 전투함들도 미사일 발사를 서둘렀다.

"1-0-3 방향에서 접근중이던 찰나 14 기 추가 요격! 1-7-6 방향의 찰나 6 기 요격했습니다. 2-5-3 방향에서도 24 기 추가 요격했습니다! 남은 대함미사일 40 기!"

"미사일 4 기 추가 요격! 목표 110까지 요격 완료! 미사일과 함대간 거리 20km!"

이제 눈앞에서 미사일들이 폭발하는 장면이 보일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졌다. 각함에서 급거 발사된 미사일들이 차례차례 찰나를 요격했지만 찰나는 너무 빠른 미사일이었다.(그걸 100 기 넘게 요격해 버린 미 해군의 방공망도 막강했다.) 스탠더드 2 기가 거의 동시에 폭발하면서 찰나 하나를 요격했지만 그 다음에 쇄도하는 찰나는 어찌할 수 없었다.

"선두 미사일, 함대와 5km 거리까지 접근! 팰렁스와 채프로 대응 준비합니다!"

마하 3짜리 미사일에게 근접방어화기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 의문이었지만 일단 쓸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해야 했다. 지금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팰렁스, 요격 시작합니다!"

각 함정들 달린 20mm 팰렁스가 미친 듯이 포탄을 토해냈다. 덩치가 큰 찰나 미사일 몇 기가 팰렁스의 탄막에 걸려 요격되었지만 완전 방어는 불가능했다.

"오케인 피격! 이런, 세상에..."

팰렁스와 채프로 필사적으로 요격하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방공 구축함 오케인이 찰나 한 기에 명중당해 불길에 휩싸였다. 온몸에 불이 붙은 미군 병사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도 전에 두 번재, 세 번째 찰나가 오케인을 강타했다. 찰나 세 기를 연속적으로 맞은 오케인이 침몰하기 시작했으나 또 다시 날아온 찰나가 죽어가는 오케인을 확인사살했다.

"폴 해밀턴도 피격됐습니다!"

다른 방공 구축함 폴 해밀턴도 쏟아지는 찰나 세례를 모두 막아내지 못하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같이 팰렁스를 쏘아대던 페리급 프리깃 두 척도 찰나 두 기씩을 얻어맞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잔존미사일 12 기, 계속 접근중입니다! 찰나 4 기가 본함으로 오고 있습니다! ESSM으로 대응합니다!"

구축함와 프릭 두 척씩을 잡아먹은 미사일들이 배가 차지 않은 양 항공모함들을 향해 쇄도했다. 항모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한 척이 ESSM을 연신 쏘아대며 찰나를 요격하려 했지만 단 두 기만을 떨궜을 뿐이었다. 각 항공모함에서 발사한 ESSM도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남은 대함미사일 5 기라는 절망적인 보고가 들려왔다.

- 콰아아아아앙!!!!!!!

대함미사일중 한 기가 아이젠하워의 갑판에 내리꽂히자 엄청난 충격이 함 전체에 전해졌다. 마하 3에 달하는 미사일의 운동 에너지에 의해 가해지는 충격은 엄청났다. 동시에 찰나의 탄두가 폭발을 일으키면서 갑판 일대가 화염에 휩싸였다.

"어서 소화작업 해! 어서! 빨리 복구해서 함재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사령관님, 저기..."

뉴코먼 대령이 놀란 얼굴로 뒤쪽을 가리켰다. 도네스가 휙 돌아 뭔가 하고 바라보다가 눈이 휘동그랗게 커졌다. 찰나 4 기를 연거푸 맞은 항공모함 한 척이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새빨간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침몰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9월5일 02:18 충청남도 공주시 의당면

"망할! 우리 머리 위로 적기들이 떼거지로 지나갔단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싸워! 엿같은 공군 개자식들! 엿이나 쳐먹을 놈들!"

참모들이 길길이 날뛰는 드레이크를 말리지도 못하고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침묵을 지켰다. 30분 전부터 드레이크는 계속 이 모양이었다. 한국군 3 개 기보사단의 대규모 공세를 완전히 막아내 커다란 타격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레이크가 방방 날뛰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제공권 문제였다.

방금 전 서해상의 해군이 한국공군의 대규모 공격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구축함과 프리깃 2 척씩이 격침당한 것 말고도 귀중한 항공모함 두 척이 전투능력을 상실했고 그 중 한 척은 최소 1 년 이상은 수리를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해군을 공격한 한국공군 전투기들이 이들의 머리 위를 그대로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패트리엇이 있었지만 대대적인 전파방해와 한국군의 방공망 제압작전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만약 놈들이 해군이 아닌 우리를 두들겻으면 어떻게 될 뻔 했어? 우린 아주 전멸당했을 거야! 한국놈들 막아내면서 우리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는데 공습까지 당했으면 아주 볼만 했을거야! 공군도 그렇고 해군항공대도 그렇고 철저하게 제공권은 장악해 줘야 하는거 아니야? 방공부대 녀석들도 마찬가지야!"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패트리엇들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공군의 대규모 공습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싶습니다."

가만히 있던 참모장이 드레이크를 말리기 위해 나섰다. 사령관이 저렇게 계속 흥분만 하고 있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드레이크는 계속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할 뿐이었다.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 달라진 점은 없었다.

"1 군도 잘 하고 있어! 결국 서울 외곽에서 묶이고 한국군 주력에게 차단당했잖아? 2 군 새끼들은 더 한심해! 그렇게 쉽게 밀리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 별동대 녀석들은 한국군에게 포위되어 완전 고립되었고! 그나마 일본쪽은 상황이 낫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불리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한국과 일본 양 전선에서 일제히 감행된 대반격으로 전선 곳곳이 붕괴되거나 붕괴될 위기에 처했고 곳곳의 주요부대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성공적으로 반격을 막아낸 경우는 드물었다.

"아마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태평양 통합 사령부에서는 1 군과 2 군을 모두 우리쪽으로 쏟아부을 겁니다."

"그렇겠지. 제대로 상륙교두보를 확보하고 반격을 막아낸 건 우리밖에 없으니까..."

드레이크가 겨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제 냉정하게 판단해야 했다. 아직도 좌우측면에선 한국군의 맹공이 계속되고 있었다. 예비병력을 돌리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고 그래도 지금은 예비병력을 돌릴 여유가 있었다.

"278 기갑기병연대와 11 기갑기병연대를 청주쪽으로 돌렸습니다. 7 기보사단이 서산에 전개했고 81 여단은 만약에 대비해 금강 방어선에 전개할 예정입니다. 34 사단은 오산에서 한국군 주력의 남하를 저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하루정도만 버티면 될 거야. 아니, 하루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어. 그 안에 놈들은 제풀에 지쳐 쓰러질 게 불보듯 뻔한 일이니까. 예비병력 없이 총공세를 한 게 실수였어. 하긴 놈들에게 예비병력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드레이크의 말에 참모들이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승리는 어렵더라도 이곳에서 제대로 교두보를 확보하고 전선을 안정시키면 추후 투입병력이 훨씬 많은 연합군이 승리할 것이다. 갑작스런 파키스탄의 참전으로 인도군 상당수가 투입되지 못하지만 호주군이나 뉴질랜드군, 캐나다군 같은 타국군도 많았고 미국의 신설사단도 상당히 많았다. 그 많은 병력들이 3 군이 확보한 교두보로 올라온다면 한국은 이제 끝이었다.

- 콰콰콰콰콰쾅!!!!!!

"이게 뭔 소린가?"

"아마 적 잔존포병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모양입니다."

작전참모가 잽싸게 나서서 말했다. 사실 그것 말고 따로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반나절에 걸친 금강에서의 혈투로 미군 방어부대와 한국군 기계화부대 모두 경악할 피해를 입었다. 이 일대에서 격파된 채 버려진 전차 숫자만 해도 5백 대는 가볍게 넘었다. 강 한 가운데에 격파된 전차들만 세어도 수십 대는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다시 공격할 리 없었다.

"그렇겠지. 즉각 대포병사격으로 제압하라고 해."

그렇게 말하는 드레이크의 눈은 아까 흥분할 때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닌 승리를 확실하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과 같았다. 방어선에 다시 적의 포격이 가해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때였다. 바깥에서 통신참모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했다.

"사단장님! 큰일 났습니다! 한국군의 공세입니다!"

"그놈들이 아직도? 상관 없어. 이미 놈들은 개박살났어. 멕시코군만 투입해도 이길 수 있을거야. 즉각 멕시코군에게 전투명령 내리도록."

"아닙니다! 그게 아닙니다! 아주 팔팔한 놈들입니다! 최소 전차 수백 대입니다! 한국군 기갑사단 하나가 이곳으로 북상중입니다!"

"뭐라고?"

믿을 수 없는 통신참모의 보고에 드레이크가 당황했다. 이윽고 프레데터 무인정찰기가 보내온 영상이 지휘소의 스크린에 비추어졌다. K-1A2와 K-2로 구성된 한국군의 대규모 기갑부대와 K-300 보병 전투차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프레데터는 곧 격추되었습니다만 확인된 정찰결과에 따르면 녀석들은 기갑사단입니다."

"기갑사단!"

드레이크의 몸이 얼어붙었다. 최상의 장비로 무장한, 지금가지 싸움 한 번 안 한 막강한 기갑사단이 방어선을 돌파하기 위해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을 저지해야 할 연합군은 계속된 전투로 엄청난 전력 피해를 입은 형편없는 부대였다.

"어서 사령부에 연락해! 어서! 한국군의 기갑사단이다!"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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