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블러디 스톰


로그인  회원가입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5>
라데니조아  2003-10-20 22:10:36, 조회 : 15,989, 추천 : 52

9월5일 07:54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앞으로 질주하는 양측 전차들이 쉴틈 없이 포탄을 내뿜었다. K-2와 K-1A2, M-1A2와 T-80U 등 양군의 주력전차들이 모두 한자리에 집결한 만큼이나 전투 또한 격렬했다. 서로 포탄을 발사할 때마다 전차 한 대가 격파당해 주저앉았고 그 즉시 다른 전차가 대신 복수탄을 날렸다.
"2시 방향에 적 M-1A2 전차, 거리 857. 날탄 발사!"
- 콰아아아아아앙!!!!!!

이런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서도 김병성을 비롯한 한국군의 K-2 전차 승무원들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K-2 전차의 뛰어난 방어력은 미군의 M-1A2나 인도군의 T-80U 후기형, 그리고 같은 한국군의 4세대 초기형 전차인 K-1A2에 비하여 전면장갑이 상당히 두터웠고 대전차 미사일 능동요격체계까지 있어서 그 어느 전차보다 생존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격파! 다시 날탄 장전."

이쪽으로 포구를 돌리던 적 전차의 포탑에서 불길이 치솟는 걸 확인한 김병성이 두 주먹 불끈 쥐며 다시 날탄장전을 명령했다. 금강을 도하한 후 파죽지세로 연합군의 조잡하기 짝이 없는 방어선을 돌파하며 이곳까지 매섭게 몰아붙인 한국군 최정예 8 기갑사단이 적 전차부대에 의해 저지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지만 차근차근 적 전차부대를 밀어내고 있으니 속이 통쾌할 뿐이었다.
"남은 날탄이 일곱 발 뿐입니다!"

전투개시 이후 게속해서 큰 소리로 복창한 덕에 목이 쉰 포수가 힘겹게 목소리를 높이며 보고했다. 공세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세를 멈춘 적은 없었다. 그 말은 이들이 지금까지 어떠한 보급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날탄 7 발은 순식간에 소모된다. 빠를 경우 1분 이내에 7발을 모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11시 방향에 적 전차, 거리 960. 날탄 발사!"
김병성이 포수의 보고를 들은 채 만 채 하며 다시 공격명령을 내렸다. 격파당한 전차들 사이사이로 빠져나오며 달려오던 T-80U 전차가 정면에 포탄을 맞고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김병성은 아까와 같이 주먹을 불끈 쥐거나 소리높여 좋아하지 않았다. 확실하진 않지만 적 전차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로 투입되고 있는 적 전차들이 평택에 상륙한 연합군의 사실상 마지막 예비부대인 미 제 7 기계화보병사단 소속이라는 것을 김병성이 알았으면 까무라쳤을 것이다. 방금 전 격파한 T-80U는 제일 먼저 이곳에 증파된 인도군 기갑대대 소속이었다.

- 더 거세게 밀어붙여라! 후퇴는 없다! 오직 돌격뿐이다! 적에게 시간을 주지 마라!
정기적으로 떨어지던 공격독촉명령이 다시 들려왔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상당히 다급한 모양이었다. 김병성은 계속해서 공격을 독촉하는 여단장이 원망스러웠지만 여단장도 직접 전선을 시찰하러 온 사단장 김경래 소장의 불벼락같은 호통에 쩔쩔 매는 중이었다.

- 이봐! 그래가지고서야 되겠어? 이리 내놔! 험험! 전 장병들은 전투를 계속하면서 똑똑히 들어라. 빨리 적의 저항을 무너트리고 평택으로 진격하라! 진격이 지지부진하면 자네들의 머리 위로 MLRS가 덮칠 것이니 그리 알아라.
여단장의 마이크를 빼앗은 김경래 소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하자 김병성이 찔금 했다. 아군의 머리 위에 폭탄을 날리겠다는, 이 고전적인 독려방법은 세계 전사상 여러 차례 좋은 성과를 거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통용될 수 없었는데 미군의 저항이 그만큼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씨발! 지가 직접 와서 싸워보라고 해! 미국에서 부하들 다 죽여놓고 도망친 주제에! 12시 방향에 적 M-1A2 전차, 날탄 발사!"
김병성이 사단장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면서 다시 목표를 지정했다. 김경래 소장은 미국원정군에 참여했을 당시 미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사단 대부분을 희생시켰다는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김경래가 이 말을 들었으면 아무런 말도 못하고그저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을 것이다. K-2 전차에 탑재된 자동장전장치가 '철컥!' 하는 소리를 내면서 얼마 남지 않은 포탄이 장전되고 곧 이어 120mm 활강포가 포탄을 토해냈다.

- 콰아아아아아앙!!!!!!
- 우익에 적의 새로운 적 출현! M-1A1이다!
목표로 지정한 적 전차가 화끈하게 폭발하고 난 뒤 몇 초 지나지 않아 동료 전차장의 급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군 기보대대가 우익을 엄호하고 있었는데 그 우익에서 미군 전차들이 출현하다니! 갑자기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 1 중대와 2 중대가 우측의 적을 저지하라! 제길! 기보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야?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아군 기보들은 필사적으로 미군 전차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기보들의 결사적인 저지를 뚫고 우익으로 진출한 미군 전차의 숫자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나마 한결같이 대전차 미사일이나 기관포탄에 피격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치열한 격전을 치른 증거였다.

"1시 방향에 적 전차, 거리 790, 날탄 발사! 흑룡 새끼 3입니다. 포탄 보급이 필요합니다. 후퇴를 요청합니다."
다시 새로운 목표를 지정한 김병성이 급히 포탄잔량을 확인하곤 후퇴를 요청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미군 전차 세 대와 한국군 전차 두 대가 거의 동시에 격파당했다.

- 알았다! 흑룡들은 즉시 후퇴해 연료 및 탄약 보급을 받는다! 백룡과 청룡이 후속투입 대기중이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물러서라.
김병성의 퇴각요청을 받은 대대장이 이를 선뜻 수락하며 대대 전체의 후퇴를 명령했다. 포탄부족은 김병성만의 일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대대 차량들은 모두 김병성의 전차와 비슷한 실정이었던 것이다. 김병성의 후퇴 요청이 대대에서 처음이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따름이었다.

후퇴를 허락받은 한국군 K-2 전차와 일부 K-1A2 전차들이 뒤로 천천히 물러서며도 끊임없이 포탄을 날렸다. 섣불리 추격해오던 미군 전차 몇 대가 한국군의 집중포화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박살나자 미군 전차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신중해졌다. 통신망에서 왜 명령도 없이 후퇴하냐고 악을 쓰던 여단장이 포탄부족이라는 대대장의 답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대대가 후퇴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사단 포병대의 MLRS가 대대적인 제압사격을 시작했다. 한국군에 있는 MLRS는 그리 많지 않은 수량이었고 이런 MLRS를 사단포병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예사단이라는 이야기였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싸우고 있던 곳이 대대적인 포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김병성을 부들부들 떨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한편으로는 수십 대의 적 전차들이 처참한 지경으로 나뒹굴고 있을 거란 사실에 흥분되기도 했다.

- 이런, 흑룡들은 최대한 빨리 남쪽으로 후퇴한다. 방금 전 청룡이 적의 포격을 받고 사실상 전멸당했다.
같은 여단의 제 78 기갑대대, 콜사인 청룡이 포격으로 전멸했다는 소식에 김병성이 깜작 놀랐다. MLRS는 원래 미국제 무기였고 수량도 미국이 훨씬 많았다. 한반도에 상륙한 미군이 MLRS를 안가져올리는 없는 법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간의 포격으로 비슷한 효과를 본 셈이다.

"이러다가 우리가 당할 지도 모르겠군."
남쪽으로 후퇴하는 전차의 해치를 열고 바깥으로 나오면서 김병성이 씁쓸하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언제 대대가 적의 포격을 받을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저 미군 무인정찰기가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하길 기원해야 할 뿐이었다. 한국군 보급부대가 있는 의당면을 향해 원래 편제의 절반으로 줄어든 한국군 전차대대가 빠르게 남하하고 있었다.


9월5일 08:36 일본 혼슈 지바현 이치노미야 남쪽 41km지역

- 유로파 및 이오와의 통신 완전 두절! 전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들 서둘러!
"말 안해도 서두르고 있다고. 쳇, 더럽게도 많군."
브래드 일병이 투덜거리면서 최대속도로 후진을 계속했다. 마음같아선 그냥 한 바퀴 돌아 최대속력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후퇴중인 연합군 병력에게 내려진 명령은 적과 교전하면서 천천히 후퇴하라, 즉 시간을 벌라는 소리였다. 만약 자신이 M-4 전차 조종수가 아니라 브래들리나 M-1 계열 전차의 조종수였다면 명령엔 관계 없이 필사적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브래드가 조종하고 있는 전차는 미 육군이 한국군의 강력한 기갑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신형 M-4 맥아더 전차였다. K-2와 맞먹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M-4 전차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전차였으면 벌써 격파당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차에 명중한 포탄만 해도 10 발은 거뜬히 넘었다. 문제는 이쪽이 쏜 포탄도 상대방 역시 가볍게 튕겨낸다는 것과 적 전차 역시 M-4와 같은 4세대 후기형인 K-2라는 사실, 그리고 미군의 M-4 전차 숫자보다 한국군의 K-2 전차 숫자가 더 많다는 것이엇다.

"유로파와 이오는 적의 포격에 당한 모양이야. 4시 방향에 접근중인 적 전차!"
전차장 스티브 리 소위가 중얼거리며 급히 목표를 지정했다. 리 소위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조상이 백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왔다고 했다. 전쟁이 터진 후 미국국적을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국계라는 사실때문에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고통을 받아야 했다. 물론 1941년 진주만 기습 이후 일본인 수용소라는 엽기적인 짓을 한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미국민들의 감정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곳곳에서 집단폭행을 당하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도 차별받기 쉽상이었고 리 소위 역시 부대 내에서 많은 차별을 받았다. 그러나 브래드가 보기엔 한국말도 못하는 리 소위를 한국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차별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후퇴하는 겁니까? 연료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브래드가 볼멘 소리로 물었다. 이치노미야에서 40km 가까이를 후퇴하면서 계속 전투를 하다 보니 슬슬 연료걱정을 할 때가 된 것이다. 하필이면 중대가 연료보급을 받을려는 찰나 적의 공세가 시작된 것이 문제였다.

"얼마나 남았어? 지금 당장 움직이지 못할 정도야?"
"1시간정도 지나면 바닥 납니다! 그 전에 조금이라도 연료보급을 받아야 합니다."
"탄약도 부족합니다! 대탄하고 철갑탄 합쳐서 딱 10발 남았습니다!"

포수 스탠리 상병도 다급하게 외쳤다. 브래드와 달리 리 소위에 적대적이던 스탠리였지만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서 개인적 감정은 뒷전이게 마련이다.

"망할! 한국놈들은 우리군 주력이 빠져나가길 기다렸던 거야. 애초부터 주공은 이곳이었어! 오사카와 교토에서의 공세는 우리군 주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었다고!"

리 소위가 절규하다시피 외쳤다. 오사카 축선에서의 대규모 공세 때문에 3 군단과 5 군단 주력부대들이 다 돌려진 상황에서 쓰루가와 이치노미야 일대에서 또 다른 한국군 기갑부대가 나타났다. 이 새로운 한국군 기갑부대는 정확하게 나고야를 향하고 있었다. 이것이 뜻하는 의미는 단 하나였다. 오사카와 나고야 사이에 미군 주력부대를 고립시킨 다음 포위섬멸하겠다는 의도였고 미군은 깨끗하게 그 함정에 걸려든 것이다.

- 대대장님 전사! 1 중대 3 소대장이 지휘권을 인계한다! 대대는 당황하지 말고 계속 싸우면서 후퇴한다.
대대에 남은 마지막 영관급 장교였던 대대장이 전사하자 리와 함께 전투가능한 대대의 마지막 위관급 장교인 1 중대 3 소대장이 대대 지휘권을 행사했다. 어차피 대대에 남은 전차는 10 대뿐이라 큰 의미도 없었지만. 브래드가 알기론 개전초기 유럽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집중공세를 받은 어느 독일군 기갑사단은 나중에 소위가 사단장 대리를 할 정도로 처참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 정도면 사단은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

- 콰아앙아아아아앙!!!!!
한국군 전차가 발사한 포탄이 다시 이들이 탄 전차를 강타했지만 두터운 전면장갑을 관통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한국군 전차들은 미군과의 거리를 착실하게 좁혀오고 있었고 이렇게 된다면 결국 두터운 방어력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 적 공격헬기 다수 접근중! 블랙샤크다!!!
막 대대를 지휘하기 시작한 1 중대 3 소대장의 비명이 편대장을 가득 채웠다. 그 비명소리가 끝을 맺기도 전에 전차들의 엄호를 받으며 후퇴하던 브래들리 십여 대가 뭔가의 공격을 받고 박살나 활활 타올랐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너무나도 자명했다. 블랙샤크 공격헬기에서 발사한 대전차 미사일이었다.

"망할! 연막탄!"
리가 급히 외치자 그 즉시 전차 외부에 달린 연막탄 발사기에서 연막탄이 발사되었다. 그러나 짙은 하얀 연막이 공기 중에 퍼지면서 전차들을 가려 주기도 전에 블랙샤크 헬기에서 새로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했다. 브래드가 두 눈을 딱 감고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자신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어주고 있었다.


9월5일 08:58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영국군 해병 1 사단 소속 빌 케이먼 중사가 강화고등학교 건물에 임시로 마련된 중대진지를 살펴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도 이들은 아무런 전투 없이 강화도에 상륙했고 그 덕에 전사자는 커녕 경상자 한 명 없었지만 이제 곧 전투에 투입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케이먼도 직감적으로 중대가 해협을 건너 한국 본토에 투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평소 마음에 안 들던 중대원들이 너무나 축은하게 느껴졌다.

'아마 오늘 안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있을 테니까 중대 이동준비 갖추라고 하세요. 대대장님이 말씀하시는데 아마 우리 대대는 김포반도에서 강을 건너 인민군 4 군단을 저지할 것 같답니다.'
오늘 아침 중대장이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케이먼이 한숨을 내쉬었다. 해병 1 개 대대를 강 건너편에 올려보내 인민군 4 군단 병력을 어떻게든 저지해 보겠다는 지휘부의 생각 자체가 코미디였다. 하지만 그런 코미디같은 명령을 내릴 정도로 지금 연합군 사령부가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했고 실제 연합군이 처한 상황도 사령부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과 다르지 않았다.

반면에 아직 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이들도 한국군의 전면 대반격과 2 군의 집단항복 소식을 들었지만 그 정도는 곧 만회하고 다시 서울로 진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만 갖고 있었다. 일부 장교와 부사관들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라? 저건 뭐야? 스타버스트?"
순찰을 돌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던 케이먼이 학교 바깥쪽 대공진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보고 의아해했다. 보나마나 군기 빠진 신병들이 실수한 것이 분명했다. 어제에도 대공포를 조작하던 병사들의 실수로 오발사고가 일어났다. 정말이지 처절한 시가전이 전개되고 있응 한국 수도권 서부지역과 비교하면 평화로운 곳이었다.

-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콰쾅!!!!!!
- 투타타타타타!!!!!!
"공습이다! 한국군 전투기다!"
순간 갑작스레 커다란 폭발음과 대공포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외침을 들은 케이먼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은 한국공군의 A-50 경공격기였다. 한국에 오기 전, 교육을 받으며 보다 확실하게 실루엣을 익혔기에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폭격을 퍼붓는 A-50 공격기들 뒤쪽에 무수히 많은 작은 점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도저히 그 점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 콰콰콰쾅!!!!!!!!
골든이글 공격기들은 정확하게 대공시설과 전차, 장갑차 같은 중화기들만 집중적으로 노렸다. 학교 앞 도로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챌린저-2 전차 두 대가 멀리서 날아온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에 명중당해 파괴당했고 읍사무소 주변에 마련된 전차 정비소에도 폭격이 가해졌다.

"씨발! 미국 놈들은 뭣 하고 있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케이먼은 공습을 퍼붓는 한국군보다 한국군이 공습을 하도록 허용한 미군이 더 원망스러웠다. 주요 전선에서 연합군의 제공권이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으며 일부에선 이미 제공권을 잃었다는 사실을 케이먼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서해상의 미 항모중 2 척이 전투불능에 빠진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미군을 원망하는 것도 당연했다. 항공모함 두 척이 전투불능에 빠진 이후 이 일대의 제공권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는 동안 마음껏 영국군 진지를 유린한 A-50 공격기들이 기수를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울리던 공습사이렌이 다시 꺼졌고 당황해서 급히 뛰쳐나왔던 병사들이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아까 A-50 뒤에 있던 검은 점들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던 점들이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냈다.

"제기랄! 중대에 비상 걸어! 전투 준비! AN-2의 대군이다!"
그러는 동안 강화읍 곳곳에 AN-2 수송기가 착륙하기 시작했다. A-50에게 두들겨 맞은 직후라 모두들 새로운 적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동안 수송기에서 내린 인민군 병사들이 험상궂은 얼굴로 사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 콰아아아아앙!!!!! 콰르르르륵! 투우웅! 타앙!!!!!
순식간에 강화읍 전체가 인민군과 영국군 해병대원의 전투로 인한 총성과 폭음으로 가득 찼다. 학교 건물 곳곳에 있던 중대원들이 부랴부랴 무장을 챙기고 뛰어나왔다. 케이먼이 학교 담을 넘어 오려던 인민군 한 명을 사살하는 동안 학교 옥상에 설치된 기관총 진지가 RPG로 추정되는 로켓탄의 공격을 받아 무력화되었다. 마치 기관총 진지가 제압되기를 기다렸다는듯이 AN-2 수송기 몇 대가 학교 주변에 착륙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중대 진지가 적에게 포위당했고 사방에서 총탄과 로켓탄이 쏟아졌다.

"으아아아악!!!!!"
총탄에 맞은 한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으나 케이먼은 지금 그를 도와줄 방법이 전혀 없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을 도와준다는 건 사치였다. 너무나 비정한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전쟁영화에서 전우가 쓰러지자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쓰고 달려가 그를 구해내고 오는 장면은 실전에서 보기 매우 드문 일이었다. 빗발치는 총탄을 무릅쓰고 달려갈 병사는 있을 수 있지만 그 병사는 전우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벌집이 되고 만다.

"중대장님 전사!!!! 씨발! 아군은 왜 안 오는거야!"
학교 본관의 중앙현관 근처에서 기둥을 엄폐물 삼아 전투중이던 한 병사의 외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즉시 로켓탄이 발사되어 중앙현관을 덮쳤기 때문이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던 중앙현관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패배였다. 확실한 완패였다. 갑작스런 기습에 중대는 조직적으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개별적으로 뛰쳐 나오다가 엄폐물도 없는 운동장 곳곳에 흩어져서 적의 정확한 사격에 하나둘씩 피를 뿌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후방지역이 이렇게 적의 공격을 받을 정도면 최전선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케이먼이 지금 전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깨닫게 되었다. 원래 자기가 직접 당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었다. 머나먼 곳에서의 이야기로만 듣고 넘어갔던 이야기들이 지금 현실이 되어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다.

- 타타타탓! 타타탓!
적병이 잠간 몸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한 케이먼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격실력 하나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케이먼이었다. 총탄은 300m 거리에 있는 적병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 투타타타타! 피피피픽! 피픽!
"으윽!"
적을 쓰러트렸다고 좋아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을 향해 사격이 집중되었다. 주변에 불꽃이 튀기더니 탄환이 자신의 어깨를 스치 지나갔다. 어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온몸엔 참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다.

- 콰아아아아앙!!!!!!
하늘에선 박격포탄이 터지기 시작했다. 아군 것인지 적군의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운동장 위에서 터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아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가까운 곳에 있는 아군 박격포 중대도 적에게 당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박격포탄에 중대원들이 처참하게 도륙당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한 중대원들이 총을 버리고 두 손을 번쩍 들기 시작했다. 총성이 점점 사그러들었다. 첫 번째 전투가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케이먼이 소총을 내려놓고 두손을 들면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게임도 끝날 때가 되었군..."


9월4일 19:27 <한국시각 9월5일 09:27> 미국 뉴욕 동남쪽 270km해저

"왜 그러십니까, 함장님?"
함장 신병욱 대령이 오랫만에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본 부장 장형유 중령이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며 물어보았다. 방금 전, 러시아 위성을 통해서 암호화된 통신문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통신문에 뭔가 있는 모양이었다.

"부장, 잘 들어라. 오퍼레이션 카오스의 1단계 작전을 실시하라는 긴급명령이다."
"네? 오퍼레이션 카오스요?"
신병욱의 기분을 바꿔보려고 말을 걸었던 장형유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방금 전 신병욱이 내뱉은 말, 오퍼레이션 카오스가 뭘 의미하는지는 장형유도 잘 알고 있었다. SSN 015, 노무현이 맡은 극비임무, 북미대륙에 대한 핵공격이었다. 1단계는 미국에 대한 핵위협인 캐나다 주요도시에 대한 공격이며 2단계는 미 본토 핵공격이었다. 노무현함에는 그 작전을 위해 다수의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승만급 공격원잠은 그 크기가 거의 전략원잠 수준인데 유사시 이승만급을 전략원잠으로 활용하겠다는 한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전쟁 이전, 핵보유를 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던 한국으로선 전략원잠을 건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 결국 통군회와 정부에서도 핵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어. 우리 손에 수백만의 죄없는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거야. 아, 그중에서 수백 명 정도는 죄있는 시민이겠군."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던 신병욱이 마지막에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했다가 즉시 승무원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시선을 느낀 신병욱이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다시 한 번 명령문을 살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와 동부의 대도시인 몬트리올을 제압하라. 노무현함이 출항할 당시 내려졌던 독자적 판단 아래 무차별 미 본토 공격이 아니란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언제든지 미사일 발사는 가능합니다만..."
잠시 눈치를 살피던 작전관이 조심스레 말했다. 노무현함의 작전 자체가 유사시 즉각적인 핵공격 감행이었기에 메가톤급 핵을 탑재한 미사일이 수직발사관에 놓여져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작전관이 계속 말을 이었다.

"오타와와 몬트리올은 미국과 너무 가깝습니다. 그리고 현 위치에서 그곳을 향해 핵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미국이 자신들을 향해 핵을 쏘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미사일 발사를 자신들에 대한 핵공격으로 받아들인다면..."
그 대목에서 작전관이 부들부들 떨었다. 미국이 노무현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미 동부를 노리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럴 경우 미국이 즉각적인 핵보복에 나설 우려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파멸이었다.

"글쎄, 통군회에선 미군이 그렇게 생각해주길 기대하던 거 같은 눈치인데. 우리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야. 뉴욕시각으로 오전 10시 30분에 미사일이 명중하라고 하는군. 서둘러!"
작전관의 우려에 대해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대답한 신병욱이 급히 승무원들을 닥달했다. 언제든 발사가 가능하다지만 핵 공격은 언제나 주의, 또 주의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번 전쟁에서 최초로 핵을 사용한 이후 핵공격을 중지한 한국이 다시 대대적인 핵공격을, 그것도 대도시를 향해 감행하려 하고 있었다.

"미사일 발사 준비대는 대로 명중시각하고 맞춰서 발사하도록. 2 기 모두 발사하면 함은 최대심도로 잠수한다. 지금쯤이면 정부에서 경고문을 발표했겠군."
대부분의 미 해군 함정들이 전쟁통에 격침당하거나 전선에 파견되었기에 미 연안 방어는 대대적인 개수를 받고 어느 정도의 대잠전능력을 갖춘 코스트가드의 일부 대형함들과 극소수 미 해군 함정, 그리고 대잠초계기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하는 입장인 이들에게는 비교적 안전했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다. 러시아 원잠에 의한 순항미사일 공격 이후 뉴욕 일대의 대잠경계가 대폭 강화되었다는 사실은 신병욱에겐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알겠습니다. 곧 계산이 완료되는 대로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가볍게 대답하고 뒤돌아서서 뛰어나가는 장형유를 보며 신병욱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군인이라는 존재와 군인에게 있어서 위에서 내리는 명령의 의미, 그리고 전쟁과 핵. 이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풀기엔 평범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신병욱은 인류에 커다란 죄를 짓기 위해 한 발자국씩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9월4일 20:27 <한국시각 9월5일 10:27>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뉴욕 남동쪽 270km 지점에서 발사된 미사일 2 기가 계속 낙하하고 있습니다. 목표지점은 에측했던 대로 캐나다 쪽 같습니다. 현재 발사된 ABM이 요격에 실패했고 패트리엇으로 요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브라이언 러셀 미 합참의장이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미사일 발사가 보고된 직후 러셀은 크게 당황했다. 워싱턴 시각으로 오후 6시, 한국시각으로 오전 8시에 평양에서 이루어진 한국 국방부의 긴급 발표에서 곧 북미대륙에 대규모 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힌 후 발사된 미사일이라 더더욱 그랬다.

안 그래도 미국 전역의 대도시들이 피난행렬로 소란스러운 마당에, 더군다나 한국 북부지방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탄이 묵미대륙 서부를 향해 날아오는 마당에 뉴욕 남동쪽에서 발사된 미사일 2 기는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아직 미사일의 목표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 뉴욕이나 주변 대도시에 대한 공격 가능성때문에 급히 미 북동부의 뉴욕,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 이렇게 7 개 주에 핵 공습경보가 발령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미사일의 진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사일이 미국이 아닌 캐나다를 노리는 것 같다는 새로운 보고가 들어왔다. 아직 미 본토도 미사일의 공격권 안에 들어 있었지만 이미 미사일은 미국 주요 대도시들을 모두 지나친 후였다. 결국 현재 파악된 미사일 낙하지점은 세인트로렌스 강 북부지역, 즉 캐나다 영토였다.

"한국이 말한 대로군요. 한국은 북미대륙이라고 했지 미국이라고 하진 않았으니 말이오."
심각한 얼굴로 몇 시간째 앉아있던 레이너가 한 마디 내뱉었다. 북미대륙이라는 말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파나마 지협 이북의 모든 아메리카 대륙을 일컫는 말이니 한국 국방부의 발표는 틀린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협정도 위반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커다란 타격을 주었습니다. 영악한 놈들입니다."
러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북미대륙을 향해 핵폭탄을 날리겠다는 발표가 있은 직후부터 시작해서 대류간탄도탄 발사, 뉴욕 남동쪽에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 전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일순간동안이지만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 도시들은 모든 기능을 정지했고 펜타곤을 비롯하여 DIA 같은 전쟁수행을 위한 기구들이 혼란에 빠지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들을 미국이 전혀 요격해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 자체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 MD의 무력함을 입증시키며 미국과 미군, 그리고 미국 시민들에게 커다란 심리적 타격을 주고 있었다. 동시에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의 대도시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은 언제든지 미국을 직접 때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방금 전 미사일 3 기의 목표가 확인됐습니다. 한국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탄은 밴쿠버를, 뉴욕 남동쪽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각각 오타와, 몬트리올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하, 질문이 있습니다. 어째서 각하께서는 여기에 남으신 겁니까?"
북미방공사령부에서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미사일들의 목표를 보고하던 잭 라이언 육군 대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핵전쟁이 시작되면 대통령과 군 수뇌부, 각료들은 즉각 공군 1호기를 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레이너는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이 워낙 고집을 부려서 다른 사람들도 백악관에 남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미사일이 워싱턴을 노렸다면 그대로 정부가 소멸되는 것이다.
"핵강국간 무차별 핵전쟁이 시작되면 어디 있던간에 위험한 건 마찬가지요. 그리고 한국이 본국에 핵을 날릴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한국 친구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세계멸망의 길을 선택하진 않을 것 아니오? 그건 그렇고 보복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한국의 북미대륙 핵공격 경고와 함께 미국은 즉각적인 핵보복을 준비했다. 미 본토에 공격이 감행될 경우 즉각 평양을 날리기로 되어 있었고 미국이 아닌 다른 곳이 핵공격을 당한다면 우크라이나나 루마니아의 어느 한 도시를 공격하기로 계획되었다. 미국의 추가핵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을 발사한 한국 입장에선 핵공격은 실패한 셈이었다.

"네, 미사일 폭발과 함께 지중해에 배치된 켄터키에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를 공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각하, 주제넘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제 전쟁을 끝낼 때가 왔습니다."
"물론이오. 이미 스위스에서 우리 대사하고 그쪽의 한국 대사랑 자체적으로 협의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잘 되길 빌어야겠지."
러셀의 말에 레이너가 맞장구를 쳤다. 미국도, 한국도,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도, 영국과 프랑스, 독일 같은 유럽국가들도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도 없었고 의지는 더더욱 없었다. 전선에선 수십, 수백 명의 생명들이 장난감처럼 사라졌고 후방에선 거대한 도시들이 핵공격을 받아 하나둘씩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같은 유럽의 중립국들에선 양측 대사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금 전 한국에서 종전회담을 위한 전권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서 이쪽에서도 급히 대표단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회담은 미루더라도 일단 전투행위부터 중단시켜야 했다. 지금 전쟁을 계속하면 손해보는 것은 연합군이었다.

"각 도시들에 미사일이 명중하기 10초 전, 9초 전, 8초 전, 7초 전, 6초 전, 5초 전, 4초 전, 3초, 2초, 1초, 제로..."
시계를 바라보고 있던 영관급 오퍼레이터 장교가 마지막으로 제로라는 말을 간신히 내뱉곤 그대로 주저앉았다. 바로 이 순간 밴쿠버와 오타와, 몬트리올이 핵공격을 받은 것이다. 즉각 지중해에 배치된 오하이오급 공격원잠 켄터키에 보복명령이 떨어졌고 1차적으로 워싱턴주와 뉴욕주, 버몬트주에 방사능 경보가 발령되었다.

"... 뭐, 도시 몇 개가 날라가는 건 지금은 흔한 일이오. 크게 신경쓰지 마시오. 그리고 합참의장."
"네, 각하."
캐나다에 대한 핵공격 이후 분위기가 무거워진 가운데 레이너가 러셀을 지목하자 러셀이 바싹 긴장하며 대답했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러셀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합참의장께선 바로 제주도로 가주셔야 겠소. 다른 연합군들의 동의같은 형식적 절차는 모두 무시하시오."
"각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의 말에 러셀이 당황했다. 제주도, 82 공수사단과 101 공중강습사단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그 참혹한 땅이며 동시에 한반도를 향하는 연합군 전투기들의 전진기지인 군사적 요충지이다. 그리고 제주도에는 현재 연합군의 태평양전선 사령부가 있었다. 러셀을 연합군 태평양지구 사령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주시오.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병력이라도 최대한 빼내야 합니다. 조금 있으면 끝날 전쟁인데 더 많은 젊은이들이 죽는 걸 보기는 싫소. 그리고 전후 종전회담에서도 우리가 큰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각하. 그런데 제가 제주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쟁은 끝날 겁니다."
러셀의 대답에 레이너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이 전쟁은 길어봐야 몇 시간 남았을 뿐이었다. 한국군의 마지막 대공세에 따른 전투결과에 사실상 이번 전쟁이 끝나게 되어 있었고 그 공세의 결과는 늦어도 오늘 안으로 나올 것이다.

"각하, 한국원정군 1 군 사령관의 직접 통신 요청입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랍니다."
연락을 받은 국방장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원정군 1 군 사령관이라면 전 태평양지구 사령관이기도 한 아이언드 브론스 대장이었다. 대통령이 눈짓으로 통신을 연결하라는 뜻을 전달했고 잠시 후 회의실 한 편에 있던 대형 스크린에서 브론스 대장의 초췌한 모습이 나타났다. 통신이 연결되자 브론스가 인사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 각하! 제게 전술핵 사용권을 주십시요! 전술핵을 사용하면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요? 핵이라니?"
방금 전 캐나다가 핵공격을 받아서 모두들 충격에 빠진 마당에 전술핵 사용권을 달라니? 온화하던 레이너의 얼굴이 노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러셀이 걱정스럽게 브론스를 바라보았다.

- 아직 길이 있습니다. 캉멍이라는 동네만 돌파하면 서울에 대한 본격적 공세가 가능하고 서울 서부의 한국군 방어병력을 포위섬멸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캉멍을 완전히 장악하면 서울 남쪽의 넓은 곳으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핵이 필요합니다! 캉멍에 대한 전술핵 사용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러셀이 캉멍이란 곳이 도대체 어느 곳인가 하고 노틉북 컴퓨터에 한국 중부지방의 지도를 띄었다. 씨옹이라는 도시 오른쪽에 있고 위로는 서울을 접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경기도 남부의 넓은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곳인 안양이 있는, 그야말로 필수거점중의 거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곳을 확보한다 해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한국군을 1 군이 막아낼 가능성은 없었다. 지금도 인천항에는 한국군의 포격이 계속되고 있어서 병력 및 장비 하역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이제 방어와 퇴각을 생각해야 할 때에 공격을, 그것도 핵을 통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니 브론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장, 지금 핵을 쓰겠다 하셨소? 그리고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레이너의 노기 띤 음성에 러셀이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브론스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 네, 그게 뭐가 이상합니까? 놈들이 우리에 핵보복 할까봐요? 녀석들은 절대 핵보복을 못합니다. 제 3 국이 아닌 바로 우리 미국을 상대로 핵보복을 감행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핵을 써야 한단 말입니다! 아직 완전승리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지금 현 시각부로 한국원정군 1 군 사령관 아이언드 브론스 대장을 해임하고 신임 태평양지구 사령관 브라이언 러셀 대장이 1 군 사령관을 겸임합니다. 브론스 대장은 즉각 본국으로 오시오."
- 각하!
예상치 못했던 레이너의 초강수에 브론스가 적지않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브론스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손짓하자 오퍼레이터가 통신을 끊었다. 레이너가 러셀에게 환한 웃음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러셀이 간단히 짐을 챙기고 일어서며 역시 웃음으로 답했다.


9월5일 10:43 충청남도 천안시 성남면

- A-1 포인트 도착 완료. 예상되는 적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방어진형을 구축하고 있다.
- 방어는 필요없아. 우리에겐 오직 공격뿐이다. 1 중대는 즉각 북상해서 천안시로 진격하라. 아산에서 22 기보사단이 천안으로 진공중이다. 22 사단과 협력하여 천안과 평택을 탈환하라.
목적지에 도착한 우종원 대위의 보고에 대대장의 대답은 의외로 계속 공격하라는 것이었다. 가만히 통신을 듣고 있던 박범규가 잔뜩 긴장하며 귀를 기울였다. 예상치 못한 진격명령에 우종원 대위가 즉각 반발했다.

- 이미 공주의 미군 기계화부대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했다. 22 사단 혼자서도 천안 및 평택 탈환이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들은 이제 포위된 미군 기계화부대 섬멸에 주력해야 하지 않는가?
- 공주의 미군 기계화부대는 8 기갑사단과 새로 투입된 50 기계화보병사단이 담당한다. 다른 부대들은 계속 펀치를 날려라. 적에게 최대한의 손실을 강요해야 한다. 이상 통신 끝.
"씨팔! 아주 지멋대로야! 기보중대 하나 갖고 계속 진격하라니, 썩을!"
중대장과 대대장의 통신내용을 들은 박범규가 분통을 터트렸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전투도 많이 치루었고 피해도 제법 컸다. 그리고 나서야 목적지인 A-1 포인트, 천안시 성남면에 도달해서 당연히 원래 임무인 미군 포위섬멸에 주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하게 계속 진격하라니? 지휘부 입장에선 뭔가 생각이 있겠지만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이들 입장에선 진짜 죽을 맛이었다.

"중대장님! 절대로 못합니다! 여기서 차라리 배째겠습니다!"
- 그럼 배째. 우린 갈테니까.
진격명령에 반발하며 큰 소리로 중대장에게 말하던 박범규가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우종원의 시큰둥한 대답을 듣고 할 말이 없어져서 그냥 앉아야 했다. 명령이 떨어진 이상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군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대장의 말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기에 무작정 거부할 수 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뭐, 별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게 다 전쟁을 일찍 끝내기 위한 거니까 참아야죠. 놈들이 천안하고 평택에서 쫓겨나면 이곳에서도 전투는 끝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기진이 조심스럽게 말하면서 박범규를 위로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끝날 전쟁 몇 분 더 일찍 끝내자고 싸우다가 죽으면 진짜 억울한 것이다. 계속 싸우는 것보단 명령 거부하고 개기다가 영창 가서 푹 쉬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박범규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찌되었건 중대는 공주의 미군에 대한 포위망을 완성함과 동시에 천안시에 진입했다. 포위망은 후속하는 다른 부대들이 더 튼튼하게 구축할 것이고 추후진격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산에서 천안으로 밀린 인도군 기보사단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겠지만 사단 본대는 물론 22 사단의 맹공을 버텨내진 못할 것이다.

- 투타타타탓!!!!!
"뭐야? 적군이야? 갑자기 왠 총성이야?"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총소리에 박범규가 깜작 놀랐다. 이 근처에 적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천안시에 진입한 이후로 적의 저항을 받지 못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40mm 기관포가 불을 뿜고 난 뒤, 동료차장의 침착한 음성이 들렸다.

- 4 시 방향 농가 건물에서 적 보병의 사격이 있었다. 현재 기관포로 제압했으며 만약에 대비해 조사하고 있다. 모두들 적의 매복에 유의하라.
기계화부대가 진격하면서 건물에 매복한 적과 상대하는 것은 바로 연합군이 한국에 상륙한 직후 계속 이루어지던 전투모습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연합군 상륙 초기 그런 조직적인 저항은 없었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연합군은 시가지를 통과하면서 커다란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때와 지금 상황은 모든 것이 똑같았다. 다만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 앞으로 진격하는 동안 계속 이 모양일 거야. 모두들 조심해.
우종원 대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든 지휘관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중대 차량 7 대를 잃은 우종원은 그 누구보다도 상당히 부하들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10 대가 채 못되는 한국군 보병전투차들이 천안 시가지를 향해 진격을 재개했다.


9월5일 11:48 일본 혼슈 아이치현 나고야 서북쪽 30km지역

-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포병대가 아주 잘 해주고 있군 그래."
아군 포병대의 대규모 제압사격이 연합군 부대들을 강타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며 한국군 일본주둔군 총사령관 최우형 대장이 만족감을 표시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사령관이 전선시찰을 나온 것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최우형이 직접 기보사단 2 개와 기갑여단 3 개로 구성된 반격부대를 지휘하며 전투를 주관하고 있는 것이었다. 총사령관이 전선에서 직접 지휘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직까진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만 미군 주력부대가 포위망 돌파를 위해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미군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겠습니다만..."
참모장이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완전 포위된 상황에서 포위망을 뚫기 위해 미군이 대규모 공세를 할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그랬다간 즉각 오사카와 교토로 다시 후퇴하여 방어에 전념하고 있는 다른 한국군 기계화부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아야 했다. 아직도 수백여 대의 전차를 온전히 보유하고 있는 교토, 오사카 방면의 한국군을 무시했다간 어떻게 될 진 미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사카와 교토의 한국군 저지를 위해 전력을 쪼갠다면 각개격파만 당할 뿐이다.

"글쎄? 내가 미군 지휘관이라면 마지막 승부수로 공세를 택할 지도 몰라. 하지만 그랬다가 부대의 전멸까지 각오해야 해. 조금 있으면 전쟁이 끝나는데 그런 무모한 도박을 걸진 않을거야."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전쟁이 오늘 안에 끝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만약에 대비해야 합니다."
참모장이 거듭 강조하며 적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쪽에서 몰려오는 연합군 부대들을 상대해야 하는 최우형으로선 특별히 뾰족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는데도 연합군은 병력을 긁어모아 나고야로 급파하고 있었다. 나고야가 함락당하면 역공세에 들어간 미 3 군단과 5 군단 주력부대가 완전포위되어 섬멸당하게 된다. 3 군단과 5 군단 입장에선 나고야는 생명줄이었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그렇다고 적 포위섬멸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것때문에 태묵이를 글로 보낸 거니 한 번 믿어봐야지."
"하지만 기갑여단 하나로 적의 예상되는 공세를 저지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기껏해야 시간이나 벌 뿐입니다."
최우형의 말에 참모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나고야 후방의 미군 부대를 들이칠 예정이었던 최태묵 준장의 1-5 기갑여단은 급히 서쪽으로 돌려져서 미 3, 5 군단에 대한 기습적인 역습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아무리 포위되었다지만 2 개 군단을 상대로 1 개 기갑여단을 통한 기습역습을 시도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리였다.

"난 참모장과 생각이 다른데. 1-5 여단은 우리군 최정예 부대중 하나야. 적진 한복판에서 휘젓고 돌아다닐 수 있어. 아마 미군은 골치깨나 썩일 걸세."
그렇게 말한 최우형이 쌍안경을 들고 다시 적의 동태를 살펴보았다. 곳곳에 포격으로 격파당한 차량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살아남은 차량들이 연막탄을 터트리며 급히 도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최우형이 보는 적군은 연합군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동쪽에서 몰려오는 적군을 저지할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호주군과 뉴질랜드군 혼성 기보여단 하나가 나고야에서 40km 떨어진 곳까지 진출했습니다. 2선급 부대라 큰 걱정은 안 될듯 싶습니다."
무인정찰기의 정찰결과를 확인한 작전참모가 약간의 의견을 덧붙여서 보고했다. 그러나 호주군이나 뉴질랜드군 모두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비록 2선급 부대라지만 병사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났고 장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잠깐, 무슨 놈들이라고? 국적이 뭐라고?"
"네? 호주와 뉴질랜드 혼성 여단입니다만..."
그 순간 최우형의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본 작전참모가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하고 최우형을 바라보았다. 어려운 상황에선 언제나 특단의 해결책을 내놓은 최우형이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획기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최우형은 나고야 동쪽의 연합군을 꼼작 못하게 할 방법을 찾고 신이 나 있었다. 잠시 후 최우형이 내린 명령은 모든 참모진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공군에 연락해! 당장 그 호주랑 뉴질랜드 친구들에게 핵 공격 하라고 해! 만약에 대비해서 쓰루가에 핵 공대지 미사일 2 기가 보관중이었지. 그놈들을 사용하라고 해."
"네? 핵이요?"
"어차피 공격대상은 호주와 뉴질랜드, 조약위반은 아니야. 동시에 연합군에게 핵공포를 주면서 진격을 정지시킬수도 있지. 즉각 연락하도록."


9월5일 12:08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 동쪽 36km지역

- 콰아아아아앙!!!!!
- 백호 17 피탄! 포사격 불능!
"도망치려면 그냥 도망칠 것이지,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는 거야?"
필사적으로 한국군 전차들을 저지하는 미군 기갑부대를 바라보며 김인호가 헥헥거리며 중얼거렸다. 쓰루가 방면에서 역습을 시작한 새로운 아군 기계화부대 때문에 포위될 위기에 처한 미군이 일제히 후퇴를 시작했으면서도 일부 부대를 후위에 배치하여 한국군의 추격을 저지하고 있었다. 자기들의 손에 수많은 전우들의 목숨이 달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군 후위대들은 한국군의 추격을 몸으로 저지하고 있었다.

"1시 방향에 적 M-1A2 전차, 거리 1320. 날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이리저리 주포를 돌리며 아군 전차들을 격파하고 있던 미군 전차를 향해 김인호가 포탄을 날렸다. 정면에 포탄을 맞은 그 미군 전차의 주포가 자신을 향해 돌려지는 것을 보고 김인호가 경악했으나 곧 전차의 주포는 돌려지는 도중에 힘없이 멈추었다. 격파였다.

"휴~~, 십 년 감수했다. 완전 뒤지는 줄 알았네. 다시 날탄 장전."
적 전차 격파를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김인호가 다시 포탄장전을 명령했다.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장전수의 동작이 많이 느려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7~8초만에 포탄을 장전하며 전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나중에 장전수에게 한 턱 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마지막 전투에서 살아남는다면...

- 쐐애애애앵앵!!!!!!!!
"공군이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제트엔진 소리에 놀란 김인호가 버럭 외쳤다. 일본에 있는 한국공군은 그 전력이 막강하지는 않았지만 빈틈을 노려 종종 연합군을 향해 공습을 단행하여 전과를 올리고 있었다. 실루엣이 비슷한 양군 전차들을 보고 혹시 오폭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양측 전차대가 확연히 나뉘어져 전투를 하고 있는데 오폭을 할 리 없었다.

- 콰아아아아아앙!!!!!!!
저공침투한 F-16 전투기 2 기가 미군 전차부대 위를 지나가며 클러스터탄을 투하했다. 전투기에서 분리되어 떨어진 클러스터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무수히 많은 숫자의 파편으로 나뉘어졌다. 밀집되어 있던 미군 전차부대에겐 너무나도 끔직한 악몽이었다. F-16 2 기의 공습으로 미군 전차 30여 대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멈춰선 것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전쟁승리는 물론이고 자신이 살아남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높았다. 그동안 일본전선에서 포기하다시피 한 근접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김인호로 하여금 그런 희망을 계속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몇 대 남지도 않은 미군 후위대의 전차들을 사냥하고 빨리 미군 주력부대를 추격해야 했다.

"10 시 방향의 미군 M-1A2 전차. 거리 1409, 날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다시 한 번 김인호의 K-1A1 전차의 120mm 활강포가 불을 뿜었다. 공습을 모면하고 급히 후진하던 그 미군 전차는 재수없게도 동시에 세 발의 포탄을 얻어맞고 격파당했다. 얼마나 강한 ㅏ격을 입었는지 포탑이 차체와 분리될 정도였다.

"좋았어! 다시 날탄 장전!"
- 콰아아아아앙!!!!!!
계속되는 적 전차 격파에 들든 김인호가 장전수에게 포탄장전을 독촉할 때 격파당해 버려진 전차 옆에 숨어있던 한 미군 병사의 팬저 파우스트가 불을 뿜었다. 발사된 로켓은 정확하게 김인호의 K-1A1 전차 후방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K-1A1 전차가 불길에 휩싸였다. 더 이상 김인호는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없게 되었다. 장전수에게 한 턱 쏘는 것도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9월5일 12:47 충청남도 연기군 광덕면

맹렬하게 돌진을 계속하던 M-1A2 전차 한 대가 한국군 전차들의 집중사격을 받고 격파당했다. 전차가 탑재하고 있던 탄약과 연료가 유폭을 시작하면서 전차 전체에 불길이 번졌고 해치를 열고 급히 탈출하던 전차병들이 폭발에 휩쓸려 그 모습을 감추었다. 격파당해 기동을 하지 못하고 있던 다른 M-1A2 전차는 차량을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계속 전투를 수행하다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아군 전차들이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모습을 보며 드레이크가 눈물을 흘렸다.

금강 방어선에 축차투입된 온갖 부대들과 오늘 오전 새로이 투입된 7 기계화보병사단의 전 전력은 포위망이 두꺼워지기 전 총력을 다하여 포위망 북부에 대한 대규모 강행돌파를 시도했다. 청원에서 밀려나고 있던 미군 기보사단 2 개가 바깥쪽에서 포위망 돌파를 지원해주어서 한 때 돌파가 이루어질듯 싶었으나 이내 한국군 기갑사단이 다시 꼬리를 붙잡으면서 포위망 돌파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젠 끝장입니다."
온몸이 피범벅이 된 참모장이 울먹이며 간신히 말했다. 참모장의 오른쪽 팔은 한국군의 포격으로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지휘부도 드레이크 소장과 참모장을 제외하면 모두 전사했다. 지휘부를 태우고 있던 지휘장갑차가 한국군 전차의 포격을 받은 것이다. 그 때 자리를 비운 드레이크와 참모장은 억수로 운이 좋았다.

"하하하..."
드레이크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울었다. 애초부터 제대로 된 작전도 없이 그저 포위망 돌파를 위해 무조건 돌격만 했을 때부터 포위망 돌파시도는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M-48과 M-60 전차로 무장한 필리핀군과 멕시코군 잔존 전차들이 공주시 정안면에서 8 기갑사단 선두병력을 필사적으로 저지하고 잇었지만 그들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 콰아아아앙!!!!!!
다가오던 미군 전차를 격파하고 그대로 밀고 오던 K-1 전차가 미군 보병의 토우 대전차 미사일에 격파당했지만 통쾌하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싸움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적 전차 한 대를 더 격파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마지막 공세가 실패한 이후 부대는 이미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군과 미군 모두 비슷한 숫자의 전차를 잃었지만 전체적인 숫자에서 한국군이 더 많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포위망 돌파작전이 시작된 지 30여 분만에 양측 포함 백여 대의 전차가 격파당했고 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3백 대가 넘는 전차들이 고물이 되어 버렸다. 이제 드레이크에게는 더 이상 투입할 전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눈 앞에서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는 20여 대의 전차들이 사실상 드레이크 지휘하의 마지막 전차들이었다.

한국군 전차들이 MLRS와 팔라딘 자주포를 향해 주포를 쏘아대고 팔라딘 자주포가 직사로 한국군 전차를 격파하는,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젠 전후방의 개념이 없었다. 사방에서 쏟아져오는 것은 한국군이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 투입될 수 잇는 것은 모두 투입되었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투입할 병력도 물자도 없었다. 의무병들조차 버려진 소총을 들고 싸우고 있었다.

"항복... 항복 명령을 내릴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지휘 및 통신 체계가 완전 무너져서... 지금 당장 이곳에 있는 병력들을 항복시킬 수 있습니다만..."
"그래, 이들이라도 살려야지. 백기를 들게."
공세가 실패로 돌아간 뒤에도 항복만은 안된다며 버티던 참모장이 이번에는 아무런 말 없이 드레이크의 말을 따랐다. 참모장이 항복명령을 내리는 동안 K-1 전차 한 대가 팔라딘 자주포의 직사에 맞아 박살나 버렸다.그 팔라딘 자주포는 K-300 보병전투차의 40mm 기관포 공격을 받고 폭발했다.

"전원 전투중지! 항복!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참모장이 간신히 찾아낸 확성기로 외치면서 동시에 백기를 흔들었다. 그러나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 확성기 소리가 제대로 들릴 리가 만무했다. 그러는 동안 다시 양측 전차들이 포화를 교환했다.

"항복! 항복하라니까! 이 바보들아!"
참모장이 더더욱 소리를 높여 외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때 40mm 포를 겨누고 이들을 향해 달려오던 K-300 보병전투차들이 속도를 줄이며 멈춰섰다. 미군도 한국군도 서로 마지막 싸움에 전념하고 있어서 이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제잎 알에 있던 보병전투차의 램프가 열리면서 뛰어나온 보병들이 총구를 겨누어고 대위 계급장을 단 한국군 장교 하나가 걸어나왔다. 바로 진격명령에 반발하면서도 이를 따랏다가 인도군 전차와 접촉하고 다시 도망쳐서 이 학살에 가까운 전투에 동참한 우종원 대위와 그 중대원들이었다.

"자네가 지휘관인가?"
부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선 드레이크가 상대방 장교에게 말을 건넸다. 부상을 입은 건 아니었지만 부하들이 일방적으로 도륙당하는 건 본 지휘관의 마음은 평생 치유가 안될 커다란 중상을 입었던 것이다. 드레이크의 어깨에 달린 별 두 개를 확인한 우종원 대위가 깜작 놀라 거수경례하며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대한민국 육군 대위 우종원입니다. 장군님은 누구십니까?"
"미합중국 육군 소장이신 토머스 드레이크 소장님이십니다. 현재 전투중인 미군의 지휘를 맡고 계십니다."
우종원의 물음에 참모장이 드레이크 대신 대답했다. 참모장의 모습을 보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우종원이 당황해하며 급히 의무병을 불러 참모장을 치료하게 햇다.

"부탁이네, 대위. 내가 항복을 명령했다고 알려 주게. 그리고 자네 지휘관들에게도 공격을 중지해 달라고 말하게. 부탁일세."
드레이크가 간신히 말을 이으며 우종원에게 부탁했다. 드레이크는 전투에서 패한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의무는 단 한 명의 부하들이라도 더 살려내는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 부탁을 받은 우종원이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종원으로선 이들이 진짜 미군 지휘관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상부와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그 말만을 남기고 우종원이 급히 자신의 보병전투차로 뛰어갔다. 총구를 겨눈 한국군들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태도가 우호적이라는 사실에 드레이크가 안도했다.

잠시 후, 맹렬한 기세로 미군을 몰아붙이던 한국군 차량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미군들이 의아해하는 동안 57 기보사단의 참모진들이 가득 탄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드레이크와 우종원이 있는 곳 옆 작은 공터에 착륙했다. 한국군 장성들이 나오는 것을 보며 드레이크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9월5일 12:56 일본 혼슈 아이치현 나고야 주변 상공

- 방위 0 - 9 - 0 에서 미군 F-15E 4 기가 접근중이다. 거리는 230km. 서둘러라. 행운을 빈다.
"알았다, 천리안 1. 그럼 배달원 짜장면 배달 하고 돌아가겠다."
조기경보기로부터 적기접근을 통보받은 김현 중위가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무장을 점검했다. 짜장면이라는 재미있는, 어찌보면 좀 황당한 암호명이 붙은 미사일 한 기와 자위용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2 기, 그리고 기관포. 이것이 김현의 F-16에 탑재된 무장의 전부였다. 다른 상황은 모두 무시한 무장이었다.

무장점검을 마친 김현이 마지막으로 짜장면을 먹을 타겟을 확인했다. 약간의 전차와 장갑차가 있고 트럭을 통해 이동중인 호주, 뉴질랜드군 혼성 기보여단이 짜장면을 먹을 타겟이었다. 말이 기보여단이지 완전 보병여단이었다. 뭐, 그런건 상관 없었다. 김현은 그저 짜장면만 무사히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핵공격 임무를 김현같은 초보 파일럿에게 맡긴다는 것은 김현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미 3, 5 군단을 구원하기 위한 미 공군기의 대규모 출격때문에 고참 파일럿 대부분이 공중전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문에 기본적으로 붙여주기 마련인 호위기 하나 없었다.

"타겟과의 거리 30km, 잠시 후 짜장면을 배달하겠다."
- 천리안 - 1이다. 배달원은 즉시 짜장면을 배달해라! 방위 1 - 5 - 6에서 저공침투중이던 미군 F-16 두 기가 발견되었다. 배달원과의 거리는 80km!
그 말을 들은 김현이 깜작 놀라 급히 무장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목표를 입력한 뒤, 마지막으로 암호를 입력한 김현이 접근중인 적기와 자신과의 거리를 확인하였다. 새로 나타난 적기들과는 암람 사거리에 아슬아슬하게 못미치는 거리에 있었다. 다행이었다.

"배달원이다. 짜장면을 배달한다!"
곧 F-16의 동체에서 분리된 미사일 한 기가 동쪽의 호주, 뉴질랜드 혼성 여단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대공포에 의해 요격될 가능성에 대비해 요격당하는 그 순간에도 폭발하도록 셋팅 해놓았기에 신관에 이상이 없는 이상 핵은 확실하게 폭발할 것이다.

미사일을 발사한 김현이 적기와의 거리를 확인하곤 애프터버너를 가동해서 최고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쓰루가에 있는 한국공군의 최전선 기지까지 돌아가면 보나마나 공대공 미사일을 달고 공중전 임무에 투입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기지에 귀환했을 때면 전쟁이 끝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후, 호주와 뉴질랜드군으로 구성된 혼성여단의 상공에서 짜장면이라는 암호가 붙은 미사일이 폭발했다.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전략핵이 난무하는 가운데 터진 첫번째 전술핵이었다. 그러나 맞는 입장에선 전술핵이나 전략핵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20kt급 전술핵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동시에 이 전쟁도 끝나가고 있었다.


9월5일 13:35 일본 혼슈 아이치현 나고야 서쪽 72km지역

사방에 널린 것은 미군의 팔라딘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MLRS가 파괴당한 뒤 흉측한 모습으로 남은 잔해들뿐이었다. 파괴된 포들의 잔해 속에는 브래들리의 잔해도 조금씩 섞여 있었다. 후방에서 지원포격을 위해 전개하다 불의의 기습을 받고 저멸당한 미군 포병대의 일부였다. 자주포 30여 문과 MLRS 18 문이라는 엄청난 양의 포병전력이 어이없이 전멸당한 현장이었다.

"이대로 계속 밀고 나가. 우리 임무는 최대한 적 후방을 뒤집어 엎는 거다."
최태묵 준장이 우렁차게 외쳤다. 백여 대의 전차와 다수 보병전투차로 구성된 기갑여단이 미군 깊숙히 들어와서 포병단을 전멸시켰다는 세계 전사상 길이 남을 혁혁한 전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

- 더 깊숙히 들어가다뇨? 놈들도 이미 우리의 존재는 눈치챘을 텐데요? 그러다가 포위섬멸 당합니다.
전차부대를 뒤따르고 있던 지휘장갑차에 타고 있는 참모장이 최태묵의 명령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태묵이 보기에 참모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안전한 것만 따지는 탁상공론에만 그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최태묵이 직접 전차에 올라타서 전투를 하고 있는 반면에 참모들은 지휘장갑차 안에서 여러 상황이나 따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참모들의 역할이었다.

"잔말 말고 명령에 따라라. 설사 여단이 전멸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이곳만 정리된다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최태묵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유럽전선, 중국전선이 소강상태에 빠졌고 아랍전선도 사실상 소멸된 지금 한반도와 일본 전선이 이번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한국에서는 이미 해주에 상륙한 연합군 2 군과 여수로 상륙한 별동대 병력이 집단항복했고 평택에 상륙한 3 군 병력은 거의 괴멸당했고 평택과 천안, 오산 일대에서 필사적인 방어전만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인천에 상륙한 1 군도 곧 붕괴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 남은 건 일본뿐이었다. 미군 주력이 나고야와 오사카 사이에서 포위당한 지금, 최태묵은 미군이 마지막 발악을 하지 못하도록 미군 내부에서 휘젓고 다니라는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그 첫번째 희생양이 나고야에 대한 포격을 준비하던 미군 포병대였다.

"그런데 여단장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무턱대고 돌아다니긴 어렵지 않습니까?"
최태묵이 탄 K-2 전차의 포수 방문진 중사가 물어보았으나 최태묵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미군 내부로 들어온 이상 보급은 미군에게 약탈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했다. 안정적인 보급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나마 미군이 쓰는 120mm 전차포탄을 K-2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K-300의 대전차 미사일과 40mm 기관포탄은 미군 내에서 찾을 수 없는 물건이었다.

"글쎄, 일단 스콜피온이 연락하는 대로 움직여야지."
스콜피온은 기동성이 좋은 경장갑차들로 구성된 1-5 기갑여단 정찰대의 별명이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별명이라고 했다. 그때문에 1-5 기갑여단 병사들은 모두 특별한 콜사인 대신 스콜피온이라는 별명으로 정찰대를 부르곤 했다.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저 멀리서 장갑차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통신기에선 치지익 거리는 잡음소리가 끊기더니 들떠있는 정찰대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 여기는 스콜피온! 여기는 스콜피온! KB45 지점에 적 기갑, 기보부대 다수! 완벽하게 측면을 때릴 수 있습니다!
"뭐라고? KB45라고? 확실한가?"
보고를 받은 최태묵도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KB45는 나고야를 향하는 길목으로 한국군의 포위망을 뚫으려는 미군 기계화부대가 움직이는 것을 스콜피온이 발견한 것이다. 거기다가 KB45라면 여단의 현 위치에서 즉각 들이칠 수 있으며 측면을 고스란히 내놓고 있는 곳이었다. 보다 자세한 보고가 정찰대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차 백여 대와 보병전투차 이백여 대로 이루어진 미군의 대규모 기계화부대가 동진중이다. 보병 및 물자를 실은 것으로 보이는 트럭도 상당수 잇으며 자주포도 몇 문 확인했다. 주변에 다른 미군은 없지만 아마 이들이 미군의 포위망 돌파를 위한 선봉부대일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여단을 향해 적 기계화보병대대 하나가 접근중이지만 속도도 느리고 전력도 강한 편이 아니라 무시해도 좋다는 정보도 들어 있었다.

"여단, 즉시 진격 개시한다! 목표는 KB45의 미군 기계화부대! 이번 전쟁의 마지막 승리는 우리 여단이 챙겨가는 거다!"
최태묵이 기세좋게 말했다. 연합군 한국원정군 제 3 군의 괴멸과 일본의 미 3 군단과 5 군단 주력부대 포위 이후 미국의 종전협상 태도가 상당히 전진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자세한 종전협정은 나중에 맺기로 하고 일단 상호 적대행위부터 종식하자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스위스 취리히발 속보가 주요언론의 1급 뉴스로 떠오르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전쟁의 마지막 승리를 가져가겠다며 최태묵이 입맛을 다셨다.

한 십여 분을 내달렸을까, 저 멀리 희미하게 미군 차량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통신망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전차들이 최고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차들을 뒤따르던 K-300 보병전투차들도 일제히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더 이상 보급이 불가능한 대전차 미사일을 이렇게 마구 소모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실상 마지막 전투였기에 모두들 아무런 거리낌없이 미사일을 날렸다.

"23 기갑대대가 정면, 25 기갑대대가 좌익으로 공격한다! 76 기보대대대는 우측으로 밀어붙여라! 스콜피온도 공격에 가세한다! 모조리 쓸어버려!"
- 콰아아아앙!!!!!!
맹렬하게 질주하던 대규모 전투차량 행렬이 일제히 세 갈래로 나뉘어지며 미군의 측면을 들이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대전차 미사일들이 M2, M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와 여러 트럭들을 불덩어리로 만들기 시작한 것을 신호탄으로 K-2 전차들의 주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아직 거리가 있었기에 주포를 쏜다는 것은 실제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닌 전투 전 기선제압용 성격이 짙었다.

"총공격!!! 적 전차 한 대를 부실 때마다 협상에 나서는 우리 대표의 어깨가 가벼워진다고!"
너무나 현실적인 최태묵의 외침이었다. 이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전쟁 막바지에 무차별적으로 사용된 핵무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메 군사적 승리가 아닌, 정치적, 외교적 승리가 필요한 때였던 것이다.

"6 시 방향에 M-3 브래들리, 거리 3080. 대탄 발사!"
- 콰아아아아앙!!!!!!
미군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주포 사거리 안에 들어오자 최태묵이 바로 포격명령을 내렸다. 필사적으로 뒤로 도망치려던 브래들리는 결국 포탄에 맞고 박살나 버렸다.

- 콰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 콰콰콰쾅!!!!! 콰아아아앙!!!!!!
한국군의 K-2 전차들이 일제히 주포를 쏘아대는 것과 동시에 포탑을 돌린 미군 전차들도 일제히 반격탄을 날리며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군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측면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대규모 한국군을 보고 놀라지 않고 냉정하게 대응하며 바로 맞상대한 것이다. 역시 미군이라며 최태묵이 감탄했다.

- 콰아아아아앙!!!!!
"어이쿠!"
최태묵의 전차에 미군 전차에서 발사한 포탄이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러나 거의 3000m에 달하는 거리에서 발사한 포탄이 K-2 전차의 전면장갑을 뚫을 수 없었다. 방금 전 공격으로 공구박스만 날라가는 경미한 피해를 입었을 뿐이었다.
"전차를 노리고 포탄 낭비하는 병신들은 다 죽는 줄 알어! 지금은 보병전투차와 트럭에 화력을 집중시켜! 적 전차들이 2000m 이내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전차들을 잡는다! 5 시 방향에 M-2 브래들리, 거리는 2976, 대탄 발사!"
부하들을 상대로 호통을 치면서 간단한 지시를 내린 최태묵이 다시 목표를 지정하고 포탄을 발사했다. 여단 지휘하랴, 부하들에게 충고하랴, 직접 전투까지 하랴, 참모들과 통신도 유지하랴. 정말이지 최태묵은 태워나서 지금처럼 바빴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최태묵이 노린 브래들리도 확실하게 격파당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전차포탄을 맞은 브래들리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한국군에게도 통용되는 말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군도 전차를 상대로 헛되이 포탄을 낭비하지 않고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는 한국군의 K-300 보병 전투차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일제사격에 K-300 십여 대가 피탄당해 거의 분해되다시피 하였다. 놀랍게도 미군 전차들 역시 K-2와 동급이라는 M-4 맥아더였다.
적 전차가 M-4 맥아더라는 사실을 확인한 최태묵의 온몸이 흥분에 휩싸였다. 개전 이래 K-2와 M-4 몇 대가 소규모 전투를 벌인 적은 있어도 지금처럼 수십 대의 전차들이 대규모 기갑전을 벌인 적이 없었다. 양군 모두, 특히 미군의 M-4 전차 숫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상 최초로 K-2와 M-4의 대규모 전차전을 벌이는 부대의 지휘관이라는 사실은 최태묵을 흥분시키기엔 충분했다.
"적 선두전차와의 거리 2300!"
방문진이 침을 꼴깍 삼키면서 외쳤다. 앞으로 300m만 더 가면 양측 전차들이 일제히 포문을 열게 된다. 운 좋은 전차는 살아남겠지만 운이 나쁘면 그대로 저승길이다. 전차들에게 집중공격을 받고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든 양군의 M-2/3 브래들리와 K-300 보병 전투차들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고 있었다.

"거리 2200!"
"4 시 방향에서 제일 앞에 있는 적 M-4 전차, 거리 2198. 날탄 발사준비."
목표를 지정한 최태묵도 긴장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제 명령만 내리면 된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에 나온 적 선두전차와의 거리가 2100 이하로 떨어졌을 때였다.

- 적 공격헬기 출현! 아파치입니다! 아파치 옆에 따른 헬기가 있습니다! 이건... 블랙샤크입니다! 아군 블랙샤크입니다!
"무슨 소리야? 블랙샤크와 아파치가 같이 있다니? 혹시 아파치도 아군이야?"
전쟁 이전부터 한국군은 AH-64D 롱보우 아파치를 운용하고 있었고 러시아제 KA-50 블랙샤크도 일부 운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이좋게 나란히 날아오는 두 헬기가 모두 아군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지원을 왔다고 보기엔 그 숫자가 적었다. 대전차 미사일도 달려있지 않았다. 뭔가 의아했다. 그 때, 지휘장갑차에 있던 참모장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 여단장님! 전투를 중지하십시요! 전쟁이 끝났습니다! 방금 전 전쟁이 끝났습니다! 전쟁이 끝났다고요!
"무슨 소리야? 전쟁이 끝나다니? 전쟁이 끝났어?"
- 여기 통군회에서 전군에 내보내고 있는 라디오 방송입니다! 들어 보십시요.
- 다시 한 번 전 전선에서 국가에 대한 애국심으로 온몸을 받쳐 싸우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고한다. 9월 5일 3시 50분부로 전쟁은 끝났다. 모든 전투행위를 중단하라. 전쟁은 끝났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용감히 싸운 여러분에게 전 국민들을 대표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전쟁이 끝났으니 전투를 중지하고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 다시 한 번....
"제길! 왜 지금이냐고!"
최태묵이 분한 듯이 주먹을 내리쳤다. 전쟁이 끝난 것은 다행이었지만 눈앞에 거대한 먹이감을 그냥 내보내게 되다니 너무나 억울했다. 동시에 K-2와 M-4 전차간 대규모 전차전도 결국 벌어지지 않았다. 단 100m 차이로 인하여.

"어랍쇼? 저것들은 뭐하는 거야?"
분노를 삭이던 최태묵이 목격한 것은 전차에서 뛰어내리는 병사들의 모습이었다. 전차에서 뛰어내린 병사들이 서로 얼싸안코 좋아하며 종전을 자축하고 있었다. 미군 전차병들도 일제히 뛰어내리며 종전을 기뻐했다. 상공의 아파치 헬기와 블랙샤크 헬기에선 종전을 알리는 전문을 뿌리면서 종전소식을 알리는 방송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 명의 병사들을 시작으로 양군 전차병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 어색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이내 사라지고 방금 전까지 서로 포탄을 쏘아대던 병사들이 함께 종전을 축하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씨방새들, 적하고 같이 놀아? 잘하는 짓이다."

그렇게 말하는 최태묵의 표정에도 아까의 분노가 모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방문진도 바깥으로 뛰어나간지 오래였다. 종전을 환호하는 병사들을 보던 최태묵의 눈이 자신의 전차를 향해 다가오는 미군 전차에게로 자연스레 쏠렸다. 어느새 자신의 전차 코 앞까지 다가온 적 전차, 아니 미군 전차의 해치가 열리며 자신과 같이 별 하나를 달은 미군 장성이 나왔다. 최태묵이 벌떡 일어서며 상대방 전차로 건너 뛰었다.

"정말 불의의 기습이었습니다. 훌륭하신 전투지휘에 감탄했습니다. 미 육군 마르틴 쿠스 준장입니다."
"저야 말로 귀 부대의 신속한 대응에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한국 육군 최태묵 준장입니다."

두 장성이 서로 칭찬의 말을 건네며 악수를 나눴다. 방금 전까지 포탄을 주고받던 사이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군과 미군을 가리지 않고 모두들 속으로 전쟁을 혐오하고 있엇고 종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지루한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지금,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였다. 서로 종전을 축하하는 양측 병사들의 모습에서 최태묵과 쿠스는 새출발의 희망을 본 셈이었다.


9월5일 14:12 경기도 광명시

"어웨이! 어웨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어! 전쟁이 끝났다고!"
'으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와 영어로 뭐라고 기쁜 듯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최성원이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는 사람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는데 담배를 피고 있었다. 정신이 맑아지면서 최성원이 그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군이었다! 계급장을 보니 다이아몬드 하나, 미 육군 소위였다.

"으윽!"
깜작 놀라 일어서던 최성원이 어깨에서 오는 통증에 고통을 참지 못하고 벌렁 쓰러졌다. 최성원의 신음소리를 듣고 담배를 피고 있던 미군 소위가 시선을 돌렸다.

"아,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군. 그래, 몸은 괜찮나?"
"네... 저는... 포로로 잡힌 겁니까?"
"그렇지."
"당신네 병사들이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가 결국 전쟁에서 졌군요."
최성원이 씁쓸하다는 듯 말했다. 결국 전쟁은 한국의 패배로 끝난 것이다. 이제 미국의 무리한 요구들을 수용하면서 전후복구사업을 해야 했다. 다시 한 번 한국에게 시련의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동안 한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시달리면서 전후복구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아니, 그 누구도 이기지 않았어. 종전회담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전투행위가 중단된 거야. 그리고 사실상 한국이 이긴 걸세. 한국하고 일본 각지의 전투에서 연합군이 대패했거든."
"그게 정말입니까? 으윽!"
한국의 패배를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있던 최성원이 미군 장교의 말을 기뻐하며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어깨에서 오는 통증에 신음하며 도로 누웠다. 일어서는 데 별로 지장이 없는 어깨 부위인데도 이렇게 고통이 오는 것을 보면 부상정도가 심한 모양이었다.

"조심하게. 아직 총탄도 빼내지 못했어. 일단 자네는 전투행위 중단 전에 우리에게 포로로 잡혔네. 미합중국의 명예로운 장교로서 제네바 협정에 의거, 정당한 포로대우를 해줄 것을 약속하네. 자네는 잠시 후, 헬기편으로 서해의 우리 상륙함으로 옮겨가 수술을 받을 걸세. 뭐, 우리측 사상자는 대부분 전사자라 수술실은 비교적 여유롭다는군."
최성원이 아무런 말 없이 미군 장교의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미군 병사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다시 한 번 종전을 자축하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헬기들은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온갖 잡다한 언어로 종전소식을 알리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진짜 전쟁이 끝나긴 끝난 모양이었다.

"전쟁이 끝나니 다행입니다. 제 고향은 이렇게 파괴되었지만 말이죠..."
"이곳이 자네 고향인가?"
"네, 그때문에 당신들을 증오하고 있죠."
최성원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 소리를 들은 미군 장교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래, 고향이 이렇게 파괴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아나? 자네가 쓰러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죽인 우리 병사가 바로 내 동생이라는 걸 말이야."
"네?"
최성원이 깜작 놀랐다. 혹시 미군 장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 장교가 보여준 가족사진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분명 최성원이 정신을 잃기 전 총을 쏘아 사살한 미군의 얼굴이 자기 앞에 있는 미군 장교 옆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절 살려둔 겁니까?"
"글쎄,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말야. 한 가지는 확실해. 이제 전쟁은 끝났어. 서로 원한과 증오에 사무치지 말고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시기야. 안 그런가?"
미군 장교의 말에 최성원이 다시 할 말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쟁기간 내내 어두웠던 하늘이 지금은 매우 푸르렀다. 이렇게 푸른 하늘을 보게 된 것도 정말 오랫만이었다.

전쟁은 이렇게 끝났다. 거듭되는 핵무기 사용, 급증하는 사상자 숫자, 그리고 한국군의 마지막 반격으로 인한 연합군 주력부대의 집단항복 및 괴멸.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종전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종전소식이 전해진 후 신지훈과 진철규는 미군 수송함대를 공격하지 못했다며 통곡을 했다. 최익현함이 화풀이로 액티브 탐신을 연발한 후에야 잠수함의 존재를 확인한 미군 수송함대 승무원들의 등에선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종전소식이 전해진 뒤 레이너는 간단하게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대선은 세 달이나 남았고 임기도 5개월이나 남았지만 레이너는 더 이상 대통령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었다. 이번 전쟁의 실질적 원인을 제공한 레이너는 마음 속으로 전쟁통에 죽어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용서를 빌었다. 하야를 만류하는 각료들과 장성들의 손길을 냉정하게 뿌리치며 제임스 레이너가 백악관을 나섰다.
급히 제주도로 향하는 군 수송기 안에서 종전소식을 들은 러셀 신임 태평양지구 사령관은 참모들과 함께 종전을 축하하는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한국군에 항복한 미하일 갈란트 대장은 그래도 자신의 결단으로 2 군이 다른 연합군들에 비해 피해가 적었다며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알고 기뻐했다. 반면 존 워터스 3 군 사령관과 한국군에 항복한 드레이크 소장은 말이 없었다.
도쿄만의 미 해군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짜던 이경섭 소장은 종전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순신함의 해군항공대 파일럿들은 신재우에게 어서 프로포즈 하라며 성화였지만 신재우는 이민아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서해상에서는 세종대왕 전단을 직접 지휘하던 진성확 대장은 함재기 전멸이라는 엄청난 피해에,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존 도네스 대장은 항모 2 척이라는 피해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뉴델리에서 종전소식을 들은 틸라크 인도총리는 이번 전쟁에 뒤늦게 끼어들어서 피만 잔뜩 보고 실익은 없었다며 울분을 삭였지만 중국과 미얀마로부터 받아낼 약간의 영토에 위안을 삼았다. 어쩌면 인도가 유엔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잇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테르로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으로 사실상 말비나스 제도를 수복했다며 좋아했고 레니 에이더드 영국 총리는 포클랜드 제도 수복의 불가능을 역설하는 장성들의 말에 방방 뛰며 난리쳤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TV로 종전소식을 들은 손범익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양복 안 주머니에 유서를 집어넣고 주스에 청산가리를 타고 잠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마음을 굳게 잡곤 그대로 주스를 들이마셨다. 자신이 계속 살아있을 경우 종전회담에서 한국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전성수 중위와 이상렬 소령은 기체에 마지막 출격에서 격추시킨 미군기의 실루엣을 그리며 한국군 최고의 에이스 등극을 자축했다. 천안으로 공격을 감행하던 조성비는 결국 평택엔 들어가지도 못했다며 씩씩거렸고 우종원은 미군 장성을 포로로 잡은 공로로 무슨 선물을 받을까 하고 고민했다.
전두환함 함장 서광재와 부장 유석필은 이번 기회에 이 두환이 뚱땡이에서 내리고 새로운 배로 이함신청을 해서 꼭 이함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노무현함 함장 신병욱 대령은 자신이 결정한 핵공격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었는지 생각하며 자책했다.
어찌되었건 이 길고 지루한 전쟁이 끝나면서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이 참상을 잊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처참한 전쟁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수 밖에 없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7-05-01
09:34:05


라데니조아
글 일부가 보이지 않아 수정하느냐 게속 올렸다 지우고 또 올렸다 지우고 하는 노가다를 반복하고 문단간격을 없애고 극소수 내용(쓸모없는)을 지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2003-10-20
22:12:23

 


loan
Your website is very the most informative. I liked your website a lot. Thank you.
<a href=http://www.findpaydayloan.com>payday loan canada</a> <a href=http://www.findpaydayloan.com/canada-payday-loans.shtml>canada payday loans</a>
2010-07-04
15:41:06



toronto payday loans
ulanbatu.cafe24.com is great! Payday Loans No Fa Online is the Smart Way to Obtain Fast Cash With payday loans no fa approval and application becomes fast and easy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loans toronto</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toronto loans</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loan toronto</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toronto loan</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payday loan toronto</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toronto payday loan</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payday loan toronto</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toronto payday loans</a> <a href=http://www.aaatorontopaydayloans.com>payday loans toronto</a> 2010-07-23
17:30:14



Crachagma
http://forums.sabnzbd.org/index.php?action=profile;u=39262
http://www.palmerperformance.com/forum/index.php?action=profile;u=5015
http://jamesllewellin.com/community/index.php?action=profile;u=2187
http://www.replaygamez.com/index.php?action=profile;u=1255
http://forums.iccellphone.com/index.php?action=profile;u=803
2010-10-21
22:10:14



Icownpync
http://www.mitelforums.com//index.php//index.php?action=profile;u=1477 - cash advance <a href="http://www.stilcars-tuning.com/foro/index.php?action=profile;u=332">cash advance</a>
http://noryega.com/index.php?action=profile;u=1317 - payday loans <a href="http://www.skinifilm.com/forum/index.php?action=profile;u=633">payday loans</a>
http://www.aritcr.rmutl.ac.th/forum/index.php?action=profile;u=11136 - payday loans canada <a href="http://www.dobrudja1919.com/forum/index.php?action=profile;u=2985">payday loans canada</a>
http://www.methods.info/forum/index.php?action=profile;u=293 - payday loans online <a href="http://www.tvferrol.es//foro2/index.php//foro2/index.php?action=profile;u=427">payday loans online</a>
2010-10-31
17:03:40



Icownpync
http://www.school-grants-guide.org - school grants vwdrrfbm <a href="http://www.school-grants-guide.org">school grants</a> fomqkuwm <a href="http://www.organicmattresshub.com">organic mattress</a> hfgrasmy http://www.organicmattresshub.com - organic mattress ncgqrlfy http://www.sampleresumeexample.org - sample resume oixtcjra <a href="http://www.sampleresumeexample.org">sample resume</a> alrlicpi <a href="http://www.loanshamilton.com">loans hamilton</a> xstmyary http://www.loanshamilton.com - loans hamilton xvexnquj http://www.weeklyspiritualreflections.com - spiritual gifts ldgkiolt <a href="http://www.weeklyspiritualreflections.com">spiritual gifts</a> wubllswo <a href="http://www.finsfootball.com">football online</a> vxwigouc http://www.finsfootball.com - football online cuvzxjkb http://www.onlineloanspayday.com - online loans payday vkhyspri <a href="http://www.onlineloanspayday.com">online loans payday</a> 2010-12-26
10:05:06



Icownpync
http://www.school-grants-guide.org - school grants eyitgtpe <a href="http://www.school-grants-guide.org">school grants</a> rxzgnjlx <a href="http://www.organicmattresshub.com">organic mattress</a> xyfhiuro http://www.organicmattresshub.com - organic mattress zctdmfyb http://www.sampleresumeexample.org - sample resume nnbqntyq <a href="http://www.sampleresumeexample.org">sample resume</a> ushtwiqf <a href="http://www.loanshamilton.com">loans hamilton</a> qwyhsnxv http://www.loanshamilton.com - loans hamilton ldniokmz http://www.weeklyspiritualreflections.com - spiritual gifts idsjvmhk <a href="http://www.weeklyspiritualreflections.com">spiritual gifts</a> bfsqbwxj <a href="http://www.finsfootball.com">football online</a> rlbmfanp http://www.finsfootball.com - football online broxigas http://www.onlineloanspayday.com - online loans payday jruuprsj <a href="http://www.onlineloanspayday.com">online loans payday</a> 2010-12-27
14:16:25



Papediuplenna
Hi folks Editor! Opt to voice that like your web presence fantastic.
<a href=http://www.businesscreditcardv.com>business credit card</a> <a href=http://www.businesscreditcardv.com/get-low-interest-business-credit-cards>get low interest business credit cards</a> business credit card ein <a href=http://www.calendartemplatev.com>calendar template</a> <a href=http://www.calendartemplatev.com/online-calendar-template>online calendar template</a> calendar template print <a href=http://www.carbatteryv.com>car battery</a> <a href=http://www.carbatteryv.com/energizer-car-battery>energizer car battery</a> car battery inverter <a href=http://www.digitalphotoframev.com>digital photo frame</a> <a href=http://www.digitalphotoframev.com/wireless-digital-photo-frame>wireless digital photo frame</a> digital photo frame 12v <a href=http://www.fitnessgymv.com>fitness gym</a> <a href=http://www.fitnessgymv.com/body-fitness-gym>body fitness gym</a> fitness gym in michigan <a href=http://www.greenhomev.com/>green home</a> <a href=http://www.greenhomev.com/green-home-plans>green home plans</a> super fitness gym jacksonville fl <a href=http://www.hairremovalv.com>hair removal</a> <a href=http://www.hairremovalv.com/hair-removal-for-men>hair removal for men</a> hair removal 91105 <a href=http://www.homemadepizzav.com>homemade pizza</a> <a href=http://www.homemadepizzav.com/homemade-pizza-recipe>homemade pizza recipe</a> homemade pizza without yeast <a href=http://www.horsetrailersv.com>horse trailers</a> <a href=http://www.horsetrailersv.com/shadow-horse-trailers>shadow horse trailers</a> horse trailers jacksonville <a href=http://www.hybridbikev.com>hybrid bike</a> <a href=http://www.hybridbikev.com/trek-hybrid-bikes>trek hybrid bikes</a> hybrid bike weight limit <a href=http://www.itunesv.org>itunes</a> <a href=http://www.itunesv.org/installing-itunes>installing itunes</a> itunes announcement <a href=http://www.kneepainv.com>knee pain</a> <a href=http://www.kneepainv.com/knee-pain-exercises>knee pain exercises</a> knee pain pills <a href=http://www.lavenderplantsv.com>lavender plants</a> <a href=http://www.lavenderplantsv.com/english-lavender-plants>english lavender plants</a> lavender plants species <a href=http://www.minimacv.com>mini mac</a> <a href=http://www.minimacv.com/ram-mini-mac>ram mini mac</a> mini mac instructions <a href=http://www.moneytreev.com>money treev</a> <a href=http://www.moneytreev.com/feng-shui-money-tree>feng shui money tree</a> money tree clip art <a href=http://www.organicvegetablev.com>organic vegetable</a> <a href=http://www.organicvegetablev.com/organic-vegetable-seeds>organic vegetable seeds</a> organic vegetable seeds catalog <a href=http://www.paintballgunv.com>paintball gun</a> <a href=http://www.paintballgunv.com/paintball-gun-packages>paintball gun packages</a> paintball gun sale <a href=http://www.pontoonboatsv.com>pontoon boats</a> <a href=http://www.pontoonboatsv.com/mini-pontoon-boats>mini pontoon boats</a> pontoon boats michigan <a href=http://www.projectmanagementv.com>project management</a> <a href=http://www.projectmanagementv.com/project-management-basics>project management basics</a> project management 2007 tutorial <a href=http://www.ps3gamesv.com>ps3 games</a> <a href=http://www.ps3gamesv.com/used-ps3-games>used ps3 games</a> ps3 games quotes <a href=http://www.thyroidproblemv.com>thyroid problem</a> <a href=http://www.thyroidproblemv.com/thyroid-problems-in-men>thyroid problems in men</a> thyroid problems males <a href=http://www.turnkeywebsitev.com>turnkey website</a> <a href=http://www.turnkeywebsitev.com/turnkey-website-scripts>turnkey website scripts</a> turnkey website adsense <a href=http://www.vitamindv.com>vitamin d</a> <a href=http://www.vitamindv.com/liquid-vitamin-d>liquid vitamin d</a> vitamin d hair loss
2011-01-25
20:13:40



Papediuplenna
online payday loans houston tx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om>payday loans</a> payday loans vancouver wa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a>payday loans</a> payday loans 30224 <a href=http://www.paydayloancompanyonline.ca>payday loans</a> payday loans no direct deposit required <a href=http://www.paydaytown.ca>payday loans</a> payday loans for people with bad credit yahoo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a>payday loans</a> payday loans unemployed students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om>payday loans</a> texas car title and payday loans locations <a href=http://www.westcoastpayday.com>payday loans</a> payday loans bad credit ok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om>payday loans</a> payday loans virginia code <a href=http://www.unclepaydayloan.ca>payday loans</a> payday loans locations toronto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a>payday loans</a> payday loans hawaii hilo <a href=http://www.paydayloanstation.ca>payday loans</a> national cash advance locations in winnipeg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om/online-payday-loans.shtml>online payday loans</a> cash advance credit card how to <a href=http://www.canadaonlinepaydayloan.com/cash-loans.shtml>cash loans</a> cash advance services livermore <a href=http://www.canadaonlinepaydayloan.com/cash-advances.shtml>cash advances</a> cash advance america corporate office <a href=http://www.canadaonlinepaydayloan.ca/payday-cash-loan.shtml>payday cash loan</a> ez cash advance edmonton alberta <a href=http://www.paydaytown.ca/canadian-payday-loans.shtml>canadian payday loans</a> cash advance stores in canada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a/bad-credit-loans.shtml>bad credit loans</a> cash advance gainesville florida <a href=http://www.westcoastpayday.com/instant-payday-loans.shtml>instant payday loans</a> cash advance format <a href=http://www.paydaytown.ca/payday-loan.shtml>payday loan</a> ez cash advance edmonton hours <a href=http://www.fastcashcanada.ca/payday.shtml>payday</a> cash advance payday loans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a/canada-payday-loans.shtml>canada payday loans</a> payday cash advance loans <a href=http://www.fastcashcanada.ca/faxless-payday-loans.shtml>faxless payday loans</a> cash advance network mailing address <a href=http://www.fastcashcanada.ca/payday-loan.shtml>payday loan</a> cash advance interest rate credit card <a href=http://www.canadaonlinepaydayloan.com/cash-advance.shtml>cash advance</a> cash advance fee capital one <a href=http://www.westcoastpayday.ca/payday-loans-online.shtml>payday loans online</a> cash advance denver co <a href=http://www.unclepaydayloan.com/online-payday-loan.shtml>online payday loan</a> cash advance no checking account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a/online-payday-loan.shtml>online payday loan</a> request for cash advance form <a href=http://www.fastcashcanada.ca/online-payday-loan.shtml>online payday loan</a> first american cash advance payday loan <a href=http://www.unclepaydayloan.ca/payday-advance.shtml>payday advance</a> ez cash advance regina <a href=http://www.paydayloanstation.ca/payday-loans-in-canada.shtml>payday loans in canada</a> national cash advance limited <a href=http://www.onlinecashloans.ca/faxless-payday-loans.shtml>faxless payday loans</a> cash advance request letter sample <a href=http://www.fastcashcanada.com/payday-advance.shtml>payday advance</a> mastercard cash advance fees <a href=http://www.paydaytown.ca/bad-credit-loans.shtml>bad credit loans</a> cash advance savings account bad credit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a/online-payday-loan.shtml>online payday loan</a> cash advance grand rapids mi <a href=http://www.westcoastpayday.com/loans-for-bad-credit.shtml>loans for bad credit</a> cash advance ottawa ontario canada <a href=http://www.mycashadvancesite.ca/loans.shtml>loans</a> cash advance america promo code <a href=http://www.paydaytown.ca/bad-credit-loans.shtml>bad credit loans</a> canada cash advance kingston <a href=http://www.fastcashcanada.com/online-payday-loans.shtml>online payday loans</a> cash advance riverside ca <a href=http://www.paydayloanstation.ca/bad-credit-loans.shtml>bad credit loans</a> national cash advance abbotsford <a href=http://www.fastloanscanada.ca/about.shtml>about</a> cash advance no faxing <a href=http://www.myrealpayday.com/payday-loan.shtml>payday loan</a> cash advance visa gift card <a href=http://www.canadaonlinepaydayloan.ca/payday-loan-canada.shtml>payday loan canada</a> cash advance your credit card <a href=http://www.mypaydayloansite.com/payday-loans-canada.shtml>payday loans canada</a> visa cash advance <a href=http://www.westcoastpayday.com/pay-day-loan.shtml>pay day loan</a> visa cash advance <a href=http://www.findpaydayloan.com/payday-advance.shtml>payday advance</a> top merchant cash advance companies <a href=http://www.myrealpayday.com/loans.shtml>loans</a> payday loans uk lenders payday loans everett wa 2011-02-02
03:41:59



mortgage broker vanc
Hello from <a href=http://mortgage-broker-vancouver.com>mortgage broker vancouver</a> http://mortgage-broker-vancouver.com - mortgage broker vancouver 2011-02-22
02:11:02



payday loans calgary
Have you ever met with monetary emergency and have to have money inside a hurry? Don't search additional as we at loansforcanada.netprovide the very best on line company to help you. With us you only need to meet some specifications to obtain the revenue transferred into your account.* The citizen of Calgary, Canada* With minimal eighteen decades of age* Employment proof* Existence of energetic financial institution account in CalgaryAfter fulfilling these needs, you'll be able to avail money within your financial institution account. The quantity could be utilised for tackling numerous requirements like clearing of health charges, financial debt consolidation installment, wedding ceremony costs, cellular telephone payments, automobile fix, and so forth.The most beneficial component is the fact that citizens of Calgary who're marked with poor credit score score or don't have any collateral to have can avail payday loans. The quantity and repayment interval is depended on the borrowers month to month revenue. The rate of interest charged is somewhat greater than other private loans. So, folks throughout the Calgary look at payday loans for Calgary to fulfill their urgencies which could not be waited till subsequent payday.With us at loansforcanada.web it is possible to avail payday loans Calgary for taking into consideration your urgent or surprising expenditures at aggressive charges when in comparison with marketplace quotes. See how to get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vOiAR7BqGqQ>watch?v=vOiAR7BqGqQ</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vOiAR7BqGqQ>watch?v=vOiAR7BqGqQ</a> http://www.youtube.com/watch?v=vOiAR7BqGqQ 2011-02-25
22:29:11



payday loans
Very very informative site!!!
http://almatranquila.com/forum/index.php?action=profile;u=1635
2011-04-02
07:18:43



payday loans
Very very informative site!!!
http://community.cote-de-pablo.com/index.php?action=profile;u=2006
2011-04-06
07:40:53



Clinique Bonus Time
Greetings! Quick question that's completely off topic. Do you know how to make your site mobile friendly? My weblog looks weird when browsing from my iphone 4. I'm trying to find a template or plugin that might be able to resolve this problem. If you have any recommendations, please share. With thanks!
http://www.youtube.com/watch?v=nxFC_Fi2DFU
2011-05-04
18:45:54



blu electronic cigar
Admiring the commitment you put into your blog and detailed information you present. It's nice to come across a blog every once in a while that isn't the same out of date rehashed information. Excellent read! I've bookmarked your site and I'm adding your RSS feeds to my Google account.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blu-electronic-cigarette-reviews/">blu electronic cigarette review video</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smokeless-cigarette-reviews/">free smokeless cigarette</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electronic-cigarette-brands/">best electronic cigarette brand</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blu electronic cigarette coupons</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blu-electronic-cigarette-reviews/">blu electronic cigarettes</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njoy-electronic-cigarette/">njoy electronic cigarette cartridges</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water-vapor-cigarette-reviews/">vapor cigarette</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are-electronic-cigarettes-safe/">are the electronic cigarettes safe</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vapor-cigarette-review/">vapor cigarette</a> <a href="http://bluelectroniccigarette.net">blu electronic cigarette review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1izIb3dymnE">blu electronic cigarette atomizer</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3j7Ytm3aUcE">blu electronic cigarette video</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qQ_i3Ahup-8">electronic cigarette brands comparison</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qviaMRMS6FM">electric cigarette maker</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C4BoKFRd9SA">green smoke e cig coupon</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iLaUdbVK3s">njoy ecig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1rvMMJhCQwE">prado electronic cigarette phone</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7nPWGKid-AU">baby sunburn treatmen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1Cp7e5g9mFU">v2 cigs shipping problem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evUW6qcDxgM">free water vapor cigarette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n44-Xg2mz8U">online xhamster downloader</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iTJlWexd-wc">breast actives ge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p8RG8A6jmBQ">alcohol free cosmetic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uZ7bqYg7wFA">free jewelry catalog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tSsuhyhqvhk">free dior perfume samples</a>
2011-06-07
18:52:07



bad credit loans tor
I'm really loving the theme/design of your weblog. Do you ever run into any web browser compatibility issues? A small number of my blog audience have complained about my website not operating correctly in Explorer but looks great in Chrome. Do you have any solutions to help fix this problem?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zPcaD9yRVpU">Bad Credit Loans Toronto</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rwc6o5orkeo">Personal Loans for People with Bad Credit in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ZZm-LebDRaI">Loans People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I59O_BaWH-4">How to Get a Loan with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MFBaUi7gP-Y">Guaranteed Bad Credit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ft0wRP_kmvU">Get a Loan with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udgTO4bvkI8">Bad Credit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HFewZJP3EhQ">Toronto Bad Credit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X39Mt7fDyQY">Personal Loans For People With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kb9g89rDwhU">Loans for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Dv6GbVEHd64">Loan With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OmhbAMOO7F4">Loan for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hBbCXpTTV0k">Bad Credit Personal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KavDBeZ9vic">Bad Credit Loans Ontario</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NBPfTiLG2jk">Bad Credit Loans Online</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aCKiPdKknJw">Bad Credit Loans in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bzambtKMI-I">Bad Credit Loans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iRHm3SPgARg">Bad Credit Loan</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_m67opySU4E">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3kLLKviANVc">Loans for People with Bad Credit in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LN1dE0kWDI0">Loans for People with Bad Credit</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MrWFHOHPfV0">Bad Credit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Q3uqmBY6a6M">Payday Loans Ottaw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xkkIdrXHtfQ">Payday Loans in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9MAMMXB1J5g">Payday Loans Online</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CFnt51wI64s">Payday Loans in Vancouver</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7GrmC7yU5w">Payday Loans Toronto</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XACumX6LtMg">Payday Loans Ontario</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Cx3hM3DJpDo">Payday Loans Edmonton</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27BLgXCTvys">Payday Loans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saPUCZAoblw">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LpOZIrKBhSs">Online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xyXlvezEG88">Faxless Payday Loans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zsqJgnBO0YU">Canadian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rAeynaJtLMc">Payday Loans Calgary</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CngZHS3eYWI">Online Payday Loans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ewBir4sUS_s">Instant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XTOdkKkN7X0">Faxless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EyJSzWm89ME">Canada Payday Loans</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jETYa7znFSY">Payday Loans Canada</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YSvJF__N7XQ">Payday Loans Online</a>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L-6r4oGoG8Y">Payday Loans</a>
2011-06-09
19:17:07



replica rolex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reception-6136125-nice.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evening-dresses-F1ZE112265-best.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favors-2001380-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0-9492-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0-9477-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392-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Bridesmaid-Dresses-10222-good.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reception-6173646-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Bridesmaid-Dresses-3990-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Bridesmaid-Dresses-10242-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0-9430-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11578-good.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news-What-Does-Your-Wedding-Gown-Say--515.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bridal-gowns-6169687-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Real-Sample-8222-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Real-Sample-8248-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Bridesmaid-Dresses-10271-good.html http://www.seadress.net/Flower-Girl-Dresses-4802-good.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news-Junior-Prom-Dress-Choosing-The-Best-Wedding-Gown-1390.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Informal-Wedding-Dresses-3130-good.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6133600-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0-9472-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511-good.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favors-6137885-nice.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bridal-gowns-6142361-nice.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6136134-nice.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celebrity-dresses-F1ZL116401-best.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Informal-Wedding-Dresses-3115-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574-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11540-good.html 2011-07-20
14:35:28



invicta watches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reception-6232124-nice.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4000373-nice.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news-Bridesmaid-Dresses-to-Pair-With-Red-Wedding-Gown-114.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6095421-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1-12158-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Top-Seller-Wedding-Gowns-11218-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667-good.html http://www.seadress.net/Bridesmaid-Dresses-10097-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11478-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623-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Bridesmaid-Dresses-10287-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11540-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2011-12120-good.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news-How-to-Include-Color-in-Your-Wedding-Gown-339.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6173653-nice.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party-gifts-4000186-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Prom-Dresses-5674-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888-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619-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1158-good.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bridal-gowns-6135663-nice.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ceremony-2000303-nice.html http://www.seadress.net/New-Arrival-8568-good.html http://www.didweddingdress.com/wedding-reception-6230788-nice.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Real-Sample-8251-good.html http://www.seadress.net/Wedding-Dresses-2010-9701-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Wedding-Dresses-872-good.html http://www.copweddingdress.com/news-A-Guide-to-Buying-Designer-Wedding-Gowns-33.html http://www.seadress.net/Real-Sample-8357-good.html http://www.dayweddingdress.com/Plus-Size-Wedding-Dresses-2833-good.html 2011-07-20
14:36:09



coupon codes
에 대한 멋진 포스트 . 나는 매우 당신이 이야기를 쓰기 에 넣어 가지고 시간과 노력 에 감동 입니다. 난 당신에게 내 소셜 미디어 블로그에 링크를 제공할 것입니다. 모두 최고 !
http://couponcrasher.com/amazon/coupon-for-amazon-shipping.jpg - coupon for amazon shipping http://couponcrasher.com/aeropostale/coupon-codes-aeropostale-store.jpg - coupon codes aeropostale store http://couponcrasher.com/amazon/amazon-promo-coupon-codes.jpg - amazon promo coupon codes http://couponcrasher.com/aeropostale/aeropostale-free-shipping-coupon-code-2012.jpg - aeropostale free shipping coupon code 2012
<a href="http://couponcrasher.com/aeropostale/aeropostale-free-shipping-coupon-code-august-2011.jpg">aeropostale free shipping coupon code august 2011</a> <a href="http://couponcrasher.com/aeropostale/aeropostale-online-promo-codes-2011.jpg">aeropostale online promo codes 2011</a> <a href="http://couponcrasher.com/aeropostale/free-coupons-aeropostale.jpg">free coupons aeropostale</a> <a href="http://couponcrasher.com/amazon/amazon-free-shipping-coupon-codes-for-books.jpg">amazon free shipping coupon codes for books</a>
2011-10-24
00:18:11



Name
Password
Comment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Notice  블러디스톰 인터넷 연재 시작했습니다.  [316]  송명흡 2005/09/03 7 6933
Notice  블러디스톰 기존 연재분을 삭제했습니다. (추가공지)  [579]  송명흡 2005/06/26 6 4832
Notice  현재 근황입니다. (추가사항)  [14]  송명흡 2005/06/21 3 3737
Notice  드디어 세번째 대전쟁을 완결했습니다.  [4]  Ladenijoa 2004/03/01 14 7311
50  세번째 대전쟁 에필로그  [582]  Ladenijoa 2004/03/01 35 19768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5>  [19]  라데니조아 2003/10/20 52 15989
48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4>    라데니조아 2003/10/12 36 9181
47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3>  [2]  라데니조아 2003/10/05 31 8906
46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2>    라데니조아 2003/09/28 30 8428
45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1>  [5]  라데니조아 2003/09/21 40 10622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3][4][5][6]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