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블러디 스톰


로그인  회원가입

세번째 대전쟁 50<Operation Tiger's Heart - 2>
라데니조아  2003-07-20 22:44:19, 조회 : 6,232, 추천 : 27

[광명, 난 처음에 이런 촌동네때문에 서울을 함락하지 못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 아이언드 브론스 연합군 한국원정군 1 군 사령관, 자신의 제 3 차 세계대전 회고록에서 -

9월1일 10:23 인천광역시 남동구

김재환 병장이 무거운 팬저 파우스트 - 3 대전차 로켓을 들고 악착같이 뛰었다. 주변에서 소총을 들고 그를 엄호하고 있던 동료들이 조심스레 주변을 경계하며 그를 호위했다. 뒤쪽에는 방금 전 김재환의 팬저 파우스트에 격파당해 불타오르고 있는 M-1A1 전차가 있었다. 주변엔 미군의 시신도 널려 있었다.

인천에 상륙한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군은 투입가능한 병력을 모두 인천 시가전에 동원하였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진행되는 시가전이었다. 한국군의 포격을 각오하며 미군이 인천항에서 하역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방어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차와 자주포를 앞세운 미군의 정석 플레이에 준비가 부족한 한국군이 고전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인천은 서울의 주방어선에서 제외되었다. 미군의 서울진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수도방위군의 결정은 부천을 중심으로 서울 서부 방어선을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인천은 오직 이 서부 방어선 형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곳일뿐, 한국군에게 있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 2 진지로 퇴각한 김재환의 팀이 급히 탄창을 갈아끼우고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이미 다른 곳에소 후퇴한 동료들과 새로 지원온 병력들이 곳곳에서 방어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전차 로켓과 대전차포같은 중화기는 제일 안전한 곳에 숨겨져 있었으며 무너진 건물잔해 속에서 소총수들이 적의 공격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은 독곡 사거리였다. 김재환과 동료들이 진을 친 곳은 독곡 사거리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인천 동부교육청 2 층이었다. 무거운 발사기를 내려놓고 김재환이 쌍안경으로 남쪽을 살폈다. 서창 인터체인지쪽을 돌파한 미군이 전차를 앞세우며 만수 6 동쪽을 돌파하고 독곡 사거리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듯 포성이 가까워오는 것은 물론이오, 후퇴하여 방어선에 합류하는 아군 숫자가 늘어나고 남쪽에서 솟구치던 붉은 화염과 검은 연기는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미군이 아군의 저항을 무너트리고 가까이 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 탕!

총성이 단 한 번만 들린 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아군 저격수가 적을 사살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 반대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총성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던 독곡 사거리 일대의 한국군은 더더욱 긴장했다. 총성이 들렸다는건 이미 교전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역시나 남쪽에서 폭음이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김재환도 쌍안경으로 포착한 미군 전차와 장갑차 다수를 포착했다. 그러나 고층건물들과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때문에 정확하게 적을 공격하기 어려웠다. 김재환은 미군이 스스로 기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미군의 대규모 공격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적의 맹렬한 포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미군의 자주포와 전차가 일제히 불을 뿜더니 바로 독곡 사거리 남쪽에 있던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화염에 휩싸였다. 전차들의 화력을 등에 업은 미군 보병들이 건물 잔해더미 사이들을 이리저리 기어다니며 공격해왔다.

한국군 역시 즉각 반격을 시작했다. 미군을 향해 사방에서 총탄이 빗발치들 날라들었다. 각 건물에 배치된 대전차포와 대전차 로켓도 불을 뿜었다. 그러는 동안 서쪽 도로에서도 미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전차포의 강력한 화력이 아파트에서 불을 내뿜던 한국군 중기관총 진지를 그대로 침묵시켰다. 동부교육청 옆에 붙은 주공아파트 건물이 미군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었다.

- 콰아아앙~~!

아파트 사이에서 날라온 포탄이 미 육군의 M-1A2 전차가 들썩거리더니 이내 불타올랐다. 아파트단지 내에 숨어있던 K-1 전차들이 미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인천에 얼마 배치되지 않은 귀중한 전력이었다. 근거리에서 105mm 강선포를 얻어 맞았으니 격파되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군 전차의 등장을 시작으로 전투는 더욱 더 치열해졌다. 전차들이 기습을 당하면서 대부분 격파당하자 서쪽에서 공격해오며 아파트를 향해 포격을 가하던 자주포들이 황급히 연막탄을 터트리며 물러나려 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철판, 부가장갑등을 덕지덕지 붙인 자주포들이 포를 최대한 내리려고 애쓰는 가운데 전차들의 포는 다시 불을 뿜었다.

"해병대와 육군의 협공작전이라 이건가? 젠장, 우리 포병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남쪽에서 공격해오는 적 전차들은 M-1A1으로 적이 미 해병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서쪽의 적 전차들은 M-1A2였다. 미 육군과 해병대가 양면에서 공격해오고 있었다. 비록 아군 전차들의 기습으로 적 육군을 패퇴시키고 몇 문의 자주포를 날려버렸다지만 더 많은 적이 올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생각이었다.

미 육군이 올라오도록 내버려 둔 것은 결국 아군 포병대의 책임이었다. 포병대가 있다면 당연히 미군이 물자를 하역하는 인천항을 공격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까지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박격포가 미군의 하역을 방해하기 위해 몇 번 포격을 날린 것이 전부였다. 포병대만 제대로 해주었다면 적 육군이 올라오진 않았을 거라며 김재환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김재환은 수도권 일대의 병력들이 대부분 남하하면서 포병전력들도 대부분 같이 남하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남은 전력도 다수가 미군의 치열한 공습을 받아야 했다.

그러는 동안 정면에서 치고 올라오던 미군이 한국군의 저항을 뚫고 올라오고 있었다. 잔해더미들 속에서 슬며시 움직이며 먼저 진격해오던 미군 보병들이 동부 교육청 건물을 향해 마구잡이식으로 총격을 가했다. 아군도 즉시 대대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기관총에서 내뿜는 탄환들이 미군들의 몸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놓은 동안에도 총격을 가하던 동료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아직까지 독곡 사거리의 최대거점중 하나인 동부 교육청에서의 저항을 제압하지 못하자 미군은 부랴부랴 전차들을 내보냈지만 아직 제압되지 않은 한국군 대전차포들이 화끈한 선물을 날려주자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격파된 전차는 없었지만 아직까지 한국군의 대전차 세력이 살아남아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섣불리 사거리 한 가운데로 진입할 순 없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콰콰콰쾅~~!!!

엄청난 폭음이 들리며 가공할만한 충격이 온 몸에 전해졌다. 김재환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던 김재환이 근처에서 뭔가 희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총성과 포성, 폭발음에 묻혀 희미하게 들리던 그 소리는 점 점 커져만 갔고 건물을 뒤흔드는 폭발음도 연이어 들렸다.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김재환은 직감적으로 위험이 닥쳐오고 있음을 느끼고 즉각 엎드렸다. 지금은 포성이나 폭발음보다도 더 크게 들리는 이 소리는 분명 헬기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 투타타타타탓~~~~~~!

- 슈우우우우웅~~~!

- 콰아아아앙! 콰쾅~~!

공격헬기들이 나타나자 동부 교육청의 한국군이 즉시 맹렬하게 반격했다. 곳곳에 설치된 12.7mm 중기관총들이 아파치를 향해 맹렬하게 총탄을 뿜었고, 신궁으로 보이는 휴대용 SAM이 아파치를 노리고 날라갔다. 교육청 건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군 방어진지에서 가해지는 엄청난 대공화망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던 아파치 3 기가 격추당했지만 다른 아파치들은 뒤로 물러서며 30mm 포와 로켓탄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사방에서 한국군의 비명과 로켓탄의 폭음이 연달아 들려왔고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아파치에서 투하한 플래어에 신궁 미사일들은 목표를 잃고 자폭했다.

한국군의 저항이 사라지자 아파치 헬기들이 물러나고 다시 미군 해병대가 접근하기 시작했다. 육중한 M-1A1 전차가 보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바리게이트를 넘었다. 그들을 상대해야 할 한국군 전차들은 아파치의 헬파이어에 모두 전멸당했다. 단번에 전세가 결정되자 김재환이 허망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적 전차들이 계속해서 사거리 중심으로 진입해오고 있었다. 가끔씩 가해지는 한국군 잔존병력의 소총사격은 그들에게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김재환이 조심스레 팬저 파우스트 발사기를 들어 적 전차를 조준했다. 한국군의 파괴 공작과 치열한 전투때문에 도로사정이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미군 전차들은 일렬로 늘어진 상태였다. 전차 한 대만 잡으면 적은 당분간 독곡 사거리를 통해 진격하기 어려울 것이다.

- 슈우우우우우웅~~~~!

- 콰콰콰콰쾅~~~~~!

김재환이 발사한 로켓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M-1A1 전차의 상부를 강타했다. 전차의 전면장갑을 향해 발사했다면 아무런 효과도 없었겠지만 3 층에서 발사된 로켓은 전차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상부를 노릴 수 있었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전차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온몸이 피로 젖은 승무원 한 명이 간신히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승무원은 어딘가에 매복한 아군 저격수에 의해 사살되었다.

주먹을 불끈 쥔 김재환이 불타는 전차 뒤에서 멈추어 선 다른 적 전차를 노리고 발사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런 김재환의 행동은 작은 전과에 도취된 크나큰 실수였다. 갑자기 앞에서 강력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김재환의 눈 앞에 아파치라 불리는 잔인한 학살자가 30mm 포를 겨누고 있었다. 급히 발사기를 아파치에게로 돌리려 했지만 이미 그 전에 30mm 포에에서 불을 뿜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9월1일 11:45 황해남도 강령군

도대체 이런 짓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리근호 상위가 주먹으로 전차를 내리쳤다. 이젠 인민군에서도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 지방의 예비군용으로 쓰이고 있고 현역부대에 배치된 숫자는 100 대도 안되는 구닥다리 천마호 전차로 미제의 웅진진입을 저지하라는 명령은 누가 보아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통일전쟁 이후 인민군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구식 T-72 전차와 T-80U, T-90S 전차와 한국의 K-1 전차를 혼합 운용하고 있었다.

처음 이곳에 투입되었을 때는 전차 200 대 정도로 제법 규모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1/3 수준으로 전력이 급감했다. 미제 해군육전대와 싸워보지도 못하고 계속되는 폭격과 공격직승기의 공격만으로 이 모양이 된 것이다. 가까운 과일 기지에 있을 게 뻔한 미그기들은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공군 군관 동지들은 미제의 공격을 저지하느냐 공군이 거의 괴멸되었다고 했지만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이었다.

어찌되었건 미제의 옹진 진입을 저지하는 것은 완벽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니, 제대로 전투도, 이동도 하지 못했으니 실패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옹진군과 강령군의 경계지역에서 버티고 있는 이들을 피해 미제의 해군육전대는 그냥 벽성군을 통과해 우회하여 옹진으로 향했던 것이다.

현재 미군은 황해남도 지역의 주요 해안지역을 향해 대대적인 공세를 감행하고 있었다. 강령과 옹진 해안으로 해병대가 상륙했으며 옹진항과 해주항 일대엔 연합군의 공수부대가 대거 투입되었다. 특히 미군 주력부대는 해주를 포위하고 해안에서 새로 상륙전을 시작한 호주 해병대, 영국군 공수부대와 함께 총공세를 펴고 있었다. 미군이 본격적인 상륙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항구였기에 집중공격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분명한 건, 적의 주공이 동쪽이라는 점이었다. 옹진과 강령에도 미군이 올라오긴 했지만 옹진의 미군은 숫자가 적었고 강령의 미군은 대부분 해주로 진출한 상황이었다. 적의 주공을 피한 리근호의 부대는 살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미군이 리근호의 부대가 있는 곳을 향해 온다면 그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다.

- 미제의 해군육전대 M-1A1 땅크들이다! 약 30여 대다!

- 동지들, 미 제국주의 침략자의 황해남도 상륙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지해야 하기오. 미제의 황남상륙을 허용하게 되면 인민군이 서울을 구원할 수 없게 된다는 건 모두 잘 알리라 믿소. 최후의 1 인까지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해 힘껏 싸웁세다!

대대장의 호전적인 목소리가 통신기를 타고 각 전차들에게 생생히 전해졌다. 하지만 전투에 앞서서 리근호가 느끼는 것은 불안감이었다. 전차의 성능 차이도 현격한데다 숫자차이도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형 또한 한반도에선 보기 드문 평원지대였다. 거기다가 구식이나마 그럭저럭 전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포병전력은 대부분 공습으로 파괴당했다.

그리고 단순히 이번 전투만의 문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인민군 전차들은 황해남도 서부에서 인민군이 동원할 수 있는 기갑전력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패할 경우 황해남도 서부지역은 미군이 마음 놓고 석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막을 전력은 개성의 4 군단과 평양 방어 사령부가 사실상 유일했다. 해주의 기계화군단이나 다른 병력들은 중국의 요청으로 베이징 사수를 위해 대부분 압록강을 건넜다.

- 미제를 때려부수자! 전 차량 돌격~~!

다시 한 번 대대장의 외침이 전해지자 70여 대의 천마호 전차들이 맹수처럼 달려나갔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며 천마호 전차들이 대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양측 전차간 거리가 2500m 로 줄어들었는데 미군 전차들은 곧장 사격을 가했다. 120mm 활강포가 내뿜는 철갑탄에 맞은 천마호 전차들은 한결같이 어마어마한 대폭발을 일으키며 활활 타올랐다. 자신의 전차 옆을 달리던 동료 전차가 격파당하는 것을 보며 리근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는 동안 달리던 천마호 전차 10여 대가 일거에 격파당했다. 이대로 가다간 부대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전멸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필사적으로 회피기동을 하며 빨리, 안전하게 적 전차에 접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미군 전차들의 사격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미군 전차들이 포를 발사할 때마다 여러 대의 천마호 전차가 불덩어리가 되었다.

반면 천마호 전차들이 내뿜는 포탄은 명중하지 않는 포탄이 대다수였고 명중한다 해도 아무런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어차피 기동중 사격에서 명중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천마호 전차였고 현재 거리에서 적 전차를 잡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다만 적의 사격을 방해하기 위해 계속 공격을 가할 뿐이었다.

- 대대장 동지 전사! 부대 지휘권은 3 중대장 동지에게!

누군가가 대대장 동지의 전사소식을 알렸다. 대규모 공습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좌관급 군관동지가 전사한 것이다. 자신보다 3 년 선임인 3 중대장이 부대 지휘권을 인수했을 땐 이미 부대는 전차 30여 대를 잃은 후였다. 살아남은 전차들이 계속 지그재그로 달리며 미군 전차들을 향해 내달렸다.

- 콰아아앙~~~!

또 다시 아군 전차 십여 대가 격파되어 활활 타올랐다. 또 다시 미군 전차들의 일제사격을 당했나 싶었는데 격파당한 듯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격파된 전차들은 모두 부대의 우익에서 진격하던 차량들이었다. 다시 미군 전차의 일제 사격에 선두 전차들이 터져나가고 측면의 전차들이 뭔가에 격파당했을 때야 뒤늦은 경고를 받았다.

- 미제 공격직승기다! 아파치의 대군이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엔 부대 우측에서 나타난 새로운 아파치들이 헬파이어를 대거 발사했다. 도대체 미군이 얼마나 많은 공격직승기를 동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이대로 있다간 공격직승기만으로 부대는 전멸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오느냐 전차만 모인 것이 뼈저리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날래날래 돌격하라우! 철갑탄 발사!"

리근호가 고래고래 외치며 발사명령을 내렸다. 곧 강한 진동과 함께 포탄이 전차포를 떠나 먼 거리에 위치한 미군 전차를 노렸으나 흙먼지만 일으킬 뿐이었다. 미군 전차가 자신의 전차를 향해 포를 돌리는 것을 보고 급히 포탄 장전을 명령했을 때 아파치에서 발사된 헬파이어가 그의 전차 측면장갑을 관통했다. 바로 리근호의 전차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9월1일 13:17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40mm 보포스포에서 오렌지색 빛줄기가 날라가더니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가 벌집이 되었다. 구멍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보며 유지광 중사가 포수 박근완 병장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김동현의 해안방어여단은 인천 부평구에서 저항을 계속하다 화력의 부족으로 부천시 원미구로 퇴각, 향토예비군 병력이 형성하고 있던 제 2 방어선에 합류했다. 이미 현대백화점이나 부천시청 건물은 물론 대로변의 주요 아파트를 모두 요새화한 한국군은 지원군을 기다리며 미군 기계화부대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유지광의 K-300 보병전투차도 김동현의 해안방어여단 소속이었다. 수도권의 한국군 장갑차라곤 대부분 미군 브래들리에 맞서기 어려운 K-200이었으니 K-300으로 구성된 기계화보병중대는 한국군에게 있어서 귀중한 전력이었다.

- 적 전차들이 시청쪽으로 향하고 있다. 녀석들을 막아!

악에 받친 중대장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유지광은 미군 전차들이 죽을려고 환장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한국군의 방어중심지가 바로 시청이었다. 시청 주변의 수많은 아프트촌과 고층빌딩들이 모두 요새화되었고 한국군 병력도 상당한데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려는 미군 전차들이 어떻게 될진 뻔했다.

하지만 미군으로서도 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천에서 잘 써먹었던 헬기전력을 부천에선 거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천 시가전에서 한국군에게 공포의 존재였던 미군 공격헬기들은 한국군이 본격적으로 방어전을 준비한 인천 이후의 도시에선 그저 한국군 방공부대의 먹이감에 불과했다. 부천시청 옥상에 헬리본 병력을 내려 놓으려 한 시도도 있었지만 선두의 블랙호크 4 대가 연달아 격추당하자 모두 꽁지 빠지게 도망갔다.

" 미군 전차 발견, M-1A2입니다. 아직 하나뿐이지만 더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완 병장이 침착하게 보고했다. 반쯤 무너진 중동 전화국 건물 뒤에서 조심스레 나오면서 대로가 아닌 현대백화점 뒤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리 대로에 한국군 방어병력이 집중되어 있다지만 기동이 어려운 소로로 진격하는 미군 전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런 행동은 좁은 곳에서 이도저도 못하다가 죽을려고 환장한 것이라며 유지광이 혀를 툭툭 찼다.

"공격할 수 있겠나?"

"방해물이 많지만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격하는 것보단 좀 더 끌어내는 것이..."

"어차피 녀석들은 전력을 축차투입할 수 밖에 없어. 녀석들을 더 끌여들어도 별로 다를 바는 없어. 공격하지."

"알겠습니다. 미사일 두 발 배당합니다. 적 전차와의 거리는 482m, 멍청하게도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하지. 지금 눈으로 보면 300m 앞도 안보이잖아? 더군다나 우리는 아파트 뒤에 숨어 있으니까...발사!"

잠시 주절거리던 유지광이 발사명령을 내렸다. 아파트 뒤에 숨어있던 유지광의 K-300 보병전투차에서 백호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무너진 건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두 기의 대전차 미사일이 머뭇거리며 천천히 전진중이던 M-1A2 전차를 덮쳤다. 두 발의 미사일이 거의 동시에 전차 상부에서 폭발했다. 격파된 전차는 유지광의 기대와 달리 불타오르지 않고 그저 멈추어 섰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차 내부는 분명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 유 중사, 뒤에 전차야! 어서 피해! 안 돼~~!

- 치지지지지이이이익.........

통신기에서 4 호차장의 다급한 경고가 이어지다가 잡음만이 흘러나왔다. 4 호차는 바로 유지광의 3 호차를 뒤쪽에서 엄호해주고 있었다. 그런 4 호차가 당한 것이다. 유지광의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어디일까? 녀석은 어느 쪽에 있을까? 건물이 하도 많고 시야도 최악이라 적의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조심스레 후진하면서 유지광이 해치를 열고 나왔다. 야시경을 착용했음에도 시야는 극히 짧았다.

"여기는 리나(Lina) 3 이다. 리나 4 가 당했다. 모두들 적 전차로 추정되는 적을 조심해라."

다른 동료들에게 경고하면서 유지광이 사방을 살펴보았다. 온통 연막과 연기로 가득찬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뒤쪽에 좀 떨어진 곳에서 불타는 것은 4 호차가 분명했다. 처참하게 박살난 모습을 보니 분명 전차에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군 전차가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는데 전차들은 예비전력이라서 소사구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불타는 4 호차근처에 뭔가 기다란 것이 보였다. 처음엔 쓰러진 가로수인줄 알았으나 모양이 너무 반듯했다. 그 다음에는 가로등으로 생각했으나 기다란 것이 천천히 자신을 전차를 향해 돌려지자 그것이 가로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야, 어서 도망쳐!"

유지광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이미 조종수는 급히 속도를 높이며 도망치려 하였다. 하지만 좁은 도로에서 마음놓고 도망치거나 회피기동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미군의 진격을 방해하던 좁은 도로사정과 수많은 장애물들이 지금은 유지광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 콰아아앙~~!

이젠 죽었구나 하고 유지광이 두 눈 딱 감고 최후를 기다렸다. 그러나 몇 초를 기다려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천천히 눈을 뜬 유지광이 제일 먼저 본 것은 포신이 올라가 있고 열린 해치 위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M-1A2 전차였다. 전차 옆에 있던 연립주택의 3 층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군 병사가 흐릿하게 보였다. 그 아군은 한 손에 팬저 파우스트로 보이는 대전차 로켓을 들고 있었다. 살았다는 기쁨에 유지광이 두 손을 모두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K-300 보병전투차가 천천히 좁은 도로를 빠져나가 시청으로 이동했다.


9월1일 13:46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항만 주요시설엔 태극기대신 성조기가 게양되었다. 인천이나 강화, 강령등 다른 연합군 상륙지와는 달리 평택에서의 한국군 저항은 극히 미미한 편이었다. 미군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군 헬리본 대대도 가세한 대규모 평택항 강습작전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제주전투 이후 대규모 강습전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던 연합군이 각국의 헬리본 전력을 긁어모아 감행한 제주전투 이후 최대의 강습전이 다행히 성공한 것이다.

이후 오스프리와 헬기를 통해 병력이 증원되었고 지금은 일부 헬리본 병력이 평택시 외곽까지 진출해 외부방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상륙전이 제일 늦게 시작되었음에도 외부방벽 형성이 제일 먼저 끝난 곳이 평택이었다.

그덕에 뒤늦게 서해상으로 진입한 2 차 상륙함대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평택항에 병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평소엔 자동차 운반선으로서 세계 각지를 누비고 다녔던 배들이 지금은 군용 수송함으로 개조되어 온갖 군용장비를 내려놓고 있엇다. 컨테이너선에서도 온갖 군수물자들이 빠르게 하역되고 있었다.

"하역작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네.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병력으로는 수원과 오산쪽 한국군 견제하기에도 벅차."

연합군 한국원정군 제 3 군 사령관 존 워터스 대장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하역작업을 보면서도 상당히 불만스럽게 말했다. 육군 중장으로 3 군단장을 역임하다 예편한 워터스는 개전 이후 급팽창한 육군의 상황 속에서 대장으로 진급하여 현역에 복귀했고 그 첫 번째 임무로 바로 한국원정군 제 3 군 사령관 역할을 맡은 것이다.

"걱정 마십시요. 평택은 한국 최대규모의 항구중 하나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하역작업을 하면 몇 개 사단은 금방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33 기계화보병사단장 토머스 드레이크 소장이 얼굴에 미소를 잔뜩 지우며 말했다. 3 군의 궁극적 목표는 한밭이라는 발음하기도 어려운 대도시를 점령하는 것이었는데 그 선봉은 바로 33 기계화보병사단이었다. 그냥 예전 이름대로 대전이라고 부르면 좋을 것을 왜 이상하게 바꿔가지고...

"그동안 한국군은 놀기만 하겠는가? 한밭 남쪽, 광주니 전주니 그런 동네에 한국군 주력부대가 상당하네. 최소한 우린 그들 전체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적 주력과 일전을 각오해야 하는데 하역이 늦을수록 결전에서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늘어난다는 말 아닌가?"

워터스 대장의 신경질적인 말에 드레이크가 답변을 피했다. 뭐라고 답변을 해도 다 트집잡을 인간이었다. 어차피 평택만 완전히 확보한다면 천안이라는 소도시 하나를 장악하고 바로 한밭으로 향할 수 있는데 뭘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한국군 최정예 기계화부대야. 우리 3 군 소속 10 개 사단을 총투입해서 상대해야 할 상대란 말일세. 그나마 10 개 사단중 2 개가 멕시코군이고 하나가 필리핀군이지. 썩을, 구닥다리 M-48과 M-60으로 뭘 하라고! 거기다가 지형도 생각했던 거만큼 좋지 않고."

워터스는 애초부터 필리핀과 멕시코군을 전력으로 계산하지도 않았다. 시대에 뒤쳐저도 한참 뒤쳐진 M-48과 M-60 전차로 한국군 MBT중 가장 약하다는 K-1 전차도 상대하기 어려웠다. 거기다가 군기는 형편 없고 지원전력도 매우 부족했다. 엘 알라메인에서 롬멜이 이탈리아군 기갑부대를 끝까지 투입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었다.

그리고 처음 계획한 빠른 시간내의 한밭 함락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냥 지도만 보면 다 초록색으로 넓은 평원지대처럼 보여서 '산악지형 투성이인 한국에도 평원이 있구나.' 하고 다행으로 여겼는데 전쟁 전에 찍었던 위성사진을 보니 낮지만 험준한 산지 투성이에 강과 하천이 무수히 많았다. 그 지형이 전쟁이 터졌다고 해서 바뀔 리 없었다. (개전 이후엔 양쪽 모두 위성이 엄청난 피해를 입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Justice Road 를 이용하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드레이크가 워터스의 말에 제동을 걸었다. Justice Road 는 미군이 경부고속도로에 붙인 암호명이었다. 드레이크의 말에 워터스가 한심하단 표정을 지으며 다시 반박했다.

"한국군이 멍청이야? 아무리 병력이 부족해도 도로파괴는 방어의 기본이야. 거기다가 Justice Road 만 믿고 무작정 진격하다가 시가전을 한바탕 치뤄야 하고...청주였던가...그곳에서 적의 저항이 미미하다면야 다행이지만 청주에서 2, 3 일만 붙잡혀도 엄청난 시간을 잃는 걸세. 알겠나?"

그것이 바로 워터스의 고민이었다. 태평양전선 사령부가 서울, 한밭, 평양의 동시공략을 명령한 것은 이 세 곳이 통일 이후 한국의 정치적 중심지였기 대문이다. 한밭과 평양은 제한적 연방제 상황에서의 남북한 정부의 수도였으며 서울은 중앙정부가 자리잡은 곳이었다. 이 세 곳을 모두 점령하면 한국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남부지방에 한국군 지상군 주력을 고립시키면서 상륙교두보에 병력을 증강시켜 한반도 전선의 완전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오퍼레이션 타이거즈 하트의 최종 목표였다.

그렇기에 한국군 주력이 각 도시들을 구원하기 전에 빨리 목표들을 점령해야 했는데 3 군의 경우 한밭을 점령하기 전에 청주라는 동네에서 한바탕 시가전을 치루어야 할 운명에 처해져 있었다. 공주쪽으로 진로를 잡으면 기동로가 나빴다. 결국 워터스가 선택한 곳은 청주였다.

"42 보병사단이 하역작업을 시작했습니다. 33 기계화보병사단 1 개 여단 병력은 하역을 완료했습니다."

참모장이 다가와 보고하자 워터스가 잔뜩 구긴 인상을 피며 어느정도 만족스럽단 표시를 하였다. 접안시설 62선석, 갑문 1기, 호안 27.1km로 인천항보다 규모가 큰 대형항구였다. 또한 근처에 있는 아산항도 점령하여 이용할 수 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하역작업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한 드레이크의 말은 맞는 셈이었다. 물론 워터스의 마음에 들을 정도로 빠른 하역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수원에서 한국군 병력 일부가 남하중이랍니다. 서울이나 지킬 것이지 골치 아프게 왜 남하하는지..."

"일단 하역이 완료된 54 기보여단에게 북상명령을 내려. 지휘관 판단하에 적절한 곳에서 한국군 저지하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9월1일 14:19 일본 아오모리현 무쓰 동쪽 74km해저

"부장, 이번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가?"

"만약 이번 작전에 반발해서 제가 센다이에서 깡으로 버텼으면 헌병대에 끌려갈 게 분명하니 후회할 린 없죠. 영창에서 썩느니 함하고 운명을 같이 하겠습니다. 뜸들이지 말고 최후의 만찬이나 어서 하죠."

함장 박일현 중령의 물음에 우가람이 농담 섞인 답변을 했다. 우가람의 말대로 이제 최후의 만찬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난 달 15 일 미군의 시울프급 공격원잠을 격침시킨 이순신함은 센다이에서 마지막 보급을 받고 23 일 출항했다. 목적지는 쓰가루 해협 동쪽의 미 해군 함대. 목적은 미 해군의 항모를 한 척이라도 잡는 것. 귀환가능성 10% 미만의 작전이었다. 그러나 이순신함 승무원중 이 작전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한 사람은 단 세 명이었다.

- 방위 0 - 3 - 2 , 거리 7600, 목표 1은 천천히 서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방위 3 - 3 - 4, 거리 4300, 목표 2는 정지 상태입니다.

- 1 번부터 4 번 발사관까지 찰나, 5 번부터 8 번 발사관까지 흑상어 장전 완료했습니다.

음탐실에서 마지막으로 적 항공모함의 위치를 보고하자 어뢰실에서도 마지막 보고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박일현의 발사명령뿐이었다. 그러나 박일현은 공격 후 함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샌디에이고의 미 해군 소서스 라인을 돌파한 전력이 있는 이순신함이었다. 그러나 재래식 잠수함이 존재가 노출된다면 살아남기는 어려웠다.

"모두 목표 2 를 노린다. 30 초 후 발사한다."

목표 2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뷰캐런이었다. 마음같아선 목표 1이며 신형함인 산루카스를 잡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가까운 적을 집중공격하는 것이 공격성공률도 높았고 빨리 해치우고 도망갈 수 있는 확률도 약간이나마 높았다. 뷰캐런과 산루카스 모두 취역한 지 얼마 안 된 항공모함이며 그중 산루카스는 작년, 동태평양 대해전 당시 지명이름으로 캘리포니아 반도 맨 끝에 있는 멕시코의 도시이다.

"발사하라!"

승무원들 모두가 이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533mm 어뢰발사관 8 문에서 일제히 어뢰와 미사일 4 기씩이 빠져 나갔다. 4 기의 한국형 중어뢰 흑상어가 순식간에 최고속도에 가까운 55 노트로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목표를 향했다. 동시에 초음속 대함미사일 찰나도 수면 위로 숫구쳐 오른 뒤 속도를 높이며 뷰캐런을 향해 달려들었다.

- 폭발음! 폭발음입니다! 목표 2 에서 다수의 폭발음! 찰나가 대성공을 거둔 모양입니다.

- 방위 1 - 5 - 9 에서 어뢰 접근중, 총 4 기입니다! 유선유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유선유도 중단은 안 됩니다! 어차피 우린 살아남을 길이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유선유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부장의 말이 맞다. 유선유도 지속. 기만체 사출 준비."

-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미 해군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아직 흑상어 어뢰들이 목표를 강타할려면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기필코 적 항공모함의 숨통을 끊어야 했다. 어차피 센다이에서 출항할 때부터 살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모든 승무원들이 마찬가지었다. 주변에서 터지는 폭뢰때문에 소나효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와 함께 1 번 어뢰의 케이블이 절단되었다는 보고가 같이 올라왔다.

- 2, 3 , 4 번 어뢰, 목표 2 에 15 초 후 명중합니다!

"어뢰 무선유도로 전환하라. 함, 긴급잠항하라!"

미 해군이 쓰는 열기관방식의 어뢰는 심도가 낮아질수록 속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박일현은 지금 그것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 접근중인 어뢰 2 기, 기만체에 속았습니다. 2 기가 계속 접근중.

- 콰아아아아앙~~~!

어뢰 2 기가 기만당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여온 지 1 초도 안되어서 이순신함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다. 충격을 받은 박일현이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지는 것을 보고 우가람이 급히 달려와 살펴 보았으나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함장님이 중상을 입으셨다. 함 지휘권은 본인이 인수한다. 작전관, 이 해역을 탈출할 가능성은?"

"0%입니다."

작전관 유공진 대위가 단언했다. 0%라는 말은 군대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 모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순신함이었기에 0%라는 말은 더욱 더 실감나지 않았다. 현재 심도는 100m. 계속해서 미군이 폭뢰를 투하하고 있었다. 어뢰실과 음탐실에서 침수가 시작되었고 다시 공격받으면 그 땐 완전히 끝장이었다.

"함 급속부상. 미군에 항복한다. 놈들이 항복을 받아주면 좋을련만..."

2 차 대전때 독일해군 유보트들은 격침 직전의 위기에서 대부분 항복하려 했지만 연합군 해군은 부상하는 유보트 머리 위로 폭뢰를 투하했다. 영국군의 경우 유보트를 탈출한 승무원들을 구조할 때 동료함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을 경우 구조하지 않기도 했다. 2 차 대전때 유보트때문에 엄청난 물자부족에 시달렸던 영국으로선 당연할 지도 모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투항하는 유보트를 모두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개전 초기에는 항복한 유보트나 탈출한 유보트 승무원들을 그대로 포로로 잡는 일도 상당히 많았다. 독일군 최고의 유보트 에이스로서 무려 44 척이라는 격침기록을 세운 오토 크래치머도 그런 경우였다.

심도가 천천히 올라가자 모두들 잔뜩 긴장했다. 만약 자신들이 미 해군이었다면 가차없이 폭뢰를 떨굴 것이다. 아직까지는 조용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폭뢰투하가 중지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희망스런 메시지였다. 접근중이던 어뢰 몇 기와의 거리차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심도 20 에 이르자 그 어뢰는 도중에 자폭했다.
"심도 0!"

그 말과 동시에 우가람은 몸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수없이 경험한 일인데도 아직도 익숙치 못했다. 함이 수평을 유지하고 간신히 균형을 잡자 우가람이 해치를 열고 사령탑 위로 나왔다. 상공엔 얼핏 보아도 대여섯 기는 되어 보이는 시 호크 대잠헬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순신함 주위로 구축함과 프리깃들이 여러 척 모여들었다. 한결같이 이순신함을 향하여 함포를 겨누고 있었다. 작전관이 건네준 백기를 흔들며 우가람이 항복의사를 전달했다.

잠시 후, 구명보트 2 척에 나누어 탄 이순신함 승무원들이 노를 저어 미군 구축함으로 향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박일현 중령을 우가람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부장님, 대성공입니다. 미군이 우릴 안 죽인게 궁금하군요."

"뭔 소린가?"

"저길 좀 보십시요."

유공진 대위가 엉뚱한 말을 하며 손으로 우가람의 뒤쪽을 가리켰다. 뒤를 돌아본 우가람이 완전히 기울어져 침몰하고 있는 항공모함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찰나에 맞은 듯 곳곳에 화재가 일어나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고 승무원들이 계속해서 뛰어 내리고 있었다. 정말로 미군이 자신들을 안 죽이고 항복을 받아들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9월1일 17:40 경기도 광명시

"명령하신 대로 광명시의 아파트 40%를 붕괴시켰습니다. 미군의 주 공격루트인 제 2 경인고속도로쪽에 대한 방어준비도 완료했습니다. 130 고지 (서산) 에 해병대 2 개 여단이 대기중입니다. 기타 다른 병력은 시내 곳곳과 고속도로 주변에 배치하거나 예비병력으로 돌렸습니다."

"수고했네. 미군은 광명에 진입하는 순간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닫게 될 걸세. 광명에서 스탈린그라드의 기적을 재현해 보겠어."

광명지구 방어사령관 이창세 소장이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면서 직접 여러가지 기호표들을 옮겼다. 미군은 2 개의 공격로를 통해 광명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한국군의 저항이 다른 곳에 비해 미약한 시흥시를 통하여 광명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여기서 미군은 제 2 경인고속도로를 주 기동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창세는 제2 경인고속도로 대부분을 뒤집어 놓도록 명령했고 그 결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또 하나의 루트는 부천시 소사구를 통한 것이었다.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를 통해 부천시 소사구로 진입한 미군은 원미구에서 저항중인 부천지구 방어병력 주력의 배후로 진출함과 동시에 서울 구로구와 광명 북부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했다. 이미 구로구 천왕동과 항동에서 미 해병대 선봉부대와 한국군 수도방위군 1 개 연대 병력간 치열한 전투가 진행중이었다.

"그리고 말이야...민간인 소개는 얼마나 이루어졌나?"

"운송수단 확보가 어려운 관계로 작업이 늦어지고 있습니다만 90% 이상의 민간인 소개를 끝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민간인들이 성남, 광주쪽으로 소개되어 2 차 소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하루도 안됐는데 그정도면 엄청난 일이야. 잘 했네. 조금만 더 수고해주게."

이창세가 민사참모의 어깨들 두들기며 격려했다. 스탈린그라드에서처럼 민간인들을 전투에 투입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히 민간인 소개도 대부분 끝나가서 다행이었다. 고속철도는 순항미사일 공격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일반 철도의 경우는 노선자체는 문제 없었지만 미군이 차량기지에 기화폭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철도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었다. 미군 입장에선 한국군 주력부대의 이동을 막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그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소개되지 못한 민간인들이었다.

- 콰콰콰콰콰콰콰~~~~~!

"또 미군의 포격인가?"

"MLRS입니다. 우리가 붕괴시키지 않은 아파트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미 미군은 인천에서 함포사격으로 아파트 다수를 그대로 붕괴시켜 시가지 저항거점을 날려버린 전력이 있다. 미군으로선 괜히 백해무익한 시가전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서울도 아닌 위성도시에서 시간 낭비하고 있다가 한국군 주력부대가 도착하면 미군은 서해바다로 내몰리는 것이다.

"미군도 바보는 아니니까...수도방위군에선 뭐라 하던가?"

"곧 K-1 전차 3 개 대대와 보병 1 개 여단을 지원할 것이니 꼭 광명을 사수해 달랍니다."

서울방어가 목적인 한국군으로선 광명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미군이 시흥, 안산쪽으로 남하한 다음 군포, 의왕, 안양등으로 우회하여 서울을 고립시키거나 반대쪽으로 서울을 공격하게 된다면 서울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예상되는 미군의 우회기동을 막기 위한 곳이 바로 광명이었다. 광명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고 안양쪽으로 진출한다면 미군 우회부대는 한국군의 역습을 받아 고립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통군회도, 수도방위군도 모두 광명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을테지."

"급보입니다! 부천시와의 접경지역에서 미군이 아군 방어선을 돌파했습니다!"

"잘 된 일이야. 놈들이 사냥감에 눈이 멀어 깊숙히 들어왔을 때, 그제서야 비로소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게 되겠지."


9월1일 22:46 강원도 평창시, 통일군사회의 제 2 지하벙커

"미군의 진격은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인천은 쉽게 장악했지만 그 이후부터 아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으니 그럴 수 밖에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적이 서울 깊숙한 곳까지 진입했을 때면 경상도의 아군이 전투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순 없습니다. 서울이 박살나는 일입니다. 적이 손범익 라인을 돌파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서울 깊숙한 곳까지 적이 진입했을 때 아군 주력이 온다는 말에 이철행이 책상을 쾅 치며 손범익 라인 사수를 주장했다. 전쟁에 반대한 이철행이지만 조국의 완전패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울을 사수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그 누구보다도 확고했다.

손범익 라인은 전 대통령 손범익이 방금 전 건의한 방어선이었다. 김포 - 인천 계양구와 서울 강서구 - 부천 - 서울 구로구 - 광명 - 안양에 이르는 서울 서부의 방어라인으로 이곳에 시가지를 이용해 진지를 구축하고 주력부대들이 도착할 때까지 적의 공격을 저지하자고 손범익은 주장했다.

비록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 아무런 직책도 없는 그였지만 통일전쟁 당시 합참의장이었고 인민군 4 군단의 기습반격으로 인한 서울 시가전을 결국 승리로 이끌었던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그 주장도 분명 현실성 있어서 수도방위군이 즉각 채택했고 통일군사회의는 그 방어선을 손범익 라인이라고 불렀다. 수도방위군 16 연대장 최종성 대령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최종성의 생각만으로 끝났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현재 전선 상황이 어렵다는 수도방위군 보고입니다. 적이 강서구로 진입해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전투중이고 행주대교와 방화, 가양대교를 폭파했습니다. 김포의 아군은 고립되었답니다. 부천에서도 지금 소사구의 미군을 축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시흥에서도...강화도가 적의 손에 완전히 넘어간 이상 김포의 아군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적이 한강을 도하해서..."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오! 그걸 막아낼 생각을 하란 말입니다! 현 전선상황을 누가 몰라요? 그걸 막아낼 생각이나 하시오!

"죄...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도 서울에 남아 계십니다. 수도권 일대의 여유전력을 모두 투입해서 손범익 라인 사수와 적의 한강도하를 저지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십쇼. 수도방위군에도 그렇게 전해요."

"알겠습니다."

화가 잔뜩 치솟은 이철행의 눈치를 살피며 참모들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래 통군회 구성원이 아닌 이름뿐인 자리에 앉아 있던 책상물림들이라 이철행도 골치 썩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선 지휘관들을 통군회로 불러와서 전선에서 능동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보단 나았다.

"그리고, 인민군 4 군단장 홍승수 상장이 병력을 양분하겠다고 전해 왔습니다."

통신참모부장 김병수가 말대로 현재 4 군단은 병력을 양분하여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다. 병력의 분산은 병법에서도 금하는 것이지만 개성에 위치한 4 군단은 서울 구원과 해주의 연합군에 대한 대비를 모두 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결국 4 군단 병력 절반은 남하하여 일부는 고양시에 전개, 한강도하전에 대비했고 일부는 서울로 진입하여 손범익 라인에 투입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나머지 병력은 개성 방어와 해주의 미군 견제를 위해 쓴다고 했다.

"홍 상장님은 경험이 많으신 분이니 잘 하실 겁니다. 통일전쟁때 평북지방에서 북한 중앙군 4 개 사단의 공세를 저지하신 분 아닙니까? 그분이라면 잘 해 주시겠죠. 4 군단이 가세해 주었으니 어느정도 안심이고...문제는 해주와 평택의 적입니다."

미군은 무모하게 동시에 세 방면으로 상륙전을 감행했다. 아직 인천 상륙군을 제외하고 특별히 대대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권을 삼면에서 공격하려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으나 평양과 한밭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적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이상 방어측은 병력을 효과적으로 투입하기 어렵다. 괜히 쓸데없는 곳에 병력 투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그들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내일정도 되야 알 수 있겠죠. 다만 분명한 건 그들은 단시간 내에 각각 평양과 한밭을 공략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동시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한방사와 평방사 병력을 동원하긴 글렀단 말씀이군요."

얼마 되지도 않는 병력을 가진 한방사와 평방사라지만 지금 한국군에겐 단 한 명의 병사라도 아쉬운 판이었다. 5 개 사단씩을 갖춘 한방사와 평방사 병력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건 너무 치명적이었다.


9월2일 00:34 평안북도 신의주시

사방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인민군 군관들이 전차 위로 올라와 악수를 청하자 중국과 러시아 병사들도 손을 내밀며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마치 1950 년 말, 중공군과 북한군이 만나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했다. 압록강을 건너는 무수한 T 계열 전차들과 보병전투차, 포, 트럭등을 향해 신의주 시민들은 계속 만세를 부르고 박수쳤다.

연합군의 한반도 서해안 상륙작전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과 러시아도 발칵 뒤집혔다.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상륙전으로 동시에 세 곳으로 상륙전을 가한 연합군의 행동은 한국의 항복을 목표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안 그래도 베이징 남부 기갑전에서 핵을 써서 겨우 적의 진격을 막아낸 중국군에게 제 2 전선은 끔찍한 악몽이었다. 러시아도 극동군 병력 피해가 상당한 마당에 미군이 한반도를 장악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결국 만주에서 베이징 방어를 위해 이동을 준비하던 러시아 극동군 2 차 파병부대와 중국군 선양군구 예비병력이 한국 구원전에 나섰다. 상륙전 소식이 전해진 후 1 시간 뒤 내려진 이 결정은 바로 각 부대에 전달되었다. 선양등지에 있던 중국, 러시아군 병력들이 한만국경에 도착하고 이제 국경을 넘은 것이다.

국경을 넘은 중국, 러시아군이 신의주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남하를 계속했다. 이들은 평양방어사령부와 협력하여 황해남도에 상륙한 연합군을 격멸하고 일부 병력은 서울로 이동해서 서울 사수를 위해 싸우게 될 예정이었다.

동시에 항공전력의 이동도 이루어졌다. 선양, 하얼빈, 치치하얼, 블라디보스토크등에 있던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신의주, 순안, 원산, 함흥등지로 이동을 시작했다. 아직 한국공군이 그 전력을 모두 투입하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 공군까지 가세한 이상 결코 제공권도 연합군이 장악했다고 볼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중국의 쑹즈원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키릴 메리츠코프 신임 대통령, 한국의 백기철 대통령은 동시에 연합군의 침략행위를 규탄하고 연합군의 한반도 상륙을 경고하면서 이번 상륙전이 갈리폴리 전투나 디에프 상륙전의 전철을 따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연합군의 침략행위를 막기 위해 한중러 삼국은 힘을 다 합쳐 한반도에 상륙한 연합군을 몰아낼 것이라고 선포했다.


9월2일 02:13 경기도 광명시

"청소 완료. 안전하다."

미군 뒤로 우회한 최성원이 기관총을 쏘아대던 미군의 등 뒤에 총탄을 먹여주곤 분대원들을 불렀다.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레 접근해온 분대원들이 최성원이 있는 곳에 와서 헐떡거렸다. 광명 중심부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서 얼마 안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도로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더미들을 기어서 넘어가거나 기나긴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우리 분대는 억세게 운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전사자는 커녕 부상자도 한 명 없잖습니까?"

분대원중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자 최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부상자라면 몰라도 광명지구에서 한국군 전사자는 매우 적었다. 겁도 없이 전차와 보병전투차, 자주포를 앞세우며 부천 소사구를 통해 광명 중심으로 진출한 미군은 즉각 구로구 개봉동에 있던 한국군 예비부대에게 옆구리를 찔렸다. 광명에 진입한 미군이 한국군 예비부대때문에 고립된 것이다.

그 이후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요새화된 광명시내였다. 곳곳에서 날라드는 대전차화기에 미군이 끌고 온 모든 장갑차량들이 격파당했다. 지금까지 최성원이 확인한 미군 전차만 해도 20 대는 넘었다. 그 많은 미군이 몰살당한 것이다.

지금은 얼마 안남은 미군 패잔병 소탕전이 한창이었다. 광명시내 곳곳에 고립된 미군 보병들은 악착같이 한국군에게 맞섰으나 화력에서도, 숫자에서도 밀리는데다 지형에 익숙치 않아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한국 해병대도 지형에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화력과 숫자에서 미군에 앞서 있었다.

그리고 최소한 여기 있는 최성원 중사만큼은 광명시내를 꿰뚫고 있었다. 분대원들이 질문할 때마다 최성원은 마치 지리 안내 시스템처럼 척척 대답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놀랍게도 100% 정확했다. 지금까지 최성원의 분대가 길 안 잃고 잘 싸워온 것도 다 최성원 때문이었다. (당연하다. 주말만 되면 방랑을 다니는 천지옹이니 광명시내야 머리에 뇌리박혀 있는게 당연하지 않는가?)

"이제 다른 친구들하고 합류해야 하는데...중대 집결지가 광명고 맞지?"

"네, 광명고등학교가 중대 집결지 맞습니다."

여기서 광명고등학교까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그러나 곳곳에 설치된 바리게이트와 건물이 붕괴되면서 도로를 가로막은 잔해들을 생각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아직도 곳곳에선 간헐적으로 총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광명 시내에서의 총성이 잦아들은 대신 저 멀리 부천과 구로구쪽에선 계속해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중대장님에게 혼나겠다. 모두 서둘러서 광명고로 간다."

부천과 구로구의 아군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겼지만 지금은 일단 중대집결지에 가야 했다. 그리고 어차피 최성원도 부천이나 구로구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처럼 곧 대규모 전투에 휘말리게 될 게 분명했다. 미군이라면 결코 제 2 경인고속도로를 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최성원은 몰랐지만 미군은 이미 광명 인터체인지까지 진출한 뒤 광명 시내로 북상중이었다. 이제 최성원의 차례였다.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코멘트 부탁드려요.
2019-07-21
12:18:23


Name
Password
Comment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54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5>  [19]  라데니조아 2003/10/20 52 16199
53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1>  [5]  라데니조아 2003/09/21 40 10908
52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4>    라데니조아 2003/10/12 36 9415
51  세번째 대전쟁 에필로그  [587]  Ladenijoa 2004/03/01 35 20192
50  세번째 대전쟁 51<미래를 위하여 , 희망을 위하여 -1>  [10]  라데니조아 2003/08/02 32 11015
49  세번째 대전쟁 51<미래를 위하여 , 희망을 위하여 -3>  [1]  라데니조아 2003/09/14 32 8104
48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3>  [2]  라데니조아 2003/10/05 31 9161
47  세번째 대전쟁 52<던져진 주사위의 면 - 2>    라데니조아 2003/09/28 30 8653
 세번째 대전쟁 50<Operation Tiger's Heart - 2>    라데니조아 2003/07/20 27 6232
45  세번째 대전쟁 51<미래를 위하여 , 희망을 위하여 -2>  [1]  라데니조아 2003/09/07 25 7462

    목록보기 다음페이지 1 [2][3][4][5][6]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