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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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51<미래를 위하여 , 희망을 위하여 -2>
라데니조아  2003-09-07 23:46:16, 조회 : 7,455, 추천 : 25

9월3일 13:17 충청북도 청원군 북일면, 청주국제공항

M-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의 25mm 기관포 공격을 받은 K-200 장갑차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엔진쪽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격파된 장갑차에서 탈출하는 한국군 보병들을 향해 하차반이 소총 사격을 가하는 것을 보며 리처드 루이스 워커 상병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전투능력을 잃은 자들인데 굳이 죽일 필요가 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워커 자신뿐이었다.

- 워커, 3 시 방향에 적 중기관총이다!

분대장인 샤무엘 하우 하사가 급히 화력지원을 요청했다. 공항청사 3 층 건물에서 한국군의 중기관총이 아군을 도륙하고 있었다. 엄폐물도 없이 청사건물로 향하던 보병들이 한국군의 중화기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근처에 적 장갑차가 다수 있습니다! 건물부터 제압할 상황이 아닙니다!"

- 다른 녀석들에게 맡기고 어떻게 좀 해봐! 이대로 가다간 전멸당하는 건 시간문제야!

하우의 거듭된 지원요청에도 불구하고 워커는 섣불리 보병들을 지원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K-200 장갑차와 한국군 대전차 보병들은 브래들리뿐 아니라 공항을 점령하려는 미군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 헌터 5 와 6 이 청사점령을 지원하라. 나머지 헌터들은 계속 외부의 적과 교전한다.

결국 최종판단은 중대장이 내렸다. 중대차량 2 대가 급히 길을 바꾸어 청사쪽을 향했다. 25mm 기관포탄이 청사건물을 향해 날라가는 것을 확인하며 워커가 조준경으로 눈을 돌렸다. 곳곳에서 중기관총탄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이것이 적 보병에 의한 것인지 적 장갑차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 활주로쪽에 파괴된 민항기 잔해 뒤에 적 장갑차가 숨어있다!

누군가가 외침이 통신망을 타고 흐르자 모두들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무작정 사격을 가했다. 방금 전에 공격을 받아 파괴된 채 버려져 있는 민항기쪽을 향해 십여 대의 브래들리에서 무차별적인 제압사격을 퍼부었다.

"놈이 나온다!"

"확인했다! 확실하게 격파시켜 주지."

민항기 뒤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적 장갑차를 포착한 조종수가 외치자 워커가 대답하며 부랴부랴 포구를 돌렸다. 적 장갑차를 정확하게 겨눈 25mm 부시마스터 기관포에서 바로 포탄을 쏟아부었다. K-300 에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는 25mm 포였지만 방어력이 약한 K-200 의 정면장갑을 관통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좋아, 확실하게 격파했다."

포탄 몇 발을 얻어맞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적 장갑차를 확인한 워커가 다른 목표를 찾아 포탑을 돌렸다. 사방에서 총탄이 날아오고 있어서 어느 쪽을 먼저 제압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브래들리의 장갑을 뚫지는 못했지만 바깥에서 전투중인 보병들에게 있어서 쏟아지는 총탄은 말 그대로 악몽 그 자체였다. 브래들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보병들은 모두 공항 곳곳에 널부러진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 콰아아앙~~!

- 헌터 11 이 당했다! 적 대전차포다! 어디 있는거야?

적 장갑차를 잡았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다시 적의 공격을 받아 동료차량 하나가 불타올랐다. 도대체 이곳에 있는 한국군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감을 잡을수 없었다. 보이는 적들은 모두 제압해 버렸지만 공격은 계속되었고 동료들도 계속 죽어가고 있었다.

- 쐐애애애앵~~~ 콰콰콰쾅~~~!!!

대전차포만으로 부족한 모양인지 이제 박격포탄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박격포탄에 브래들리가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땅바닥에 엎드린 채 한국군의 사격을 피하고 있는 보병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박격포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3 시 방향에 적 보병 다수. 대전차 로켓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든 놈도 있으니 조심해라. 지겨운 놈들이야, 진짜!"

한국군 보병들을 발견한 워커가 동료차량들에게 경고하며 다시 포탑을 돌렸다. 적외선 관측기를 통해 보이는 한국군들은 분명 이쪽을 향해 대전차 로켓을 발사하려 하고 있었다. 적들이 들고 있는 대전차 로켓은 종류는 모르지만 한국군이 보유한 대전차 로켓들은 모두 브래들리정도는 박살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한국군의 사격을 두려워하여 차장은 해치를 열고 7.62mm 기관총을 사용할 생각도 하지도 않았다.

"으아악!!!! 죽어버려~~~!!"

- 투타타타타타~~~!!!

한국군이 대전차 로켓을 발사하기 직전에 포탑을 돌린 워커가 괴성을 지르며 포탄을 퍼부었다.로켓 발사기를 들고 있던 한국군이 포탄에 직격당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발사기에서 로켓이 발사되었으나 다행히도 엉뚱한 곳을 향해 날아가 폭발했다.

- 뭐라고? 젠장, 그걸 지금 알려주면 어떡해!

잔뜩 당황한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워커가 무언가 안좋은 일이 생겼음을 느꼈다. 그러나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중대장의 말은 공포 그 자체였다.

- 아군 포병대가 공항을 향해 TOT를 날렸단다! 어서 도망쳐!

중대장이 도망치라고 하지 않아도 전투중이던 브래들리들이 모두 최고속도로 공항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하차반과 보병들은 버려둔 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브래들리들을 향해 한국군이 대전차 무기를 총동원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제대로 명중하는 것은 없었다.

- 콰콰콰콰콰쾅~~~!!!!

첫 번째 포탄이 공항 활주로 한 가운데에 떨어지고 나서야 한국군의 사격이 중단되었다. 다른 포탄들이 활주로를 중심으로 공항 곳곳에 작렬하기 시작하자 한국군과 미군 가릴 것 없이 공항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계속해서 날라오는 포탄들이 공항 시설 곳곳을 강타하고 포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뿌린 자탄에 수많은 병사들이 쓰러졌다.

서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미군 브래들리들도 그 참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공항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날린 아군 포병대의 사격은 미군과 한국군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도륙하고 있었다. 자탄에 맞고 불덩어리가 되는 브래들리들이 속출했다.

워커의 브래들리 역시 다를 것 없었다. 자탄 하나가 엔진부분에 명중하면서 기동성을 상실하자 워커가 급히 해치를 열고 브래들리에서 빠져 나오려 할 때 하늘을 뒤덮은 자탄들을 보고 그만 정신을 잃었다. 자주포에 이어서 MLRS의 대대적 제압사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워커의 M-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가 몇 차례의 폭발을 일으키며 화마에 휩싸였다.


9월3일 15:29 서울특별시 구로구

수통에 들어있는 마지막 물방울까지 입 안에 털어넣은 김남균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바깥 상황을 살펴 보았다.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미군이 한때나마 장악했던 부천시 소사구 지역이 광명지역에서 반격을 가해온 한국군에 의해 혼전양상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로구에서의 전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보병 위주로 이루어진 구로구의 미군은 한국군을 견제하면서 부천쪽으로 퇴각하려 하고 있었다. 미군이 퇴각하는 것을 한국군이 보고만 있을리 없었다. 결국엔 서로의 입장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 타타탕!!

운 나쁘게도 김남균의 시야에 들어온 미군 병사 한 명이 바로 사격을 받아 도로 위에 쓰러졌다. 다른 곳에서 움직이던 미군들이 급히 몸을 숙이며 반격탄을 날렸으나 사격이 너무나 부정확했다. 총탄은 모두 주변의 건물과 가로수에 박혔다. 김남균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며 적의 사격을 유도했다.

- 타타탕!! 타탕!! 타탓탓!!! 피피픽!!

김남균이 움직이자 바로 미군의 집중사격이 시작되었다. 김남균이 움직이다 말고 다시 엄폐물 뒤에 숨으며 적의 위치를 확인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미군 경기관총이 숨어 있었다. 만약 자신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소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움직인 보람이 있었다.

"2 시 방향의 약국건물 2 층 맨 앞쪽 방과 10 시 방향에 쓰러져 있는 트럭 뒤에 경기관총 확인. 확인은 못했지만 도로 좌측의 빌라밀집지역에도 적 중화기가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수고했다. 김 병장은 그곳에서 대기할 것. 아군 화력지원이 있을 것이니 섣불리 움직이지 마라.

2 차 대전이나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들에선 등에 커다란 통신기를 둔 병사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통신가능범위가 짧은 편이긴 하지만 헬멧에 달린 소형 통신기는 소부대간 통신에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

- 투타타타!!!!

묵직한 40mm 보포스포 소리가 들리더니 도로 좌측의 빌라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소대장이 말한 화력지원은 K-300 보병전투차를 뜻하는 것이었다. 40mm 포의 화력은 보병전투차에겐 너무 과분할 정도로 막강했다. 빌라에 미군이 매복하고 있었다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였을 것이다.

사격을 멈춘 40mm 포가 다음 건물을 향해 다시 불을 뿜기 시작하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하늘에서 박격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 먼 포탄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포탄은 정확하게 미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처럼 미군이 고립된 지역에선 당연히 한국군이 화력의 우세를 이용하여 맹렬하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반면에 미군 선두부대와 후속부대간 연결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선 그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 콰콰쾅!!! 투타타타타~!!!

보병전투차와 박격포의 공격을 받은 미군이 위기감을 느낀 모양인지 갑자기 반격을 가해왔다. 고속유탄발사포와 경기관총이 K-300 을 향해 불을 뿜었으나 유효 사거리 밖에 있는 목표에 타격을 줄 수도 없었고 설사 사거리 안이라 해도 유탄발사포와 경기관총으로 K-300 을 격파한다는 것을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적은 실전경험이 없는 듯 했다. 훈련을 제대로 받았는지 의문이었다.

- 투타타타타!!!!!!

주변건물을 제압하던 K-300 이 여유롭게 포탑을 돌리며 방금 전 공격을 가했던 미군진지를 향해 포격을 가했다. 결국 미군은 귀중한 중화기의 위치를 스스로 노출시키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었다.

- 타타탕! 타탕! 피핏!!

K-300 보병전투차가 어느정도 주변건물과 미군 중화기 진지를 제압하자 소대가 소총사격을 가하며 돌격을 감행했다. 미군 방어선쪽에서 소총으로 간헐적인 저항을 했지만 전세는 사실상 기울어졌다.

- 투타타타타타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경기관총이 돌격하던 한국군의 허리를 강타했다. 돌격대열 중간부분에 있던 소대원 몇 명이 도로 위를 나뒹구는 동안 돌격대열에 합류한 김남균이 급히 경기관총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곳을 향해 소총탄을 퍼부었다. 잠시 기관총 사격이 멈춘 동안 다른 동료들이 수류탄을 투척했다. 몇 번의 폭음이 들리고 김남균이 뛰어가 확인했을 땐 미군 몇 명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김남균이 가차없이 총구를 겨누었다.

- 타타탕!!


9월3일 18:50 충청남도 공주시 정안면

"현재 미군과 한국군 기계화부대간 근접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군 배후에 포격을 가하여 적 지원군을 저지해야 한다. 미군 포병대는 대부분 다른 곳을 지원하느냐 정신이 없다. 우리들이 한국에서 최초로 실전을 치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부대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포대장의 일장연설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포병대원들은 포탄을 장전하고 좌표를 입력하면서 포격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18 문의 G-6 155mm 자주포의 기다란 포신에서 위장망이 벗겨졌다. 자주포 주위엔 전차와 장갑차, 보병들이 게릴라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포대를 호위하고 있었다.

"휴우~~."

프레드릭 데클데르크 중위가 이마의 땀방울을 닦으며 좌표를 입력했다. 이번 포격의 목표는 논산시 상월면이었다. 공주 남부의 계룡면에서 부딪친 양군간 전차부대간 교전이 일어났고 포대장이 말한 대로 한국군 구원부대가 전투에 가세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적 구원부대를 공격한 다음 도로에 지뢰를 살포해야 했다.

어차피 청주와 한밭북부로 한국군 방어부대가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병력을 한밭 서쪽인 공주와 논산으로 돌린 것에 불과했다. 주공도 아니고 조공도 아닌, 어디까지나 적 병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양동부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공주쪽에 한국군이 거의 없어서 어느새 대전 서쪽을 위협할 정도까지 진출했다.

덕분에 공세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지원병력이 부족했고 예비부대로 취급받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포병대까지 동원되었다. 병력이 부족한 것이야 한국에 올라온 연합군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한밭 서쪽을 향하고 있는 원정군 3 군의 양동부대는 병력부족, 특히 지원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얼마나 병력이 부족했으면 전투에 투입하기조차 어려운 필리핀과 멕시코군 기갑부대까지 동원했겠는가?

"1 번 포부터 차례대로 발사! 각각 3 발씩 발사한 다음 새 포탄 장전한다."

- 콰아아앙~~!!! 쿠아아앙~~~!!!

포대장의 명령이 내려진 후 얼마 안되어서 1 번 포에서 불을 뿜었다. 18 문의 G-6 자주포들이 차례대로 포탄을 발사했다. 데클데르크의 7 번 포도 초탄을 발사하고 급히 새로운 포탄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K-9 썬더나 독일의 PzH 2000 같은 괴물 자주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무기였지만 원래 남아공 주변에 적수라고 할만한 나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순식간에 2 탄에 이어 3 탄까지 발사한 자주포들이 미리 꺼내놓은 다른 종류의 포탄을 급히 장전했다. 한국군의 도로 이용을 막기 위한 지뢰살포탄이었다. 급히 새로운 포탄을 장전하는 가운데 갑작스런 포대장의 비명이 들렸다.

"적의 대포병사격이다! 지금 포탄이 날아오고 있다! 모두들 어서 피해!"

"맙소사! 이런 엿같은 일이..."

데클데르크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필사적으로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만들어서 별로 미덥지 못하긴 하지만 어서 대피소로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대피소는 포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 콰앙앙~~~!!!!!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자 데클데르크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 발의 포탄이 거의 동시에 포대 상공에서 터지면서 수많은 자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그것이 데클데르크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었다.

G-6 자주포들이 날린 초탄은 즉시 한국군 대포병 레이더에 의해 포착되었다. 그 즉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던 한국군 대포병부대가 즉시 포탄을 장전하고 대포병사격을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K-9 자주포 18 문이 동시에 뿜어내는 화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 터진 포탄들은 인마살상용 고폭탄이었다. 여러 곳에서 터지는 고폭탄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자탄으로 분리되어 도망치던 남아공 육군의 포병대원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포병대원 대부분과 포병대를 호위하던 보병들이 첫 번째 포격으로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그러는 와중에 새로운 포탄들이 포대를 향해 접근했다. 첫 번째 포격때 사용된 포탄들은 인마살상용 고폭탄이었지만 지금 접근중인 포탄들은 대전차 자탄이었다. 첫 번째 포격에서 살아남은 자주포들과 호위부대의 전차와 장갑차들을 향한 응징의 철퇴였다.

대전차 자탄이 사방에 떨어지면서 생지옥이 펼쳐졌다. 탄약적재차량들이 유폭하면서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육중한 전차가 불덩어리가 되어 타오르는 것은 그래도 나은 경우였다. 사방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쳤다. 거대한 폭음이 천지를 진동하고 검은 연기가 주변을 뒤엎었다.


9월3일 19:21 경기도 광명시

"적 전차 격파, 연막 발사하고 어서 숨어!"

로버트 베일스 상병이 조종수인 앨런 릭크먼 이병에게 급히 지시를 내렸다. 지금은 토우로 적 전차를 잡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아직도 사방에 한국군이 널려 있었다. 언제 당할 지 모르는 판국에서 방심은 곧 죽음이었다. 먼저 간 동료들을 통해 깨닫은 사실이었다.

"주변에 장애물이 많아 기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 그냥 죽을거야? 어렵더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지금 우리들 생명 다 너에게 달렸다!"

울상을 짓는 릭크먼을 달래는 것도 베일스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종수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10 명이 넘는 병사가 순식간에 천국행 비행기표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된다.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천국행 비행기표를 갖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짜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 투타타타~~!!!!!!!

멀리서 40mm 포탄이 이쪽을 향해 날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상대방 포수의 실력이 형편 없는지, 아니면 목표를 잘못 설정했는지 몰라도 포탄은 베일스의 브래들리 옆을 지나 뒤쪽으로 날아갔다. 행운이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젠장, 각오하십쇼!"

릭크먼이 악을 쓰면서 최고속도로 후진했다. 격파된 아군 차량들때문에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면서 여러 차례 충격이 전해지자 분대장인 아서 프랭크스 하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릭크먼! 운전 좀 똑바로 못하겠냐?"

"어쩔 수 없습니다! 주변에 장애물이 너무 많아요!"

릭크먼의 말대로였다. 광명남부지역은 거의 하루동안 전투가 치루어진 곳이어서 격파된 양군차량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차량들이 장애물 역할을 하면서 새로이 전투에 투입된 차량들은 제대로 회피기동 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사정이 나빴다. 공격층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양군이 모두 공세를 펴고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했다.

차량이 급히 물러나는 도중에도 베일스는 쉬지 않고 적 보병전투차를 향해 견제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어차피 25mm 부시마스터 기관포로는 K-300 의 전면장갑을 뚫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K-300 의 40mm 보포스포는 브래들리의 장갑을 뚫을 수 있었다. 너무나 큰 차이였다.

- 콰콰콰아아아앙앙!!!!!!

다행히도 뒤에 있던 아군 전차에서 적 보병전투차를 잡아주는 덕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속도로 주변에는 여전히 불길을 내뿜고 있는 차량들이 수두룩했다. 베일스가 불안한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계속해서 아군 지원부대가 도착하여 전장을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 남은 엔젤들은 탄약과 연료를 보급받고 즉시 전투에 돌입하라.

임시 중대장을 맡고 있는 2 소대장의 기운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중대에 남은 차량은 겨우 4 대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중대차량들은 모두 전장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차피 전장과 후방의 개념도 없었다. 광명시 남쪽이 상당히 좁은 지역이라 조금만 진격하면 적 후방이고 조금만 밀려나면 아군 후방이었다. 또한 미군으로선 광명남부가 뚫리면 인천으로 가는 길을 내어줄 수 있고, 한국군으로선 시흥을 통해 군포, 안양, 의왕등으로 미군이 우회하는 루트를 사전에 차단해야 했다. 광명이 가지는 중요성과 좁은 지형때문에 이곳에 투입되는 병력은 늘어만 갔고 동시에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 쿠콰콰쾅!!!!!!!

"뭐, 뭐야?"

베일스가 가까이서 들려오는 폭음을 듣고 급히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방금 전 중대 옆을 지나쳤던 M-1A2 전차 한 대가 엔진부분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격파당한 전차 옆에서 다른 전차들이 부랴부랴 연막탄을 터트리며 반격탄을 날리고 있었다.

"한국군 전차들이다! K-1A2다!"

또 다시 아군 전차를 날려버린 적 전차의 실루엣을 확인한 베일스가 소리를 지르며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보급을 기다리고 있던 브래들리 보병전투차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적 전차에서 발사한 포탄에 같은 중대의 브래들리 하나가 격파당해 분해되다 시피 했다. 137mm 포탄의 위력은 역시 가공할 수준이었다.

- 투타타타~~!!!!!

베일스가 신중하게 조준한 뒤 적 전차를 향해 25mm 포탄을 발사했다. 적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브래들리가 1 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의 전차들을 기관포로 격파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구식 전차였고 또한 측면장갑에 한해서였다. 4 세대 전차의 장갑을 25mm 기관포탄으로 뚫는다는 것은 코미디였다.

베일스가 노리는 것은 한국군 전차의 외부장비의 파괴, 그중에서도 유탄발사형 대전차미사일 방어체계의 파괴였다. 지금 차량에 남아있는 토우 미사일로 적 전차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적 전차의 능동방어체계부터 무력화시켜야 했다.

"좋아어! 릭크먼, 뒤로 물러서. 너무 가까이 있으면 놈들에게 당한다."

릭크먼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베일스가 토우발사를 준비했다. 아무리 4 세대 전차라 해도 상부장갑까지 튼튼한 건 아니었다. 전차 상부에서 폭발하는 대전차미사일에겐 전차의 세대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이거..."

프랭크스의 투덜거림이 들려 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차를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하차반이 내려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프랭크스의 불만을 뒤로 한 채 베일스가 토우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군 전차에서 미처 연막을 발사하기도 전에 미사일은 빠르게 한국군 전차에 다가섰다. 그러다가 갑자기 잘 날아가던 미사일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했다.

"새로운 적 전차다!"

격파된 채 버려진 차량들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른 K-1A2 전차에서 대신 토우 미사일을 요격해 준 것이다. 그 전차는 바로 아군 전차의 포탄을 맞고 흰 연기를 내뿜었다.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서 전차간 세대차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 어수선한 전장에선 먼저 상대방을 발견하는 쪽이 이긴다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베일스는 한국군이 어떻게 여기까지 치고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이 흔하긴 하지만 중대가 전선에서 물러난 지 단 몇 분만에 여기까지 적이 밀고 왔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각을 할 때였다. 전차들을 엄호하는 한국군 보병들을 향해 남아있던 기관포탄을 쏟아붓는 사이 우측면에서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K-300 이야! 어서 피해!"

베일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이미 릭크먼은 차량을 뒤로 빼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K-300 보병전투차의 포탑은 베일스의 브래들리를 향해 돌려져 있었다. 40mm 포탄이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의 측면을 강타했다. 잠시 후, 브래들리 보병전투차에서 거대한 화염이 치솟았다. 생존자는 없었다.


9월3일 21:33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 콰아아아아앙!!!!!!!

"야호! 잡았다! 뭐해? 어서 튀지 않고."

팬저 파우스트로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를 격파한 박범수 병장이 옆에서 자신을 엄호하고 있던 우진호 병장에게 작게 소리쳤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다가 적에게 위치가 발각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포성을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다. 박범수가 빈 발사기를 버리고 건물잔해 사이를 조심스레 기으며 제 2 진지로 이동했다. K-2 소총을 꽉 붙잡은 우진호가 그 뒤를 따랐다.

대전을 공략할 예정인 연합군 한국원정군 제 3 군의 주력은 결국 청주에서 진격을 멈추어야 했다. 미군의 공격만을 기다리고 있던 한국군 동원사단 3개가 피의 시가전으로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일 먼저 도로를 따라 청주시 서쪽을 공략하던 미군 선봉부대가 한국군 기계화부대의 거센 반격을 받아 진격을 멈추어야 했다.

결국 미군은 청주시 동쪽인 상당구도 동시에 공격해야 했다. 수많은 인도군이 피를 흘리며 우암산을 단시간에 점령한 다음 미군 기계화보병들이 상당구 전역으로 쇄도했다. 거기서부터 청주 시가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요새화된 시가지에서 미군은 한국군의 저항에 막혀 크나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박범수와 우진호가 있는 이 곳 주성초등학교까지 진격하는 동안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은 네자리 수의 사상자를 냈다.

"망할! 미군이야."

건물잔해 속에서 빠져나오던 박범수가 급히 손을 들며 우진호를 제지한 뒤 등에 메고 있던 K-2 소총을 꺼내 들었다. 박범수의 눈에 미군 기관총팀 2개가 똑똑하게 보였다. 건물잔해 속을 헤치며 나온 곳이 미군진지라는 사실에 박범수가 기절초풍했다. 의외로 미군은 청주시내 깊숙한 곳까지 진입한 모양이었다. 옆에는 아군에게 격파당한 것으로 보이는 M-1A3 에이브럼스 전차가 버려져 있었다.

- 투타타타타탓~~~!!!!!!

- 콰아아앙!!! 콰쾅!!

시청을 눈앞에 둔 미군의 공격과 이에 맞서는 한국군의 전투는 점점 치열해져만 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박격포탄에 놀란 박범수가 급히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박격포탄은 기관총 진지에서 약간 뒤쪽으로 떨어졌다. 적 기관총을 그대로 납두다간 아군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박범수가 미군의 머리를 향해 소총을 겨누었다. 기관총을 쏘는데 집중한 미군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 타타타!!

먼저 사격한 것은 우진호였다. K-2 소총에서 빠져나간 총알이 기관총을 붙잡고 있던 미군의 머리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비명 한 번 지르지도 못하고 쓰러진 동료를 보며 급히 고개를 돌리던 부사수는 박범수가 사살했다. 다른 기관총 진지도 같은 방법으로 순식간에 제압했다.

- 콰콰콰콰쾅! 콰콰쾅!

박범수와 우진호가 있는 것을 모르는 아군은 계속해서 엄청난 화력을 퍼부었다. 주변건물 옥상에서 기관포탄이 비오듯 쏟아지고 로켓탄도 연달아 작렬했다. 우진호가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라며 투덜거렸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다.


9월3일 22:09 경기도 광명시

"쓰벌! 졸라 많네! 개새끼들!"

소총 탄창을 잽싸게 갈아끼우며 최성원이 미군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미 시민운동장에서 시청으로 올라오는 이 계단엔 이미 수많은 미군의 시체들과 그들이 흘린 피로 가득찼는데도 미군은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 미군이 이런 무모한 돌격을 한다는건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야, 클레이모어 터트려!"

최성원이 소총사격을 계속하면서 부하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이 좁은 계단은 미군이 학살당하기 참 좋은 곳이어서 지금까지 K-3 경기관총 한 정과 소총, 수류탄만으로 미군을 막을 수 있었지만 방금 전 대전차로켓 공격으로 기관총이 날라가면서 방어하기가 어려워졌다. 처음엔 살치만 해놓고 쓸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던 클레이모어였지만 지금은 쓰지 않을 수 없었다.

- 콰아아아아아앙!!!!!

격발기를 누르자마자 클레이모어가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전우의 시체를 밝으며 계단을 올라오던 미군들이 폭풍에 휘말리며 수많은 쇠구슬에 난도질당해 쓰러졌다. 한 차례 강력한 폭풍이 지나간 뒤 계단에 널부러진 시신의 숫자가 더 늘었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미군의 신음소리와 비명소리, 욕설이 간간히 들려왔다.

"선임하사님, 피하십쇼!"

갑자기 장필준이 달려오며 최성원을 덮쳤다. 당황한 최성원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들의 머리 위로 미군의 기관총탄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고마워, 나중에 소주 살께. 젠장할, 시청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왜 자꾸 여기로 오는 거야?"

최성원의 분대가 지키고 있는 시민운동장쪽 계단 말고도 미군은 여러 곳에서 집요하게 시청을 노리고 있었다. 광명에서 전투가 일어난 지 미군의 공격주목표는 시청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시청은 함락되지 않고 있었다. 시청은 광명의 한국군이 필사적으로 지키고 있는 방어거점이었다. 미군은 시청 정면으로, 광명고쪽으로, 시청의 배후로, 헬리본 강습을 통해 하늘로, 여러 방향에서 여러 방법으로 시청을 공략했지만 한국군의 거센 저항에 막힐 뿐이었다.

최성원이 헬멧에 달린 스피커의 채널을 조절한 뒤 박격포반에 제압사격을 요청했다. 미군이 기관총을 앞세운다면 지형적 이점을 가진 한국군도 미군을 막아내기 상당히 어려웠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거절하는 상대방에게 최성원이 몇 차례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퍼부은 다음에야 박격포 지원이 시작되었다.

박격포탄 몇 발이 떨어진 후 미군의 화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기관총은 완전히 제압당한 모양이었고 일반 소총사격도 크게 줄었다. 미군의 박격포로 반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최성원은 생각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미군의 박격포 공격은 없었다. 미군이 이렇게 조용할 리 없었다. 갑자기 최성원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콰콰쾅!!!!!

아까부터 계속해서 들리는 폭음의 진원지는 광명고등학교였다. 미군은 시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포기하고 광명고를 통해 시청의 우측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으로 다시 작전을 바꾼 것이다. 이미 몇 차례 강력한 공격을 받은 광명고등학교였는데 다시 미군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 타타탕! 타탕!

그러나 미군은 최성원이 다른 곳 걱정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잠시 잠잠했던 미군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니, 미군이 아닌 영국군이나 호주군같았다. 그러나 누가 공격하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일반 보병전이라면 필리핀이나 멕시코군도 얕볼 수 없었다. 최성원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탄환이 날아갔다.


9월3일 22:34 전라북도 완주군 상공

"으휴, 엄청 끈질긴 녀석이였어."

전성수가 눈앞에서 추락하고 있는 F-14 전투기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빌어먹을 적기는 근접전에서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격렬하게 저항했고 전성수는 쓸데없이 상당한 기관포탄을 소모해야 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은 예전에 다 퇴역시킨 F-14 톰캣까지 상당수를 현역으로 복귀시켰다.

- 방심하지 마. 사방에 널린게 적기야.

리오인 이상렬 소령이 전성수에게 주의를 주었다. 톰캣은 모두 도망가고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막강한 적인 F/A-18 슈퍼호넷들이 곳곳에서 아군기와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도 공중전에서 호넷이 F-15K를 이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전성수가 자신했다.

그러는 동안 상공엔 화려한 불꽃이 계속해서 수를 놓고 있었다. 한국군 방공망을 폭격하던 미 해병항공대의 F-35B 전투기들이 방공망에 의해 줄줄이 격추당하고 있었다. 한미 양군 전투기간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군 방공포병들은 정확하게 미군기만 노리고 있었다.

- 4시 방향에 새로운 적기 출현, 망할! F-22 랩터다! 랩터가 출현했다! 수효는 4기!

"랩터!"

랩터라는 말에 전성수가 바싹 긴장했다. 현존하는 세계최강의 전투기 F/A-22 랩터. 완벽에 가까운 스텔스성능을 갖춘 상대였다. 조기경보기의 지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어려운 상대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 적기에서 미사일 발사! AIM-120이다! 미사일 수효 8기! 회피하라!

조기경보기 관제사의 비명이 통신기를 울렸다. 4기의 랩터에서 각각 2기씩 발사한 AIM-120C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한국 전투기들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랩터들이 미 해군용인 F/A-22N인지, 아니면 제주도에서 이륙한 일반적인 F/A-22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솔방울들은 즉시 미사일 발사하라. 발사 후 회피기동 들어간다. 아군 방공부대가 지원한다고 하니 믿어보자.
편대장이 아군 방공부대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전성수는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지금도 아군 방공망 내부에서 양군간 공중전이 한창이었다.

"락 온 완료! 미사일 발사합니다. 팍스 쓰리! 팍스 쓰리!"

조기경보기의 지원으로 적기를 락 온한 전성수가 미사일 2기를 연속으로 발사한 뒤 급히 기수를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다가오는 미사일을 피하기 시작했다. 공중전에 돌입할 때마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마음껏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미군이 정말 부러웠다. 더 이상 미국제 미사일을 사용할 수 없는 한국군은 자체개발한 미사일로 버티고 있었지만 생산량이 부족해 재고가 넉넉하지 못했다. 일부 기체를 대상으로 러시아제 미사일 운용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었지만 언제 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미사일이 따라붙는 것을 확인한 전성수가 채프를 투하하며 적 미사일을 교란시키고자 했다. 채프구름에 속은 암람 한 기가 폭발하는 것을 이상렬이 확인했으나 또 하나의 미사일은 채프에 속지 않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

전성수가 갑자기 고도를 낮추었다. 예상치 못했던 기동에 고참인 이상렬도 당황하며 꽥꽥 질렀다. 그런 이상렬을 애써 무시하며 전성수가 전투기 조종에 전념했다. 아직까지도 미사일은 끈질기게 따라오고 있었다. 전성수가 다시 한 번 채프를 투하하며 기체를 급상승시켰다. 채프구름을 통과하고 전성수의 F-15K를 추격하던 암람은 미처 방향을 꺽지 못하고 바위절벽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 솔방울 4, 성수야! 솔방울 1하고 2가 격추당했다! 이런 엿같은!

솔방울 3 이규태 중위가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편대 1, 2번기가 미사일을 피하지 못하고 격추당한 것이었다. 반면에 랩터 편대는 단 한 대만이 격추당했을 뿐이었다. 전성수가 이를 악물고 랩터를 향해 다가갔다. 마지막 무장으로 단거리 미사일 2기와 기관포탄 50여 발이 남아있었다.

- 처녀귀신이다. 우리가 지원하겠다! 솔방울 3과 4는 무리하지 마라.

전성수가 알기론 처녀귀신이란 콜사인을 가진 편대는 공군이 아닌 해군항공대 소속이었다. 항공모함이 아닌 지상기지에서 운용하고 있는 라팔 전투기들이었다. 한국이 라팔을 도입할 때 만약에 대비해서 러시아 및 미국, 한국 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하게 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프랑스 닷소사는 이 요구를 거부했지만 한국이 아예 지상기지 운용 해군항공대의 기체를 라팔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경하려 하자 한국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미사일 소스 제공을 거부한 미국을 빼곤 한국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

그런 해군항공대의 라팔 전투기답게 미군기를 향해 발사한 것은 러시아제 알라모 미사일이었다. 샛노란 화살들이 밤하늘을 가르며 미군기를 향해 날아갔다. 잠시 후, 랩터 1기가 새로 격추되었다. 알라모 미사일 8기의 전과 치곤 상당히 적은 규모였지만 상대가 뛰어난 스텔스성을 지닌 F/A-22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무늬만 스텔스인 라팔이나 실전에서 스텔스 성능의 부족을 드러낸 F-35와 질적으로 달랐다.

2번에 걸친 미사일 공격을 받은 랩터 편대를 향해 전성수의 F-15K가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무섭게 달려들었다. 여기에 이규태 중위의 F-15K와 처녀귀신 편대의 라팔 전투기들이 가세했다. 이제 도그파이팅이었다. 6 : 2의 숫적우위를 지니고 있는 한국군이 상당히 유리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미군기들은 방공망과 다른 한국 전투기 상대하기에도 바빴다.

"팍스 투! 팍스 투! 죽어버려!"

전성수가 단거리 미사일 2기를 연이어 발사하며 괴성을 질렀다. 미사일 하나는 플레어에 속아 폭발했지만 다른 미사일은 정확하게 랩터의 배기구 부근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미사일에 피격당한 적기를 향해 쇄도하며 전성수가 20mm 기관포탄을 날리며 확인사살을 했다.

그러는 동안 다른 랩터도 라팔 전투기들의 집중공격을 받고 불타올랐다. 아무리 뛰어난 FA-22 랩터라 하더라도 상대가 제로센이나 머스탱, 스핏파이어나 허리케인이 아니라면 도그파이팅에서 혼자 4기의 적기를 상대할 순 없었다. 그러나 일부 항공 시뮬레이션 게임에선 엄청 어렵긴 해도 가능한 일이다.

- 솔방울들의 연료가 부족하다. 즉시 귀환하라. 귀환코스는 F-34, 귀환기지는 T-7이다.

T-7 기지는 대구공군기지였다. 조기경보기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전성수가 대구기지로 기수를 돌리면서도 아쉬운 듯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편대기 2기가 떨어진 곳이었고 파일럿들의 생사는 확인할 수 없었다.


9월3일 22:47 경기도 광명시

"2-L 클리어, 적 3명 사살. 생존자는 없다."

- 이쪽도 3-L을 클리어하기 직전이다. 적의 저항이 상당히 강력한 편이지만 곧 제압이 가능하다. 병력 피해는?

"4명 전사 2명 중상. 후속부대와 교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알았다. 잠시 기다리도록. 곧 후속부대를 보내도록 하겠다. 이상 통신 끝.

"이상 통신 끝."

중대장과 통신을 끝내고 서태균이 총을 고쳐 들었다.. 중대장은 잠시 기다리라고 했지만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을 한국군이 아니었다. 미군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방심을 하면 그 즉시 한국군은 날카롭게 반격을 가했다. 그것은 서태균이 광명에서 계속 전투를 하는 동안 몸으로 직접 깨달은 것이었다. 이 곳 광명고등학교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뭣도 모르고 담배를 피우던 멍청한 녀석이 수류탄 파편으로 온몸이 난도질당한 이후 미군은 휴식의 휴자도 생각하지 않았다.

"분대장님, 여긴 지금까지 제압한 곳하고 다른데 왜 그러죠?"

아레바로 이병이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서태균에게 물었다. 한국군이 언제 어디서 공격할 지 모르는데 시선을 돌린다는 건 분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일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레바노는 일자리를 구하러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했다고 말했다. 그 뒤 얻은 일자리에선 언제나 박봉과 힘든 일에 고생했고 그나마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제대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고 했다.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몰려오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이었다.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각국, 특히 독일의 불법체류자들과 한국으로 몰려온 동남아시아와 중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아레바로에게 찾아온 희망은 전쟁이었다. 전쟁이 터지고 전황이 어려워지자 미국은 징병제를 부활하고 동시에 군에 자원입대하는 불법체류자들을 미국 시민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미 의회도 만장일치로 이를 가결했다. 아레바로는 물불 가리지 않고 군에 입대했다. 과거 이라크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미군에 입대한 사람이 전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한국도 같은 법을 통과시키고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여긴 선생님들이 있는 곳이야. 지금까지 제압한 곳은 학생들이 수업하는 교실이고."

서태균이 간단히 대답했다. 서태균은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서태균은 이른바 '원정출산'으로 인해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태균은 군대에 가기 싫어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징병제때문에 군대에 끌려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서태균의 아버지는 직업군인이었다. 전쟁이 터진 후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으나 그는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고 미국의 적 한국과 싸워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타탕! 타타탓!

"조심해! 한국군이다!"

서태균의 분대가 장악한 2학년 교무실을 향해 소총탄이 날라들었다. 마틴 이병이 수류탄 2개를 잽싸게 꺼내어 복도 반대편을 향해 힘껏 던졌다. 분대에서 가장 겁이 많은 마틴이었으나 전투를 계속 하면서 싸워야 산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싸우고 있었다. 수류탄 폭음이 들린 후 잠시 총성이 멎나 했으나 다시 총탄이 날라들었다.

"마틴, 수류탄 한 번 더 던져라. 나와 아레바로가 수류탄 공격 이후 돌격할테니 나머지는 엄호해라. 아레바로, 이의 없겠지?"

"물론입니다, 분대장님."

위험한 일이었음에도 아레바로는 서태균을 신뢰하고 있었다. 다른 분대원들과 장교들이 한국계라는 이유로 서태균을 불신하고 있는 데 비해 불법체류자 출신인 아레바로는 서태균을 믿고 따르었다.

- 콰아아아앙!!!!!

마틴이 수류탄을 던진 다음 폭음이 들리자 서태균과 아레바로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뮤실을 뛰쳐 나왔다. 무조건 앞쪽을 향해 사격을 계속하며 서태균이 계속 뛰었다. 뒤따라나온 분대원들이 엄호사격을 하면서 교무실 반대편의 교실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복도엔 엄폐물이 없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서태균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며 사격을 가했다.

- 투타타타타타타!!!!!!!

"으아악!!!"

"아레바로!!!!!!!!! 윽!"

갑작스런 기관총 소리와 함께 아레바로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아레바로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서태균도 어깨와 오른쪽 다리에 기관총탄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 콰아아앙!!!

잠시 후 유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귀에 익숙한 분대원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서태균의 머리엔 온통 아레바로 생각뿐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와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버릇처럼 말하던 아레바로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떠올랐다. 필사적으로 아레바로를 향해 기어가는 서태균의 등을 향해 총탄이 다시 날라들었다.


9월3일 23:28 충청남도 논산시 상월면

"뭐야? 한국군 전차대대?"

예상치 못한 보고에 멕시코군 제 43 기갑여단장 카를로스 포르티요 준장이 통신참모의 보고에 놀랐다. 지금까지 인도군이나 미군이 중대 몇 개로 구성된 한국군 기갑부대와 교전했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대대 이상의 한국군 기갑부대가 확인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네, 그렇습니다. 2 대대가 A-63D 포인트에서 적 대대급 전차부대와 접촉했습니다."

통신참모의 말에 포르티요가 A-63D 포인트를 확인했다. 한국 지명으로 '광석', 논산의 중심을 강타할 수 있으며 3군의 최종목표인 한밭공략에서 꼭 필요한 우측포위망 형성에서 꼭 필요한 곳이었다. 하필이면 미군 및 인도군과 임무교대를 한 후 적과 접촉하다니 운도 없었다.

"뭐, 상관없어. 2 대대장에게 당장 밀어 붙이라고 해. 기껏해야 K-1 전차겠지."

포르티요는 한국군을 얕보고 있었다. 43 기갑여단이 전선에 투입된 후 상대한 한국군 전차라곤 구식 M-48A5K 전차가 전부였던 것이다. 멕시코군이 가진 전차 대부분도 M-48 아니면 M-60이었지만 전쟁중 미국의 지원으로 일부부대가 M-1 전차를 보유했고 43 기갑여단은 바로 그 일부 부대중 하나였다. 거기다가 한국군 전차대대와 접촉한 2 대대는 특별히 M-1A1 전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렇겠죠."

참모장이 웃으며 포르티요의 말에 동의했다. 제대로만 되면 한국군 기갑대대를 섬멸하고 그대로 한밭 우측의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한밭을 점령할 지도 몰랐다. 그럼 멕시코군은 크나큰 전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고 전후 멕시코가 얻는 이득도 짭짤할 것이다. 연합군 내에서 미국이나 인도, 영국, 독일같은 쟁쟁한 국가들에 밀려 기도 못쓰는 조국 멕시코를 이번 기회에 연합군 서열 10위권 이내로 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포르티요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43 기갑여단은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며 자신도 고속승진을 하게 될 것이 뻔했다.

"2 대대와의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습니다!"

"뭐야?"

통신참모의 비명에 포르티요가 놀라 벌떡 일어났다. M-1A1 에이브럼스 전차로 무장한 최강의 2 대대였다. 전투때문에 바쁘거나 통신불량일 수도 있다며 참모장이 별 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잠시 너무 과민반응을 했다며 포르티요가 참모장의 말에 수긍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기갑대대가 이렇게 단시간에 전멸당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통신참모의 다음 보고는 절망적이었다.

"2대대가 전멸당했답니다! A-63D 포인트로 이동하던 보급부대의 보고입니다! 2대대 잔존전차들이 보급부대와 함께 도망치는 중이랍니다! 한국군 전차들이 몰려오고 있답니다!"

"무슨 소리야, 그게! 통신기 이리 내놔! 나 여단장이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 여단장님, 살려주십쇼! 제발 살려주십쇼! 괴...괴물입니다! M-1A1으론 도저히 상대가 안됩니다! K-2입니다! K-2란 말입니다! 거기다가 교전중 적의 포격을 받아서 대대 지휘체계가 완전 붕괴됐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아군 전차 한 대가 또 격파당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포탄을 날려도 놈들은 끄덕도 안 합니다!

"K-2...라고 했나? 그리고 적의 포격이라니? 아군 대포병부대에겐 아무런 연락도 못 받았는데...맙소사..."

"우리쪽 대포병부대는 미군입니다. 지휘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통신계통도 복잡해서 우리에게 전달될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여러 국가가 연합군을 결성할 때 문제점이 바로 이거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각 국가들이 양보해서 통합된 지휘체계를 형성하는데 눈앞의 승리에 눈 먼 각국들이 이를 양보할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것은 한국군 기갑대대였다.

"어서 3군 사령부에 연락해, 어서! K-2가, 그것도 대대규모로 몰려오고 있다! 포병의 지원까지 받은 대규모 공격이다! 어서 연락해!"

"1 대대도 적과 교전을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K-2로 이루어진 기갑대대입니다!"

비명에 가까운 포르티요의 명령이 끝나기도 전에 통신참모의 절망적인 보고가 이어졌다. 1 대대는 부여군 석성면에서 서쪽의 한국군을 견제하고 있었다. 이젠 공을 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문제였다. 직접 통신기를 잡은 포르티요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9월4일 00:22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80여 대의 버스와 트럭이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병력의 이동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후라 상하행선 모두 이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이곳 말고도 강원도나 함경도, 경상도등으로 향하는 차량행렬도 상당했다.

이들은 모두 미군 상륙지와 교전지역 일대에서 소개된 시민들을 태운 차량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광명에서 소개된 사람들이었다. 버스와 트럭 한 대당 100명이 약간 넘게 탔으니 이곳에서만 모두 8천명이 넘는 엄청난 인원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표지판을 본 홍보라가 광주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이 좁아터진 버스생활도 끝이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버스를 갈아타고 여기까지 왔다. 교통편 부족으로, 군부대 이동으로, 미군기의 공습으로 이곳까지 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들이 임시로 살게 될 제 45 소개민 수용캠프인 광주광역시 북구도 이제 멀지 않았다.

버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였고 남자들은 어린애와 노인, 병자뿐이었다. 젊은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 끌려갔고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들도 군부대 지원활동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건강한 청년 남성을 찾는 것은 북극에서 펭귄 찾기, 아니 북극에서 낙타 찾기라며 홍보라가 주머니에서 팬던트를 꺼냈다.

'다시 볼 수 있겠지...'

그 녀석이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볼 수 있었다. 홍보라는 군인도 아니고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었다. 죽을 이유가 없었다. 그 녀석만 무사히 살아 돌아오면 다시 볼 수 있었다.

- 애애애애애애애앵~~~~~!

"또 공습경보야? 엄마, 무서워."

"걱정 마렴.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거야."

"정말 지긋지긋하군. 벌써 몇 번째야?"

공습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잘 달리던 버스가 속도를 줄이며 헤드라이트를 끄고 갓길에 정차했다. 미군기가 이들을 군병력 차량으로 생각하고 오폭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첨단장비가 발달하면서 오폭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방산업체가 떠들고 다녔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 투타타타타타타타타타~~~~~~~~!!!!!!!!!!!

- 슈우우우우웅~~~~~~!!!!

가까운 곳에서 대공포 소리와 미사일이 날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공습당하는 곳이 이곳과 상당히 가까운 곳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봐요! 어서 내려요! 전투기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어서!"

연락을 받은 기사가 사색이 되어 외치면서 버스의 문을 열었다. 시내버스라면 문이 두 개라 빠져나가기 좋았을 텐데 이 버스는 하필이면 시외버스였다. 패닉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자기가 먼저 도망치기 위해 너도나도 문쪽으로 향했다. 사람들 사이에 깔린 홍보라가 침착하게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웠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밝도록~~

갑자기 흘러나오는 애국가에 홍보라가 초등학교 시절에 읽은 책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나 피식 웃었다. 이 상황에서 웃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화재가 난 극장에서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살기 위해 모두 출입구쪽으로 향하면서 혼란이 생기자 당시 공연중이던 소년 한 명이 영국 국가를 연주했다. 이로 인해 이성을 되찾은 사람들이 침착하게 대피했다. 좀 황당한 이야기였지만 실화였다. 그러나 여기선 그 이야기가 통용되지 않았다. 애국가 소리는 이내 사람들의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묻혔다.

"설마...폭격은 없을 거야."

홍보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전투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도 방공망을 제압하기 위해서나 근처에 다른 중요한 시설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민간인 소개 차량들의 지붕엔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적십자 표시가 있었다. 오폭은 없을 것이라고 홍보라는 생각했다.

- 콰아아아아아앙!!!!!!!!!

그러나 홍보라의 희망은 이내 사라져 버렸다. 환하게 빛을 내는 적십자 마크를 무시하며 F/A-18F 슈퍼호넷 전폭기 2대가 차량대열을 향해 집속폭탄을 투하하기 시작했다. 대열 맨 앞에 있던 차량들이 불덩어리가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차량을 폭탄으로 처리하기엔 폭탄이 너무 부족했다. 오폭에 대비해 차량간 간격을 넓게 유지한 것도 폭탄을 금방 바닥나게 하는 원인이었다.

"우린 살은 거야. 살았다고."

더 이상 폭탄을 투하하지 않는 전투기들을 보며 홍보라가 살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말했지만 이내 그 기쁨도 사라졌다. 폭탄은 모두 소모했어도 아직 전투기들은 기관포라는 아주 훌륭한 무기를 갖고 있었다.

- 콰르르륵!!!!!! 콰르륵!!!

슈퍼호넷에서 내뿜는 20mm 기관포탄의 예광탄 줄기가 지상에 작렬했다. 기관포탄에 맞은 차량들에서 연기가 필어오르고 이내 화재가 일어났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들의 패닉은 더욱 더 심해져만 갔다. 홍보라가 팬던트를 꽉 쥐었다. 미군기에서 뿜어내는 기관포탄이 홍보라가 탄 버스를 향해 날라들었다.

홍보라는 죽기 직전까지도 미군기가 오폭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환하게 빛나는 적십자 마크를 보고도 오폭할 바보 파일럿은 없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미 해군항공대는 이들 민간인 피난 행렬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미군은 치욕스런 그 날을 결코 잊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해군 항모기동함대가 미 공군을 유인하기 위해 피난민 행렬을 의도적으로 폭격한 2011년 2월 22일 그 날을. 그 때의 복수를 위해 미군은 통일군사회의 지하벙커 폭격작전 못지 않은 치밀한 사전계획을 세우고 이번 공습을 단행한 것이었다. 8천여 명의 죄없는 민간인들을 복수의 타겟으로 삼아서...


9월4일 00:43 경기도 광명시 상공

"우리가 폭격할 지점엔 아군이 없다니 다행이지."

"그래도 영 찜찜하잖아. 이건 진짜...그리고 아군이 아니라 미군이 정확하지"

제임스 캐넌 대령이 앤서니 헐버트 중령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자기 역시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불안감을 떨처버릴 수 없었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한국군과 연합군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병사들이 죽을 게 뻔했다. 공사동기 사이라 사석뿐 아니라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말을 놓았다.

"미군을 빼내고 필리핀군 보고 전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고 했대. 나도 미국인이지만 미군만 중요하고 다른 나라 군대는 죽어도 된다는 말이잖아."

"그래도 처음 계획보다 나아졌잖아?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지."

"쳇, 그건 그렇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어쩌다가 이런 임무를 맡게 되었는지 몰랐지만 수도권의 가공할 한국군 방공망과 처음 탑재되기로 계획된 무기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었다. 이번 작전에 처음 사용되기로 한 무기는 B-83 전술핵폭탄이었다. 그러나 핵을 사용하는 것은 핵보유국간 핵사용을 전면금지하는 협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그 즉시 대대적인 핵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핵사용시 추후진격이 힘들다는 이유로 취소되었다.

"그나저나 이제 저 밑은 완전히 개박살나겠군."

"개박살 나는 수준이 아니지. 쑥대밭이지. 살아남을 사람이 없을 걸. 뭐, 그러고보니 이 놈도 핵폭탄이군."

"사람만 죽이는 핵폭탄?"

"아니, 사람도 죽이고 화재도 일으키는 핵폭탄."

헐버트는 곧 있을 대참사를 앞두고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너무나 무서워졌다. 이런 명령을 내린 윗대가리들을 저주하며 헐버트가 마지막으로 투하지점을 확인하고 폭탄을 점검했다. 아주 묵직한 폭탄이었다. 핵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정도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광명 시티홀...이 작은 동네의 시청을 날려버리기엔 너무 과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대답한 캐넌이 몇 가지를 조작하곤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눈을 딱 감고 버튼을 눌렀다. 기체에서 뭔가 묵직한 것들이 떨어져 나가자 기체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였다.

- 앵앵앵앵~~!!!!

"망할! 걸린 모양이야!"

사색이 된 헐버트가 다급하게 외쳤다. 한국군의 지상 레이더와 조기경보기에 의해 이들이 파악된 것은 시간이 좀 되었지만 이들은, 그리고 미군 조기경보기 관제사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원기지에서 이륙한 KF-16 전투기들이 초계비행코스대로 움직이다가 기습적으로 이들을 덮친 것이었다.

"망할! 미사일이다! 미사일이 오고 있다! 우린 락온당했다! 어떻게 좀 해달라!"

- 지금 전투기가 가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조금만 기다리다 우린 죽는단 말야!"

헐버트와 조기경보기 관제사가 소리를 높이는 동안에도 F-16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접근중인 미사일을 확인한 캐넌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러시아제 알라모-C였다. 미제 F-16 전투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운용하기 위해선 엄청난 개조가 필요하고 미국의 소프트웨어 제공이 필요한데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런 일이 현실에 나타났다.

"지대공 미사일이다! 패트리엇이야!"

알라모에 이어 패트리엇 미사일까지 날아오자 헐버트와 캐넌의 두 눈이 공포에 가득찼다. 잠시 후, 패트리엇 미사일과 알라모 미사일이 거의 동시에 B-2 폭격기의 동체 부근에서 폭발했다. 불덩어리가 된 B-2 폭격기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광명시내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미 폭격기는 싣고 있던 화물을 모두 떨어트린 후였다.

폭격기에서 떨어진 폭탄들은 정확하게 광명 중심부를 강타했다. 광명시청가 광명고등학교, 광명중학교, 철산역등 한국군이 요새화한 방어거점에 폭탄이 작렬했다. 그와 동시에 이 일대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미군대신 투입되어 공격을 계속 진행중이던 필리핀군, 그리고 이들을 맞이하여 방어전을 펼치던 한국군들에게 지옥의 사신이 찾아왔다. 방어거점 일대에 떨어진 여러 발의 폭탄이 만들어낸 거대한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엄청난 화염이 솟구침과 동시에 공기가 부족해지면서 양군 병사들이 질식사하기 시작했다. 소형 핵무기라 불리는 기화폭탄이 광명시를 덮치는 순간이었다.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바른생활 NZEO
글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유일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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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16: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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