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블러디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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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48<타오르는 불꽃-1>
라데니조아  2003-06-15 15:40:41, 조회 : 6,013, 추천 : 8

죄송하단 것밖에 드릴 말씀이 없군요.
개인적으로 요즘 준비하는 대회도 있고 해서 마음이 어지러운지라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대로 한 2 주일은 얼렁뚱당 건너뗘야 겠습니다.
미군의 한국본토 상륙이지만...아직 전면전 시작은 아닙니다.
다음편부터 전면전 시작입니다.
아마 그 포화는 일본에서 시작될 듯 하군요.
이번편은 밑에 이상한 페이지 빼서 30페이지즈음 될 겁니다.
그럼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재미있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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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 06:13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각 도서에 대한 한국군의 방어가 허술한 틈을 타 거금도와 평일도, 나루도, 금당도등 고흥 근처의 주요 섬들을 단순간에 점령한 미군은 새벽 06 시를 기해 한국 본토에 직접적인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새벽 4 시경서부터 진행된 각 도서에 대한 소규모 상륙작전이 있었지만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도서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시작된 고흥 남부 해안에 대한 상륙 작전이 한국에서 시작된 첫 지상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새벽에 이루어진 각 도서에 대한 공격 이후 부랴부랴 설치된 듯 보이는 부실하기 그지 없는 해안 참호선은 이미 공격 헬기의 로켓탄 사격으로 사실상 완전 제압당했다. 수심이 얕은데다 해안선이 복잡하여 매복한 적 고속정의 공격을 받을 경우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기에 대형 전투함들은 깊숙한 곳까지 접근하지 않았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국군 방어선 위에서 가끔 코브라 헬기들이 기관포를 쏘는 소리 말고는 지금이 전투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바다 위를 질주하는 상륙 돌격 장갑차와 호버크래프트의 소리와 헬기의 로터음만이 현재 미군이 상륙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상륙 돌격 장갑차들이 상륙해 병력을 내려놓았다. 해병대원들이 전장을 정리하고 급히 진지를 구축하는 동안 주력 전차들을 실은 LCAC들이 꾸역꾸역 해안선으로 올라왔다.

"정말 형편없군."

LCAC에서 내린 M-1A1 전차에서 잭 로퍼스 대위가 아무런 피해 없이 가장 위험하다는 상륙을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하며 한 말이었다. 한국군은 미군이 본토 남부로 상륙해올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방비가 허술할 수 없는 일이다.

-투다다다~~~~~~~

머리 위에선 계속해서 헬기의 로터음이 들렸다. 거금도 남쪽 해상까지 진출한 강습 상륙함들에서 계속 날아 오르고 있는 헬기들이었다. 이미 헬리본 전력만 투입했다 사단을 통채로 전멸시킨 쓰라린 경험이 있는 미군은 더 이상 헬리본 병력만을 투입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고흥 반도를 장악하기 위해 미군이 선택한 작전은 기갑 부대로 쾌속 진격하여 벌교라는 동네까지 돌파하고 헬리본 부대가 나머지 한국군 잔당들을 소탕하면서 주요 지점을 기습 점거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헬리본 부대가 기습 점거하고 5 분 이내에 해병대가 그 지역까지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만큼 미군이 제주도에서 입은 상처가 크다는 것을 반영하기도 했다.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통신기에서 예하 전차장의 물음이 들려왔다. 잠시 깜박했다는 듯이 로퍼스가 품 속에서 작전 명령서가 들은 봉투를 꺼냈다. 봉투 한 쪽을 뜯어내고 지도와 명령서를 꺼내서 대조해보던 로퍼스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여기서 최대한 빨리 북진해서 벌교라는 곳까지 진출하라는군. 벌교까지 진출하는 동안 만나는 한국군은 모두 때려잡고."

-벌교? 도대체 무슨 동네입니까? 상륙하기 전 한국전도는 자주 봤습니다만...벌교란 동네는...

"나와 있어. 작은 동네라 보지 못한 모양이군. 우리가 상륙한 반도 위로 천천히 올라가봐."

-아, 있습니다. 철도가 지나는군요.

아마도 한국군이 좁은 지협을 봉쇄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한 명령이 아닌가 싶었다. 고흥은 미군의 주상륙지가 아니었다. 미군의 대규모 상륙을 위해서는 대규모 항구가 필요했으며 미군이 선택한 항구는 광양과 여수였다. 다만 두 항구로 바로 들어가기 위해선 상륙함들에게 위협이 되는 근처의 작은 섬들을 일일이 점령해야 했고 그러면 본격적인 상륙전도 하기 전에 한국군이 방어전 준비를 갖추고 만다.

그 차선책으로 미군이 택한 것이 해병대의 고흥 상륙이었다. 고흥반도 남부로 상륙한 해병대가 고흥을 장악하고 순천과 광양의 배후를 차단하여 한국군의 방어력 증강을 저지하는 동안 수많은 섬들을 점령한 다른 아군이 여수, 광양을 점령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전에 앞서서 해야 할 것이 바로 벌교쪽의 좁은 지역을 미리 장악하는 것이다.

(지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전남 지도 펴서 보시길. 득량만과 순천만 사이 육지가 얼마나 좁은지. 한국 육군 전력으로 봉쇄하면 미군의 여수, 광양 배후차단전은 나가리된다. 물론 공습하면 장땡이지만 원래 전쟁은 미리 예측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임이 아니니까)

"중대, 이동 시작한다. 우리가 거북이처럼 느려터지면 작전이 완전 실패한다."

명령서를 읽고 이번 작전의 중요성을 깨달은 로퍼스가 이동을 독촉했다. 이들이 상륙한 곳은 자죽도라고 하는 섬 바로 위쪽의 육지였다. 고흥 맨 밑에서 벌교까지 올라가는 동안 한국군의 저항이 얼마나 될 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다수의 호버크래프트들과 장갑차들은 끊임없이 해안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7월27일 06:32 전라남도 고흥군 점암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지원은 어떻게 된건가?"

-당분간 지원은 어렵다! 조금만 더 버텨! 야! 안 돼!

-콰아아아앙~~!

통신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폭음 소리가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자신들을 구원할 수 있는 인근의 유일한 전력인 전차 중대가 당한 것이다. 전차래봤자 미 해병대의 M-1A1에 대적하기 어려운 K-1 전차이긴 하지만 미 해병대에 K-200 장갑차로 처절하게 맞서는 이들보단 훨씬 나았다. 그런 아군 전차들이 당한 것이다. 김오중 중위가 주먹을 내리쳤다. 미군 특수부대의 침입에 대비해 점암면에 있던 한국군 기계화보병 중대는 처절한 전투를 계속했다. 말이 중대지 전투 개시 5 분만에 중대는 장갑차 3 대로 줄어들었다. 중대장도 전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흥에 주둔중인 한국군은 대부분 화력이 약한 해안방어부대나 특수부대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경기계화 부대, 치안유지를 위한 경보병이나 방공부대가 전부였다.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이들이 싸우고 있다는 것만으로 한국군 지휘부는 감사해야 했다.

-우측에 새로운 적 전차 출현, M-1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모두 절망적인 것이었다. 농가 창고에 꼭꼭 숨어있는 이들도 언제 발각될 지 몰랐다. 그러는 동안에 다른 곳에 숨어있던 차량 하나가 발각당해 폭발했다. 이제 남은 차량은 자신까지 포함해서 단 2 대...

"상대가 되어야 싸우던지 말던지 하지. 이건 전투가 아니라 실탄을 사용하는 군사훈련이야."

대전차 미사일도 없는 K-200 장갑차로 전차를 상대하라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기껏해야 경장갑차량이나 보병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이들에게 전차는 너무나 가혹한 적이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이들에겐 안타깝게도 이 일대는 넓은 평지였다. 전차들의 공격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벗어난다 해도 하늘에 떠 있는 헬리콥터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단 사령부는 잔인하게도 이들에게 결사항전의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릴때 형식상으로나마 붙여 보내던 여의치 않을 경우 후퇴하거나 항복하라는 말도 이번엔 없었다.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지상전. 한국이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일이었다. 한반도에 상륙작전이 시작되면 초기단계에 격퇴한다는 사전계획을 세웠던 한국군이었다. 그 무의미한 계획이 바로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3 호차장인 박구희 중사의 떨리는 음성이었다. 박구희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김오중은 군인으로서의 가치와 인간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잠시 갈등하던 김오중이 내키지 않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각 차량 백기 들고 창고 건물에서 벗어나라. 중대는 항복한다. 이상."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군인이지만 부하들의 목숨을 살려야 하는 것도 군인이다. 이것이 김오중이 내린 판단이었다. 실은 괜히 부하들의 생명 어쩌구 하는 거창한 핑계를 대고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문에 김오중은 심한 죄책감을 느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항복했으면 더 많은 부하들을 살릴 수 있었을텐데 괜히 미군과 싸우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바람에 수많은 부하들을 저승으로 보냈다. 그때문에 김오중은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울고 싶어도 그는 울면 안되는 처지였다. 이제 항복하는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상대방에 당당해야 했다. 살아남은 부하들을 위해서 좀 더 나은 포로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그의 마지막 의무였다.

갑자기 쌀창고에서 나오는 두 대의 K-200 장갑차에 놀란 미군 전차가 급히 포구를 돌렸다. 그러나 해치를 열고 백기를 흔드는 한국군을 보곤 다시 포구를 돌렸다. 미군 병사 몇 명이 천천히 다가오는 장갑차를 향해 다가왔다.

"무기를 버리고 차에서 내려라."

소위 계급장을 단 미군 한 명이 영어로 말하자 김오중이 장갑차를 멈출 것을 명령하고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미군 몇 명이 총기를 수거해서 한 쪽에 쌓아놓고 있는 가운데 미군 소위가 자신을 향해 경례했다. 얼결겁에 같이 경례한 김오중이 영어로 말햇다.

"대한민국 육군 중위 김오중 외 23 명은 현 시각부로 미군에 항복합니다. 제네바 협정에 의거 정당한 포로 대우를 부탁드립니다."

"웃기고 있네. 지들이 지금까지 어떤 짓을 했는데."

"원숭이 새끼들이니 양심도 없겠지. 지들이 한 짓은 기억하지도 않는 모양이야. 개새끼들."

김오중이 항복을 신청하자 지켜보던 미군들이 잡아먹을듯한 말투로 말했다. 영어를 아는 한국군들이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졌다. 한국이 이기고 있던 당시 미 본토전에서 한국군은 다수의 포로와 민간인을 학살한 적이 있다. 학살이 대규모였을 경우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그대로 미군에게 신병을 인도했지만 소규모였을 경우 눈 감아 주기 일쑤였다. 그런 대규모 학살중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이 샌프란시스코의 미 공군 전력을 유인하기 위한 해군항공대의 민간인 피난대열 폭격이었다. 미군이 한국군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미 해병대 샘슨 코어 소위와 예하 병력은 현 시각부로 귀측의 항복을 수락하고 제네바 협정에 의거 정당한 포로 대우를 해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부하들 이야기는 귀담아듣지 마십쇼. 곧 포로인수를 위해 헌병대가 도착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사병들과 달리 호의적인 미군 장교의 말에 김오중이 감사를 표하며 동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본격적인 상륙전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포로인수를 위해 헌병대가 온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일까? 혹시 모른다. 포로인수를 위해 온다는 헌병대가 하루 뒤에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는 동안에 다수의 비행음이 들렸다. 대규모 포격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점암면 위쪽의 과역면을 향하는 듯 했다. 불바다로 변하는 과역면을 상상하며 김오중이 온 몸을 떨었다. 바로 몇 일 전까지 중대가 주둔하던 곳이었다.


7월27일 06:48 강원도 평창군, 통일군사회의 제 2 지휘소

"이 지경이 되도록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단 말이오?"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목소리는 쌀쌀했다. 기존 2 진지 참모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신임 통일군사회의 의장인 이철행으로선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수 없었다. 미군이 전남 지역으로 상륙전을 시작했는데 한국군은 상륙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엇던 것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설마 미군이 전남으로 상륙하겠어란 생각이 전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철행이 계속 참모들을 질타했다. 미군의 본토상륙을 막기 위해 한국은 일본을 방위선으로 설정하고 상당한 전력을 차출했다. 한국에 남아있는 병력도 상당한 규모이지만 어디까지나 일본이 돌파당한 후를 대비한 전력이었기에 대부분 경부축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군은 전남으로 올라왔으니 완벽하게 뒤통수 맞은 것이다.

"벌교로 48 사단 소속 기갑대대가 진출했습니다! 48 사단 본대도 급히 이동중!"

부관인 박태준 소령이 방어부대의 이동을 급히 보고했다. 유사시 광주 방어를 위해 주둔중이던 48 사단 병력이 급히 이동을 시작했고 마침 보성에 주둔중이던 기갑대대가 벌교에 전개한 것이다. 그밖에도 경남에 주둔중이던 보병사단 5 개에 긴급 이동명령이 떨어졌다.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동중이던 기갑여단 하나도 급히 방향을 돌렸다.

"현재 여수시 돌산도에서 전투중! 섬의 절반을 상실했습니다. 금오도와의 연락은 방금 전 끊겼습니다. 이목으로 미 해병대 병력 일부가 상륙, 해안방어대대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목은 여수반도 남쪽에 자리잡은 곳이다. 미군의 대대적안 공격이 이제 여수시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돌산도만 내주지 않으면 어느정도 막아낼 수는 있었다. 순천만에 접한 이목이라 미군도 지속적으로 병력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돌산도가 미군에게 넘어간다면 뻥 뚫려버린 여수만으로 대규모 공격이 감행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고흥으로 올라온 적이 순천쪽으로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도록. 힘든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여수의 배후를 내어주면 적의 상륙을 격퇴할 수 없어."

"알겠습니다!"

잔뜩 기죽어 있던 참모들이 동시에 답했다. 적의 상륙을 막지 못한다면 전국토가 전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여전히 미군이 일본전선을 유지중인 마당에 한국까지 전선을 확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공군은 지금 어떻소?"

잠시 숨을 돌린 이철행이 새로 항공작전지원부장이 된 류기석 중장에게 물었다. 이철행의 물음에 류기석이 절망적으로 보고했다.

"적 항모전투단과 제주도에 전개한 적기때문에 항공지원은 어렵습니다. 울산이나 김해기지의 전투기는 혹시 모를 남동임해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습때문에 빼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대전과 청주기지는 토마호크 공격을 자주 받고 있습니다. 광주기지는 아직 기지회복도 안 되었으며 충주나 수원, 서산, 평택등지는 너무 먼 곳에 있습니다. 그나마 전주의 지하기지가 있습니다만 이들 전력으로 미군에게 맞서는 것은 무리입니다."

"남동임해 방어는 기지 하나면 충분해. 김해기지의 항공기를 급히 투입합시다! 그리고 전주기지에서도 전투기를 보내시오. 아, 서해상의 세종대왕 전단에게 구원을 요청합시다."

류기석의 보고를 들은 이철행이 바로 각 기지에 전투기 동원명령을 내리며 항모전투단의 투입을 거론했다. 그러나 현재 평택 앞바다로 향하고 있는 세종대왕 전단은 거리도 너무 멀었고 피해도 상당했다.

"진 대장님께서 거절하실 겁니다. 그리고 작전하기에도 여유치 못하고요."

해상작전부장인 최승호 중장이 자신의 해사 선배이기도 한 진성확 대장을 떠올리곤 안된다는 투로 말했다. 진성확은 분명 지상기지에 전개한 해군항공대 투입도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해군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끝가지 남겨두어야 할 전력이었다. 전라남도 남부해안지방을 집중 확대한 멀티스크린에서 미군을 표시하는 붉은 화살표가 각지로 올라오고 있었다. 파란 막대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벌교에 파란 막대 하나가 진을 치고 있을 뿐이었다.


7월27일 07:35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30여 대의 K-1A1 전차가 접근중인 미군 해병대 기갑부대에 맞서기 위해 벌교에 진을 친지도 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대대방공을 위해 몇 대의 비호와 천마가 따라붙었고 전차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중에 합류한 기계화보병중대도 있었다. 기계화보병이라 해도 K-200 장갑차지만. 어찌되었건 미군 상륙 2 시간이 안 되어서 고흥군 전체를 순식간에 내주었다는 사실에 김진만 중령이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고흥군의 한국군 전력을 생각하면 그래도 오래 버틴 것이었다.

-비조의 정찰결과가 들어왔다. 3 분 뒤에 미군 기갑부대와 조우하니 조심해라. 역시 기갑대대 규모이고 차종은 M-1A1이다. 그것보다 좀 늦게 기갑중대 하나가 북진중이다. 차종은 동일하다. 건투를 빈다.

여단장의 떨리는 음성이 들리자 김진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가까운 곳에서 이들을 지원할 병력은 없었다. 여단도 사단도 모두 머나먼 곳에 있었고 그나마 지금은 주요 도로가 계속 폭격당하면서 이동이 신통치 않다고 했다. 경상도쪽에서 급히 구원오는 병력도 같은 사정이었다.

"적 기갑대대만이면 해보겠는데..."

기갑대대'만'이라면 한 번 붙어볼 만 했다. 그러나 기갑대대'도'가 지금 김진만이 처한 상황이었다. 수많은 전투기와 공격헬기도 이들이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 기보중대가 만약 40mm 보포스포를 주포로 사용하는 K-300이라면 혹시 모르지만 이제는 도저히 써먹기 어려운 K-200 장갑차로는 뭘 바랄 수 없었다.

이미 대대는 넓게 전개해서 미군 전차들을 두들겨 팰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대대 소속의 박격포 몇 문이 계속 연막탄을 살포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전투에 돌입한 뒤 전차에서 발사하는 연막탄이 훨씬 믿음직스러웠다.

-적 전차 발견! 거리 4300! 역시 M-1A1입니다.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 중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김진만이 바로 해치를 닫고 전차 안으로 들어와 전차장용 잠망경에 눈을 갖다 대었다. 먼 거리에서 빠르게 접근해오는 것들은 분명 미 해병대의 M-1A1 전차였다.

"대대, 거리 2500에서 일제 사격후 돌격한다. 준비!"

밀려오는 미군 전차들을 보며 김진만이 명령을 내렸다. 요즘은 2000m 거리에서 돌격하는 것이 정석처럼 되었지만 그 것은 4 세대 전차들 이야기였다. 방어력이 좀 약한 3 세대 전차들은 일찍 돌격하는 편이 좋다고 김진만은 생각했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에 나오는 적 선두전차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대대, 일제 발사!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미군에게 한 방 먹여주자!

거리가 2500이 되자 김진만이 명령을 내렸다. 30여 대의 전차들이 일제히 포탄을 발사하며 돌격을 시작했다. 통신망은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각 전차장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통신망이 너무 혼란하면 지휘체계에 문제가 된다지만 아직 통신을 제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김진만은 판단했다.

한국군 전차들이 일제사격과 동시에 돌격해오자 M-1A1 전차들도 반격탄을 퍼부으며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그 전에 이미 수많은 포탄이 양측 전차의 정면을 강타했으나 첫 번째 포탄 교환에서 격파당한 전차는 없었다. 화력과 방어력이 거의 동급인 두 전차간 싸움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장전 완료!"

"발사!

장전수의 우렁찬 목소리에 이어 김진만의 발사 명령이 떨어졌다. K-1A1 전차에서 두 번째 포탄을 토해내었고 이번엔 운 좋게도 M-1A1 전차 2 대를 잡았다. 한 대는 탄약고까지 뚫린 듯 큰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다른 한 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었다.

그렇게 양군이 서로 포화를 주고받는 동안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거리가 2000m 이내가 되면서 격파당하는 전차들도 하나둘씩 늘어만 갔다. 포탄이 한 번 발사될 때마다 서너대씩의 전차들이 녹아났다. 대대급이던 양측 전차들은 순식간에 20여 대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적의 우익이 약해져다! 전 차량은 적 우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라!"

미군 기갑부대의 우익이 허술해진 것을 본 김진만이 급히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은 전차들끼리의 싸움에서 전술이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잘하면 전투의 승기를 잡을수도 있었다. 다른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아진 미군 전차대의 우익이 한국군 전차들의 집중 목표가 되었다. 갑작스런 집중공격에 미군 우익에서 전차 10여 대가 단번에 격파당했다.

"좋아! 밀어붙인다! 돌격, 돌격 앞으로!"

진형의 한 축이 무너진 미군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 번 승세를 잡은 이상 그대로 계속 공격하여 적을 섬멸하는 것이 당연했다. 우익이 돌파당하면서 1 개 중대가 약간 안 되는 미군 전차들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모든 상황이 비슷했으나 승기를 잃은 것이 미군의 패착이었다. K-1A1 전차가 발사한 포탄은 여지없이 미군 전차를 정확히 명중시켰지만 M-1A1 전차에서 발사한 포탄은 대부분 빗나갔다. 우익이 순식간에 무너진 후 미군 병사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최신식 장비가 있어도 소용 없었다.

다시 하나의 미군 전차를 격파하고 새로운 목표를 찾던 김진만의 시야에 새로운 적 전차들이 나타났다. 급히 포를 돌리라고 명령하는 순간 상대방 전차에서 발사한 포탄들이 집중적으로 그의 전차를 강타했다. 비교적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면장갑을 관통한 몇 발의 포탄이 김진만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7월27일 07:42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급히 달려와 한국군 전차 하나를 잡은 로퍼스가 이쪽을 향해 집중되는 한국군의 포화에 기겁했다. 이미 아군 전차대대는 괴멸당하기 직전이었고 한국군은 아직 1 개 중대정도 되는 전차들이 남아 있었다. 급하게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아군 구원은 포기하고 이제 적 전차대 섬멸에 주력해야 했다.

"돌격! 기선을 제압한다! 밀리면 안 돼!"

로퍼스가 외치는 동안 한국군과 미군 전차들이 한 차례 포화를 주고받았으나 피해는 없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피해가 없기는 마찬가지었다. 그러나 포화를 주고받을수록 한국군의 공격은 거세졌다. 이미 사기가 충천한 한국군 전차들은 무서운 속도로 돌격해오며 끊임없이 포탄을 토해냈다.

4 번째 포화를 주고받으면서 승기는 한국군에게 넘어갔다. 역시 피해는 없었지만 미군 전차들을 정확하게 강타하는 포탄에 미군 전차들이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군의 저돌적인 돌격에 병사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로퍼스는 생각했다. 자기 자신도 겁을 먹고 있으니까.

"물러서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거다! 돌격! 기세를 제압해야 해! 한 번 밀리면 끝장이야!"

로퍼스가 다급하게 외치며 부하들의 사기를 돋구으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뒤로 물러서던 전차 몇 대가 주춤거리다가 한국군의 집중포화에 격파당하자 혼란은 가증되었다. 겁 나는 것을 참으며 로퍼스가 돌격을 감행했다. 몇 대의 전차들이 로퍼스를 따랐다. 지그재그로 돌진해오는 M-1A1 전차들을 향해 십여 발의 포탄이 날라들었지만 대부분 먼지만 일으켰을 뿐이었다. 반면 명령을 거부하고 도망치던 일부 전차들은 모두 격파당했다. 후퇴를 위해 주춤거리는 사이 모두 당한 것이다.

"발사!"

6 대의 M-1A1 전차들이 그 배가 되는 K-1A1 전차들을 향해 포탄을 발사했다. 삽시간에 4 대의 K-1A1이 활활 타올랐다. 동시에 한국군이 발사한 반격탄에 M-1A1 2 대가 회피기동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격파당했다. 조금만 아군 전차가 많았으면 기세를 잡을 수 있었는데...하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다시 서로 포화를 교환하면서 전차 2 대씩을 잃었다. 6 대 2의 절망적 상황에서 로퍼스가 눈을 질끔 감고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러나 폭발음은 계속 들려도 자신의 전차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 거북이들은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 나쁜 거북이하고 실루엣이 흡사해서 오인공격할 수 있다.

"아파치다! 아파치가 왔다!"

구원을 알리는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급히 로퍼스가 해치를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계속해서 발사되는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이 한국군 전차들을 불덩어리로 만들었다. 한국의 단거리 방공병기는 일찌감치 제압당한 모양이었다. 남쪽에서 오고 있는 육군 기계화보병여단의 선두병력이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급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단 2 대만이 남은 해병대 M-1A1 전차가 격파된 양군 전차들 사이에 버티고 서 있었다.


7월27일 08:16 전라남도 보성군 상공

-삐익! 삐익! 삐익! 삐익!

"젠장! 벌떼처럼 몰려드는군."

겨우 눈 앞의 호넷을 격추한 전성수에게 다시 새로운 적기가 몰려들었다. 이제 무장도 연료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치열한 공중전 속에서 전성수는 방금 전 호넷을 격추시킴으로서 오늘만 2 개의 킬마크를 올리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살아 돌아가게 된다면 말이다.

-후방에 F-16 2 기! 조심해! 저공으로 접근중인 적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리오인 이상렬 소령이 외쳤다. 어찌하다보니 신참 파일럿인 전성수의 리오가 고참인 이상렬 소령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만난 리오중 가장 나았다. 대부분의 리오들 역시 신참이라 격렬한 공중전 속에서 제대로 전성수를 도와주지 못했다.

"그래, 어디 누가 죽나 해보자! 그나저나 김해 녀석들은 집단으로 식중독이라도 걸렸나?"

미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투입된 공군전력은 전주 지하공군기지와 김해기지 포함 2 개 전투비행단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성 상공에서 미 공군 및 해군항공대와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전주기지의 제 35 전투비행단 소속 F-15K뿐이었다. 김해기지에 전개한 KF-16이 도와주면 좋겠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나 김해기지의 F-16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미 해군항공대의 저지를 받아 지금 진주와 고성, 거제등지에서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소형기체로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F-16은 선전하고 있었지만 미군의 저지망을 돌파하긴 힘들었다. 뒤늦게 울산의 혼성전투비행단이 출격명령을 받았지만 미 함대 타격이 목표인 출격이었다.

끊임없이 경보음이 울리는 가운데 전성수가 마지막 남은 사이드와인더 2 기를 점검했다. 전쟁기간 내내 별로 사용될 일이 없어서 비교적 풍족했던 사이드와인더는 이제 재고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예전부터 개발중이던 한국형 단거리미사일의 개발이 가속화되어 양산화되었지만 아무래도 걱정이었다.

적기가 애프터버너까지 사용하며 추격해오는 그 순간에 아군기의 구원으로 적기 하나가 떨어져나갔다. 1:1 대결이라면 자신있었다. 전성수의 F-15K가 속도를 줄이자 미처 대비하지 못한 F-16이 공중충돌을 우려워해 고도를 급히 낮추어 앞으로 나아갔다. 꼬리를 잡힌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적기를 내보낸 다음 잡는 것은 도그파이팅에서 전성수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넘어가는 적도 요즘은 거의 없지만 가끔 이렇게 넘어가는 적도 있었다.

"팍스 2! 팍스 2!"

전성수가 기체에 달린 마지막 미사일을 모두 날렸다. 2 기의 AIM-9X가 급히 고도를 높이며 미사일을 회피하려던 F-16의 엔진을 날려버렸다.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F-16이 추락하고 조종사가 탈출한 듯 낙하산이 보였다. 전성수는 두 번째로 트리폴 에이스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첫 번째는 인도 공군을 상대로 한 것이라 별 의미 없었지만 오늘은 최강의 미 공군, 해군항공대를 상대로 올린 전과였다.

-공격대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제 후퇴한다! 더 이상 작전은 무리다!

찰나를 장착하고 나왔던 동료기들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 숫자도 얼마 안되어서 방공망을 돌파할 가능성은 낮았지만 발사한 거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조기경보기 관제사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오늘 새벽에 F-22의 기습을 받은 귀중한 E-737 조기경보기 하나가 격추당한 이후 조기경보기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후퇴를 엄호하기 위해 달려온 F-16 전투기들이 K-암람을 발사하는 동안 수십대의 F-15K 전투기들이 기지로 귀환을 시작했다. 서서히 한국공군의 전력도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F-15, 16 도합 4백여기를 제외하곤 미그-29나 수호이같은 보조 전력은 괴멸당했다. 남은 것이라곤 1 개 비행단 규모의 라팔과 얼마 안되는 A-50이 전부였다. 그리고 한국공군은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미군을 상대해야 했다.


7월27일 09:45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대교

영국군 헬리본 중대가 상륙작전 시작과 동시에 장악한 돌산대교는 다행히 아직까지 한국군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헬리본 병력을 단독으로 투입시키는 것은 이번 작전에서 금기시된 일이지만 돌산대교 점거는 특별예외상황으로 치부되었다.

덕분에 적진 깊숙이 들어가게 된 영국군 헬리본 중대는 한국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냈으나 중대 전력의 대부분을 상실했다. 그 희생의 결과가 돌산대교 사수였다. 80여 명이나 되는 영국군이 전사했지만 지휘부 입장에선 여수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하나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스런 일이었다. 아직 여수항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계화 전력의 상륙은 제한적이나마 돌산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만 깊숙이 있는 광양항은 당연히 나중에 점령해야 했다. 지금도 남해도에선 호주와 뉴질랜드 해병대 병력이 한국군 수비부대와 전투중이었다.

"저 친구들 정말 안됐어."

한 쪽에 모여 수습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영국군 시신들을 보며 8 기보사단 소속 스티브 레즈 중위가 중얼거렸다. 이미 다리 건너편은 먼저 간 사단의 선두병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빨리 여수항을 확보하라는 재촉은 계속되고 있었다.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들이 천천히 돌산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를 건넌 후 곧바로 도로를 따라 진격하라. 제 1 목표는 여수항의 확보다. 모두들 방호시스템을 가동할 것. 예상되는 한국군의 매복에도 대비하라.

"주문도 많아요."

옆에 앉아있던 조지 딕 하사가 투덜거리면서도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빨리 여수항을 점령해라, 화생방방호장비를 가동해라, 한국군의 매복에 대비하라. 이미 다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여수로 가는데 미쳤다고 그냥 갈 인간은 없다.

몇 일 전 대규모 공습으로 여수와 광양의 산업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유독가스가 배출되었고 덕분에 여수와 광양등에 사는 한국 민간인들도 다른 곳으로 소개되었다. 여수, 광양을 상륙항으로 정했다면 어째서 두 지역을 공습해 상륙에 악조건을 만들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윗대가리들 생각은 언제나 단순하다. 유독가스가 많다고 하면 '그럼 방독면 쓰고 작전하면 되잖아.' 할 인간들이다.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대로 도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실내 스피커로 운전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곧 전장이다. 한국군의 저항이 얼만큼 심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이다. 레즈가 손에 들은 M-16 소총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여수시로 향하는 미군의 행렬이 계속되었다.


7월27일 10:26 전라남도 여수시

"뭐? 죽기살기로 싸우라고 한 건 언제고 지금 와선 빨랑 도망치라고?"

여수시의 해안방어연대장인 정균호 대령이 갑자기 내려온 명령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 시간 전엔 뭔 일이 있어도 여수시를 사수하라고 했다. 휘하병력이 대부분 얼빠진 예비역인 방어연대로 뭘 하라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시가전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퇴각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예비군 부대부터 퇴각시키고 얼마 안되는 현역부대가 마지막에 퇴각하라는, 의외로 인도적인 명령이었다. 현역 기계화보병대대 하나가 돌산대교를 건너서 여수로 오고 있는 미군을 악착같이 저지중인 상황이었다.

"혹시 이목에 상륙한 적때문에 그러는 것일까요?"

참모 하나가 의견을 제시했으나 정균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이목에도 미군이 상륙했고 그 쪽에서 자기 휘하의 병력 1 개 대대가 전투중이었지만 아직까지 이목으로 미군이 본격적인 상륙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명령 그대로야. 여수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벌교를 돌파한 미군 기계화부대가 의외로 빨리 이동중이라는 것밖엔 답이 없군."

벌교에서 벌어진 기갑전에서 양측 모두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역시 물량에서 앞서고 항공지원을 받는 미군이 벌교를 돌파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었다. 기갑전을 벌인 미군이 괴멸했다 해도 고흥에 상륙한 미군은 그들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여수의 배후가 차단당한다면 여수시에서의 장기저항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배후를 차단당하기 전에 여수시의 병력을 빼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현역을 제일 마지막에 빼는 것은 화력이 강한 미군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제 어떡하죠? 전투준비도 다 끝났는데..."

"어떡하긴? 명령 전파해. 접전구역 병력 제외하고 모두 후퇴한다. 트럭하고 버스 징발한 거 긁어모으면 비교적 쉬을 거야. 공습만 안 당한다면 말이지."

전투준비로 분주하던 부대는 이번엔 후퇴준비로 바빴다. 곳곳에서 트럭과 버스를 끌어내오고 중화기와 탄약등을 급히 옮겨 실었다. 기계화보병들이 미군을 잘만 붙잡아준다면 퇴각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래도 섬진강을 건너야 할 것 같군."

정호균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광양으로 향하는 구원군의 이동이 점점 늦고 있는 판에 이들을 광양에 투입할 리는 없었다. 투입한다 해도 미군의 화력 앞에 녹아날 것이다. 아마도 수뇌부는 광양을 사실상 포기하겠지...그렇다면 이들이 갈 곳은 강 건너 경상도뿐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잠시 후 진주로 퇴각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7월27일 16:45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동쪽 25km지역

한국군 방어선은 계속되는 대규모 포격으로 불바다로 변했다. 기계화부대를 투입한 대규모 공세가 그 피해에 비해 성과가 적자 미군은 나고야 일대에서 동원할 수 있는 포병자산을 총투입한 것이다. 그 덕에 지금은 나고야 동쪽 20km 지점까지 한국군 방어선을 밀어낼 수 있었다. 일본의 서부전선 사령관 폴 샘코 대장이 만족스러운듯 바라보았다.

"이쯤에서 본격적으로 전면공세를 가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서부전선에서 나고야 공격의 선봉을 맡고 24 기계화보병사단장 있는 윌리엄 슈미트 소장이 건의했다. 24 기보사단은 그동안 나고야를 공격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예비전력을 보충받고 어느정도 전력을 회복했다. 슈미트의 생각으로는 이제 공세를 퍼부으면 한국군은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으로 보였다.

"아니, 한국군은 그렇게 만만한 놈들이 아니야. 정말 황당하게도 후지에서 그렇게 많은 전차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이 혼슈 중부에만 천 대에 달하는 기갑전력이 있다는 조인트 스타즈의 정찰보고야."

"네? 천 대라고요?"

천이라는 숫자에 슈미트의 입이 쫘악 벌어졌다. 지금껏 한국이 손실한 전차숫자가 약 2천 대는 넘는데 다시 천 대라니...전쟁 전 한국군의 전차보유량을 생각하던 슈미트가 몸서리쳤다. 통일 이후 기갑전력을 확대개편하면서 한국은 7천 여대의 3 세대 이상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여기서 3 세대 이상 전차기준은 K-1 이상급.)

"우리가 여기서 동원할 수 있는 기갑전력을 긁어모아서 2천 대가 좀 넘긴 하지만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지. 이대로 치고 들어가다 귀중한 전력 날려먹기 쉽상일세."

그렇게 말하면서 샘코는 확실히 한국을 너무 키워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북진통일 이후 중국의 팽창에 대비한다는 핑계로 한국의 군사력 증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한국이 1 년에 전차 수백 대씩 증강시킨 것은 다 미국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레이너 플랜때문이었다.

잠시 전쟁 이전 한국의 군사력과 그 뒷받침이 되어준 레이너 플랜에 대해 생각하던 샘코가 또 다시 시작된 아군의 포격에 정신을 차렸다. 다연장 로켓포가 계속해서 한국군 방어선에 작렬하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군은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다. 대포병 사격도 없었다. 그때문에 샘코는 불안했다. 어쩌면 한국은 의도적으로 아군을 끌어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일단...가까운 시일 내에 대규모 공세가 있을 것이니 기다리도록. 8월 초순에서 중순경에 시작될 것이니 준비를 단단히 하게나. 일본에 투입된 아군 전력을 모두 쏟아붓는 엄청난 공세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샘코 대장에게 경례하며 슈미트가 전력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샘코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좁은 전선에 너무 병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나고야를 뚫는다 해도 한국군은 오사카와 교토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어선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와호 북쪽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놈들도 무식하지. 산지 투성이인 일본에 전차를 천 대나 박아놓다니!"

쓸데없이 한국군을 욕하는 슈미트였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미군은 더 무식했다. 역시 산지투성이인 일본에 전차를 2천 대 넘게 올려놓은 장본인이었다. 보병전투차나 포병전력, 항공전력과 보병전력등을 모두 따지면 한국은 비교조차 할 수도 없었다.


7월27일 18:56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한국놈들이 순순히 물러나주니 다행이야. 안 그래?"

브래들리에서 걸어 나오며 레즈가 안도하며 말했다. 미군이 막 광양을 우회하여 한국군의 배후츨 차단하려 했을 때 이미 광양엔 한국군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군으로부터 광양과 여수를 비저항도시화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말대로 미군이 급히 점령하고 패잔병을 수색중이던 여수나, 미국이 갓 진입한 광양 모두 한국군의 저항은 없었다.

"좋아할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강 건너편에 한국놈들이 보입니다."

"뭐, 별 것도 아니네. 다 보병들이잖아. 우리가 여기서 진치니까 지들도 치는 게 당연하지. 저걸로 우리에게 덤비기야 하겠어?"

"물론 그렇습니다만..."

강 건너편엔 어느정도 되는 한국군 보병들이 있었다. 서로 싸울 의사도 없었기에 강을 사이에 둔 상황에서도 교전은 없었다. 미군이나 한국군 모두 전투를 피하고 강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저런 잡병들때문에 귀하디 귀한 공격헬기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제로였다.

"한국 친구들이 공격해오지 않는다면 한동안 이렇게 지내겠군. 어서 상륙군 본대가 올라와야 하는데..."

상륙군 본대가 올라오지 않는한 계속 이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미군이 주 상륙항으로 정한 여수, 광양중 특히 중요한 곳이 광양이었다. 총 24 개의 선석을 갖추어서 부산항 못지 않은 동북아시아의 중심항구로 성장한 광양이었다. 광양의 항구시설만 잘 이용하면 상륙군 본대가 올라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유독가스만 제외한다면...

"저 친구들은 아주 한국놈들하고 잘 노고 있군요."

딕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더위 속에서 강에서 헤엄쳐노는 다른 중대 병사들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한국군하고 같이 노는 것은 아니었지만 엄연히 최전선인 이 곳에서 저렇게 놀고 있다는 것이 직업군인인 딕으로선 매우 못마땅할 것이다.

"우린 당분간 싸울 일은 없을거야. 아마도 상륙군 본대의 진로는 서로가 아니라 동로일테니..."

"네?

"이건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말이야. 동쪽은 일본과 인접한 지역이야. 일본이 어디야? 한국이 자기네 본토를 지키기 위해 최종방위선으로 구축한 곳 아냐? 그렇기에 언제든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많은 병력이 있을 거라고. 그런데 내가 알기론 상륙군은 모두 합쳐서 10 개 사단도 안 되는데 자네같으면 동쪽으로 가겠어? 나같으면 차라리 이대로 서쪽으로 진공해서 빈집이나 털고 다닐거야."

"하지만 그 틈을 타서 한국군 주력이 동쪽에서 밀고 오면..."

"제공권이 우리에게 있는데 그 놈들이 섣불리 움직일 수나 있겠나?"

레즈가 제법 논리정연하게 말하자 딕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는 동안 취사병이 간단히 만든 저녁을 나누어 주었다. 배 안에서 먹었던 것보단 훨씬 나았다.

"이대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우리와 상관없이 말야."

개전 이후 복수를 다짐하는 미국사회에서 이런 말을 하면 죽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미국사회와는 다르게 의외로 미군내에서는 전쟁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일반인들은 언론으로 전쟁소식을 접하며 분노를 터트리고 복수를 다짐하는 것에 그치지만 군인들은 때로는 말에서 말로 전해듣고 때로는 직접 그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다. 보는 시점의 차이였다.

"그건...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딕도 빵을 물어뜯으며 동의했다. 이제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에 그들은 희망을 찾을 뿐이었다. 올해 안으로 전쟁이 끝난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해가 점점 지고 있었다.


*레이너 플랜 : 2008 년 집권한 공화당 출신 대통령 제임스 레이너가 추진한 정책. 이 정책은 그 전 정권에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레이너가 더욱 더 강력하게 추진했고 레이너 임기 내에 완성되었기에 레이너 플랜이라고 부른다. 레이너 플랜은 미국 행정부 및 군 내부 고위층만 사용하는 단어이다.

레이너 플랜의 요체는 북진통일을 이룩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이끌어내어 잠재적국인 중국을 붕괴시키는 것과 동시에 중국 붕괴 이후 한일간 군비증강 유도, 유사시 한일전쟁을 부추김으로서 동북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미군이 잡겠다는 것이다.

레이너 플랜의 결과 한국은 기갑전력의 대대적 확충과 방공망 구축, 해군력의 엽기적인 증강과 신무기 개발, 공군력 증강을, 일본은 항공자위대, 해상자위대의 질적, 숫적 증강을 이룩한다.

그러나 레이너 플랜의 문제점은 대상국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을 공격할 경우 거대시장인 중국을 상실하는 두 나라가 지나친 군비에 스스로 못 이겨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 중국, 러시아 경제의존도가 심하던 한국의 경우 그 문제점이 더더욱 심화되었다. 더군다나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전쟁의 주도적 역할을 한국에게 떠넘기려 하자 이익은 미국이 보고 피는 한국이 본다 하며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으며 전쟁이 다가올수록 경제사정도 나빠졌다. 유전이 아니었으면 한국 경제는 붕괴했을 거란 관측도 있었다.(물론 레이너 플랜의 마지막 단계가 그대로 실행되었다면 말이다.)

궁극적으로 레이너 플랜은 미국의 잠재적 적국 중국의 붕괴와 러시아에 대한 압력 강화, 궁극적으로 동북아에서의 패권유지라는 팍스 아메리카나 사상에 기초한 계획이며 타국을 잠재적 적국을 이용해 다른 잠재적 적국을 제압하겠다는 것과, 중국을 제압한 뒤 한국과 일본을 경쟁시키겠다는 것은 동양의 고사성어로 이이제이와 토사구팽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나 일본등 당사국의 사정을 완벽히 무시한 잘못된 계획으로 결국 한국이라는 우방을 적국으로 변하게 만듬으로서 한중러 상호비밀군사동맹(후에 유라시아 군사동맹기구 UAO로 확대개편)의 빌미를 제공하고 3 차 대전을 유발했다는 점에서 완벽히 실패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2016 년 출판, 한국의 저명한 국제사회학자이며 광명시장이기도 하고 3 차 대전에 참전한 최성원 저 [레이너 플랜과 제 3 차 세계 대전]中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 김경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6-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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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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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 대전쟁 48<타오르는 불꽃-1>  [1]  라데니조아 2003/06/15 8 6013
33  세번째 대전쟁 47<마지막을 향하여>  [8]  라데니조아 2003/06/08 5 7120
32  세번째 대전쟁 46<한라의 빛-2>  [5]  라데니조아 2003/06/01 6 6583
31  세번째 대전쟁 46<한라의 빛-1>  [3]  라데니조아 2003/06/01 3 7057
30  세번째 대전쟁 45<진검승부>  [4]  라데니조아 2003/05/25 8 6021
29  세번째 대전쟁 44<공격과 공격>  [14]  라데니조아 2003/05/18 5 5958
28  세번째 대전쟁 43<D-DAY-2>  [305]  라데니조아 2003/05/15 4 7691
27  세번째 대전쟁 43<D-DAY-1>  [8]  라데니조아 2003/05/11 4 5659
26  세번째 대전쟁 42<폭풍전야>  [19]  라데니조아 2003/05/08 3 5196
25  세번째 대전쟁 41<1918년 3월-2>  [70]  라데니조아 2003/05/04 2 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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