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흡(라데니조아)님 작

블러디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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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대전쟁 40<9월, 분노의 바다>
라데니조아  2003-04-13 10:49:48, 조회 : 6,163, 추천 : 2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중간고사입니다. 또, 24일 모의고사죠.
그러나 라데니조아는 한 번 약속한 연재주기는 기필코 지키겠습니다.
시험 전 날인 20일에도 어김 없이 글은 올라갈 겁니다.
(물론 허접모드가 될 테지만요. 미리 양해 바랍니다.)
이번 편은 그래도 약간 많은 수준이니 글 읽는데 어려움이 없으실 듯 합니다. 겨우 신국판으로 43쪽밖에 안 되는 분량이거든요.
아, 다음 편 제목은 <1918년 3월>입니다.
무슨 내용인지 맞춰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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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06:42 <한국시각 9월22일 01:42> 하와이섬 북동쪽 152km해상

그랜트, 루즈벨트, 먼로 격침. 아르덴 피격. 지난 8월 동태평양 대해전에서 입은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피해였다. 대서양함대 소속 항공모함 3척과 태평양함대의 아이젠하워를 포함한 총 4척의 미국 해군 연합함대는 그대로 북상하지 않고 잠시 휴식한 뒤 파나마에서 온 보급선단에게 보급을 받고 서쪽으로 향했다. 한국군이 미해군이 퇴각선단을 쫒지 않는다고 좋아하고 있었지만 큰 착각이었다.

"아직까지도 한국군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할 것 없네. 한국의 항공전력과 해상전력은 그리 여유로운 편이 아니지 않는가?"

작전시각이 다 되어가는데도 한국군의 움직임이 없자 예센이 불안해하였다. 일이 너무 잘 풀려도 걱정이었다. 그러나 다이츠 대장은 느긋하게 기다리고만 있었다. 아직까지 한국군의 대항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는 다이츠도 몰랐으나 한 가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군 함대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마 진주만기습때처럼 방심하고 있거나 제대로 경계할 정도로 전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마도 전자일 것이다.

"물론 그렇기야 하겠지만..."

"곧 공격 시작일세. 걱정 말게. 지금까지 적이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신이 우리를 돕고 있다는 증거일세."

각각 항모 2척씩 나눠 가진 양 함대는 하와이와 미드웨이 제도를 동시에 공격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미드웨이로 향한 태평양함대도 공격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공격 준비를 마친 것은 이 쪽도였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매킨리와 매디슨에서는 F-35기들이 무장장착을 완료하고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F-35는 이번 전쟁기간중에 별로 투입되지 않은 병기였다. 생산량 자체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생산된 기체들이 모두 주전장인 태평양과 동떨어진 곳에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F-35기의 첫 실전투입은 작년 노르웨이에서였다. 그것도 미군 소속이 아닌 노르웨이 공군기였다.

미군 소속 F-35기들이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된 것은 바로 전에 동태평양 해전때였다. 그러나 F-35 전투기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자랑하던 스텔스능력은 구식 아처 미사일에도 하릴 없이 격추당했으며 스텔스가 있으나마나한 수호이37 한국형과 F-35의 순수 공중전에서의 격추비율이 거의 동률이라는 사실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안 그래도 서부에 집중된 미 항공산업이고 특히 F-35 생산라인이 모두 서부에 있는 바람에 집중 폭격을 당해 추가 생산량이 적은 마당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미군 수뇌부에서는 F-35 무용론이 제기되었고 대신 F/A-22 대량양산론이나 F-15, 16, 18 등 성능이 입증된 예전 기체를 새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리하여 새로 취역할 항공모함들은 함재기를 F/A-18E로 쓸 것이란 말도 들었다. 아예 남은 항모의 함재기도 싹 교체해 버릴 수 있다고 하였다. 더 이상 추가생산이 어려워 보충이 힘든 데다 만족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결정이었기에 다이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긴 내년에 취역하는 항공모함들 함재기로 F-35를 쓴다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한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토마호크를 사용 못 한 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미국의 순항미사일 토마호크는 그동안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다가 동태평양 해전에서 대함미사일 역할을 맡게 되는 설움을 받았다. 물론 한국 함대에 피해도 꽤 주었지만 순항미사일 본연의 임무에서 탈피해버린 것이다. 역시 위성의 상당수가 박살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그래도 잔존 위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동시에 토마호크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개조를 단행했다. 그래서 어느정도나마 위성이 필요없어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비단 미국만이 아닌 주요 전쟁당사국들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첨단무기의 재고량이 거덜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군만 해도 미국원정전에서 순항미사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였다. 미국도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지난 동태평양 해전 이후 하픈, 토마호크, 스탠더드, ESSM등의 미사일들 재고가 거의 사라져버렸다. 막강한 산업능력이 무기를 뽑아내고 있었지만 첨단무기를 찍어내듯 만들 순 없었다.

특히나 절대적으로 호주를 통하여 보급을 받고 있던 미 해군이 토마호크를 보급 받을 방법이 있을 수 없었다. 태평양함대가 대서양함대 구원을 위해 출동할 때 호주 각지의 무기고가 다 털렸다. 그 이후 미국 수송기를 통해 어느정도 수량을 확보했지만 그나마 다시 미군에게 지원해 준 것이다. 지금 다른 소모성무기들 보급도 겨우 받은 판에 토마호크를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안 부족한 것이 뭐가 있나? 석유도 부족한 판국인데 무기 부족하다고 징징댈 형편은 아니야."

"그렇기야 하지만...안타까워서 그럽니다. 토마호크가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결국 이번 공격은 진주만 기습의 재현이 되겠습니다."

항모 출격 항공기에 의한 대대적인 공습. 다만 미사일이 사용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공격 원잠들도 은밀히 잠입한 상태였다. 작전시각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예센의 눈에 함대와 동행하는 다수의 강습상륙함들을 나타내는 식별기호가 들어 왔다. 중형 항모로 개조중인 와스프급을 대신해 하와이, 미드웨이 탈환전에 투입된 타라와급과 샌 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들이었다. 각 상륙함들마다 해리어기들과 헬리콥터, MV-22 오스프리들로 가득 차서 상륙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함에서 대기중인 LCAC들도 지상군 병력을 실은 상태였다.

"사령관님!"

다이츠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자 예센에 급히 불렀다. 정신을 차린 다이츠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마지막으로 작전계획을 검토했다. 지금 상황에서 별로 급할 것도 없었다. 이대로만 실행하면 되는 것이다. 다이츠가 짤막하게 명령했다.

"1차 작전 개시하라."

두 척의 항공모함에서 제일 먼저 이륙한 것은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였다. 조기경보기에 이어 F-35 전투기들이 항모를 박차오르며 넓은 하늘로 솟구쳤다. 먼저 이륙한 기체들은 매버릭 공대지미사일과 함 대레이더 미사일등 장거리 지상타격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 다음에 이륙하는 편대들은 암람과 사이드 와인더등을 장착한 엄호부대였으며 마지막 전투기들은 근접폭격을 위한 무장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미드웨이 제도쪽으로 향한 태평양함대 역시 같은 시각 공격을 시작했으며 사전에 준비한 다른 미군들도 공격에 동참했다. 오전 6시 50분(미드웨이 시각 5시 50분) 한국군에게 점령된 지 1년이 넘게 지난 두 제도를 탈환하기 위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9월21일 06:54 <한국시각 9월22일 01:54> 오아후섬, 진주만

항구에 정박한 배는 몇 달 전에 비해 크게 줄어 있었다. 과거 미국원정을 준비하던 시절에 최고조에 달하던 하와이의 해상 전력은 대규모 해전이 임박하면서 썰렁해졌다. 미국 서해안으로 집결하던 삼국의 해군전력이 거쳐가던 이 곳은 이제 비전투함들과 일부 구식함들만 남아 있는 곳으로 전락하였다.

"모닝 커피 어떤가?"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커피 좀 마셔볼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이영철 대위가 함장 김오중 소령이 건네준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쫒아내었다. 이제 포항급 코르벳들은 소령들이 함장을 맡고 있었다. 과거 중령이 함장을 맡던 시절을 생각하면 한국 해군의 혁혁한 발전을 볼 수 있는 자랑스런 것이었으나 이제 혁혁한 발전을 거듭한 한국 해군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퇴각 선단은 하와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으로 간다더군."

"우리야 좋죠. 할 일 없어지고...쩝, 또 위장상선 노릇이나 해야 할까요?"

"포항급이나 울산급으로 그 것 빼곤 할 일도 없으니까."

이들이 탄 목포함은 개전 초기 몇 달동안 위장 상선 짓을 하며 태평양 전역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함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이 [엠덴호의 부활]이라고 할 정도로 목포함은 태평양 일대의 연합군 항로를 초토화시켰다. 상선 23척을 격침시키고 5척을 나포했으며 유조선 3척을 고격해 침몰시켰을 뿐만 아니라 미국 상선인 양 성조기를 걸고 미군함에게 호위를 요청,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하나를 그래도 속여버리고 바로 함포를 갈겨 격침시키기도 했다. 한국이 보유한 울산, 포항급이 총 동원되어 위장 상선 짓을 했지만 그 중 전과가 갖 큰 것이 바로 목포함이었다.

그러나 위장 상선 짓도 미 태평양함대가 사실상 전멸하고 하와이와 미드웨이 제도가 함락된 이후 끝나 버렸다. 태평양이 한국의 내해가 되 버린 상황에서 나 잡아줍쇼~ 하고 태평양을 돌아다닐 연합국측 상선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이 몰락한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울산급과 포항급을 해전에 직접 투입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해작사에서 이들에게 내릴 명령은 위장 상선 짓이라 하라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곧 출동 명령이 떨어질 거야. 아마도 우린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를 실컷 오가게 될 걸세."

"배후를 차단하겠다는 뜻일까요?"

"그렇겠지. 호주로 물자가 계속 공급되면 언젠가는 병력도 갈테니까.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급급한 판에 호주쪽에서 치고 올라오면 미칠 짓이지. 그걸 방지하겠단 걸꺼야."

"젠장! 전쟁만 안 일으켰어도 이러진 않았을 겁니다!"

"자넨 또 그 소리군. 우리가 미국 안 쳤으면? 중국이랑 러시아 박살나면 우린 어떻게 되겠나? 그리고 미국놈들 속셈이 뻔하지. 아마 중국전 하고 난 다음 일본하고 쌈 붙일 생각이었을 거야."

대중국, 러시아 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경제를 무시하고 전쟁을 강행한 미국. 결국 이 전쟁의 발발원인은 세계패권을 쥐기 위한 강대국간 싸움이 우선이었다. 한국의 참전은 중국 패전시의 경제 위기등 현존하는 위협에 대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개전 원인 및 한국의 참전 이유는 에필로그에서 자세히^^)

그러나 아무래도 미국에 유학까지 갔다 와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영철에겐 미국과의 전쟁은 그리 내키지 않는 것이었다. 개전 초기 친미장성들이 일으킨 쿠데타가 허망하게 진압되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워 했을 정도였다. 물론 전투중일 때는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지휘하여 목포함의 전설적인 전과에 기여한 사람도 이영철이다.

-콰아아앙~~!

"젠장! 폭발 사고군."

갑작스런 폭음에 이영철이 또 폭발 사고라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본국에서 도착한 소모성 무기를 하역하던 도중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전에도 한 번 같은 사고가 일어나서 귀중한 대함미사일 100기가 날라간 적이 있었다. 유폭이 일어난 듯 폭발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그런에 소리가 나는 곳은 매우 가까운 듯 했다. 아무래도 목포함도 사고처리를 위해 나서야 할 듯 싶다고 김오중에게 말하려던 참이었다.

"맙소사! 이건 사고가 아니다! 이 대위! 당장 전투배치! 적의 공격이다! 잠수함이야! 포항 침몰중! 안동, 진주, 경주함 침몰중! 울산 피격! 젠장! 도대체 몇 놈이 숨어서 온 거야?"

"이런...함내 총원전투배치! 함내 총원전투배치! 이것은 실제상황이다! 훈련이 아니다! 미국 잠수함이 습격했다!"

급히 통신기를 집어 들고 함내 총원전투배치를 반복하는 사이에도 폭음이 들려왔다. 진주만의 입구에 설치한 소서스 라인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소서스 라인은 돌파가 어렵긴 하지만 잠수함의 성능이 좋은 편이라면 대부분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전쟁기간중에 확인되었다. 인버네스항과 스카파폴로항에 대한 한국 잠수함의 기뢰부설, 샌디에이고에 대한 기습 공격 모두 소서스 라인을 무사히 돌파한 잠수함에 의해 이루어졌다.

"제길! 임경업이 침몰중이다! 박서도 당했다! 이젠 명립답부뿐인가?"

임경업과 박서는 문무대왕급 구축함으로서 진주만에 남은 한국 해군함중 최강함이었다. 두 함이 침몰중인 상황에서 믿을 것은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인 명립답부뿐이었다. 급히 명립답부에서 슈퍼링스를 이륙시키려 하고 있었다. 어느새 진주만은 잠수함들의 공격으로 픽겨된 한국함들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맙소사! 하픈입니다! 거리 4km! 방위 0-2-1! 가깝습니다! 우리가 제일 가깝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다! 함 최고속도로! 폭뢰투하 준비하라!"

폭뢰투하레일을 제거하지 않은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위장 상선으로서 폭뢰는 필요 없다며 차라리 기관포등 경무장을 장착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폭뢰투하레일은 꼭 있어야 했다.

최고속도가 35노트를 넘어서는 포항급 코르벳 목포함이 순식간에 속력을 높이며 적 잠수함 머리 위로 접근했다. 상당히 무모한 행동이었지만 마땅한 대잠공격능력이 없는 목포함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해저면이 낮은 진주만에서 어뢰를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자기 머리 위로 접근중인 함을 보고 가만 있을 상대는 아니었다.

-어뢰 2기 본함으로 접근중입니다! 속도 70노트! 방위는 0-2-1!

"회피기동 들어간다! 함포로 어뢰를 저지하겠다 이 대위가 함포사격을 맡아라!"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목포함의 76mm 포 2문이 어뢰를 저지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사격을 시작했다. 해저면이 낮은 특성상 충분히 함포로 어뢰를 저지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어뢰가 너무 빨랐다. 이영철이 포사격을 일일이 지휘하며 한 기를 잡았으나 다른 한 기는 빠른 속도로 함의 우측면을 향했다. 승무원들이 충격에 대비하고 76mm 포들이 마지막까지 어뢰를 향해 포탄을 날렸으나 어뢰의 하얀 항적은 여전했다.

-콰아아아앙~~!

이영철의 몸이 공중에 떳다가 다시 떨어졌다. 몸 전체에 엄청난 충격이 왓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곳곳에 비명소리로 가득했고 의무병들이 급히 돌아다녔다. 김오중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지휘를 하고 있었다.

"함이 침몰중이다! 전 승무원 퇴함하라! 전 승무원 퇴함하라!"

결국 자신도 당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히 웃던 이영철이 부상병 하나를 부축하고 구명보트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채 몇 걸음 가기도 전에 엄청난 폭발이 목포함을 진동시켰다. 연료가 유폭면서 목포함의 침몰은 가속화되었다. 생존자는 극소수였다.


9월21일 07:12 <한국시각 9월22일 02:12> 하와이섬 상공

뒤늦게 대규모로 접근중인 F-35기들을 포착한 한국군이 대응을 시작했으나 이미 늦었다. 곳곳에서 대공미사일이 발사되고 스크램블 편대가 대응에 나섰으나 대공진지들은 대레이더 미사일 함의 세례를 받고 순식간에 침목해 버렸으며 스크램블 편대는 숫자가 너무 적어 순식간에 전멸당했다. 하와이섬의 힐로 비행장은 미 해군항공대의 1차 목표였다.

-한국 놈들 진짜 바보다! 활주로에 전투기가 다 있어! 수호이-35와 미그-29다! 한국 공군에 미그와 수호이가 저렇게 많았나?

-불곰 녀석들이 선물로 줬나 보지. 다 때려잡자!

편대원들의 통신을 듣으며 웃고 있던 마이클 드레이브 중령이 웃으며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다. 전투기에서 무거운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이 떨어져 나갔다. 미사일은 드레이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확히 엄폐호와 관제탑을 파괴했다. 다른 편대가 활주로 한 가운데에 듀란달을 투하하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어차피 우리가 조금만 있으면 탈환할 곳인데...공병들만 고생하게 생겼군."

그것이 드레이브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국군의 저항은 의외로 약했다. 별 저항 없이 하와이제도를 탈환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였다. 어차피 곧 되찾고 아군이 사용할 기지인데너무 파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드레이브 자신도 활주로에서 막 이륙하려는 미그기 하나를 기총으로 불태워버리고 다른 목표를 찾고 있었다.

진짜 말로만 듣던 진주만 기습을 공격측 입장으로 생생히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힐로 비행장 상공이 검은 연기로 뒤덮이고 있었고 잠시 후면 오스프리와 헬리콥터로 보병들이 비행장을 접수할 것이다. 어느 새 비행장은 온전한 것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파괴되었다. 활주로는 곳곳에 구덩이가 생겨 버렸고 여러 엄폐호와 다른 건물들은 잔해만 남았다. 비행장 곳곳에는 수호이와 미그의 잔해들만 남았다.

"이거 너무 파괴했다고 혼나는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칭찬은 못할 만정 설마 혼내겠습니까?

"우리 비행단장은 그런 사람이니까 문제지......"

힐로 비행장을 초토화시키고 항모로 귀환하는 편대기들은 힐로 기지를 접수하러 오고 있는 다수의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하와이 탈환작전의 2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9월21일 06:34 <한국시각 9월22일 02:34> 미드웨이 제도, 이스턴 섬 동쪽 12km해상

미드웨이 제도. 길이 25km의 환초와 그 안의 작은 두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이다. 1859년 미국인 브록스가 발견하여 1867년에 공식적으로 미국령으로 편입되었다. 아시아와 아메리카 두 대륙 사이에 있다 하여 미드웨이란 이름이 붙어졌으며 전체 면적은 5㎢에 불과하다. 서쪽에 있는 섬을 샌드섬, 동쪽의 섬을 이스턴섬이라 부른다.

그러나 미드웨이 제도는 크기에 비해 전략적으로 가치가 큰 곳이다. 미드웨이 제도가 넘어가면 바로 태평양의 중심부이며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요충지인 하와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이 미드웨이를 노린 이유도 그와 같은 이유이다. 이스턴 섬엔 미 해군의 기지가 있으며 그 중엔 잠수함기지도 있다.

개존 초기 기습 공격으로 빈집을 털리면서 하와이와 같이 한국군에게 점령당한 미드웨이 제도지만 땅이 좁은 관계로 대규모 방어전력을 구축할 수 없었다. 도네스가 괜히 항모를 두 척이나 끌고 온 건 아닐까 생각했다.

"현재 비행장에 헬리본 부대가 강습, 점령중입니다. 전체적으로 적 지상군 전력이 약하기에 탈환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보고를 하고 있는 엘릭서도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미드웨이 탈환이야 도중에 발각되지만 아니면 의외로 쉬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하와이였다. 미드웨이보다 최소한 몇 배는 되는 방어력이 있을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는 별 문제 없을 걸세. 문제는 하와이야. 거긴 점령해야 할 곳도 한 두 곳도 아니고 한국군 지상전력도 꽤 충실할 테니 말일세."

강습상륙함에서 이륙한 헬리콥터들이 계속해서 이스턴 섬으로 병력을 나르고 있었다. 공격 헬기의 화력지원으로 병사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섬 곳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가끔 있는 해안선에서의 저항은 구축함의 127mm 포로 즉각 제압하였다. 철저한 기습공격과 본토에서의 스텔스폭격기 지원으로 미드웨이의 한국 공군은 크게 어려움 없이 제압할 수 있었으나 실상은 제대로 항공전력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수호이-35 24기가 전부였다.

"아, 그리고 샌드 섬에 대한 공격도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지상의 한국군 시설은 모두 파괴하였으며 헬리본 병력을 보낼 때가 된 듯 합니다."

"아직은 이르지. 이스턴 섬을 완전 장악하고 난 뒤에 샌드 섬을 탈환한다. 일단은 이스턴 섬에 온 신경을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뭐, 미드웨이 제도 탈환은 확실히 성공했다. 이제 어떤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미드웨이 제도 탈환이 실패하진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아직 하와이를 탈환하지 못한 이상 불안한 승리였다. 두 제도를 모두 탈환해야 했다.


9월21일 07:54 <한국시각 9월21일 02:54> 하와이 섬, 힐로 비행장

대대적인 폭격을 끝낸 이후 미군 해병대 1개 대대 병력이 즉각 하와이섬에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한국군 지상군 전력이 약할 것이란 철저한 오판을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그 오판은 확실하게 깨지고 있었다. 만약 항공전력이 아니었다면 미 해병대는 그대로 전멸했을 정도로 한국군은 막강했다.

"젠장! 코브라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레셉스 스티븐스 하사가 근처에 쏟아지는 기관총탄에 기겁하며 몸을 움추리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을 것이란 말만 믿고 힐로 비행장에 내린 이들은 잠시 후 한국군에게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순수 보병뿐인 미군 강습부대원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한국군 K-200 장갑차들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대전차화기가 부족했던 미군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엄폐물을 찾아 도망다니기에 바빴다.

폭격만으로 힐로 비행장의 방어력을 완전 파괴시켰다고 생각한 것 크나큰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물론 힐로 비행장의 시설과 항공기는 완전 파괴당했으나 방어전력은 온전했던 것이다. 이 것은 비단 힐로 비행장뿐만이 아니라 미군이 전투중인 모든 오하우 섬 지역이 마찬가지였다. 다만 여기가 더 심한 이유는 다른 곳엔 미군에게도 전차와 보병전투차가 있었지만 여긴 없다는 점이다.

"씨팔! 다른 놈들 지원 바라다가 우리가 죽어! 우리 힘으로 빠져 나가야 해."

"어떻게 빠져 나가죠? 병력도 적고 포위당했고 대전차무기도 없는데!"

"그럼 이대로 가만 있다가 죽을 생각인가!"

윌리엄 스트레이치 상사는 강행 돌파를 결심한 모양이었다. 잠시 머리를 들었던 분대원 하나가 바로 수박 깨지듯 머리가 터져버리자 그 누구도 감히 싸울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할! 대전차무기만 충분했어도 어떻게 해 볼 텐데! 이렇게 된 이상 부대를 둘로 나누어서 한 부대가 희생하고 한 부대가 악착같이 도망가야 했다.

용감히 M-72 대전차로켓을 들어 한국군 장갑차 하나를 격파한 병사가 승리의 V자를 내보이며 웃었으나 바로 그 쪽으로 전차포가 사격을 가했다. 잠시 후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그 병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제 한국군은 전차까지 끌고 와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K-1 전차의 105mm 강선포는 일반 보병인 이들에게 너무나 강력한 존재였다.

"내가 남겠다! 스티븐슨! 꼭 살아가라! 내 대신 복수를 해 줘!"

스트레이치 상사는 이번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스트레이치의 가족들은 피난 가던 중에 미군기를 끌어내기 위한 한국 해군항공대의 희생양이 되어 모두 죽어 버렸다. 이후 스트레이치는 틈만 나면 복수하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 것을 매일같이 보아 온 스티븐슨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만 살자고 도망치는 것 같아 가슴이 쓰라렸다.

곧 스티븐슨이 부하들을 추스려 떠날 준비를 하였다. 스트레이치가 신호를 보내 오자 스티븐슨과 부하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렸다. 이들을 발견한 한국군이 사격을 시작했으나 스트레이치 분대의 대대적인 반격에 주춤했다. 곧 뒤로 엄청난 폭음이 계속 해서 들려왔다. 장갑차와 전차의 무지막지한 제압사격이었다. 간간이 이어지던 총성은 곧 멈추었다. 곧 한국군의 총탄이 이 쪽으로 날라왔다. 총탄이 귓가를 스치고 날라갔다. 부하 몇 명이 그대로 쓰러지고 일부는 겁에 질려 이성을 잃은 채 총질을 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개죽음 당하지 마라! 헛짓이야!"

스티븐슨이 그렇게 고함치며 급히 엎드렸다. 약 20여명의 미군이 그렇게 엎드린 후 기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총탄은 계속 날라들었다. 이제 별 수 없었다. 스트레이치의 마지막 부탁들 들어주지 못해서 정말 안타까웠다. 이젠 로켓탄까지 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폭음은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코브라다!"

병사 하나가 살았다는 기쁨에 소리치자 모두들 벌떡 일어났다. 지금까지 이들을 노리고 있던 총구는 모두 헬기를 향해 돌려졌으나 헛수고였다. K-2 소총을 코브라에 쏘는 행위는 병사가 이성을 잃었을 때가 가능한 것이었다. 총탄을 튕겨내며 코브라들이 기관포로 한국 병사들을 그대로 사살해 버렸다. 미군을 무수히 학살한 중기관총 진지와 무반동포 진지들도 녹아나고 있었다.

"너무 늦게 왔어! 젠장! 흑흑..."

공격 헬기들은 너무 늦게 왔다. 조금만 일찍 왔어도 수십명이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흘렀다. 토우 대전차미사일들이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들을 차례대로 격파하고 있었다. 코브라들이 정리를 하는 동안 아파치와 병력을 태운 블랙호크가 힐로 비행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9월21일 08:24 <한국시각 9월22일 03:24> 하와이 섬, 힐로 시

"젠장, K-1A1이다! 날탄 발사!"

힐로시의 아침은 포성으로 시작되었다. LCAC로 해안가에 상륙한 미국 해병대의 M-1A1 전차들을 중심으로 힐로시로 진공하려는 미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군간의 치열한 시가 기갑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엄폐물 투성이라 전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존 핀스 중위의 전차도 이미 그런 혼잡한 전투에 깊숙히 들어온 후였다.

"휴~~격파했습니다!"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투로 포수가 말했다. 힐로시의 대부분은 미군이 장악했으나 일부 시가지에서 아직 저항중인 한국군때문에 미군은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하고 있었다. 하와이섬의 주요 거점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미군이었지만 도시를 거점으로 시가전을 지향하는 한국군은 상당히 골치 아픈 상대였다.

"잘 했어! 앞으로도 계속 부탁한다! 여기선 한 방만 맞아도 끝장이야."

핀스로서는 적 전차들이 상당히 두려울 수 밖에 없었다. K-1 위주에 K-1A1 일부가 섞인 한국군 기갑부대를 시가전에서 상대하는 이상 전차의 성능으로 싸울 순 없었다. 애초에 성능부터 비슷한 양 군 전차였지만 시가전이란 상황은 적 전차가 코 앞에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아도는 것이 건물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비단 전차포만이 아니라 보병용 대전차화기라도 맞으면 바로 격파당했다. 이미 중대 차량 4대가 그렇게 격파당해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군은 공격헬기라도 투입하려 했으나 시가전이란 상황은 전차뿐만 아니라 공격헬기들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곳곳에 숨은 한국군 보병들이 발사하는 휴대용SAM에 귀중한 공격헬기들이 허무하게 격추당하는 일이 급증하자 미군은 공격헬기를 시가지에 투입하지 않았다.

결국 미군으로선 전차와 보병전투차를 조합하면서 보병으로 철저히 엄호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기갑차량의 큰 피해를 불어올 수 있는 작전이었지만 공격헬기까지 격추당하는 판에 뭘 못 하겠느냔 것이 미군의 입장이었다. 그들 덕에 시가전엔 적절치 않은 전차들과 핀스를 비롯한 전차병들만 목숨을 잃게 생겼다.

"더 이상 진격하단 쉽게 당합니다. 보병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중대 통신망에 핀스가 보병 투입을 요청했고 중대장 역시 이를 흔쾌히 승락했다. 뒤 쪽에서 대기하며 전차들을 엄호중이던 보병들이 조심스레 파괴된 건물 잔해들을 엄폐물 삼아 전진을 계속 했다. 핀스 역시 열영상 관측기로 주변에 적이 없는지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다.

"좋아, 적은 없다. 전진한다."

보병들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들어오자 핀스가 바로 전진을 명령했다. 중대 소속 다른 차량 2대가 먼저 앞장 서고 그 다음이 핀스의 전차였다. 보병들이 철통같이 엄호하는 가운데 다른 차량들이 잔해를 넘어 새로운 구역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뭔가가 날라왔다. 대전차로켓이었다!

"씨팔 보병놈들! 뭐가 안전해!"

역시 보병들로선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그들로선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것이지만 그 노력에 비해 결과는 형편없었다. 앞서 가던 두 대의 M-1A1 전차가 측면에 대전차로켓을 직격당하고 그대로 멈추었다. 급히 보병들이 대전차로켓 공격이 가해진 건물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이럴 때 자주포라도 끌고 오는 건데..."

시가전에서 자주포를 이용해 건물을 하나하나 때려 부시는 전술은 시가전에서 공격측의 기본 전술중 하나로 널리 인정받는 것이었다. 부수적인 효과로 적 도시를 철저히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런데 힐로는 원래 미국 도시다. 거기에 하와이섬을 공략중인 미군은 자주포가 부족했다. 하와이 공략을 위해 자주포가 준비되긴 했지만 투입 전에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핀스가 알 수 없었다.

"보병들이 청소한 모양입니다."

"음, 우리 차례군. 그대로 전진한다. 적이 숨어있을 지도 모르니 경계를 철저히 하게."

핀스는 보병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다만 없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뿐 이었다. 이번에도 보병들이 핀스의 전차를 엄호하고 있었다. 그들의 엄호를 받으며 핀스의 전차가 조심스레 건물 잔해더미를 넘었다.

"휴~~!"

안도의 한 숨은 핀스와 포수, 조종수, 장전수 4명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같아선 당장 해치를 열고 중기관총을 잡아 사주경계하고 싶었지만 해치를 열고 나오는 즉시 저격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일찍 죽기 싫으면, 장가 가고 싶으면 해치는 안 여는 것이 좋았다.

-콰앙~~!

"으윽! 피격당했다! 피해상황은?"

결국 자신의 전차라고 해서 무사하란 법은 없었다. 그런데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 같았다.

"정면에 맞았습니다. 피해는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또 맞으면 그 땐 죽을 지도 모르는데..."

다행히 이번 대전차공격은 전차 정면을 향했다. 비교적 근거리에서 발사된 대전차로켓이었지만 전차의 정면장갑을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 보병들이 공격하기 전에 바로 핀스가 발사명령을 내렸다. 120mm 활강포에서 발사된 대탄이 3층 건물의 2층을 강타했다. 건물 자체가 붕괴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은 방금 전 팬저파우스트를 발사한 한국군 보병들을 죽이기겐 너무 과도한 화력이었다.

"이대로 가단 끝이 없겠군."

짙은 연막 속에선 오직 예광탄 줄기만이 보일 뿐이었다. 아마도 사령부가 보병을 대대적으로 투입한 모양이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왜 이제서야 그러는지...이제는 역으로 진격하는 보병들을 전차들이 엄호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핀스의 M-1A1 전차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본 열영상 관측기에 뭔가가 잡혔다. 무심코 지나가다 급히 보니 한국군의 K-1A1 전차였다! 상대방 전차의 포는 이쪽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콰앙~~!

폭음이 들리고 핀스가 질끔 눈을 감았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을 뜨고 보니 한국군 전차는 해치가 열려 있었고 그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격파된 한국군 전차 주변에 포복해있던 아군 보병이 손을 흔들었다. 의외로 보병들도 활약하고 있었다.


9월21일 08:52 <한국시각 9월21일 03:52> 알레누이하하 해협 상공

"빌어먹을! 편대 풀어!"

마이클 드레이브 중령이 급히 외치며 폭탄을 버렸다. 바다로 떨어지는 집속폭탄들이 아까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일단 지금은 적기가 중요했다. 아마도 마우이섬에서 이륙했을 것으로 보이는 한국공군의 F-16전투기들도 갑작스런 미군기에 놀라 당황한 눈치였다.

-피격되었습니다! 탈출합니다!

-2번기도 피격! 탈출합니다!

-4번기 무사합니다! 편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제길! 난 괜찮다! 어서 폭탄 버리고 공중전 들어가!"

갑작스런 조우전에서 무장을 가득 싣고 있던 F-35 2기는 결국 순식간에 격추당했다. 무장을 가득 실은 건 한국군의 F-16도 마찬가지였지만 양 군 기체의 차이점중 가장 큰 것이 한국의 F-16은 모두 공대공무장인데 비해서 미군의 F-35들은 공대지 무장 위주였다는 것이다. 마우이섬의 한국군 지상부대를 타격하기 위해 출격한 편대는 갑작스런 적과의 공중전에서 처음부터 압도당하고 있었다.

"상대는 겨우 F-16이야! 두려워 할 것 없어! 우린 최강의 F-35다!"

편대원을 독려하기 위해 드레이브가 급히 한 말이었지만 스스로도 별로 믿지 않았다. 무장탑재력도 F-16보다 적은 F-35의 스텔스성능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진 이상 F-35가 숫적으로 앞서는 F-16 편대를 이길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건스! 건스! 건스! 잡았다! 한 놈 잡았어!"

갑작스런 조우전에 당황한 것은 한국군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하와이섬을 공습중인 미군기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한 모양인 듯 했다. 그리고 드레이브는 그 중 대응이 늦은 F-16 하나를 사냥감으로 찍었다. 20mm 기관포가 F-16의 엔진을 벌집으로 만들자 F-16은 빠르게 추락했다. 단발 엔진이라는 점 때문에 F-16은 과거부터 추락사고가 많던 기체였다. 이번에도 엔진이 피격당하자 조종사는 바로 탈출했다. 검은 연기와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F-16 전투기가 푸른 태평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적기 하나가 꼬리를 잡은 상태였다. 4번기도 적기 두 대에 쫒기고 있었다. 위험하지만 드레이브가 급감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상대방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속도를 같이 줄이며 끝까지 꼬리를 놓치지 않았다. 무서운 상대라며 드레이브가 혀를 내둘렸다. 급히 저공으로 빠르게 내려가며 한국기를 따돌리려 했지만 만만찮은 상대였다.

마지막으로 수면과 스칠 정도의 위험한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역시 적기는 무섭게 쫒아오고 있었다.

"걸렸어!"

바로 드레이브가 급상승을 시도하자 F-16기가 따라오지 못하고 결국 꼬리를 놓치고 말았다. 그 기회를 놓칠 드레이브가 아니었다. 바로 역으로 꼬리를 잡아 기관포 세례를 퍼부은 후 4번기를 구원하러 갔다. 조종사가 탈출할 틈도 주지 않고 전투기는 공중폭발했다. 불붙은 파편이 바다 위로 떨어졌다.

4번기를 구원하러 가기도 전에 4번기와 적기 하나씩이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목청 터져라 불러도 4번기 파일럿은 응답하지 않았다. 슬픔을 애써 참으며 마지막 적기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이제 연료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기가 2기의 알라모-K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자 바로 회피기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엄청난 폭발력의 알라모 미사일이 주변에서 폭발하자 기체는 강력하게 요동 쳤다. 드레이브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나머지 한 기가 확인 사살을 했다.

-들리나? 들리나, 드레이브!

"들...들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출된 상태였다. 자신의 기체로 보이는 전투기가 수면 위에 떠 있다가 바다 속으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F-16 하나가 불덩어리가 되어 자신의 옆을 지나갔다.

-다행이다! 곧 구조헬기를 보내겠다!

비행단장의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통신기로 들려 왔다. 이제 구조헬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9월21일 10:47 <한국시각 9월21일 05:47>몰로타이섬 칼라우파파 해안

한국군이 급히 설치한 참호선은 공격헬기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강습상륙함을 호위하기 위해 같이 온 페리급 프리깃들의 76mm포는 쏠 기회도 없어 그대로 침목했다. 초토화된 해안선에 LCAC들이 올라오고 곧 M-1A1 전차들을 내려놓았다.

"아직 하와이섬을 완전히 탈환하진 못했지만 다른 섬들의 저항은 미미합니다. 마우이섬도 그렇고 이 곳 몰로타이섬도 그렇고..."

"나같아도 그럴 걸세. 아마 주력은 오아후 섬에 있겠지."

다이츠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와이섬의 강력한 저항에 미군 피해가 커지면서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다. 그러나 이 곳 몰로타이섬만 함락하면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던 곳이며 하와이 제도의 군사적 요충지인 오아후섬에 대한 공략을 단행할 수 있다. 그런 몰로타이섬의 방어력이 약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미드웨이 제도 탈환은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진주만을 공격한 우리 원잠이 상당한 성과를 올린 모양입니다."

이래저래 기쁜 소식들이었지만 다이츠의 걱정을 덜어줄 만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다이츠에게 중요한 것은 오아후 한국군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어차피 퇴각도 할 수 없는 한국군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항복 아니면 결사항전 둘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아후 섬일세. 알겠나? 니하우나 키우아이는 오아후가 무너지면 저절로 무너지게 되어 있어. 오아후 섬 공략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금까지 한국군 전차가 나타난 곳은 하와이섬이 유일하단 말일세!"

그 뿐만이 아니었다. 몰로타이섬도 마우이섬도 방어력은 의외로 허약했다. 애초 마우이에 전개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 공군 F-16기들도 알고 보니 그저 오아후섬에서 출격하고 마우이의 활주로에서 급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쩌면 하와이에 전개한 한국 공군력이 부실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정보가 없으니 속이 답답했다.

"너무 신경쓰길 것 없습니다. 물론 너무 적을 얕잡아보는 것도 안 되지만 말이죠. 사실상 한국이 방어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지상전력이 유일합니다. 아무리 항공전력이 있다 해도 소수일 겁니다."

이번엔 다이츠가 입을 다물었다. 바깥을 바라보니 AAAV 하나가 해안선에서 격파당하여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직 오아후 섬을 공략할려면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직 다른 섬들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곳도 꽤 있었다. 하와이섬의 시가전은 결국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몰로타이섬은 이제 막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진 몰로타이 섬 점령에 큰 차질은 없습니다. 상륙도 순조롭게 진행중이고 공중강습도 성공했습니다. 혹시 모를 적 지상군 전력에 대비해 함재기들이 대기중입니다."

"곧 오아후 섬에 대한 공습이 시작됩니다."

오아후 섬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알리는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들렸다. 항모 2척의 함재기와 강습상륙함의 해리어등이 투입되어 오아후섬의 한국군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미 함재기들은 폭격 작전을 위해 출격하고 있었다.


9월21일 11:24 <한국시각 9월22일 06:24> 오아후 섬 상공

상공은 미 해군 전투기들로 뒤덮였다. 한국군의 방공 포대가 포탄을 빗발치듯 발사했지만 전투기들은 날렵한 회피기동으로 여유롭게 피하며 대공포들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진주만의 한국 해군함정은 모두 격침당한 상태였고 주요 활주로와 비행장도 대규모 공습을 당하여 파괴당했다.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들은 미처 출격도 못하고 기지와 함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그와 동시에 미군은 한국군 지상부대에 대해 집중적인 타격을 노렸다. 곳곳에서 포착되는 한국군 지상군 부대들은 바로 집속폭탄 세례를 받아야 했다. 지대함미사일 기지나 해안참호선들, 방공레이더들은 공습의 1차 목표로서 즉각 파괴당하였다.

이런 와중에도 오아후 섬의 한국군은 대공망을 복구하며 미군에 결사적으로 저항하였다. 조직적인 대공망 제압작전은 수많은 미군기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곳곳에서 병력을 숨기기 위해 부대를 급히 이동배치중이었다. 아직 오아후섬에선 지상전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전투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9월22일 00:12 <한국시각 9월22일 19:12> 오아후 섬 동남쪽 18km해상

타라와급, 샌 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들이 호위전투함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강습상륙함의 갑판에 대기하고 있던 것들은 코브라와 아파치같은 공격 헬기들과 블랙호크같은 수송 헬기, 해리어 수직이착륙기와 MV-22 오스프리등이었다.

제일 먼저 날라간 것은 해리어기들이었다. 상륙작전 초기에 한국군의 방어선과 병력을 제압하기 위해 대기중이던 해리어들은 강습상륙함에서 이륙하여 일제히 오아후 섬으로 날라갔다. 그 다음으로 나선 것은 AH-1F 슈퍼 코브라와 AH-64D 롱보우 아파치였다. 해리어가 쓸고 지나간 곳을 정리하고 지상군을 엄호해주는 역할의 공격 헬기들은 상륙 작전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전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륙하기 시작한 것은 블랙호크와 오스프리였다. 상륙 초기 경보병 병력으로서 주요거점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즉각 오아후 섬 곳곳으로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바다에서도 공격이 시작되었다. M-1A1 전차나 LAV장갑차를 탑재한 수십대의 LCAC들이 오아후 섬 해안가로 항주를 시작했다. 동시에 상륙함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며 직접 해안으로 달리는 것들은 상륙돌격장갑차 AAAV의 대군이었다.

이들의 공통된 목적은 오아후 섬 점령이었다. 한국군 방어전력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진 오아후 섬엔 미 해군도 자산을 총동원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미 해안가에선 포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9월22일 00:15 <한국시각 9월22일 19:15> 오아후 섬 호눌룰루 주변 해안

"저 놈들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이리로 오진 않을 텐데......"

"저 놈들이 우리 방어진지를 어떻게 알겠냐? 뭐, 이제 오다가 죽는 것만 남았지."

한재훈 병장과 최인혁 상병이 떼거지로 날라오는 미군의 항공기들을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평소에 볼 경우 압도적이고 무서운 상대이지만 지금은 전혀 달랐다. 이들이 보기엔 미군 헬기와 오스프리들은 나 죽여줍쇼 하고 함정에 제발로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저것 봐라. 바다에서도 새까맣게 몰려오고. 아주 난리도 아니구만."

바다에서도 수없이 많은 장갑차와 호버크래프트들이 몰려 오고 있었다. 해안가로 적함의 함포사격이 계속 가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적기들을 공격했다간 함포에 녹아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율이 흘렀다.

하여튼 일개 사병인 이들이 보기에도 미군은 너무 무모한 공격을 감행해오고 있었다. 이대로 갈 경우 미군은 일방적으로 학살 당할 뿐이었다. 미군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맹렬한 기세로 달려 오고 있었다.

"온다! 발사 준비!"

급히 최인혁이 한국형 휴대용SAM인 신궁을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목표인 적 블랙호크가 최인혁이 노린 사냥감이었다. 다가오는 새를 잡기 위해 숨소리도 죽이며 총을 겨누고 있는 입장이었다. 이제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발사하여 격추시킬 수 있었다.

-부대원은 독자적 판단하에 공격한다! 놈들을 땅에다 내려놓지 마라!

이 말만을 기다리고 있던 최인혁이 바로 신궁을 발사했다. 빠른 속도로 날라간 신궁은 정확하게 선두로 오고 있던 블랙호크르 격추시켰다. 곧 이어 다른 동료들이 발사한 미사일들로 하늘은 밝게 빛났다. 미군 헬기들이 급히 플래어를 투하했으나 속절 없이 격추당하엿다. 수송헬기들 사이로 아파치 몇 기가 접근해 로켓탄을 발사하려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이미 비호의 사거리 안에 진입해 버렸다. 레이더를 끄고 기다리고 있던 비호의 30mm포는 아파치에게 너무나 강력한 화력이었다. 조종석 부분을 집중적으로 얻어 맞은 아파치는 그대로 공중폭발했다.

"좋았어! 이대로 계속 가는 거야!"

해안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구식이긴 하지만 해안방어포의 위력은 너무나 막강했다. 십여대에 달하는 AAAV가 그대로 완전히 격파당해 버렸고 LCAC 몇 척도 침몰중이었다.

"이제 미사일이 없습니다!"

지급된 미사일 5기를 순식간에 써 버린 최인혁이 소리 쳤다. 이미 바다에는 엄청난 숫자의 헬리콥터 잔해들이 잔뜩이었다. 뒤늦게 경보를 받고 길을 돌리던 오스프리 몇 대도 이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미군은 웬만한 피해는 각오한 듯 했다. 엄청난 대공화망을 악착같이 뚫고 속속 헬리콥터들이 지상에 착지했다. 공격헬기들도 로켓탄과 대전차미사일로 필사적으로 한국군을 공격하면서 수송헬기들의 착지를 엄호했다. 피해가 부지기수로 늘어가는 상황에서도 착지한 헬리콥터에서 미군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사일 다 썼으면 총 저 놈들이랑 싸우거나 아니면 깊숙한 데로 도망치던가 둘 중 하난데, 넌 뭐 할거냐?"

"어차피 도망갈 수도 없지 않습니까?"

최인혁이 그렇게 대답하곤 K-2 소총을 들었다. 한재훈도 마찬가지였다. 미군의 함포사격급히 가해지면서 방어진지들이 처참하게 파괴당하고 있었다. 최인혁이 그대로 달려나가 눈에 보이는 미군들에게 총질을 해댔다. 이미 한국군과 미군은 제대로 구분도 못 하는 어둠 속에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으며 승세는 숫자와 화력지원을 등에 업은 미군에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예광탄 줄기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었다.


9월22일 00:47 <한국시각 9월22일 19;47> 오아후 섬, 호눌룰루 시

"어서 장전해! 미군 전차가 오고 있단 말이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제가 강철이라도 됩니까?"

"야 이 새꺄! 지금 죽게 생겼는데 무슨 말이 많아! 빨리 장전해!"

최원석의 중대는 호눌룰루 시가에 매복해서 공격해오는 미군과 교전하라고 명령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중대는 방금 전 미군과의 교전으로 와해되었다. 호눌룰루 시 곳곳에 격파된 채 버려져 있는 양군의 전차와 장갑차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장전 완료!"

"발사!"

장전수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K-1 전차의 105mm포가 불을 뿜었다. 역시 포탄을 장전중이던 M-1A1 전차는 근거리에서 발사된 105mm탄에 정면장갑이 관통당했다. 시가지라는 지형적 특성은 이처럼 전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고작 700m거리에 있던 한국군 전차를 발견하지 못한 죄로 미군 전차는 격파당했다.
-살아남은 당나귀들 들리나? 살아남은 당나귀들! 미군 전차들이 시외로 빠지려 하고 있다. 이를 저지하라!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까먹었다. 아마도 여단장 아니면 대대장인데 치열한 전투 속에 내던져지면서 그들의 목소리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전차가 명령대로 시외로 빠져나가는 도로쪽으로 향하였다. 사방에서 보병들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호눌룰루시는 유령도시가 된 듯 했다.

"정지! 적 전차다! M-1A1이야!"

최원석이 급히 이동을 중지시키며 적을 살폈다. 곧 신음소리가 흘렀다. 약 한 개 중대 규모의 적 전차들이었다. 더군다나 이 쪽은 화력이 약한 K-1 전차 한 대였다. 다른 동료들이 어서 오길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야 하는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고 결정되었다.

"포탄 장전! 이대로 치고 들어가. 어차피 시가지라 제대로 찾지도 못할 거야."

"네? 너무 무모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여기 남았다는 것 자체로도 무모한 행동이야."

포수의 반발을 단 한 마디로 침목시킨 최원석이 계속 관측기로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다행히도 근처에 저들 말고 다른 전차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통신망에선 아군 전차들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판 제대로 붙을 수 있겠다 싶었다.

"거리 813. 2시 방향 M-1A1. 저 놈부터 잡는다. 날탄 발사!"

최원석의 전차가 즉시 앞으로 뛰쳐 나가며 포탄을 내뿜었다.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미군 전차부대는 당황한 듯 했으나 곧 반격을 가했다. 최원석이 노린 적 전차는 폭발하진 않았지만 분명 격파되었다. 원래 M-1 계열 전차들이 가진 장점 중 하나로 격파되더라도 탄약고가 바로 폐쇄되어 대폭발을 막고 승무원들이 탈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번 전차도 역시 해치에서 하론 가스가 나오는 가운데 살아 남은 미군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적군이었으나 전투능력을 잃은 적을 죽여야 하는 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었다. 지금은 전차전이 제일 중요했다.

곧바로 응전한 미군전차들의 포탄은 근처에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 바로 최원석이 다음 포탄을 발사하였고 이번에도 포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시 전차 하나를 그대로 잡아 버렸다. 곧 미군 전차 주변으로 상당한 숫자의 포탄이 떨어졌다. 곳곳에 흩어졌던 아군 전차들이 집결한 것이다. 최원석 바로 뒤에서 나타난 동료 전차도 킬 마크를 올렸다.

-잘 했다. 적 전차중대 전멸이다.

"좋았어!"

사방에서 포위 한 채 공격을 감행한 턱에 쉽게 적 전차들을 격파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시가지로 들어오는 새로운 적 전차들과 교전해야 했다. 이제 이 곳에서의 교전은 끝났기에 별 걱정 없단듯이 최원석이 해치를 열고 나왔다. 간만에 마쉬는 시원한 공기가 정말 좋았다. 그 것이 최원석의 마지막이었다.

-콰아아앙~~!

K-1 전차의 얇은 상부장갑을 관통한 것은 세계 최강의 대전차미사일 헬파이어였다. 다가오는 위협을 감지하기도 전에 이미 미사일은 전차에 명중했고 곧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기습적으로 날라오는 헬파이어 공격에 한국군 전차들이 차례대로 사냥당했다. 근처에 있던 보병들이 신궁을 발사했지만 아파치들은 이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숨었고 새로운 아파치가 대공화력을 날려버렸다.

전차들과 동행하던 3대의 비호 자주대공포는 미처 사격도 해보지 못하고 로켓탄 세례에 휘말렸다. 그 와중에서도 한 기의 아파치가 신궁에 명중당해 격추당했지만 이미 한국군 전차들은 모두 격파된 다음이었다.


9월22일 03:02 <한국시각 9월22일 22:02> 오아후섬 호눌룰루 국제공항

하와이섬의 힐로 비행장 전투를 기억하는 미군은 호눌룰루 국제공항 점령작전, 엄밀히 말해서 탈환작전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강습 전에 해리어기들이 지상을 초토화시켜 버렸고 아파치와 코브라같은 공격헬기들이 해리어 다음으로 와서 혹시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한국군에 대비해서 무차별 로켓탄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다음에야 공격헬기들의 엄호 속에 블랙호크 헬리콥터들과 오스프리들이 공항 곳곳으로 착륙하여 병력을 내려 놓았다. 존 웨인 일병도 헬리콥터에서 내려 오며 훈련받은 대로 급히 엄폐물을 찾았다. 넓은 활주로에 엄폐물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을 하고 내려왔는데 곳곳에 파괴된 차량들의 잔해가 있었다.

웨인이 속한 분대가 그런 식으로 엄폐물을 따라 이동하였다. 철저한 제압덕인지 아직까진 한국군의 저항이 없었다. 공항 청사로 이동을 계속하던 분대원중 앞장 서 달려나가던 소총수 한 명이 그대로 쓰러졌다.

"모두 엎드려! 한국군이다!"

분대장이 외치고 나서야 대응을 한 덕에 희생자는 더 생겼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군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다른 분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예 기관총 사격으로 단번에 전멸당한 분대도 있었다. 웨인 역시 근처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유탄과 기관총 사격에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웨인! 우리가 엄호하겠다! 저기 한국군 중기관총 진지! 날려 버려!"

"알겠습니다!"

비록 겁에 질린 상태라지만 웨인도 군인이었다. 대전차로켓 사수인 웨인이 곧 M-72 대전차로켓을 들었다. 분대원들이 일제히 맹렬한 사격을 가하며 한국군의 공격이 주춤해진 틈을 타 웨인이 주저 없이 로켓을 발사했다.

-콰아아아아앙~~~!

모래주머니로 급히 설치된 중기관총 진지는 대전차로켓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방어력이 튼튼하지 못했다. 박살이 난 중기관총 진지를 보며 웨인이 한 숨을 쉬었으나 겨우 한국군의 중화기 진지 하나를 파괴한 것에 불과했다. 역시 완벽한 제압폭격은 언제나 완벽하지 못했다.

"잘했다, 웨인! 이제 어떻게든 청사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데..."

"분대장님, 적 전차입니다!"

청사 공격을 의논하려던 찰나 나타난 한국군 전차에 분대원 모두 경악했다. 헬기들의 엄호를 받으며 필사적으로 공항을 점령해가던 미군 보병들이 바로 전차에게 쫒겼다. 코브라와 아파치 헬기들이 급히 달려왔지만 40mm포탄에 벌집이 되곤 했다.

"썩을! 오아후에 K-1A2하고 K-300이 있었다니!"

분대장이 주먹을 내리쳤다. 지금가지 하와이 제도에서 미군이 상대해 온 한국군 전차와 장갑차는 오직 K-1과 K-1A1, K-200뿐이었다. 역시나 한국군 주력이 오아후 섬에 있다는 말은 사실인 듯 하였다. 이제 도망쳐야 하고 생각할 무렵 공항 바깥에서 구원군이 나타났다. 2개 중대 약 30여대에 이르는 M-1A2 전차들이었다. 성능에선 밀리지만 한 개 소대에 불과한 K-1A2 전차들에겐 상당한 위협이었다.

"전차들을 지원한다! 웨인, 특히 네가 잘 해야 한다. 넌 대전차무기 사수니까."

"알겠습니다, 분대장님."

한국군 전차들은 웨인의 분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있는 듯 바로 이들 옆을 지나갔다. 거리로는 채 400m가 안 되었다. 한국군 역시 저격을 두려워하여 해치를 열고 나오진 않았다. 거기다가 한국군 전차들은 웨인에게 측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다시 한 번 웨인이 발사기를 집어 들곤 한국군 전차를 정조준했다.

-콰아앙~~!

대전차로켓정도로는 측면도 관통하기 힘들다는 4세대 전차인 K-1A2였지만 거리가 가까운 탓에 살을 수가 없었다. 잠시 계속 달리던 전차는 곧 멈추었다. 어디선가 날라온 헬파이어가 다시 두 대의 전차를 잡아주었다. 전차, 보병, 헬리콥터의 협동작전으로 한국군 전차와 보병전투차들을 격파하는 가운데 호눌룰루 국제공항은 서서히 미군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9월22일 07:19 <한국시각 9월23일 02:19> 오아후 섬 진주만

진주만 곳곳으로 투입된 미국 해병대원들은 함포사격이라는 막강한 지원화력을 등에 업으며 천천히 진격했다. 진주만은 미군에게 있어 기필코 되찾아야 할 곳이기도 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태평양통합군사령부가 있기도 하다. 통합군 사령부 건물 주위로 127mm, 76mm 함포탄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밤샘 전투 끝에 호눌룰루를 장악하는데 성공한 미군은 하와이섬에서처럼 다수의 병력을 섬 전체에 일제히 내려놓기보단 호눌룰루를 상륙 거점으로 삼고 병력을 올리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미 해병대 최정예 부대들인 포스 리컨과 패스트 팀은 동시에 통합군사령부 탈환작전을 맡게 되었다. 자존심 강한 두 부대는 서로 누가 먼저 통합군사령부를 탈환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미군 사령부가 이 두 부대에게 탈환명령을 내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경쟁심을 부추겨서 빠른 승리를 얻겠다는 속셈이었다.

"아직도 적 화력이 막강합니다! 섣불리 돌격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제길! 이대로 가다간 포스 리컨이 선수 친다고!"

애초에 포스 리컨이나 패스트팀 모두 이런 작전에 어울리지 않았다. 포스 리컨은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정찰하는 부대였고 패스트팀은 해군함의 경비를 서고 가끔 공격적인 임무를 맡을 뿐이었다. 왜 이런 부대들을 투입했는지 의아했지만 명령은 명령이라며 로버크 크로우 대위가 이를 악 물었다.

"별 수 없습니다! 남은 대전차무기 모두 쏟아붓고 돌격하는 수 밖에요!"

"안 돼! 너무 위험하다! 좀 더 함포지원을 정밀히 할 수 없겠나?"

"힘듭니다. 자칫하다 우리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최악이었다. 전차라도 올려보낸다면 화력을 이용해서 밀고 들어가겠는데 전혀 그럴 수가 없었다. 아마도 헬리콥터편으로 다른 특수부대가 통합군사령부로 진입할 것이란 말을 들었기에 더더욱 걱정이었다. 더군다나 그 특수부대는 육군이라고 들었다.

"어쩔 수 없군! 돌격 강행한다! 대전차무기는 잘 사용하도록! 포스 리컨에게 부탁해서 저격수 좀 처리해 달라고 하게."

포스 리컨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짜증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포스 리컨은 멀리서 한국군 몇 명 저격시키고 있을 뿐 기관총 사격에 고립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통합군 사령부 건물로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돌격한다!"

크로우가 외치며 M16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대전차로켓의 화력에 한국군의 화망이 잠시 무너지고 중화기사수들을 포스 리컨들이 저격해주는 가운데 패스트팀은 속속 한국군 방어선으로 뛰어 들었다. 급히 권총을 뽑으려 시도하던 한국군 장교 하나를 그대로 사살한 크로우가 빠르게 참호를 정리하고 본관으로 달렸다. 한국군의 화력이 무너지자 포스 리컨도 패스트팀을 따라 같이 돌격했다. 하늘에선 헬기 소리가 들리며 다수의 블랙호크 헬기들이 통합사령부 옥상에 병력을 내려놓았다. 질 순 없다는 생각에 크루어가 앞장 서서 달렸다. M-72에 그대로 걸레짝이 된 문을 돌파하며 미군의 압도적인 화력이 쏟아졌다.

"1소대는 정문 경비하고 2소대는 나와 같이 본관 점령한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어느새 통합사령부 건물 전체가 격렬한 총성과 폭음으로 가득 찼다. 후속 투입된 일반 해병대원들이 진입하면서 숫자가 크게 늘은 미군이 사전에 설계도를 보며 배운 대로 각자 맡은 곳을 향하여 달려갔다.

"매티스! 수류탄 던져!"

"던집니다! 조심하십쇼!"

잠시 후 2층 쪽에서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치고 올라가면서 매티스에게 고맙단 말을 했으나 매티스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머리에 총알을 맞은 매티스를 보며 그대로 크루어가 2층으로 올라갔다. 수류탄으로 죽거나 다친 한국군들을 무시하며 다른 한국군과 총격전을 벌였다. 어느새 옥상에 강하한 아군은 3층까지 정리한 모양이었다. 이제 2층의 적만 남았다. 목숨을 버린 듯한 해병대원들의 과감한 돌격이 시작되었다.


9월22일 16:23 <한국시각 9월22일 11:23> 카우아이 해협 해상

"15시 57분부로 오아후 섬의 완전 탈환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령관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예센이 다이츠에게 오아후 섬의 완전 탈환에 성공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전투지휘실의 오퍼레이터들도 환호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끝에 결국 오아후 섬을 탈환한 것이다. 미군측 전사자 1300여명이라는 피해를 내고서야 하와이제도를 확실히 탈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중 가장 전투가 격렬했던 곳은 바로 오아후 섬이었다.

50기에 육박하는 헬리콥터가 격추당했으며 해군 자산인 LCAC도 7척이나 침몰당했다. AAAV도 10대 넘게 격파당하고 전차와 보병전투차들도 무수히 격파당했다. 근접항공지원에 나선 해리어나 F-35도 자주 격추당했다. 그런 격전 속에서 결국 오아후 섬엔 다시 성조기가 게양된 것이다.

"아직 카우아이 섬과 나하우 섬이 남았네. 비록 승리가 확실하다지만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되네. 그 때처럼 말이야."

다이츠는 상당히 신중했다. 지난 동태평양 해전에서 괜히 마지막에 욕심 부리다가 한국군의 전술레 말려들어 큰 피해를 입었던 기억때문이었다. 물론 승리야 미군에게 돌아갔지만 마지막 반격으로 귀중한 항공모함 먼로가 격침당했고 신형 항모인 아르덴이 피격되어 노프크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때 이후 다이츠는 언제나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다.

"뭐, 나하우도 카우아이도 저항은 적을 겁니다. 이미 카우아이섬에선 헬리본 부대들이 섬 상당수를 장악했습니다. 큰 어렴움이 없다는 일선부대장의 보고입니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닐세."

"네? 그럼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우리가 하와이 탈환을 시도할 것즘이야 저들도 예측하고 있었을 걸세. 그런데도 방어력이 너무 약했어."

"그거야 한국군의 철저한 오판이죠."

"오판이든 아니든 우리가 하와이에서 만난 적은 소수다. 그 소수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었어. 일본과 한국엔 수백만의 한국군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최종목표는 주요3국, 특히 배신자 한국의 무조건 항복이었다. 이미 일본, 중국, 한국등에서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 것을 잘 아는 다이츠로선 하와이에 한국군이 적은 것이 오히려 더 불안했던 것이다.

"그 때는 우리 전력도 한층 강화되어 있습니다. 걱정 마십쇼."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지만..."

다이츠가 말끝을 흐렸다. 그 때 호위함들이 함포를 연사했다. 다이츠가 모자를 벗고 묵념했으며 함대의 모든 승무원들 모두 1분간 묵념했다. 1년 전 하와이가 기습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항전하던 예비역 항모들이 장렬히 최후를 맞이한 곳이 바로 카우아이 해협이었다. 모두들 복수라는 글자를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제 글에서 고증상 잘못된 점이라 바라는 점, 오타등이 있으면 메일이나 답변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타나 고증상 오류는 확인즉시 수정하겠으며 바라는 점은 제가 생각해 본 후 알려드리겠습니다.(제 소설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 김경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6-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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