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건 전쟁소설


THE 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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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QUIEM 3부
서종건  2003-01-16 22:17:38, 조회 : 6,928, 추천 : 10



일주일만에 올리는 군요^^;; 고3인지라 공부하기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사실 게으른 탓이 큽니다ㅡㅡ; 핫핫(ㅜㅜ) 저번 보단 조금 내용이 늘었습니다만.. 마음에 드실지^^;;
쩝... 대충 소설에서 나올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군요. 앞으로 한 1~2부는 추가로 등장할 인물들이 좀 나올 듯 하네요^^
그럼 THE REQUIEM 3부 올라갑니다^^


3월5일 09:52분
평양 광역시 중화비행장

통일 전, 북한공군의 공군 사령부가 있었던 중화비행장은 통일 이후, 가상 적국인 중국의 위험으로부터 한반도 북부 상공을 방어하기 위해 북부 중심기지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예 중 하나가 바로 중화비행장에 배치된 F-15C/D 기체들이었다. 비행장에 주기되어 있는 수십 대의 F-15기체들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비록 미 공군에선 퇴역한 중고 기체들이긴 했으나 MSIP 수준의 개량을 거친데다 기체 자체의 수준도 중국 공군을 상대하기엔 충분했기에 공군에서는 크게 불만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F-15의 성능을 경계한 중국의 일부 민간 군사전문가 사이에선 중화비행장에 배치된 F-15를 가리켜 '중국의 목을 겨냥한 비수'라는 과장 심한 발언까지 일삼을 정도였다.

아침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던 김문경 소령이 결국 늘어지게 한바탕 하품을 해댔다. 어제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몸이 조금 무거웠다. 그의 잔뜩 충혈 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러다 오늘 비행에서 사고나 내는 건 아닌지 문득 걱정이 들었다. 윙맨인 강승문 대위 역시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몹시 피곤한 모습이었다.
"중국에선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죠?"
강승문 대위가 문득 아침에 있었던 외교부의 유감 성명이 생각났는지 충혈된 눈을 비비며 말을 꺼냈다.
"응.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아침에 있었던 한국 외교부의 성명은 단 한마디로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나 우리에겐 책임이 없다.'였다. 공무중인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고였으니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죽은 중국인의 유가족을 위해 약간의 배상은 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남겼었다.
"외교부에서 미쳤군요. 그렇지 않아도 중국 신경 날카로울 텐데. 일본의 경우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 까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중국 정부도 그들 국민들 정서 때문에 항의는 했지만.. 솔직히 할 말이 별로 없는 건 사실 아닌가? 외교부가 좀 거만해진 건 사실이지만..."
강승문 대위가 걱정하는 것은 요즘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는 중국과 일본 관계 때문이었다. 1년 전 센카쿠 열도 부근 바다에서 상당량의 석유가 발견되면서 수면 아래에 있었던 조어도 분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직접적인 당사국들이 모두 자신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일본이 유전의 단독 개발에 나서려 하자 중국 측에서 제재를 가해 유전 개발은 아직 답보 상태에 있었다. 이 불안한 긴장관계가 폭발한 것은 불과 3일전으로 센카쿠 열도 근해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과 '자국 영해'안에서 불법 조업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파견된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측의 강력한 항의에 일본 정부는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끝내려 했고 결국 이 사건은 그 동안 쌓여있던 반일감정을 일시에 폭발시킨 계기가 되고 말았다. 격분한 중국해군이 '영해'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해군 함대를 파견하자 일본 역시 '영해'를 보호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함으로서 센카쿠 열도 근해에선 지금 팽팽한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쩝. 불똥이나 튀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중국 정부보다 더 무서운 건 중국 국민들이야. 인터넷에 난리 난 거 몰라? 일본에 이어서 한국까지 자기들 무시한다고 중국 네티즌들 난리 치는 거."
아무리 중국 정부라도 국민들의 불만을 외면하긴 어려웠다. 중국 정부가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어도 국민들이 이를 가만둘지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센카쿠 열도는 한국의 해상교통로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번 총격 사건 때문에 불씨가 잘못 한국으로 튄다면 더 엄청난 사건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김문경 소령은 북. 중 전쟁 당시를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전쟁이 벌어지기 무섭게 한국이 참전할 뜻을 비치자 중국 측은 항의의 표시로 남지나해를 항해하는 한국 선단에 갖은 위협을 가했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항의로 중국의 무력 시위는 금방 사라졌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에 한국의 경제는 밑바닥부터 무너질 위기를 겪었었다.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3월5일 13:11분[한국시간 5일 12:11분]
센카쿠 열도 북동쪽 20Km. 묘코

아직 이른봄인데도 남방의 햇빛은 북방의 한여름처럼 강렬했다. 황금색 햇빛은 푸른 바다에 부딪혀 바다마저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그 황금 바다 위를 묘코를 비롯한 일본 해군 함대의 함정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함대는 마치 거대한 철옹성 마냥 위압적인 분위기로 남쪽에 있는 중국 해군 함대를 위협했다.

일본이 정식으로 군대를 가지게 된 것은 10년 전 이었다. 북. 중 전쟁 후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서'란 명분으로 일본 국회는 수많은 반대와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헌법을 개정, 자위대를 공식 군대로 개편하고 방위청을 국방성으로 승격시켰다. 그들이 의도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본의 결정은 동북아시아 군비증강에 기름을 붙고 말았다. 특히 일본의 항모 도입은 동북아시아 각국을 자극시켜 특히 중국 해군과 한국 해군을 크게 증강 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날씨가 매우 좋군."
함교에 나와있던 묘코의 함장 유카타 야마모토 일좌가 쏟아지는 햇빛을 음미하며 가볍게 미소를 띄웠다. 비록 자신은 이번 충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는 군인이었다. 출항 전 그는 국가의 명령에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는 항상 더욱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선과 중국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다지? 쯧쯧. 안타까운 일이야."
부함장이 건넨 쌍원경에 눈을 대며 야마모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덥수룩한 구레나룻과 수염이 몹시도 인상적이었다. 게으른 것인지 아니면 멋으로 기른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구레나룻과 수염은 그의 삐쩍 마른 얼굴과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덕분에 강인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인상은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결코 그를 잊을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주곤 했다.
"중국으로선 큰일이겠군. 이번 일에 조선의 도움이 필요했을 텐데 말야."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 모르는 일일세. 다만, 우리에게 더 유리한 수 일 수도 있는 건 사실이겠지."
일본의 군대 보유 이후, 남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중국의 노력은 대단했다. 특히 남북이 통일된 이후 그 수준은 더 심해졌다 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그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한국에서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반대로 일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한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번 총격 사건은 일본에게 있어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벌리고 소원해진 한. 일간의 유대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고 일본 정부 역시 그 것을 바라고 있는 듯 보였다. 오죽하면 한국 외교부의 유감 성명이 발표된 후 중국에서 폭발하고 있는 반한 감정이 일본의 조작이란 말까지 흐를 정도였다.
"조선으로선 실책이지. 우리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면 나름대로 좋은 성과가 있을 텐데 말야."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조선은 결국 사과는 하지 않으려는 모양입니다."
"당연하겠지. 그들 역시도 국민 감정은 무시 할 수 없거든?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겨우 10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야. 그 사이에 두 국민들 감정이 좋아지길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고.. 특히 조선 정부야 워낙 국민들에게 끌려 다니는 경향이 강하니까 말일세. 그건 그렇고 저 놈들은 지치지도 않나 보군."
야마모토가 가리킨 건 중국 함대가 아닌 그 둘의 중앙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아니 그들 쪽에 훨씬 가까운 바다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대만 우익단체의 배들이었다. 이틀 전부터 이 두 함대 사이를 헤집고 들어간 이 우익단체 소속 회원들은 일본 함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에 중국 해군이 버티고 있으니 일본 해군도 쉽게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리란 계산이었다. 일본 함대로선 골칫거리였다. 대만과의 관계 때문이라도 저들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게다가 자칫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저들을 몰아내려는 일본 함대와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해군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야마모토는 우익단체의 회원들이 다른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 여기진 않았으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확성기의 소음은 아무래도 귀에 거슬렸다.
"정부에서 빨리 해결을 봐야 할텐데 말이야. 도대체 의지가 있는 것인지, 원.."
그의 굳은 결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 대치하는 것은 양국에게 모두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함장이 건넨 녹차를 들이킨 그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깨끗한 향에 비해 맛이 개운치 않은 탓이었다.


3월5일 14:09분
함경북도 신의주시 제1경비여단

"괜찮냐?"
아직도 잔뜩 굳어 있는 조치수 이병의 표정을 보며 박성수가 조심스레 따뜻한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박성수 하사에게 건네 받은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긴 조치수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음료수 캔을 든 그의 오른손이 간헐적으로 떨리었다.
"걱정 되냐?"
"아닙니다. 걱정은 무슨..."
"솔직히 말해. 임마."
조치수 이병의 대답에 박성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조치수 이병은 엉뚱하긴 하지만 여리고 마음씨 착한 놈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대형사건(?)을 터트렸으니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으리라는 건 둔한 박성수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은... 걱정됩니다."
"너무 걱정 말어. 별일 없을 거다. 정부에서도 그냥 넘어 갈 것 같고.. 여단에서도 크게 문책이나 처벌은 없을 모양이다. 형식적인 조사 정도야 할 모양이긴 하지만 말야."
"네?"
"기억해 둬라. 정당한 행위. 우리는 공무 수행 중이었어. 응? 우발적이긴 하지만 국경 근무 중엔 가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이거다. 너나 나나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이거다."
박성수의 말에도 불구하고 조치수는 왠지 안심이 안돼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것보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걸 겨우 눈치 챈 박성수가 조치수에게 안쓰러운 눈길을 보냈다.
"너무.... 죄책감 갖지 마라. 니가 안 쐈으면 내가 쐈을지도 몰라. 그냥 재수 한번 더럽게 없었다고 생각해. 그게 속편할 거다. 평생을 죄책감 때문에 살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하지만.. 사람이 죽었지 않습니까.."
"쩝.. 그렇긴 하지만.. 어쩔 수 없던 거다."
말을 하는 박성수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없었다.
"네."
조치수의 목소리가 자꾸 기어 들어갔다. 조치수가 푹 고개를 숙이자 그의 눈동자에 어렸던 물방울 하나가 모래바닥을 적셨다.
"미친 자식. 그 사람이 그렇게 불쌍하다면 니가 그 사람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될 거 아냐! 사내놈이 왜 울어!"
"죄송합니다..."
박성수가 답답한지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희뿌연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아까는 미안했다. 얼굴 괜찮냐?"
"아. 괜찮습니다."
한쪽 볼이 약간 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는 조치수를 보자 박성수 입에서 어색한 웃음이 터졌다. 미안했다.


3월5일 17:31분
함경북도 신의주시 삼교리

유치원 종일반 애들을 태운 소형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송선미는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시끌벅적했던 유치원 안은 이제 적막감만이 감돌뿐이었다. 송선미는 그런 유치원의 모습에서 가끔 알 수 없는 어색함을 느끼곤 했다. 장난감이 요란스레 펼쳐졌던 교실은 이미 다른 선생들이 대충 정리해둔 뒤였다.
"송 선생. 빨리 가자. 춥다!"
잠시 사념에 빠져 우두커니 서있던 선미에게 병아리반의 임혜진 선생이 몸을 부르르 떨며 다가와 팔짱을 꼈다. 같은 고향 출신인 임혜진을 만난 건 먼 타향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선미에게 작은 행운이었다. 처녀시절 지금의 남편인 그녀의 애인이 이곳으로 전출되자 같이 따라왔다는 열성녀(?)인 임혜진은 아직 모든 게 어색하고 서투른 선미에게는 큰언니 같은 존재였다. 아마 남편이 장교라고 했던가?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향 출신이란 말도 들은 것 같았지만 아직 만난 적은 없었다.
어제 밤새 내린 눈이 강추위에 얼면서 빙판이 되어 길이 몹시 미끄러웠다. 자신의 아파트가 유치원에서 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아! 어제 생일 잘 보내셨어요?"
그 말을 꺼내자마자 임혜진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부어올랐다.
"으휴.. 말도 마! 진짜 처음 맞는 아내 생일인데 딱 친구 끌고 와가지구.. 둘이서 술이나 처마시는 거 있지! 어의가 없어서.. 내가 못살어. 정말!"
"어머! 진짜에요?"
"응~! 정말.. 얼마나 난감했었는지 알어? 으휴~! 이따 들어오면 단단히 혼내줄꺼야."
참아야 하는데 입에선 자꾸 웃음이 터졌다. 임혜진 말로는 남편을 잡고 산다는데 의외로 남편이 그런 돌출행동을 벌일 줄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자꾸 임혜진의 남편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아마 몹시 성격 좋고 재미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게 송선미의 생각이었다.
"그래두 임 선생님이 부러워요. 그런 남편분두 계시고.."
"처녀가 아줌마 부러워하다니, 누구 놀리는 것처럼 들린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직 송 선생은 누구 없어?"
임혜진의 말에 송선미는 동의의 뜻으로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임혜진의 말에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그 사람은 자신의 곁에 없었다. 그 사람과 연락이 끊어진지 벌써 5년째였다. 송선미는 첫사랑인 그 사람이 어쩌면 지금쯤이면 결혼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그 남자는 자신보다 세 살 연상이었다.
"남자들도 참. 우리 송 선생 같은 미인을 가만히 두다니 말이야. 내가 한 명 소개시켜 줘? 괜찮은 총각 한 사람 있는데."
"아뇨. 됐어요. 살다보면 그 누군가와 인연이 있겠죠. 뭐."
"너무 느긋한 거 아냐? 하긴... 아직 송 선생은 젊으니까... 올해 스물 다섯? 맞지? 부럽다. 좋을 때야."
마치 한참 늙은 사람처럼 임혜진이 푸념을 늘어놓자 송선미는 다시 한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둘의 나이 차이는 세 살 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빵!빵!-
시끄러운 자동차 경적소리가 둘의 귀를 울렸다. 승용차 한 대가 둘을 향해 다가섰다.
"어머. 준호씨, 웬일이야?"
"하하. 아. 퇴근하던 길에 잠깐 들렸어. 이 근처에 볼일도 있고 어제 일도 해서.. 어?"
임혜진을 향해 멋쩍은 표정을 짓던 준호의 얼굴이 선미에게서 멈춰 섰다.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 상대방을 보고 놀란 것은 선미 역시 마찬가지 였다. 단 하루라도, 꿈에서도 잊지 못했던 그 얼굴.
"혹시... 준호.. 오빠? 준호 오빠 맞죠!"
"송선미? 정말 너 선미냐?"
선미의 얼굴에 다시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이 사람을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꿈에도 그렸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 김경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6-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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