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건 전쟁소설


THE 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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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Chapter-1 이런 뷁!(3)
서종건  2003-07-24 03:32:14, 조회 : 9,735, 추천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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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좀 적군요-_-;;;;;;; 일단 챕터 1 마지막 부분이란 변명도 있지만-_-;; 쿨럭..  빠른 시일내에  챕터-2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5월4일 PM 6:42 도쿄 신주쿠 이치가야
일본 국방성

일본 육군의 정복이 무척 잘 어울리는 중년의 사내가 굳은 얼굴로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갔다. 그의 이마에 가득한 주름살과 점점 히끗한 흰머리가 늘어나는 머릿결이 그의 나이를 말해주는 듯 보였다. 시미즈 미사오 일본 육군 막료장 겸 일본 국방군 통합 막료회의 의장이었다.
시미즈 의장의 뒤를 따르던, 부관인 듯한 젊은 장교가 무언가 말해야겠다는 듯, 굳게 결심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장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앞을 걸어가던 시미즈가 그 자리에서 우뚝 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젊은 장교에게 순간적으로 불벼락이 떨어졌다. 꽤 놀란 듯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장교를 뒤로한 시미즈 의장이 조금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던 그가 발을 멈춘 것은 어느 작은 회의실 앞이었다.
-제3 작전실-
회의실 앞, 문패에 걸린 문구였다. 보초를 서던 병사 두 명이 그의 출현에 깜짝 놀라 얼어붙은 듯 멍청한 표정으로 경례를 올렸다. 그들의 그런 행동에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시미즈 막료장의 눈길은 회의실 앞쪽에 매달린 문패를 향해 있었다.
잠깐 무거운 눈길로 문패를 쳐다보던 그가 조용히 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일동기립! 의장님이 오셨습니다!"
그의 등장에 회의실 안에 있던 수많은 장성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제히 부동자세를 취하자 그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 손을 휘휘 내저었다. 슬쩍 눈치를 살피면 장성들이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실내에 있던 사람들을 잠깐씩 쳐다보던 그의 눈길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와이 미노부 일본 해군 막료장에게 향했다. 그의 따가운 눈길을 받은 사와이 막료장의 얼굴이 푹 달아올랐다.
"타네나미 장관이나...... 수상께서도 이번 일에 우려를 표시하고 계십니다."
자신이 내뱉은 말임에도 어이가 없었는지 시마즈 의장은 피식 웃고 말았다. 자민당 출신의 현 수상인 카나야 히로유키가 진심으로 이번 일을 걱정하는지 의문이었다. 틈만 나면 별 쓸데없는 일 때문에 주변국들과 외교 분쟁을 일으키는 수상의 성격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벌써부터 주변에선 수상이 이번 일을 정치적으로 악용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흘렀다.
"그건 그렇고 가네시오의 상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많이 심각한 가요?"
"함수부분과 함미타가 좀 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만. 다행히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흠. 그래요...... 한국은 뭐라고 합디까?"
"전혀 자신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습니다만, 충돌 전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한국해군의 잠수함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키시오일...... 가능성은 없소? 아키시오의 구난 신호와 가네시오의 통신이 거의 동시에 올라왔다던데."
시마즈 의장이 조심스런 질문에 사와이 막료장이 펄쩍 뛰며 답했다.
"전혀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아키시오의 구난 신호가 들어온 지점은 가네시오의 충돌 지점에서 훨씬 떨어진 곳입니다. 아마, 확실하진 않지만 한국 해군에서 처음부터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던 것 같습니다. 우리를 도발해서 대응 수준을 확인한 다음에 일. 한 협상에......"
"그런데 한국은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는 겁니까?"
말을 끊은 사람은 타케토미 타쿠토 공군 막료장이었다. 갑작스런 타케토미 막료장의 간섭에 사와이는 잠깐 불쾌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네. 잠수함을 추적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 잠수함이 가네시오와 충돌하거나, 또는 아키시오를 공격한 일은 없었답니다."
"음.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다 이 말이군."
"그렇습니다."
시마즈 의장의 표정에 난감하단 기운이 역력했다. 아직 모든 게 확실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각기 말이 달랐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양국 사이가 심각해진 때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메가톤급 태풍으로 변할 우려도 있었다. 특히 요즘 들어 유난스럽게 애국심이 투철해진 국회의원들이 당장 들고일어날 게 뻔해 보여 더 큰일이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안 될 말이야."
"네?"
"아. 아니오. 계속 하세요."
잠깐 멍한 얼굴로 시마즈 의장을 쳐다보던 사와이 막료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사건 정황으로 볼 때, 한국 해군의 소행이 확실하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외교적인 수단의 동원은 물론 한국 해군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고 봅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못하도록 말입니다."
사와이 막료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시마즈 의장은 막료장이 이렇게 흥분하는 게 언뜻 이해가 가기도 했다. 자기가 사와이 막료장이라도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사람이 자신이 평소 봐왔던, 포커 페이스로 소문난 사와이와 동일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와이 막료장은 필요이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됐군. 골치 아프게 됐어."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두통이었다.
"일단, 이번 일의 대응 방안은 아키시오 일부터 해결하고 봅시다. 구조 지점이 한국이 자신들 해역이라고 여기는 주장하는 곳이니 한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 목숨이니. 일단 잠수함부터 구조해야 하지 않겠소?"
"네. 그렇지 않아도 한국 해군에 우리 해군이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한국이 순순히 허락하던가요?"
"그쪽도 일이 크게 번지는 건 원하지 않는 듯 합니다. 뭐, 한국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사와이 막료장 옆자리에 앉은 무라카미 신도 해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강자의 힘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던가요?"
"작전 지역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답니다. 아. 그리고 한국 해군 구축함대를 파견하겠다는군요. 명색은 공동수색작전이라고 합니다만 사실상 우리 해군 함정을 감시하는 게 주임무일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뭐 상관은 없겠지요. 아. 그리고."
시마즈 의장이 이제야 생각이 난 듯 해군 막료들을 한 번 쭉 훑었다.
"요즘 들어서 해군의 일부 막료들과 우익 정치인들의 만남이 잦다는 말이 있습니다. 전 단지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시마즈 의장의 눈길을 받은 몇 몇 해군 막료들이 어색한 포즈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치인들이 무슨 이유로 접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힘없는 군인에게 접근해서 뭐 먹을게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저기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흘렀다.

전후 일본에서 군대(자위대)가 가지는 정치적 힘이나 위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국민들 중에는 자국을 지키는 군대는 자위대가 아닌, 주일미군이라는 의식이 꽤 널리 퍼져 있다. 그들의 생각은 자위대는 그저 주일미군을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식은 자위대가 군으로 개편된 현시점에서도 쉽사리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60년이 넘도록 이어진 무언가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건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일본에 부는 강한 우경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방군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일본 국민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음을 가르쳐 준다.

살짝 미소를 짓던 시마즈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기회에 여기 참석한 육군이나 공군 막료분들도 이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은 주변국과의 분쟁이 아닌 일본의 이익을 지키고 일본의 질서유지를 위해서라는 걸 확실히 기억하기 바랍니다. 아시겠소? 우리가 외교적인 분쟁에 동원되는 것도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아닌!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 말입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5월4일 PM 7:20 행정수도
대통령관저

"그래서? 동해를 일본에 내주자 이거요?"
붉게 물든 얼굴처럼, 유석현 대통령의 말투가 점점 노기를 띄었다. 그의 분노에 이준 국방부 장관과 함께 자리한 김진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얼굴을 슬쩍, 슬쩍, 눈치를 보며 번갈아 볼뿐이었다.
"대통령님.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런 말이 아니라니? 우리 바다에서 일본 해군이 그들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걸 그대로 놔두는 게 동해를 일본에 내주자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입니까, 그게 명색이 나라를 지킨다는 군인의 입에서 나올 말이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던 유 대통령이었다. 그런 와중에 터진 일본 잠수함의 영해 침범은 그를 격노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 수준만 됐더라도 그냥 살짝 눈감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든 건 잠수함 충돌 후 일본 해군의 행동이었다. 일본 해군은 잠수함의 영해 침입에 대해 한국에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 해군 때문에 자국 잠수함 두 척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억지 아닌 억지를 썼다. 또한 그들은 동해의 한국 영해에서 실종된 잠수함을 그들의 함정이 수색, 구조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외교상 협조 요청이라는 말이 붙긴 했지만 대통령 그가 보기엔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였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군부의 태도였다. 해군과 국방부는 잠수함이 자신들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다는 일본 해군의 주장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지만 수색 요청에 대해선 허락하자는 쪽으로 나가는 분위기인 듯 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대통령님. 물론 잠수함의 영해 침입은 분명히 따져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일은 실종된 잠수함의 구조와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일본과 관계가 극히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굳이 일본과 분쟁으로 번질지도 모를 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본 해군의 함정이 수색, 구난 활동을 할 수 있는 행동범위는 잠수함의 구난 신호가 잡힌 그 주변으로 협의를 봤습니다. 또한 우리 해군도 이번 잠수함 구난에 참가할 것입니다. 이번 작전은 결코 일본 함대의 단독작전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대통령님. 국방장관의 말대로 굳이 일본을 자극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속이 상하실지 몰라도......"
기다렸다는 듯, 김 장관이 이 장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마땅찮은 눈길로 그 둘을 쳐다보던 대통령이 김 장관의 말이 끝내기도 전에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두분 장관 말씀은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미친개는 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 이거 아니오?"
"아. 네....... 딴엔 그렇게도...... 하하."
건들건들 불량끼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는 유 대통령의 모습에 결국 김 장관이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당황한 이 장관이 슬쩍 눈치를 주자 그제야 웃음을 멈춘 김 장관은 예의 그 덤덤한 표정으로 유석현을 바라봤다.
"에잉~! 쯔쯔......"
답답하다는 건지, 어이가 없다는 건지. 유석현이 잔뜩 한참동안 혀를 찼다. 잠시 두 장관을 번갈아 쳐다보던 그가 뒤로 몸을 돌렸다.
"그럼 국민들의 반발은 어떡할 겁니까? 요즘 같은 때는 일본 구축함이 우리 나라 바다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개인은 이성적이지만, 대중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잘 아시지요?"
"이 일은 양국의 공동작전입니다."
"알아요. 알아. 하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느냐가 문제겠지요. 일본 해군 잠수함이 영해 침범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언론이나 야당이 난리 칠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군요. 심하면 국방부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 당장 옷 벗어라 이런 소리 나올텐데. 자신 있소?"
유석현의 말에 이 장관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 이 장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이 언론의 비난이나 야당의 흑색선전에 쉽게 굴하지 않는 분이라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에서 불의의 사건이 터질 시, 그 책임은 모두 제가 지겠습니다."
"흠. 장관직을 그만 둘 수도 있다 이말 입니까? 설령 불명예 퇴진이 된다해도?"
"물론입니다."
"흠...... 그렇다 이거지요......"
유석현의 입가에 살짝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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