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사이즈



  윤민혁(2004-07-14 04:49:04, Hit : 18211, Vote : 24
 http://www.whitedeath.pe.kr
 [아이언사이즈] Chapter 01.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3)

  근미래 가상 전쟁소설 <아이언사이즈>

  Copyright (C) 2003, Yoon. M.H all rights reserved

  *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 윤민혁에게 있으며, 일체 타 게시판으로의 전체 및 부분 업로드와 인용, 전재 및 기타 지적재산권 관련 법규상 보호되는 지적재산권의 침해를 금지합니다. 저작권법 위반시에는 형사, 민사상의 책임이 따르므로,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 연재분은 초고 원고로서 김경진의 전쟁소설(http://warfog.net) 사이트에 위치한 윤민혁 전용 연재게시판 『아이언사이즈』에서만 연재되고, 타 사이트에서는 본인 직접 연재나 대리 연재 모두 하지 않습니다.
  * 이 글에 등장하는 설정은 모두 가상이며, 관련 설정자료는 김경진의 홈페이지에 있는 윤민혁 전용 연재게시판 메뉴 중간의 『윤민혁 소설 설정』게시판에 공개할 예정이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글에서 오탈자 및 오류를 발견하신 분들께서는 김경진의 홈페이지에 있는 윤민혁 전용 연재게시판 메뉴 하단의 『감상과 압쀍』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

  전차 특유의 덜컹대는 소음을 들으면서 꿈을 꾸고 싶었다. 일정하고 단속적인 진동에 몸을 맡기고 그에 취해 잠들고 싶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꿈 중 하나였다. 그래서 기차를 좋아했고, 한국에도 전차가 있었다는 것을 그리워하며 또한 아쉬워했다.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완행열차와 전차는 권경준에게 하나의 소중한 꿈이었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단 한 번 타 본 적이 있는 통일호 열차. 그것이 그가 그런 느낌과 관련해서 겪어본 유일한 실제 경험이었다.
  빠르게 가지 않는 시간. 그것을 기대했던 적이 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그때. 함께 하는 친구들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을 때. 행복이란 영원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달았던 탓일까. 오히려 불가능한 것을 알수록 더욱 그것을 소망하게 되었다.
  "무슨 생각해?"
  "... 아, 옛날 생각이 갑자기 나서 말야..."
  10대 중반 이후로는 일찌감치 접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꿈들 중 하나. 그립다면 그립다고 해야 할까.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셨을 때, 부모님이 서로에게는 몰라도 자신에게는 관심을 기울여 주셨던 그때가 그립다. 그러나, 이제 두 분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권경준을 보던 김주현이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 그런데, 상장 안 달아? 전투복에도 안 달고 있던데."
  "돌아가시고 백일 넘었잖아."
  권경준이 아버지의 부음을 들은 것은 두 달 전. 중국에서 4월 11일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신이 한국 영사관에 의해 확인된 직후였다. 불법입국자, 자그마치 중국에 위장국적을 가지고 불법입국해서 살던 사람이라 신원 확인이 3개월 이상 늦어졌던 탓에, 권경준은 7월에야 부음을 들을 수 있었다. 덤으로, 권경준이 부음을 들은 건 개인적인 연락이 아니라 자그마치 반정부 경향이 강한 메이저 인터넷 뉴스사이트에서였다.
  "그래..."
  4월 9일 한중 축구경기에서 한국이 3:2로 아슬아슬하게 패한 직후, 한국과 중국 양측에서 발생한 사소한 소요 과정에서 일부 재중 한국인이 살해당했던 적이 있다. 서울에서 중국인 노동자 한 사람이 일부 한국 청년들에게 폭행당해서 살해당했다는 근거 없는 뉴스가 중국 국내 인터넷 언론에 게재된 직후, 복수해야 한다면서 일부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을 집단으로 린치한 것이 그 사건의 개요였다. 권경준의 아버지는 그 희생자 30명, 사망자 6명 중 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한국 국적이 아니라 북한 국적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고, 당장 국내에서 수억 넘는 부채를 지고 도망간 사람이다 보니 이래저래 추적을 피하려면 북한 사람으로 위장하는 게 편했던 모양이다. 그리고서 전쟁 이후에는 무역업에 뛰어들어, 북한 가전물품을 거래하는 중간 규모의 무역회사 사장으로 꽤 큰 성공을 거두었었다. 몇 번은 사진까지 실려서 남북 언론들에 소개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아버지가 4월 11일에 중국 폭도들에게 피살됐다는 사실을 6월까지 알지 못했다. 7월 말에야 나온 외교부 정식 해명에 의하면 북한 국적으로 위장하고 있어서 북한측에 확인을 거치느라 시간이 걸렸던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몰랐던 거였다고 한다. 한국 재외국민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데 피보호국인 북한 국민까지 챙겨줄 생각을 할 리가 없는 게 중국주재 한국 공관의 현실이다. 인터넷 언론에서는 그렇게 주장했다. 실제로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장례식은 두 달 전이었잖아?"
  "어차피 가지도 않았었어."
  장례식은 7월 15일에 중국 훈춘에서 있었다. 집안에서는 친척 몇 명이 갔던 모양이고, 현지 공관원들 몇 명이 입회하고 그냥 화장해 버렸다고 들었다. 권경준은 그때 친척들에게 오는 게 좋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지만, 현역군인 신분이라 시간에 맞춰 갈 수 없었다.
  그리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았다.
  "네가 아버님을 싫어한 건 알지만..."
  "아아, 저기 말이야."
  김주현이 무어라고 말하려는 것을, 권경준이 중간에 잘랐다. 김주현이 입을 다물고, 권경준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쓰면서 말했다.
  "나, 좋은 얘기만 하고 싶어. 지나간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난 이제 내 꿈을 이루고 있다. 직업군인이 돼서 나름대로 많은 일을 해냈다. 중대장으로도 쓸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고, 지난 전쟁 때 세운 전공 덕에 이래저래 진급도 수월할 것 같았다. ROTC나 사관학교보다 임관과 진급이 늦기 십상인 간부사관들에 대한 정치적인 차원의 배려 덕분에 대령이나 준장 진급까지는 무난할 거라는 중평이다.
  덤으로 군대 일만큼 좋아하는 취미인 글쓰기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아서, 조만간 단편소설집을 하나 낼 생각이다. 상급부대에서도 군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개인의 문화활동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으니 특별한 문제도 없다.
  짜증나는 과거 대신 즐거운 미래가 이렇게 날 기다리고 있는데, 뭐하러 옛날 일을 떠올릴까? 그냥 앞만 보고 살고 싶었다. 과거는 싹 잊고, 안 좋았던 일도 싹 잊고, 과거도 아주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일이 있다고? 그래, 좋은 일은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빴던 일은 잊어도 상관없다. 권경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 다 왔다..."
  전차가 천천히 감속하면서 정류장에 멈추고 있었다. 창밖에 러시아풍으로 건축된 화려한 지하철 역 입구가 보였다. 평양지하철 2호선의 서쪽 종점인 광복역이었다.
  "내리자. 여기에서 갈아타면 돼."
  "그래."
  권경준의 말에 김주현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준 걸까? 그래, 이해해줄 거다. 적어도 너라면 그렇게 해 줄 거라고 믿는다. 권경준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밝게 웃었다. 앞으로 누릴 즐거운 미래는 나 혼자만 누릴 건 아니니까. 날 이해해 주는, 나와 함께 있어주는 누군가도 함께 누릴 미래니까.

  9.

  대한민국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는 1990년 이후 몇 차례의 사소한 개편을 거쳤다. 지금의 NSC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이제는 사실상의 북한 총독 격으로 총리 바로 다음 서열 각료인 통일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국방부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NSC 사무처장 자격의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기타 부처 장관은 필요에 따라 참석,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으며, 합동참모회의 의장은 NSC 의장의 지시에 따라 참석, <보고>를 할 수 있다. 이것만은 지난 20여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합동참모회의 의장의 권한은 사실 이런 국가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별로 강하지 않다. 정책면에서 합동참모회의 의장의 기능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사자문인 국방부장관의 보좌관 격이다. 말하자면 보좌관의 보좌관 정도 된다고나 할까? 전투 지휘를 포함한 군의 전시 지휘에서만큼은 합참의장의 권한이 제일 강력하지만, 그 전투의 개시를 위한 <개전> 결의에는 정말로, 정말로 아무런 권한이 없다. 다만 장관을 보좌해서 현재의 상황을 보고할 수만 있을 뿐이다.
  그래야 한다. 그게 옳다. NSC의 둥근 원탁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합참의장 김도현 대장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 외교통상부장관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군이 멋대로 전쟁을 결의할 수 있어선 안 된다. 아니, 군이 전쟁 개전 가능성을 경고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핑계로 정부에 전쟁을 강요해선 안 된다. 그 교훈을 잊었던 구 일본제국은 결국 15년에 걸친 전란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듣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발생한 일련의 상황들을 우리 외교부에서는 이미 지난 회의에서 보고를 드렸습니다만, 처음부터 우리가 행동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세부 상황들에 대한 개별적인 분석은 국방부, 외교통상부, 국정원의 분석 결과가 전적으로 일치했다. 지난 2013년 위기부터 시작해서 지난 4월 한국인 피살 사건, 이 사건 직후부터 지난 8월 초순까지 비공개리에 계속된 외교적 공방, 마지막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중국군의 대 기동훈련에 대한 분석 결과까지도. 모든 결과가 완전히 같았다.
  그러나, 이 분석 결과들을 취합해서 도출된 최종 결론은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완전히 같은 결론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책은 같은 결과들을 취합해서 판단한 결과라고 판단되지 않을 정도로 상이했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의 정세 판단은 중국이 먼저 공격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비중을 두고 있고, 외교통상부의 판단은 중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선제공격을 시도하게 함으로서 명분을 얻으려 하고 있다는 데 비중을 두고 있었다. 결론은 마찬가지로 중국이 한국과의 전쟁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대응책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에 대해서 우리가 일정 수준 이상의 대응을 시도하는 기미를 보일 경우, 그 자체가 중국에게 본격적인 개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밖에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저들이 그저 우리의 선제공격을 바라는 게 아니라 선제공격을 할 의사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도현 대장이 묻고 싶은, 그리고 국방부장관이 하고 싶었을 질문을 대통령이 대신 던졌다. 그리고 아마도 대통령 역시 그 답변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한 번 들었던 의견이니까.
  "그에 대한 의견 역시 이미 밝힌 바가 있습니다만, 중국은 현재 단계에서 우리를 상대로 선제공격을 한 다음 적극적으로 그 뒷수습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이 우리 외교통상부의 판단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현재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지도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에게 중국이 믿을 만한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그렇게 생각하기엔 지난 3년 동안의 행동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을 침략국, 깡패 나라로 몰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선전전을 UN에서 펼쳤다. 그뿐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대만에 대해 전면적인 선제 공격을 실시해서 그들을 중국에 복속시킨 전례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그렇게 부드러운 방식으로 주변국의 신망을 얻으려고 할까?
  "솔직하게 말해요, 외통부장관님. 어차피 아무도 안 듣는데. 실은 미국이 참전할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건 현실이 아닙니다. 미국은 참전하고 싶고 명분이 있어도 참전하지 못 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지금 미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약화되어 있는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미국이 참전할 수만 있었다면..."
  외교통상부장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미국은 냉전시기에 거듭된 지나친 군비 지출과 냉전종식 이후 미군의 임무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 구 국방정책 입안자들의 거듭된 실책 덕분에 예전의 위세를 거의 완전히 잃고 있었다.
  미국의 해군력과 공군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그 규모는 냉전 종식 직후 전성기 때의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물론 소수정예화를 통해 전력 감소를 보충하긴 했지만, 그래도 절대적 규모의 축소가 주는 전력저하는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해군의 극심한 인력난은, 예비역을 동원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해외 파견을 검토하기 어려울 정도로까지 미 해공군을 압박하고 있었다. 3직제 근무조차 수행하기 어려워서 평시에도 2직제 근무로 운항하는 함정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지상군까지 가면 더욱 한심해서, 이제 미 육군은 단 10개 사단으로 구성된 신속대응군으로서의 기능 이상은 거의 발휘할 수 없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육군강국과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한국 육군과 영국 육군이 기계화부대와 보병을 각각 <반드시> 사단규모 이상으로 파병해 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미군의 위상은 추락해 있었다.
  사실상 미국이 지금 가지고 있는 군사적 우위는 스텔스 항공기 전력과 항공모함 전력과 핵전력 뿐이었고, 핵을 제외한 나머지 수단은 전면전보다는 제한전 쪽에 더 어울렸다. 말 그대로, 이제 미국은 그저 <경찰>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실책을 뒤늦게 통감한 미국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군사력 재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2020년 이전에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물론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독보적인 지위를 지켜온 탓에 확보한 인적자원으로 전 세계의 정보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 역시 미국이다. 그렇기에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의 독점적인 지위를 부정하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군사적 측면에서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미국에게 때맞춰 우릴 도와 참전할 힘이 있었다면, 우리 외교통상부도 당연히 주전론을 선택했을 겁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지나치게 많은 무리를 강요해 왔고, 더 이상 참는 것 자체가 우리 국익에 피해가 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이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중국과 싸우길 바라는 나라들만 있을 뿐입니다. 거기엔... 미국조차 예외가 아닙니다."
  외교통상부장관이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분명히 옳았다. 2015년 현재, 중국과 군사력으로 서로 대적 가능한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국경을 맞댄 나라 중에서 중국과 실질적인 적성관계를 유지하고 서 그들과 실제 정면대결을 벌일 만한 역량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했다.
  그나마도 전면전을 벌인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중국이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국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국가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동반 자살하기를 바라고 있었고, 한국은 중국이 그 최소한의 피해를 두려워해서 한국과의 전쟁을 포기하길 바라고 있었다.
  "오히려 미국의 그런 사정을 알기에, 중국은 그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겁니다. 어차피 너희를 도와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가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경우, 너희가 항복하지 않고서 살아남을 방법은 우리가 치기 전에 먼저 치는 것밖에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그런 협박을 하고 있는 겁니다."
  "뭐, 며칠 전에도 들었던 얘기죠. 계속해요."
  "... 제가 무슨 녹음기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대통령의 말에 외교통상부장관이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 중국은 자신들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시작하고 나면 그것을 뒷수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입니다. 국제적으로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그렇게 강화해 왔음에도, 아직까지도 중국의 침략전쟁을 무조건 지지해 줄만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타이완 항공전 당시 이미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12년 4월, 중국은 단 3일간에 걸쳐 그들이 가용했던 4개 혼성 항공사단을 이용해서 대만을 상대로 제한전을 시작했다. 오로지 항공전만으로 한 나라를 붕괴시켜버린 이 대작전의 결과, 중국은 2006년에 독립 준비선언을 하고 2012년에 정식 독립선언을 준비하던 타이완으로 하여금 독립을 포기하게 만드는 성과를 올렸다.
  타이완 북부와 남부가 동시에 건기를 맞이하는 4월을 노린 절묘한 타이밍의 공격으로, 타이완은 단 3일간에 걸쳐 보유한 항공력과 해군력을 거의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아울러 병행타격이론에 근거해 동시 감행된 지휘체계 및 각급제대 타격으로 타이완의 지상군 지휘체계마저 개전 3일이 지나기 전에 완전히 붕괴되어 재기 불능 상태에 놓였다.
  결국 전쟁 마지막 단계였던 개전 3일차 새벽에는 이미 1일 2회씩 거듭된 항공공격으로 대대급 지휘체계까지 무너진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쭈다오(馬祖島)가 수비병력보다 훨씬 적은 규모인 중국 해군육전대 3개 대대병력의 손에 <탈환>되고 말았다. 그 6시간 후에 타이페이의 타이완 정부는 정식으로 항복을 선언했고 말이다.
  군사적으로, 중국은 이 제한전을 통해 자신들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강대국임을 입증해 보였다. 세계 수위권의 우수한 공군력을 가지고 있던 타이완은 적극적인 중국의 공세제공에 휘말려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고, 중국은 지극히 방어적으로 건설되어 있던 자국의 군사력이 어느새 미국에 이어 적어도 동북아시아에서만큼은 그 어느 나라도 맞설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공세전력으로 탈바꿈했음을 전 세계에 과시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중국이 처한 딜레마도 있었다. 이 제한전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은 그동안 동맹국으로 잘 길들여 놓았다고 생각했던 파키스탄에게까지 침략자라는 비난 성명을 들어야만 했다. 그나마 타이완이 독립국으로 국제적인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종전 후 거의 1년여에 걸쳐 간신히 무마할 수는 있었지만, 중국은 하마터면 자신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을 가진 UN에서 침략자로 낙인찍힐 뻔하기까지 했다.
  "2013년 위기도 따지고 보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저는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되리라는 걸 모르고 그런 짓을 했을까요?"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외교통상부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들은 똑같은 위험부담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져 가면서까지 대외 전쟁을 시도할 만큼 강하지 못합니다. 군사적이나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라, 국제관계 측면에서 말입니다."
  말하자면 침략전쟁을 한 번 치를 수는 있었지만, 두 번 연속으로 치르고도 지금의 영향력을 유지하기에는 중국의 국제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비록 중국이 지금 미국에 거의 필적하는 경제력을 획득하고 있고, 이에 걸맞는 군사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국은 범 세계적 패권국의 반열에 갓 들어간 신흥 초강대국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침략전쟁을 5년 사이에 두 번이나 치르고도 그 국제적 영향력을 고스란히 유지할 만한 역량은 아직까지는 미국 밖에는 갖지 못했다는 견해다.
  "뭐, 들으신 대로에요."
  대통령이 찡그린 얼굴로 국방부장관을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사실 맞는 말이거든요. 아예 틀린 말은 아니죠. 장관님도 알고 계실 테고. 그래서 딜레마라는 거에요. 이미 며칠째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고 있는 이야기인데, 결국 중국 공군기가 우리 도시와 공군기지를 폭격하려고 출격하는 순간까지는 그들의 진의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문제죠."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 공군의 KADIZ를 넘는 순간입니다. 대통령님."
  국정원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쓰고 있던 뿔테 안경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얼마 전까지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던 국정원장은 하필이면 외교통상부장관과 같은 대학 동기동창이었다. 김도현 대장이 알기로, 국정원장과 외교통상부장관은 둘도 없는 절친한 친구였다. 한 사람은 중국을 중점 연구대상으로 삼은 교수로, 한 사람은 외무고시를 패스하고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20년 동안 직업 외교관으로 활약한 사람인 것이다.
  "외교통상부장관의 말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공감하긴 하지만, 아마도 외교통상부장관 역시 전적으로 확신하고 계시지는 못할 겁니다. 중국 정부의 진의가 정확하게 어디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아무도 없으니까요. 어쩌면 중국 국가주석도 모를지 모릅니다. 혹시 중앙군사위 주석 정도 되면 혹시 모를까..."
  "......"
  국정원장의 말에 외교통상부장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정원장은 빙긋 웃은 다음 말을 이었다.
  "더구나 외교통상부장관께서 말씀하신 것, 그들에게 그럴 역량이 없다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어디까지나 확신이 없는, 그렇길 바란다는 정도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니, 부정해선 안 됩니다. 설마는 사람을 잡지만 혹시는 사람을 살리니까요."
  "하지만..."
  "현재로서, 우리 국정원이 단언할 수 있는 건 그것뿐입니다. 저들이 우리와 전쟁을 결의할 경우 승리를 확신할 만한 군사적 역량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전쟁을 결의했다는 확신은 절대 없지만, 그와 동시에 저들이 전쟁을 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역시 없다는 것. 그 두 가지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국정원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우리 국정원은 지금 군이 운용하는 정찰위성으로 획득한 정보 이상의 영상정보는 획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가 수집하고 있는 문서정보 이상은 획득할 수 없으며, 아울러 인간정보로 들어가면... 우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설마보다는 혹시 쪽으로 비중을 두어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한 토로. 김도현 대장도 알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현재 인력과 예산, 그리고 투자 가능했던 시간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도저히 획득할 수 없었다. 아니, 인력과 예산을 아무리 충원해 줬다 하더라도 결론은 같았을 것이다. 정보수집의 기반 마련은 누가 뭐래도 시간이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기반을 다져야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것뿐입니다."
  "알았어요. 그럼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언제나처럼 대통령이 웃으며 모두에게 물었다. 대학 교수로 지낼 때 학생들에게 보여주었을 법한 태도로. 나이 지긋한 NSC 멤버들이라면 당연히 무슨 애 취급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음으로서 무언의 항의를 보낼 법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국방부장관과 김도현 대장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국방부장관을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길 승산이 있느냐. 그게 제일 중요하겠죠?"

  10.

  평양 조국해방전쟁 기념관은 공산권 국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군사박물관이었다. 군사학에 대한 학술 목적의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프로파간다 목적이 더 큰 박물관 말이다. 박물관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로서의 가치보다는 정치적 선전에 더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전시물들을 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철거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으면 진작에 철거했을 거라더라, 이거."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권경준의 말에 김주현이 그렇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1951년에 격추된 미군 B-29 폭격기의 주익 잔해. 녹이 심하게 슬긴 했지만 아직도 미 공군 식별마크를 알아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뚫린 탄흔과 지표에 부딪히면서 찢겨나간 것이 틀림없는 외판들. 확실히, 박물관의 옛 이름에 걸맞는 전시물이었다.
  북한이 사실상 한국의 피보호국이 된 상태에서 이런 걸 남겨놓도록 권한 한국 정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남북 화합을 위해선 구 정권의 프로파간다와 마타도어들을 최대한 파괴해야 할 터인데도, 한국 정부는 그걸 막으면 막았지 권하지는 않고 있었다.
  심지어 아직도 주체사상탑과 개선문이 우뚝 솟아 그 위용을 뽐내고 있고, 세계 최대의 금박 동상으로 기록되어 있는 김일성광장의 김일성 동상은 매일 밤마다 강렬한 서치라이트 불빛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바로 그 김일성 동상을, 평양 경비책임을 맡고 있는 국군 제 1공수여단이 북한 인민보안원(구 사회안전원, 북한 경찰)들과 함께 매일 밤마다 위병근무를 서면서 경계하고 있다.
  통행금지 같은 건 폐지된 지 오래이기에, 밤이 되면 평양 시민과 평양을 방문한 얼마 되지 않는 해외 관광객들이 그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을 구경하러 나오기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언젠가 TV에서 본 적도 있고.

  어쨌든, 박물관에는 구경거리가 꽤 많았다. 프로파간다나 마타도어 용도의 전시물들도 나름대로 볼만했다. 그리고 지난 전쟁이 끝난 후 만들어진 2차 해방전쟁관 - 북한 내부에서는 2차 한국전쟁을 그렇게 불렀다. - 에서는 북한군이 격파해서 평양까지 끌고 가서 프로파간다용으로 썼다던 K-1 전차의 잔해를 보고 어떻게 격파됐는가를 가지고 잠시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육탄공격이냐, 아니면 대전차지뢰냐. 뭐 그딴 게 중요할까는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부터 둘이서 같이 이런 사진이나 물건을 보면 똑같은 걸 가지고 입씨름을 하곤 했다. 이러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서 나름대로 재미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박물관 안내원, 그네들 표현대로라면 일꾼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북한 안내원은 두 사람을 이렇게 다그쳤다. 역적도배를 토벌하고 북을 해방시켜주러 온 남측 군인들이 이 땅크를 타고 싸우다 죽었는데 경건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구경하지 못하겠냐고 말이다.
  그 소리를 듣고 김주현은 권경준과 마주보면서 파안대소하다가 결국 부대에 전화 통화까지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화를 하면서도, 김주현과 권경준은 계속 쉬지 않고 키득댔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안내원은 부대와 전화 통화가 끝나고 나서 오히려 더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노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찌 우리 강철과 같은 인민군이 동무들같이 기율이 문란한 군인들한테 졌는지 모르겠소."

  "이게 재밌다는 거였어?"
  "그래."
  박물관을 나오면서 김주현이 그렇게 묻자, 권경준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어떤 곳에 있는지를 알고 싶으면 여기에 와서 이러고 있으면 되거든. 그러다 보면 한바탕 재미있게 웃을 수도 있고."
  "성격 많이 못돼졌네."
  김주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정말 성격 나빴다. 나름대로 순진하고 자기가 배운 바에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북한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 중 일부를 보면서 비웃는 거니까. 강정일 대대장하고 몇 년을 같이 보내면서 정말 오염된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런 북한 사람들이 재미있어서 웃었다. 휴전선 이남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면 진풍경이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만약 김주현이 북한 사람이었다면 잔뜩 화를 내면서 권경준에게 따지고 들었겠지만, 결국 자신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군 장교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뭐, 그 대대장에 그 중대장인 거지."
  "잘났어, 정말."
  서로 웃으면서 이런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거면 됐지. 김주현은 부드럽게 웃었다. 서로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에 이렇게 서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런 거에 비하면 권경준의 성격이 조금 나빠졌다거나 하는 건 아주 사소한,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
  "아, 택시!"
  갑자기 권경준이 손을 들면서 앞으로 냅다 뛰었다. 깜짝 놀란 김주현이 권경준을 따라 달리면서 앞을 보니, 큰길을 따라 촌스러운 노랑색 소나타3 승용차가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에선 이제 중고차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물딱지지만, 평양에서는 영업용으로 꽤 인기 좋은 중고차라고 들었던 물건이다.
  "옥류관요!"
  "아? 연광정 먼저 가는 거 아니었어?"
  택시를 잡은 권경준이 기사에게 말하는 것을 들은 김주현이 그렇게 물었다. 박물관 다음엔 연광정, 대동문을 보고 나서 을밀대 쪽으로 가고, 을밀대를 돌아보고 나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점심 안 먹을 거야? 연광정하고 옥류관은 아주 가까워서, 옥류관에서 식사 한 다음에 연광정으로 가면 돼. 연광정하고 대동문이 가까운 건 너도 알지?"
  아차. 그러고 보니 벌써 한 시구나. 배도 조금 고픈 것 같고. 김주현은 권경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권경준이 빙긋 웃었다.
  "평양 데이트 코스에서 옥류관 빼면 아마 나 천벌 받을 거야. 거기 냉면 안 먹고 평양에서 놀았다고 하면 정말이지 나가 죽어야..."

  11.

  "결국 국방부의 입장은 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쪽입니다. 그 이상은 무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선제공격이 그나마 승산이 높다는 정도의 의견은 제시할 수 있으나, 그것 역시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장관이 말한 내용들도 근본적으로는 앞서 다른 장관들의 보고 내용과 큰 차이는 없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국방부의 추정, 그리고 지금 중국군이 보여주고 있는 이런저런 행동들, 그 모든 것은 어차피 다른 장관들도 모두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결론마저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어차피 선제공격을 하느냐 마느냐는 내게 결정권이 있으니까, 그 이상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럼 선제공격을 할 경우 승산이 얼마나 될까, 한 번 들어볼까요?"
  대통령이 그렇게 물으면서 김도현 대장을 돌아보았다. 이제 내가 <보고>할 차례다. 김도현 대장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콘솔을 조작했다. 지금까지 김도현 대장이 읽고 있던 파워포인트 문서들이 나머지 구성원들의 17인치 LCD 모니터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와 중국의 가용 군사력 규모는 익히 잘 알고 계실 테니, 따로 보고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실질적으로 우리와 중국이 전면전 상태에 놓일 경우 중국이 활용 가능한 군사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도현 대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콘솔을 조작했다.
  "일단, 중국은 지나치게 큰 국가이기 때문에 2백만에 달하는 총 병력 전부를 우리와의 전쟁에 투입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 대다수가 현재 중국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국이 한국과 개전을 시도하려 한다면 투입 가능한 군사력은 지상군의 경우 센양군구와 베이징군구 병력의 일부, 우리의 추산으로는 총 6에서 8개 합성집단군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실제 이번 훈련 과정에서 움직인 중국군 병력규모와 일치하므로, 실제로 최소 개전 후 2주 내에는 이 병력 이상의 병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전무합니다."
  중국의 합성집단군은 한국군의 군단 규모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참석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한국군은 2개 군 규모밖에 안 되니까 중국군이 3배 이상 우위에 있다는 식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적은 병력이라는 데 놀라는 눈치를 보여주는 사람은 있었다. 바로 외교통상부장관이었다.
  "아울러, 중국 해군은 최근 들어 대폭 전력을 증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안전력으로서의 경향이 매우 크며, 우리에게 실제 위협이 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세력은 발해만 내부에 집결해 있으므로 이번 전쟁에서는 핵위협 이외의 그 어떤 위협도 될 수 없습니다. 즉, 중국 해군은 무시 가능하다는 결론입니다."
  "항공모함도 무시 가능하단 말인가요?"
  대통령의 물음에 김도현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항공모함은 바다에 나오지 못합니다."
  중국 해군은 2013년에 프랑스로부터 얼마 전에 퇴역한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르 드 골(Charles de Gaulle)을 단돈 30억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도입했다. 아울러 함재기로 쓰라고 프랑스가 떠넘긴 중고 라팔M 함재전투기 38대를 약 29억 달러에 구매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헐값이었지만, 이들을 인수한 중국 정부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들이 항공모함과 함재기를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것은 어디까지나 프랑스에 대한 은혜 베풀기 수준입니다. 그들이 대만 항공전 이후 큰 고객을 잃은 프랑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그들이 처치곤란해하던 물건들을 비싼 값에 떠안은 셈일 뿐입니다. 어차피 드골급 항공모함은 배에 1년 타고 있는 것만으로도 평생 받을 방사선을 다 쬐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위험한 배입니다."
  오히려 중국은 드골을 직접 활용하기보다는 배를 분석해서 신규 항공모함을 건조하길 원하고 있었다. 실제로 중국 해군이 드골을 모델로 한 통상동력 항공모함을 설계하고 있다는 정보가 지난해부터 이런저런 루트로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단기간 전쟁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도..."
  외교통상부 장관이 뭐라고 물으려는 듯이 그렇게 말을 꺼냈다. 그것을 본 김도현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함상 이착함 훈련 경험도 없는 조종사에 항공모함 운용경험은커녕 제대로 된 기동함대 구성 경험도 없고 방공구축함이라곤 우리 문무대왕급 수준밖에 안 되는 배 몇 척밖에 없는 해군으로 말입니까? 그렇다면 우리 해군과 공군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항공모함을 격침하는 영광을 아주 쉽게 얻을 겁니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덤으로, 꽃게에는 더 이상 납이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 프합!"
  유머를 좀 섞은 보람이 있는 걸까. 국방부장관과 통일부장관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북한의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저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화파 통일부장관과 비교적 적극적인 주전파라고 할 수 있는 국방부장관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자 아까부터 줄곧 침울하던 회의 분위기도 약간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문제는 공군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결의할 경우, 그들은 총 18개 항공사단, 우리 식으로는 18개 전투비행단 중 최대 10개 가량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항공모함은 쓸 수 없지만, 프랑스제 전투기를 보유한 해군항공대 2개 항공연대도 투입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군이 보유한 항공사단은 총 18개. J-11과 Su-30MKK 전투기를 중심으로 하고 J-10 전투기를 일부 장비한 혼성항공사단이 총 6개고, J-10을 주축으로 해서 일부 J-11 전투기를 보유한 A급 항공사단이 6개, 구식 J-8B/C/D/E 전투기만 보유한 B급 항공사단이 총 6개다. 각 항공사단은 총 70기에서 80기의 전술기를 보유한다.
  "이는 우리가 가용한 공군력 전체의 1.5배, 실제 공세제공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기만 가지고 계산한다면 거의 2배에 달합니다. 이는 우리가 중국의 선제공격을 허용할 경우 완전히 참패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각 기종별 성능차이는 설명해 봤자 알아듣지도 못할 것이기에, 김도현 대장은 그저 단순하게 숫자로 정형화해서 설명했다.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중국 공군에 대해 한국 공군이 활용 가능한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충실했기 때문이다.
  F-15K 40대, F-15C MISP-2 전투기 80대, KF-16 130대, 구식 F-16 30대. 여기에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이 구입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 정부 명의로 지불하면서까지 떠넘기듯 넘겨줘서 이제 갓 전력화가 끝난 F-16 블록60 80대와 F-35 80대까지 있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고는 동북아시아 최강의 공군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 한국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고, 한국 공군기 중에서 중국의 주요 공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항공기 수효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실질적으로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타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종은 F-15K와 F-16 블록60, 그리고 F-35가 전부였다. 도합 200기. 공중급유기라도 한 20대 정도 더 있다면 안심하고 가용 항공기 거의 전부를 타격임무에 투입할 수 있겠지만, 공중급유기가 8대밖에 없는 현재의 한국 공군으로서는 저것이 공세에 활용 가능한 거의 전 전력이었다.
  이에 반해, 중국 공군은 10개 항공사단이 보유한 항공기 7백여 대 중 4백여 대 이상이 한국에 대한 공세작전에 투입 가능했다. 공중급유기 전력에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빈약하지만, 러시아제 Su-27/30MKK 전투기들은 워낙 항속거리가 길어서 문제였다.
  결국 실제로 공세에 투입 가능한 항공기는 2백 대와 4백여 대. 그리고 서로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방공세력은 서로 거의 같은 2백여 대씩이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국 공군보다는 중국 공군이 더 많은 목표를 타격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늘에서 격추되는 항공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게 지상기지의 안전, 그리고 지휘체계 유지였다. 그리고 상대를 마비시키기 위해 파괴해야 할 목표물 숫자도 중국군이 한국군보다 더 적었다. 그만큼 병력이 적고 규모가 작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군은 그만큼 더 공세전력을 집중운용할 수 있고, 한국군은 공세전력을 분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김도현 대장과 공군 작전사령부에서 도출한 결론은, 한국 공군이 선제공격에 성공해야 확실히 서로 1:1로 대등한 항공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중국의 선제공격을 완전히 허용한다면 한국 공군은 단 하루만에 완전히 와해될 것이고, 서로 동시에 공격을 시작한다면 승산은 선제공격을 시도할 때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물론, 이는 서로 정석대로 싸울 때의 얘기였다. 만약 서로 변칙적인 작전을 구사하기 시작하면 그 가능성은 정말 예측 불가능하게 변할 수도 있긴 했다.
  "그런데 합참의장님. 질문이 있는데요."
  "예, 대통령님."
  대통령의 말에 김도현 대장이 대답하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무엇을 물어보려 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알 것 같았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죠. 전쟁이 벌어진다면,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도나 승산이 있을까요?"
  "우리의 완벽한 선제공격으로 전쟁을 시작한다면 확실히 항공전에선 이길 수 있습니다."
  중국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군이 가용한 공세전력 전부를 OCA에 투입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기 급급한 나머지 공세를 시작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중국군 항공사단 10개 중 4개까지는 단숨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개전 2일차부터는 서로 항공전에서 호각의 상황, 또는 거의 일방적인 우세로까지 전황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라면 지상군 역시 중국군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김도현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은 바로 이런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중국 공군의 활동이 지금은 거의 제로 상태지만, 저들이 실제로 전쟁을 벌일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한국 공군의 출격이 확인되는 즉시 중국군도 그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활용하기 위해 전면적인 공세제공을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공세부대의 공격성공률과 항공기 손실율, 양국 DCA(Defensive Counter Air : 방어적 제공)작전의 효과적인 진행 여부와 중국군의 항공기 손실율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하지만 완벽한 선제공격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난 그걸 묻는 게 아니에요."
  대통령의 말에 김도현은 순간 흠칫했다.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상황을 언급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 핵전쟁의 승산을 묻고 있는 거예요, 합참의장님."
  "......"
  김도현 대장은 말없이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국방부장관 역시 대통령이 핵전쟁을 언급하는 것에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핵전쟁을 상정할 경우 한국에는 승산이 없었다. 핵전쟁을 상정해야 한다면, 차라리 전쟁을 포기하는 쪽이 훨씬 나았다.
  "핵전쟁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김도현 대장은 입의 침이 바싹 말라붙는 것 같은 느낌에 옆에 놓여 있던 물컵을 집어들었다. 물을 따라 놓고 세 시간 가까이 입도 대지 않아 물 위에 먼지가 둥둥 떠 있었지만, 그런 건 눈에 띄지도 않았다.
  "피아의 핵전력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사무적인 태도라도 유지해야 조금이라도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런 그에게 그런 기회를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피아간 핵전력 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절대적 열세니까. 우리가 중국에 대해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가 가능하려면, 핵탄두가 몇 발이나 필요한지 알고 계신가요?"
  "......."
  알고 있었다. MAD, 일명 <미친> 전략이라고 통하는 상호확증파괴 전략은 상대국과 전면핵전쟁을 벌일 경우 한 나라가 상대국의 모든 도시와 2차 핵공격 전력 모두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규모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략을 중국에게 적용하려면? 1970년대 미국이 추정한 소요 핵탄두 숫자는 500킬로톤급 핵탄두 2백 발 이상이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할 때는요?"
  "남쪽만이라면 단 3발입니다. 서울, 대전, 부산에 각 1발씩 500킬로톤급 핵탄두 1발씩이면 대한민국을 완전히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차라리 이쪽의 답변이 쉬웠다. 현재의 중국에게 이게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으니까. 당장 중국은 전략군인 제2포병 휘하에 총 21개의 핵미사일 기지를 가지고 있고, 이 중에서 란저우(蘭州)군구의 2개 핵미사일 기지와 광저우(廣州)군구의 1개 핵미사일 기지를 제외한 나머지 19개 핵기지는 모두 한반도를 사정권 안에 넣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최근에 094급 전략핵잠수함을 4척 건조해서 일선에 배치한 데 이어 2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었다. 단번에 한반도를 목표로 날릴 수 있는 핵탄두 숫자를 모두 합치면 4백 발이 넘었다. 물론, 미국까지 공격할 수 있는 ICBM은 뺀 숫자였다.
  "북한까지 하면 8발이었던가요? 그쪽이야 지형이 워낙 뭐 같으니까 더 그렇다죠. 어쨌든 소요 핵탄두 숫자는 8대 2백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대통령의 말에 김도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엄연한 결례였지만, 김도현 대장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우리가 중국과 서로 확실한 핵전쟁 억지능력을 가지려면 필요한 핵미사일 발수는 최소 2백 발. 그런데 우리는 조금 많이 모자라죠."
  "... 우리가 보유한 핵탄두는 총 60발입니다."
  김도현 대장이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대통령이 왜 핵전쟁 상황을 언급하는지 그 의미를 확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김도현 대장은 자신이 다시는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야당 대통령후보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입에 담고 싶어졌다.
  "잠수함에 적재된 핵탑재 순항미사일이 36발, 그리고 적재 대기가 12발. 나머지 12발은 뭐죠?"
  "60발은 미국이 우리에게 1차로 넘겨준 핵탄두 숫자 전체입니다. 실제 당장 발사 가능한 것은 이미 탑재된 36발과 조만간 시험운항을 마치고 우리 영해로 들어올 핵추진잠수함 박위함에 탑재 대기중인 12발이 전부입니다. 나머지 12발은 국내에서 현재 건조중인 핵추진잠수함 5번함에 탑재하기 위해 탄두만 반입한 것이고, 미사일은 현재 제작중입니다."
  김도현 대장 대신 국방부장관이 말했다. 대통령도 그 상세한 상황은 다 알고 있다. 그랬기에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이 아니라 나머지 NSC 멤버들을 돌아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도현 대장은 그새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다시 한 번 적셨다.
  "결국 핵전쟁에선 승산이 없다는 얘기죠. 그리고 확실한 억제도 불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아, 중국이 핵탄두 30발 정도는 맞아도 상관없다고 여길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는 얘기죠. 그들은 그런 나라니까. 핵탄두 30발을 맞아서 3억이 죽어도,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손실은 감수할 수 있다고 주절대고도 남을 나라죠. 자존심 하나는 죽이게 세서 말예요."
  대통령이 외교통상부장관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주화파인 외교통상부장관이 들으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외교통상부장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바가 그저 핵전쟁을 완벽하게 억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게까지 된다면, 우리는 핵을 써야 할까요? 선제 핵발사는 물론 아니고 보복 발사죠."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 다음, 대통령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빌어먹을. 김도현 대장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당연히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야 한다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절대로 혼자 죽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김도현 대장은 그들과 함께 죽어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제길, 이게 군인과 정치가의 차이일까. 그런 생각에 김도현 대장은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니까요. 자, 그럼 다시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하고, 동시에 전쟁에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그걸 어떻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김도현 대장은 말없이 대통령을 응시했다. 대통령은 조금 전과 전혀 변함이 없는 표정으로 그를 마주보기만 했다. 김도현 대장은 시선을 돌려 국방부장관과 다른 NSC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모두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김도현 대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하게 숫자로 답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대한민국 국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은 들쭉날쭉하게 변할 수 있었다. 이럴 때 김도현 대장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 국군은 국가 수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만약 핵을 써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쓸 것이고, 만약 핵을 쓰지 않기 위해 이기는 전쟁을 포기해야 한다면 두말없이 항복할 것이라고.
  대통령은 김도현 대장만이 아니라 NSC 멤버 전원에게 한 가지 의무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군의 대표이자 작전지휘의 총책임자인 합참의장이 선언한 것처럼 국가와 국민에 충성하라고. 국민이 뽑은 행정수반의 지시에 철저 복종하라고. 그와 동시에 대통령은 한 가지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진행되는 모든 상황의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말이다.
  "고마워요."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금 전보다는 조금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아니, 그 전에 점심이나 먹고 할까요? 벌써 두 시가 다 됐네요."

  - 혁이가 -





공지   [아이언사이즈] 전쟁소설 『아이언사이즈(Ironsides)』기본공지  윤민혁  2004/05/30 19569 8
  [아이언사이즈] Chapter 01.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3)  윤민혁 2004/07/14 18211 24
2   [아이언사이즈] Chapter 01.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2)  윤민혁 2004/06/26 13869 14
1   [아이언사이즈] Chapter 01.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1)  윤민혁 2004/06/16 23196 30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zero